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보조 수단은 늘어날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가 충분히 늘어날 것이다.”
박형곤 딜로이트 컨설팅 파트너는 6일 조선비즈가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2024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에 연사로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고령화 사회와 신규 사업 기회’를 주제로 강연한 박 파트너는 “AI와 IT 설루션, 노령 인구 재교육 관련 산업과 기술 등 인구 노령화에 생산성을 대체할 수단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파트너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향후 소비 트렌드가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면 인구 감소로 인해 총 수요가 감소하고, 생산 가능 인구도 줄어서 생산 능력이 줄어들며, 이는 곧 가처분소득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결국 소비 규모가 감소함에 따라 미래 대비형 소비 특성이 대두되고, 주거나 에너지와 같은 생활에 필수적인 소비 트렌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파트너는 독일과 일본 등 고령화를 겪는 주요 국가들의 경우 노령 인구가 소비를 주도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우리나라는 노령층의 구매력이 타 연령층에 비해 낮은 모습을 보인다고도 설명했다. 실제로 경제개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23 연금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소득 수준과 금융자산이 낮아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박 파트너의 분석이다.
박 파트너는 “반면 독일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부를 축적한 상태로 노령 인구가 은퇴한 뒤 소비할 수 있는 관광과 보건 산업이 발달했고, 일본도 1970년대 전후로 고도 성장을 겪은 단카이 세대가 경제적 여유를 갖고 소비를 주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파트너는 국내에서 노동력 고령화로 인한 기업의 생산성 저하와 기술 인력에 대한 채용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에선 호봉제, 고용 경직성 때문에 고령층을 내보내거나, 현재 시장에서 기술 역량이 떨어지는 직원이 연봉을 더 받기도 한다”며 “기업은 필요 역량 대비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반대로 생산성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해외 정부와 기업에서는 고령화로 인한 노동난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은 고령자 노동시장 참여 확대 정책 등을 시행 중이다. 고령자 고용 안정법을 개정해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정년을 올리거나 정년제를 폐지하는 등 1개 방안을 선택해 노력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독일의 완성차 제조업체 BMW는 고령 근로자의 편의를 위해 공장 리모델링을 하면서 조명을 교체하고 고급의자와 확대경을 설치하고 있다. 노년 전문 의료진도 채용해 공장에 배치한다.
박 파트너는 “노령화를 고려할 때 소비 주체가 계속 변화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겪어야 한다”며 “다만 소비력을 가진 이들이 소비 트렌드를 계속 끌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K 2024′ 포럼 라운드 테이블 토론
6G 시대 다가오면서 위성 IT 서비스 주목해야
AI 결합한 위성, 양자 암호 기술로 보안 강화해야
우주 IT(정보기술) 서비스는 위성을 이용한 통신, 클라우드(가상서버), 인터넷 같은 서비스를 말한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영국의 원웹이 저궤도 통신위성들로 우주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구상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체 우주 산업에서 우주 IT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경일 KT샛 전무는 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스페이스K 2024′ 포럼에서 “우주 IT 서비스는 우리가 이미 누리고 있는 서비스들과 관계가 깊다”며 “우주라는 말을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일상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최 전무는 “이미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도 위성 서비스가 없다면 작동이 불가능하다”며 “위성에서 찍은 사진으로 일기 예보를 하거나 지구에서는 쉽게 닿지 못하는 곳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상에서 우주로 인터넷을 공급하는 것은 어렵지만, 반대로 우주 IT 서비스를 이용해 지상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아직 기술 개발이 끝나지 않아 한국에도 기회가 큰 산업 분야”라고 했다.
이날 토론에는 최 전무를 비롯해 이호진 인텔리안테크 부사장, 김영진 드림시큐리티 상무, 오일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이 함께 참여했다.
최근 저궤도 통신위성 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한국형 스타링크’ 사업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사업은 저궤도 위성통신의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고 2030년까지 6G(차세대 이동통신) 표준 기반의 저궤도 통신위성을 발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저궤도 위성은 지상과 삐른 속도로 통신할 수 있고 데이터 손실도 적어 우주 IT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기반 시설)로 꼽힌다.
이호진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국내 기업은 그동안 뛰어난 위성 부품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주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헤리티지(heritage·검증 이력)’를 쌓지 못해 해외에 진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위성 단말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없어 시험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는 세계 시장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우주 IT서비스의 보급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보안이다. 김 상무는 “먼 오지까지 IT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위성이 필수적이지만 무선 방식은 보안이 취약하다”며 “도감청을 당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8년 해커가 독일 위성의 자세 제어 권한을 탈취해 태양 쪽으로 카메라 방향을 돌려 고장이 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이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위성을 해킹해 통신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
김 상무는 “이제는 위성의 자세 제어 시스템을 해킹해 마비시키거나 떨어뜨리는 것도 가능해졌다”며 “우주 IT 서비스 시대에 대비해 보안 관련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우주 IT 서비스에 대한 해킹 사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뉴스페이스 시대에 민간 기업의 참여가 늘면서 해킹 시도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인공지능(AI), 양자 암호를 적용한 차세대 기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부사장은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앞으로는 AI를 탑재한 위성으로 우주에서 직접 이미지를 처리해 전송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우주에 기지국을 설치하는 형태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자 암호도 최근 위성 IT 서비스 보안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양자 암호는 양자 상태를 이용해 암호키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해킹이 불가능한 시스템으로 보안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은 양자 암호통신위성 ‘무쯔’를 이용해 7600㎞ 거리에서 파일을 비밀리에 주고 받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위성에서 전송한 양자키 신호는 구름, 공기 흐름에 영향을 받는 만큼 균일한 데이터 전송 방식이 가능해야 한다.
김 상무는 “위성은 지구 한바퀴 도는 데 90분에 불과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며 “위성을 쫓아가면서 신호를 받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기술 수준이 5~7년 뒤쳐져 있다”며 “상용 서비스와 안보 모두에서 보안이 중요한 만큼 선제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경일 전무는 “우주항공청 출범을 계기로 정부의 투자가 큰 과실을 맺을 수 있게 힘 써주길 기대한다”며 “정부가 공공구매를 진행해 위성 기업이 성장하고 수출을 활성화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상범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표준임원·전무가 “인공지능(AI)의 안전성 관리 체계에도 ‘표준’이 적용되고 있다”며 “기업들은 이런 표준이 갖고 있는 의미를 통해 책임 있는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함 전무는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인공지능 안전성과 표준’이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함 전무는 알파고와 챗GPT 등의 출현을 상징적 사건으로 들면서 “생성형 AI가 최근 2년 내 보여준 성과를 통해 인류에 앞으로 더 많은 기회와 동력을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생성형 AI가 전세계 공공 분야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힌디어·영어 외에도 100여가지 언어를 사용 중인 인도에서는 언어 소통의 어려움이 심각한 문제로 존재하는데, 인도 정부는 번역기 역할을 하는 챗봇을 개발해 공공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며 “아마존 열대 우림을 끼고 있는 콜롬비아·브라질에선 불법 수렵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감지하기 위한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사실이 아닌 사실을 믿게 만들거나, 특정 인종·종교에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생성형 AI에 대한 여러 우려사항과 문제점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며 “문제점이 확인되긴 했지만, AI가 여전히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한다면 ‘안전한 방향’으로 이를 사용하도록 하는 가드레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기술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것에 ‘표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인공지능법이나 영국의 AI 안전 서밋(AI Safety Summit) 등 각국의 이행 상황을 예로 들었다.
함 전무는 “특정 잘못된 학습 내용을 소거시키거나, 지식재산권·개인정보 문제가 생겨 다시 학습을 훈련시킬 때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이를 위해 나라간 협력을 통해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서비스를 제공·사용하는 기업들도 충분히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통신기술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이에 대처할 유연하고 기민한 정책·전략이 요구되며 여기엔 표준이 필요하다”며 “공적표준화 기구 이외에도 사실표준화(De Facto Standard) 기구, 그리고 표준화 기구는 아니지만 오픈소스 커뮤니티 또한 이런 전체적인 책임감 있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처음 열린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는 미래 첨단산업의 국제 표준 전략을 공론화하기 위해 조선비즈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공동 주최한 행사다.
"슈퍼앱을 통해 이용자는 한 곳에서 은행과 증권, 보험 등을 간편하게 이용한다. 다양한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금융사도 새로운 사업과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다."
오순영 KB국민은행 금융AI(인공지능)센터장이 AI가 폭 넓게 활용될수록 소비자와 금융사가 얻는 이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를 주제로 진행된 조선비즈의 ‘2024 미래금융포럼’에서 “금융사 입장에서 AI는 거들 뿐, 핵심은 데이터”라며 이 같이 말했다.
오 센터장은 2004년부터 17년 동안 한글과컴퓨터에서 일하며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오른 인물이다. 지난 2022년 KB국민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후, 현재는 금융에 AI 기술을 적용해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발굴하는 일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오 센터장은 과거에는 금융이 ‘파편화(化)’돼 있었다고 했다. 여러 금융사들의 플랫폼이 나눠져 있어 이용자들의 불편함이 컸고, 각 금융사들도 다른 업권 고객들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사들은 여러 금융 서비스가 통합된 슈퍼앱을 통해 고객들의 성향과 관심은 물론, 유행까지 파악할 수 있다”면서 ”간편하게 가치 있는 정보를 수집해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AI 기술로 고도화 된 금융 플랫폼의 영역이 비금융 서비스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국민지갑’을 사례로 제시했다. 국민지갑은 하나의 앱에 전자증명서, 각종 쿠폰, 전자문서 등을 담은 금융·비금융 통합 서비스다. KB국민은행은 국민지갑을 종합 생활 플랫폼으로 키우기 위해 최근 신규 서비스를 계속 추가하고 있다.
오 센터장은 “휴대전화에 국민지갑 앱만 깔려 있으면 여행을 갈 때 신분증과 항공권 없이도 비행기를 탈 수 있다”면서 “국민지갑의 서비스 질을 높이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는데 AI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KB국민은행의 ‘마이현금 개인화 서비스’도 금융사에서 AI가 활용되는 사례로 소개됐다. 그는 “AI 기술 장벽이 낮아지면서 이제는 누구나 손 쉽게 활용이 가능해졌다”면서 “고객들은 시기별로 자신의 소득과 소비 내역을 파악하고, AI 기술이 상담 서비스를 통해 자산 관리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 센터장은 금융에서 AI 기술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이용자가 늘수록 여러 사고와 문제점이 돌출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업종이든 AI와 관련한 윤리 기준과 바람직한 활용 방향을 먼저 규정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KB국민은행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 AI 정책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