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의료 제공 방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병원들이 여전히 데이터에 대한 소유의식을 갖고 있고, 데이터 활용이 가져올 장점과 이득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혁신 속도가 더딥니다."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8’에 기조 연사로 참석한 에릭 세닌 황(Erich Senin Huang·사진) 미국 듀크대학교 의과대학(Duk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교수(MD·PhD)는 기자와 만나 빅데이터 시대를 맞은 병원의 현재와 미래를 얘기했다.

이날 황 교수는 전자의무기록(EHR), 유전자데이터 등 보건의료 분야의 방대한 데이터를 ‘초식 공룡’에 비유했다. 크지만 뇌는 작고 똑똑하지 않은 진화 전 단계라는 것이다.

황 교수는 "병원들이 3차 산업혁명에 한발을 두고, 4차산업혁명에 한발을 내딛고 있는 진화 초기 단계에 있다"며 "방대한 데이터를 환자 치료에 어떻게 활용할지 어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추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병원의 행정가들이 근시안적으로 비용 발생 등 리스크 감수를 꺼려 새로운 기술 활용에 무관심한 태도가 병원의 혁신은 물론, 환자 생명 연장의 속도를 더디게 한다"고 지적했다.

◇ 머신러닝으로 환자 재입원·합병증 발생 예측

듀크대는 보건의료 데이터 과학에 중점을 두고, 크로스캠퍼스센터를 새롭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보건데이터과학의 힘을 실현해내기 위한 핵심기지인 ‘듀크 포지(Duke Forge)’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에릭 세닌 황 교수는 미국식품의약국(FDA) 위원 출신인 로버트 칼리프(Robert Califf) 박사와 함께 ‘듀크 포지’를 이끌고 있다. 로버트 박사는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자회사 베릴리 생명과학(Verily Life Sciences) 고위 경영진이기도 하다.

황 교수는 "듀크대병원은 빅데이터, AI 등 다양한 기술·도구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고 있고 또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듀크대는 오바마 정부 당시 ‘ACO’라는 개념이 등장했을 때 머신러닝을 이용해 의료현장에서의 의료 서비스 질을 평가하고 재입원·합병증 위험 등 리스크를 예측·관리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ACO는 미국 오바마 정부가 의료개혁을 하면서 들고 나온 지불방식 및 의료공급자 기구이다. 특정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의료의 질과 경제적 성과를 공동으로 책임지는 것으로, ACO가 목표로 정한 비용보다 실제 지출비용이 적을 경우 절감액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받는 것이 핵심이다. 많이 절감할수록 더 많은 성과급을 가져갈 수 있다.

즉, 의료의 질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수록 병원 경영에도 득이 되는 것이다.

듀크대는 ACO를 도입하면서 머신러닝 기반 모델을 개발하고 정부 보험 적용 대상 환자들의 과거 데이터를 학습·훈련시켜 미래를 예측·선제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듀크커넥트케어라는 이름으로 현재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 모델 신경망 기반 타임머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환자의 과거 보험 청구, 의무 기록, 약물진단 기록 등 다양한 데이터를 보면서 6개월 뒤 재입원·수술 후 중환자 합병증 발생 등 위험을 예측·식별·정량화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머신러닝을 통해 32개 범주로 구분돼있는 환자들의 자료를 가지고 환자 160만명에 대해 매달 예측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정적인 알고리즘이 아니라 동적으로 계속 진화하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이를 통해 환자에 대한 의료의 질을 제고하고 보다 가치있는 헬스케어를 제공할 수 있게될 뿐 아니라 병원으로선 보상(인센티브)을 받게 된다"며 "우리는 이 시스템을 특정 환자군이 아닌 병원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데이터사이언스(데이터 과학)는 앞으로 의료계(병원)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은 의사-간호사-환자 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한 곳인데다, 정부도 의료 지출과 의료 질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기 때문에 데이터를 분석·활용해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이터과학’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IT기업이 병원보다 데이터 유동성 더 앞서 협업 필요

듀크대는 머신러닝·인공지능 개발은 듀크대 자체 기술력으로 해결하는 한편, 데이터 활용을 위한 과제인 ‘데이터 유동성(데이터 보관·처리 등)’에 관한 문제는 병원보다 강한 IT기업과 협업해 해결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황 교수는 "듀크대 머신러닝연구소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과 함께 세계 10위권에 든다"며 "AI 개발을 위한 자체 역량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실제 이를 활용해 의료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듀크대 내에서 심장질환 환자들의 영상 자료를 딥러닝한 AI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있으며, 1년 내 임상현장에 적용해 혈관이 어느정도 막혀있는지 진단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 밖 기업들과도 협업한다. 황 교수는 "데이터 보관, 처리, 관리 등 ‘데이터 유동성’에 관한 기술은 기업이 병원보다 더 혁신적이라고 판단된다"며 "구글과 데이터 유동성 촉진에 관한 협력 가능성에 대해 앞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블록체인이 데이터 보관·처리 등 유동성 문제를 모두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이 현재 AI 기반이 아닌 데이터 유동성을 촉진시키는 흥미로운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듀크포지의 목표는 가치중심 의료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으로, 듀크대병원이 ‘규모 기반 의료’에서 ‘가치 기반 의료’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한국의 의대생들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의료계에서는 시대를 막론하고 새로운 기술이 생겨날때마다 위기론이 있었죠. 하지만 의사의 임무는 결코 바뀌지 않습니다. 의사는 환자를 책임져야 합니다. 환자를 더 잘 치료하기 위해 가장 좋은 도구를 잘 활용하면 되는 것이죠."

"게다가 현재 AI는 전지전능하지 않습니다. 한가지 업무를 잘하는 데 특화돼있죠. 우리 의사들은 폐 질환 환자를 볼 때도 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 뼈-조직-폐를 순차적으로, 모두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배웠죠. AI는 우리의 수많은 업무 중 하나를 보조·지원해주는 수준의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일 뿐입니다. 앞으로 의사로서 질병을 더 잘 치료하기 위해 새로운 도구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하면 됩니다."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급종합병원에 산재된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 정보를 공익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려면 정부가 적극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고 공급·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팀 모리스(Tim Morris·사진) 엘스비어(Elsevier) 프로덕트&파트너십 디렉터는 1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8(HIF 2018)' 참가 직후 조선비즈와 만나 "보건복지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병원 등 의료 공급자의 데이터를 모으고 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엘스비어는 세계 최대 의학·과학 출판사에서 시작해 최근 연구·개발(R&D), 의료 진단 지원 분야에서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이다. 팀 모리스는 이 회사의 유럽, 중동,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지역 임상 진단 결정을 지원하고 병원 업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국내는 각 의료기관이 병원 전자의무기록(EMR)과 임상시험 정보를 관리하고 빅데이터·AI를 적용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병원과 병원간 정보의 단위가 달라 정보의 통합이 어렵다. 더 큰 규모의 경향성을 찾기에는 정보가 산재돼 있고 표준이 없다는 것이 실정이다.

팀 모리스 디렉터는 "앞으로 AI나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보건복지부라던지 의료 공급자라던지 데이터를 중앙화된 형태로 통합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보안문제는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료정보시스템의 개발 단계는 데이터 수집과 정보 접근성, 데이터 분석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국내는 데이터 수집에 있어 종합병원 쏠림 현상과 건강보험 관리체계에 따라 데이터 수집 단계가 다른 국가에 비해 우수한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보 접근성 단계에 해당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개인 식별이 불가능한 의료 빅데이터 정보 일부를 공익을 위한 연구목적에 한정해 개방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환자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병원간 기술 공유가 활성화 되도록 촉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정보를 중앙 관리통제 시스템에 저장하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데이터의 혜택에 대한 이해를 의료 공급자에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팀 모리스 디렉터는 "이제 의료정보 빅데이터는 조건 내에서 확인된 결과보다 실제 환자들에게 나타난 실증적 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기반"이라며 "이 정보를 활용하면 기본 연구에서 임상 현장까지 적용하려면 걸리는 17년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가 가져올 혜택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 의료 공급자 사이에서도 암호화된 의료정보를 이용하고 공유가 활성화될 것 같다"면서 "정부는 연구자가 보안이 보장된 정보를 오픈 소스로 받고 플랫폼을 활용해 분석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의 의료 관련 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입니다. 세계 각국은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의료의 질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개인정보 보호 문제입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혁신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캐서린 쿠즈메스카스(사진) 심플리바이탈헬스 CEO는 조선비즈와 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한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8'에 특별강연 연사로 나선 뒤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블록체인이 헬스케어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의료 개인정보 관련 대표적인 제도가 유럽연합(EU)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의료 개인정보는 개인이 의료기관이나 임상 기관에 정보 데이터를 넘길 때 개인의 동의가 명백히 있어야 한다. 쿠즈메스카스 CEO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이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 활용에 대해 동의했는지 여부를 영구적인 기록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이 규정을 효율적으로 준수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에 대해 "앞으로는 결국 환자 개인이 본인의 (의료 관련) 데이터를 소유하고 누가 본인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누가, 왜, 얼마나 오래 데이터에 접근했는지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데 블록체인으로 기록하면 수정할 수가 없어 신뢰할 만한 기록을 남겨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쿠즈메스카즈 CEO와의 일문일답.

―환자 개인이 누가 본인의 의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앞으로 개인 의료 빅데이터가 축적되면 개인이 자신의 질병 정보 데이터를 가진 후 해외에 있는 유명한 의사에게 진료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게 되면 개인정보에 누가 접근했는지 기록을 남겨야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데 이 때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 의료진과의 협력 진료 등을 말하는 것인가.

"반드시 개인의 진료뿐 아니라 임상이나 의학 연구 등을 글로벌 수준으로 할 때도 환자 개인 정보 데이터가 필요한데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할 때 정보보호 이슈가 불거진다. 이 때 파일 형태로 데이터를 주고받고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을 활용한 특정 코드로 주고받을 수 있다. 호텔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호텔 방의 키를 주인만 쓰는 게 아니라 키를 다른 사람에게 복사해서 주면 그 사람도 방을 일시적으로 쓸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다."

―블록체인이 의료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 가능한가.

"의료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기 어려워서 발생하는 데이터 접근에 관한 문제가 크다. 데이터를 편하게 공유할 수 있으면 임상을 설계를 더 쉽게 할 수 있고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문제점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다. 심지어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이나 질병의 진화 등도 추적할 수 있다. 모두 의료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인데, 데이터 공유가 쉽지 않으니 블록체인을 이용한 데이터 공유가 이뤄지면 비용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다른 문제는 위조 의약품이다. 의약품 제조 회사들이 위조 의약품 때문에 연간 약 20억달러의 손실을 입는데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공급망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어 위조 의약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김민수 기자

한국의 보건산업 경쟁력은 아시아 지역에서도 손에 꼽히는 정도지만 향후 성장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의 무역 장벽 틈새를 공략해야 성장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전망이 나왔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8'에서 '보건산업 국제통상 이슈 및 전망'을 주제로 한 세션을 통해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이 국가별 자유무역협정(FTA)에 나서며 무역 만리장성을 쌓고있다"며 "한국은 한·미 FTA, 한·일 FTA 등 1~2년 동안 유지될 만리장성의 작은 구멍을 통해 한국 정부와 기업이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15일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특별강연을 통해 보건산업과 국제통상 문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안덕근 교수에 따르면 보건 산업은 국가 경제에 영향을 크게 주고 한국에서는 특히 산업발전에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급격히 증가하는 산업분야다. 하지만 시장 개방성이 가장 떨어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료관광산업, 정보기술(IT) 접목된 의료기기, 제약사 약가 등 국제적 시장이 커지고 다양한 논쟁거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관광산업은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의료 경쟁력을 가진 한국에게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IT 의료기기는 WTO에서 IT 관세 철폐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주요 이슈가 되고 있어 국내에서는 규제 철폐와 함께 적극적인 기술 육성이 논의돼야 할 문제다. 한국 제약사 신약 개발을 하고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안덕근 교수는 다양한 과제를 가지고 있으면서 최근 발생하는 미·중 통상 마찰이야말로 당면한 가장 큰 과제로 보고있다. 안 교수는 "올해 말에는 미국이 빠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올해 말 발효되면 가입할 것인지, 가입한다면 언제 할 것인가 하는 과제 등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와중에 미국은 NAFTA를 개정해서 USMCA라는 이름으로 북미 시장 재통합하고 일본과 유럽연합(EU) 간 별도 FTA를 맺어 무역 장벽을 공고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안덕근 교수는 "무역 만리장성에서도 한국이 가진 무역 역랑과 국제 관계를 활용해 틈새를 파고들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상문제를 정부와 기업이 슬기롭게 대처해 복잡한 국제 통상에서 견제할 수 있는 자산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윤미 기자

"환자 맞춤형 의료 서비스 시장이 2023년 20억달러(약 2조257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입니다."

신유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이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8’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신유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1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8’에 참가해 이같이 말했다.

신 연구원은 "의료서비스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고 환자 맞춤형 의료 서비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시장자체는 작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3D 프린터 등의 의료기기 산업도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더이상 보건산업에서는 한 산업이 혼자 성장할 수 없어 정보통신기술(ICT) 같은 신산업 분야와 협업해야만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며 "협업을 위한 보건산업 정책도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연구원은 세포치료제 분야와 환자 자가진단 검사기기 분야에서 높은 성장을 전망했다. 그는 "진단 검사기기 분야는 헬스케어 특위에서도 미래 성장성을 염두하고 6대 과제로 선정해 진행하고 있다"며 "세포치료제의 경우 2025년이 되면 한국이 글로벌 10위권 이내로 진입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앞으로 의료 로봇 수술도 크게 활성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통계치를 보면 2016년 글로벌 로봇 수술 건수는 88만건, 국내는 1만건에 이른다"며 "2020년 국내 의료로봇 수술 적용건수는 현재보다 40% 더 확대되고 연평균 10% 정도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분야 경쟁 심화를 대비해야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 되면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이미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끝나면 바로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어 한국도 이를 대비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민관 기자/ 최효정 기자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8’에는 국내·외 학계와 업계를 주름잡는 전문가와 기업가들이 병원, 제약·바이오,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디지털 혁신, 빅데이터와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에 대한 활용과 헬스케어의 미래 전망을 공유했다.

특히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이 헬스케어 현장에 접목되는 현상에 대한 논의를 뛰어넘었다.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이 의료와 융합해 ‘개인’ 또는 ‘환자’가 직접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적극 관리·활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개인맞춤형 의료 시대’를 구현할 것이라는 비전이 제시됐다.

조선비즈와 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올해 포럼의 주제는 ‘REAL 4차산업혁명, 헬스케어’로, 4차산업혁명을 현실화하고 있는 헬스케어를 다룬 1세션, 빅데이터·블록체인·인공지능(AI), 스마트워치의 진화를 다룬 2세션, 국내·외 보건산업의 이슈와 미래를 짚어보는 3세션으로 진행됐다.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8’ 현장 전경.

이날 500명의 청중이 포럼에 참석해 문전성시를 이뤘다. 청중과 연자들 간의 질의응답이 이어졌고, 현장에서는 업계 종사자들이 서로 만나 네트워크를 쌓고 의견을 활발히 나눴다.

김주한 서울대의대 의료정보학 교수는 "의료 산업은 세분화된 분야가 가장 많은 영역"라며 "구글, 애플 등 세계 최대 기업들이 이 분야에 달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를 함께 논의하는 흥미로운 자리였다"고 말했다.

구자민 홍익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겸 임프리메드 공동창업자는 "학생들과 함께 왔다"며 "손에 꼽히는 미국 병원의 빅데이터, 머신러닝 연구·개발 사례와 향후 계획들을 직접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 유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 헬스케어 규제완화 가속 필요…‘인간+디지털’ 조화 혁신 이끌어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은 이날 기조강연자로 참석해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 속도가 가장 느린 원인을 진단했다. 장 위원장은 "규제를 이야기하면 의료민영화 같은 민감한 문제로 논의가 이어진다"며 "첨예한 이해관계가 있는 주제만 얘기하면 혁신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릭 세닌 황(Erich Senin Huang) 미국 듀크대학교 의과대학(Duk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교수(MD·PhD)와 팀 모리스(Tim Morris) 엘스비어(Elsevier) 프로덕트&파트너십 디렉터는 디지털 혁신을 헬스케어의 새 지평을 여는 열쇠로 주목했다.

황 교수는 "미국은 100명이 수술을 하면 이 중 15명꼴로 합병증을 경험하는 등 병원과 정부 모두 막대한 비용과 위험 부담을 갖는다"면서 "머신러닝을 활용해 고위험군 환자와 저위험군 환자를 예측하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리스 엘스비어 디렉터는 이같은 헬스케어와 디지털의 조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 전세계가 의료현장에서의 정보 공개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신을 이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정보시스템의 통합, 환자·의사간 쌍방향 소통, 의료정보 관리가 가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부원장은 "의료정보는 공공재라는 생각과 인류 전체의 복지를 위해서는 공유가 가능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며 "데이터의 보안 문제를 넘어서지 못하면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캐서린 쿠즈메스카스 심플리 바이털 헬스(Simply Vital Health)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면 데이터 공유를 촉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쿠즈메스카스 대표는 "블록체인은 안전하기 때문에 데이터 접근성을 높일 수 있고 데이터 유동성도 확장할 수 있다"며 "2025년까지 1000억달러(113조1400억원)를 절감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 빅데이터·블록체인·인공지능·디지털 헬스케어 결합 실현하려면

두번째 세션에서는 빅데이터, 블록체인, 인공지능, 디지털헬스케어 등 각 분야를 다루는 국내 플레이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을 위한 현실적인 과제들을 공유했다.

한현욱 차의과대학 정보의학교실 교수는 개인화된 의료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의료정보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 기술’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 데이터를 이동 및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개인에게 부여할 수 있으려면 데이터가 개인화돼야하고 신뢰성, 무결성이 입증되는 한편 적절한 보상도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기술·제도·정책·문화 등 생태계를 하루빨리 구축·실현해내야하는 큰 과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블록체인 활용과 검증을 포지티브 규제 또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 중 택일이 아닌 한데 모은 ‘샌드박스’로 풀어가야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의 경우 다행히도 기존 포지티브 규제 방식에서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으나, 계속 방어막을 선제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어 그 안에서 모든 걸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 문제가 생기는걸 미리 샌드박스 안에서 다 검증하는 방식으로 가야 혁신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주한 서울대의대 교수, 한현욱 차의과대 교수, 김현준 뷰노 전략이사, 강성지 웰트 대표, 배영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문위원, 권예경 메디데이터 데이터사이언스 스페셜리스트.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기기를 이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 데이터 수집-공유 플랫폼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헬스케어는 오랜시간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돼야 건강을 예측해서 질병 발생을 막을 수 있는데 아직은 그 발전 정도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걸음 수나 심박수 같은 간단한 데이터 수집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데이터를 수집한 뒤 그것을 공유하는 플랫폼 조성이 필요하다"면서 "데이터의 의미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의 발전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데이터가 충분히 수집되고 분석 알고리즘이 고도화 된 미래 웨어러블 시대에는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자에게 필요한 헬스케어 가이드 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시장에서 살아남기에는 국내 규제와 의료 환경 등이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개발 제품을 국내 최초 인공지능(AI) 진단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스타트업 뷰노의 김현준 전략이사(CSO)는 청중으로부터 ‘식약처 승인 이후 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현재 우리가 매출을 끌어 올려 회사를 운영한다기보다는 뷰노의 미래 전망 좋게 보는 투자자 자금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면서 "국내 외에도 동남아, 미국, 중국 시장도 있어 진출해야한다, 우리나라의 현재 규제와 의료 환경 등은 좋지 않다"고 답했다.

김 이사는 "의료기기 시장은 육중한 의료 장비 중심 시장에서 스마트한 기기와 소프트웨어가 시장을 주도하며 점차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며 "규제 장벽이나 불안한 인식을 넘어서 혁신이 발생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 개인 맞춤형 신약 개발도 디지털 혁신…적극 ‘투자·지원’ 뒷받침돼야

디지털 혁신은 국내 의약품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으로도 주목받았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신약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개인 치료에 최적화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예경 메디데이터 데이터 사이언스 스페셜리스트는 "통상 임상실험은 성공확률 낮을 뿐 아니라 시행하는 기관이 길게는 10년 이상 최소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으며 비용도 천문학적"이라며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임상 실험결과를 하나의 틀에서 분석할 수 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영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차산업 전문위원은 "환자 수가 적은 병의 경우 신약 개발을 하더라도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암처럼 환자가 많은 병 위주로 개발이 진행돼 왔다"며 "AI를 이용하면 시간과 노동력을 아낄 수 있고 다양한 신약 후보군을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디지털 혁신을 통한 헬스케어 분야의 새로운 기회를 살려 세계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신유원 보건산업진흥원 산업통계팀 책임연구원은 "2020년 보건산업 10대 이슈로 인공지능, 바이오시밀러, 재생의료, 환자 맞춤형 의료서비스 등이 꼽힌다"며 "우리나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덕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보건산업 대전망과 10대 이슈를 주제로 한 스페셜 세션 발표를 통해 "국내 굴지의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이 급속한 속도로 중국에 의해서 잠식을 당하거나 추격을 당하는 실정에서 헬스케어 분야는 어마어마한 기회가 될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정명진 한국보건산업진훙원 미래산업기획단 단장,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신유원 보건산업진흥원 산업통계팀 책임연구원,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 이태영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윤여동 4차산업혁명위 헬스케어 특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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