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조선비즈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조선비즈

거세지는 지구 온난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금융, 그린스완을 넘어서’라는 주제로 열린 ‘2022 미래금융포럼’이 28일 성황리에 열렸다.

녹색 백조를 뜻하는 ‘그린 스완’(Green Swan)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 또는 금융위기를 뜻하는 단어다.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금융위기를 의미하는 ‘블랙스완’(Black Swan)에서 파생한 말로, 급격한 기후변화가 몰고 올 전방위적인 충격을 의미한다.

이번 포럼에는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교수와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 등이 참석해 어느덧 금융산업에서 피할 수 없는 변수로 자리 잡은 기후리스크에 맞설 방안을 심도있게 짚어봤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삭스 교수는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시절 밀레니엄개발목표 특별자문관으로 일한 경험과 현재 UN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대표를 맡으면서 담당했던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기업들이 환경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점차 강화하고 있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불안정성이 커진 탓에 정책 대변환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그는 지난해 전 세계 곳곳에서 터졌던 폭염과 가뭄, 초대형 산불, 거대 폭풍이나 홍수처럼 감당하기 힘든 극단적 기상이변을 예로 들며 “지구 평균 온도가 이전보다 급격히 오르면, 지난해 닥쳤던 재난은 전조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극한 기상 현상이 줄지어 벌어지면 금융업계도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구온난화로 폭염과 홍수처럼 산업 생산에 큰 피해가 이어지면 제조업과 농·축산업을 막론하고 셀 수 없이 많은 기업들이 ‘물리적 위험(physical risk)’에 노출된다. 만약 기업이나 개인이 폭염과 홍수, 산불로 피해를 입는다면 이 피해는 ‘배상’이라는 형태로 고스란히 보험업계에 돌아온다. 보험사가 짊어질 배상책임위험(liability risk)이 커지면 커질수록 해당 보험사에 대출을 내준 은행도 피해를 입는다. 기후변화가 광범위하고 복합적인 방식으로 벌어지면서 금융위기가 불거지는 셈이다.

이어 강연대에 오른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역시 “탄소중립 시대에 미리 대응하지 못하면 3년 후에는 지금은 우리가 생각하지 않는 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라며 “탄소중립 전환에 실패한 기업과 금융사는 매출과 투자수익이 감소하고 비용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소장은 “이미 주요 선진국은 탄소중립 관련 정책과 제도를 만들며 산업 구조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기후공시의무화 규정 초안을 발표했고, 중국은 재작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내 핵심 금속 소재 유통의 85%를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이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이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후 변화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신선한 시각도 나왔다. 세계적인 논객 이안 브레머가 설립한 유라시아 그룹의 라드 알카디리(Raad Alkadri) 상무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 사회의 대(對) 러시아 제재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막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목표로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속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알카디리 상무는 미국, 유럽 등이 주축이 된 국제 사회가 러시아에 가하는 제재가 세계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 수입을 중단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으로 에너지 전략을 재편하면서 동남아시아 국가나 라틴 아메리카는 LNG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2050년까지 전 세계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달성 여부에 혼란을 야기할 뿐 아니라, 각국의 경제와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후 이어지는 토의에서는 김윤경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를 좌장으로 문혜숙 KB금융지주 ESG본부 상무와 안욱상 한국산업은행 ESG·뉴딜기획부 부장 등과 함께 실제 국내 금융업계에서 녹색금융과 연계한 채권 발행과 투자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의견을 나눴다.

문혜숙 상무는 “KB금융그룹이 2020년 9월 국내 금융그룹으로 처음으로 탈석탄 선언을 한 이후 많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이에 동참했다”면서 “2021년엔 탄소중립 선언을 하고,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 체계(ESRM) 정책 등을 만드는 등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패널로 참석한 연사들이 토의하고 있다. /조선비즈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패널로 참석한 연사들이 토의하고 있다. /조선비즈

안욱상 부장은 탄소 중립 관련 초기 분야 사업에 정책 금융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해상풍력사업과 수상태양광사업, 수소인프라사업, 혁신기후기술 기업들에 대해 지분투자나 후순위 대출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특히 철강·시멘트 등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이 많은 국내 산업구조 특성상 전환금융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후 강연에서는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가 글로벌 주요 연기금 CIO들은 2020년 3월 ‘지속 가능한 자본시장을 위한 우리의 연대’ 선언을 소개하면서 “2000년대 들어 주류 금융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념이 지금은 전 세계 투자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금융기관도 ESG를 반영해 장기적인 투자 철학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우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이어진 특별 강연에서 “기후 변화 위기로 다양한 업종이 위기를 맞을 수 있지만, 금융권의 역할로 많은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며 “작년 한 해만 보더라도 에너지 전환을 위해 800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자됐고, 각 금융기관은 각 산업이 ‘넷제로(온실가스 순 배출량 0)’를 이행할 수 있게 명확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기업의 기후공시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과거에는 기후변화 이슈에 대해 환경단체의 관심이 가장 컸지만 최근 세계의 여러 금융기관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기후 변화로 경제적 리스크가 생기고 실물경제에 변화가 오면 금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이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의 축사를 하고 있다./조선비즈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이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의 축사를 하고 있다./조선비즈

이번 포럼은 금융권이 주목하는 기후변화발 위기를 논하는 자리인 만큼, 금융계와 정계 전반에 걸쳐 주요 인물들이 두루 현장에 참여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김병욱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자리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과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임승보 한국대부금융협회장 등 주요 금융 연합회 대표들과 김태현 예금보험공사 사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 주요 금융사 리더도 포럼에 참여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그 밖에 참석하지 못한 대학생과 직장인, 기업 경영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행사를 시청했다.

=유진우 기자

코앞에 닥친 ‘그린스완(기후변화가 초래할 금융위기)’을 막기 위해 금융업계 전체가 대처 방안을 갈구하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실제 친환경 경영과 거리가 멀지만, 친환경 이미지로 기업 이미지를 세탁하는 이른바 ‘그린워싱’에 나서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정부까지 신경쓰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았을 뿐 아니라, ESG 금융상품에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금융규제당국은 그린워싱을 막기 위한 행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3월부터 ‘지속가능 금융공시 규제(SFDR)’를 시행했다. EU 역내 금융서비스 기관은 투자행위와 상품과 관련해 지속가능성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기후,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와 노동자·인권·지역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에 관한 18개 지표가 여기에 담겼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자산운용사들은 펀드를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상품으로 마케팅하려면 엄격한 SFDR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최근 투자자들에게 ESG 투자에 관한 허술한 기준을 꼼꼼히 뜯어봐야 한다고 당부하는 한편 당국 차원에서 공시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28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을 찾은 금융업계 전문가들 역시 국내 금융사들이 기후변화 문제를 하나의 캐치프레이즈나 유행 정도로 여기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의하고 있다. /조선비즈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의하고 있다. /조선비즈

세계적인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에서 경영 전략과 사업 모델 전환을 담당하는 신우석 파트너는 “경쟁사가 기후 변화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확인하고 여기에 보조를 맞추는 정도로 역할과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금융사들이 많은데, 아주 보수적으로 기후변화는 기존 방식과는 다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며 “기후 변화라는 위기가 새로운 성장이나 가치 창출을 이끌어 낼 기회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전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파트너는 이어 “이 주제가 갖는 함의나 시사점을 제대로 밝히고 사내에 전파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인력·조직을 갖춰야 한다”며 “경영전략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런 과제를 해결해야 그린워싱을 극복했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현석 연세대학교 환경금융대학원 주임교수 역시 “그린워싱을 하는 기업에 자금이 들어가고, 투자가 이어지면 녹색금융이나 ESG 금융 취지에 반(反)하게 된다”며 “명백한 표준안을 마련해서 기업이 지켜야 하는 정보를 적시에 공시하는 방식으로 그린워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규 한국기업평가 사업가치평가본부 ESG평가실 실장도 “올바른 방향으로 그린워싱을 방지하려면 공시 투명성이 중요하다”며 “데이터 위주로 정보를 공시하는 환경부 환경정보공시시스템을 넘어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전략적 측면까지 검증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 가입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SBTI)’처럼 세계적인 ESG 검증기관에 가입하고도 2~3년만 반짝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이후에는 나 몰라라 하는 행태는 경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몇몇 국내 기업은 주요 이니셔티브에 가입을 해 놓고도 팔로업(follow up)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정식 승인을 못 받거나, 심지어 실효(失效)가 된 경우도 있다”며 “가입할 때만 공들여 홍보를 하고 후속 조치에 책임감을 갖지 않는 행태에 대해 시장과 투자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우 기자

신우석 “탈(脫) 탄소화, 새로운 가치창출 기회”

김태한 “한국, 고탄소 산업군 집중도 높아”

이상화 “블록체인으로 지속가능성 담보”

“기후 변화 위기로 다양한 업종이 위기를 맞을 수 있지만, 금융권의 역할로 많은 기회가 창출될 것입니다.”

신우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가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 특별 강연을 통해 “금융기관은 대출, 투자 등 사회변화에 필요한 바람직한 역할을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신우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가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의 축사를 하고 있다./조선비즈
신우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가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의 축사를 하고 있다./조선비즈

신 파트너는 이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산업의 역할 및 과제’란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작년 한 해만 보더라도 에너지 전환을 위해 800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자됐다”며 “각 금융기관이 각 산업이 ‘넷제로(온실가스 순 배출량 0)’를 이행할 수 있게 명확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파트너는 그러면서 금융기관의 핵심 역할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탈(脫) 탄소화에 대한 대응을 단순히 리스크 관리 수준을 넘어 새로운 가치창출과 성장의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며 “가치 창출을 위해 테크놀로지 및 데이터 관련 핵심역량 강화에 충분한 투자가 단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조직 및 경영전략 전반에 내재화하고 전사적 변화관리에 충분한 시간·노력 투자 ▲고객·주주·투자자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ESG 선도 기업으로의 브랜드 이미지 고도화 ▲단기적으로 일회성이 아닌 멀티-이어-트랜스포메이션 관점으로 접근, 시점별 구체적 목표 및 점검체계 수입/운영 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기업의 기후공시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과거에는 기후변화 이슈에 대해 환경단체의 관심이 가장 컸지만 최근 세계의 여러 금융기관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기후 변화로 경제적 리스크가 생기고 실물경제에 변화가 오면 금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이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의 축사를 하고 있다./조선비즈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이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의 축사를 하고 있다./조선비즈

이어 “기후 변화로 GDP 규모가 -2.7~-7.4%까지 하락할 수 있는 시나리오까지 나왔다”며 “특히 한국은 해외 여러 국가와 비교해 고탄소 산업군 집중도가 높아 기후 변화 대응에 실패하면 산업구조에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수석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주요 시스템으로 기후공시를 제시했다. 기후공시는 주주, 일반 투자자 등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금융기관은 기후공시를 활용해 더 효과적인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지난달 21일 상장사들의 탄소배출 등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한국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기후정보 사업보고서 공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ESG 공시정보의 디지털화를 통해 이용 가능성을 확대하고, 거래소 공시 조기 의무화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중견·중소기업의 자발적인 기후공시를 위한 지원책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날 특별강연에선 블록체인을 활용한 기후변화 대응 방법도 제시됐다.

이상화 베가엑스 대표가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의 축사를 하고 있다./조선비즈
이상화 베가엑스 대표가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의 축사를 하고 있다./조선비즈

이상화 베가엑스 대표는 블록체인(데이터 분산처리) 기술이 그린스완(기후변화가 초래할 금융위기)을 극복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구가 LED로 바뀌고, 화석연료가 재생가능에너지로 바뀌었듯이 그동안 기술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었다”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선 블록체인이 근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 이유로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탈중앙화, 투명성, 무결성 등의 특징을 제시했다.

그는 “금융시장에서 블록체인을 사용하면 거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사기·조작 등 문제 발생 가능성이 낮아지고,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면서 “P2P(개인 간 거래)를 기반으로 누구나 아프리카의 태양광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미국 ‘선익스체인지(Sunexchange)’, 신재생에너지 거래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호주 기업 ‘파워렛저(Powerledger)’ 등이 대표적인 블록체인 금융기업”이라고 말했다.

=이경탁 기자, 정민하 기자

투자 패러다임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을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 역시 장기적인 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고유 기능에 ESG를 내재화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평가기준의 변화와 금융기관 대응전략’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ESG의 등장이 전 세계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류 대표는 “리베카 핸더슨 하버드대학 교수의 저서 ‘자본주의 대전환’에서 기업 경영과 투자를 할 때 ESG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고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계속해서 ESG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ESG 투자와 지속가능금융(Sustainable finance)은 2000년대 들어 주류 금융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 발생한 뒤 본격적으로 지속가능금융의 생태계가 조성되며 ESG가 투자의 중심에 서고 있다.

투자자는 투자 행위 속에 ESG를 고려하고 있고 기업은 이에 따라 ESG을 고려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회계법인 등 금융 중개인 역시 전통적인 재무 평가에서 벗어나 ESG에 대한 성과도 평가하기 시작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평가기준의 변화와 금융기관 대응전략’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진행했다. /조선비즈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평가기준의 변화와 금융기관 대응전략’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진행했다. /조선비즈

류 대표는 수탁자 자본주의도 지속가능금융의 확대를 촉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탁자 자본주의는 다른 사람의 재산을 맡아 관리하는 연기금, 국부펀드 등 수탁자가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큰 피해를 본 투자 주체인 연기금, 국부펀드가 새로운 투자 원칙·방법론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ESG를 중심에 두기 시작했다.

글로벌 주요 연기금 CIO들은 2020년 3월 ‘지속 가능한 자본시장을 위한 우리의 연대’ 선언을 통해 기금의 장기 운용과 지구 생태계와 종업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투자, ESG 요소를 투자 전 과정에 통합 등을 천명했다

류 대표는 “초대형 장기투자기관이 기존 운용방식에서 탈피해 장기주의, ESG, 스튜어드십에 입각해 투자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한 장기투자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ESG가 주류로 자리 잡은 만큼 기업들의 ESG 경영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 대표는 “지속가능경영, 사회적책임(CSR) 등이 모두 지속가능성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이는 기업이 이미지 제고를 위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ESG는 자발적으로 하는 게 아니고 탄소세 발생, 투자자의 ESG 성과 반영 등 시장의 매커니즘의 변화에 의해 기업이 자발적, 선택적이 아닌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류 대표는 “SNS를 통해 기업의 정보가 세계 한 바퀴를 돌고 있고 환경, 다양성, 형평성 등을 중시하는 MZ 세대가 소비자이자 종업원, 투자자가 되며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ESG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ESG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류 대표는 이에 따라 금융기관이 장기적인 투자 철학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투자를 단기적으로 보지 말자는 FCLT 이니셔티브에 전 세계 주요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곳에 우리나라 금융기관들도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류 대표는 각 금융기관이 고유 기능과 서비스에 ESG를 내재화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그는 “예를 들어 증권사는 (투자할 때) 재무적인 것과 함께 ESG 성과, 리스크 등을 어떤 기업이 잘 관리하고 있는지 봐야 하는 등 고유 업무 속에 ESG를 내재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류 대표는 금융기관의 투명한 정보 공개도 주문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ESG 금융 상품이 등장했으나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며 “투명성이 높아지는 만큼 (ESG 관련) 전략, 방법론에 대한 원칙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환경·에너지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이후 환경 관련 도서 판매가 이전에 비해 약 3배 증가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국내 금융업계도 이에 발맞춰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조선비즈가 28일 개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의 참석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그린스완(기후변화가 초래할 금융위기)에 대해 논했다. 이날 패널 토의에서는 김윤경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가 좌장으로서 진행을 맡았고, 문혜숙 KB금융지주 ESG본부 상무, 안욱상 한국산업은행 ESG·뉴딜기획부 부장,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이 패널로 참석해 40여 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의하고 있다. /조선비즈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의하고 있다. /조선비즈

ESG 관련 국내 금융산업의 변화와 관련해 문혜숙 상무는 “KB금융그룹이 2020년 9월 국내 금융그룹으로 처음으로 탈석탄 선언을 한 이후 많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이에 동참했다”면서 “2021년엔 탄소중립 선언을 하고,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 체계(ESRM) 정책 등을 만드는 등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상무는 중장기적으론 지속 가능한 금융을 확대하고, 생태계를 활성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30년까지 ESG 금융 상품을 50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로, 자동차 등 다른 분야 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KB금융그룹이 탄소중립 실행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욱상 부장은 탄소 중립 관련 초기 분야 사업에 정책 금융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해상풍력사업과 수상태양광사업, 수소인프라사업, 혁신기후기술 기업들에 대해 지분투자나 후순위 대출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특히 철강·시멘트 등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이 많은 국내 산업구조 특성상 전환금융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의하고 있다. /조선비즈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의하고 있다. /조선비즈

이날 토의에서는 기업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이야기도 나왔다. 안 부장은 “애플·GM 등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하는 데 나아가 공급망에 있는 기업들도 이에 따라 납품하도록 요구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도 SK하이닉스를 비롯한 18개 기업이 RE100에 가입했지만, 2020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6.5%에 불과하기에 추가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유인책 필요성이 제기됐다. 문 상무는 “미래 기술은 민간에서 먼저 들어가기에 어려움이 있기에 인센티브, 세제혜택 등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면서 “민간 기업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라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 역시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성우 소장은 탄소중립 감축 특성을 이해하고 투자 대상을 발굴·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싼 감축 수단을 선택하면 되지, 굳이 감축 특성까지 이해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해관계자들이 이제는 파리협정과 부합하는 목표를 세우고, 대체 투자를 발굴하라는 등을 요구하고 있기에 이에 부합하는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민하 기자, 이정수 기자

“선진국들의 ‘탄소중립’ 경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탄소중립이 기업과 금융사의 수익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이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이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28일 조선비즈가 개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탄소중립 시대에 미리 대응하지 못하면 3년 후에는 지금은 우리가 생각하지 않는 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라면서 “탄소중립 전환에 실패한 기업과 금융사는 매출과 투자수익이 감소하고 비용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소장은 “이미 주요 선진국은 탄소중립 관련 정책과 제도를 만들며 산업 구조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주요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기후공시의무화 규정 초안을 발표했고, 미국 정부는 코로나 회복 자금에 기후변화대응 부문 비중을 키워 담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동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소장은 “재작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중국의 경우 이미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내 핵심 금속 소재 유통의 85%를 통제하고, 태양광 패널 소재 웨이퍼의 97%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세계 상위 10대 풍력 태양광 기업 중 7곳이 바로 중국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시 탄소중립을 선언한 일본도 공적연금은 파리협정이 시행되면 일본 주식 시가 총액이 43%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면서 “바로 탄소중립 관련 기술 특허 때문”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 기업들과 4대금융그룹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탄소중립을 선언해 놓은 상태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대체 투자도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투자사들의 대응 전략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요지는 ‘탄소배출량 감축 특성을 고려한 수단(RE100·탄소배출권)을 선택하고’, ‘투자대상을 발굴하는 것’이다.

김 소장은 “감축 특성을 고려한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투자 대상 회사들의 배출을 동시에 감축하는 것 뿐 아니라 금융사의 오피스에서 배출하는 탄소량도 줄이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그는 “금융회사가 오피스에서 쓰는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RE100 이행 수단”이라면서 “단순히 탄소 배출 감축 비용만 분석할 게 아니라 품질, 정책 전망과 연계해서 봐야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투자대상을 발굴해야한다”면서 “지난 4월 UN산하 과학단체에서 기후감축에 관한 보고서 냈는데 이 안에 기술별로 감축의 가치와 그 영향이 얼마나될지가 쭉 나열돼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투자처를 찾을 때는 탄소중립 관련 특허데이터를 찾아보고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탄소중립 집중 기술데이터를 분석해서 기업 인수와 투자를 판단하는 식”이라면서 “탄소중립 관련 기술의 양과 질을 따져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가늠하고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탄소중립은 더 이상 하나의 환경적 요소이기 보단, 수익에 관한 요소가 됐다”면서 “탄소중립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주주 등 이해관계자 요구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지윤 기자, 정민하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 사회의 대(對) 러시아 제재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뿐더러 더 나아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막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목표로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의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라드 알카디리(Raad Alkadiri) 유라시아그룹 에너지·기후·자원부문 상무는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의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서 이 같은 시각을 제시했다.

이날 알카디리 상무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보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 에너지 시장이 금융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알카디리 상무는 미국, 유럽 등이 주축이 된 국제 사회가 러시아에 가하는 제재가 세계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 성장에 방해가 되고 있으며 올해 예측됐던 전 세계 성장률이 현재 기준치로 1%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이라며 “상품 수입에 의존하거나 부채가 많은 국가는 심각한 국제수지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고 원자재와 상품 수급에 막대한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드 알카디리(Raad Alkadiri) 유라시아그룹 에너지·기후·자원부문 상무가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의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보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 에너지 시장이 금융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비즈
라드 알카디리(Raad Alkadiri) 유라시아그룹 에너지·기후·자원부문 상무가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의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보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 에너지 시장이 금융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비즈

그러면서 알카디리 상무는 “상품 유통의 혼란과 더불어 공급망의 중단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금리도 상승했으며 주요 경제국의 금리는 계속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알카디리 상무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석유, 가스 등 에너지로 확대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지형이 크게 변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가 제재될 경우 해당 업계와 가격,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시장 안정을 위한 물량이 ‘생산국’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아닌 미국 등 ‘소비국’에서 풀리면서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석유 시장의 중심이 생산국이 아닌 소비국으로 옮겨갈 기미를 보이고 있다.

가스의 지정학적 변화도 감지된다.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는 기존 판매처인 유럽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럽 기업이 러시아산 에너지를 거래하거나 구매하면 평판 리스크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수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산 가스가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관을 통해 수입되고 있어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유럽의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유럽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가 가스의 빈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시장의 소비 경로 변화에 따라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계획도 수정될 수 있다는 게 알카디리 상무의 생각이다.

그는 “세계 각 지역 간 에너지 전환의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유럽이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야기될 위험은 타지역의 에너지 전환을 늦추고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국가는) 에너지 전환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목표를 낮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유럽은 석탄을 대체하는 LNG 수요를 적극적으로 늘리며 탄소중립 목표에 다가서고 있는 반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나 라틴 아메리카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LNG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에너지 전환 정책을 일시 중단하고 있다.

알카디리 상무는 “LNG 가격 상승의 여파로 유럽은 제한된 화물 가용성을 놓고 경쟁하면서 LNG 수입 과정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더 높은 값을 지불할 용의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부 국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의 중단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럼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2050년까지 전 세계의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달성 여부와 향후 시도에 대해서도 혼란을 야기하면서 각국의 경제와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유진 기자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 참석자들이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교수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조선비즈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 참석자들이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교수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조선비즈

“지난 2년 동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있었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기후 변화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인류는 위기를 통제할 시간을 낭비했다.”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28일 조선비즈가 개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 기조연설에서 “기업들이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평등하게 바꾸는 차원에서 점차 강력하게 환경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단기적인 불안정성이 커진 탓에 정책 대변환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위기를 지금부터라도 엄격히 통제하지 않으면 인류가 번영과 발전을 유지하는 능력이 충격적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삭스 교수는 평생 금융과 환경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온 세계적인 석학이다. 경제학계에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3대 스타 경제학자’로 꼽힌다. 뉴욕타임즈는 지속가능개발에 미치는 영향력을 높이 사 그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로 꼽기도 했다.

삭스 교수는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시절 밀레니엄개발목표 특별자문관으로 일했고, 현재 UN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이날 우루과이에서 이뤄진 원격 연설에서 “지금도 우루과이에서 UN과 협업해 환경과 기후 변화를 아우르는 지속가능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세계 각국의 정책 대변환이 없으면 앞으로 10년 뒤에 지구 온도는 평균적으로 섭씨 1.5도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삭스 교수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2003~2012년 사이 지구는 0.78도가 따뜻해졌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지구 평균 온도는 1.2도가 더 올랐다. 1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0.4도가 뛴 셈이다.

섭씨 1.2도가 오른 결과는 예상보다 냉혹했다. 지난해 전 세계 곳곳에서 폭염, 가뭄, 초대형 산불, 슈퍼 폭풍, 홍수 같은 감당하기 힘든 극단적 기상이변이 벌어졌다.

삭스 교수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현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30년을 전후해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앞서 2018년 IPCC가 내놓은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1.5도 도달 시점을 2052년 무렵으로 전망했다. 이 시간이 20년 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그는 실제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오르면 지난해 닥쳤던 재난은 전조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기후 변화속도가 빨라질 수록 금융업계를 포함한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폭염과 홍수처럼 산업 생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극한 기상 현상이 벌어지면 제조업과 농·축산업을 막론하고 셀 수 없이 많은 기업들이 ‘물리적 위험(physical risk)’에 노출된다. 만약 기업이나 개인이 폭염과 홍수, 산불로 피해를 입는다면 이 피해는 ‘배상’이라는 형태로 고스란히 보험업계에 돌아온다. 보험사가 짊어질 배상책임위험(liability risk)이 커지면 커질수록 해당 보험사에 대출을 내준 은행도 피해를 입는다. 기후변화가 광범위하고 복합적인 방식으로 금융산업계를 흔드는 것이다.

삭스 교수는 “한국을 포함한 유엔 192개 회원국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글로벌 협력 체제를 채택해 총 17개 부문에서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세웠다”며 “그러나 팬데믹이 이어지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벌어지면서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 각 국이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짜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삭스 교수는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풍력과 태양열, 수력, 원자력 기반 전기를 사용하고 화석 연료 시설의 탄소 포집·저장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일반 개인도 내연기관 대신 전기 자동차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진우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기업들이 부담가지 않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표준화 방법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의 축사를 통해 “ESG 실현을 위해 기업들이 비용부담 등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원회 간사)이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의 축사를 하고 있다./조선비즈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원회 간사)이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의 축사를 하고 있다./조선비즈

그는 “우리 정부에서도 ESG에서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이 지배구조 관련 부분”이라며 “오는 2026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를 해야한다”고 했다.

이어 “기업들을 만나보면 지속가능사회로 가기 위해 ESG 경영을 해야 한다는 공감을 하는데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를 위해 기업에서 통용할 수 있는 조속한 ESG 공시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그는 “표준화된 ESG 공시는 투자자, 해외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이 재무적 지표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분석까지도 제대로 분석 가능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회와 금융위 등 관계 당국이 잘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 변화에 대응해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 지도층을 포함해 언론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각 진영의 보수, 진보 차이를 뛰어넘어 합리적인 대안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경탁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의 '2022 미래금융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조선비즈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의 '2022 미래금융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조선비즈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탄소중립의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금융권이 기후변화에 따른 그린스완(기후변화가 초래할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28일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의 ‘2022 미래금융포럼’에서 축사를 통해 “지구 온난화는 지구의 평균 기온의 상승에만 그치지 않고 극단적 기후 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며 “대응 전략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고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며 재생 에너지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탄소중립의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날 고 위원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50 탄소중립’ 목표 하에 범정부적인 대응책 마련은 물론 금융권 자체적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고 위원장은 “금융당국은 선제적인 기후 리스크 관리를 통해 금융 안정을 확보하는 한편, 기업에 탄소중립을 위한 자금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 위원장은 “금융회사들은 자체적으로 포트폴리오상의 기후 리스크를 면밀히 파악하고 그린스완과 같은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며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적절한 유인책이 반영된 녹색금융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다 빨라진 온난화 시계 속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금융권에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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