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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미디어그룹 경제 전문 매체 조선비즈는 6월 1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수소 에너지의 미래’를 주제로 ‘2020 미래 에너지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했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청정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의 경쟁력을 진단하고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과제를 논의했다. 이들은 각국의 수소 육성 정책에 힘입어 수소 에너지가 이르면 10~20년 내 경제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많은 선진국 정부가 수소 육성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며 한국도 민간 투자를 위한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김범중 EY한영 재무자문본부 E&I팀 파트너,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 전무, 성백석 린데코리아 회장,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이 6월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최 ‘2020 미래 에너지 포럼’ 첫 번째 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미국 수소 트럭 회사 니콜라가 최근 미 증시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니콜라는 상장한 지 4거래일 만에 116년 역사의 자동차 회사 포드의 시가총액을 장중 한때 앞질렀다. 아직 제품을 출시하지 않은 회사의 주가가 고공 행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까운 미래에 수소연료전지 기반 트럭과 자동차가 도로를 달릴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를 둘러싼 관심은 각국의 수소 육성 정책과 궤를 함께한다. 세계 주요국은 기후 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화석연료를 수소로 대체하는 ‘수소 경제로 전환’에 힘쓰고 있다. 수소는 연소 후에도 공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연료이기 때문이다.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뿜어내지만, 수소는 연소하면 물이 된다. 수소로 가정집과 건물에 냉·난방을 공급하고 수소연료전지 기반 차량이 도로를 달리는 ‘무공해 사회’ 구축이 최종 목표다.

존 셰필드 미국 퍼듀대 교수는 ‘2020 미래 에너지 포럼’ 영상 인터뷰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여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인류가 직면한 최대 과제”라며 “수소는 시스템 전반에 걸쳐 근본적으로 에너지 산업이 변화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 전무도 기조연설에서 다가올 신재생 에너지 시대에 수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몽골 유목민이 우유를 치즈로 바꿔 오래 보관하고 편리하게  이송한 것처럼,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태양광·풍력 에너지를 대량으로 보관하고 운송하기 위해서는 수소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럼에 참석한 수소 전문가들은 수소 경제로의 전환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앞으로 수소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이르면 10~20년 안에 수소가 에너지 시스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2050년까지 세계 수소 시장이 2조5000억달러(약 3000조원) 규모로 성장하고 누적 30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수소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큰 흐름 중 하나로 ‘그린수소’로의 전환을 꼽았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석유화학 공정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副生) 수소와 천연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추출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일명 ‘그레이수소’인데, 두 방법 모두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수소 자체는 청정 에너지원이지만,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공해 물질을 배출하는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전력으로 물을 전기 분해(수전해)해 얻는 수소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그린수소’로 불리지만, 생산 단가가 비싸 그동안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수전해로 생산하는 그린수소는 1㎏당 평균 10~15달러 수준인데, 이는 천연가스 등에서 추출하는 수소보다 5배 정도 비싸다.

독일, 덴마크 등 선진국은 그린수소의 생산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소 경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독일은 6월 초 수소 경제 전략을 발표하면서 그린수소 연구·개발에 90억유로(약 12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그린수소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해상 풍력발전소와 태양광발전소 공원을 짓고 대형 수전해 설비에 투자하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그린수소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세계 최대 선사인 덴마크 AP몰러-머스크, 풍력발전 기업 오스테드, 항공사 SAS, 물류 회사 DSV, 해운사 DFDS, 코펜하겐공항 등 6개 기업은 6월 초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2023년까지 풍력 에너지 기반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3(기가와트) 규모의 해상 풍력발전소와 대형 수전해 장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렇게 생산한 수소를 철강·중공업·항공업 등 중후장대 산업에 적용할 예정이다. 헨릭 폴센 오스테드 최고경영자(CEO)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승용차뿐만 아니라 중공업과 항공업까지 확장 가능한 청정 연료가 필요한데, 그린수소가 그 열쇠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석유 회사 로열더치셸이 풍력 에너지 기반 전력으로 생산한 수소를 중공업에 활용하기 위해 10 규모의 해상 풍력발전 시설을 짓기로 했다.

일본도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시설인 후쿠시마 수소 에너지 연구단지(FH2R)를 지난 3월 완공했다.

‘2020 미래 에너지 포럼’에 참석한 수소 전문가들은 각국의 그린수소 개발 노력이 이어지면서 그린수소의 생산 비용이 급속도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은 “그린수소의 약점은 재생 에너지원으로 생산할 때 단가가 비싸다는 것이다”며 “그러나 독일에서는 벌써 그린수소가 1㎏당 4000원대까지 내려왔고, 2030년쯤에는 3000원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셰필드 교수도 “수소 생산량과 유통, 관련 설비 제조가 늘면서 수소 생산 비용이 2030년이면 지금의 50%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라며 “이렇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수소는 다른 저탄소 에너지원은 물론, 기존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원에도 밀리지 않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 전무는 “그동안 수소 경제의 중요성을 논의하면서도 결국 경제성 논리라는 쳇바퀴에 갇히곤 했는데, 그사이 경제성은 확보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수소 트럭 회사 니콜라(Nikola)가 공개한 수소연료전지 트럭 ‘니콜라 원(one)’. 사진 니콜라

“수소 인프라 구축, 정부가 나서야”

수소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수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려면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유통까지 아우르는 수소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민간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비전을 제시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적 지원을 이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수소 에너지는 잠재력은 크지만 높은 비용과 부족한 인프라, 규제 장벽 때문에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 정부는 2019년 1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소 산업 육성에 나섰다. 여기에 ‘수소 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 관리법(수소법)’ 제정안이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수소 산업에 진출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재경 연구위원은 “지금 추세라면 2025~ 2030년이 수소 시장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2022년까지는 정부가 책임지고 수소 산업을 육성하고, 2023년부터는 민간에서 투자를 끌어내 시장이 주도하는 수소 경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여건상 한국이 그린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수소를 수입해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세훈 전무는 “한국은 국토가 좁고 신재생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풍력·태양광 에너지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그린수소는 호주처럼 생산 여건이 좋은 국가에서 저렴하게 구매하고, 우리나라는 연료전지 시스템 기술을 개발해 해외에 수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수소경제 전문가들 모여 깊이 있는 논의

미래 에너지산업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수소'를 주제로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는 '2020 미레에너지포럼'이 18일 오후 2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 개막했다. 이날 포럼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 매체 조선비즈가 개최한 이번 포럼은 김세훈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사업부 전가 ‘수소에너지와 모빌리티 혁신’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선다.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모빌리티 산업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수소경제 선두 업체로 나선 가운데, 김 전무는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를 이끌면서 수소차 기술 개발과 신규 사업 기회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

이어 국제수소에너지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Hydrogen Energy) 회장인 존 셰필드 미국 퍼듀대 공학기술학 교수가 수소 에너지의 미래 경쟁력을 진단한다. 셰필드 교수는 "수소는 시스템 절반에 걸쳐 근본적으로 에너지 산업이 변화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수소는 다른 저탄소 대안 에너지보다 경쟁력이 높은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조 강연 이후에는 수소에너지의 산업경쟁력 진단과 우리나라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두 개의 세션이 진행된다.

김범중 EY한영 재무자문본부 E&I팀 파트너가 좌장을 맡은 첫 번째 토론 세션에서는 김세훈 전무와 성백석 린데코리아 회장,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석해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의 경제성과 가능성을 진단한다. 수소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기술 발전, 인프라 구축, 정부 과제 등 다각도로 논의가 이뤄진다.

이어지는 두 번째 세션에서는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희집 에너아이디어즈 대표이사,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우리나라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토론한다. 글로벌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기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환 속도와 방향을 놓고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시대를 맞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0 미래에너지포럼’의 2세션 좌장으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주력 에너지가 화력 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기회 요인도 있는 만큼 기업과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대담에는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와 김희집 에너아이디어즈 대표,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왼쪽부터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김희집 에너아이디어즈 대표,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신지윤 KTB투자증권리서치센터장이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체 ‘2020 미래에너지포럼’ 두 번째 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김희집 에너아이디어즈 대표,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신지윤 KTB투자증권리서치센터장이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체 ‘2020 미래에너지포럼’ 두 번째 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날 세션에서 에너지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전력 수요 관리를 위해 정밀한 예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가 전력수급 계획을 조언하는 총괄분과위원회는 지난달 9차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15년 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날씨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변화할 때 전력 설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대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실제로 발전량의 40%가량이 풍력인 제주지역은 전력 공급이 수요보다 넘칠 때 강제로 발전을 차단하는 출력 제한(curtailment)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강 교수는 "제주지역의 경우 올해 1~5월 풍력 출력 제한이 지난해 출력 제한 횟수(39회)를 넘어섰다"며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술적, 제도적 문제가 2034년쯤에는 한반도 전체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체의 8% 내외였기에 전력 시장에 영향이 적었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15%로 늘어나는 2025년부터는 전력시장 전체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도 "신재생에너지의 큰 변동성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 전력 교환을 해야 한다"며 "인접 국가와의 그리드(공급망·Grid) 연결은 국가적 과제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에너지전환은 100년 이상, 즉 한 세기에 걸쳐 진행되는 초장기적 과제로 너무 급하지 않게, 그렇지만 꾸준히 경로 의존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의 수요 예측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는 올해부터 2034년까지 전력수요가 연평균 1%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4차산업혁명 등으로 전력수요가 얼마든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망과 다르게 우리나라 전력 수요가 1년에 5%씩 증가하게 되면 전기가 부족해 급하게 화력발전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며 "변동성 때문에 전력예비율이 모자라게 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전력 수요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전력 수요 관리와 관련해 우려되는 점으로 ‘데이터센터’를 지목했다. 신 센터장은 "2010년 이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이 550% 증가해 전 세계 전력소비량의 2%를 차지하는 상황"이라며 "4차산업혁명으로 언택트(비대면) 서비스가 점점 주목받고 있어 정부에서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을 고려해 미래 전력 수요를 정밀하게 예측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에너지전환에서 위기뿐 아니라 경제성장 기회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에너지전환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큰 시장을 만들고 있고, 의미 있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있다"며 "에너지산업 자체를 미래성장동력으로 보고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에너지 산업을 우리나라 성장을 주도하는 산업으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 센터장은 "2030년까지 원전 관련 인력이 3만명에서 1만명 정도로 줄어들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10만개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사가 있다"며 "희망을 가지고 에너지 전환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에너지 체계가 빠르게 바뀌고 있어 수소의 경제성 자체는 더 이상 문제가 될 수 없다. 전 세계 환경 규제는 점차 강화돼 2030년이면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40%를 줄여야 하는 시대가 온다. 결국 수소 사회로의 이행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 전무)

"작년 초만 해도 국내 액화 기술이 없었는데 1년 만에 플랜트 구축을 계획할 정도로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는 수소 경제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과연 이게 될까’ 싶었던 것들이 계속 현실화되고 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팀 연구위원)

조선비즈가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0 미래에너지포럼’의 첫 번째 세션 ‘수소 에너지 산업 경쟁력과 발전방향’에 참여한 토론자들은 멀게만 느껴졌던 수소 사회로의 진입이 가시화했다는 데 공감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은 김범중 EY한영 재무자문본부 E&I팀 파트너의 진행으로 김세훈 현대차 (229,500원 ▲ 5,500 2.46%)연료전지사업부 전무, 성백석 린데코리아 회장,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왼쪽부터) 김범중 EY한영 재무자문본부 E&I팀 파트너,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 전무, 성백석 린데코리아 회장,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이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최 ‘2020 미래에너지포럼’ 첫번째 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범중 EY한영 재무자문본부 E&I팀 파트너,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 전무, 성백석 린데코리아 회장,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이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최 ‘2020 미래에너지포럼’ 첫번째 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다.

이날 토론자들은 선진국은 일제히 수소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경제성의 논리에만 얽매여서는 안 되며 진취적인 투자를 독려하는 국가의 명확한 비전 제시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연구원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의 최대 약점은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생산할 때 단가가 비싸다는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벌써 독일에서는 그린 수소가 1kg당 4000원대까지 내려왔고, 2030년쯤에는 3000원대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김 전무 역시 "과거에는 수소 경제가 중요하다고 얘기하면서도 결국 경제성 논리에 발목을 잡히곤 했다"면서 "하지만 그런 논쟁을 하는 사이 어느 순간 경제성은 구축되고 있다. 마음가짐을 달리하고 진취적으로 투자해 앞서가서 영역을 확장해나가야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성 회장은 경제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액화수소에 대한 투자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체 방식 충전은 트레일러에 200~300kg를 담을 수 있어 운송 횟수가 많아져 효율이 낮고 매연과 탄소 배출도 많아진다"며 "이걸 최소화할 방법이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액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액체 수소는 대량으로 저장해 한꺼번에 3500kg 정도를 운송할 수 있고 액체로 충전하면 전기료도 3분의 1로 줄어든다"며 "기체와 액체 수소의 전체 비용을 비교하면 액체 상태가 더 저렴할뿐더러 압력 조건도 충전소에서 200바(bar)로 저장되는 기체에 비해 2bar 정도의 낮은 압력으로 저장되므로 훨씬 안전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액체 수소 상용화를 반영했다. 작년 1월 정부가 발표한 국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액화 플랜트와 액화 탱크, 펌프, 밸브 등 국산화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 효성 (109,000원 ▼ 1,500 -1.36%)은 산업용 가스 전문 글로벌 화학기업인 린데그룹과 손잡고 울산에 2022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울산 용연공장 내 약 3만㎡ 부지에 신설되는 액화수소 공장은 연산 1만3000톤 규모(승용차 10만대 사용 가능 물량)로,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왼쪽부터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 전무, 성백석 린데코리아 회장이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최 ‘2020 미래에너지포럼’ 첫번째 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 전무, 성백석 린데코리아 회장이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최 ‘2020 미래에너지포럼’ 첫번째 세션에서 토론하고 있다.

토론자들은 급변하는 글로벌 수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국가가 비전을 제시하고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과거에는 수소가 워낙 활성화되지 않아 수소위원회도 만들어졌지만, 요즘은 전 세계적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했다.

일본은 이미 2014년 에너지 기본 계획에 수소를 넣었고, 독일은 국가에너지체계를 수소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김 전무는 "이제는 회사가 아닌 국가가 글로벌 비전을 제시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1년 반 전만 해도 액화 기술이 없던 한국도 어느새 액화 충전소를 구축할 만큼 매년 상황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현재 분위기를 보면 2025~2030년 사이가 변곡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2022년까지는 정부가 책임을 지고 기술을 개발해 나갈 것이고, 2023년부터는 민간에서 투자를 많이 이끌어내 시장이 주도하는 수소 경제로 가야 한다"며 "특히 수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정유사들의 경우 주유소 부지를 활용해 수소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에 이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김 전무는 "수소 사회는 에너지 체계 자체를 모두 바꾼다는 것"이라며 "이미 독일은 2008년부터 일반 가솔린, 디젤 충전소에 수소 충전소가 함께 들어서 있었는데 우리나라도 이게 활성화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기존 충전소를 이용해야 하고, 이런 식으로 체계를 바꿔나가면 상상할 수 없는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무는 "우리나라의 약점은 에너지 산업에서도 제로섬 게임을 한다는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와 수소는 함께 가야 하는데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하다 보니 수소를 반대하는 사람이 신재생에너지를 찬성하거나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서로 다른 산업 분야에 골고루 지원을 해 경쟁이 아닌 공존해도 함께 잘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명확히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2030년이면 수소 생산비용이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입니다. 수소가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탈(脫)탄소화라는 세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존 셰필드 퍼듀대 교수는 1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최 ‘2020 미래에너지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셰필드 교수는 국제수소에너지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Hydrogen Energy)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영상 질의응답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인류가 직면한 최대 과제"라며 "수소는 에너지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켜 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수소가 청정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존 셰필드 퍼듀대 교수
존 셰필드 퍼듀대 교수

셰필드 교수는 수소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큰 흐름으로 에너지 부문 간 결합(섹터 커플링·sector coupling),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으로 생산하는 ‘그린수소’, 수소연료전지 기술 발전 등을 꼽았다.

현재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에너지 생산 부문을 운송, 냉난방, 제조시설 등 에너지 소비 부문에 연계하는 ‘섹터 커플링’을 추진 중인데, 이 작업에 수소를 활용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남은 전력으로 수소를 만든 뒤 연료전지 형태로 저장해놨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어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셰필드 교수는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탄소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일본은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시설인 후쿠시마 수소 에너지 연구단지(FH2R)를 완공했다. 태양광발전 시설에서 만든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으로 매시간 1200N㎥ 사용 가능한 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는 하루에 수소 자동차 약 560대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맞춰 수소연료전지사업에 투자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셰필드 교수는 수소의 가능성을 보고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뛰어든 미 엔진회사 커민스(Cummins)를 예로 들었다. 셰필드 교수는 "디젤·천연가스 엔진, 발전기 등을 만드는 커민스는 무려 20년 전부터 수소연료전지 기술에 투자해왔고 지난해 하이드로제닉스(Hydrogenics)라는 수소연료전지 회사를 인수했다"며 "수소가 향후 모빌리티와 냉난방 인프라에 변화를 가져올 것을 보고 커민스와 같은 기업들이 수소연료전지 생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가 아직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원에 비해 비싸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셰필드 교수는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연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소 생산량과 유통, 관련 설비 제조가 늘면서 수소 생산 비용이 2030년이면 지금의 50% 수준으로 빠르게 떨어질 전망이다"라며 "이렇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수소는 다른 저탄소 에너지원은 물론, 기존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원에도 밀리지 않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2020 FEF(미래에너지포럼)

조선미디어그룹 경제전문 매체 조선비즈가 '2020 미래에너지 포럼'을 6월 18일(목) 오후 2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 개최합니다. ‘수소 에너지의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포럼에서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 에너지의 가능성을 진단하고,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과제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날 포럼에선 김세훈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사업부 전무가 수소에너지와 모빌리티 혁신이라는 주제의 청사진을 제시합니다.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김 전무는 수소차의 본격적인 대중화 시대를 대비해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신규 사업 기회를 찾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어 존 셰필드 미국 퍼듀대 공학기술학 교수가 사전 질문지를 통한 질의응답 시간을 갖습니다. 셰필드 교수는 국제수소에너지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Hydrogen Energy) 회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그는 "2020년은 '수소 10년(Hydrogen Decade)'의 시작"이라며 "기후변화 이슈로 기존의 세계 에너지 경제가 해체되는 국면에서 향후 10년 동안 비용이 최대 50%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수소 에너지는 경쟁력이 높다"고 합니다.

이어지는 세션1에서는 ‘수소에너지 산업경쟁력과 발전방향’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됩니다. 김범중 EY한영 재무자문본부 E&I팀 파트너가 주재를 맡은 토론에서는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 전무와 성백석 린데코리아 회장,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석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2020년 현재 글로벌 수소에너지 산업의 분야별 시장현황과 주요 동향, 주요 기업의 세부 전략,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정책 제언에 대해 논의할 계획입니다.

세션2에서는 우리나라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전문가 토론이 이어집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희집 에너아이디어즈 대표이사,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패널로 참석합니다.

이번 포럼은 코로나 확산을 막고 연사 및 참가자의 안전을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수소가 바꾸는 미래 에너지 산업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시청 바랍니다.

▲일시 : 6월 18일(목) 오후 2시~5시
▲장소 :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오키드룸
▲참여 : 유튜브 실시간 생중계(발표자료, URL 주소는 행사 당일 공지)
▲참가비 : 무료
▲문의 : (02)724-6157
▲홈페이지 : energ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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