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뉴노멀 시대’에는 기존 패러다임이 모두 뒤바뀌고 있습니다. 바뀐 시장 수요에 발맞춰 빠르게 표준을 선점해야만 새 시대의 시장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혁신기획단장은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2020’에서 "기술도 중요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혁신기획단장이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2020’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혁신기획단장이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2020’에서 발표하고 있다.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2020은 코로나19 이후 헬스케어 산업의 향방을 조망하는 행사다.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하고 보건복지부, 라이트펀드가 후원한다. 포럼 주제는 ‘뉴노멀 시대의 헬스케어 혁신’이다. 한 단장은 마지막 세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 준비하는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의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 단장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글로벌 코로나19 통계와 함께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올 10월 11월 한달 사이 사망자는 20만명, 감염자는 1500만명이 늘었다"며 "1년 전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들이 벌어져 생활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확진자 동선 등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정보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더 이상 개인 건강을 담보하지 못하는 시대"라고 했다.

코로나19는 글로벌 경제에 큰 타격을 줬지만, 동시에 바이오헬스 산업에는 기회 요인이다. 한 단장은 국가별로 코로나19에 대한 ‘수용성’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 마스크 반대 시위가 일어나는 반면, 한국 시민들은 국가 통제를 쉽게 수용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대응이 용이했다는 것이다.

‘K 방역’의 성공은 한국 보건산업의 수출 증가로도 나타났다. 한 단장은 "올 상반기 의약품·의료기기 해외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7% 늘었다"며 "올해들어 9월까지 바이오헬스 산업 누적 수출이 152억달러로 지난해보다 34.3% 증가했다. 뉴노멀 시대 전환을 위한 모멘텀"이라고 강조했다.

한 단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바이오헬스 산업의 법칙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건강·생명과 관련한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지불용의가 늘고 있고, 치료에서 예방으로 의료 패러다임이 바뀌는 등 단순히 오래 사는 것 이상으로 질 높은 삶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뉴노멀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기술의 활용도 중요하다. 한 단장은 "한국 바이오헬스산업 시장 규모가 4차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응한다면 2030년까지 연평균 12% 성장하겠지만, 대응하지 못한다면 2%씩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한 단장은 "지금은 지속적인 바이오헬스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시기"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어떻게 펼쳐질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국가간 협력 강화와 거버넌스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윤민혁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0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0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헬스케어이노베이션(보건 혁신)을 앞당기고 있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라는 유례없는 위기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한 ‘2020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 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한국이 정보기술 역량을 활용해 세계 보건 혁신을 이끄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첫 기조강연에 나선 셀트리온 그룹 서정진 회장은 "한국만큼이라도 ‘마스크'를 안써도 되는 코로나 청정 지역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코로나 항체 치료제를 빨리 개발하기 위해 파견 직원들이 루마니아 등에서 코로나 환장들과 임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와 고령화로 헬스케어 혁신은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으며 한정적인 의사수와 병상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의료 혁신의 방향이 ‘AI(인공지능)의 원격진료’로 가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셀트리온에서 은퇴하고 피 검사 스타트업을 만들고 싶다"고도 말했다.

카렌 데살보 구글 최고헬스담당임원(CHO)이 12일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 2020’에서 ‘코로나19와 디지털헬스케어 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모습’을 주제로 기조강연하고 있다.
카렌 데살보 구글 최고헬스담당임원(CHO)이 12일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 2020’에서 ‘코로나19와 디지털헬스케어 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모습’을 주제로 기조강연하고 있다.

카렌 데살보 구글 최고헬스담당임원(CHO)은 이날 두 번째 기조강연에서 "구글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가장 중요시하는 일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제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지역사회와 공중보건을 지켜내는 것"이라며 "흥미로운 건 (이 과정에서) 우리가 이전부터 하고자 했던 의료 데이터 구축이 가속화됐다는 것이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구글의 초대 CHO로 부임한 그는 코로나19로 시작된 코로나19에 대한 양질의 정보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사용자들의 의료 데이터를 얻는 일도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롭 월튼 GE헬스케어 아세안·한국·호주·뉴질랜드(AKA) 총괄사장
롭 월튼 GE헬스케어 아세안·한국·호주·뉴질랜드(AKA) 총괄사장

롭 월튼 GE헬스케어 AKA(아세안·한국·호주·뉴질랜드) 총괄사장도 이날 기조강연에서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후 우리의 일상생활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며 "낭비를 최소화하는 디지털 솔루션은 이제 중장기적인 병원 운영의 필수품이 됐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고려대 의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부교수도 강연에서 "201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유행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실상 감염병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코로나19 경증 자가격리자의 경우 앱이나 전화통화 등 비대면 방식으로 증상 등을 관리한 경험이 대표적인 비대면 진료 사례"라고 설명했다.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2020’과 함께 열린 ‘라이트펀드 인베스트먼트 포럼 2020’에서 에이조이 챠크라바티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 글로벌헬스 프로그램 포트폴리오&플랫폼 리더는 ‘3~5년 후 가장 시급해질 보건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코로나19 이후 찾아올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백신 개발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며 "더는 팬데믹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19는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계기도 됐다. 감염병에 맞서기 위해 세계 각국과 기업, 비영리단체 등 국가와 분야를 불문하고 협업이 이어졌다. 트레버 먼델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 글로벌헬스 사장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오늘 우리를 한데 모이게 한 것까지 바꾸지는 못했다"면서 "코로나19로 아무리 큰 장애물도 함께라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2020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은 ‘뉴노밀 시대의 헬스케어 혁신’을 주제로 진행됐다. 포럼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프라인 참석자 수를 지난해(약 400명)의 절반 아래인 150명으로 제한하고 조선비즈 유튜브로 모든 강연을 생중계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포럼 유튜브 조회 수는 약 2500회로 집계됐다.

=김양혁 기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1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0’에서 ‘보건산업 정책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을 가졌다. 사진은 권덕철 보건산업진흥원장(가운데)이 최우수상 수상자 문지수씨(오른쪽)에게 시상하는 모습.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1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0’에서 ‘보건산업 정책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을 가졌다. 사진은 권덕철 보건산업진흥원장(가운데)이 최우수상 수상자 문지수씨(오른쪽)에게 시상하는 모습.

응급진료 빅데이터 플랫폼인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을 활용해 응급실 과밀화를 막자는 제안이 향후 국가 보건산업 정책에 반영될 최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1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0’에서 ‘보건산업 정책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을 갖고 수상자 8명을 발표했다.

이 공모전은 보건산업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혁신과 성장을 이끌 신규 정책, 사업, 규제 개선 등에 대해 대학, 기업, 병원 관계자들로부터 제안받은 후 우수 아이디어를 선정해 실제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매년 실시되고 있다.

최고상인 최우수상은 성신여대 문지수씨가 받았다. 문씨는 NEDIS를 활용해 응급실 과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NEDIS는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진료 데이터를 한데 모아 공공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양질의 응급의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구축된 플랫폼이다. 이 데이터를 활용해 병원별 응급실 과밀 정도를 표시한 지도를 작성, 과밀한 곳을 찾은 환자를 신속하게 한적한 곳으로 옮길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응급환자 병상 부족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바 있는 만큼 이 아이디어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카이스트(KAIST) 이다혜씨와 올리브헬스케어 김성우씨는 우수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각각 보건의료 분야 해외공공조달시장 진출을 활성화할 수 있는 입찰지원플랫폼을 구축하고, 의료기관의 임상시험 업무를 하나로 통합해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QR코드 인증으로 사용자의 모든 병원 진료 기록을 공유해 응급 상황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중앙대 신화윤씨를 포함해 조선대 치과병원의 손미경씨, 강원대병원의 박상원씨, 레시클의 장서원씨, 최미조씨 등 5명은 장려상을 수상했다.

수상자들에게는 상장과 50~15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시상을 맡은 권덕철 보건산업진흥원장은 "아이디어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화되는 과정 역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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