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해 국내 증시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인플레이션 압박에 따른 미 증시 약세 등으로 인해 변동성이 컸지만, 특정 테마만큼은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NFT와 메타버스, 블록체인 관련 연관성을 가진 종목은 올해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국내에서 열풍을 일으킨 5대 테마주로 대체불가능토큰(NFT)·메타버스·2차전지·가상화폐·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을 꼽는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주가가 가장 많이 상승한 종목은 NFT 관련주로 주목받은 위메이드맥스(40,950원 ▲ 500 1.24%)(위메이드(143,100원 ▼ 2,900 -1.99%) 자회사)로, 연초(올해 첫 거래일 1월 4일 기준) 대비 약 1499% 상승했다. 2차전지·전기차 테마와 쌍용차 인수 이슈로 주가 상승률 1244%를 달성한 에디슨EV(27,800원 ▼ 4,650 -14.33%)는 2위를 차지했다. 3위에는 NFT·메타버스 관련주로 주가가 846% 급등한 위메이드(143,100원 ▼ 2,900 -1.99%)가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NFT의 해라고 불리울만큼 관련 종목 테마가 주목받았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일종의 전자 인증서다. 디지털 자산에 고유값을 부여해 소유권을 명확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올해 글로벌 NFT 거래액은 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나금융투자 조사에 따르면 NFT의 2021년 3분기 거래액은 약 6조9000억원 규모로 전분기 대비 7배 가량 증가했다. 이같은 거래에 사용되는 암호지갑 또한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했다.
현재 NFT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분야는 컬렉터블(Collectible)과 미술 분야다. 하지만 게임,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된다. 최근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이른바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이 게임 산업에서의 NFT 확장에 기여했다. 이러한 NFT 열기를 타고 게임 기업 위메이드와 위메이드맥스는 인수·합병(M&A) 이슈와 NFT 사업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하며 2, 3위에 올랐다. 위메이드맥스는 외국인과 기관이 주가를 견인했다. 위메이드는 외국인이 1330억원을 사들이며 올해 코스닥 순매수 8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네오위즈홀딩스(76,900원 ▲ 100 0.13%), 펄어비스(113,900원 ▼ 4,800 -4.04%), 컴투스홀딩스(161,700원 ▼ 11,200 -6.48%), 컴투스홀딩스, 카카오게임즈(71,100원 ▼ 3,300 -4.44%), 서울옥션(26,500원 ▼ 900 -3.28%), 하이브(291,500원 ▼ 5,500 -1.85%), 에스엠(69,000원 ▲ 1,500 2.22%) 등 다양한 종목이 NFT 테마로 묶여 올해 주가가 급등했다.
메타버스 관련 테마의 열기도 뜨거웠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의 활동들이 이루어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말한다. 올해 국내 증시에서 주가 상승률이 높은 4∼10위권 내에는 메타버스 관련주인 위지윅스튜디오(31,500원 ▼ 2,050 -6.11%)(527.32%), 데브시스터즈(88,500원 ▼ 600 -0.67%)(513.15%), 컴투스홀딩스(491.59%), 네오위즈홀딩스(76,900원 ▲ 100 0.13%)(446.95%), 엔피(11,550원 ▼ 500 -4.15%)(421.20%), 덱스터(24,800원 ▼ 550 -2.17%)(418.23%) 등 6개 종목이 게임, 메타버스, 콘텐츠 관련주였다.
위지윅스튜디오와 덱스터, 엔피는 메타버스 확장성이 높은 콘텐츠 제작사며 컴투스, 네오위즈, 데브시스터즈 등 게임업체는 P2E,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에 나서는 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메타버스 등 성장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삼성증권이 국내 메타버스에 투자하는 ETF ‘KODEX K-메타버스 액티브 ETF’는 순자산 5000억원을 넘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글로벌메타버스액티브’ ETF도 순자산 1030억원을 기록했다.
가상자산(암호화폐) 관련주도 증시에서 주목받았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경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투자 열풍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다. 암호화폐거래소 빗썸과 지분관계가 있는 버킷스튜디오(4,450원 ▼ 195 -4.2%)도 227% 주가가 급등했다. 비덴트(18,100원 ▼ 400 -2.16%)도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라는 점으로 인해 220% 주가가 상승했다. 이 외에도 두나무 관련주인 우리기술투자(8,270원 ▼ 30 -0.36%), 한화투자증권우선주 등이 급등했다. 이 외에도 위지트(1,480원 ▲ 0 0%), 다날(11,400원 ▼ 550 -4.6%), 갤럭시아머니트리(10,750원 ▼ 300 -2.71%) 등도 가상화폐 바람을 타고 올 한해 테마주로 주목받았다. 다만 하반기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주식시장에서 가상화폐 관련주도 휘청였다.
올해는 시장을 주도할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 됨에 따른 ‘2차전지’ 관련주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샀다. 미국 대표 전기차 관련주인 테슬라 주가가 상승하면서 업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또 리비안의 미국 상장으로 전기차 산업 확대 기대감이 반영된 탓으로 보인다.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30% 수준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2차전지 관련주인 에코프로비엠(443,100원 ▼ 1,900 -0.43%)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소재 분야의 확실한 주도주로 주목받으며, 코스닥 시총 순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에코프로비엠의 1년 수익률은 197.75%에 달했다. 또 2차전지 관련주 엔켐(106,900원 ▲ 8,300 8.42%), 지아이텍(26,150원 ▲ 3,350 14.69%), 원준(122,900원 ▼ 100 -0.08%), 와이엠텍(39,800원 ▲ 2,700 7.28%), 엔시스(25,400원 ▲ 2,100 9.01%), 유일에너테크(23,150원 ▲ 550 2.43%) 등 2차전지 관련 6개사가 상장해 흥행을 이끌었다. 증권가에서도 2차전지 관련주의 성장성은 변함이 없다고 평가한다. 이 외에도 삼성SDI(666,000원 ▲ 7,000 1.06%), 엘앤에프(194,300원 ▼ 3,400 -1.72%), 코스모신소재(43,950원 ▲ 2,050 4.89%), 포스코케미칼(132,000원 ▼ 500 -0.38%), 일진머티리얼즈(113,500원 ▲ 500 0.44%), SKC(162,000원 ▲ 1,500 0.93%) 등도 관련주로 주목받으며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도 급증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인 ESG를 경영 및 기업 활동 전반에 적용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ESG 열풍은 운용 자산이 약 1경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촉발했다. 지난해 초 연례 서한에 “앞으로 ESG를 투자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고 이후 실제로 투자하는 기업에 ESG 강화를 촉구하면서 전세계적인 ESG 열풍이 일어났다.
신한자산운용에 따르면 올해 국내 ESG 펀드 순자산은 전년 대비 6.5배 늘어난 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일반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순유출되는 상황에도 꾸준히 순유입된 것이다. 또 ESG 펀드 중 수익률 1위 ‘KTBESG1등주증권투자신탁’은 삼성전자의 투자비중이 20.89%다. 2위 ‘키움 올바른 ESG 증권투자신탁 1호’는 22.19%, 3위 ‘우리지속가능 ESG증권자투자신탁 1호’는 23.8%다.
ESG 관련주로 주목받은 한전기술(77,200원 ▼ 2,500 -3.14%)의 1년 수익률은 392%에 달한다.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로 관심을 받으면서 올해 주가가 크게 뛴 것이다. 지난해 이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 ETF 중 ESG 관련 상품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ESG 펀드 시장과 관련주는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스퀘어·텔레콤·하이닉스 협력
’반도체·5G·AI’ 융합 시너지효과 창출
SK스퀘어는 지난 7일(현지시각) SK텔레콤, SK하이닉스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가전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2′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ICT 융합 기술을 공동 개발·투자하고, 글로벌 진출에 힘을 모으는 ‘SK ICT 연합’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SK스퀘어에 따르면 SK ICT 연합은 올해 1조원 이상의 글로벌 ICT 투자금을 조성·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해외 유명 투자자들과 세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SK ICT 연합이 결성되면서 SK가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반도체와 통신 분야에 대한 투자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산업은 그동안은 독립적인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서로 융합하며 발전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에 따라 SK ICT 3사가 힘을 합쳐 시너지효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많았고, 결국 연합을 결성하기로 결정했다.
SK ICT 연합은 향후 SK스퀘어의 투자 역량, SK텔레콤의 5G∙AI 기술,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을 결합해 다양한 공동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ICT 업체 대표들을 만나보면 디지털 세상이 완벽하게 진행되는 세상이 10년 내에 온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SK가 ICT 관련 디바이스(완성품)는 만들지 않고 있지만, 핵심 요소인 반도체와 서비스에 강점을 갖는 만큼 이런 부분에서 경쟁력을 높여 세상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려고 한다”라고 했다.
SK ICT 연합은 이달부터 박 부회장이 주도하에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참여하는 3사 시너지협의체를 운영한다. 국내외 반도체와 ICT 분야 연구개발(R&D)을 협력하고 공동 투자를 논의하는 등 다양한 의사결정에 뜻을 모은다. 처음으로 국내 최초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사피온(SAPEON)을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한다. SK ICT 연합은 이미 공동 투자를 통해 미국법인 ‘SAPEON Inc.’를 설립했다.
AI 반도체인 사피온은 인공지능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 저전력으로 실행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다. 인공지능의 핵심인 두뇌에 해당하는 역할을 한다. 사피온은 인공지능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데이터 처리에 특화됐다. SK텔레콤은 연구개발 역량과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사피온의 기술 개발을 주도한다. 동시에 중장기적인 과제로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 전용 사피온 라인업을 늘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 기술과 AI 반도체의 시너지효과를 찾는 데 집중한다.
SK스퀘어는 SK텔레콤과 전략∙재무적 투자자를 공동으로 유치한다. 사피온 미국법인은 미국에 거점을 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AI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맡는다. 반도체 개발 인력 확보를 넘어 외부 투자를 유치한다. 사피온 한국법인은 북미법인의 자회사로 한국과 아시아 지역의 사업을 담당한다.
SK텔레콤은 T우주∙이프랜드∙AI 에이젼트 3대 서비스 혁신에 집중한다. 동시에 스마트폰을 대신할 미래 디바이스로 각광받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차, 커넥티드 인텔리전스(Connected Intelligence)를 강화하고 기존에 없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 유 사장은 “AI, 메타버스, 5G 분야의 기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올해를 SK ICT 연합의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파트너십을 확장한다. 이를 위해 미주 사업조직을 신설하고 미주 연구개발센터도 건립한다. 이 사장은 “SK하이닉스는 더욱 뛰어난 기술과 제품, 그리고 인류와 사회를 위한 가치 창출을 통해 글로벌 일류 기술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했다.
한편 SK스퀘어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 블록체인과 같이 미래 혁신을 이끌 넥스트 플랫폼에 투자를 확대한다. 최근 투자한 가상자산거래소 코빗과 연계해 글로벌 블록체인 신사업에 진출한다. 또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 블록체인 기반 경제 시스템을 구축한다.
박 부회장은 “SK ICT 연합이 서로 힘을 모아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도약하고 혁신하는 한 해를 만들겠다”라며 “글로벌 반도체∙ICT 산업을 이끈다는 자부심을 갖고 대한민국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라고 했다.
가상자산·메타버스가 바꾸는 세상 엿보세요
제1회 ‘2022 가상자산 콘퍼런스’ 20일 열려
조선비즈는 1월 20일(목)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상자산 2.0: 도약과 혁신’을 주제로 ‘2022 가상자산 콘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이번 포럼은 거세지는 가상자산 열풍에 발맞춰 조선비즈가 처음으로 주최하는 행사입니다.
블록체인 권위자인 프리마베라 디 필리피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섭니다. 하버드 로스쿨의 인터넷 및 사회를 위한 버크만-클라인 센터 교수이자 국립 과학 연구 및 교수센터의 영구 연구원인 그는 ‘블록체인과 법: 코드의 규칙’ 저자로도 유명합니다. 가상화폐의 미래와 규제를 짚어볼 예정입니다.
두 번째 기조연설 무대에는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이사가 오릅니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모바일 MMORPG ‘미르’를 만든 기업으로, NFT(대체불가능토큰) 기술을 활용해 게임 업계에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분야를 부흥시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메타버스와 가상자산의 미래를 국내 게임 업계 수장의 시각에서 풀어봅니다.
기조연설 이후 이어지는 오전 강연 섹션에서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가상자산 트렌드: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강연합니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의 운영사입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최일선에 있는 그가 최신 흐름을 짚어줍니다.
두 번째 강연자로는 이수환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이 나섭니다. ‘가상자산 규제 어디로 가나’라는 주제로 가상자산 관련 국내 법안과 주요 쟁점들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 박소정 기자
2022년은 한국에서 가상자산 관련 금융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첫해가 될 전망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가상자산의 성격과 규제 방식을 정하는 법률이 제정되면서,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상장이나 가상자산 기반 금융서비스가 국내에서도 허용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암호화폐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기반 투자 및 금융상품 개발 업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의 가상자산 관련 사업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들의 암호화폐 채굴이나 매매에 기반을 뒀던 기존 가상자산 산업이 질적으로 변모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법 입법 본격화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1월부터 가상자산 관련 법안 심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가상자산과 관련해 발의된 법안은 13건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법안 제정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었다. 빠르게 기술과 업태가 발전하는 가상자산업을 다루는 법안을 섣불리 만들 경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법안이 산업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는 법안 제정을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법안 제정 논의가 시작됐다. 현재 가상자산 관련 규제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외환관리법 위반이나 돈세탁 등 금융범죄와 연관될 수 있는 부분만 감독하는 정도다. 암호화폐 발행 등 가상자산 관련 산업은 법률 적용을 받지 않는다. 금융산업이 아니라 일종의 디지털 재화 유통업으로 취급했던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가상자산 이용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 기본 방향 및 쟁점’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가상자산법 제정과 관련한 현안, 현안별 쟁점, EU(유럽연합)의 ‘암호화 자산 규제((Regulation on Markets in Crypto Assets·MiCA)’ 등 해외 사례, 기존 발의된 가상자산법 비교 분석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가상자산법 제정을 위한 기초 보고서인 셈이다.
금융위는 이 보고서에서 가상자산 발행(ICO) 요건 및 규제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었다. 가상자산 발행 시 향후 계획 및 기술 특성을 설명하는 백서(白書) 요건 및, 중요 정보 제출과 공시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발행인 자격도 법인으로 규정했다.
또 공모 자금의 보관, 사용도 제3자를 통해 하도록 해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상장 및 유통 과정에서 가상자산 사업자 협회가 자율 규재하도록 하기도 했다. 이렇게 금융위가 상장과 관련된 규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결국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발행을 허용해주겠다는 의미다.
최근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상장에 관심 있는 이들은 가상자산 간 탈중앙화 거래소인 유니스왑 등을 고려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상장이 허용되면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이 한 단계 진전되면서, 여러 관련 산업이 발전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위는 “법률에서는 이용자 보호 원칙과 필요한 규제만 최소한으로 두고 상세 내용은 하위 규정에 위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민간에 자율 규제 권한을 부여하고, 금융당국은 시정 명령권 등 필요한 감독권을 최소한으로 보유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협회를 결성해 자율 규제하는 방식을 주로 취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또 증권형 토큰,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자본시장법 적용대상으로 규정했다. 가상자산 기반으로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 거래하는 DeFi 시장의 경우 사실상 추후 검토 대상으로 삼았다.
23일 정무위 법안소위는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법안 제정을 위한 용역보고서를 의뢰, 이를 기초로 자본시장법 제정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김병욱 법안소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당시 회의에서 “위원님들이(국회의원) 발의한 안을 중심으로 해서 자본시장연구원 등 전문가 단체와 용역을 해서 통합안을 만들어 심의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안팎에 따르면 내년 1월께부터 관련 심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 가상자산 투자 전문 펀드에 몰리는 자금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전문 운용사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상자산과 가상자산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 해시드가 12월 결성한 2호 펀드에는 2400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여기에는 2020년 11월 결성된 1호 펀드에 투자한 네이버, 크래프톤은 물론 SK, LG, 컴투스, 위메이드, 에프앤에프(F&F), 무신사, 하이브 등 여러 기업이 참여했다.
최소 투자자금이 30억원이었음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해시드는 자사 1호 펀드가 이더리움 기반 파생상품 거래소 디와이디엑스(dYdX), 블록체인 게임회사 미씨컬게임즈(Mythical Games), NFT 플랫폼 리큐어(Recur), 미국 최대 비상장 주식투자 플랫폼 리퍼블릭(Republic) 등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두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전문 운용사인 하이퍼리즘은 지난 8월 1100만달러(130억원) 규모의 시리즈B(두 번째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시리즈B에는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자회사 위메이드트리와 해시드가 주로 참여했다. 또 삼성전자의 투자 전문 자회사 삼성넥스트도 자금을 댔다.
시리즈B 투자 유치 과정에서 하이퍼리즘은 1300억원 규모로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가상자산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준비 중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미국 달러화 등 실제 화폐에 가치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2022년 발행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은행 전산망을 통한 가상자산 송금 시험 등도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방향에 발맞추면서도, 규제 허용 범위 내에서 빠르게 관련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 조귀동 기자
하나금투, 1월 증시 이슈로 ‘가상자산’ 꼽아
한국·유진證도 연말연초 보고서 발간
증권가 “공식적으로 커버할 단계는 아냐”
새해가 되면서 주요 증권사에서 앞다퉈 가상자산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동안은 가상자산 관련 보고서를 내는 곳은 손에 꼽았고, 아예 코멘트조차 하지 않는 곳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금융투자업계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4일 하나금융투자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가상자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1월 주식시장 전망과 전략 내용을 담은 월간 자료에서 리서치센터는 가상자산 시장을 대표적인 증시 이슈로 꼽았다. 여기에는 블록체인, 코인, 토큰 등 가상자산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담겼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조2213억달러(한화 약 2659조원)으로 2020년 1월 1일(1926억달러) 이후 2년 새 1000% (10배) 이상 증가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현재 거래되는 코인은 1만2057개, 거래소는 537개다. 코인과 거래소 모두 약 1년 전인 2020년 4월과 비교해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가상자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했다. 그는 “가상자산 관련 펀드는 2017년 이후 계속 늘고 있고, 글로벌 연기금들도 가상자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앞서 유진투자증권은 새해 첫 증시 거래일인 3일 ‘가상자산군 편입 및 운용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가상자산이 주식, 채권, 금(金)과 같은 기존 자산과 동등한 지위로 인정받긴 어렵지만, 자산배분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편입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방인성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의 엄청난 가격 변동성 자체만으로 투자자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자산배분 관점에선 다르다”고 했다. 그는 “잠시 자산에 대한 기본적 분석을 제쳐두고, 과거 가격 데이터를 기술적으로 바라본다면 가상자산은 충분히 매력적인 자산”이라고 설명했다.가상자산은 전략적으로만 운용한다면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게임메이커가 될 수 있다.
방 연구원은 “가상자산을 포트폴리오 내 소규모(1~10%) 비중을 가져갈 시 성과가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단기 모멘텀을 유의하면서 목표 변동성과 기대 수익률에 따라 전략적으로 운용한다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게임메이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초는 아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증권업종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분석했다. 보고서 작성 당시 기준 국내 4대 가상자산 연간 거래대금과 가입자 수 등을 토대로 보면 가상자산 시장은 규모 측면에서 국내외 주식 시장과 유의미한 경쟁 관계에 놓였다는 평가였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및 가상자산 거래대금 추이는 동행하면서 움직였다”며 “가상자산 시장이 커진다고 주식시장 거래가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식과 가상자산 모두 위험자산군으로 개인들의 위험 선호도 변화에 따라 거래대금이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이런 가상자산 관련 보고서나 코멘트를 주기적으로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상자산에 대한 논의가 이전보다 활발해진 것은 맞지만, 여전히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에서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스탠스가 과도기 단계에 머물러있는 만큼 금융투자업계에서 앞장서 언급하기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가상자산의 경우 그동안 증권사에서 분석해온 전통적인 자산인 주식(기업)과 달리 그 가치의 토대가 정확하지 않다. 예컨대 증권사의 기업분석은 평가 대상이 되는 기업의 실적, 사업, 투자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래 주가를 분석하고 전망하면 되지만 가상자산은 가치를 평가할 기준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신사업이 나올 때 가장 먼저 살펴보고 가치 분석을 해왔다”며 “가상자산도 결국에는 제도권 시장으로 편입되고, 증권사의 분석 대상이 되겠지만 아직까지 전통 자산과 이질적인 부분이 많아서 적극적으로 커버하는 데 제약이 많다”고 했다.
가상자산 투자자 상당수가 가상자산 가치보다 가격 흐름에 주목한다는 점도 분석의 한계로 지목됐다. 가상자산이 향후 특정 산업에 미칠 영향력이나 그 의의를 묻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보고서는 충분히 낼 수 있지만, 주기적으로 가격만을 예측하는 건 증권사의 역할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해도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계속 커진다면 그 수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은 자연스레 생겨날 것”이라며 “지난해에도 미국 코인베이스 등 기업공개(IPO)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앞두고 가상자산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하자 관련 보고서가 잇달아 쏟아졌다”고 덧붙였다.
이 시각 국내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올해 들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오후 2시 58분 기준 비트코인은 하루 전보다 130만원(2.27%) 넘게 하락한 5623만3000원에 거래됐다. 이더리움은 9만3000원(1.97%) 떨어진 462만1000원에 거래됐다.
= 권유정 기자
스페인과 호주 등의 대형 은행들이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을 통한 투자와 암호화폐 보관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월스트리저널(WSJ)이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각국 금융 당국의 우려 속에 가상화폐에 부정적이던 유럽 은행들과 재정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은 독일 은행까지 고객의 지속적인 기대를 고려해 사업 범위를 확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에서 자산 규모가 두 번째로 큰 BBVA는 최근 고객이 디지털 계정을 통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보유하거나 구입 및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중남미와 터키에서도 영업하는 이 은행은 해당 서비스가 특히 중남미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 최대 은행인 커먼웰스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와 제휴해 고객이 은행 모바일 앱으로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우선 10종의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으며, 올해 안으로 서비스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독일에서는 자국 인구 8000만명 중 5000만명을 고객으로 둔 독일저축은행 그룹이 ‘암호화폐 지갑’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독일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수적인 기조를 마냥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는 화폐에 대해 극도로 보수적인 독일 사회에서 암호화폐를 받아들이는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알렉산더 하트버그 독일저축은행 대변인은 “우리 고객 10명 중 1명은 암호화폐 등 가상 자산을 소유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고객들의 높은 기대를 고려할 때 저축은행도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수요와 서비스 제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주요 은행의 이러한 움직임은 각국 규제당국이 수년 간 가상화폐에 방어적 태도를 유지하며 자금세탁과 투자자 피해, 높은 변동성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가운데 나왔다. 기존 은행들도 소매 고객들에게 가상화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꺼려왔다. 가상화폐 거래 관련 모든 정보를 보관하는 블록체인 자체가 은행의 전통적인 기능을 대체할 수 있도록 설계돼 은행의 독점적 지위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당국과 은행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의 가치와 거래량은 급증했다. 지난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모든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해 2조 달러(약 2396조원)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결제 플랫폼 페이팔과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등 비(非)은행 결제 업체들이 암호화폐 관련 거래로 사업 분야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또 수탁은행과 글로벌 금융사들도 자산운용사와 헤지펀드 등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 이슬기 기자
CBDC 도입 화두에 은행권 투자·개발 본격화
“올해는 확장 기능 검증· 블록체인 기반 신사업 발굴”
올해부터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모의실험이 2단계에 돌입하는 가운데, 은행들도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페달을 밟고 있다.
CBDC는 블록체인(분산저장) 기술을 기반으로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화폐를 말한다. 한국은행이 CBDC 도입 검토를 위해 추진 중인 모의실험 연구사업은 작년 1단계 테스트를 거쳐 올해 1월부터 오는 6월까지 확장기능을 검증하는 2단계 실험을 진행한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CBDC 모의실험이 시작된 지 약 1년여 만에 은행권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크고 작은 성과들이 수면 위로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KB국민은행은 최근 CBDC, 가상자산, NFT(대체 불가능 토큰) 등 디지털 자산 보관을 지원하는 ‘멀티에셋 디지털 지갑’ 시험 개발을 완료했다. 이는 한은의 CBDC 모의실험에 사용된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래이튼을 기반으로 개발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이번 시험 개발을 통해 확보한 ‘블록체인 월렛’ 기술을 바탕으로 올해 시작되는 한국은행 CBDC 모의실험 연계 테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LG CNS와 함께 블록체인 플랫폼 도입과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하나은행 역시 포스텍크립토블록체인연구센터와 함께 CBDC 기술 검증을 추진 중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블록체인 기반 자금 중개 서비스와 고속도로 통행료 미납 납부·환불 신청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LG CNS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플랫폼을 시범 구축했다. 블록체인 기술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스테이블 코인 기반 해외송금 기술도 개발했다. 전문직 대출 자격 인증 서비스와 퇴직 연금 플랫폼 등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도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중앙은행의 CBDC 발행 후 이어지는 시중은행의 공급, 개인의 교환, 이체와 결제 등 디지털화폐가 실물화폐처럼 원활하게 융통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검증하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사업을 여러 방향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두 제도권 내 허가형 프라이빗 블록체인 플랫폼 도입이나 CBDC 발행·유통·결제·환수 등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권에서는 2016년부터 조직 차원에서 서서히 블록체인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 모색 움직임이 생겼으나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개발이나 서비스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는 CBDC 도입 가능성이 화두로 떠오른 지난해부터”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은행들은 블록체인 기술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거나 아예 블록체인 기술 개발자를 별도로 채용하는 등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은행들이 한국은행 CBDC 발행에 대비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 손잡고 기술 검증과 서비스 개발에 뛰어든 데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깔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 서비스의 파괴적 혁신을 비전으로 내걸며 계열사(자회사)를 통해 시장에 진입한 카카오, 네이버 등이 향후 금융서비스의 블록체인 기술 활용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는 것에 대해 기존 은행들의 두려움도 내재돼 있다”고 의견을 냈다.
특히 은행들은 CBDC가 저축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기존 자금이 CBDC로 전환할 경우 은행들의 수익원인 대출 여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자가 지급되지 않는 현금형 CBDC가 도입될 경우 일반 요구불 예금을 CBDC로 대체할 유인은 크지 않으나, 이자지급형 CBDC는 은행의 신용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만약 이자지급형 CBDC 체제에서 CBDC금리가 예금금리를 상회할 경우, 기존의 예금이 CBDC 보유로 대체되면서 은행들의 예금수신액이 감소하고 대출여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이자지급형 CBDC 도입으로 기존 은행들의 금융중개 기능이 약화할 우려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함께 KB국민은행, 신한은행,NH농협, 우리은행은 디지털자산 수탁 사업(커스터디)에도 잇따라 뛰어들며 주도권 경쟁을 시작했다. 커스터디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대신 보관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로, 각 은행은 블록체인 기술 기업과 별도의 합작 회사를 설립하거나, 업무협약을 맺고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유럽 국가 등 해외 주요 은행들의 디지털 신사업 전략을 국내 은행들도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CBDC 모의실험은 2단계로 진행 중이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진행하는 2단계 실험은 통신 불능 등 장애 환경에서의 결제 기능 등 오프라인 결제와 개인정보보호 강화기술 등 확장 기능을 검증한다. 작년 8월~ 12월까지 실시한 1단계 테스트에서는 가상환경에 블록체인 기반의 CBDC 모의실험 환경을 구축하고 발행, 유통, 환수 등 CBDC의 기본 기능의 기술적 구현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다.
= 허지윤 기자
하이브(290,000원 ▼ 5,500 -1.86%)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66,600원 ▲ 3,200 5.05%))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가 올해 본격적으로 블록체인(가상화폐로 거래할 때 해킹을 막기 위한 기술), 메타버스 등 IT 분야를 비롯한 신사업에 뛰어든다. 최근 엔터사들은 잇달아 암호화폐 기업과 손잡고 아티스트 앨범·굿즈 등을 NFT로 발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올해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미국 합작법인을 설립해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해외 NFT 시장 진출을 꾀할 전망이다. 국내 4대 기획사 중 하나인 JYP엔터테인먼트(JYP Ent.(45,750원 ▲ 500 1.1%))도 두나무와 K팝 NFT 플랫폼 사업을 위한 업무 제휴를 맺었다.
SM엔터는 ‘SMCU’라는 메타버스형 콘텐츠를 내세웠다. SMCU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메타버셜 오리진 스토리’로 새롭게 명명한 아티스트들의 세계관이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없는 공간으로, 이 안에서 아티스트·음악·뮤직비디오·공연 등 다양한 형태의 IP 기반 콘텐츠가 서로 연결되고 확장된다는 설명이다. SMCU에는 증강현실(AR), 3D 그래픽 등 각종 IT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웹툰 등 IP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이다. 하이브는 올해 스토리에 아티스트를 캐스팅하는 방식으로 컬래버레이션한 웹툰·웹소설·애니메이션 등을 공개한다. BTS가 출연하는 네이버웹툰 ‘세븐 페이츠 : 착호’를 비롯해 다른 아티스트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등이 주연으로 나온다. 또 아티스트와 팬이 직접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신작 게임도 선보일 계획이다.
테마파크·숙박시설 등 관광 및 부동산 관련 사업도 있다. 하이브는 앞서 BTS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인더숲’을 진행한 강원 평창군 촬영지를 매입했는데, 이곳을 관광지로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이브는 지난달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업 목적을 추가한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인수 합병도 활발하다. CJ ENM(132,900원 ▲ 2,100 1.61%)의 SM엔터 인수가 기정사실로 되면서 올해엔 시너지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SM엔터를 월트디즈니처럼 자체 IP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모델로 만들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CJ ENM을 통해 이룰 수 있게 됐다는 평이다. 하이브의 경우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와 네이버 브이라이브(V LIVE)의 통합 플랫폼 출범을 앞두고 있다. 만약 통합되면 최대 규모의 팬 플랫폼이 되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위버스의 가치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엔 신인 그룹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그룹 에프엑스, 레드벨벳 등의 콘셉트를 기획한 민희진 하이브 CBO(브랜드 총괄)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를 통해 새로운 걸그룹을 선보인다. ‘걸그룹 명가’로 통하는 JYP엔터도 7인조 신인 걸그룹을 오는 2월 공개할 예정이다. 이 걸그룹은 관련 정보가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팬들에게 판매한 한정판이 열흘 동안 선주문 6만1667장을 기록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주요 엔터사에서 핵심 매출원이라 할 수 있는 신인 그룹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글로벌 K팝 열풍으로 시장이 전 세계로 확장된 데다가 다양한 신사업으로 엔터업계는 몸집을 크게 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정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