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금융의 새 시대를 열다’라는 주제로 29일 열린 ’2021 미래금융포럼'이 막을 내렸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디지털 금융 분야 리더들은 데이터, AI(인공지능), 클라우드서비스가 이끄는 금융 혁신이 이제 본궤도에 올랐다고 한결같이 강조했다. 앞으로 몇 년 간 금융산업의 변화가 점차 가속화되면서 소비자 경험, 산업 간 또는 산업 내 경쟁 구도, 기업의 운영 방식 등에서 전방위적인 혁신 경쟁이 일어날 것이란 진단이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데이터,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이 미래 금융산업 발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미국 프로야구에서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구단 경영을 본격적으로 도입해 야구계의 혁신을 일으킨 빌리 빈 사장을 예로 들었다. 그는 “빈 사장은 데이터의 가치를 발견하고 적용하는 ‘세이버매트릭스’라는 새로운 분석 기법을 도입했다”며 “이를 통해 스카우터(야구 선수를 평가하고 영입 의견을 내는 직원) 개인의 경험과 감에 의존하던 관습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큰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미래금융포럼은 그동안 시대의 변화 흐름을 빠르게 포착해 유익한 인사이트(통찰력)의 장을 제공해왔다”고 행사를 소개했다.
◇”AI·클라우드가 금융산업 재편할 것”
라젠 셰스 구글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및 산업솔루션 담당 부사장은 “현재 AI의 발전 단계는 지난 1994년 최초의 인터넷 브라우저 모자익(MOSAIC)이 선보였을 때와 유사하다”며 “모자익을 시작으로 인터넷 대중화가 이뤄지고 IT(정보기술) 산업이 크게 변화한 것처럼 AI로 인한 변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셰스 부사장은 “앞으로 10년간 모든 산업, 기업들은 AI로 인한 대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며 “단언컨대 AI는 지난 50년간 우리가 봐온 기술 중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셰스 부사장은 금융산업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제조, 유통 등 산업 분야에서 혁신 서비스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구글의 기업용 솔루션인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만든 것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는 “금융의 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고객 경험이 재구성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일체화된 옴니채널 운영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핀테크(FinTech) 애플리케이션 사용이 이전과 비교해 72% 늘었다. 셰스 부사장은 “AI는 개인화된 고객 경험 제공, 대규모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 능력 향상, 위험 관리 능력 강화 등 디지털 금융의 여러 분야에서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캇 멀린스 아마존웹서비스(AWS) 글로벌 금융서비스사업 개발 총괄은 디지털 금융에서 클라우드 서비스가 핵심 ‘도구’가 된 배경과, 클라우드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멀린스 총괄은 “클라우드 기술로 금융산업을 재편하고 있는 지금이 금융의 미래”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클라우드’라는 도구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쉽게 모으고 분석해, 고객 경험을 개선해 나가는 현재의 모습이 이미 금융업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멀린스 총괄은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2012~2020년 사업보고서를 예로 들면서 글로벌 은행들의 클라우드서비스 활용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건체이스는 2015년까지만 해도 전통적인 데이터센터를 운영했지만, 이후 2020년이 되면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과시하는 수준으로 디지털 인프라를 전환했다. 멀린스 총괄은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데다 대규모 설비 확충도 유연하게 가능하다”고 JP모건이 클라우드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영국 디지털 은행인 스탈링뱅크의 예를 들면서 “이 은행은 단 몇 분 만에 계좌를 신청할 수 있고, 모바일 기기에서 빠르게 결제한 뒤 곧바로 지출 내역들을 볼 수 있다”며 “클라우드에서 핵심 뱅킹 기반을 구축한 덕”이라고 했다.카카오페이는 다양한 니즈를 가지는 소비자들과 다양한 금융상품들을 제공하는 금융사들을 쉽고 편리하게 연결해주는 마켓플레이스로 발전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개별 금융소비자마다 맞춤형 상품을 만들 수 있고, 적확한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이 갖춰야한다. 금융 상품에 대한 반품이나 취소도 용이해져야 할 것이다.이승효 카카오페이 서비스기획 총괄부사장(CPO)
◇국내 대표 금융혁신 전문가 경험 공유
이어진 강연에서는 국내 대표 금융혁신 전문가들이 나서서 각자 경험에서 나온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이승효 카카오페이 서비스기획 총괄부사장(CPO)은 “카카오페이는 앞으로 핀커머스플랫폼(FinCommerce Platform·일종의 금융상품 판매 전자장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 쇼핑이나 이커머스 서비스가 당일배송, 간편결제, 간편반품 등으로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린 것처럼 금융 분야에서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할 것”이라며 “금융회사와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부사장은 현재 금융회사가 상품개발, 상품전시, 판매, 사후관리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이다고 봤다. 특히 그는 금융회사가 갖는 핵심 문제로 낮은 판매전환율(마케팅 노력이 실제 상품 판매로 이어지는 비율)을 꼽았다. “소비자 대상 최적화가 안되다보니 만족도가 낮고, 상품을 구매할 지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판매 채널마다 판매 방식이 다르다보니 불편함을 늘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다보니 고객의 니즈와 불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금융사발 ‘고객 혁신’의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AI 기반의 금융투자회사인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정인영 대표는 핀테크 서비스 개발에서 AI의 역할과 의미를 주제로 사업 경험에서 우러난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정 대표는 “AI는 투자상품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서비스에 대한 고객 경험을 좋게 하고 만족도를 높이는 일종의 ‘촉매’”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일반적인 금융회사는 어떻게 자산을 구성해 운용할 것인지를 고민하지만, 디셈버앤컴퍼니는 AI를 통해 고객 대상 서비스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한때 ‘국민게임’이라 불리기도 했던 스타크래프트를 예로 들면서 “성공적인 게임은 끊임없는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들이 게임에 대한 애착을 갖게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사티아 나델라 CEO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부활한 것도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전략은 디지털이 아니라 고객에 대해 고민할 때 성공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윤진수 KB금융지주 IT총괄 부행장은 KB금융이 클라우드 서비스 등 IT 인프라를 구축할 때 겪었던 경험을 자세히 소개했다. 윤 부행장은 삼성전자, 삼성SDS, 현대카드 등을 거쳐 지난 2019년 KB금융에 영입됐다. 윤 부행장은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신기술 수요가 급증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니즈도 늘고 있는데, 퍼블릭 클라우드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준비가 필요하다”며 “담당 조직, 전문 인력, 핵심 역량 확보, 보안 등 인프라 구축 등에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부행장은 “KB금융은 오픈소스 기술을 바탕으로 은행, 카드, 증권 등 모든 계열사가 하나의 플랫폼을 공유하는 ‘원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업무 요건에 따라 유연하게 IT서비스 역량의 이동-분산-배치가 가능하게 한다는 목표”라는 설명이다. “대고객 서비스, 플랫폼까지도 클라우드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핵심 기술과 역량, 인력의 내재화”라고 윤 부행장은 지적했다.
◇”기술은 고객 중심 혁신 위한 수단” 공감대
김용진 서강대 교수(경영학) 사회로 열린 대담이 이어졌다. 정 대표는 “AI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만능 수단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를 설립하고 AI 기반 투자 기법과 고객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깨달은 것은 결국 AI는 고객이 안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I를 기반으로 이해한 고객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윤 부행장은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역량을 가진 금융회사가 각자가 가진 노하우와 경험을 함께 활용해 금융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에 참석한 김성훈 자산관리실장은 “핀테크 회사의 태생은 고객이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없애기 위한 데에 있다”며 “디지털 금융에서 고객 중심 사고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진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 금융 산업이 금융상품을 만드는 데만 급급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는 시점”이라며 “결국 금융 산업의 변화는 고객의 문제를 직접 체험하고, 관찰하고, 같이 살아가는 데서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1 미래금융포럼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통해 이날 오후 2시부터 생중계됐다.
= 조귀동 기자
오늘날 금융사들은 소비자들에게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금융 서비스를, 그들이 필요할 때 맞춰 금융사가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금융에 데이터와 AI(인공지능), 클라우드 등을 접목하면서 가능해졌다.
그래서 앞으로 미래 금융 산업의 방향은 ‘포용 금융’과도 맞닿아 있다. 금융사들은 그간 금융 혜택을 보지 못했거나 불이익을 감당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조선비즈가 29일 개최한 ’2021 미래금융포럼'의 참석자들은 디지털 금융이 야기한 포용 금융에 대해 논했다. 이날 패널 토의에서는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가 좌장으로서 진행을 맡았고, 김성훈 카카오페이 자산관리실장과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대표이사, 윤진수 KB국민은행 테크그룹 부행장이 패널로 참석해 40여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정 대표는 포용이 가진 도덕적 의미에서 벗어나, ‘쉽고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 포용 금융이라고 했다. 그는 “금융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대개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지식이 없어서’라는 세 가지로 좁혀지는데, 이는 일부 계층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에게 적용되는 문제”라며 “시간·돈·지식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해주는 일이 포용 금융”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런 포용 금융이 더욱 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실장은 “아마존 뱅크가 생겨나고 우버가 핀테크에 진출하는 등 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초맞춤화, 초개인화를 거듭해 더 포용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 명의 패널 중 유일하게 전통 금융사에 몸담은 윤 부행장은 대면 환경에서도 디지털과 AI 등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아서 꾸준히 영업점과 지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있다”며 “대면 환경에서도 디지털을 활용해 그들에게 더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했다.
AI 기술이 금융 분야에서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세 사람은 다른 시각을 보였다. 윤 부행장은 ‘소통’을 용이하게 하는 도구라고 봤다. 그는 “결국 은행도 고객들을 만나서 소통하는 곳이고, 회사 내부에서도 소통은 중요하다”라면서 “은행 내부에도 1억건 이상의 문서가 존재하지만, 정작 이런 문서의 가치를 찾아서 잘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내부 소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AI로 자연어를 처리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AI로 도출해낸 결과물 그 자체보다는 이를 해석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AI로 낸 성과와 그 상관관계를 분석해 추후 고객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AI는 세상을 발견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이를 기업이 포괄적으로 잘 활용할 줄 아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실장은 AI 기술을 활용했을 때 기존 금융권보다는 빅테크가 유리한 지점이 있다고 봤다. 그는 “AI 기술이 잘 구동되려면 결국 데이터 같은 풀(pool)이 많이 필요하다”며 “카카오페이(빅테크)는 그 기반이 되는 데이터 풀이 크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미래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근본으로 돌아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세 사람은 입을 모았다. 윤 부행장은 “‘우리가 정말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고 있었나'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그 고민을 기반으로 적절한 서비스를 적절한 시점에 내놔야 하고, 고객의 반응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도 “핀테크 회사들은 태생 자체가 고객의 ‘페인포인트’(pain point·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있다”며 “사용자의 편익에 대해 모든 사업자가 고민한다면 미래 금융을 앞당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좌장을 맡은 김용진 교수도 “과거 우리의 금융이 서비스 형태가 아닌 제조였다는 반성이 늘 있어야 한다”며 “AI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 성향에 맞는 솔루션을 만들고 문제점을 좀 더 잘 분석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금융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빅테크 기업과 기존 노하우를 가진 금융기관이 잘 협력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1 미래금융포럼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통해 이날 오후 2시부터 생중계됐다.
= 박소정 기자
KB금융그룹은 금융기업이긴 하지만, 기술도 잘 활용해 금융 서비스에 적용할 줄 아는 ‘테크핀(Tech-Fin·기술+금융)’ 기업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도입을 통해 애자일(유연하고 민첩)한 문화를 활성화시키고, 환경에 맞는 개발 문화를 확보하면 디지털 전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윤진수 KB국민은행 테크그룹 부행장은 28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1 미래금융포럼' 강연에서 “오는 3분기중 ‘KB 원(One)클라우드’라는 독자적 클라우드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대고객 서비스, 플랫폼에도 클라우드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와 플랫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모두 클라우드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클라우드란 데이터를 컴퓨터 내부가 아닌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컴퓨터에 저장하는 것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KB금융그룹 계열사가 함께 참여하는 KB원클라우드는 오픈소스(소스 코드 공개) 기반의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다. 기업 내부에 구축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인터넷 기업이 제공하는 퍼블릭 클라우드를 연계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18년 클라우드를 처음 도입한 KB금융은 프라이빗, 퍼블릭 클라우드를 다양하게 시도해왔다. 지난해 10월부터 KB국민은행이 차세대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지금은 클라우드 활용에 속도가 붙었지만,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계열사와 부서가 각각 클라우드를 사용하면서 중복 투자가 발생했고, 표준이 없어 운영의 비효율화가 생겨났다. 여기에 금융업 특유의 한계도 있었다.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물론, 보안 사고나 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KB금융은 먼저 비즈니스, IT 부문이 ‘한 팀’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조직에 변화를 줬다. 또 클라우드 플랫폼 총괄 부서를 신설해 여러 부서에 흩어져있던 클라우드 역할을 일원화했다. 윤 부행장은 “새로운 기술인만큼 외부 전문 인력을 적극 영입해 역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KB 내부 인력이 클라우드 운영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시행착오 끝에 KB금융은 자체적인 클라우드 원칙과 방향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은행 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에 공동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고, 프라이빗·퍼블릭 클라우드를 매끄럽게 연결해 데이터 등 작업물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윤 부행장은 “이같은 부분들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클라우드 서비스가 굉장히 유연해야 하며, 각 계열사의 중복 투자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프로세스를 일원화하고 표준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관련 역량을 내재화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윤 부행장은 “클라우드 기술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며 “이를 우리 힘만으로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술을 보유한 외부 협력사와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동시에 핵심 인력을 양성해 근본 기술은 직접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특히 클라우드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을 제공하는 ‘파스(PaaS·Platform as a Service)’ 역량만큼은 직접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금융의 클라우드 정책 최종 목표는 전통 금융 그룹에서 ‘테크핀’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윤 부행장은 “클라우드를 도입해 애자일(유연하고 민첩)한 문화를 활성화시키고, 환경에 맞는 개발 문화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디지털 전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21 미래금융포럼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통해 이날 오후 2시부터 생중계됐다.
=이윤정 기자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지난해 인공지능(AI) 프로젝트를 추진한 기업 가운데 단 10%만이 수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나머지 90% 기업들은 수준 높은 AI 기술을 개발해 비즈니스에 적용했음에도, 제대로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기업은 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 수익창출을 위해 혁신을 시도한다. AI처럼 누구나 눈독을 들이는 최신 기술일 수록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작 혁신과 ‘최신 기술’을 상징하는 AI 기반 비즈니스 열에 아홉이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인공지능(AI) 간편투자 플랫폼 ‘핀트(Fint)’를 운영하는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정인영 대표이사는 29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1 미래금융포럼' 강연에서 “거의 모든 금융사가 펀드나 랩어카운트 같은 상품을 개발하는 순간에만 AI 기술을 사용하지, 정작 서비스를 시작하면 AI에 무관심해진다”며 “AI 기술은 금융 소비자의 만족감을 불러일으키는 촉매(catalyst)로 쓸 때 그 가치가 빛난다”고 말했다. AI 기술을 미래 사업에 접목하려는 금융사라면, AI를 통한 가치 창출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숙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디셈버앤컴퍼니가 운영하는 투자 플랫폼 핀트는 출시 2년 만에 누적 가입자 수 44만명, 누적 투자일임 계좌 수 10만7000여건을 확보했다. 지난해 KB증권과 NC소프트로부터 총 600억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올해 BC카드로부터 신규 투자 99억원을 유치할 정도로 간편투자업계에서 평판이 좋다.“금융 상품은 한 번 팔면 끝난다. 수익을 정산할 때까지 다시 그 상품을 볼 일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금융 상품을 판다’는 생각으로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자산을 쌓는다’는 개인의 행위에 집중한다. 그러면 금융 소비자가 앱을 다운받는 순간부터 ‘이 사람과 어떻게 부를 축적하는 여정을 함께할 지’ 고민하게 된다.”
게임업계 출신인 정 대표는 투자상품을 일회성으로 파는 시중 금융권의 서비스와 금융투자 플랫폼의 차이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유명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빗대어 설명했다.
1998년 3월 미국 게임 개발사 블리자드가 내놓은 스타크래프트는 본래 CD를 동봉해 패키지로 파는 게임 ‘상품’이었다. 이 게임은 발매 직후 게임성을 인정받아 매니아들을 상대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블리자드는 이들을 위해 인터넷을 통한 ‘배틀넷’이라는 별도의 온라인 방식 대결 서비스를 지원했다. 이용자를 고려한 ‘후속 서비스’ 차원이었다. 이후 이 서비스가 매니아를 넘어 평소 게임을 즐기지 않던 유저들까지 끌어들이면서 스타크래프트는 기네스가 인정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략 게임’ 자리에 올랐다.
정 대표는 “보통 인기가 몇년 지나지 않아 시들하는 다른 유명 게임과 달리 스타크래프트를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 소프트웨어 반열에 올린 비결은 ‘패키지로 판매하면 끝’이었던 기존 시스템을 ‘판매를 해도 온라인으로 재밌는 콘텐츠가 업데이트 되는’ 방식으로 바꿨기 때문”이라며 “현재 넥슨이나 NC소프트, 넷마블 같은 국내 게임사들도 AI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들에게 끊임없이 애착(attachment·정서적 유대관계)을 높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운영하는 투자 플랫폼 핀트는 이 ‘애착’을 높이기 위해 투자자의 자발적이고 꾸준한 투자를 유도한다. 기존에 적립식 투자라 불리는 방식을 ‘꾸준히 투자’라 부르며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고, 모의 투자를 지원해 투자자가 AI 투자 방식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핀트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엔진 ‘아이작(ISSAC·Intelligent Strategic Asset Allocation Core)’도 24시간 사람처럼 생각하면서 이용자를 지원한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천재과학자 뉴턴(Newton)의 성(姓)을 딴 아이작은 전 세계 자산 가운데 가장 좋은 조합을 결정하고, 다음날 자신의 선택이 맞았는지 반성을 하면서 매일 투자 정보를 구축해나간다.“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아이작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느냐, 금융공학적으로 어떻게 설계했는냐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 금융을 투자상품으로 보는 질문이다. 상품을 넘어 서비스로 접근하려면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 기술 자체보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10만원 밖에 없을 때는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지?’ 같은 고민을 먼저 해야 한다는 뜻이다. AI는 이런 고민을 해결해야 하는 그 순간에 쓰면 된다.”
오늘날 금융상품들은 따로 시간을 내 공부하지 않으면 파악하기 힘든 수준으로 고도화됐다. 많은 사람이 돈, 시간, 배경지식이 없다는 이유로 투자를 회피한다. 정 대표는 이 금융 상품의 장벽을 뛰어 넘어 금융 소비자를 서비스로 끌어오려면 ‘AI 기술보다 구성원 역량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루뭉술해 보이는 금융 소비자들의 고민을 AI기술이나 코딩을 이용해 풀어내려면 굉장히 다양하고 세부적인 문제들을 정의해야 한다”며 “문제를 어떻게 찾아내고, 해결가능한 형태의 문장으로 만들어내느냐가 조직 구성원의 핵심 역량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그래서 ‘기존 금융사들이 핀테크 기업과 협업을 하는 게 좋다’고 권유했다.
“‘금융 상품 판매'에 익숙한 조직 문화를 가진 기존 금융사들은 AI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금융 소비자들의 현재 상황과 회사 역량을 정확히 파악해서 전사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아직 구성원 한명 한명을 2·3차 산업 마인드에서 벗어나게 이끌지 못하는 거죠.”
2021 미래금융포럼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통해 이날 오후 2시부터 생중계됐다.
= 유진우 기자
모바일 간편결제 업체 카카오페이의 이승효 서비스기획 총괄 부사장은 29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1 미래금융포럼' 강연에서 “공급자 입장에선 낮은 판매 전환율 등에 고민이 많고, 소비자 입장에선 최적의 상품을 구하기 위해 너무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라며 “핀커머스 플랫폼이야 말로 현재 금융시장의 어려움을 혁신할 수 있는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가 만드는 미래 금융 마켓은 온라인 쇼핑이나 이커머스처럼 당일 배송, 간편 결제, 간편 반품 등이 가능한 ‘핀커머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합니다. 핀커머스 플랫폼은 다양한 니즈의 소비자들과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금융사의 마켓플레이스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 부사장은 현재 금융시장이 소비자가 원하는 개별화된 상품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사는 개별적 상품이 복잡도가 높고 효율성도 나오지 않아 범용 상품을 만들 수 밖에 없다”며 “결국은 모두를 위한다고 하지만 누구에게도 최적화되지 않은 상품이 나오고, 이는 소비자의 만족도를 저해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금융상품의 만족도가 낮다보니 공급자 입장에선 아무리 영업·판매 촉진을 해도 전환율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이 부사장은 “하나의 금융 상품을 사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큰 의사결정인데, 금융사들의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앱)은 유저인터페이스(UI)나 유저경험(UX)이 다르고 이렇다보니 여러 개를 펼쳐놓고 비교하는 것이 어렵다”며 “일관적이지 않은 금융상품 구매 경험이야 말로 사용자가 직면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가 지향하는 핀커머스 플랫폼은 소비자가 금융상품을 온라인 쇼핑몰이나 이커머스 플랫폼처럼 살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시장)’이다. 이 부사장은 “카카오페이의 핀커머스 플랫폼은 금융사 입장에선 자랑스럽고 잘 만들어져 있지만 여러 군데 흩뿌려져 있는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이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대출·투자·보험 등 금융상품을 객관적으로 비교·선택해 쉽게 가입하고 관리할 수 있는 아주 편리한 쇼핑몰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완성도 있는 핀커머스 플랫폼에는 다음과 같은 7가지 기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조립형 상품 및 ‘온디맨드 커버리지’ ▲소비자가 금융상품을 일괄적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상품 데이터베이스 ▲정확한 사용자 정보에 기반한 상품-소비자 매칭 시스템 ▲ 검증된 사용자들의 상품 후기를 볼 수 있는 금융상품 리뷰 ▲ 소비자의 고민 포인트를 최소화하는 일관성 있는 구매경험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쉽고 빠르게 탈퇴할 수 있는 실시간 탈퇴·철회 장치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부사장은 “현실적으로 이를 갖추기 위해선 세가지 퍼즐 조각을 맞춰야 한다”며 “첫번째는 금융사와의 탄탄한 협업관계, 두번째로는 많은 사용자 기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이데이터 기반의 데이터 분석·추천 기술 역량 확보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1 미래금융포럼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통해 이날 오후 2시부터 생중계됐다.
= 이상빈 기자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10년 전 총 31곳에 6만대의 서버를 두고, 2만건의 데이터베이스와 32만대가 넘는 실물 데스크톱을 운영했다. 이 은행은 이후 이렇게 방대한 실물 데이터를 클라우드(가상 서버)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10년이 지난 오늘날 JP모건은 “은행은 가능한 한 빨리 AI(인공지능) 클라우드를 채택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JP모건이 이뤄낸 변화의 중심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있었다. AWS는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다. 일반 기업뿐 아니라, 보안과 규제 등을 이유로 클라우드 도입에 보수적이었던 금융기업들까지 이제는 AWS와 속속 손을 잡고 있다.아마존웹서비스(AWS)는 금융의 미래가 지금이라고 믿습니다
스캇 멀린스 AWS 글로벌 금융서비스사업 개발 총괄은 29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1 미래금융포럼’ 기조강연에서 “클라우드 기술로 금융산업을 재편하고 있는 지금이 금융의 미래”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클라우드’라는 도구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모아 여러 혁신을 시도하는 현재야말로 이미 금융업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멀린스 총괄은 클라우드를 통해 금융업계가 4가지 측면에서 큰 변화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첫 번째로 ‘고객의 경험 향상’을 꼽았다. 멀린스 총괄은 “인간은 언제나 더 나은 방식을 요구한다”면서 “금융기관 역시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 경험을 개인화하고 고객과의 소통을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핀테크 회사인 ‘블루라인’을 예로 들었다. 멀린스 총괄은 “블루라인은 자국 내 중소기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출 프로그램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며 “‘아마존 텍스트랙'(아마존의 AI 기반 문자인식 서비스)을 통해 대출 문서 결재를 자동화했고, 덕분에 기업들은 필요한 자금을 더 빨리 조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멀린스 총괄은 두 번째 변화로 같은 데이터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활용할 때보다 클라우드를 통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그는 전통적인 방식의 데이터 인프라는 ▲규모 ▲데이터 사일로 현상(Silo·데이터가 파편적으로 저장되는 현상) ▲데이터 경직성 ▲높은 비용 등의 면에서 비효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데이터레이크’(서버 한 곳에 비정형 데이터를 포함해 모든 데이터를 그대로 저장하는 방식)라는 새 저장소는 이런 한계를 모두 극복했다”며 “미래에 어떤 분석을 하고 싶은지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저장해, 향후 그 어떤 요구 사항도 만족시키도록 설계됐다”고 했다. 미국의 ‘다우존스’, 호주의 ‘내셔널오스트렐리아뱅크’(NAB), ‘신한금융투자’ 등이 AWS의 이런 데이터레이크를 활용해 다양한 금융 혁신을 시험해보고 있다.
세 번째 변화는 ‘리스크 관리’다. 멀린스 총괄은 “현재 금융 서비스업계는 끊임없이 보안을 위협당하는 환경에 직면했다”며 “금융 규제는 강화하고, 금융기관에는 포괄적인 보고·기록 책임이 부여되며 새로운 형태의 금융 사기 범죄는 계속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라우드는 사실상 무제한으로 저장소를 제공하는 동시에, (머신러닝을 활용한) 확장성과 민첩성으로 리스크를 계산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마스터카드 산하 ‘뉴데이터시큐리티’는 AWS의 머신러닝 플랫폼인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서비스로 사기 발생 전 익명화된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비정상적인 활동을 감지하고 있다.
멀린스 총괄은 마지막 변화로 ‘발빠른 고객 서비스 혁신’을 들었다. 그는 “AWS는 아이디어에서 구현까지 시간을 단축하도록 돕고 있다”며 “민첩한 접근 방식으로 수개월 걸렸던 조달 기간이 단 몇 시간 만에 구현되고 있다”고 했다.
멀린스 총괄은 결론적으로 클라우드가 금융업의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고 봤다. 그는 “금융기관은 클라우드를 사용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더 빠르게 제공하면서 금융업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1 미래금융포럼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통해 이날 오후 2시부터 생중계됐다.
=박소정 기자
흥미로운 것은 AI가 60년 이상 된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영향은 최근에서야 제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A씨는 최근 한 시중은행의 자산관리 리포트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으로 자신의 소비 패턴과 관심사까지 분석한 리포트라 그런지 A씨의 금융 성향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 만족도가 높다. 생각치 못한 여윳돈이 생겨 어떻게 굴릴지 고민하니 은행이 AI 분석을 통해 A씨에게 적절한 펀드 상품도 추천해줬다. 비대면으로 상품을 가입하다보니 생긴 궁금증은 AI 챗봇에세 물어 간편하게 해결했다.
라젠 셰스 구글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및 산업솔루션 담당 부사장은 29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1 미래금융포럼' 기조강연에서 “앞으로 10년간 모든 산업, 기업들은 AI로 인한 대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며 “단언컨대 AI는 지난 50년간 우리가 봐온 기술 중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즉 앞서 나온 A씨의 금융 생활은 AI가 만드는 변화의 첫 단계일 뿐, 향후 고객 경험 측면에서 무궁무진한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셰스 부사장은 AI가 크게 4가지 분야에서 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봤다. 먼저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보다 개인화된다. 그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보다 잘 이해하며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며 “마치 계속해서 점원이 따라다니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사업 진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트렌드를 예측할 수도 있다.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구조화할 수 있다는 점도 AI의 특징이다.
이같은 변화는 특히 금융산업에 크고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셰스 부사장의 판단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디지털 금융이 빠르게 확산돼 금융사는 고객에게 보다 새롭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규제는 강화되고 금융 사기는 증가해 다양한 방어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셰스 부사장은 “결국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기존의 금융서비스를 변화시키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금융사는 고객이 다양한 채널을 이용할 수 있도록 AI를 활용해 경험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구글이 말하는 AI를 만들어 고객센터에 적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콜센터 상담원에게 질문이 가는 횟수를 대폭 줄여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응대가 가능해졌고, 고객 만족도 역시 매우 높아졌다”고 전했다.
위험 감지·관리 능력도 AI로 개선할 수 있다. 광범위한 데이터를 통해 각 금융사가 어떤 리스크를 보유하고 있는지 미리 알아채면 사고 방지는 물론 고객 대응도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셰스 부사장은 “영국계 글로벌 은행 HSBC의 경우 잠재적인 재정적 리스크를 평가하는 데 구글의 여러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며 “AI를 통해 자금 세탁 방지 기능을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AI는 금융사와 종이의 작별을 앞당길 수 있다. 은행이 대출을 내줄 때 수많은 종이 서류가 발생하는데, 그 내역을 AI로 전부 처리해 대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셰스 부사장은 “AI에 주요 문서를 입력하면 디지털화한뒤 고도의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은 물론, 구조화된 데이터로 변환해준다”며 “이같은 방식을 통해 대출에 소요되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로 이같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금융사는 어떤 자세로 AI 기술을 대해야 할까. 셰스 부사장은 “금융 서비스에 AI를 적용할 때 성공의 핵심은 책임감”이라며 “책임감 있게 사용해야만 고객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고, 생산에 성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데이터를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견고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점점 더 정교한 기술이 등장하면서 AI가 어떻게 예측에 도달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있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금융사 스스로 AI 알고리즘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성공적인 금융 AI의 조건이다. AI의 공정성 역시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셰스 부사장은 “공정성과 편견은 여러 경로를 통해 시스템에 입력된다”며 “AI에 심어지는 편향을 방지하고 완화하려면 결국 분석을 통해 이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1 미래금융포럼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통해 이날 오후 2시부터 생중계됐다.
=이윤정 기자
올해 금융산업에서 나타난 변화들은 대부분 디지털과 관련이 있습니다. 금융서비스 간 장벽을 허무는 마이데이터 사업,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금융서비스 개발, 클라우드 시스템 기반의 금융IT 인프라 정비 등 다방면에 걸쳐 있습니다.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올해 초 디지털 혁신 조직을 대규모로 개편하고, 투자에 나선 것도 좀 더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은 디지털 전환을 전담하는 회장 직할 조직을 신설했습니다. 그리고 외부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습니다. 통신사, 카드사 등의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개발도 진행되고 있죠. 다른 한편에서는 AI 기반의 자산관리도 인기를 끌면서 아직 초기 단계인 AI 기반 투자회사들에 수백억원 규모의 자금이 모이기도 했습니다.
조선비즈가 오는 29일 개최하는 ‘2021 미래금융포럼'은 ‘데이터, 금융의 새 시대를 열다’라는 주제로 디지털이 바꾸는 금융산업의 미래에 대해 논의합니다. 특히 마이데이터,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소주제로 국내외 대표 기업에서 변화를 이끄는 이들을 초청, 그들의 인사이트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미래금융포럼은 올해 10회째를 맞이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산업 혁신 콘퍼런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기조연설자로는 각각 구글과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대표하는 임원이 나섭니다. 라젠 셰스 구글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및 산업솔루션 담당 부사장은 ‘금융산업에서의 AI 혁명’을 주제로 강연합니다. 셰스 부사장은 금융산업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제조, 유통 등 산업 분야에서 혁신 서비스 개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기업용 솔루션인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만든 것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스캇 멀린스 AWS 글로벌 금융서비스사업 개발 총괄은 ‘패스트 포워드: 클라우드 기술을 통한 금융업계의 혁신 방안’을 주제로 기조강연합니다. 멀린스 총괄은 JP모건체이스, 메릴린치 등 미국 금융계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은 뒤, AWS에서 글로벌 금융 혁신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금융 데이터 저장 솔루션의 클라우드화를 처음으로 개발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어 마이데이터, AI, 클라우드 분야에서 국내 금융산업의 대표 전문가들이 각각 나섭니다. 이승효 카카오페이 서비스 기획 총괄 부사장이 ‘카카오페이가 만드는 미래의 금융마켓’을 주제로 강연합니다. AI 기반의 자산운용사인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정인용 사장이 ‘핀테크 서비스 개발에 있어 AI가 가지는 역할과 의미’를 주제로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윤진수 KB국민은행 테크그룹 부행장은 ‘금융권에서 바라보는 클라우드’를 주제로 강연합니다.
강연자들을 모시고 김용진 교수(서강대)를 좌장으로 디지털 혁신과 최근 금융 산업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ESG 경영에서 디지털이 가지는 의미를 가지고 토론합니다.
금융산업의 미래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 조귀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