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세 분석 전문가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피터 자이한은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지금의 자유무역 세계질서는 조만간 막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셰일혁명으로 에너지 자립에 성공한 미국이 더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지역적인 분쟁에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될 것이고, 미국 덕분에 자유로운 무역체제 속에서 경제성장의 과실을 따온 국가들은 2차세계대전 이전의 혼란스럽던 경쟁체제로 다시 내몰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이한은 미국이 자유경제 세계의 보안관 역할에서 물러나는 순간 'G2'로 불릴 만큼 성장한 중국이 속절없이 무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이런 경제·외교 정책 기조는 트럼프 행정부의 돌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1995년 이후 25년간 꾸준히 이어진 미국 정부의 변함없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국, 일본과의 동맹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자이한은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서는 한국이 과거 60년간 성공을 거둔 경제성장 모델로는 더는 성장할 수 없다"며 "미국과의 협력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미국에 줄 수 있는 이점을 지금의 두 배, 세 배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국가가 바로 일본이라는 게 자이한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의 일본은 냉전시대보다 미국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한국은 쇠퇴하는 중국과 부상하는 일본 사이에서 선택의 순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는 지난 10일 '2019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자이한을 인터뷰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완승을 예상했는데.
"중국은 에너지원과 식품 생산에 쓰이는 비료의 75%를 수입에 의존한다. 외화벌이도 국제무역으로 충당한다. 미국이 국제무역에서 발을 빼면 중국은 에너지나 식품, 전기, 안보 등 어느 것 하나 자급자족할 수가 없다. 중국은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사실 지금의 단일국가의 모습을 갖춘 건 150년밖에 되지 않는다. 하나의 통합된 국가로 중국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내부적인 조치 때문이 아니라 중국을 둘러싼 세계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이 바뀌면 중국은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는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구호가 유행했다.
"그런 구호는 의미 없어진다. 중국 경제가 계속 호조를 보여야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의미가 있고, 미국이 세계 안보 질서를 유지하려고 해야 미국과의 안보 협력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두 가지 전제가 모두 의미 없어진다."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해 최근 몇 년 간 미국 외교정책은 트럼프 행정부만의 돌발적인 결정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렇지 않다.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를 보면 1995년 이후로는 꾸준히 다른 국가에 관심이 없었다. 클린턴, 부시, 오바마 대통령 모두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별나 보일 수 있지만 지난 25년간 미국의 외교정책은 동맹국에 대한 관심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문제에 관심이 큰 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음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달라질 게 없다. 24명의 대선 주자 중 동북아 문제에 관심이 있는 후보는 단 한 명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상시화될 것이라고 보는 건가.
"트럼프 행정부는 소수의 국가와만 지속적인 무역관계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멕시코, 영국, 캐나다, 호주, 한국 정도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없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지속적인 요청에 추가된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무역관계를 이어나가려면 확실한 혜택이 있어야 한다.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상대방 국가가 얼마나 잘 들어줄 지를 보고 결정한다. 중국이 이런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무역관계가 없어도 생존에 문제가 없지만,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관계가 단절되면 정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변화하는 세계질서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나.
"두 가지 대답이 가능하다. 일단 지난 60년간 이어온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로는 현재 세계 질서가 붕괴된 이후에는 더 성장하기 힘들다. 하지만 한국은 늘 세계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기적처럼 이뤘다. 군사정권이 붕괴된 이후 민주주의로 빠르게 전환했고,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대전환이 빠르고 순조롭게 이뤄진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솔직히 다른 나라가 한국의 상황이었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하겠지만, 한국이기에 기대할 만한 것도 있다고 본다."
-미국의 요구를 한국이 모두 들어줘야 한다는 건가.
"미국의 우방국으로 남으려면 한국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미국은 앞으로 동맹국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설득하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지소미아 파기나 사드배치에서의 갈등은 미국의 마음을 멀어지게 하는 이유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가나 참모들을 제치고 본인이 직접 옵션이나 여러 사안을 검토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노력을 성공적으로 한 국가가 일본이다. 지금은 냉전시대보다 미·일 협력이 강화됐다. 역사적으로 보면 일본은 미국의 좋은 우방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굉장히 적합한 동맹국으로 변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그런 평가가 거의 없다."
-구체적으로 일본이 어떻게 미국의 마음을 사로 잡았나.
"일본은 수십 년 전부터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 미국에 생산기지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백악관과 연락할 채널이 생기는 셈이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인구 감소와 열악한 금융 환경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오프쇼어링을 선택했고,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 지금의 세계질서가 무너져도 일본은 타격을 많이 받지 않는다. 미래에 중국과 전면갈등이 벌어져도 일본은 해군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누를 것이다. 결국 한국은 쇠퇴하는 중국과 부상하는 일본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물론 한국 국민이 일본과 손을 잡는 것에 대해 자존심 상해하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한국 기업도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더 이전해야 한다는 건가.
"일단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의 '탈중국' 움직임은 한국 정부 차원에서 배워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면 3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일단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지역이다. 아시아 지역의 공급체인은 변화하는 세계질서에서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이 미국 내에 새로운 제조업 체인을 확보하려면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지역이 좋다. 미국 중서부와 남동부 지역도 중요하다. 중서부는 에너지와 곡물 생산기지 역할을 한다. 정치적으로도 입김이 강하기 때문에 한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남동부는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한국이 공략할 만한 여지가 많다."
-결국 변화하는 세계질서에서 한국은 미국의 더 강력한 동맹국이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한국이 감수해야 할 것이 많다. 그런 걸 감수하면서 미국의 동맹으로 남을지는 한국 국민들이 결정할 문제다. 다만 미국의 입장에서 미국이 원하는 동맹의 조건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자국을 보호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한국은 여기에 부합한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적어야 한다. 한국은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은 시장 규모도 계속 줄고 있는데 미국 입장에서 왜 한국을 동맹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한국이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좀 더 비유적으로 말하면 '호주 정도로 미국과 신의있는 관계를 구축하고, 영국 정도로 경제적인 역량을 유지하고, 캐나다처럼 다른 나라와 적대관계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이종현 기자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소득 하위 계층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빈곤층 문제 해결 간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케빈 하셋 전(前)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이달 10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주도의 정책은 소득 하위 계층의 문제와 소득 불균형 완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 부담을 줄여 기업의 활동폭을 넓혀주는 게 소득 하위 계층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하셋 전 위원장은 조선비즈 주최로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글로벌경제·투자포럼’의 기조연설자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정부 주도의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은 빈곤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시장 문제는 세율 인하·규제 완화 등 자본주의 원리로 풀어야 한다는 걸 트럼프 정부가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를 방치하는 정권은 결국 국민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2017년 CEA 수장에 임명된 하셋 전 위원장은 올해 초까지 미·중 무역협상을 진두지휘하고 6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팽팽한 기 싸움과 관련해서는 "중국이 국가 간 약속을 지키는 나라가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다. 미·중 무역협상 과정이 녹록지 않겠지만, 결국에는 좋은 성과를 거두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좌익 성향의 정치가들을 보면 경제에서 말하는 수요·공급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해도 모른 척하려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게 정부가 주도하는 최저임금 인상이다. 정부가 경기 상황과 무관한 인상 목표치를 제시하면 기업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고숙련 노동자만 남기고 저숙련 노동자를 서서히 내보낼 수 있다. 저숙련 노동자의 상당수는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빈곤 계층이다. 즉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소득 하위 계층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빈곤층 문제 해결 간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을 29% 인상했다. 그런데 소득 하위 20%(1분위)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이게 당연한 결과라는 건가.
"그렇다. 소득 하위 계층의 문제를 최저임금 강제 인상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기업들 발목 붙잡는 규제 없애주고 세금 부담 줄여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새로운 게 아니다. 자본주의 원리다. 물론 당장 민심을 얻는 데는 최저임금 인상 같은 정책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이 계속되면 유권자는 자연스레 정권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백악관 근무 시절 트럼프 정부는 비슷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2016년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연 1.6% 수준이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저성장이 앞으로는 당연해질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라는 표현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내 생각은 달랐다. 오바마 정부의 조세 정책과 각종 규제가 경제 성장을 방해한다고 믿었다. 즉 정책의 실패로 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 정책 환경을 오바마 집권 이전으로 되돌리려고 노력했다. 미국에 불리하게 설정된 무역 정책을 손질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35%에 이르던 법인세를 21%로 인하하는 등 친(親)기업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여 경제 성장에 시동을 걸었다."
-트럼프 정부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다는 건가.
"수치를 보라. 최근 확인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 노동시장에서 히스패닉계와 아프리카계의 실업률은 각각 3.9%, 5.5%로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애인 실업률도 6.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사람의 실업률 역시 4.8%에 불과하다. 규제를 풀어 미국을 기업 운영하기 좋은 나라로 바꾼 결과다. CEA 위원장에 부임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숫자’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위원회는 트럼프 정책이 3~5년 내 미국 국민의 가계소득을 4000달러가량 올릴 것이라는 계산 결과를 도출했다. 올해 8월까지의 자료를 보면 가처분소득 증가가 거의 5200달러에 이른다."
-정부가 족쇄를 풀어도 기업만 그 효과를 누리고 일반 국민은 별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불신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기업이 살아나면 고용·생산성·임금 지표가 다 개선된다. 미국의 경우 연평균 임금 상승률이 3.5% 정도다. 그런데 이걸 소득 계층별로 보면 하위 10%의 임금 상승률이 8.9%로 눈에 띈다. 빈곤층이 누구보다도 덕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식량 지원을 받는 인구수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700만명가량 감소했다. 모두 부익부 빈익빈과는 거리가 먼 결과이지 않은가. 또 올해 2분기 자료를 보면 약 88만명이 창업에 뛰어들었다. 기업가 정신도 살아있다는 증거다."
-최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내년도 미국의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 중간값을 1.8%로 전망했다. 미국 경제도 한국처럼 점점 둔화하고 있는 것 아닌가.
"기조강연 때도 언급했는데, 미국은 대선 시즌마다 경기 하강 신호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 참여자들의 관망세를 키우기 때문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이슈 말고도 민주당의 탄핵 공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의 무역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장애물을 잘 극복한다면 미국 경제는 안전한 구간에 접어들어 순항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만약 트럼프를 끌어내리려는 반대편 후보 중 한 명이 집권에 성공한다면 미국 내 반(反)기업 정서가 커져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자. 두 나라가 온탕과 냉탕을 너무 자주 오간다. 한국에서는 협상 타결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미국과 중국은 이 인터뷰 이후인 11일(현지 시각)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적어도 미국은 계속 좋은 의도로 접근하고 있다. 매번 어깃장을 놓는 건 중국이다. 중국은 비합리적이고 돌발적인 행동을 많이 한다. 남들 눈에는 트럼프 대통령도 충동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언행 스타일이 그럴 뿐이다. 실제 트럼프는 매우 치밀하고 원칙이 명확한 사람이다. 그 원칙은 중국에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다."
-트럼프의 원칙이란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 기조 중 하나가 ‘국가 간 약속을 어기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국방비 분담금 인상을 촉구하는 게 대표적이다. 나토 회원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원국이 약속을 안 지킨다(2018년 기준 2% 지출 국가는 미국·영국·그리스·에스토니아·라트비아 등 5개국). 특히 독일은 경제적 여건이 충분하면서도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 미국의 이전 정부들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은 약속’이라는 주의다."
-당신 말만 들어서는 중국과의 합의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 중국은 글로벌 경제 질서를 준수하느냐 안 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중국은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아무렇지도 않게 약탈해 매년 10억~50억달러에 이르는 피해를 주고 있다. 중국은 국제법을 지키는 나라가 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만약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실패한다면 그건 과거 고립적인 전체주의 국가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와 자유경제 시스템을 거부하고 냉전 시대로 회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국제 사회와 협력하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 입장에서도 중국 투자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안타까운 순간이 온다면 한국도 중국과의 경제 관계 재설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협상에 참여한 내 경험으로는, 중국 내부에도 올바른 길로 가려는 세력이 분명 있다. 쉽지 않겠지만 결국에는 미·중 무역협상이 좋은 열매를 맺을 것으로 본다."
"분양가 상한제가 진짜로 시행되면 최근 상승 추세인 집값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입니다. 실수요자들은 이 제도를 공급 축소 신호로 받아들여 신축 아파트 투자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겁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10일 조선비즈 주최로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 참석해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국내 부동산 시장은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고 교수는 ‘시장경제 원리로 바라본 부동산 시장 전망’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고 교수는 정부 규제 약발이 먹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부동산은 철저히 시장 논리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6개월 미만의 단기부동자금 규모를 보면 무려 1000조원에 이른다"며 "정부가 대출 규제를 해도 이런 자금의 힘이 워낙 세다 보니 정책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고 교수는 지난달 1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 아파트 청약 결과를 예로 들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래미안 라클래시는 1순위 청약에서 일반분양 물량 112가구에 총 1만2890명이 몰려 평균 1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는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이어서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는데도 청약 열기는 뜨거웠다"며 "성수동 트리마제는 전용면적 69㎡가 수개월 사이 10억원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정부가 지난 8월 도입을 발표한 민간 택지(宅地)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역시 앞서 내놓은 8·2 대책(2017년), 9·13 대책(2018년)과 마찬가지로 시장 흐름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가 서울 아파트 단지의 분양가를 낮출 것으로 기대했으나 시장 전문가들은 분양 감소에 따른 기존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최근 ‘철거를 이미 시작한 단지’ 등 일정 조건을 갖췄을 경우 6개월간 적용을 유예해주기로 했다.
고 교수는 "현재 서울에 30년 넘은 재건축 후보 아파트가 18만호 이상 된다"며 "분당 신도시 2개와 맞먹는 규모인데, 이 아파트들의 재건축에 차질이 생기면 수요자들은 자연스레 비교적 새 아파트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전세자금 대출 규제까지 강화했지만 그럼에도 갭 투자(전세보증금을 안고 집을 사는 것)하는 사람은 되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고 교수는 또 내년도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도 한층 치열해지리라 전망했다. 그는 "강남·강북 모두 해당한다"며 "광명·과천·하남 등 서울 접경 지역의 청약 경쟁률도 강보합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상가 투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고 교수는 "예전에는 유동인구가 많으면 좋은 상권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온라인 구매 시대"라며 "최고의 노후 준비 방법이 상가 투자라는 고정관념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연금만으로는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며 "부동산과 맞벌이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은 10일 조선비즈 주최로 개최된 ‘2019 글로벌 경제·투자 포럼’에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노후 준비하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한강과 인접한 ‘물세권’, 인근에 숲이나 공원이 있는 ‘숲세권’, 교육 환경이 좋은 ‘학세권’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에는 단독주택 등 주거 전용 부동산이 상가로 용도를 전환하는 이른바 ‘부동산 성형’을 거친 곳도 좋은 투자처라고 분석했다.
특히 임 위원은 최근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대형 면적은 미분양이 나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질소득 감소로 구매력이 약화되고 가구원수가 줄면서 소형 평형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또 실거주 중심으로 투자 패턴이 변화되고 아파트 평면 개선으로 소형을 선호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오피스텔, 상가, 건물 등 월세가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이 각광을 받고 토지 등 자본 차익형 부동산은 인기가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임 위원은 초보 투자자의 경우 소형아파트 투자가 적합하다고 추천했다. 그는 "1~2인 가구 증가로 임차 수요가 크고 원룸형 오피스텔이나 주택보다 임대수요가 안정적인 장점이 있다"며 "상가 투자보다도 안정적이며 중대형 아파트 대비 임대수익률이 높다"고 했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원하는 장년층 이상의 경우 상가투자를 권했다. 임 위원은 "임차인이 적어 임대 관리가 용이하고 저금리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역세권 유망 입지의 경우 매각 차익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다만 상권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하고 아파트 입주 후 1~2년 뒤 상권이 형성돼 공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 또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강화돼 모든 임차인에 10년 영업권을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이 연 5% 이내로 제한된다는 점이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상가주택 투자도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상가주택은 1층 상가와 지상 주택으로 돼 있어 임차수요가 안정적이고 ‘내집마련+임대수익+노후준비+시세차익’ 등 4가지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상가주택 투자 시 1층 상가의 투자 가치를 면밀히 살펴보고 주변 상가와 연계될 수 있는 입지인지 여부를 따져볼 것을 권했다.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 주거지가 많은 곳에서 소비 여력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정 기자
"투자 귀재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증시 불황에 대해 ‘투자자가 나중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을 저렴하게 살 절호의 기회’라고 했습니다. 바로 지금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때입니다."
정창숙 NH투자증권 삼성동금융센터장은 10일 조선비즈 주최로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경기 전망이 녹록지 않은 요즘 같은 시기야말로 투자 적기"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경기가 개선된 다음 투자에 뛰어든다면 그때는 이미 자산의 저평가 매력이 사라진 후일 가능성이 크다"며 "증시가 불황이어도 멀리 또 길게 보고 들어가라는 가치투자 대가들의 조언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경기 등락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중장기 안목으로 투자에 나서려면 ‘시간이 많은 돈’ 즉 여윳돈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개의 돈주머니를 투자 활동 전에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하나는 생활비 주머니, 다른 하나는 비상금 주머니"라며 "이 두 주머니를 확실히 확보한 뒤 여윳돈 주머니를 만들어 투자를 시작하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이 여윳돈을 강조하는 건 투자라는 행위가 그만큼 높은 손실 위험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가 펀드 환매 중단을 발표했을 만큼 투자는 예상이 어렵고 위험하다"며 "리스크 전담 인력만 1800명 넘게 보유한 블랙록처럼 글로벌 운용사 상품을 자주 추천하는 게 그런 이유"라고 했다.
이날 정 센터장은 블랙록 펀드 가운데 ‘블랙록 월드 광업주 펀드’와 ‘블랙록 월드 에너지 펀드’를 저평가 매력이 큰 상품으로 추천했다. 그는 "두 펀드 모두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인데 향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며 "에너지 관련주는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에 용이하고, 최근 높아지는 지정학 리스크도 유류 시장의 상승 여력을 지지한다"고 했다.
시대별 패권 국가를 찾는 것도 성공 투자에 도움이 된다고 정 센터장은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 패권은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해 왔다"며 "현재는 미국이 장기간 패권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길게 보는 투자자라면 미국 다음으로 거론되는 중국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의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며, 네이버와 라쿠텐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리버스 코인 시대가 올 것입니다. 미국에선 이미 암호화폐가 제도권에 편입돼 선물거래가 가능하고 기관 투자도 비트코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암호화폐를 빠르게 제도화한다면 투자자 보호는 물론 산업 활성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고진석 텐스페이스 대표는 1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9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리브라가 온다, 우리는?’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한국도 미국, 일본처럼 암호화폐를 제도권 내에 편입해 관리해야 미래 흐름에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암호화폐를 제도화해야 오히려 기업 관리가 수월하고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고 대표가 이끄는 텐스페이스는 핀테크 전문기업으로,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게시물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신용을 평가하는 모델을 개발해 소액 대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고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 구축에 참여한 국내 1세대 벤처 기업인이다. 동창생 찾기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던 ‘아이러브스쿨’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내기도 했다.
고 대표는 실체가 있는 기업이 발행한 암호화폐인 ‘리버스 코인’이 향후 암호화폐 시장의 주된 흐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일본에서도 야후재팬이 야심차게 암호화폐 사업을 시작했고, 소프트뱅크는 리플의 최대 주주"라며 "이미 일본 암호화폐 시장은 메이저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은 이같은 흐름에 대비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편입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암호화폐 공개(ICO)를 증권법으로 다루겠다고 밝히며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암호화폐 용어 대신 ‘디지털 자산’ 용어를 사용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 2017년 4월부터 암호화폐를 세법상 지불수단 및 자산으로 취급하는 자금결제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고 대표는 "암호화폐 단면만 보면 다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공포스러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본 적이 없으니 움츠러드는 것 뿐"이라며 "암호화폐를 제도화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고, 빠르게 제도화한다면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산업 활성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예시로 꼽았다. 그는 "클레이튼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싱가포르에서 펀딩을 완료했다. 싱가포르는 암호화폐 회계 기준이 잘 돼있고, 이에 맞추다보니 자금이 많이 몰릴 수 있는 것"이라며 "이처럼 제도화되면 (기업을) 관리하기도 좋고, 세금을 물리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 보다 과감한 도전과 실험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 대표는 부산에서 지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블록체인 특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부산 안에서만이라도 면세혜택 등을 제공해 암호화폐 결제 시장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암호화폐 결제를 활성화해야 그에 따른 득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이영원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주식컨설팅 이사는 해외 주식 가운데서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독점 기업이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개별 종목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룰루레몬, 나이키 등을 꼽았다.
이 이사는 10일 조선비즈 주최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글로벌 경제·투자 포럼’에서 ‘해외주식 직구 시대,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하라’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국가별 MSCI 시가총액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은 1.5%에 불과하다"며 "전 세계 경제가 변화하고 산업이 흥망하는 과정에서 모든 기회의 98.5%는 한국 밖에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 이사는 "1, 2,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각각의 시장을 독점했던 기업이 있었고 그 기업은 표준을 만들어 산업 발전을 이끌어갔다"며 "일례로 3차 산업혁명에서 독점기업으로 성장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1986년 기업공개(IPO) 이후 2000년 고점까지 6만7629% 상승했다"고 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현재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독점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애플이 애플TV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기로 했고 디즈니도 그 반열에 올라탔다"며 "클라우딩에 앞서나가는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좋은 투자 대상"이라고 했다.
클라우드 분야의 한 축인 인프라스트럭처에서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점유율을 더 늘려갈 것으로 보고 유망한 종목으로 꼽았다. 그는 "인프라스트럭처는 승자 독식 시장"이라며 "해가 갈수록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클라우드 산업의 또 다른 한 축인 소프트웨어에서는 구독 모델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이에 따른 소비 트렌드에 큰 변화가 일면서 새롭게 주목해야 할 기업들이 등장했다고도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소비를 좌우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베이비 부머 이상의 인구를 형성하며 미국의 소비를 좌우하는 두 세대로 자리잡았다"며 "삶에서 집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니게 됐고 결혼은 천천히 여유롭게 하며 구매 후 소유보다는 공유를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또 "인터넷을 이용한 스마트 소비가 주를 이루며 브랜드보다는 가격 비교를 통한 구매를 많이 하며 건강한 음식과 규칙적인 운동은 밀레니얼 세대의 기본 생활"이라고도 했다.
주목해야 할 기업으로는 룰루레몬(Lulu Lemon)과 나이키를 꼽았다. 룰루레몬은 1988년 캐나다 벤쿠버에서 탄생한 프리미엄 기능성 스포츠웨어 브랜드로 2000년 미국 시장에 진출해 2007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고소득 여성 소비자가 주요 타깃이며 2018년 스포츠웨어 시장 점유율이 1.9%로 2008년 0.3%에서 533% 성장했다. 나이키의 경우 미국 풋웨어 시장에서 신제품 출시를 통해 3분기 매출을 회복했고 중국의 매출비중이 16%에 그쳤지만 성장률이 19%(전년동기대비)로 미국보다 3배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플레이션은 저혈압과 같습니다. 위축되고 수축되고 기운이 없는 상태입니다. 현대산업개발이 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고 나설까요? 땅을 사서 아파트 지어 파는 것보다 낫다고 보는 겁니다. 그렇다면 위기가 올 때는 어떤 투자를 해야 할까요? 현금입니다. 현금을 창출하는 배당주나 리츠(REITs, 부동산투자전문뮤추얼펀드)를 추천합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9 글로벌경제·투자포럼’의 첫번째 세션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윤 센터장은 "한국 경제가 악화되고 한국 증시가 못난이 상태가 된 것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을 많이 받은 측면이 있겠지만, 정책 리스크 또한 컸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정부 내에서도 '임금이 너무 빨리 오른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변화할 조짐이 보인다"면서 "디플레이션 중에서도 자산 가격은 하락하면서 빚 부담이 증가하는 '부채 디플레이션'이 가장 우려되는데, 일본도 이런 과정을 거쳤던 만큼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해 활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센터장은 디플레 시대에는 현금이 창출되는 배당주나 리츠 투자를 추천한다고 했다.
그는 "2011년 이후 가치주는 코스피지수 성과를 밑돌았지만 가치주 영역임에도 배당주는 시장 수익률을 상회했다"면서 "주가 하락으로 기대 배당수익률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한 만큼 배당주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고 했다. 리츠에 대해서도 "롯데쇼핑의 롯데리츠가 조만간 상장할 예정이고, 다른 유통기업이나 대기업도 리츠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관심을 가질 만 하다"고 강조했다.
윤 센터장은 최근 기업들이 부동산을 유동화하는 절차를 밟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코스피의 주당순자산비율(PBR)이 계속 내려가는 것은 총자산회전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며 "총자산 중 매출에 기여하지 못하는 일부 비효율 자산은 매각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거나 고효율 자산을 편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위기 이전 60%대였던 총자산 회전율은 올해 30%대 초반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는 또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 내년 8월까지 중국 위안화에 준기축통화 지위를 부여하되 중국 정부가 절상(위안화 강세)을 용인하는 수준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윤 센터장은 "현실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11일까지 진행되는 고위급 회담에서 '스몰딜'이 나올 수도 있겠으나 내년까지 일차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의 위안화 강세"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원화는 어느 정도 위안화와 연동돼 있는 만큼 위안화 강세가 나타나면 한국 증시도 양호할 수 있다는 것이 윤 센터장의 분석이다.
=안재만 기자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생산설비 대부분은 중국에 있었고, 이 때문에 삼성의 대중 의존도는 85%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미·중 무역분쟁 등 지정학적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기업 경영 환경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생산설비를 다른 곳으로 분산한 것입니다."
국제 정세 분석 전문가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피터 자이한은 1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9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열린 특별 대담에서 국가간 지정학적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기업들은 정치적 위험이 적은 국가로 투자처를 옮겨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대담은 자이한과 케빈 하셋 전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참석했고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하셋 전 위원장 역시 미·중 무역분쟁 등을 고려해 보다 영향이 적은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는 특히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로부터 분리되는 과정에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무역 관련한 규정을 계속 위반하고 있고, 이같은 상황에서는 우방국이 중국에게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다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라면, 중국 내 생산 시설들은 철수하고 정치적 위험이 적은 다른 국가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자이한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으면서도 유망한 투자처로 동남아시아와 멕시코를 꼽았다. 그는 "세계 안보 문제의 중요성이 점차 부상하는 현 상황에서, 두 지역은 다른 지역 대비 위기에 강하다"며 "기존 세계 질서에 편입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미 동남아, 멕시코와 관계를 맺고 있어 처음부터 관계 구축이 필요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한국 정부가 일본엔 적대적 태도를 취하는 반면 북한엔 유화적 태도를 보이는 점에 대해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자이한은 "북한에 대한 해결책이 있었다면 이미 50년 전에 찾아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해온 대북 정책 등 모든 노력의 효과가 미미했는데, 지금 다시 대화를 한다고 해서 변화를 일궈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적대적 관계가 지속될수록 한국 경제는 물론 안보에 대한 악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일본과 북한 중 어느 곳이 한국에 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 분야 등 경제 측면을 보면 일본이 한국에 의존하는 것보다 한국이 일본에 의존하는 정도가 더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하셋 전 위원장 역시 "이전같았으면 미국이 적극적으로 다른 국가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개입했겠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며 "이 때문에 국가간 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향후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선 단기적으로는 침체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가장 큰 변수는 대통령 선거다. 하셋 전 위원장은 "현재 고용이 유지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 1년간은 2%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며, 정부 지출과 수출이 늘어날 경우 3%대까지도 올라설 수 있다"면서도 "다만 대통령 선거 이후 경기 침체 가능성은 40% 이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불확실성은 결국 리스크"라며 "제가 투자자라면 고민해본 뒤 위험 자산을 안전 자산으로 옮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이한은 "오바마, 부시, 클린턴 등 역대 대통령 임기 마지막에 경기가 침체됐던 것을 생각해보면 선거와 경기 침체의 상관관계는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경기 침체가 당장 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에게 희망을 걸었다. 자이한은 "1980년대였다면 큰 타격을 입었을 수 있지만, 현재 밀레니얼 세대가 엄청나게 소비하고 있고, 이 소비심리가 유지되는 이상 침체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더이상 미국은 세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 경제는 2차세계대전 이전의 모델로 회귀하고, 동아시아 지역은 분쟁지역이 될 것이다. 일본은 이렇게 세계질서가 바뀌어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일본을 벤치마킹하고, 일본을 적으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
국제 정세 분석 전문가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피터 자이한은 1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9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셰일혁명과 인구구조의 변화로 세계질서가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며 한국의 발빠른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한국이 앞으로 50년의 미래를 결정할 순간에 직면해 있다며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이한은 경제·외교 분야의 세계적인 민간 싱크탱크인 '스트랫포'에서 분석 담당 부사장을 지내고 2012년 자신의 회사를 설립해 경제·외교 정세를 분석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THE ACCIDENTAL SUPERPOWER)'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THE ABSENT SUPERPOWER)' 두 권의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라 명성을 얻었다.
자이한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세계질서가 뿌리부터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2차세계대전 이후 냉전체제에 돌입하자 미국은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지금의 세계질서를 만들었다. 하지만 냉전체제가 종식된 이후 미국은 세계의 다른 지역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을 줄이려고 노력해왔고, 셰일혁명으로 에너지의 완전한 자립이 가능해지면서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게 자이한의 분석이다.
그는 "미국이 자유로운 무역을 보장하고 강력한 해군력으로 이를 뒷받침한 덕분에 세계질서가 유지될 수 있었다. 주요 원자재의 생산지와 소비지가 나뉘고, 아이폰 하나를 만드는데 50개국에서 부품을 제각각 조달해 조립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이 모든 전제조건은 미국이 국제질서를 유지해줘야 한다는 점인데 미국이 없는 세계에서 이런 모델이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이한은 미국이 세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막대한 투자를 줄이고 자국의 이익에만 집중하면 세계 곳곳에서 해묵은 갈등이 다시 고개를 치켜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은 2차세계대전 이전처럼 혼란에 빠지고, 미국이 제공하는 자유무역과 에너지 공급선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은 하나로 통합되기 어려워지고, 페르시아만과 동아시아 지역은 분쟁지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심지어 이렇게 세계가 혼란에 빠지는 게 미국 입장에서 이득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한국을 포함해 철광석을 철강으로 가공하는 6대 철강 수출국이 앞으로는 모두 분쟁지역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원자재 수입과 철강 수출이 모두 불안해지게 될 것"이라며 "반면 미국은 내수에 의존할 수 있고, 분쟁지역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부가가치의 흐름이나 제조업 생산에 별다른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셰일혁명으로 미국의 에너지 자립이 가능해진 점도 미국이 세계질서의 보안관 지위에서 물러날 수 있는 배경이다. 자이한은 "2012년에만 해도 미국의 에너지 생산단가는 높고 생산량은 적었는데 이제 생산단가는 충분히 낮아졌고 생산량도 많아졌다"며 "세계 에너지 시장은 앞으로 미국과 미국외의 지역으로 나뉠텐데 다른 국가에서 에너지 분쟁이 발생하면 미국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렇게 변화하는 세계질서의 흐름이 한국에는 유리할 게 없다는 점이다. 자이한은 "한국이 1940년대까지 경제성장을 하지 못하다가 1950년 이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만든 세계질서가 일사불란하게 한 방향으로 움직인 덕분인데 그런 질서가 사라지고 2차세계대전 이전의 갈등 상황이 재현되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북핵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북한의 ICBM 포기를 요구하며 핵보유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북한은 전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되고 한국은 문제를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자이한은 한국이 미국에게 필요한 동맹국이 되는 것이 변화하는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 필요한 동맹국으로 멕시코를 꼽았다. 멕시코는 젊은 인구가 충분한 소비시장이라 미국 제조업이 탐내는 지역인데다 미국도 멕시코와의 교역에 적지 않게 의존하는 만큼 앞으로도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고령화가 심각하고 미국 제조업과 경쟁의 관계에 놓여 있는 등 미국의 입맛에 맞는 동맹국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자이한은 일본과의 협력 강화가 한국에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세계 2위의 해군력을 가지고 있고 분쟁지역인 동아시아에서 벗어나 해외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며 "한국이 변화하는 세계에서 선진국의 입지를 유지하려면 일본을 벤치마킹하고 일본과 상생협력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한국이 일본을 적으로 돌릴 시점이 아니다"라며 "일본이 한국을 자신들이 그리는 그림 안에 편입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