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현 에임드바이오 의장·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9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강연
의사과학자 출신 기업가인 남도현 에임드바이오 의장(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9일 “지금까지는 암세포까지 어떻게 약물을 전달하느냐가 관건이었지만, 이제는 약물을 중간에 떨어뜨리지 않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술이 대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 의장은 이달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3)’에서 진행한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미래 암정밀의료 구현’을 주제의 강연에서 이렇게 밝혔다.
ADC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암세포에 달라붙어 싸우는 ‘항체’와 암을 치료하는 ‘항암제’를 붙여 만든 치료제다. 유도미사일이 계획된 장소까지 날아가 공격하는 것처럼, ADC는 원하는 목적지 즉 암조직까지 도달해 항암제를 전달해 없애버린다. ADC는 최근 2~3년새 가장 주목 받는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손꼽힌다. 올해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와 국제의약품전시회(CPHI) 2023에서도 종양학자들과 제약사들이 가장 주목한 신약 기술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승인된 ADC는 13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일본 다이이찌 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출시한 ‘엔허투’가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허투는 유방암 유전자로 알려진 HER2를 표적으로 하는 유방암 치료제다. 기존보다 항체와 약물 결합이 안정적인 3세대 ADC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매출 10억 달러를 넘기며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등극했다. 길리어드와 화이자, 로슈 등도 ADC 개발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에임드바이오와 레고켐바이오, 피노바이오, 알테오젠 등이 ADC를 개발 중이다.
특히 2019년 이후로 ADC에 대한 임상시험이 급증했다. 남 의장은 “2015~2020년 면역항암제 회사의 매출과 연동되고, 면역항암제를 개발해온 회사들이 ADC 기술을 사기 시작했다”며 “ADC가 면역항암제를 시장에서 유지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라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관심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 1~3세대 특장점을 두루 갖춘 4세대 항암제, ADC
항암제는 1~4세대로 나뉘는데 ADC는 이 중 4세대 항암제로 불린다. 1세대로 꼽히는 화학치료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에도 작용해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구토를 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 2세대에 해당하는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만 적용해 1세대 치료제보다는 부작용이 적다. 하지만 암세포가 약물에 대해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또 다른 한계가 나타났다. 3세대인 면역항암제는 T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해 세포를 스스로 죽게 하는 원리다. 하지만 일부 암세포가 T세포의 공격을 회피하는 문제가 있어 치료 효율이 낮다.
반면 4세대 치료제인 ADC는 기존 항암제(1세대)와 암세포를 찾아가는 2세대, 여기에 면역세포를 이용한 3세대를 합친 형태다. 암세포를 정확하게 겨냥하는 항체의 능력과 이 암 세포를 공격하는 성분인 항암제의 능력을 접목한 것이다.
ADC는 기존 항암제처럼 건강한 조직을 손상시킬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남 의장은 “최근 임상 연구들을 보면 확실히 ADC를 이용하면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며 “독성이 약한 항암제를 붙여 써도 항암 효과가 훌륭해 환자의 생존 기간이 많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 의장은 “여전히 신경증상이나 피부 증상이 심한 경우가 있다”며 “앞으로 ADC를 여러 항암제와 함께 사용하려면 조금 더 안전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남 의장은 “특히 ADC가 암 조직까지 가는 중간에 약물이 끊어지면 독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견고하게 붙이는 방법이 대세 기술”이라며 “또 여러 개의 표적을 공격하는 두 개 이상의 약물을 붙여 암세포까지 보내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의장은 “지금까지는 잘 알려진 표적까지 항암제를 보내는 데 ADC 기술이 발전해왔지만, 이제는 개인에 맞는 치료를 위한 새로운 표적 치료제를 찾는 것이 요즘 제약업계에서의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르네 야오 엔비디아 글로벌 헬스케어 부문 리드 기조 강연
“방대한 데이터 시각화해 암 진단·치료 정확도↑”
‘암 정복을 앞당기는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에 엔비디아의 글로벌 헬스케어 AI스타트업 개발자협력부문 리드를 맡고 있는 르네 야오(Renee Yao)가 기조강연자로 나섰다.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업체인 엔비디아가 암 정복을 주제로 한 포럼에는 왜 참석한 걸까. 야오 리드의 설명을 들어보면 반도체에 기반한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이 암 정복의 중요한 키워드라는 걸 알 수 있다.
야오 리드는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 기조강연자로 나섰다. 야오 리드는 여러 차례 스타트업 창업을 한 뒤 2019년부터 엔비디아의 글로벌 헬스케어 AI스타트업 개발자협력부문을 이끌고 있다.
그는 반도체 제조업체로 알려진 엔비디아가 암 정복 같은 헬스케어 사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야오 리드는 “우리는 단순한 칩 회사나 하드웨어 회사가 아니라 AI기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며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바이오네모 같은 단백질 생성 AI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IT 기업들은 너나할 것 없이 신약 개발을 위한 AI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단백질 생성 범용 프레임워크인 에보디프(EvoDiff)를 공개했고, 구글도 단백질 구조 예측과 게놈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AI를 출시했다. 엔비디아 역시 올해 초 바이오네모를 구축해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야오 리드는 생성형 AI 기술이 헬스케어에 접목되면서 신약 개발뿐 아니라 암의 진단과 치료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리학자의 어려움 중 하나는 수백만 개의 세포 사이에서 암세포를 진단해야 하는 것”이라며 “기존 방법으로는 쉽지 않지만, 엔비디아의 GPU칩을 활용해 AI를 학습(learning)시킨 결과 오류율을 85%까지 줄이고 진단의 정확도는 향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엔비디아의 AI를 이용해 2차원(D) 이미지를 3D나 4D, 5D로도 볼 수 있고, 혈류나 암 조직을 정확하게 관리해 의사별 숙련도의 차이에서 생기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기술을 실제 암 진단과 치료에 활용하는 한국 기업도 있다.
야오 리드는 “엔비디아는 한국 업체 뷰노에 다양한 이미징 솔루션을 제공해 망막 이상을 90%, 위암을 100% 진단하는 놀라운 정확도를 보여줬다”며 “암 검사 프로그램 업체 ‘노을’도 (엔비디아의 솔루션을 활용해) 극소량의 혈액만으로 백혈병 등 혈액 질병을 진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I는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도 한다. 야오 리드는 “카메라에 AI칩을 통합시켜 환자를 모니터링해 의사와 간호사의 번아웃(burn out) 문제를 해소하기도 한다”며 “이를 도입한 미국 병원의 경우 환자의 낙상 사고가 70% 감소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업무 부담을 줄여준 덕분에 의료진이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가 늘어나 환자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9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기조강연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가 암 진단과, 치료 영역을 넘어 의료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루닛이 개발한 솔루션이 의료진과 환자의 진료 환경을 개선하고, 진단과 치료 효율을 높여 인류 암 정복에 핵심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
백승욱 루닛(96,900원 ▲ 6,700 7.43%) 의장은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HIF)’ 기조강연에서 이 같이 말했다. HIF는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행사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암 극복 혁신 기술’이다.
백 의장은 암의 위치를 찾아내는 딥러닝 기반 AI 영상 판독 기술로 시총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루닛의 창업자다. 지난 2016년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를 통해 AI가 알려지기 전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와 석사 출신 6명이 AI를 주목해 만든 회사다. 백 의장은 이번 포럼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서 암 진단 최신 AI를 소개했다.
루닛은 암을 정확히 진단하는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 암 치료 결정 솔루션인 ‘루닛 스코프’를 개발했다. 루닛 인사이트는 흉부 엑스레이 분석을 통해 폐 질환 진단을 보조하는 기능을 갖췄다. 루닛 스코프는 암세포 조직을 분석해 환자의 항암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기능이 있다.
백 의장은 “의료진을 도와 암 진단을 돕는 루닛 인사이트는 국내 주요 대학병원 10병원 중 7곳에서 쓰이며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 2500개 이상 의료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한 번 제품을 도입한 영상의학과 의사들의 95%가 지속적으로 제품을 재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의 과도한 업무 과중을 줄이고 판독에 소요되는 막대한 시간과 불필요한 의료비용을 크게 절감하려는 차원이라는 게 백 의장의 설명이다.
루닛이 개발한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는 최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8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랜싯 디지털 헬스에 유방암 검진 과정에서 AI가 의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연구소 프레드릭 스트랜드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소개되면서다.
백 의장은 이 연구를 소개하면서 “유럽에서는 유방암 검진 시 영상의학과 전문의 2명이 ‘이중 판독’하는 지침이 있다”면서 “이 연구에서 루닛 AI와 전문의 1명을 결합한 경우가 전문의 2명이 판독한 경우보다 암을 더 많이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백 의장은 “추가적인 불필요한 진단 검사로 인해 환자의 의료인 부담이 줄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이런 연구 결과가 ‘AI 소프트웨어가 의사를 대체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보다는 제한된 의료 자원을 다른 곳에 더 효율적으로 쓰이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한 데 의의가 있다고 봐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유럽에서는 유방암 진단 시 의사 2명이 최종 판단을 하고 있으나 현재 영상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닛은 스웨덴 스톡홀름의 ‘카피오 세인트괴란 병원’에 루닛 인사이트 MMG를 3년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루닛은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 향상을 위한 연구도 진행한다. 회사는 ‘유럽종양학회(ESMO) 2023′와 ‘미국면역항암학회(SITC) 2023′ 등 주요 암학회에서 AI 바이오마커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여러 암종의 치료 효과를 예측한 연구 결과들을 연달아 발표했다. 난치성 암인 담도암, 비소세포폐암, 삼중음성 유방암 등에서 쓰일 수 있는 면역항암 지표, 암 종양 전이 가능성 등에 대한 연구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했다.
백 의장은 “현재 전 세계 20개 이상 글로벌 제약사와 의료 데이터를 분석 중”이라면서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의 가치를 지속 입증하는 동시에 전 세계 의료 관계자들과의 다양한 협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루닛은 암 치료 전문병원인 미국 텍사스대 의대 부속 ‘MD 앤더슨 암센터’와 미국 제약사 머크(MSD)의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치료효과 분석을 위한 연구 협약도 체결했다.
백 의장은 “항암제가 진화하면서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 지표 발굴 방법도 발전했는데, 혁신 치료제인 면역항암제에서 우리 기술의 강점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바이오마커 지표를 찾기 위한 이미징 기술을 활용, 면역반응을 보다 더 잘 예측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의장은 기업과 정부간 거래(B2G)도 확대하는 전략을 공개했다. 백 의장은 “세계경제포럼(WEF)의 준회원 기업으로 활동하며 협업을 강화하고 다양한 국가의 장관들과도 솔루션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며 “호주에서는 국가 암 검진 프로그램에 최초로 AI를 적용하는 시범사업 추진을 했는데,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여러 나라의 AI 솔루션 제도권 진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닛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와 공공의료수가(NTAP) 적용 사례들이 나타나면서, 본격적으로 제도권 안에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있다. 백 의장은 “2024년까지 면역항암제 등 바이오마커로서 FDA 승인 획득을 목표로 연구, 환자용 동반진단(CDx) 사업도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백 의장은 앞으로 10년은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힘쓰겠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백 의장은 “AI를 활용한 암 진단에서 치료를 넘어 이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여러 방면에서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한 예로 ‘전신 자기공명영상(MRI)’를 개발해 발병률이 높은 5대 암 뿐만 아니라 모든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 세계에서 루닛의 의료 데이터가 적극 활용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박재홍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캐터링암센터 세포진료서비스부문장
9일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기조강연
“이것은 항체의 일부를 떼어내 T세포에 붙인 형태다. 바로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카티) 치료제에 ‘키메라’가 붙는 이유다. 이것을 개발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T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하는 능력이 달라서다. 카티 치료제는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장기간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이달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3)’에서 박재홍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캐터링암센터 세포진료서비스부문장은 최근 15년간 학계에 발표된 카티 치료제 연구 성과와 암, 특히 혈액암에서 효능이 뛰어나다는 점, 앞으로 카티 치료제 관련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서 박 부문장은 ‘카티 세포 엔지니어링: 암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 암세포만 표적으로 죽이는 킬러
카티 세포제는 한 마디로 주변의 건강한 조직은 건드리지 않고 암 조직만 표적으로 공격하는 치료제다. 면역세포인 T세포가 특정 암세포만 인지해 세포 사멸로 유도하는 면역작용을 이용한 것이다. T세포 표면에 나 있는 수용체가 암세포 표면에 나 있는 항원(단백질 조각)을 인지할 수 있다. T세포마다 어떤 수용체가 나 있느냐에 따라 인식하는 암세포가 달라진다. 즉, T세포마다 인식해 공격할 수 있는 암세포가 다르다.
박재홍 부문장은 “이 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하면 특정 암세포만 공격하는 카티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를 인위적으로 암세포에만 달라붙도록 유전적으로 엔지니어링한 다음, 다시 환자 몸속에 넣는다. 그러면 카티가 그 특정 암세포를 강력하게 공격해 없앤다.
그는 “카티 치료제를 만들려면 일단 어떤 암세포의 항원을 타깃으로 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문장은 “최근 상용화된 카티 치료제들이 주로 사용하는 항원은 혈액암 B세포에 나 있는 특이 단백질 조각인 CD19″라며 “대부분의 혈액암 표면에 나 있기 때문에 표적으로 삼기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카티 치료제 중에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 BMS의 브레얀지 등이 CD19를 표적으로 한다. 이중 예스카타는 지난해 매출 10억 달러를 넘기며 블록버스터 의약품 반열에 올랐다.
카티 치료제는 특히 백혈병 등 혈액암에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 전문가들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카티 치료제를 투여하고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40~50% 정도가 암세포가 줄어들고 생존율이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반면 골수 이식하는 경우에는 환자 중 50%가 수년 후 재발했다.
림프종 재발 환자를 대상으로 카티 치료제를 투여하는 실험에서도 카티 치료제의 효능이 뛰어났다. 기존 화학치료로는 재발 환자들에게 반응률이 7~8% 정도로 극히 낮았다. 하지만 CD19를 표적으로 하는 카티 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역시 재발 환자의 40~50%가 완치했다. 박 부문장은 “CD19를 표적으로 하는 카티 치료제는 한 번만 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난다”며 “특히 림프종 같은 난치암의 경우에는 다른 항암 치료법에 비해 효과가 뛰어나 암 치료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난치성 다발성 골수종은 B세포 표면에 나 있는 항원인 BCMA(B세포 성숙 항원)를 표적으로 하는 카티 세포 치료제를 투여한다. 반응률이 70~90%이나 될 만큼 뛰어나다. 박 부문장은 “카티 치료제를 투여하면 한 번에 완치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존하는 다른 항암 치료법에 비해 훨씬 효능이 뛰어나다”며 “지속적으로 재발률이 떨어진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 차세대 카티 치료제는 생산기간 짧은 기성품, 고형암에도 잘 들을 것
하지만 카티 치료제에도 아직 한계가 있다.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이유다. 먼저 카티 치료제는 혈액암 치료에는 뛰어나지만 고형암에서는 신경 독성이나 사이토카인 폭풍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박 부문장은 “카티 치료제가 혈액암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드러났다”며 “현재 고형암에 대해서도 여러 치료제를 개발해 임상시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형암 치료용으로 새로운 표적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며 “여러 연구진 임상시험에서 고형암 치료용으로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카티 치료제를 받는 환자 대부분이 암이 어느 정도 진행돼 위급한 상황인데, 환자로부터 T세포를 채취해 유전적 엔지니어링을 거쳐 대량생산 하기까지 10~14일 가량 걸린다는 점도 한계다. 박 부문장은 “이 시간을 단축하는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며 “하나의 사례로 건강한 사람의 T세포를 이용해 유전적으로 엔지니어링한 기성품 카티 치료제”를 들었다.
그는 “기성품 카티 치료제는 단기간 대량생산이 가능해 가격이 저렴하고 환자들의 접근성도 높일 수 있다”며 “상용화하려면 몸속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D앤더슨 암센터 출신 전문가 린다 친 애프리시티 창업자 기조연설
9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미국 암 전문가 린다 친 애프리시티 헬스(Apricity Health)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9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료 혁신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디지털 허브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친 CEO는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HIF)’에서 ‘정밀 암 치료와 신약 발굴’을 주제로 기조 강연했다.
친 CEO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의학과 접목해 활용한 주요 선도자 중 한 명이다. 미국 앨버트 아인슈타인의대를 졸업, 미국 다나 파버 암 연구소,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연구를 진행한 암 유전체 학자다. AI와 정밀의학을 결합한 회사인 애프리시티 헬스를 설립했다.
친 CEO는 “AI 자체보다 데이터가 중요하다”면서 “특히 데이터 생성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잘 분석하고 어디에,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 “AI를 활용한 유전체 분석, 신약 개발이 암 치료법을 발전시키면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인 정밀의료 시대를 열었으나 아직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AI와 유전체·생활·환경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항암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지만 치료제에 대한 내성과 저항성 문제로 암 정복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 CEO는 “이런 한계를 극복할 열쇠가 빅데이터와 기술의 활용, 전문가의 연구 개발에 달려있다”고 했다.
친 CEO는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아무리 차를 많이 생산해도 고속도로나 전기충전기, 충전소 등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냐”며 “무엇보다 AI와 데이터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을 활용한 정밀 의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의 ‘가상 암 센터’를 만들어 의료 현장에 활용한 경험도 공유했다. 친 CEO는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등 디지털 허브 인프라를 구축하면, 의료 현장에서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더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처방·대응할 수 있고 암 환자의 치료 반응과 증상을 제대로 추적·분석할 수 있으며, 적합한 치료제 발굴·적용하는 등 정밀 의료 전략을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제대로 해석·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 전문가의 역할도 중요하다. 친 CEO는 “AI의 활용과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으나, 결코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 “미래 의료는 사람과 기술이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화된 기술로 환자를 진단하고, 검사할 수 있으나, 결국 인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9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서 개막
“암 정복 앞당기는 새로운 도전” 주제
코로나19 방역 완화 전면 현장으로 돌아와
조규홍 장관 “정부도 암 정복 포함 첨단보건산업 육성에 본격 나서”
박현영 원장 “기술 발전은 의료 격차 해소에 도움”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를 조망하는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이 이달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막했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이 포럼은 ‘암 정복을 앞당기는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열렸다. 암은 우리 국민의 사망원인 1위로, 개인의 고통뿐 아니라 막대한 사회적 고통을 수반한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도 암 정복 프로그램을 재개했다.
올해 행사는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된 이후 4년 만에 전면 현장 행사로 개최됐다. 이날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과 백승욱 루닛 의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장병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이병건 지아이노베이션 회장,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등 산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헬스케어 미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영수 조선비즈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올해 행사는 한미 동맹 70주년과 미국의 암 극복 정책인 캔서문샷 재개에 맞춰 인류가 극복해야 할 질환인 암을 집중 조명했다”라며 “정밀 의료의 미래와 암 극복에 있어 한미 협력 방향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영상을 통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디지털 기술 혁신과 함께 정밀 의료가 확산하는 등 기술혁신이 바이오헬스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라며 “우리 정부도 암 정복을 포함해 첨단보건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내년부터 보건 의료분야 난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와 한미 공동연구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의 긴 터널을 현명하게 극복한 보건 산업이 미래세대를 위해 준비해야 할 과제가 암 정복이다”라며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본격적인 암 정복에 나선 가운데, 우리도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혁신적인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산업계를 지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우리 정부는 정밀 의료를 앞당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암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 질환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최근 필수 의료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의료 격차도 문제다”라며 “의료 기술 발전이 의료 격차 해소에 도움이 돼 많은 사람이 함께 건강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축전을 보내 “미래 먹거리 산업인 보건의료 연구개발의 ‘혁신’과 ‘세계화’를 위해 뜻깊은 지식 교류의 장을 마련한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지속적인 연구와 혁신으로 ‘암’이라는 무서운 병을 극복하는 데 앞장서 주시며 고통받는 암 환자들에게 희망과 기적을 선물해 주시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