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강의 기적으로 한국은 놀라운 ‘제조 경제’를 발전시켰다. (한국 기업이 제조하는) TV, 휴대폰, 자동차 등 많은 제품이 사용될 때마다 데이터를 생성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데이터를 활용하는 일련의 사업·프로세스가 구축되지 않았다. 기업 경영진이 데이터와 분석을 기반으로 제품·서비스를 평가하며, 의사결정에서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빅데이터 석학’ 토머스 데이븐포트 미국 뱁슨대 석좌교수는 23일 개막하는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에 앞서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이 디지털 경제로 신속하게 전환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뉴딜’과 ‘데이터 댐’을 포함한 기술·정책적 솔루션도 있지만 한국 기업들의 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데이븐포트 교수는 피터 드러커, 토머스 프리드먼 등과 함께 세계적인 경영 전략가로 불린다. 미 하버드대에서 사회학으로 박사를 받았으며, 경영혁신, 지식경영, 비즈니스 분석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관리 및 분석기술을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빅데이터 경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오는 23~24일 열리는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의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미국 현지에서 ‘디지털 뉴딜의 성공조건’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데이븐포트 교수의 강연은 조선비즈 유튜브 채널에서 행사 당일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다.
데이븐포트 교수는 "글로벌 자본과 인재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좋은 사업 아이디어는 성공하기 쉬운 곳으로 가기 마련"이라며 "한국 (정부·정치인들이) 규제를 완화하고 더 많은 기업이 (글로벌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하며, 보다 친기업적이며, 능력 있는 인재들이 한국에 와서 창업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데이븐포트 교수와의 일문일답.
◇ "디지털 뉴딜·데이터 댐, 좋은 아이디어… 어떻게 데이터 공유할지는 의문"
-한국 정부가 세계 대공황 시대에 미국이 ‘뉴딜’ 정책을 추진했던 것처럼 디지털 경제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데이터 댐’을 만드는 ‘디지털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표준화하며 가공·결합하는 과정이 사람들의 작업에 의해 이뤄져 많은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하는데.
"‘디지털 뉴딜’과 ‘데이터 댐’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정책적 효과가) 많이 드러나야 하지만 한국이 데이터 주도 제품 및 서비스 개발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을 장려하고 있다는 증거다. 기존 기업들이 데이터 댐을 통해 어떻게 그들의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할 것인지, 다양한 데이터의 형태와 포맷을 어떻게 다룰지 모르겠다. 오늘날 ‘데이터 공급망’이 노동 집약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접근 방식을 점점 더 많이 채택하고 있다. 앞으로는 데이터 가공과 통합 과정에서 생산성이 높아져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국은 빅데이터의 금광을 가지고 있는데도 캐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업들이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개방·공유하지 않으면 활용할 수가 없다. 디지털 경제가 고도화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지만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일자리는 없어질텐데.
"한국은 놀라운 ‘제조 경제’를 발전시켰고, (한국 기업이 제조하는) TV, 휴대폰, 자동차 등은 사용될 때마다 데이터를 생성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데이터를 활용하는 일련의 사업·프로세스가 구축되지 않았다. (한국이 디지털 경제로 신속하게 전환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뉴딜’과 데이터 댐’을 포함한 기술·정책적 솔루션도 있지만 한국 기업들의 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 경영진은 데이터와 분석을 기반으로 제품·서비스를 평가할 줄 알아야 하며, 의사결정에서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디지털 경제에서 일자리가 사라지는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정부와 기업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사람들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디지털 기술과 업무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법을 교육해야 한다."
-데이터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AI 등의 기술·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은 미국, 중국 등과 비교해 클라우드, AI 분야 경쟁력이 높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20세기 한강의 기적으로 한국은 고도로 발전된 제조 경제로 탈바꿈했다.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투자, 정보, 노력을 동원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선) 재빨리 움직여야 하며, 틈새 시장을 노려야 한다."
◇ "코로나 이후 시대 대비 대면·원격 근무 장점 활용 정책 필요"
-코로나19 시대에 원격근무·수업이 확산되고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정부·기업·대학의 문화도 변화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선 아직까지 원격근무·수업이 임시방편이고 대면 문화가 익숙한데.
"현재의 ‘가상 경제’는 전 세계적인 대규모의 사회적 실험이다. 코로나 이후 시대에 대비해 한국이 가상 라이프의 이점을 활용하고 정착시키기 바란다. 나는 지식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매일 사무실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항상 근무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물리적·가상 근무·교육의 장점을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사업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기업 환경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규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한국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한국이 창업을 하거나 사업을 진행하기에 좋은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글로벌 국가 순위에서 확인한 바 있다. 글로벌 자본과 인재가 넘쳐나는 시대에 좋은 사업 아이디어는 성공하기 쉬운 곳으로 가기 마련이다. 한국(정부·정치인들)이 규제를 완화하고 더 많은 기업이 (글로벌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하며, 보다 친기업적이며, 능력 있는 인재들이 한국에 와서 창업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온라인에 최적화된 교육은 수년간 진화해 왔고, 이제는 오프라인 강의보다 더 흥미로울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학생들은 강의를 듣는 게 아니라,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을 보내지요."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 겸임교수면서 세계 최초 무크((MOOC, 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 ‘유다시티’를 설립한 세바스천 스룬은 조선비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온라인 교육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일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은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는 오는 23일 개막하는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 기조연설 무대를 앞두고 진행됐다.
그는 비대면 교육 확산으로 경쟁력 없는 대학은 도태되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에 "무크는 대학을 없애겠다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 이들의 숙련도를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대학 교육을 접할 수 있는 대상은 주로 젊은이들이고, 대학 졸업 이후에 이들이 직장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지만, 무크는 모든 연령대가 접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혁신 기업들에 문을 열어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스룬은 "한국 정부는 ‘학생들의 취업’이라는 목표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접근법으로 이를 추진해나갈 수 있는 새로운 기업(기관)들에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며 "대부분 교육 시스템은 기존 사업자들에게만 열려있고, 이들은 새로운 기술을 대체로 수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로봇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스룬은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실험하는 것으로 알려진 구글의 비밀연구소 ‘구글X’를 창립하고,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현재 유다시티 외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키티호크’도 설립해 이끌고 있다. 키티호크는 자율주행차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스룬은 ‘운전자가 전혀 개입하지 않는 완전자율주행인 레벨5(미국 자동차공학회 기준) 시대가 언제 올까’ 하는 질문에 "코로나19로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위해 한 차량에 2명씩 타는 게 쉽지 않은 데다 기업들의 투자도 둔화되면서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이 늦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레벨4(운전자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동차가 스스로 상황을 인지·판단해 주행)에 대한 준비는 됐으며 앞으로 2년 안에 이런 자율주행 택시가 운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시제품 개발 단계에 불과하지만,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A부터 B 지점까지 이동하는 데 테슬라의 ‘모델3’와 비교해 에너지 비용 절반으로 5배 빠르게 갈 수 있다. 지상의 차보다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 때까지 3~5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결국은 자율주행차를 이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룬은 오는 23일 조선비즈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는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AI의 모든 것’에 대해 미국 현지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스룬은 "AI는 앞으로 대부분의 일자리를 파괴할 것인데, 이를 똑똑하게 활용할 줄 안다면 향후 10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마트클라우드쇼에서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한국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겠다"고 했다. 스룬의 기조연설은 이날 오전 9시 10분부터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