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스페이스K 2024′ 포럼 개최
권오병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발표
“지구의 비즈니스 모델, 우주로 가져가야”

권오병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5일 조선비즈 '스페이스K 2024' 포럼에 참석해 우주 시대를 맞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경영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조선비즈
권오병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5일 조선비즈 '스페이스K 2024' 포럼에 참석해 우주 시대를 맞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경영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조선비즈

권오병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제는 우주경영학의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며 “우주 시대를 맞아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스페이스K 2024′ 포럼에서 ‘우주에서 시장을 탐색하는 사람들, K스페이스 워킹그룹’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 권 교수는 대학에서 경영정보학과 데이터 과학을 가르쳤지만, 지금은 우주경제를 가르치고 있다.

권 교수는 3년 전인 2021년 ‘K스페이스 워킹그룹’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경영학과 교수인 권 교수가 만든 모임이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지금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행사를 진행했다.

권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우주 비즈니스는 단순히 발사체나 탐사 임무를 넘어서 관광이나 물류, 의학, 농업 등 많은 분야가 관련돼 있다”며 “우주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꿔서 지구에서 쓰이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우주에서 실현하는 ‘프롬 어스 투 스페이스(From Earth To Space)’라는 비즈니스 방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위성영상 데이터를 이용해서 선물(先物) 시장에서 시장의 가격 변화를 예측하거나 우주 호텔, 우주 관광 같은 사례를 하나하나 들면서 우주 비즈니스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주에서 광물을 캐는 광산업(鑛産業)이 당장 가능성이 큰 산업”이라며 “달에는 핵융합 발전의 원료인 헬륨3가 100만t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구에서 1만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한국은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인 뉴스페이스를 늦게 시작해 관련 규제와 제도가 미비한 것도 큰 문제다. 권 교수는 “일본이나 미국, 룩셈부르크 같은 나라는 우주 채굴을 위한 법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우주자원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우주 미션은 실패할 수 있고, 중요한 건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않고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는 것”이라며 “경영학의 관점도 이제 우주경영학의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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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기자

‘스페이스K 2024′ 포럼 5일 개최
나라스페이스 “실패와 실수 용납하는 조직 문화 중요”
이노스페이스 “재사용 발사체 기술에서 유의미한 진전”

정훈 이노스페이스 연구개발본부장이 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스페이스K 2024' 포럼에 참석해 이노스페이스의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조선비즈
정훈 이노스페이스 연구개발본부장이 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스페이스K 2024' 포럼에 참석해 이노스페이스의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조선비즈

초소형 인공위성 스타트업인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와 우주발사체 스타트업인 이노스페이스는 한국에서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인 뉴스페이스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에 비해 우주개발의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 두 회사는 10년 가까이 사업을 이어가며 뉴스페이스 시대를 개척했다. 두 회사는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정훈 이노스페이스 연구개발본부장과 이성환 나라스페이스 기술이사는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스페이스K 2024′ 포럼에 참석해 한국의 뉴스페이스를 개척한 두 회사의 비전과 그간의 역경을 소개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작년 3월 시험발사체 ‘한빛-TLV’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린 민간 기업이 됐다. 정 본부장은 “과거 올드스페이스는 정부가 주도하면서 개발 기간이 길고 성공률이 중요했지만, 뉴스페이스는 기업이 주도하면서 단기간에 개발 비용을 줄이는 게 관건이 됐다”며 “과거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던 시장에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과거에 없던 새로운 시장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주산업 트렌드를 보면 소형 위성 발사가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중량 500㎏ 이하의 소형 위성이 2032년까지 4배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노스페이스가 집중하는 소형 발사체는 스페이스X의 팰컨9으로 대표되는 대형 발사체와 비교해 발사 준비 시간이 짧아서 소형 위성이 늘어나는 트렌드에 부합한다고 정 본부장은 말했다.

정 본부장은 최근 진행하고 있는 재사용 발사체 기술 개발 현황도 소개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로 재사용 발사체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현재 개발하고 있는 여러 우주발사체 가운데 ‘한빛R’은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적용하려고 한다”며 “지난 주에 와이어로 시연체를 묶어 놓고 재사용 발사 기술을 시험했는데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성환 나라스페이스 기술이사는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스페이스K 2024' 포럼에 참석해 우주 스타트업의 생존 비결을 소개했다./조선비즈
이성환 나라스페이스 기술이사는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스페이스K 2024' 포럼에 참석해 우주 스타트업의 생존 비결을 소개했다./조선비즈

초소형 위성 스타트업인 나라스페이스는 최근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작년 11월 국내 첫 상용 큐브위성인 ‘옵저버 1A’를 개발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큐브위성은 초소형 꼬마 위성으로 가로·세로·높이가 10㎝가 한 단위이다. 제작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준수한 성능을 낼 수 있어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성환 기술이사는 “2015년 설립 때 5명이었던 멤버가 이제는 53명으로 늘었고, 누적 투자 유치도 335억원 정도”라며 “한국에서 10년 동안 우주 스타트업으로 생존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미국 우주 스타트업인 아스트로디지털이 25㎏급 위성 발사를 한 이후로 많은 위성이 발사됐는데, 우리는 그 중에서도 일곱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며 “옵저버 1A는 지금까지 누적 지상 컨택이 1000회가 넘고, 지상으로 전송한 데이터도 130GB(기가바이트)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이사는 “한국에서 우주 스타트업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개개인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역할에 맞는 조직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실패와 실수를 허락하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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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기자

안형준 STEPI 연구위원 5일 스페이스K 포럼 기조 강연
“타 분야 기술과 융합 눈에 띄어”
“우주 개발, 연구개발에서 사업화 중심으로”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조선미디어그룹 경제전문 매체 조선비즈가 주최한 ‘스페이스K 2024’ 포럼에 기조 강연자로 나섰다. 안 연구위원은 "우주 분야에서는 개방형 혁신을 확대하기 위해 국가와 기술 간 경계를 허무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조선비즈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조선미디어그룹 경제전문 매체 조선비즈가 주최한 ‘스페이스K 2024’ 포럼에 기조 강연자로 나섰다. 안 연구위원은 "우주 분야에서는 개방형 혁신을 확대하기 위해 국가와 기술 간 경계를 허무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조선비즈

우주경제 시장 규모가 지금보다 최소 두 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우주발사체나 인공위성 같은 전통적인 하드웨어뿐 아니라 금융·의학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로 사업이 확장되고 있어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진다는 분석이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스페이스K 2024′ 포럼에서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위기로 경제 안보와 공급망 이슈가 중요해지면서 내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우주산업이 주목받고 있다”며 “우주에 기반을 둔 다양한 사업 영역의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우주경제는 1조8000억달러(2500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앞서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예상한 1000조원보다 2배 가까운 전망치다.

안 연구위원은 “우주 분야에서는 개방형 혁신을 확대하기 위해 국가와 기술 간 경계를 허무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의 융합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주에 클라우드(가상서버)를 올리거나 사이버 보안과 관련된 이슈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우주산업이 다른 산업과 융합하면서 급격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의미다.

안 연구위원은 “최근 발사체와 위성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된 위성영상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업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며 “우주산업이 확장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업의 약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안 연구위원은 “올해 국내에서 우주사업을 하는 424개 기업 정보를 얻어서 분석한 결과, 보험과 연금 같은 금융업 분야에서 우주 기업이 새롭게 출현했다”며 “기업들은 전자금융 컴퓨터 기술과 관련해 우주 분야를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조선미디어그룹 경제전문 매체 조선비즈가 주최한 ‘스페이스K 2024’ 포럼의 패널 토론 모습. 왼쪽부터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 채드 앤더슨(Chad Anderson) 미국 스페이스캐피털 최고경영자(CEO), 이성문 우주로테크 대표, 임동주 브랙스스페이스 대표,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조선비즈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조선미디어그룹 경제전문 매체 조선비즈가 주최한 ‘스페이스K 2024’ 포럼의 패널 토론 모습. 왼쪽부터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 채드 앤더슨(Chad Anderson) 미국 스페이스캐피털 최고경영자(CEO), 이성문 우주로테크 대표, 임동주 브랙스스페이스 대표,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조선비즈

국내외 우주 전문가들은 이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탐색을 주제로 열린 토론에서 한국이 우주경제에서의 기회를 잡기 위해 새로 개청한 우주항공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채드 앤더슨 미국 스페이스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예산과 민간이 결합해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213,500원 ▲ 4,000 1.91%) 전무도 “우주 사업은 연구개발(R&D) 중심에서 사업화 중심으로 옮겨갔다”며 “우주항공청이 제도와 법을 면밀히 살피고 우주경제로 갈 수 있도록 조치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주 인프라가 늘면서 국내 우주기업들의 사업 기회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 제약사 보령과 미국 우주기업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의 합작법인 브랙스스페이스의 임동주 대표는 “인간 건강을 책임지는 헬스케어 회사로서 우주의학 기업들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휴먼인스페이스(Humans In Space) 챌린지를 열고 있다”며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의학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쓰레기 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우주로테크 이성문 대표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우주 물체 관리를 강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지 못했을 때 벌금까지 내야 한다”며 “위성을 폐기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개발해 벌금이나 보험 가입보다 저렴한 해결책을 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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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복규 기자

=이병철 기자

=홍아름 기자

‘스페이스K 2024’ 포럼 키노트 강연
우주인사업단장 지낸 최기혁 항우연 책임연구원
“2040년 ‘문 이코노미’ 시대 열린다…한국도 대비해야”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5일 “우주에서 사람이 거주할 때 필요한 무선 와이파이, 로봇,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은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라며 “한국도 우주경제를 실현할 유인 우주프로그램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책임연구원은 이날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스페이스K 2024′ 포럼에서 “우주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선진화하려면 유인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책임연구원은 항우연에서 우주인사업단을 지내며 한국 최초의 우주인 육성 사업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5일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스페이스K: 리부트'에서 "우주 산업을 육성하려면 우주인 양성이 필수적"이라며 "한국도 제2의 우주인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조선비즈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5일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스페이스K: 리부트'에서 "우주 산업을 육성하려면 우주인 양성이 필수적"이라며 "한국도 제2의 우주인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조선비즈

발사체는 우주개발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실제 우주산업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에 불과하다. 위성 생산도 3% 미만에 머문다. 반면 통신과 데이터, 위성항법장치(GPS) 같은 우주 서비스 분야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최 책임연구원은 “통신과 데이터 같은 기술은 유인 탐사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할 수 있어 우주경제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산업은 반도체와 비슷한 4500억 달러(약 6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2022~2023년 예산의 절반 수준인 125억달러(약 17조원)를 유인 프로그램에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최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한국도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유인 우주선 개발, 화성 탐사 같은 유인 프로그램을 포함시켰다. 그는 “2040년에는 달에 인간 거주를 위한 인프라(기반 시설)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이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우주인이 우주에 거주하면서 새롭게 열릴 산업 분야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 산업에서 우주를 주목하고 있는 만큼 식량, 반도체, 배터리 산업도 우주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달에서 새로운 경제 환경이 마련되는 ‘문 이코노미(Moon economy, 달 경제)’가 열릴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책임연구원은 “제2의 우주인을 육성해 지구 저궤도 우주정거장에서 과학 연구,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전문가로 키워야 한다”며 “우주에서 장기 체류를 위한 의학 연구나 산업에도 활발히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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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기자

=송복규 기자

5일 ‘스페이스K 2024’ 포럼 기조 강연
스페이스X 투자한 스페이스 캐피털 CEO
우주경제 성장 내다본 대표적 엔젤 투자자

채드 앤더슨(Chad Anderson) 미국 스페이스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5일 열린 '스페이스K: 리부트'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조선비즈
채드 앤더슨(Chad Anderson) 미국 스페이스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5일 열린 '스페이스K: 리부트'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조선비즈

세계적인 우주 엔젤 투자가인 채드 앤더슨(Chad Anderson) 미국 스페이스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5일 “가까운 미래에 우주산업은 수조달러 규모로 커지면서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성장 속도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앤더슨 CEO는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스페이스K 2024’ 포럼에서 “각국 정부와 기업은 우주 공간을 일생일대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앤더슨 CEO는 이날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인 뉴스페이스 시대의 창업 지형’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그는 이달 초 우주경제의 의미와 전략, 현황을 소개하는 책 ‘우주경제’를 국내에 출판했다.

앤더슨 CEO는 일찍이 우주산업의 가능성을 본 우주 경제의 리더 중 한 명이다. 앤더슨 CEO가 2012년 설립한 스페이스 캐피털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군집위성 서비스 기업인 플래닛랩스, ‘차세대 스페이스X’로 불리는 소형발사체 개발사인 로켓랩과 같은 도전적인 우주 벤처에 초창기부터 투자했다.

앤더슨 CEO는 “지난해 금융 시장은 주요 은행 파산으로 쉽지 않았지만 우주 경제는 크게 성장했다”며 “꾸준한 수요를 기반으로 투자가 활발했고, 기존 인프라가 무용지물이 될 정도로 빠른 발전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 캐피털이 분기별로 작성해 공개하는 ‘스페이스 아이큐(Space IQ)’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 세계의 2000개에 이르는 우주기업에 3000억달러(약 412조원)가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앤더슨 CEO는 “우주 관련 기술이 수조달러의 가치를 형성할 정도로 전 세계 산업에 가져오는 혜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앤더슨 CEO는 대표적인 사례로 위성항법장치(GPS)를 꼽았다. 앤더슨 CEO는 “GPS는 우주산업을 넘어 다양한 산업에서 수조달러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군용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물류부터 게임, 증강현실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통신 분야도 최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앤더슨 CEO는 “스페이스X의 우주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는 최근 기존 서비스를 뛰어넘는 신개념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글로벌 농업기계 기업인 존디어가 위성통신 기술을 농기계 운용에 활용하고 농민들에게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점점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앤더슨 CEO는 “우주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 인프라는 구시대적인 인프라가 됐다”며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우주 기술이 국가와 경제 안보에 중요한 만큼 경제산업 분야에서 보이지 않는 중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주 분야는 차세대 수천조원 단위의 산업이 될 것”이라며 “위성통신과 GPS와 같은 혁신의 디딤돌을 이미 마련한 만큼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지고, 탐사 경쟁이 심화되면서 새 시장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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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아름 기자

=송복규 기자

美·中·日·EU, 비슷한 시기 일제히 표준 전략 발표
첨단산업 기술 패권 잡기 위한 표준 선점 경쟁 치열
韓정부도 ‘첨단산업 국가표준 전략’ 곧 발표
“미래 기술 주도권 잡기 위해선 표준 적극 활용해야”

[편집자주]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으로 대표되는 녹색 전환, 경제 안보를 내세운 공급망 재구축 등 세계 경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선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들 전장의 최전선에 ‘표준’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호환성을 목표로 만들어진 ‘표준’이 경쟁상대의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첨단산업 표준 경쟁에서 도태된다는 것은 기술 우위를 빼앗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술 대한민국의 첨단산업 표준전략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조선비즈는 국가기술표준원, 한국표준협회와 함께 한국의 표준 현황을 점검하고, 신전략을 모색한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일러스트=챗GPT 달리3

지난해 5월 미국 정부는 기술 표준 주도권 확보가 필요한 통신, 반도체, AI 등 주요 8대 분야에 대한 ‘핵심 신기술 국가표준 전략(US Government National Standards Strategy for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ies)’을 발표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도해 발표한 미국의 국가표준 전략에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가 대거 반영됐다. 백악관은 국가표준 전략에서 “중국이 자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이용하여 중국의 표준에 대한 타국의 지지를 유도 또는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은 동맹국 및 파트너와 함께 기술적 장점과 공정한 절차를 기반으로 국제표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미국의 표준정책 발표 3개월 후인 8월, 중국은 신산업 표준화 방안(China Standards 2035)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8대 신흥산업과 9대 미래산업 분야의 표준을 마련해 발표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일본은 같은 해 6월 범부처 과학기술 및 혁신 정책을 구체화한 통합혁신전략 추진 방안을 수립했다. 양자기술, 통신, 반도체 등 첨단 분야 R&D 과정에서 국제표준화 방안을 제시하도록 해 표준을 통한 기술의 상용화를 촉진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일본의 표준 전략은 그동안 ‘표준 수용 국가(rule taker)’의 위치에서 ‘표준 개발국가(rule maker)’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EU는 이보다 앞선 2022년 3월 ‘EU 표준화 전략’을 수립하고, 첨단기술 분야의 전략적 표준화 우선순위를 선정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주요 국가들이 하나같이 비슷한 시기에 표준 전략을 발표한 까닭은 무엇일까.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 원장은 14일 “R&D를 통해 확보한 자국의 기술 경쟁력을 국제 표준으로 삼아 기술 우위를 계속 유지하려는 것”이라며 “표준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ISO 제공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ISO 제공

◇ 반도체 패권 경쟁, AI 국제 표준 경쟁으로 이어져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세상의 변화도 빨라지고 있다. 2017년 디지털 기술 및 서비스 시장의 규모는 1조달러 수준에 그쳤으나, 2026년에는 3조4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AI 산업에 대한 표준 수립이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가 가입자 100만명을 모으는 데 150일이 걸렸다. 인스타그램은 75일이 걸렸다. 하지만 챗GPT는 고작 5일이 걸렸다”라며 “이러한 급성장은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과 함께 AI 개발을 위한 표준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3대 국제표준화기구도 ‘표준이 책임감 있고 안전하며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을 위한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이라며 AI에 대한 표준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AI는 향후 가전, 모바일, 자동차 등 다양한 제품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최근 들어선 제품에 내장돼 클라우드 없이 작동하는 ‘온 디바이스 AI’가 주목받고 있다. 이를 위한 AI 반도체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I 반도체가 AI 국제표준이 없는 채로 개발될 경우, 수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조성환 ISO 회장은 “반도체 선진국인 한국이 반도체 패권을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유지하려면 AI 국제 표준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22일 서울에서 ISO와 IEC 등 국제 표준 기구들이 인공지능(AI) 표준과 관련해 논의를 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 제공
지난 4월 22일 서울에서 ISO와 IEC 등 국제 표준 기구들이 인공지능(AI) 표준과 관련해 논의를 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 제공

◇ 녹색 전환·경제 안보 분야에서도 뜨거운 감자 된 ‘표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녹색 전환 역시 표준 논의가 시급한 분야로 거론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파리협정에 복귀했다.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정책도 빨라지고 있다.

제품별 탄소배출량 산정, 청정에너지 사용 확대, 제조‧운송 등 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탄소 저감 등 탄소 중립 달성에도 다양한 국제표준이 필요하다. 현재 93개국이 참여 중인 ISO 순환경제기술위원회를 중심으로 녹색 전환과 관련한 국제표준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들어선 경제 안보 이슈 안에서 표준이 논의되고 있다. 자국보호주의 무역 기조가 강해지면서, 주요국이 표준 협력을 동맹국이나 우방국의 지지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연이어 국가 표준 전략을 발표한 것 역시 기술 패권을 상대국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국제 표준 경쟁이 치열해지는 지금 한국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한국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2000년부터 국제표준화 활동을 강화해 왔다. 2001년부터는 국가표준기본법에 따라 매 5년 단위로 국가표준 기본계획을 수립해 발표하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은 매년 국제표준을 80여건 제안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인 최초로 조성환 회장이 ISO 회장으로 선출되는 등 국제무대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부턴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정보기술 등 12개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국가 표준 전략’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국가기술표준원과 한국표준협회는 오는 21일 열리는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을 발표한다. 이번에 발표되는 표준화 전략에는 ▲표준화 추진 기술 ▲국제 표준 협력 ▲표준 전문 인력 양성 방안 등이 담길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의 기술혁신과 기술의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산업정책은 표준화 전략과 연동돼야 한다”면서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은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로서 표준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4 표준포럼

=윤희훈 기자

표준 분야 전문가 좌담회
표준 선도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 제언
“표준으로 기술 선점한 기업, 시장 지배력 인정해야”

5월 9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손승우 두산에너빌리티 부사장, 임채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진종욱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 이정준 LS일렉트릭 고문,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 이해성 전주대 교수. /박상훈 기자
5월 9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손승우 두산에너빌리티 부사장, 임채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진종욱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 이정준 LS일렉트릭 고문,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 이해성 전주대 교수. /박상훈 기자

빠르게 발전하는 첨단산업 분야의 표준 패권을 두고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과거 기술 영역으로 다뤄졌던 표준은 이제 기술패권 경쟁의 수단이 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기후 위기 등 산업 구조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국도 전략적인 표준화 추진이 시급한 상황이다.

표준 패권의 시대, 한국의 표준 전략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조선비즈는 정부와 기업, 학계 등 전문가 6인을 초청해 한국의 첨단산업 표준 전략의 미래를 논의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지난 9일 서울 역삼동 조선 팰리스 강남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 진종욱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 손승우 두산에너빌리티 부사장, 이정준 LS일렉트릭 고문, 이해성 전주대 교수가 참여했다. 좌담회 진행은 산업부 관료 출신으로 지식경제부 차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임채민 법무법인 광장 고문이 맡았다.

임채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법무법인 광장 고문)이 9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 좌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임채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법무법인 광장 고문)이 9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 좌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참석자들은 표준 경쟁이 치열해진 지금 “중장기적으로 끌고 나갈 표준 전략이 필요하다”(진종욱 원장)며 “기술 강국 대한민국이 향후 첨단산업에서 초격차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선 국제 표준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이해성 교수)고 강조했다.

표준 분야에 대한 기업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인센티브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이정준 고문은 “기술을 개발해 표준까지 제안한 기업에 대해선 해당 분야에서 일정 기간 선점할 권리를 인정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좌담회 전문.

임채민 고문(이하 좌장) : 지금 세계는 바야흐로 ‘변화의 시대’이다. 변화가 빠르다는 수준을 넘어 변덕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표준의 역할과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기업도 생존을 위해서는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표준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표준에 대한 새로운 룰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박상훈 기자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박상훈 기자

진종욱 원장 :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나아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혁명을 통한 산업 대전환을 앞둔 상황에서 기술 경쟁의 주요 수단인 표준 부분으로까지 국가 간 경쟁이 확대됐다. 지난해 미국이 백악관에서 국가표준화 전략을 발표했으며, 중국도 표준전략을 새롭게 내놨다.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표준 분야까지 확산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단기적인 대응책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끌고 나갈 표준 전략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현재 정부는 기술혁신과 세계시장 선점을 지원하기 위해 12개 첨단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국가표준화전략을 마련했다. 이번 표준화 전략의 차별화 요소는 민간 주도의 표준화 추진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정부 정책은 공공에 방점을 두면서 실행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또한 한번 수립한 전략을 줄기차게 밀고 나가기보다는, 기술 변화에 대응해 전략을 현행화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차별화 포인트다.

좌장 : 민간 참여를 유도하고 상시로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는 표준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우리는 이렇게 준비하고 있는데, 외국은 어떻게 대비를 하고 있나.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박상훈 기자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박상훈 기자

조성환 회장 : 과거 표준의 목표가 공익에 중점을 뒀다면, 지금 트렌드는 미래 사회를 주도하고, 기술 발전을 대비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우리가 강대국이라고 부르는 선진국들이 표준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국제 표준 논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북미권, 유럽권,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권역까지 총 3개의 권역이 숨 막히는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ISO 회장으로서 국제표준화 기구를 이끌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좌장 : 한국의 표준 경쟁 참여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오늘이 가장 빠른 날’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학계에서는 표준 논의를 어떻게 보고 있나.

이해성 교수 : 우리나라는 학계에서도 표준의 중요성을 인식한 게 얼마 되지 않는다. 과학 분야에서는 나노 소재의 기준이 논란이 되면서 표준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이 커졌다. 당시 국제 콘퍼런스에서 나노 표준 범위가 100나노미터(㎚) 이하이므로 100.1㎚는 나노 영역이 아니라고 결론이 난 것이다.

이해성 전주대 신소재화학공학과 교수. /박상훈 기
이해성 전주대 신소재화학공학과 교수. /박상훈 기

이러한 논의 과정을 보면서 표준이 특정 산업의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시장 접근의 제한으로 작용한다고 인식하게 됐다. 따라서 최근 학계에서는 표준 영역에서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과거 우리 기업들은 미국이나 일본의 기술을 벤치마킹해 빨리 따라잡는 ‘세컨드 무버’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 일류 기술 보유국이 됐다. 표준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쥐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좌장 : 기업 입장에선 표준 정책과 관련해 정부의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손승우 두산에너빌리티 부사장. /박상훈 기자
손승우 두산에너빌리티 부사장. /박상훈 기자

손승우 부사장 : 기업은 기본적으로 ’표준’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타사와 차별화를 하려고 한다. 표준 분야가 공정한 경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든 기업이 독점 시장을 꿈꾼다. 기업은 ’하지 말라’고 해도 돈을 벌기 위해 자기 기술로 차별화하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표준을 앞세워 기존 시장의 진입을 막고, 시장을 규제하는 데 활용하려고 한다. 대부분의 선도국은 표준이라는 이름으로 소재를 제한하거나 규정을 신설해 자국산 소재나 제품만 쓸 수 있게 한다. 우리도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정준 고문 : 국내 기업 중에선 우리 회사가 표준 분야에서 체계적인 접근을 하는 편이다. 표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업이지만, 여전히 전략적으로 어떻게 시장을 주도할지에 대해선 부족한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시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품개발과 시장출시에 드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이러한 적시성(time to market)을 위한 표준의 역할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LS일렉트릭은 확보한 기술을 적시에 표준 구축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패스트 센터’를 운영 중이다. 모든 과정을 신속하게 해야만 시장이 원하는 속도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도 글로벌 표준 동향을 기업에 전달하는 역할을 늘렸으면 한다.

좌장 : 이러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우려면, 우리의 기술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또 세계 각국이 표준이라는 이름으로 실시하는 규제에 대해서도 정확히 파악하고, 제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조성환 : 표준 영역과 기술 영역을 잘 구분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표준화 전략을 수립하고, 첨단 산업군에서 산업정책, R&D 및 표준전략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 역할의 핵심이 돼야 한다.

좌장 : 국가 R&D 과제를 수행하면서 바로 표준 수립으로 이어지도록 프로토콜을 갖춰야 하는 것 아닌가.

조성환 : 정책 수립 과정에서부터 기업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을 핵심 사안으로 고려해야 한다. 삼성과 SK, 현대, LG 등 국내 대기업은 매년 수십조원을 R&D에 투자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협업을 하니 참 편하다’는 반응이 기업에서 나와야 한다. 그런데 특정 사례를 보면 세제 혜택을 얼마 해주겠다면서 수백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한다. 그런 절차나 후속 조치가 까다로워서 ‘안 받으면 그만’이라는 기업도 많다.

이정준 LS일렉트릭 고문. /박상훈 기자
이정준 LS일렉트릭 고문. /박상훈 기자

이정준 : 기본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표준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 표준화 전략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우리 회사조차 회사 내 표준 관련 부서가 없다. 기업들의 관심을 끌어올리려면, 기업이 표준을 만들어 개발한 시장에 대해선 일정 기간 시장 지배력을 인정하고, 기업들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성환 : 맞는 말이지만 참 쉽지 않은 이야기다. 선제적인 R&D로 기술을 확보했더니, 중소기업과 상생하라며 기술을 공유하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과감한 투자로 기술을 개발했는데, 시장에서 규제하면 기업만 손해를 입게 된다.

이해성 : 미국의 경우, 기술을 개발하고 표준을 수립한 기업에 대해선 몇 년간 해당 시장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상업적 이익을 보장함으로써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것이다. 미국의 사례를 연구해 국내 적용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좌장 : 의미 있는 이야기이다. 우선 정부는 지속적인 표준정책 홍보를 통해 표준에 대한 우리 기업의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 제언처럼 표준화 수단으로 배타적인 성공을 이루는 기업의 사례를 전파하는 것도 충격요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국표원을 중심으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첨단산업 분야의 국가표준화 전략을 수립해서 발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산업계 전반으로 표준화 인프라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2024 표준포럼

#윤희훈 기자

함상범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표준임원·전무가 “인공지능(AI)의 안전성 관리 체계에도 ‘표준’이 적용되고 있다”며 “기업들은 이런 표준이 갖고 있는 의미를 통해 책임 있는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함 전무는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인공지능 안전성과 표준’이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함상범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표준임원·전무가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비즈DB
함상범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표준임원·전무가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비즈DB

함 전무는 알파고와 챗GPT 등의 출현을 상징적 사건으로 들면서 “생성형 AI가 최근 2년 내 보여준 성과를 통해 인류에 앞으로 더 많은 기회와 동력을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생성형 AI가 전세계 공공 분야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힌디어·영어 외에도 100여가지 언어를 사용 중인 인도에서는 언어 소통의 어려움이 심각한 문제로 존재하는데, 인도 정부는 번역기 역할을 하는 챗봇을 개발해 공공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며 “아마존 열대 우림을 끼고 있는 콜롬비아·브라질에선 불법 수렵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감지하기 위한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사실이 아닌 사실을 믿게 만들거나, 특정 인종·종교에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생성형 AI에 대한 여러 우려사항과 문제점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며 “문제점이 확인되긴 했지만, AI가 여전히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한다면 ‘안전한 방향’으로 이를 사용하도록 하는 가드레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기술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것에 ‘표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인공지능법이나 영국의 AI 안전 서밋(AI Safety Summit) 등 각국의 이행 상황을 예로 들었다.

함 전무는 “특정 잘못된 학습 내용을 소거시키거나, 지식재산권·개인정보 문제가 생겨 다시 학습을 훈련시킬 때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이를 위해 나라간 협력을 통해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서비스를 제공·사용하는 기업들도 충분히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통신기술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이에 대처할 유연하고 기민한 정책·전략이 요구되며 여기엔 표준이 필요하다”며 “공적표준화 기구 이외에도 사실표준화(De Facto Standard) 기구, 그리고 표준화 기구는 아니지만 오픈소스 커뮤니티 또한 이런 전체적인 책임감 있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처음 열린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는 미래 첨단산업의 국제 표준 전략을 공론화하기 위해 조선비즈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공동 주최한 행사다.

#2024 표준포럼

=박소정 기자

최종찬 국가기술표준원 자율차 국가표준코디네이터가 “미래차 같은 완전히 새로운 시장의 경우, 백지에 산업을 새로 그리는 격”이라며 “해당 세계의 표준이 있어야만 관련 인프라 등이 구축될 수 있다”고 했다.

최 코디네이터는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미래차 중점 표준화 계획’이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종찬 국가기술표준원 자율차 국가표준코디네이터가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비즈DB
최종찬 국가기술표준원 자율차 국가표준코디네이터가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비즈DB

그는 “구글이 처음 자율주행차 콘셉트를 발표하고 테슬라가 새로운 콘셉트의 차를 양산하기 시작했을 때 어떤 기업은 기존 자동차의 연장선상으로 봤을 것이고, 어떤 기업은 완전히 새로운 시장으로 바라봤을 것”이라며 “완전히 새로운 시장으로 이를 바라본다면 표준이 할 일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CV(Connected Vehicle·커넥티드카)를 예로 들면 이에 대한 VTX(근거리통신망)란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통신·보안·데이터 등과 관련한 이 세계의 표준이 없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인프라 구축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 코디네이터는 “표준 정책 전략을 만들려면 국가 정책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발표한 ‘주력산업 고도화’, ‘신성장 4.0 전략’, ‘자동차 산업 글로벌 3강 전략’ 등 미래차와 관련한 국가 전략 곳곳에 표준화에 대한 이슈가 녹아들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ISO(국제표준화기구), UNECE(유엔 유럽경제위원회) 등 단체와 일본·독일 등 여타 국가의 국제 표준화 활동도 다면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국표원은 현재 미래차 표준화와 관련해 4대 전략, 11대 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산업역량 강화를 위한 국가표준 제정 30건, 국제표준 선도를 위한 국제표준 제안 41건을 목표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장을 구축해 갈 때 어떻게 스케치를 하고, 색감을 입힐지 그 가이드를 표준이 제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안정적이고 경쟁적인 글로벌 산업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이어 “논문은 실험실에서 나올 수 있지만, 표준은 그럴 수 없다”며 “공론화의 장에서 토론을 거쳐야 표준은 비로소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다. 오늘 포럼 같은 논의의 장이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 처음 열린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는 미래 첨단산업의 국제 표준 전략을 공론화하기 위해 조선비즈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공동 주최한 행사다.

#2024 표준포럼

=박소정 기자

김덕기 세종대 교수, ‘차세대 반도체 중점 표준화 계획’ 발표
첨단패키징, 소부장 기술 R&D와 연계

김덕기 세종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가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차세대 반도체 중점 표준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조선비즈DB
김덕기 세종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가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차세대 반도체 중점 표준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조선비즈DB

한국의 핵심산업인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 민관이 미래 반도체 기술 표준화 활동을 추진한다. 정부는 국내 선도 기술의 글로벌 시장 확산을 위해 기업·학계와 협력해 2030년까지 반도체 첨단패키징 등 35건의 국제표준을 공식 제안할 방침이다.

김덕기 세종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차세대 반도체 중점 표준화 계획’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반도체 분과를 맡고 있다.

정부는 미래선도 반도체 기술 표준화 과제로 ▲첨단 패키징 기술 표준화 ▲국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표준화 ▲에너지·모빌리티용 초고전압 화합물 전력 반도체 표준화를 잡았다.

첨단 패키징 기술 표준화 부분에선 ‘3차원 패키징 기술’과 ‘칩렙 패키징 기술’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3차원 패키징은 반도체의 고집적화를 위해 여러 웨이퍼층을 쌓아 하나의 칩에 여러 기능을 집적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칩렙 패키징은 이종 반도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기술을 말한다. 인접 칩간의 전자기파를 제어하는 등 고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반도체 소부장 표준화로는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초고해상도 BEUV(초극자외선)용 소재의 국산화와 함께 표준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전력반도체와 인공지능(AI)반도체 등 고성능 반도체의 열을 효과적으로 분산하는 방열소재도 표준화의 대상으로 삼았다.

신기술 반도체 분야로는 AI 반도체용 신기술(뉴로모픽) 반도체의 표준화를 추진한다. 인간 두뇌의 신경세포 정보처리 방식을 반도체에 접목시켜 인지와 학습, 추론 등 고차원적 사고를 수행하는 뉴로모픽 소자의 표준화를 추진하는 게 핵심이다.

김 교수는 “차세대 반도체 중점 표준화 계획의 핵심은 연구개발(R&D)과 표준, 특허를 연계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표준 활용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4 표준포럼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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