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혁명 2030’의 저자 토니 세바(Tony Seba)가 12월 14일 방한, 삼성SDI·신성솔라에너지 등 국내 기업과 유관 기관을 둘러보고 강연회를 가졌다. 12월 18일에는 제주도에서 원희룡 제주 지사를 만나 제주도가 추진하는 ‘그린 프로젝트’를 듣고 조언했다. 조선비즈는 세바 저자를 밀착 취재하고 두 차례 인터뷰를 통해 미래 에너지 혁명에 대한 통찰과 한국의 녹색 성장 전략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편집자 주]

“삼성이 자동차 부품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당연한 선택입니다. 자동차가 ‘바퀴 달린 컴퓨터’로 변해가는 시대에 삼성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이 자동차 사업에 잘 어울립니다. 다만, 사업 진출이 늦었습니다. 다른 기업이 선점하기 전에 사업 속도를 내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12월 17일 인터뷰)

“모두 믿지 않았지만, ‘그린 빅뱅(Green Bigbang)’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극단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제 예측이 오히려 온건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입니다. 제주도가 2030년까지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를 100% 보급해 ‘카본 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탄소 없는 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은 시대의 흐름(에너지 혁명)에 맞습니다. 실제 얼마나 빨리 구현하느냐가 에너지 혁명의 주도권을 쥐느냐, 마느냐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12월 18일 인터뷰)

토니 세바 저자가 18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삼성전자의 전자부품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

첫 번째 토니 세바 인터뷰(인터뷰어 정용창 기자)는 12월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신성솔라에너지에서 이뤄졌다. 신성솔라에너지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마치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세바 저자는 짙은 남색 정장에 적붉은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붉은색을 좋아하는 것 같다. 잘 어울린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15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했을 때와 같은 옷차림이었고 지난해 TV조선 주최 ‘글로벌 리더스 포럼’에서도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했기 때문이다.

토니 세바 저자가 17일 신성솔라에너지 홍보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가 조직 개편을 통해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에 진출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전자 제품에서 우위에 있고 계열사인 SDI는 세계적인 배터리 업체다”라며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3년 동안 전기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는 이 시기에 시장을 선점한 업체들이 스마트카·전기차 시대의 차세대 리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바 저자는 “전장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검증하는 데 2~3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스마트카와 전기차 시대가 열리는 시기에 맞춰 진입하려면 좀 더 서둘러야 할 것”이라면서 “머뭇거리다가는 선도주자의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의 경쟁자로 애플과 구글을 꼽았다.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들은 지금 당장 돈을 버는 내연기관(가솔린) 자동차를 포기하지 못해 새 시장에서 도태될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혁신은 시장 외부에서 온다”며 “소프트웨어 관점에서 자동차에 접근하는 구글과 애플이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의 새 강자로 떠오를 것이다. 삼성전자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한다”고 말했다.

그의 책 에너지 혁명 2030을 보면, 충격적인 전망이 많이 나온다. ‘모든 에너지는 태양과 바람이 만들어낸다’ ‘휘발유는 더 이상 안쓰게 되며 원자력은 구식이 된다’ ‘분산형 참여형 에너지 모델이 전력회사를 파산시킨다’ 등등.

그 중에서도 가장 과격한 주장은 ‘2030년이 되면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로 대체된다’는 내용이다. 그는 전기자동차는 18개월마다 성능이 두 배씩 되는 ‘무어의 법칙’을 따르며 진화하는데, 내연기관 자동차는 이 속도를 따라 올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 그는 “휘발유의 17~21%만 활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는 충전 전력의 90% 이상을 활용하고 부품 수도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10분의 1수준이라 유지보수 비용도 크게 준다”면서 “전기차 가격이 현재 자동차 가격 수준과 비슷해지면, 사람들은 내연기관 차량을 더이상 이용할 필요가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아직 전기차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는데, 2030년에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뀐다는 전망은 섣부른 예측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AT&T가 1985년 맥킨지에 미국에서 15년 뒤 휴대전화를 몇 명이나 사용할지 예측할 것을 요청을 때 맥킨지는 50만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실제로 2000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미국인은 1900만명이었다”며 “세상은 사람들의 예측보다 빠르게 변화한다. 기술 발전이 빨라지고 있어 내 예상보다도 전기차 시대가 빨리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 적은 것이 여전히 약점이 아니냐고도 물었다. 배터리 용량이 작으면 충전 후 주행거리가 짧다. 그는 “배터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그 문제도 곧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그는 ‘자율주행 자동차’도 에너지 혁명의 일으키는 중대 변수로 봤다. 그에 따르면 인공지능, 센서기술, 그래픽 처리 기술, 로봇 기술, 광대역 무선 통신, 첨단 소재, 3D 시각화 기술, 라이다(LIDAR·레이저 반사광을 이용해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 등의 발달로자율주행 자동차도 머지않은 시기에 등장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자동차 소유 형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결과적으로 석유 산업에 막대한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스스로 운전하고 주차하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등장하면, 사람들이 굳이 차를 소유하지 않고 ‘집카’와 같은 공유 자동차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자동차 수요 자체가 줄기 때문에 자동차 판매량이 15분의 1수준으로 줄고 석유 사용량도 75~80%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그는 오랫동안 탔던 자동차를 팔았다. 그의 스마트폰에는 우버·리프트·집카 등 차량 공유 애플리케이션이 9개 설치돼 있었다. 그는 “우버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일상 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강연장에서 홍보관으로, 다시 식당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틈틈히 진행됐다. 세바 저자는 일정에 쫓기는 중에서도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느리지만 또박또박 정확하게 발음했다. 질문을 받으면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생각을 정리한 뒤, 차분한 어조로 답변했다.

기자가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줘 고맙다”며 작별 인사를 하자, 그는 “내 즐거움입니다(My Pleasure).”라며 웃으며 차에 올라타 다음 일정을 향해 떠났다.

◆ “제주도 귤 농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두 번째 토니 세바 인터뷰(인터뷰어 전효진 기자)는 12월 18일과 19일 제주도에서 이뤄졌다. 세바 저자는 18일 벽돌색 계열의 타이를 매고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났다.

그는 원 지사로부터 제주도의 ‘카본프리 아일랜드'(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 프로젝트를 듣고 원 지사와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 유엔미래포럼 초청으로 제주도 도민들에게 미래 에너지에 대한 강연을 했다. 세바 저자는 느리지만 정확하게 발음했고 강조해야 할 대목에서는 더욱 또박또박 말했다.

그는 “에너지 혁명이 중요한 이유가 기술 자체의 혁신 때문만은 아니다”면서 “새 비즈니스 모델 탄생으로 예상치 못했던 사업 기회가 온다는 점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터리의 용량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 전기차는 ‘바퀴 달린 자가 발전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가 운행하면서 생산한 전력이 남아돌아 집에서 쓰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주민들은 전기차를 타고 남은 에너지로 자가발전을 하고, 그래도 남으면 이웃에 팔아 추가 수익을 내게 된다”고 “이렇게 되면 한국전력 등 전력회사가 전력 생산과 공급을 독점하는 체제도 빠르게 붕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바 저자는 12월 초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참석한 경험도 이야기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도 전기차 시대가 오면 에너지 공급 체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원희룡 제주도 도지사는 “2030년까지 제주도를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 계획인데, 제주도의 전력원을 신재생에너지로, 제주도 내 자동차 37만7000대를 모두 전기차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토니 세바 저자가 이야기한 ‘그린 빅뱅’ 시대가 왔을 때 전 세계가 배울 수 있는 산업 모델을 제주도 내에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토니 세바 美 스탠퍼드대 교수가 18일 제주도 연동 웰컴센터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날 도민을 대상으로 한 강연장에서 세바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2030년의 미래 모습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장담하건대 이르면 3년 안에, 늦어도 10년 안에 휘발유 기반의 자동차 산업이 거의 없어지고 태양광 기반의 전기차 산업이 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석기시대는 돌을 다 썼기 때문이 아니라 더 좋은 기술(청동)이 나왔기 때문에 막을 내렸다”면서 “석유를 소진했기 때문에 석유 시대의 종말이 오는 것이 아니라 태양광,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가 구축하는 새 비즈니스 모델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석유 시대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차량을 소유하는 시대에서 공유하는 시대로 바꾸게 되면, 수많은 주차장도 필요 없게 된다”면서 “주차장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조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중석에서 국제 휘발유 가격이 ‘반토막’ 날 것이라고 하는 데, 전기차가 경쟁력이 있겠냐고 질문했다. 이날 미국산 국제 유가가 배럴당 35달러 아래에서 거래됐다.

그는 "유가가 더 떨어져도 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유지·보수가 저렴한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경제적이다"라고 말했다.

18일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온 토니 세바 美 스탠퍼드대 교수. 세바 교수가 자신의 휴대폰에서 지난 4월에 열린 상하이 태양광 엑스포에서 직접 찍은 투명한 태양광 패널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세바 저자에게 제주도를 방문한 소감을 물었다. 이날 12시간에 걸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는 이내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밝은 미소를 띄웠다.

그가 올해 4월 상하이 태양광 엑스포에서 직접 찍은 ‘빛이 통과되는 투명한 태양광 패널’이었다.

그는 “제주도에 감귤 농장이 많았던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면서 “이곳에 투명한(빛이 통과하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생각보다 태양광 기술 발전도 빠르다”면서 “감귤 농장에 투명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자연 상태를 그대로 보존할 수 있고 주민들은 감귤 수확 수입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따른 추가 수입도 챙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19일 조식 자리에서 세바 교수는 전날 들은 제주도 관련 정보들을 수첩에 옮겨 적었다.

그와는 19일 조식 자리에서 한번 더 만났다. 그는 제주도의 날씨와 일조량 등을 자신의 수첩에 옮겨 적었다. 그는 “제주도가 일반 차량을 모두 100%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계산해봤다”면서 “각 가정은 일주일 동안 자동차를 타고도 집에서 5일 가량 쓸 수 있는 추가 에너지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믿어지지 않겠지만, 2030년에는 그린빅뱅은 현실이 될 것”이라면서 “그런 시대가 오냐 안오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빨리 준비하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세바 저자는 에너지 판도가 뒤바뀌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그린 빅뱅' 시대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부처의 이해관계 때문에 혁명의 발목이 잡히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일면서 “2030년에는 그린 빅뱅이 어느 곳에서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기업은 3년 안에 승부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니 세바의 저서 한국어판 (박영숙 옮김)

토니 세바 저자가 2014년 5월에 ‘Clean Disruption of Energy and Transportation’란 제목으로 출간한 책이다. 이 책은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시대가 석유 고갈이나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 때문에 억지로 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태양광 발전이 화력 발전이나 원자력 발전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저렴해지기 때문에 태양광 시대가 열린다고 주장해 녹색 성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자는 미래 에너지 혁명의 3대 축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을 꼽았다. 이 3가지는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 돌아가기 때문에 석유를 기반 모든 산업이 붕괴에 처할 것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유엔미래보고서'의 저자 박영숙씨가 이 책을 한국어로 옮겼다.

◆ 토니 세바는

토니 세바는 저자이며 강연가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하고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시스코와 RSA데이터시큐리티 등 기술 기업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다. 태양광·풍력발전소 발전기업, 벤처 투자사 등 에너지 관련 기업과 포럼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스탠퍼드대에서 기업가 정신, 파괴적 혁신, 청정 에너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저서로는 '솔라 트릴리언스(Solar Trillions)', '부상하는 청정에너지 경제의 7가지 시장과 투자기회, 그리고 승자의 독식(7 Market and Investment Opportunities in the Emerging Clean Energy Economy and Winners Take All)', '하이테크 전략의 9가지 기본 원칙(9 Fundamental Rules of High Tech Strategy)' 등이 있다.

◆ 제주도의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겠다는 제주도의 도전은 ‘에너지 빅뱅’을 선도하는 큰 축이다. 석유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이 기회를 활용을 해야한다.

제주도는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를 세계에서 가장 크게 해냈다. ‘그린 빅뱅’의 문은 이제 열렸다. 바람 자원이 좋고 태양광은 더욱 보충돼야하고, 전기 자동차와 맞물려야한다. 자연 관경을 헤친다는 우려도 있는데 오늘날 태양광 기술은 디자인적으로도 아름답게 표현하는 기술들이 많이 나왔다.

제주도는 천혜 자원인 바람이 있고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리더십이 있어 그린 빅뱅을 선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제주도는 2400개 도시에 적용할 수 있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2030년까지의 계획이기 때문에 현재부터 15년이 남아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미국 중국 등 전 세계가 이 지위를 선점하기 위해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토니 세바 저자가 한국 정부와 기업이 3~4년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에너지 판이 뒤바뀌는 시대다. 제주도가 제대로 된 방향의 틀은 잡았지만, 앞으로 5년 즉, 2020년까지 새 에너지 판을 2020년까지 선점하지 못하면 제주도의 프로젝트도 평범해진다. 시간이 많지 않다.”

“‘오너 3세’들 태양광 타고 날아 오를까?”’

국내 태양광 기업의 쌍두마차인 한화큐셀과 OCI가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오너 3세를 일선에 투입, 태양광 사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상무(좌)와 이수영 OCI회장의 장남 이우현 OCI 사장(우)

◆4년 만에 흑자 전환한 한화큐셀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 계열사인 한화큐셀은 그룹의 ‘골칫거리’였다. 2010년 8월 사업을 처음 시작한 이후 2014년까지 연속 적자였다. 신재생 에너지 붐을 타고 한 때 태양광이 이목을 끌었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태양광 사업에 너도나도 진출했던 대기업들은 하나 둘씩 사업을 정리했다. 한화그룹은 밀어붙였다. 2010년 그룹에 입사한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32)가 태양광 사업을 전담했다. 김승연 회장의 ‘뚝심’이 반영됐다.

김동관 상무는 한국화약그룹(현 한화그룹)의 창업자인 김종희 회장의 손자이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 중 장남이다.

김동관 한화큐셀 영업실장(상무)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미국 케이블TV 경제전문방송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김동관 상무는 세계적인 기업인들과 석학들이 모이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2013 영 글로벌 리더(Young Global Leader)’로도 선정된 그는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화는 태양광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태양광을 통해 인류의 미래에 이바지하겠다’는 김승연 회장의 철학에 따라 앞으로도 에너지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했다.

한줄기 빛은 4년 만에 찾아왔다.

11월 19일 한화큐셀은 “올 3분기에 매출액 4억2720만달러(4938억원), 당기순이익 5240만달러(606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태양광 사업을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의 실적이다.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낸 한화큐셀은 올 2월 한화솔라원과 합병한 후, 올해 2분기에 흑자전환을 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 매출액(1조8124억원)은 3분기에 작년 전체 매출(2조298억원)을 따라잡았다.

한화그룹은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 합병 후, 공장 이전과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말레이시아와 중국 생산 법인의 생산라인이 안정됐다. 고효율 셀(cell) 양산으로 제조 원가가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더 공격적으로 가고 있다. 12월 2일 태양광 신흥 시장으로 꼽히는 터키에 18.3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고 직접 운영까지 한다. 내년 3분기까지 터키 남서부 부르두르주에서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터키 태양광 발전소는 1,2단계로 나뉜다. 8.3MW의 발전소는 11월 30일 준공해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 나머지 10MW 규모의 2단계 태양광 발전소는 2016년 초 착공된다.

◆ OCI, 태양광 사업에 승부수

“지난 2~3년 동안 태양광과 열병합 발전 등 에너지솔루션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 내년부터 재무 상태가 개선될 것이다.”

이수영 회장의 장남 이우현 OCI 사장(47)은 지난 10월 28일 OCI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 사장은 이회림 동양제철화학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이수영 OCI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OCI는 ‘태양광 산업의 쌀’로 불리는 폴리실리콘 제조 분야의 세계 3대 기업이다. 현재 OCI의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3분기까지 OCI는 매출액 1조7771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806억원이었다. 글로벌 폴리실리콘 제품 가격 하락으로 원가 절감 노력에도 여전히 손실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OCI는 미래 에너지 사업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소재회사인 OCI머티리얼즈 지분(4816억원 규모)을 SK그룹에 팔았다. 태양광 사업을 더 확장하기 위한 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이다.

OCI 관계자는 “주력사업과 사업 연관성이 낮은 자산을 매각해 태양광산업, ESS(에너지저장장치)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노리겠다”고 말했다.

OCI는 해외 사업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2.5MW(메가와트)규모로 중국 자싱시 공업중심지에 분산형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설치, 중국 태양광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우현 OCI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중국 저장시 태양광발전소 준공식에 참석한 뒤 발전소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중국 한 나라의 에너지 수요가 OECD 국가 전체를 합친 수준이다. 중국과 인도의 에너지 수요 증가를 어떻게 감당할지 고민하고 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는 2040년 석탄과 가스, 원자력을 제치고 가장 큰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이우현 사장은 지난 6월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5 미래에너지포럼’에서 “태양광을 주축으로 한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투자할 때"라고 말했다.

OCI는 중국 전역에서 할 태양광 발전 사업을 총괄하는 현지 지주회사를 중국 자싱시에 설립할 예정이다.

‘기후변화 전문가’하버드대 스태빈스 교수

“지구를 오염시키면서 성장한 부유한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을 도와줄 때가 됐습니다. 저성장을 감내하고서라도 기후변화 체제에 적극 동참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6월 18일 ‘기후변화’에 대한 전 지구적 대응을 촉구하는 181쪽 분량의 회칙을 발표했다. 가난한 자를 위해 기도해 왔던 교황이 불평등 문제 해결책으로 환경 이슈를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교황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각국 정부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20년 전부터 머리를 맞대고 있다.

올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 195개국 대표들이 모이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규모를 논의한다. 한국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

기후변화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로버트 스태빈스(Robert Stavins) 하버드대 교수를 만나 대처법을 물었다. 그는 하버드대의 공공정책대학원인 케네디스쿨에서 환경경제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다. 스태빈스 교수는 효과적인 대응 방안 중 하나로 멕시코의 사례를 언급했다.

울산석유화학단지 야경

프란치스코 교황은 6월 18일 ‘기후변화’에 대한 전 지구적 대응을 촉구하는 181쪽 분량의 회칙을 발표했다. 가난한 자를 위해 기도해 왔던 교황이 불평등 문제 해결책으로 환경 이슈를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교황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각국 정부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20년 전부터 머리를 맞대고 있다.

올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 195개국 대표들이 모이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규모를 논의한다. 한국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

기후변화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로버트 스태빈스(Robert Stavins) 하버드대 교수를 만나 대처법을 물었다. 그는 하버드대의 공공정책대학원인 케네디스쿨에서 환경경제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다. 스태빈스 교수는 효과적인 대응 방안 중 하나로 멕시코의 사례를 언급했다.

—반발이 크지 않겠나.

“단순히 세금을 걷어 국고를 채우란 게 아니다. 다른 세금을 깎아준다든지, 환급해준다든지 해서 유인책을 만들면 된다. 정부 정책에 적극적인 기업일수록 혜택이돌아간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그래도‘우리가 굳이 나서야 하는가’라는 회의가 적지 않다.

“멕시코가 재미있는 사례가 될 것이다. 멕시코처럼 국가 경쟁력을 이유로 조건을 내걸면 된다. 예를 들면, 다른 국가의 참여를 전제로 높은 감축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수출 경쟁상대인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을 직접 거론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체제는 선제적으로 참여하는 국가에 인센티브를 주는 구조다. 한국이 주도권을 쥘수 있는 기회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글로벌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텐데.

“많은 리더가 이 문제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우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적극적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시진핑 국가주석은 작년 11월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중국도 거대 제조업 국가라 이 문제를달갑지 않게 생각할 것 같은데,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이유가 있나.

“많은 사람이 20세기를 미국의 세기라고불렀다. 21세기는 중국의 세기라고 한다. 리더 국가가 되려면 무엇보다 글로벌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리더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중국 정치인들이 누구보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의 감축목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최선을 다했다고 보는가.

“하하하. 난 어머니나 아내에게 음식이나 집안일로 불평해본 적이 없다. 내가 뭐 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국의 사정에 대해 내가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떤 이유에선가.

“한국은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있는 국가다. 산업화한 나라지만, 이 과정에서 거대한 격변기를 겪었다. 그러다보니 선진국과 개도국 양측 모두의 신뢰를 얻게 됐다.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기후변화 체제는 너무 먼 장기적 과제로 보인다.

“기후변화 체제 논의는 이제 막 마라톤을 시작했다. 2차대전 종전 후 경제재건을 위해 모인 브레턴우즈 체제가 빛을 본 건 50년 뒤 세계무역기구(WTO)출범에서였다. 시간은 걸렸지만 , 방 향 성 이 맞았기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기후변화 체제도 그렇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간 달성해야 할 인류 공통의 목표다. 지금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인터뷰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2015 미래에너지 포럼' 에서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허브로 만드는 글로벌 에코 플랫폼 사업(Global Eco-Platform)이 2030년까지 성공적으로 추진된
다면 제주도에서 일자리 5만개가 창출되고 부가가치 생산 유발효과는 22조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원 지사는 “제주도를 에너지 신사업의 허브로 만드는 것은 제주도의 경제성장에 국한되는 사안이 아니다”며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대한민국 경제가 매년 1조원 이상 창출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가진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에코 플랫폼 사업은 제주도를 미래 에너지 산업의‘테스트 베드’로 바꾸기 위한 대규모 투자사업이다. 풍력과 태양광에너지를 생산해 산업용·가정용 전기를 공급하고 전기자동차를 운행하는 등 제주도를 신에너지 사업의 요람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5월 26일 LG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내년까지 사업추진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LG는 풍력,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운용한다. 또 전기자동차를 급속 충전하는 인프라도 설립한다. 한국전력도 스마트 그리드 기술을 활용해 분산·독립·쌍방향 원칙에 따라 소비자가 직접 전기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시스템을 제주도에 구축한다.

원 지사는 “LG그룹, 한국전력 등과 약 3조원의 자금을 조성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신재생에너지 발전기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우선 구축하고 전기자동차 급속충전 시설과 관리체계를 추가로 설치하겠다”면서 “사업이 구체화하면 테슬라 등 글로벌 전기자동차 메이커들과 에너지 솔루션 기업들이 제주에서 사업하겠다고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에코 플랫폼 사업은 제주도를‘탄소 없는 섬’으로 탈바꿈하는 원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원 지사는 제주도를 이산화탄소로부터 ‘해방’ 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전기자동차와 풍력발전을 꼽았다. 그는 “제주도 에너지 정책의 지향은‘바람으로 달리는 전기차’로 압축된다”며 “제주에 풍부한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동력원으로 해서 전기차가 달리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자신의 관용차도 전기차인기아‘쏘울EV’로 바꿨다. 그는 “전기차를 사용해보니 정말 조용하고 편안해서 업무용으로 더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휘발유차를 관용차로 사용했다면 연료비가 한 달에 60만원 이상 나왔을 텐데 전기차는 5만원이면 충분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많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2014년 말 850대였던 제주도 내 전기자동차 보급 대수를 올해 말까지 2400대로 확대하겠다”며 “도민들도 에너지 절약뿐 아니라 배기가스와 소음이 없어 많이 선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제주도의 풍력발전 사업은 상대적으로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풍력발전기의 저주파 음향이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하는 여론과 높은 비용에 비해 발전 단가가 낮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업철수를 고민하는 민간사업자가 늘었다.

원 지사는 “사업자들이 전력 생산에만 집중하도록 제주도 에너지공사를 시행사업자로 선정해 주민 민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며 “발전단가를 현실화하는 등 사업 추진에 따른 위험을 줄여 민간 사업자들이 풍력발전 시장에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저유가 시대 자원개발

“자원 개발이 미래 에너지 산업이다.”

2015 미래에너지포럼에서 전문가들은“저유가 시대인 지금이 바로 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자원 개발을 ‘자원 안보’ 나 ‘자원 외교’ 시각에서 보지 말고, 경제적으로 유망한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현재 유가가 떨어진 근본 원인은 수급 차”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수요는 줄었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과잉 현상이 일어나며 수급 차가 커졌고, 그 결과로 유가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공급 과잉의 원인으로는 미국의 셰일 가스 개발을 꼽았다.

정 연구위원은 이어“유가가 떨어져 많은 에너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편으로 이 시기를 이용해 자산을 불리고 새 사업을 확대하려는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로열더치쉘이 영국 가스 기업인 BG그룹을 700억 달러(약 78조원)에 인수한 것을 예로 들었다.

정 연구위원은 이어“유가가 떨어져 많은 에너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편으로 이 시기를 이용해 자산을 불리고 새 사업을 확대하려는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로열더치쉘이 영국 가스 기업인 BG그룹을 700억 달러(약 78조원)에 인수한 것을 예로 들었다.

브라질 남동부 과나바라만에 있는 부유식 원유 시추 시설.

정 연구위원은 “과거에도 유가가 떨어졌던 시기에 대형 인수합병(M&A)이 많았다”며 “중국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펙 회장도 최근 자산을 매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했다.

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자원 개발 투자에 대해 역사가 짧고 규모도 미미하다고 했다. 정 연구위원은 “우리는 아직 투자비 회수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자원 개발에 나선 공기업이 검찰 조사 등을 받으면서 투자가 줄어드는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의 자원 개발 투자가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올라서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돈을 투자하는 수준에서 직접 자원을 탐사하고 시추하는 서비스와 사업을 개발하는 영역 등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도 “세계에서 돈을 제일 많이 버는 회사들은 에너지 회사”라면서 “자원 개발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에너지 산업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전력 산업이나 정유 산업을 에너지 산업으로 본다는 것이다. 진짜 에너지 기업은 자원 개발회사라고 허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연구개발(R&D)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셰일 혁명은 미국 회사들의 R&D 덕분에 일어난 것”이라면서 “큰돈을 벌려면 R&D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또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공기업을 통해 자원 개발을 했지만, 훨씬 큰 성공을 거둔 중국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이 공기업끼리 경쟁을 시키고, 투자 과정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박용수 RG에너지자원자산운용 대표는 해외 자원 개발을 해외 투자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자원 외교와 자원 확보는 자원 개발 사업의 핵심이 아닌 부수적인 요소”라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지금은 국내에 아무리 투자해도 평균 이하 수익밖에 안 나오는 만큼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희준 에너지이노베이션 파트너스 대표는 “셰일 개발은 토목공사”라며 연관 산업의 기회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셰일 가스 개발에서 돈을 많이 번 회사가 철도와 항만 등 인프라회사”라며 “저유가 시대인 지금이 투자의 최적기”라고 말했다.

중국 태양광·풍력 세계 1위, 한국은?

“녹색 경제 패권으로‘뉴노멀(new normal·기존의 고속 성장 대신 중저속 안정 성장)시대’준비하는 중국 공략 서둘러라.”

2015 미래에너지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중국 경제의 중심이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면서 성장하는 녹색성장에 있다”면서 “중국과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성창모 녹색기술센터 소장은 “중국은 자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제금융기구)을 통해 ‘그린실크로드’를 준비 중”이라며 “우리나라가 AIIB와 녹색경제에서 주도적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사전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녹색산업 기술의 성숙도가 낮아 한국 기업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어 향후 사업기회가 많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시장 공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성 소장은“중국이 국제 사회에서 정부개발 원조와 녹색 상품을 연계해세계 녹색경제 질서의 주도권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며 “녹색산업은 리커창 중국 총리가 올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역점 분야로 강조했을 만큼향후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정부가 리더십을 갖고 녹색정책을 추진한 덕분에 태양광, 풍력 등의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선 반면, 한국 정부는 규제 해결에도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당장의 수익만 보고 중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녹색 사업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임택 한국풍력산업협회장은“국내에서 풍력발전 산업을 육성하는데 각종 규제가 많다”면서 “중국은 일사불란하게 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규제를 줄이고 있으나, 한국은 로드맵을 만들어 사업계획을 제시하면 (정부가) 위치 선정 등을 이유로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정부가 산업이 클 수 있도록 진흥책을 내놓고 분위기 조성에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풍력발전 강국인) 덴마크에서는 풍력 비중이 33% 이상이지만, 우리나라는 0.2%에 불과하다”며 “풍력 비중을 10~20% 수준으로 높이고, 현재 중국과 비슷한 수준인 해상 풍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국내 조선회사 등 대기업들이 해상 풍력 사업 추진을 선언하고서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외면한 것이 산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환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조직위원장은 국내 전기차 산업 발전을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은 전기 충전기를 1000개 공급하면 강원 100대, 전라 100대, 경기 200대 하는 식으로 국토 균형발전만 고려하는데, 이렇게해서는 산업이 제대로 육성될 수 없다”고 했다.

원영재 베이징 클린아시아연구소 대표는 “대기오염이 심각한 중국 정부의 최대화두는‘에너지 절감’과‘환경개선’”이라며“중국은 환경 정책의 최종목표를‘맑은 하늘을 국민에게 다시 보여주자’로 정하고 환경오염 주범인 글로벌 기업도 추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앞으로 노후화된 설비 개선 등에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완근 신성솔라에너지 회장(한국태양광산업협회장)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태양광 보급 실적을 비교하면서 중장기적 관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10억 달러 기준으로 중국은 945킬로와트(kW)의 태양광이 보급된 반면, 한국은 602kW가 보급되는데 그쳤다. 한국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이 중국보다 36% 뒤떨어졌다는 것이다. 중국은 태양광 산업에서 매년 에너지 정책을 수정·발전시키고 지역별 차등제 등 상세계획이 명확한 반면 한국은 세부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했다.

사우디도 태양광·풍력개발에 나서
기후변화 총회 맞물려 관심 집중
에너지 자립·원전해체 등 이슈로

“언젠가 화석연료가 필요 없을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우리도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 분야의 강국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유럽 국가대표가 한말이 아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석유정책을 총괄하는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이 지난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관련 국제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에너지 산업의 판도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5년 앞으로 다가 온 신 기후변화 체제로 전 세계가 에너지 정책의 골격을 새로 짜고 있다. 각국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논의하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올 12월 파리에서 열린다. 우리 정부도 최근 2030년 배출 전망치 대비 37%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1년 새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국제유가도 에너지 업계를 뒤흔들었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로 원유 공급은 늘었지만, 글로벌경기둔화로 수요는 늘지 않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지배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유가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2015 미래 에너지 포럼’은 이러한 업계동향에 주목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탄소 없는 섬제주 2030’이라는 슬로건으로 에너지 자립을 선언했다. 국내 최대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조환익 사장은“공급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세대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기 전까지 원전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원전 운영을 넘어 해체 기술도 확보해야 에너지 강국이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저유가·신재생에너지라는 메가 트렌드가 미래 글로벌 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것입니다.”

‘2015 미래에너지 포럼’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축소 정책 강화와 저유가, 신재생에너지 확산 등이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 구도를 흔들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형태로 바꿀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중국이 에너지 산업 변화의 선두에 서 있는 국가로 발돋움한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이번 포럼에는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 온실가스 감축하면 선진국도 이득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미래 에너지 정책을 구상할 때 UN(국제연합)이 추진 중인 궨2020년 신(新) 기후변화체제궩를 주요 변수로 놓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UN과 국제사회는 2020년 교토의정서 종료에 맞춰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가로 줄이는 국제협약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줄이기로 결정했다.

로버트 스태빈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미국 환경청(EPA) 분석 결과를 소개하면서“온실가스 배출 감축 규모가 큰 선진국에서도 온실가스 배출 감축 정책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이득을 가져다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며“여러 나라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 정책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는“사우디아라비아도 20년 뒤 전기 생산의 절반을 태양광으로 충당할 계획”이라며“화석연료에 의존한에너지 수급 전략이 지속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고 지적했다. 최재철 외교통상자원부 기후변화대사는“장기적인 시각에서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스마트 그리드, 미래산업 중심축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 전문가는 미래에너지 분야 사업기회를 강조했다. 김상협 카이스트(KAIST) 교수는 “기후변화 시대에 신재생에너지와 이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그리드 확산은 미래 산업의 중심축”이라고 말했다. 전력 생산 관리 배분을 통합한 그리드(전력망) 산업을 집중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럿나왔다.

김성훈 KT 에너지사업본부장은 각 가정의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집계, 분석해 발전소가 수요에 맞춰 발전량을 조절할 수 있게 돕는 원격계측시스템(AMI)을 소개했다. 김홍연 코캄 상무는 신재생 에너지 분야 중소기업을 위한 펀딩 프로그램 설립을 제안했다. 2014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저유가 국면과 관련해 참석자들은“구조적인 원인이 있어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유가가 떨어진 근본 원인은 미국 셰일가스 개발 등 여러 공급 증가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이 자원개발의 호기라는 조언도 제기됐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는“미국의 셰일가스 성공도 오랜 기간 연구개발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며“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에너지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원영재 베이징 클린아시아연구소 대표는“중국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에 집중 투자할것”이라며 “기술력이 뒷받침되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하다”고 했다. 성창모 녹색기술센터 소장은“중국은 대외원조(ODA)와 연계한 해외 수출에도 적극적”이라고 했다.

◆신재생에너지 경제성, 화석연료 제쳐

이우현 OCI 사장은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태양광 발전 비용이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 비용보다 저렴해졌다”며 “이제 보조금 없이 실질 수요로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중국, 인도, 아프리카 등에서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포럼에서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공급받고, 차량도 전기차만 운행하도록 하겠다는 제주도의 시도에 관심이 집중됐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제주도를 전기차, ESS(에너지저장장치), 스마트 그리드에 대한 세계적인 인증센터이자 테스트베드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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