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3′
19개국, 25개 도시의 1만명을 대상 조사
“코로나19 위기 기회로 만들려면 제도 만들어야”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로 한국 의약품뿐 아니라 의료기기 인지도가 크게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전에는 의약품 수출이 의료기기를 앞섰는데, 한국 진단키트 인기로 의료기기가 의약품을 앞서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9일 서울시 중구 웨스턴조선 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서 한국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의 해외 소비자 인식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유럽과 호주로의 의약품과 의료기기 수출이 크게 늘었다. 한국의 바이오헬스에 대한 인지도도 크게 개선됐다. 백신의 경우도 선진국 유럽 국가들과 호주, 대만 쪽으로 많이 수출됐고. 진단키트도 미국과 대만, 일본으로 수출량이 늘어나면서 전체 의료기기 대비 10%에서 50% 가까이 늘었다.
진흥원은 19개국, 25개 도시의 1만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바이오헬스 제품에 대한 해외의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9000명 이상이 한국의 바이오헬스 이미지를 혁신적, 차별적, 품질과 기술력이 우수한 이미지라고 답했다. 지난해 한국 바이오헬스에 대한 인지도는 67.1%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 25%포인트 늘어났다.
해외에서 의약품에 대한 국가별 위상은 미국이 가장 컸고, 한국은 7위였다. 한국은 의료기기 위상도 7위를 차지했다. 의료 서비스는 5위, 화장품은 3위다. 이처럼 한국은 해외 소비자들에게 바이오헬스 위상이 높은 편이다.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가장 높은 곳은 일본이었고, 그 뒤를 태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가 뒤따랐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일본이 생각하는 한국 바이오헬스의 인지도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는 뜻이다. 이들에게 한국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효능과 안전성을 따졌다고 답했다.
한국에 대한 인식 변화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크게 나타났다. 한동우 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혁신기획단장은 “치료 목적으로 방한하는 외국인 환자들이 한국 의료 서비스에 대한 인식도 크게 좋아졌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들 국가가 느끼는 인식도와 실제 방문하는 수가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의료 서비스가 좋다고 느끼는 이유에 대해 이들은 최첨단 의료장비 등 우수성, 자국에 비해 저렴한 의료 비용, 우수한 치료기술과 병원 시설 등으로 답했다. 한 단장은 “특히 아시아권이나 아랍권에서 한국 바이오헬스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한류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 단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한국 제품을 구입하는 외국인들이 지인의 추천을 받아서 구입한 경우가 많았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이나 SNS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국산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수입한 국가와 양이 늘었다는 것은 구조적, 산업적, 체질적으로 변화가 일어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중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포럼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산업, 환경적인 변화에 적응하려면 법제도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그간 중국이 거물급으로 거대해지면서 미국에서 국가안보적인 법규제가 많이 생겨난 것을 예로 들었다. 특정 산업은 우리가 지키고 육성하고 중요한 기술들은 해외로 못나가게 막겠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의약품 하나가 만들어지려면 의학적 연구도 필요하지만 보건의료헬스케어 산업은 규제, 법 제도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것처럼 한국도 국내 자본과 미국 기업을 인수합병, 합작 벤처를 만들 때 비슷한 심사가 들어올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덕 한국외대 LT 학부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 때의 위기와 붕괴를 오히려 기회로 삼은 유럽을 예로 들었다. 강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국은 방역 조치를 할 때 유럽은 굉장히 많은 피해를 입었다”며 “백신이 나오기 전에는 이동 제한, 영업 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밖에 방법이 없었는데 유럽에서는 한국만큼 잘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경각심을 갖고 유럽 국가들도 방역 물자 수출을 금지하거나 공구를 제한했다”며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현재 유럽은 의료분야 특히 원료제품 공급망에서 굉장히 큰 경쟁력을 갖고 무역흑자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유럽연합에서 제약사 가이드라인 정책을 발표하면서 공급망 복원력을 핵심으로 했기 때문”이라며 “의료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는 경험을 토대로 오히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HIF 2023]
9일 복지부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서 공개
“공동 연구 통해 혁신 성과 창출 가능”
10년 이상 의사과학자 책임자로 해외 공동연구 지원
복지부, ‘보스턴 프로젝트’ 내년 604억원 편성
정부가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글로벌 공동연구 밑그림을 공개했다.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해 해외 의사과학자와의 공동 연구와 한·미 연구 중심병원의 협력 연구를 전폭 지원하기로 했다.
윤수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 바이오헬스 연구개발(R&D) 혁신 TF팀장은 9일 서울 웨스틴호텔에서 열린 ‘2023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는 글로벌 협력 공동연구를 활성화하고자 확대 지원하는 사업”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는 올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보스턴 방문을 계기로 마련된 R&D사업이다. 내년 R&D예산이 삭감되는 가운데, 복지부는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에만 604억원을 편성하며 관심을 끌었다.
미국은 보건의료 분야 최고 기술 보유국으로 통한다. 미국 보스턴은 그 중에서도 세계 최고 제약바이오 클러스터로 혁신의 중심지로 꼽힌다. 윤 팀장은 “보건 의료 기술 수준을 수치화하면, 미국에 비해서 유럽은 1.3년 뒤쳐졌고, 일본은 2.1년, 한국은 2.5년이 뒤쳐진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R&D는 제도적 한계로 인해 국내 연구진 위주로 지원이 이뤄지다보니 ‘갈라파고스식 연구’라는 지적이 있었다. 윤 팀장은 “글로벌 연구 협력 없이는 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극복하기 힘들지만, 정작 정부의 글로벌 협력 R&D 예산 비중은 5% 미만이었다”라며 “(보스턴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 연구진과 공동 연구로 선도형 R&D를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국립암센터(NCC)와 미국 국립암연구소(NCI)가 연구협력을 하기로 했고, 세브란스병원은 미국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와 학술 및 임상 연구 협력을 약속했다.
복지부는 큰 틀에서 글로벌 표준에 맞는 공동연구 활성화와 디지털바이오 핵심인력 양성, 기관 협력을 통한 핵심 기술 확보를 전략으로 내세웠다. 세부적으로 특화 연구소 지정, 디지털 바이오분야 글로벌 공동연구 지원, 의사과학자 글로벌 공동연구 지원, 연구중심병원 간 글로벌 협력연구, 한미 공동 암연구 등의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첨단 바이오 연구개발, 국제협력, 인력양성을 담당하는 특화연구소를 지정한다. 연구경력 10년 이상 의사과학자를 연구책임자로 한 연구팀이 해외 의학박사와 이공학 박사와 공동 연구를 할 경우 연구비를 지원한다. 또 미국 국립암연구소와 한국 국립암센터의 공동 연구를 추진한다.
복지부는 내달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한 이후 내년 상반기 중 과제를 공고할 예정이다. 윤 팀장은 “디지털바이오 혁신 중심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와 협력 연구를 통해 혁신 성과를 창출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개최
이익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
연세의료원, 국내 최초 중입자 치료기 도입
“10년 걸려 도입....난치성 암 정복 돕는다”
“중입자 치료를 ‘꿈의 암 치료’라고 소개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입자 치료가 고형암과 난치성 종양 치료 판도는 바꿀 겁니다.”
이익재 연세의료원 연세암병원 중입자 치료센터장은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암 정복을 앞당기는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에서 이 같이 말했다. 현존하는 암 치료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외과적으로 암 부위를 도려내는 수술, 약물 치료, 방사선 치료다. 방사선 치료 가운데 X선이나 감마선이 아닌 무거운 탄소 이온 등의 입자를 이용한 것을 ‘중입자 치료’라고 부른다.
양성자보다 무거운 탄소 입자를 가속하면 일정 깊이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브래그 피크’ 특성을 이용해 원하는 신체 부위에 방사선량을 높여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샤프 슈터(sharp shooter)’라고 할 만큼 양성자보다 정밀하게 입자를 쏠 수 있어 부작용이 적다. 중입자를 사용하면 특정 DNA를 강하게 타격할 수 있어 방사선 치료보다 2~3배 높은 생물학적 효과(RBE)를 볼 수 있고, 또 방사선에 저항성이 있는 저산소성 또는 난치성 중증 종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2013년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첫 추진했고, 올해 4월 국내 최초로 5000평 규모의 탄소 기반 중입자 치료 시설을 꾸렸다. 한국은 전 세계 국가 가운데 7번째 중입자 치료기 보유국이 됐다. 연세의료원은 2개의 회전형 치료시설(Gantry) 시스템을 구비했고, 내년 상반기에 운행을 시작한다. 현재 연세의료원에 이어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에서도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 이온 중입자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급격히 늘면서 1994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 4만 명 이상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며 “치료 암종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입자 치료의 선두에 있는 일본에서는 전립선암은 물론 육종, 두경부암, 폐암, 췌장암, 간암 등에도 중입자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중입자 치료를 받은 국소 전립선암 환자는 광자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5년 동안 재발하지 않고 생존하는 비율(국소 제어율)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특히 소화기암이나 육종, 여성 암 등에서 국소제어율이 뛰어났다. 이 센터장은 “간암에서는 90% 이상의 국소 제어율을 보였고, 췌장암은 80% 이상, 재발이 잦은 직장암은 90%, 방사선 치료에 저항성이 있는 육종은 70~80% 수준의 국소 제어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효성은 물론 안전성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이 센터장은 “1994년부터 임상 연구를 진행해 기존 X선이나 양성자선을 사용하는 방사선 치료보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고, 최근에는 치료 횟수를 줄이는 쪽으로 연구하고 있다”며 “전립선과 직장 사이에 필러 같은 보호 물질을 넣어 직장 출혈 등의 부작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간암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하게 되면, 간경화가 일어난 부분이 피폭되는 경우가 있는데, 중입자 치료는 정상 간 조직의 피폭을 줄였다”고 덧붙였다.
선양낭성암에서는 중입자 치료를 단독 또는 X선 방사선 치료와 같이 사용하면 수술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이 센터장은 “중입자 치료 단독으로도 X선 방사선 치료와 수술을 병행한 것보다도 치료 독성이 적고 국소 제어율도 우수하다”며 “환자와 의사가 함께하는 의사 결정 모형을 개발해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연세의료원은 주요 중입자 치료센터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안전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개최
국내 바이오 산업·병원 전문가들 ‘캔서문샷’ 영향 토론
정부 규제 합리화·유연화 필요성 강조도
미국의 암 정복 프로젝트인 ‘캔서문샷’은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한 것을 암 정복에 빗대어 만든 용어다. 미국의 암 정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 전 세계 우주 산업과 과학기술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처럼 ‘캔서문샷’도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9일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에서는 ‘캔서문샷’이 한국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김태유 대한암학회 이사장과 김진우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그룹 부회장, 이민섭 이원다이애그노믹스 게놈센터 대표,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이익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캔서문샷에 참여하는 바이오 기업 관계자와 암 임상 치료를 이끄는 병원 관계자들이다.
김진우 부회장은 “캔서문샷은 미국이 주도하는 사업이지만 한국과 미국이 협업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다”며 “미국 시장은 진입이 어렵지만 국내 시장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캔서문샷이 바이오 산업 규제와 혁신에 있어서 하나의 브릿지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민섭 대표는 “캔서문샷은 정부 주도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참여자들의 협력과 파트너십을 통해 혁신을 이뤄나가는 기회”라며 “참여자끼리 데이터와 자원을 공유하면서 서로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융합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진단과 검진의 정확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원 암병원장은 “한국은 국가 건강검진이나 직장 검진이 많아서 조기진단에 유리한 환경이지만, 여전히 조기진단이 안 되는 암이 많다”며 “이런 암에 대한 치료 성적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익재 중입자치료센터장은 “의사와 환자 사이에 정보의 차이가 있는데 환자가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섭 대표도 진단의 중요성에 동의했다. 이 대표는 “암을 조기에 찾을 수 있도록 조기암이라는 개념이 마련돼야 하고, 이건 기업 하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국가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보다 중요한 게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규제를 풀고 제도적인 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진우 부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서포트와 관심이 절실한데 가끔 정부와 기업이 사용하는 용어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국이나 유럽의 제도를 벤치마킹만 하지말고 한국만의 자체적인 규제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섭 대표도 “한국 의료시스템은 원격진료가 어려운 점 등 몇 가지 제약점이 있다”며 “규제나 제도를 유연성을 가지고 가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태유 이사장도 “암 정복의 핵심은 정밀의료”라며 “정밀진단과 정밀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키울 수 있게 정부가 제도를 합리적으로 가져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개최
이민섭 이원다이애그노믹스 게놈센터(EDGC) 대표이사
“암 정복에 조기 진단이 가장 우선돼야”
“후성유전학 기반 진단, 정확도 90%까지 개선
미국은 25년 내 암 환자 사망률을 50% 이상 줄이는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 문샷’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실현하려면 새 항암 치료제와 조기 진단 기술이 지금보다 더 진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암 관련 단백질을 검출하는 현재의 조기 검진 방식은 정확도와 정밀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이민섭 이원다이애그노믹스게놈센터(EDGC) 대표는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3′에서 “후성유전체 분석이 새로운 암 조기진단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후성유전학은 이름 그대로 태어날 때 물려받은 유전 정보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후 성장하면서 구조적 변화로 유전자 기능을 바꾸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연구하는 분야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는 지난 2013년 이원의료재단과 미국 진단기술 기업 다이애그노믹스가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유전자 분석을 통한 질병 예측 서비스와 유전자 검사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정밀의학, 맞춤의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암을 정복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라며 “다만 현재 사용되는 조기 진단 기술은 일부 암에만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암 진단은 암 세포에서 나타나는 단백질을 찾고 그 양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비교적 간편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오진의 가능성도 있다. X선 촬영으로도 암을 찾을 수 있으나 방사선 노출을 고려해 검사 횟수의 제한이 있다. 내시경은 대장암, 위암 같은 일부 암에서만 효과를 발휘한다.
이 대표는 “기존 진단 기술의 한계를 해결할 대안으로 후성유전체 기반 액체생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이 선천적인 유전자의 영향을 주로 받는다고 알고 있으나 사실은 최근 연구를 보면 환경적인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환경과 노화가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은 후성유전학적 변화로 나타난다”고 했다. 암의 원인이 되는 환경적 요인과 노화에 따른 유전자의 후천적 변화를 통해 암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유전물질인 디옥시리보핵산(DNA)에 메틸이 결합하는 ‘메틸레이션’을 이용한 암 진단·분류 기술을 소개했다. 건강한 사람과 여러 종류의 암 환자의 샘플을 분석해 메틸레이션 패턴을 AI에 학습했다. 한 사람에서 메틸레이션은 평균 6만5000개가 발견되는 만큼 한 종류의 단백질로 분석하는 기존 기술에 비해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이 대표는 “암을 조기 진단하려면 암 종류를 아는 것이 가장 우선적”이라며 “현재까지 후성유전학 기반 진단 기술로 네 종류의 암을 분류했을 때 90%가량의 정확도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조기 진단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발암 위험성에 대한 예측을 할 수도 있다”며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 중 다종암을 분류하고 예측하는 유일한 검사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후성유전학 기반 조기진단 기술이 암을 뛰어넘어 다양한 질환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여러 질병에 적용할 수 있도록 협력을 통해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며 “기술적 혁신을 통해 극초기 암 진단과 암 정복까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은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한다. 올해는 ‘암 정복을 앞당기는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최신 항암 치료, 진단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를 폭넓게 다뤘다.
9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강연
전장 유전체 분석이나 액체생검으로 암 조기 진단과 치료를 실현하려면 병원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은 이달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3)’에서 “정밀 의료 기술이 발전하며 점차 유전체 전체를 분석해 암 발생 위험을 찾고, 조직검사대신 액체생검으로 암을 초기에 발견해 치료 방법까지 결정하는 등 암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 내 유전정보 전부 다 분석하는 ‘전장 유전체 분석’이 대세
과거에는 암이 발생할 위험을 따지거나 치료 방향을 정하기 위해 원하는 유전자 부위만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타깃(치료용 표적) 유전자 패널 시퀀싱(염기서열 분석)’을 주로 했다. 인간이 가진 전체 유전체의 약 0.03%만 분석하는 셈이다. 분석 정확도가 높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일부 변이만을 검출하는 한계가 있다. 최근 들어 환자의 유전체 전체를 분석하는 ‘전장 유전체 시퀀싱’도 늘고 있다. 이 방식은 분석 정확도가 비교적 떨어지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은 있지만 DNA가 가진 모든 데이터를 얻는다는 장점이 있다.
김 원장은 “기존 NGS만 해서는 암이 발생할 위험을 찾는 것이 어렵고 특히 희귀 난치질환인 육종은 훨씬 어렵다”며 “병원에서는 암 진단이 이보다 훨씬 정확해져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전장 유전체 분석을 통해 새로운 타깃을 찾으면 그만큼 치료 기회가 늘어난다”며 “육종의 경우 전장 유전체 분성글 하면 진단이 달라진다는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전장 유전체 분석을 진료에 도입하고 보험으로도 적용한다. 국내에서도 유전체 분석 방식이 점차 전장 유전체 분석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 암 조기 발견, 치료 방법까지 결정하는 ‘액체생검’
김 원장은 “과거에는 암을 진단하기 위해 주로 조직검사를 했지만 점차 액체생검이 늘어날 것”이라고 꼽았다. 액체생검은 혈액이나 땀, 소변 등 미량 체액에 든 DNA 조각을 보고 암 같은 병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김 원장은 “액체생검은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비침습성으로 언제든지 검사할 수 있고, 암이 있을 경우 암조직이 어떻게 진화하는지까지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액체생검 기술이 발전하는 이유는 비단 비침습적인 방법이라는 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암을 완치하려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데, 조직검사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액체생검으로는 암을 비교적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김 원장은 “현 액체생검 기술로는 초기 암을 진단하는 것이 아직은 어렵다”며 “바이오인포매틱스를 통해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된) 4기 암에 대해서는 액체생검을 통해 표적 항암제를 어떻게 써야할 것인지 결정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유전체뿐 아니라 단백질 정보까지 분석해 액체생검을 진행하는 기업과 기관들도 많아졌다. 김 원장은 “유전체에 단백질 데이터까지 활용할 수 있다면 병원에서는 수술 후 암이 남아 있는지, 재발 위험이 있는지 까지도 알 수 있다”며 “아직까지 이런 장점을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앞으로 기술적으로 정확도가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영상을 시작으로 병원 전 영역을 디지털 전환해야
김 원장은 또 “정밀의료를 병원에 도입하려면 흩어져 있는 데이터들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혈당 수치나 약물명, 진단코드처럼 숫자가 알파벳으로 기록할 수 있는 ‘정형화된 데이터’가 있는 반면, 의무기록이나 영상 데이터, 병리보고서처럼 ‘비정형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여기에 유전체 데이터와 병리 데이터, 생체신호 데이터처럼 새로운 데이터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데이터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데이터를 정량화, 통합해 객관적이로 재현 가능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또 “정밀의료를 구현하려면 병원부터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원을 경영하는 영역뿐 아니라 진료 영역, 연구 영역도 디지털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원장은 디지털 전환이 가장 빠른 분야로 ‘영상’을 꼽았다. 예를 들면 병리 슬라이드를 디지털 영상화하면 업무를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빅데이터로 구축해 인공지능(AI)을 개발할 수 있고, 이를 활용한 병리 분석 시스템도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원장은 끝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디지털 전환을 넘어 이 데이터를 AI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 데이터를 구조화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런 것들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9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박숙경 SK바이오팜 항암연구소장 강연
박숙경 SK바이오팜(87,600원 ▲ 2,400 2.82%) 항암연구소장은 9일 “RPT(방사성의약품) 개발의 한계점인 원료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SMR(소형모듈원자로) 회사 테라파워와 협력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신약개발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에서 ‘암을 겨냥한 정밀 무기, 치료용 방사성 의약품’을 주제로 강연했다.
박 소장은 서강대 생명과학 학·석사 졸업 후 미국 텍사스오스틴대학교 분자세포생물학 박사 과정을 밟은 밟았다. 지난 2021년 12월 선임돼 SK바이오팜이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방사성의약품(RPT) 플랫폼을 활용한 항암제 연구를 이끌고 있다.
RPT는 암세포를 표적하는 약물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여 환자 몸 속에 투여하면 암세포에 전달된 동위원소가 방사선을 내보내 암 조직을 파괴하는 차세대 항암 치료제다. 암세포를 추적하고 파괴해 암 치료의 ‘방사선 미사일’로 불린다. 항암약물접합체(ADC)와 함께 차세대 항암제로 떠오르고 있다.
RPT는 어떤 종류의 방사성 원소를 쓰냐에 따라 진단용과 치료용으로 나뉜다. 암을 파괴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쓰면 치료용 제품이 된다. 치료용 RPT는 2013년 독일 바이엘의 RPT 치료제 ‘조피고(Xofigo)’가 뼈 조직으로 전이된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4월 미국 노바티스가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Pluvicto)’을 승인 받아 차세대 신약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현재 머크와 일라이릴리, 사노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도 잇따라 개발에 뛰어들었다.
RPT 신약개발은 대부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박 소장은 “현재 전 세계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치료용 RPT는 총 65건에 달하지만, 기술 영역보다는 아주 초기 단계에 있다”며 “이 중 절반 정도는 기존에 허가 받은 약물을 개선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들 기업은 효과적인 방사성 동위원소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암 표적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원료인 악티늄(AC-225)을 활용한 신약 연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박 소장은 “악티늄의 장점은 다른 동위원소인 루테슘 대비 400배 높은 암 파괴력”이라며 “종양이 아닌 정상 조직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종양만 파괴한다는 차별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계점은 악티늄의 희소성 문제로 생산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많은 기업들이 RPT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관건은 악티늄 생산 역량”이라며 “SK바이오팜은 앞으로 5년간 방사성 동위 원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8월 SK(159,600원 ▲ 0 0%)그룹이 미국의 테라파워(TerraPower)에 투자하면서 악티늄 공급·생산 역량을 확보했다. 박 소장은 SK바이오팜이 “RPT 원료를 자체적으로 생산, 판매하는 국내 유일 신약개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SK바이오팜의 주요 사업은 RPT 신약개발과 연료 공급·생산으로 나뉜다. 박 소장은 “SK바이오팜은 R&D뿐 아니라 원료 소싱부터 제품 생산·제조까지 원스톱으로 구축하는 게 목표”라며 “내년부터 자체적인 치료용 RPT의 전임상과 임상을 진행하는 한편 테라파워와의 협업을 통해 방사성 동위 원소 생산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우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그룹 부회장 강연
PAUF 항체신약 ‘PBP1510′로 5조원 시장 정조준
PAUF 바이오마커로 췌장암 조기 진단
췌장암 환자들은 암 판정을 받으면 대부분 절망에 빠진다. 전 세계에서 한 해에 50만명이 새로 췌장암 진단을 받지만 생존율은 11.5%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어렵다. 이미 병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뒤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이 가능한 환자도 20%에 머물고 종양을 잘라내도 평균 생존기간이 20개월밖에 안 된다. ‘조용한 암살자’라는 무서운 별명이 췌장암에 붙은 이유다.
반대로 췌장암 진단과 치료 시장은 바이오 산업에서 전인미답의 영역이다. 마땅한 진단법도, 치료법도 없다보니 췌장암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바이오 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국내 바이오기업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940원 ▼ 30 -0.3%)는 췌장암의 진행과 전이에 관여하는 단백질 ‘PAUF(파우프)’를 찾아내 췌장암 정복에 도전하고 있다.
김진우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그룹 부회장은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에서 췌장암 신약 개발의 비전을 제시했다.
김 부회장은 ‘암 정복 생태계의 전환, PAUF 신규 타겟을 통한 췌정암 정복’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PAUF는 췌관선암 과발현 인자를 말한다. 쉽게 말해 췌장암의 진행과 전이를 일으키는 단백질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PAUF를 목표로 한 항체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항체신약인 ‘PBP1510′을 개발하고 있다. PBP1510은 PAUF로 교란된 면역체계를 회복하고 암세포 증식과 전이를 차단한다. 최근에는 난소암으로도 적응증을 확대했다.
한국과 미국, 유럽은 신속 개발 필요성을 인정해 PBP1510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올해 초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패스트트랙 대상 품목으로 지정됐다. 현재는 다국적 임상 1상과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췌장암은 진단 후 수술 가능한 환자가 20%에 불과하고, 수술하더라도 남아있는 종양으로 40%의 환자가 고통을 받고 있다”며 “PAUF는 종양 주변에서 암세포 수용체에 결합해 전이를 일으키고, 골수성 억제 세포에 결합해 항종양 T세포를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PAUF 단백질을 기반으로 하는 항체로 마우스 효능 실험을 한 결과 항종양 효능과 생존율 향상을 확인했다”며 “기존 약 단독 투여보다 항체신약 ‘PBP1510′을 병행 투여하면 효과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PAUF를 검출해 췌장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바이오마커도 개발하고 있다. 췌장암 환자 94명을 분석한 결과 80% 이상에서 PAUF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지금은 췌장암 진단에 암항원인 ‘CA19-9′을 이용하지만 췌장암 말기 환자에게서만 나타나 조기 진단이 어렵게 하고 있다. 반면 PAUF는 췌장암에 걸리면 초기부터 지나치게 발현해 혈액 속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검출하기 쉽다.
김 부회장은 “췌장암 정복의 핵심은 조기 진단을 통한 빠른 치료고, 조기 발견은 환자의 생존율을 6배 이상 높인다”며 “췌장암의 가장 큰 문제는 말기에 발견돼 치료가 불가능한 시점에 진단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단과 치료를 아우르는 PAUF의 혁신성은 미국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문샷’에 주목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암 바이오마커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PAUF를 이용한 바이오마커도 예외는 아니다. 김 부회장은 “미국 영상진단기업 이매지온 바이오시스템즈(Imagion Biosystems)와 협력해 진단키트와 영상 진단 ‘투트랙’으로 췌장암 진단·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행사다. 올해 행사는 ‘암 정복을 앞당기는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열렸다.
9일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임효영 유한양행 임상의학본부장 강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유한양행이 얀센에 기술을 수출해 개발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폐암 강자인 경쟁약(타그리소)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임상 계획을 전략적으로 짰고 그 결과 렉라자의 가치가 입증되는 임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임효영 유한양행 임상의학본부장은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HIF)’에 강연자로 나서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렉라자는 유한양행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낳은 결실이다. 회사는 지난 2015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렉라자를 도입했다. 이 약을 들여온 당시엔 동물실험도 하지 않은 전임상 직전 초기 개발 단계 후보물질이었다.
유한양행(62,000원 ▲ 100 0.16%)은 이 후보물질의 가능성을 감지하고 전임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등을 거쳐 국산 31호 신약이라는 결실을 얻었다. 임 본부장은 “신약개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투자 차원에서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적극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바이오 벤처로부터 다양한 신약 후보군을 들여와 후보물질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왔다”며 “그 첫 결실이 지난 2021년 출시한 국산 첫 폐암신약으로 허가 받은 렉라자였다”고 했다. 렉라자는 출시 첫 해 200억원의 매출을 내면서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이 됐다.
임 본부장은 이날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공유했다. 임 본부장은 “얀센과 유한양행의 개발 전략은 미묘하게 차이가 있는데 이런 차이가 충돌로 이어지지 않고 서로 다른 점을 살린 ‘윈윈(win-win)’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얀센은 당시 약을 도입하면서 현재 나와있는 제품을 대체할 만큼 ‘브레이크 스루’ 할 만한 임상 데이터가 나와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며 “‘패스트 팔로어(추격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이런 얀센의 조건에 대해 “일단 해보자, 가능하다고 했다”며 “얀센도 결국 우리의 말을 믿어줬고 ‘일단 해보자’는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그렇게 결국 국산 신약이 전 세계에 환자들에게 쓰일 수 있는 기회를 열 글로벌 임상이 시작됐다. 임 본부장은 당시를 회고하며 “이때부터 우리 개발은 마치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 같았다. 얀센의 도움으로 전 세계 100여개 병원 등에서 본격적인 글로벌 임상이 개시됐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두 회사는 개발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의사결정 요인 중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도모할 수 있는 임상 결과를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며 “유한양행과 얀센, 연구자, 의료진, 환자가 힘을 합쳐 성장한다는 마음으로 개발에 나서 의미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폐암을 정복하려면 결국 환자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느냐를 입증할 지표가 필요하다. 이것은 과정이 아닌, 결과로서 입증하는 것이다. 임 본부장은 “임상은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쉽다. 적합한 환자를 찾고, 의사 결정자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하고 환자 치료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마음으로 임상을 시작했다”고 했다.
실제로 렉라자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달 23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에서는 조병철 신촌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폐암 1차 치료 효과를 담은 ‘마리포사’ 글로벌 임상 3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당시 발표 자료에 따르면 렉라자 병용요법은 무진행생존기간이 중앙값 기준으로 23.7개월, 타그리소만 썼을 때는16.6개월로 나타났다. 렉라자 병용요법이 타그리소만 썼을 때보다 질병이 진행하거나 사망할 위험을 30% 낮춘 것이다.
임 본부장은 “약 개발에서 늦은 때는 없으며 희망을 갖고 도전하는 이들이 좋은 결과를 만든다”며 “빨리 쫓아가는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고 기존 패러다임을 바꿀 돌파구를 찾아야 승자가 된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모든 신약 개발의 핵심에는 ‘환자’를 중심에 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난치암 치료제 개발의 핵심에는 환자가 있다는 사실”이라며 “여기에 나 혼자만이 아닌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행사는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행사다. 올해는 ‘암 정복을 앞당기는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제약사와 인공지능 기업, 병원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서 암 치료와 예방, 관리 연구의 최신 동향을 소개했다.
패트릭 베그스테드 모더나 수석 부사장 기조연설
9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패트릭 베그스테드(Patrick Bergstedt) 모더나 수석 부사장은 9일 “메신저리보핵산(mRNA)은 iOS, 안드로이드 같은 플랫폼처럼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듯 예방과 치료 영역을 확장할 수 있어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그스테드 부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HIF)’에서 ‘mRNA 기술로 이끄는 의학 혁신’을 주제로 한 기조 강연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베그스테드 부사장은 프랑스 사노피와 미국 머크(MSD)에서 아시아태평양 총괄, 백신 마케팅 및 상업화 부문 총괄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2020년 6월 모더나로 합류했다. 작은 바이오벤처이던 모더나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거치며 지금은 시가총액 272억달러(약 35조원)규모의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베그스테드 부사장은 이날 모더나의 mRNA 기술 연구 개발의 성과와 의미, 향후 계획을 공유했다. mRNA는 세포핵 밖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일종의 설계도로 쓰이는 유전물질이다. mRNA 백신은 약화된 바이러스 단백질을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신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생성 방법을 세포에 학습시키는 원리다. 이번 코로나 대유행에서 처음으로 mRNA를 이용한 백신이 상용화됐다.
베그스테드 부사장은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새롭지만, mRNA는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며 “모더나는 2013년 창업 때부터 mRNA 연구·개발에만 집중했고, 이를 이용해 질병을 치료할 혁신적인 방법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백신 중 모더나 mRNA 백신의 코로나에 대한 효율이 가장 뛰어나다”며 “60세 이상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모더나 백신의 효능이 다른 백신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다”고 말했다.
베그스테드 부사장은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치기 때문에 보건·안보 관점에서도 백신 개발 속도가 중요한데모더나는 변이 바이러스 염기서열 분석에서 mRNA 디자인, 백신 제조 완료까지 단 42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모더나는 코로나 백신에 이어 계절 독감과 코로나를 함께 막을 수 있는 복합 백신, 피부암(흑색종) 등을 겨냥한 암 백신도 개발 중이다.
mRNA가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이 회사의 시각이다. 지난해 12월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암 백신 임상 2상에서 특수 제작된 개인 맞춤형 mRNA 항암 백신(mRNA-4157)과 미국 머크사(MSD)의 암 치료제 키트루다를 함께 사용한 결과를 발표해 학계와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해당 연구에서 키트루다만을 사용했을 때보다 암 재발률과 사망률을 44%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mRNA 기술을 코로나 이외 질병에 적용해 임상 시험을 진행한 첫 사례다.
베그스테드 부사장은 mRNA 항암 백신에 대해 “개별 환자 암세포에서 강력한 면역 반응을 보이는 특정 변이를 골라낸 뒤, 이 유전자 정보를 mRNA에 담아 맞춤형 백신”이라며 “특정 종양만 공격하는 ‘신 항원 치료’로, 이를 활용하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