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윤승용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교수
뇌에서 변이가 일어난 타우 단백질만 공격하는 항체 치료제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정복할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타우 중 크기가 더 큰 타우를 목표로 해 치료 확률을 높인 것이다. 항체 치료가 효과가 있는 타우 단백질의 부위도 밝혀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커졌다.
윤승용 아델 대표 겸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의 강연자로 나서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 ‘ADEL-T01′을 소개했다. 아델은 윤 교수가 2016년 창업한 바이오기업으로, 타우 단백질을 겨냥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를 개발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 쌓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단백질은 원래 신경세포를 보호하거나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원래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뇌에 쌓이면 신경세포에 손상을 주고 인지 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 현재 개발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와 키썬라(도나네맙)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뭉치지 않도록 하는 원리지만, 뇌출혈·뇌부종 같은 부작용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윤 교수는 두 단백질을 무력화하는 항체 치료제에 주목했다. 그는 “오랫동안 여러 연구자와 제약업계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를 주요 범인으로 지목하고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며 “특히 두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들이 개발됐지만, 안타깝게도 계속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항체 치료제가 먼저 공략한 것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다. 윤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는 그동안 많은 항체 실험이 실패했는데, 오른쪽 말단과 가운데 부분은 굉장히 뭉쳐있어 항체가 접근하기 어려웠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며 “반면 왼쪽 말단은 비교적 접근하기가 용이하다는 생물학적 유추가 가능한데, 가장 끝은 아미노산이 절편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았다”고 말했다.
아델이 아밀로이드 베타가 아닌 타우를 선택한 건 단백질 크키가 더 크기 때문이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은 아미노산 42개, 타우는 아미노산 441개로 구성됐다. 다만 타우는 아미노산 절편이 더 많아 구조가 복잡하다. 타우 단백질이 알츠하이머 치매에 어떤 병리적인 특징이 무엇인지 먼저 밝혀야 했다. 아델은 타우 단백질 관련 병증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아세틸화된 타우 단백질의 아미노산 ‘라이신 280′을 공략하기로 했다.
윤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치료하려 했던 레카네맙이나 도나네맙, 아두카누맙처럼 타우 단백질도 항체로 접근할 수 있다”며 “타우는 훨씬 큰 단백질인 만큼 아밀로이드 베타보다 넓은 부분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변형 부위를 표적으로 해 치료제가 높은 효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 전자약 성과 소개
“전자약은 아직 치료 분야에서의 성공 사례는 적지만,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재택 치료가 가능한 우울증 치료 전자약이 상용화됐다. 전자약은 기존 의약품이 갖지 못하는 새로운 의료기기로서 기회가 분명히 있다.”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HIF 2024)’에 강연자로 나서 “9년간 인허가 과정을 거쳐 재택 치료가 가능한 우울증 치료 전자약인 마인드스팀이 세계 최초로 세상에 나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와이브레인은 이 대표를 비롯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의 젊은 공학자들이 2013년 창업한 전자약 개발 기업이다. 마인드스팀은 이 회사가 개발한 대표적인 전자약이다. 헤드셋을 통해 미세전류를 흘려보내면 뇌 전전두엽을 활성화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식의 우울증 치료 전자약이다. 지난해부터 의료 현장에서 비급여로 처방돼 지난 10월 기준 9만건이 넘는 누적 처방 수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두엽이 감정을 억제하는데, 우울증 환자는 이 기능이 비정상적”이라며 “해당 부위를 전자약을 통해 반복적으로 자극하면 난치성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우울제는 1차 치료 반응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85%가 치료 중단 또는 관리의 어려움을 겪는 한계가 있다. 와이브레인은 다기관 임상시험에서 중증 우울증 환자에 대한 항우울제와 전자약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안정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이미 환자의 재택 임상시험이 성공한 제품도 있다. 이마에 패치를 붙여 전기 자극으로 편두통을 치료하는 전자약인 두팡이다. 회사는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해주는 510k 승인을 받았다.
이 대표는 전자약이 약물을 비롯한 기존 치료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약물은 전신에 퍼져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데다, 1~3상의 임상시험 기간이 긴 반면 전자약은 부작용 우려가 낮고 개발 기간이 짧다”며 “아주 미세한 전류로 뇌 활동 빈도를 높이고, 다양한 뇌 영역 활동을 바꿔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브레인은 우울증과 편두통을 넘어 경도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치료를 위한 전자약도 개발 중이다. 경도 치매는 업계 최초로 확증 임상시험을 완료했고, 데이터 분석을 거쳐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경도인지장애 전자약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최근 확증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임상시험 실패와 인허가 과정 장기화로 여러 번 파산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종근당(95,000원 ▲ 1,000 1.06%), 환인제약(12,280원 ▲ 80 0.66%) 등 국내 주요 제약사와 협업하고 규제기관이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시장 진입에 성공해 위기를 극복했다고 했다.
그는 “사업화를 하고 보니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시장에 들어가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며 “특히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 치료는 인식 전환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여러 캠페인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와이브레인은 정신질환 환자들의 진료비를 지원하고 학회 행사에 참여하는 등 정신과 치료의 접근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오픈 토크서 뇌 전문 기업인, 과학자 의견 들어
국내 상위 연구기관의 인프라와 연구개발(R&D) 수준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신약이나 의료기기 등을 상용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1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2회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은 김승현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이 좌장으로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 5명과 토론을 하는 오픈토크를 진행했다. 이번 포럼은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으며,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먼저 김승현 이사장은 “국내 연구기관과 해외 연구기관 간 R&D 능력과 인프라에 얼마나 격차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형진 서울대 의대 교수는 “국내 상위급 연구기관과 해외 우수 연구기관 간 격차가 없다고 본다”며 “20년 전에는 큰 차이가 있었지만 지금은 연구비와 연구자 능력, 인프라 등이 해외 우수기관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타우 단백질을 공략하는 알츠하이머병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윤승용 아델 대표(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교수)도 이에 공감했다. 윤 대표는 “타우 단백질에서 항체가 잘 들러붙는 부위를 타깃(공략 대상)으로 하는 신약을 개발하는 곳은 우리를 비롯해 전 세계 두 곳 뿐”이라며 “국내 연구 능력이 해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최근 나온 알츠하이머병 신약들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델은 또 다른 치매 원인인 타우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약물에 비해 항체가 접근하기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하지만 우리가 개발하는 것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는 접근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 분야에서 최근 트렌드는 뇌에서 이물질을 차단하는 혈뇌장벽(BBB)을 잘 뚫고 들어가는 약물을 만드는 것”이라며 “하지만 아무리 BBB를 잘 뚫고 들어가는 약물을 개발해도 타깃이 적합하지 않으면 약효가 떨어지므로 무엇보다도 정확한 타깃 선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파킨슨병 완치를 목표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연구 개발하고 있는 강세일 에스바이오메딕스 대표 역시 공감했다. 강 대표는 “줄기세포 치료제가 후발주자여서 약이 없는 질병을 호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한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선발주자인 독일계 다국적 제약사보다 나은 임상시험 데이터를 확보하며 우리 역시 완치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내 전문가들은 아무리 좋은 약과 의료기기를 만들더라도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하려면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개발한 빈준길 뉴로핏 대표는 “새로운 플랫폼을 사용했을 때 병원에서는 어떤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이를 알기 위해 우리는 한 병원을 지정해서 수익성을 검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들이 우리가 개발한 치료기기를 확인하고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는 머리에 약한 전류를 흘려보내 우울증을 치료하는 전자약 마인드스팀을 상용화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원래 개인용 우울증 치료기를 만들려고 하다가 병원용 의료기기를 개발했다”며 “그런 판단을 한 이유는 기기 개발만큼 사용자인 의사가 쓰게 하는 일이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환자는 의사의 처방을 따르고 의사는 정부나 학계에서 인정한 신뢰성 있는 기기를 사용한다”며 “우리는 여러 위기를 딛고 정부, 의료계와 협업해 (마인드스팀을) 상용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황선관 SK바이오팜 최고기술책임자
SK바이오팜(95,400원 ▼ 2,200 -2.25%)은 자체 개발한 뇌전증 치료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 단계로 인공지능(AI), 디지털 치료제,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뇌파 측정기 등을 추가해 예방·진단·치료·관리를 아우르는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을 모색 중이어서 주목된다.
황선관 SK바이오팜 신약연구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네 번째 기조 강연을 통해 “뇌전증 대응은 치료 영역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SK바이오팜은 단순히 치료제만 파는 게 아니라 좀 더 나아가 보려고 한다”며 헬스케어 전주기를 아우르는 서비스 사업 확장 가능성을 밝혔다.
황 CTO는 “예방과 진단, 치료, 관리 등 환자의 여정에서 해법을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했다. 한 예로 당뇨 환자가 쓰는 연속혈당측정기 활용을 들었다. 과거처럼 환자가 피를 뽑아 혈당을 측정하지 않고 몸에 부착한 센서가 알아서 계속 혈당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그는 “연속혈당측정기가 나오면서 환자가 갑자기 고혈당, 저혈당을 보여 병원을 가는 일을 크게 줄였다”며 “ 예방, 진단을 돕는 웨어러블 뇌파 측정기가 뇌전증 치료약 엑스코프리와 결합하고, 여기에 AI가 들어가 좀 더 새로운 시장을 여는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AI 서밋(SUMMIT) 2024′에서 대화형 AI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그렉 브로크만 회장에게 실시간 뇌파 분석을 통해 뇌전증 발작을 감지하는 AI 플랫폼 디바이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회사가 개발 중인 뇌전증 환자 관리 플랫폼은 모바일 앱(app·응용프로그램), 스마트워치, AI 기반 발작 예측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황 CTO는 “앞으로는 환자가 움직이는 게 아닌, 의료 생태계가 환자를 찾아 움직여야 한다”며 “모바일을 기반으로 뇌전증 환자의 증상을 확인, 관리하고 온라인 약국인 아마존 파머시에서 약을 받는 것까지 이어지는 세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엑스코프리의 성공 비결도 청중의 관심을 모았다. 한국 기업 처음으로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판매 허가 신청(NDA)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지난 2020년 2분기 엑스코프리를 미국 시장에 처음 발매해 현지에서 직접 판매를 하고 있다. 엑스코프리의 2023년 미국 전체 매출은 2708억원으로, 전년 대비 60.1%, 금액으로는 1000억원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미국 매출액은 3094억원을 기록했다.
황 CTO는 “엑스코프리는 초격차 전략으로 말할 수 있다”며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고, 빅파마와 싸울 때 뾰족하게 가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그 결과가 뇌전증에 선택과 집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뇌전증 시장은 작지 않고,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대할 수 있다”면서 “엑스코프리가 연매출 10억달러를 넘는 블록버스터급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방사성 물질을 전달 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방사성 의약품(RPT, Radiopharmaceutical Therapy) 기술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황 CTO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고, 미국 바이오 연구소에 이어 홍콩 바이오 기업까지 인수했다”고 말했다. 올해 SK바이오팜은 홍콩 제약사 풀라이프테크놀로지와 5억7150만달러(약 7921억원) 규모로 방사성 의약품 후보물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묵인희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장 기조강연
“옛날에는 공양미 300석이면 충분히 효도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치매 신약 레켐비로 1년에 3000만원씩 써야 하는 시대입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 인구가 많이 늘었는데, 자식들이 부담하기도 어렵고, 국가 차원의 부담도 큽니다.”
묵인희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장 겸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의 다섯 번째 기조연사로 나서서 치매와의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새로운 돌파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치매를 가장 많이 일으키는 알츠하이머병은 최근 치료제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작년에 승인받은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그리고 올해 7월 승인된 미국 일라이 릴리의 ‘키썬라(성분명 도나네맙)’가 대표적이다.
묵 단장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치료제가 2021년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레켐비의 경우에는 한국에서도 승인을 받아서 환자들에게 쓸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신약 후보 물질 127개가 164건의 임상시험을 거치고 있고, 앞으로 좋은 신약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묵 단장은 과거에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겟으로 한 치료제만 있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치료제와 치료 전략이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도 다른 발병 원인이 있기 때문에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다양한 병의 원인을 다 고려해서 칵테일 치료 요법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현재까지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신경세포 안밖에 쌓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원래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덩어리를 이루면 오히려 신경세포에 손상을 준다.
타우 역시 신경세포의 구조를 유지하는 이음새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지만,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세포 내부에 쌓이면서 인지 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 타우 단백질 외에도 염증이나 대사질환, 미세아교세포 같은 면역 세포도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한 공략 대상이다.
묵 단장은 “치료제의 투과 경로를 바꾸거나 (뇌로 이물질 침입을 막는)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을 높이는 방법도 있고, 유전자 치료제나 면역 치료제 같은 다양한 치료제도 나올 수 있다”며 “지금은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앞으로는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신약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묵 단장은 인공지능(AI)이나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기술의 발전도 치매와의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AI와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면 정밀 의료로 효능 높은 치료제 개발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신약 개발 단계에서 AI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고, 기초연구에서 승인까지 가는데 AI가 도와줘서 승인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허준렬 미 하버드대 의대 면역학과 교수
“학계에서는 면역학과 신경학이 따로 발전했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는 두 시스템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신경면역계는 앞으로 뇌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강력한 열쇠가 될 것이다.”
허준렬 미국 하버드대 의대 면역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2회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 행사는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허준렬 교수는 신경계와 면역계를 연결 짓는 신경면역학 분야의 세계적인 의사과학자다. 신경면역학은 건강할 때와 질병이 있을 때 신경계와 면역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쉽게 말해 면역계가 뇌에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뇌 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면역계는 우리 몸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침입하면 이를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 이때 열이 나거나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허준렬 교수에 따르면 면역계는 병원체를 물리치는 것뿐 아니라 뇌 기능을 조절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는 몸이 안 좋을 때 아무리 좋은 미팅이라도 나가기 싫어지고 사람들을 만나기 싫어지는 것을 예로 들었다.
면역계는 병원체의 정체를 알기 전부터 사이토카인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한다. 원래 병원체를 공격한다고 알려졌는데, 뇌에서 사회성을 전담하는 영역의 활성도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이러한 신경면역계 활동이 망가지면 우울증이나 치매 같은 현대인이 겪는 뇌 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학계는 면역세포가 어떻게 뇌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었다.
허 교수는 “처음에 (신경면역학을 연구하는) 연구실을 열고 면역계가 뇌 기능이나 발달에 중요하다고 설명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요즘은 신경면역학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핫한 분야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조강연을 통해 허 교수는 신경면역학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전체 인구의 약 3% 정도가 겪는데, 대개 언어 능력과 학습능력, 사회성이 떨어지고 반복행동을 보인다.
최근 허 교수팀과 글로리아 최 미국 매사추세츠대(MIT) 교수 공동연구팀이 2152명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들 중 17%가 아파서 열이 날 때 자폐 증상이 호전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열이 날 때마다 건강한 아이처럼 말을 하거나 반복행동이 줄어드는 것이다.
허 교수는 “자폐 증상이 나아지는 현상은 열 자체가 아니라 면역계가 활동한 결과 중 하나”라며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인터류킨17(IL17)이 바로 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게 만든 마우스모델을 이용해 이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다른 쥐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하고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자폐 쥐에게 IL17를 주입하자, 이러한 자폐 증상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면역세포가 굳이 뇌 안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이러한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도 밝혀냈다. 연구결과, 뇌와 뼈 사이 뇌척수막에는 IL17를 분비하는 면역세포가 풍부했다. IL17은 뇌 안으로 들어가 뉴런(뇌세포)의 수용체에 붙었다. 즉, 뇌 밖에서 면역세포가 분비한 IL17가 뇌 안으로 들어가 뇌 기능을 조절하는 셈이다.
허 교수는 “자폐 뿐 아니라 치매, 우울증, 파킨슨병,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루게릭병) 등 다른 뇌 질환에 대해서도 사이토카인의 역할이나 수용체를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이들 연구 결과를 통해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신경면역계는 뇌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강력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HIF 2024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치매 연구 석학, 케이 조 영국 KCL 교수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게 고령화 사회입니다. 고령화 문제는 결국 치매와 알츠하이머, 퇴행성 질환과 연결되면서 사회적 비용 부담과 관련이 있습니다. 2000년까지는 성인 3.9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사회였는데, 2025년에는 2.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치매 연구 석학인 케이 조(Kei Cho)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KCL) 뇌과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의 첫 번째 기조연사로 나서서 알츠하이머와 관련한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케이 조 교수는 영국 브리스톨대, 킹스칼리지 런던 등에서 15년 동안 치매 분야를 연구한 세계적 석학이다. 2011년 영국왕립학회로부터 울프슨 연구 공로상(Wolfson Research Merit Award)을 동양인 최초로 수상했고, 2013년에는 한국-영국 신경과학 컨소시엄을 공동 설립해 현재 영국 치매연구소(DRI)에서 알츠하이머 병의 신경세포 간 연결(시냅스)의 약화에 대한 연구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영국, 일본의 제약사와 함께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도 진행 중이다.
케이 조 교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면서 알츠하이머 연구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일일이 논문을 검색하는 게 아니라 AI를 통해 휴먼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정보 수집 및 분석)을 진행했고, 병리적 현상의 시작은 신경세포 연결부인 시냅스의 기능 저하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에 대한 새로운 지식도 얻게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Aβ)와 타우 단백질이 신경세포에 쌓여 이상 현상이 발병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두 단백질이 엉겨 붙으면서 독성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케이 조 교수는 “실제로 타우를 관찰해보니 자극을 주면 ‘PHF 단백질’이 반응하고 자극을 주지 않으면 반응하지 않았다”며 “타우 단백질과 소통하는 시냅스가 병이 발생하는 원인이 될 것으로 보고 추가 연구를 했고, 시냅스가 약화되는 게 타우가 많이 붙게 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케이 조 교수는 타우 단백질이 시냅스에 붙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펩타이드(단백질 조각)의 존재를 발견하고, 지금은 저분자 등을 이용한 추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항체를 개발하고 있는데 저분자이고, 안전하다. 바이오마커(생체지표) 타깃도 돼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일본 제약사와 합작해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 조 교수는 “영국의 경우 치료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 미리 예방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며 “치매와 알츠하이머에 맞서기 위해 한국과 영국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조선비즈·보건산업진흥원 공동 주최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 주제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를 조망하는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이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막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이번 포럼의 주제는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다. 현재 국내 치매 환자 수는 100만명에 육박했다. 고령화 추세로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치매, 파킨슨병뿐 아니라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우울증, 불면증, 비만, 섭식장애 등을 해결할 열쇠도 신경과학에 달려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는 강연과 오픈토크 등 프로그램을 통해 인공지능(AI),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 혁신적인 기술과 신경 면역, 신경 재활 분야의 주요 연구 성과를 조명하고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도전 과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안상훈 의원, 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장, 김어수 세브란스병원 연구부원장,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 이영신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부회장,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홍준호 지아이노베이션 대표, 한용해 HLB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 장평주 GC부사장, 김범성 셀트리온 상무, 조재민 한국릴리 부사장 상무, 김주현 한국로슈 전무이사, 한정현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사업개발 및 라이선싱(BD&L) 헤드, 박소라 재생의료진흥재단 원장, 윤영미 대한약사회 수석 등 국회와 정부, 산업계,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영수 조선비즈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와 파킨슨병같이 노년층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는 신경질환이 늘고 있다”며 “이번 포럼은 신경과학으로 이런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부작용 없이 치료할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포럼이 ‘뇌’라는 블랙박스를 해독하고 한국 헬스케어 산업이 도약할 길을 찾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영상을 통해 “뇌와 신경은 들여다보기 쉽지 않은 만큼 관련 연구·기술개발 난도가 높아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정부는 2020년에 출범한 치매 극복 연구개발 사업단을 통해 9년간 1694억원을 투자해 치매 예방·진단·치료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작년부터 뇌졸중, 파킨슨병 등 주요 신경계 질환 극복을 위한 임상적 의료 기술 연구에 5년간 36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뇌수술을 비롯한 주요 질환에 대한 실습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진이 가상 환경에서 다양하게 수술을 연습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 의료가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증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우리 기업들도 신경과학의 혁신에 동참하고 있다”며 “뇌전증 혁신 신약 개발과 알츠하이머병 진단 인공지능 등에서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원장은 “보건산업진흥원도 신경과학 혁신의 글로벌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우리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오늘 포럼이 신경과학 기술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귀중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은 이번 포럼에 대해 “신경과학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고, 뇌 질환 극복의 도전과 기회를 탐색하며,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가져올 윤리적·규제적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장”이라고 호평했다. 왕 원장은 “한림원은 의학 발전과 국민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신경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연구의 발전을 지원하고,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기술 개발을 촉진하며, 연구자와 산업계, 그리고 정책 결정자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고령화 문제를 재정만으로는 풀 수 없다”며 “결국은 과학기술,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서 여러 미래를 위한 해결책이 나와야지 세금을 아끼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 기업이 함께 큰 기술 혁신에 빨리 올라타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축전을 통해 “국민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애쓰는 많은 분의 아이디어가 모여 보다 나은 국민 건강, 국민 삶의 질 향상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포럼이 개최해 진심으로 감사하고 축하한다”고 말했다.
9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3′
19개국, 25개 도시의 1만명을 대상 조사
“코로나19 위기 기회로 만들려면 제도 만들어야”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로 한국 의약품뿐 아니라 의료기기 인지도가 크게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전에는 의약품 수출이 의료기기를 앞섰는데, 한국 진단키트 인기로 의료기기가 의약품을 앞서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9일 서울시 중구 웨스턴조선 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서 한국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의 해외 소비자 인식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유럽과 호주로의 의약품과 의료기기 수출이 크게 늘었다. 한국의 바이오헬스에 대한 인지도도 크게 개선됐다. 백신의 경우도 선진국 유럽 국가들과 호주, 대만 쪽으로 많이 수출됐고. 진단키트도 미국과 대만, 일본으로 수출량이 늘어나면서 전체 의료기기 대비 10%에서 50% 가까이 늘었다.

진흥원은 19개국, 25개 도시의 1만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바이오헬스 제품에 대한 해외의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9000명 이상이 한국의 바이오헬스 이미지를 혁신적, 차별적, 품질과 기술력이 우수한 이미지라고 답했다. 지난해 한국 바이오헬스에 대한 인지도는 67.1%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 25%포인트 늘어났다.
해외에서 의약품에 대한 국가별 위상은 미국이 가장 컸고, 한국은 7위였다. 한국은 의료기기 위상도 7위를 차지했다. 의료 서비스는 5위, 화장품은 3위다. 이처럼 한국은 해외 소비자들에게 바이오헬스 위상이 높은 편이다.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가장 높은 곳은 일본이었고, 그 뒤를 태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가 뒤따랐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일본이 생각하는 한국 바이오헬스의 인지도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는 뜻이다. 이들에게 한국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효능과 안전성을 따졌다고 답했다.
한국에 대한 인식 변화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크게 나타났다. 한동우 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혁신기획단장은 “치료 목적으로 방한하는 외국인 환자들이 한국 의료 서비스에 대한 인식도 크게 좋아졌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들 국가가 느끼는 인식도와 실제 방문하는 수가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의료 서비스가 좋다고 느끼는 이유에 대해 이들은 최첨단 의료장비 등 우수성, 자국에 비해 저렴한 의료 비용, 우수한 치료기술과 병원 시설 등으로 답했다. 한 단장은 “특히 아시아권이나 아랍권에서 한국 바이오헬스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한류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 단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한국 제품을 구입하는 외국인들이 지인의 추천을 받아서 구입한 경우가 많았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이나 SNS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국산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수입한 국가와 양이 늘었다는 것은 구조적, 산업적, 체질적으로 변화가 일어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중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포럼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산업, 환경적인 변화에 적응하려면 법제도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그간 중국이 거물급으로 거대해지면서 미국에서 국가안보적인 법규제가 많이 생겨난 것을 예로 들었다. 특정 산업은 우리가 지키고 육성하고 중요한 기술들은 해외로 못나가게 막겠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의약품 하나가 만들어지려면 의학적 연구도 필요하지만 보건의료헬스케어 산업은 규제, 법 제도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것처럼 한국도 국내 자본과 미국 기업을 인수합병, 합작 벤처를 만들 때 비슷한 심사가 들어올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덕 한국외대 LT 학부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 때의 위기와 붕괴를 오히려 기회로 삼은 유럽을 예로 들었다. 강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국은 방역 조치를 할 때 유럽은 굉장히 많은 피해를 입었다”며 “백신이 나오기 전에는 이동 제한, 영업 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밖에 방법이 없었는데 유럽에서는 한국만큼 잘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경각심을 갖고 유럽 국가들도 방역 물자 수출을 금지하거나 공구를 제한했다”며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현재 유럽은 의료분야 특히 원료제품 공급망에서 굉장히 큰 경쟁력을 갖고 무역흑자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유럽연합에서 제약사 가이드라인 정책을 발표하면서 공급망 복원력을 핵심으로 했기 때문”이라며 “의료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는 경험을 토대로 오히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HIF 2023]
9일 복지부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서 공개
“공동 연구 통해 혁신 성과 창출 가능”
10년 이상 의사과학자 책임자로 해외 공동연구 지원
복지부, ‘보스턴 프로젝트’ 내년 604억원 편성
정부가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글로벌 공동연구 밑그림을 공개했다.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해 해외 의사과학자와의 공동 연구와 한·미 연구 중심병원의 협력 연구를 전폭 지원하기로 했다.
윤수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 바이오헬스 연구개발(R&D) 혁신 TF팀장은 9일 서울 웨스틴호텔에서 열린 ‘2023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는 글로벌 협력 공동연구를 활성화하고자 확대 지원하는 사업”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는 올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보스턴 방문을 계기로 마련된 R&D사업이다. 내년 R&D예산이 삭감되는 가운데, 복지부는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에만 604억원을 편성하며 관심을 끌었다.
미국은 보건의료 분야 최고 기술 보유국으로 통한다. 미국 보스턴은 그 중에서도 세계 최고 제약바이오 클러스터로 혁신의 중심지로 꼽힌다. 윤 팀장은 “보건 의료 기술 수준을 수치화하면, 미국에 비해서 유럽은 1.3년 뒤쳐졌고, 일본은 2.1년, 한국은 2.5년이 뒤쳐진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R&D는 제도적 한계로 인해 국내 연구진 위주로 지원이 이뤄지다보니 ‘갈라파고스식 연구’라는 지적이 있었다. 윤 팀장은 “글로벌 연구 협력 없이는 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극복하기 힘들지만, 정작 정부의 글로벌 협력 R&D 예산 비중은 5% 미만이었다”라며 “(보스턴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 연구진과 공동 연구로 선도형 R&D를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국립암센터(NCC)와 미국 국립암연구소(NCI)가 연구협력을 하기로 했고, 세브란스병원은 미국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와 학술 및 임상 연구 협력을 약속했다.
복지부는 큰 틀에서 글로벌 표준에 맞는 공동연구 활성화와 디지털바이오 핵심인력 양성, 기관 협력을 통한 핵심 기술 확보를 전략으로 내세웠다. 세부적으로 특화 연구소 지정, 디지털 바이오분야 글로벌 공동연구 지원, 의사과학자 글로벌 공동연구 지원, 연구중심병원 간 글로벌 협력연구, 한미 공동 암연구 등의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첨단 바이오 연구개발, 국제협력, 인력양성을 담당하는 특화연구소를 지정한다. 연구경력 10년 이상 의사과학자를 연구책임자로 한 연구팀이 해외 의학박사와 이공학 박사와 공동 연구를 할 경우 연구비를 지원한다. 또 미국 국립암연구소와 한국 국립암센터의 공동 연구를 추진한다.
복지부는 내달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한 이후 내년 상반기 중 과제를 공고할 예정이다. 윤 팀장은 “디지털바이오 혁신 중심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와 협력 연구를 통해 혁신 성과를 창출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