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재앙(disaster)과 같았습니다. 환경은 물론이고, 한국의 국가안보와 경제를 위태롭게 한 결정이었습니다."

마이클 셸런버거 '환경 진보(Environmental Progress)' 창립자 겸 대표는 지난 20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원전 비중을 줄이는 대신 석탄·가스를 전력원으로 쓰면서 대기오염이 심화하고 비용만 증가했다"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원전 같은 에너지원이 없으면 노예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셸렌버거 대표는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2017년에 방한했다. 미국 원자력·기후학 과학자 13인과 공동 서명한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이었다. 미국 석학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셸런버거 대표는 원전 폐쇄 반대 운동을 편 환경운동가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14년 판권을 사 국내에 배급한 다큐멘터리 '판도라의 약속'에 출연해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미국 뉴욕주와 일리노이주의 원전 폐쇄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08년에는 시사 주간지 타임으로부터 '환경 영웅'으로 뽑혔다.

한국을 다시 찾은 셸런버거 대표는 국내 원자력 업계에 무기력감이 팽배하다고 했다. 탈원전 정책이 이미 진행 중이니 어쩔 수 없다는 태도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그는 "원자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정부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며 "대중의 무의식에 자리잡은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원전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탈원전으로 한국의 에너지 안보가 위험하다고 했다. 이 점에 대해 특히 힘주어 말한 듯한 느낌인데.

"탈원전은 한국의 에너지 자립에 최악의 결정이었다. 호르무즈해협 유조선 피격 사건만 봐도 세계적인 분쟁이 증가한다면 석탄과 천연가스 수입에 차질이 빚어진다. 원전 만이 에너지 자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 현 정부가 에너지안보를 희생한 대가는 전력 비용 상승과 대기오염 뿐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어떤 악영향이 있었나.

"한국전력의 올해 1분기 손실액은 천문학적이었고, 한국수력원자력은 수조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UAE 원전 유지보수 사업 독점권을 놓쳤다. 그릇된 공포 때문에 값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다. 한국은 부유해지면서 원전이 경제에 기여한 점을 잊었다. 탈원전으로 한국이 부담해야할 추가적인 비용은 2000억~4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34만명에게 각각 2만9000달러의 월급을 줄 수 있는 수준의 돈이다."

―한국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을 10km 단위의 블록으로 쪼개면, 1000개 구역 중 8개 구역만 대규모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다. 300만 가구를 위한 발전량을 얻기 위해 원전은 축구장 크기의 부지만을 필요로 하는데, 태양광과 풍력은 각각 이보다 478배, 625배의 땅을 필요로 한다. 이런 한계 때문에 지난 2년 사이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 비중은 각각 0.7%포인트,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에너지 정책은 투자에 따른 환원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 풍력이나 태양광은 우리가 투자한 만큼 돌려주지 않는다."

"환경적인 악영향은 말할 것도 없다. 태양광 발전소 폐기물의 독극물은 원자로보다 350배나 많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에 필요한 광물을 캐려면 부산물도 그만큼 나온다. 핵 폐기물은 에너지 부산물 가운데 가장 효율적이다. 스위스 원자로에서 나온 45년치 폐기물은 축구장 크기 창고에 모두 보관이 가능하다."

―한국 원전 산업은 탈원전으로 존폐기로에 섰다. 세계 원전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세계 원자력 시장을 놓고 봤을 때, 한국은 프랑스와 더불어 '서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이한 원전 건설국이다. 한국이 빠지게 되면 러시아와 중국의 지배적인 위치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잃어버리는 것이 안타깝다. 원전 산업에서는 경험 축적이 기술 발전으로 직결된다. 해외 원전 업계는 동일한 원자로를 지으면서 비용과 공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원전 산업 경쟁력을 쌓은 한국을 배우려고 한다. 한수원의 원자로인 'APR1400'의 경우다. "

―한국 원전 산업이 탈원전이라는 산을 넘으려면 어찌해야할까.

"우선 원전 산업은 사고가 없을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약속부터 거둬야 한다. 이는 엔지니어들의 과도한 자신감일 뿐, 우린 이미 두 차례나 최악의 사고를 겪었다. 사고는 분명 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앞서 파악한 '사실'에 대해서만 정확하게 알리면 된다. 원전 사고로 사망한 이들 대부분의 사인은 방사능 피폭 등 직접적인 요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고에 뒤이은 '패닉'과 공포심으로 숨졌다."

―패닉으로 사망했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

"후쿠시마 사고를 예로 들겠다. 원자로 냉각을 위해 냉각수를 충분히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일본 총리와 도쿄전력이 이와 관련한 지시를 뒤집었다. 이 과정에서 방사능 환기도 지연했다. 지역 주민들 대피가 이유였다. 그러나 환기가 늦어지면서 폭발로 이어졌다.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했을 시기에 대규모 대피를 우선한 것이 패착이었다고 본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노인들을 대피하는 과정에서 생긴 혼란으로 2000명이 숨졌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한국 원전 업계의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탈원전 정책의 유일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안주하기만 했던 원전 업계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이다. 그들은 최근에서야 대중들이 원전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후쿠시마 사고, 경주 지진을 거치면서 생긴 막연한 공포가 반핵을 지지하는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다. 원전 업계에는 스스로가 특별하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반대하는 의견을 감정적인 것으로 몰아세우며 기술적인 해명으로만 일관했다. 충분한 소통을 하지 않고 대중의 우려를 방치했다."

―원전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원전 산업이 차가운 기계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야한다. 사람들이 병원 엑스레이나 기기들에 몸을 맡기는 것은 의사들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대중은 원전에서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로 단속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한수원의 경영진부터 말단 직원들까지 합세해서 국민들과 관계를 맺는 데 나서야 한다."

"이미지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인터넷에 원전을 검색하면 죽음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이미지가 가득하다.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아름다운 사진들 일색이다. 원전산업은 사실이나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의 무의식에 자리잡은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해 서울에서만 300명이 교통사고로 죽었고, 전 세계적으로는 대기오염 때문에 1년에 700만명이 세상을 뜬다. 유독 원전에 대해서만 공포를 조장하는 세력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한국 원전 업계에 고무적인 부분도 있었나.

"원자력 전공 대학생들이 연합해 탈원전에 맞서고 있다. 대만이 원전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젊은이들의 활동이 있었던 덕분이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국 원전 업계에서 느끼는 감정은 무기력감이다.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선배들의 실패를 학생들이 만회하기 위해 나선 셈이다. 이들에 감명 받아 즉석에서 1000달러 기부를 결정했다.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우리의 양심적 의무다. 원자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정부로부터 원전을 지켜내야 한다."

"소비자가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생산·판매하는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갈 것이다."

최종웅 인코어드테크놀로지 대표는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미래에너지 포럼’ 네 번째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대표는 LS산전 사장을 역임한 에너지 전문가다. 그는 "에너지 분야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돼 실시간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가정에서 스스로 전력 사용 패턴을 분석해 보다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관리하고 사용하는 시대가 왔다"고 했다.

최 대표는 또 "과거 전력거래소와 소비자 간 일방적으로 전력이 거래됐다면 앞으로는 소비자와 소비자 간의 거래가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에너지 관리가 중앙집중식 통제가 아닌 분산형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의 네 번째 세션 주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에너지 공급 전략’으로, 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최종웅 대표를 비롯해 김숙철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장, 장길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김숙철 원장은 "에너지 분야에서 4차 산업 혁명은 디지털화"라며 "관리자가 없이 시스템이 돌아가고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고객에게 공급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10년 등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가는 것은 확실하다"며 "앞으로 한국전력이 전기를 파는 회사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길수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의 적절한 조합에 대해 설명했다. 장 교수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방향은 맞지만 무조건적인 것은 옳지 않다. 석탄, 가스 등 각각의 에너지원이 가진 장점이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풍력발전소는 바람이, 태양광발전소는 햇빛이 약한 곳에 들어설 수 없다"며 "한 지역에 몰아 지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에너지를 다른 지역에 보내는 망을 구축하는데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2020 미래에너지포럼

"지금 세계는 ‘탈(脫)탄소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전환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원자력 발전입니다."

아그네타 리징(Agneta Rising) 세계원자력협회 사무총장은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최 ‘2019 미래에너지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리징 사무총장은 원전이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깨끗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와 스웨덴, 스위스 캐나다 온타리오주(州) 등이 원자력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이유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다"라며 "원전은 전력 생산 비용을 낮은 상태로 유지하면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리징 사무총장은 "프랑스를 보면 전력 수요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원전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원전 비중을 75~80%로 늘리는 한편 주변 국가에 원자력 기기와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징 사무총장은 독일이 원전 비중을 줄이면서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은 오랜기간에 걸쳐 3000억유로를 투자해 청정 에너지 전환에 나섰지만 의미있는 감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독일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못하고 있다는 것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전력 수요 증가분을 충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리징 사무총장은 세계적으로 원전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2015년 파리 기후 협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0기의 새로운 원전이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량의 15%를 충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징 사무총장은 "세계 원전 산업은 2050년까지 신규 원전 용량을 1000GW 추가해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고 했다.

리징 사무총장은 한국이 이런 계획에서 중요한 축을 맡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자체적인 원전 발전 인프라를 구축한 역사를 갖고 있다"며 "글로벌 수출 시장에 원자력 기술을 내놓을 정도의 입지를 구축한 한국이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전 세계가 혜택을 볼 것이다"고 말했다.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한 ‘2019 미래에너지 포럼’이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막됐다. 이날 포럼은 에너지 산업계, 학계, 연구원 등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2019 미래에너지 포럼’이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막했다./안상희 기자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 매체 조선비즈가 개최하는 이번 행사는 아그네타 리징(Agneta Rising) 세계원자력협회 사무총장, 세계적 기후환경학자 케리 이매뉴얼(Kerry Emanuel)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대기과학과 교수, 미국 타임지가 2008년 환경영웅으로 선정한 세계적 환경운동가 마이클 셸런버거(Michael Shellenberger) 환경 진보 대표 등 3명이 기조연설에 나선다.

리징 사무총장은 ‘세계 에너지 산업 현황과 미래, 한국의 역할’을 주제로, 이매뉴얼 교수는 ‘인류의 재앙 기후변화 막을 미래 에너지’를, 셸런버거 대표는 ‘깨끗한 에너지,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주제로 강연한다.

기조강연과 함께 4개의 세션이 진행된다.

첫번째 세션은 ‘한국 에너지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주제로 김상협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우리들의미래 이사장)가 좌장을 맡고 리징 사무총장, 이매뉴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석한다.

이어지는 에너지 정책 관련 토크 콘서트는 전국 주요 KTX역에서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서명운동을 받고 있는 조재완 녹색원자력학생연대 공동대표(카이스트 연구원)가 위선희(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박사과정), 감동훈(카이스트 연구원)씨와 함께 진행한다.

두번째 세션은 ‘미세먼지·온실가스 없는 에너지 세상’을 주제로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셸런버거 대표,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여한다.

세번째 세션은 ‘에너지강국 도약을 위한 기술개발과 인재육성’을 주제로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과장, 최성민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학과장, 김긍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스마트개발단장이 패널로 참여한다.

네번째 세션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에너지 공급 전략’을 주제로 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최종웅 인코어드테크놀로지 대표, 장길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김숙철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장이 토론자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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