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컴은 시간이 지났을 때 빛을 발한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인컴으로 자산을 견고하게 지키고, 여러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김재은 KB증권 WM투자전략부서장은 13일 조선비즈가 개최한 ‘2022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에서 ‘손실 회피가 먼저다, 안전자산 피신법’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인컴을 나의 투자 자산에 가져오는 것은 자산 관리에 있어서 좋은 루틴을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서장은 “내년에는 지키는 투자 전략이 많은 이들에게 유용할 것”이라며 그 중 핵심으로 ‘인컴(현금 수익)’ 확보를 꼽았다. 인컴이란, 월급처럼 꾸준히 들어오는 수익을 말한다. 자본 차익이 주식 또는 채권의 가격 상승 시 발생한다면, 인컴은 주식 배당 또는 채권 쿠폰 지급 등에서 나온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인컴 확보를 핵심 투자전략으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인컴은 투자 공포 구간에서 성급한 매도를 하지 않도록 해주는 심리적 지지선 역할을 해줄 뿐만 아니라, 증시 조정 시기에 추가 매수를 할 수 있는 시드머니(종잣돈) 역할도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월 같은 인컴 수령이 기대되는 투자 상품으로 채권과 월 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을 언급했다. ELS는 특정 주권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의 수치에 연계돼 투자 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을 말한다. 이 외에 배당주, 리츠 등을 가변적이지만 자본 차익이 기대되는 인컴 투자 상품으로 추천했다.
아울러 김 부서장은 인컴 투자를 핵심 전략으로 삼되 병행 전략으로 위성 전략을 가져갈 것을 추천했다. 그는 “친환경, 2차전지, 로봇 등 테마는 장기적으로 좋으리라 생각한다”면서 “본인 자산의 핵심을 인컴으로 구축해 견고함을 가지고, 수익의 기회들은 이런 테마들에 투자해 여러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위성 전략을 가지는 투자법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아시아는 이제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 공장이다. 전통적인 공급망에서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었다면, 새롭게 형성된 ‘역 공급망’에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가 함께 세계 공장을 이루고 있다.”
치 로(Chi Lo) BNP파리바자산운용 수석 시장 전략가는 13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에서 ‘중국의 디커플링 현상과 유통망 전환’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평안자산운용 해외투자 부문을 총괄했던 시장 전문가다.
치 로 전략가는 “현재 세계는 ▲탈세계화 ▲세계 시스템과 중국의 디커플링 ▲이로 인한 공급망 해체 등 세 가지 주요 쟁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는 모두 ‘탈세계화’라는 큰 틀 안에 있다”고 말했다.
치 로 전략가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교역 관계가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교역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2018년 미·중 무역 전쟁 시작 때부터 핵심 주제였으며, 이에 따라 중국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시아 공급망의 해체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치 로 전략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속에서 중국의 역할이 단기간에 축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 간의 수입과 수출의 총합, 즉 총무역지수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 전쟁 이후 코로나19 확산 기간 중에도 외국인직접투자(FDI·Foreign Direct Investment)가 계속 중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체 FDI의 10%를 차지했던 중국이 이제는 4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역 공급망의 형성’이라는 새로운 추세를 의미한다”고 했다. FDI란 외국 국적을 가진 개인 혹은 외국 기업이 단순히 자산을 국내에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 참가 등의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어 그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차이나 플러스 원이란 중국 이외에 다른 지역을 공급망에 추가하는 전략을 말한다. 코로나 이후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유럽과 미국이 아시아에서 이전보다 더 많은 구매를 하고 있는데, 이는 아시아 공급망 붕괴가 아니라 외국 기업들이 10년 이상 시행한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는 중국 공급망 붕괴에 대비해 다른 지역, 특히 아시아 국가로 생산을 옮기거나 투자를 늘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공급망에서는 물품이 아세안 또는 아시아에서 중국으로 배송되며 아시아에서 가져온 물건을 중국이 세계 시장에 판매하며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됐다”면서 “그러나 새로운 역 공급망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중국 혼자가 아니라 중국과 아세안 국가가 함께 세계 공장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고 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 아세안 국가 사이 무역 규모가 중국과 미국 사이 무역 규모보다 크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첫 번째로 중국과 아시아 국가 사이에 경제적 연계가 확실히 증가하고 있고, 두 번째로는 팬데믹 기간 중국과 아세안 국가의 협력이 아시아 공급망의 중요한 변화와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한국, 대만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동남아시아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중국에 대한 편중 리스크를 줄이려는 노력을 보인다는 것이다.
아울러 치 로 전략가는 앞으로 로컬리즘(글로벌리즘과 반대되는 개념)이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이 아시아의 선두 주자로서 지역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로컬리즘의 부상은 탈세계화에 대응하는 국가 간의 지역 내 연계, 무역 및 경제적 관계를 강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한계 상황에 놓인 기업들이 매물로 나오며 예상보다 규모가 큰 바이아웃 딜이 많이 이뤄질 것이다. 실탄을 확보해 놓은 사모펀드 운용사(PE)와 그렇지 못한 곳 사이의 양극화도 심해질 것이다.
김수민 유니슨캐피탈코리아 대표는 13일 오전 조선비즈가 개최한 ‘2022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에 연사로 나서 내년 인수합병(M&A)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해 이 같이 전망했다.
김 대표는 골드만삭스와 베인앤컴퍼니를 거쳐 2013년부터 유니슨캐피탈 한국법인을 이끌고 있다. 유니슨캐피탈은 밀크티 프랜차이즈 ‘공차’를 인수한 후 매각해 6배의 수익을 냈으며 고급 웨딩홀 ‘아펠가모’ 운영사를 성공적으로 바이아웃(경영권 이전)했다. 독서실 브랜드 ‘토즈’와 3차원(3D) 구강스캐너 업체 메디트의 경영권도 인수한 바 있다.
이날 김 대표는 유동성의 축소와 증시 하락 속에서 PE 업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상세히 진단했다. 지난 2~3년 간 국내 PE 투자의 증가세는 경영권 인수보다 소수지분, 그로쓰캐피탈(성장 기업 투자)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내년부터는 ‘회사를 팔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속출하며 바이아웃 투자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현재 M&A 시장에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의 상황처럼 규모가 큰 딜이 많이 나와있다”며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이 잇달아 매물로 나오고 그 대신 소수지분 투자 같은 잔잔한 딜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동성 축소로 돈줄이 마르는 가운데 PE 운용사 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김 대표는 “출자자(LP)로부터 돈을 받아 펀드를 결성하려는 PE는 수백개지만, PE들이 받아갈 수 있는 돈에는 제한이 있다”며 “이미 펀드를 잘 만들어 놓고 실탄을 확보해둔 PE와 그렇지 못한 PE가 극과 극의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유니슨캐피탈에서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메디트를 예로 들었다. 현재 인수금융 금리가 8%에 달하고 내년에는 1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돼 원매자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인수금융의 도움 없이 경영권을 사겠다는 해외 PE들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김 대표는 “내년과 내후년에 경영권을 인수하면 향후 되팔 때 매우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는 만큼, 돈 있는 PE들에는 절호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PE 같은 재무적투자자(FI)와 대기업 등 전략적투자자(SI)의 경쟁 구도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의사 결정이 비교적 빠른 PE들이 M&A 시장을 주도하는 데는 변함이 없겠지만, 지금 같은 시장 하락기에는 오너의 의지가 강력한 일부 SI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PE는 전문 경영인들이 투자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으나, SI의 오너는 보다 자유롭게 경영권 인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김 대표는 한 이커머스 업체를 예로 들며 벤처캐피털(VC)이나 PE들의 투자를 많이 받은 스타트업들에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독보적인 기술이나 노하우가 없는 스타트업들은 유동성 문제를 겪을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2019년 말에서 2020년 초까지만 해도 기업가치가 600억~700억원에 불과했던 업체가 반 년 만에 2000억원짜리 회사가 됐는데, 지금은 오히려 3년 전보다 몸값이 더 떨어진 상황”이라며 “투자금이 넘쳐나 불필요한 물류센터와 사옥 등을 건설했지만 수익성이 과거보다 더 나빠지는 역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식량 가격 급등
러시아 의존도 높았던 유럽부터 경제 위기
미국 중심으로 자국 우선주의 체제 강화...새로운 생존 전략 모색해야
“통합을 외치던 세계화는 끝났습니다. 미국부터 자국 우선주의 체제로 바꾸고 있습니다.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건 미국이며, 모두 이 판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2022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에서 ‘에너지 및 상품시장의 혼란과 대응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가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했다. 곡물, 에너지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면서 공급처에 문제가 생긴 탓이다.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식량 불안정이 심화하자 유럽부터 경제 위기에 처하게 됐다.
최준영 위원은 “유럽과 러시아는 긴밀하게 얽혀있는데, 러시아는 유럽에 식량과 에너지를 보내고 막대한 돈을 벌었다”며 “(전쟁으로 유럽의) 에너지 공급원이 부족해지자 독일의 경제적 위기를 시작으로 유럽 전체가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두 나라의 전쟁이 길어진다면, 식량 위기가 전 세계로 번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특히 중동 내 비산유국, 아프리카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이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식량 의존도가 높아 더 큰 피해를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집권 이후 농업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주력했다”며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농업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국제시장에 공급되는 밀 가격도 안정화 수준에 이르렀는데, 이 두 나라가 싸우면서 혼란이 생겼고 위기가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 위기는 비료 산업과도 연관된다. 비료를 양껏 써야 작물 생산량이 많아지는데, 비료 가격이 오르면서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최 전문위원은 최근 질소비료 가격이 폭등하면서 원가 부담을 전가하지 못한 유럽 비료업체들이 줄줄이 폐업에 들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이는 다시 농산물 생산이 감소하는 악순환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 위원은 “돌이켜보면 과거 러시아가 가뭄으로 인해 수출을 중단하면서 ‘중동의 봄’이 발생했다”며 “에너지, 식량 위기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세계의 흐름을 바꿀 아예 새로운 사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변화하는 세계화 기조에 대해서도 강연을 이어갔다. 최근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행정명령 등 국가 주도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배터리와 반도체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비슷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는 “각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무시하며 자국의 전략적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호주, 캐나다 등 광물자원을 보유한 국가들은 이를 보호하기 위해 수요자에게 제조업과 연계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라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처럼 특정 자원만 구입해 판매 후 이득을 보는 구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이런 기조가 퍼지면, 우리나라와 같이 전 세계를 상대로 물건을 팔던 수출 중심 국가부터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 물건을 팔려면,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현지에 공장을 세워야 하는 셈이다.
이와 같이 공급망 부족과 통화긴축 기조, 특정산업 퍼주기 정책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당분간 인플레이션 역시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쪽에서는 금리를 올리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법안으로 투자를 권고하는 상황에서 다국적 기업들의 경영 전략에도 변동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 위원은 “당장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투자부터 줄이게 된다”며 “ESG 투자가 위축되면,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지 않아 어려움에 처한 유럽 국가들이 서로 대립하는, 혼돈의 시기로 귀결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최근 폴란드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자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경제는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더 길어지면 경제 존립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0년간 세계 경제를 움직였던, 하나로 통합하던 세계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2~3년간 경기 침체, 업황 불안이 지속되더라도 과거 양적완화 기조로 돌아가긴 어려워보인다”며 “우리나라와 같이 제조업 중심 국가들은 미국이 만드는 질서를 지켜보고, 적절한 전략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선 이미 20년간 탈세계화”
“기술 산업 등 한국 역할 부각 기대”
제조업은 지정학적 리스크 높아
“세계화의 붕괴로 각국의 사업 수행을 용이하게 하는 부분들이 무너지고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모든 투자 자본이 재배치되고 있는데 돈을 벌 수 있는 유용한 비즈니스와 산업이 다시 구축되는 세상이 왔다고 볼 수 있다.”
아담 포센(Adam Posen)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2022 글로벌 경제 투자포럼’ 특별강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미·중 마찰 등의 영향으로 그동안 우리가 마주해온 세계화는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PIIE는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비영리 싱크 탱크로 국제 경제 분야에서 큰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포센은 2013년부터 이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그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영국 영란은행(BOE·Bank of England) 통화정책위원회 사외자문위원으로 일한 거시경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포센 소장은 “글로벌 경제와 지정학적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긴장감이 다른 나라로 번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계화는 무역뿐 아니라 투자, 자본과 정보 흐름, 관광, 교육, 비즈니스 네트워크라는 다층적인 구조를 구성해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유대 관계”라며 “한국은 이런 흐름에 맞춰 이웃 국가들과 활발히 교류해왔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탈(脫)세계화는 매우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추세”라며 “미국은 지난 1990년 말부터 약 20년 넘는 기간 동안 글로벌 경제에서 철수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무역뿐 아니라 이민, 투자, 협정, 국제기구를 포함해 미국이 주도해온 모든 부분에서 서서히 발을 빼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미국이 맡은 역할의 변화는 엄청난 파급력을 야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탈세계화는 세계화의 끝이라기보다 미국과 글로벌 경제가 맺고 있는 관계 사이의 여러 요인이 무르익으면서 가속화되는 것에 가깝다”며 “탈세계화보다 세계화의 붕괴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 세계가 여전히 유용한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곳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싶다”며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센 소장은 “반도체, 전기차 등 한국이 주력하는 기술 산업은 세계화와 탈세계화 경계의 최전선에 놓여있다”며 “만약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갈등이 심화하는 중국 주변 국가들이 보호무역주의와 자급자족을 위한 독자 행동의 길로 간다면 글로벌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취약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센 소장은 국내외 투자자들이 주목할 유망 산업으로 에너지와 기후, 의료 및 교육 부문을 꼽았다. 세계화 붕괴로 이제 막 변화가 시작된 만큼, 장기적으로 성장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조업, 금융 등 전문 서비스 산업은 수익성이 크지 않고, 관광 숙박업은 개발도상국보다는 선진국 중심으로 수혜가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는 “더 이상 화석 연료의 종말이 없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화석 연료의 종말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미국과 유럽의 그린 뉴딜에 대한 환상을 품어왔는데 이제는 실제로 일어나기 시작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의 경우 지정학적 변수에 지속해서 노출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물론 한국도 미·중 갈등 속에서 균형을 잡아가겠지만,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과 같은 전문 서비스 부문은 탈세계화, 경제 블록화 영향으로 성장의 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포센 소장은 “90년대 이후부터 줄곧 교육 및 의료, 의료 관광, 원격 학습처럼 온라인화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분명한 경로가 있었지만 제도적 반발이 거셌고, 소비자들 역시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었다”며 “그러나 코로나 이후 생소함에 대한 장벽이 사라졌고, 에너지 및 기후 부문과 유사하게 매우 흥미로운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접 먹을 건강한 그래놀라를 만들려한 게 시작이 됐죠. 무엇보다 맛있으면서 또 지속 가능한 대체식을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곡물학’이라는 의미를 담은 신조어 ‘그라놀로지’를 브랜드로 삼아 건강식 그래놀라를 만드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인크레더블의 손원익 대표를 지난달 22일 만났다.
그는 “통곡을 그대로 사용해 식이섬유가 많고 비타민 B군 함량이 높은 그래놀라를 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2016년 국내에서 처음 그래놀라를 만든 인크레더블은 현재 국내 그래놀라 시장 1위 업체다. 국내 전체 그래놀라 시장의 10%를 점유하고 있다. 아침 식사 대용으로 주로 쓰이는 프리미엄 그래놀라 시장 점유율은 절반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 110억원을 냈고, 올해는 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손 대표는 “그래놀라는 귀리와 보리, 현미, 옥수수를 비롯한 곡물에 코코넛이나 호두 등 견과류를 오븐에서 구운 것을 말한다”면서 “19세기 미국에서 식이섬유가 많은 환자식으로 개발된 ‘그래뉼라’가 시작이었고, 이후 켈로그가 시리얼로 만들어 낸 게 그래놀라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엔 일단 그래놀라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 없었고, 일부 미국과 유럽 등에서 수입되는 제품들 역시 아쉬운 게 많았다”면서 “너무 달아 건강하지 않거나, 달지 않으면 맛이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에 돌아와 정보기술(IT) 벤처 회사에서 애플리케이션(앱)·플랫폼 개발 디렉터로 일했던 그는 틈틈이 미국을 오가며 그래놀라를 연구했다. 캐나다 귀리 농장을 직접 찾아 가져온 통곡물을 구워가며 제품을 개발했다. 2016년 그라놀로지라는 브랜드로 그래놀라를 냈다.
인크레더블이란 법인은 2019년에 설립했다.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건물 지하 20평 공간을 빌려 3평은 생산에 활용하고 남은 공간을 카페로 전환해 그라놀로지 그래놀라를 판매했다. 카페 일부 공간에는 작은 사무실을 꾸려 산폐를 줄이는 기술, 원료 배합 기술 등을 개발했다.
그라놀로지는 이내 입소문을 탔다. 품질 좋은 귀리, 견과 등을 이용해 보존료 없이 100% 식물성 단풍나무 수액과 비정제 사탕수수로 맛을 낸 그래놀라가 통했다. 생산 공정을 데이터로 분석해 맛과 식감을 끌어올린 것도 인크레더블 그래놀라 제품의 특징이라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
그라놀로지는 현재 신세계,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백화점 3사에 모두 입점했다. 국내 그래놀라 브랜드 최초로 미국 아마존으로 진출해 화제를 모았고, 스타벅스코리아 매장에서 판매하는 ‘그릭요거트 앤 그래놀라’ 제품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생산·납품하고 있다.
손 대표는 “원물 그대로 건강하게 말리고 구워낸 그라놀로지 그래놀라가 건강 선호 현상과 맞물리며 인기를 끌었다”고 강조했다.

인크레더블은 그라놀로지 그래놀라를 맞춤형 건강식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단백질 함량을 높인 ‘Gr+ 프로틴 그래놀라’를 선보였고, ‘GR-’, ‘GR제로(0)’ 등으로 제품군을 늘리기로 정했다. GR-는 칼로리를 낮춘 그래놀라, GR제로는 당을 완전히 뺀 그래놀라 제품을 일컫는다.
개인 건강 관련 데이터를 통한 맞춤형 그래놀라 제품도 선보인다. 그래놀라 제품에 각 개인의 부족한 영양소를 추가해 그래놀라를 아침 등 식사로 먹는 것만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최근 헬스케어 플랫폼 업체와 건강보험 데이터 활용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손 대표는 “우리의 제품으로 0세부터 100세까지의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게 하는 대체식품 전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푸드테크 기업이 되고자 한다”면서 “아울러 제조에서는 로봇 등을 활용한 자동화를 갖추고 귀리 등 원료 생산단계에서 환경 피해를 줄이는 농법 개발 등의 추진도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크레더블은 제조 과정에서의 지속가능성도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그래놀라 생산 공장을 경기도 화성으로 확장·이전하고 해당 공장 설비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력만으로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1500평 규모 신공장 옥상에 태양광 발전 설비 구축을 마쳤다.
푸드테크가 외식업계의 인력난,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위기의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관련 기준 등 법·규제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대체육’을 두고 축산업계와의 마찰이 시작됐지만, 이를 중재할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탓이다.
◇ 한우 농가 단체 “대체육 고기 아냐” 반발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한우 농가 단체인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성명서를 내고 “식물성 단백질로 만들어진 대체육은 육류와 영양소가 달라 육류를 대체할 수 없다”면서 “고기와는 다른 식품으로 인식되도록 법·제도적 정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고기를 대체한다는 개념의 대체육은 이미 시장이 열린 푸드테크 산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콩에서 얻은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해 만드는 콩고기는 물론 식용 곤충 단백질을 원료로 한 대체육도 나왔다. 최근에는 동물 세포를 배양해서 만드는 배양육까지 등장, 품질이 개선되고 있다.
특히 대체육은 대규모 축산업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공장식 도축 같은 윤리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환경 등 가치를 소비의 기준에 두는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체육을 재료로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은 물론 최근에는 밀키트(간편조리세트)와 편의점 간편식도 등장했다.
다만 국내에서 대체육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의 주장과 같이 별도의 표기법이 없는 실정이다. 식품표시광고법상 고기를 원재료로 하지 않은 경우 ‘육’ 또는 ‘고기’ 표기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을 뿐, ‘비건’이라는 점을 표시하면 ‘식물성 대체육’으로 쓸 수 있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는 “대체육이 고기를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 현재의 축산업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문제는 대체육에 대한 규정이 없어 원재료에 따라 곡류가공품, 두류가공품 등으로 혼재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미국 ‘육류광고법’ 시행… 유럽도 표기 지침 마련
푸드테크 투자가 활발한 해외에선 2010년대 대체육 관련 규정이 이미 마련됐다. 특히 미국에선 2019년 고기가 아닌 상품에 고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육류광고법’이 시행됐고, 대체육류에는 그 표면에 원재료를 명확히 표시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에 앞선 2018년에는 육류처럼 붉은색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헤모글로빈 섭취 실험 데이터를 받아 안정성 입증도 거쳤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별도의 안전 규정을 마련해 새로운 원료는 인체에 무해하고 알레르기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증명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의회 농업위원회는 고기가 포함되지 않은 식품에 버거, 스테이크, 소시지 등 육류와 관련된 음식을 상징하는 명칭을 식물성 제품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유럽연합(EU) 규정 17조 1169/2011)을 마련했다. 대신 채식 튜브, 콩 슬라이스 등의 용어를 쓰도록 하고 있다.
◇ 기준 없는 국내 푸드테크 시장, 규모 파악도 불가
전문가들은 국내 푸드테크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금 더 발 빠른 기준 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푸드테크는 식품 생산과 유통, 소비 전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기준 제정의 미비가 대체육은 물론 푸드테크 산업 전반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선 푸드테크 시장의 규모조차 정확히 추산되지 않고 있다. 푸드테크와 관련한 수출입 세번(품목분류) 및 식품 제조·유통 통계분류가 아직도 정의되지 않은 탓이다. 예컨대 대체식품 수입자는 관세청에 수입신고를 할 때 기타식품이나 두류가공품으로 신고해 수입하고 있다.
박미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푸드테크는 과거의 식품 제조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데 여전히 기존 식품 산업에서 썼던 원료 중심으로 푸드테크를 바라보고 있다”면서 “푸드테크 산업은 유통, 서비스로 확장돼 가는데 이에 대한 산업 규모조차 산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기준 미비는 지나친 규제로 이어지고 있다. 푸드테크 기술인 쿡앤루트(cook-en-route)가 대표적이다. 차량에 주방을 설치해 주문받는 즉시 조리·배달하는 쿡앤루트는 국내에서 사업화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식품위생법에 주방은 고정된 곳에 설치하도록 명시하고 있어서다.
배양육 시장도 사실상 국내에선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축의 줄기세포를 떼내어 세포 배양에 의해 육류 제품을 생산하는 배양육은 배양지에서 줄기세포를 떼어내는 과정이 필요한데, 약사법에 따라 배양지는 의약품에만 사용할 수 있다. 식품으로서 자격을 갖지 못하는 셈이다.
푸드테크 업계 한 전문가는 “배양육을 만드는 과정에 유전자변형생물체(GMO) 기술이 활용된다거나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형성 자체를 막아선 안 된다”면서 “새로운 식품에 맞는 과학적인 안전성 평가 기준과 인정심사 체계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 올해 기준 마련 나서… 연구개발 방향 설정도
정부는 올해 들어 부랴부랴 대체육 등 푸드테크 관련 기준 마련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초 대체육 등을 생산·판매하는 기업들을 모아 의견을 청취했고, 지난 7월에는 박주봉 중소기업옴부즈만이 직접 나서 대체육 관련 표기 방침에 대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당시 식물유래 대체육을 생산하는 한 기업 대표는 박 옴부즈만을 향해 “농식품부 등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대체육 등 시장 활성화를 꺼내들고도 정작 기준 마련은 미루고 있다”면서 “신생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표기방법 지침을 신속히 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식약처는 이르면 이달 대체육과 배양육 등에 대한 기준 제정을 위한 자문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내년 관련 기준 제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세포 배양 등 신기술을 적용한 신소재도 식품 원료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기준·규격 인정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업진흥청을 중심으로 푸드테크 분야 국가 연구개발 방향 설정도 진행하고 있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은 “푸드테크가 농식품 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푸드테크 분야 국가 연구개발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음식에 기술을 더하는 ‘푸드테크’가 전에 없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소형 스탠퍼드대학교 푸드디자인랩 교수는 지난달 30일 조선비즈와 만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기술까지 푸드테크 안으로 들어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음식의 가치는 단순 식량이 아닌 건강한 먹거리, 지속 가능성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7년여전인 2015년 미국 스탠퍼드대에 푸드디자인랩을 열고 음식과 관련한 혁신을 연구해 온 글로벌 푸드테크 권위자로 꼽힌다. 현재는 지난해 6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문을 연 스탠퍼드 리서치센터를 오가며 ‘미래 음식’, ‘미래 주방’, ‘미래 레스토랑’을 연구하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푸드테크 기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초래한 인력난과 그에 따른 농산물 수확 감소로 나타난 식탁 물가 상승의 해결사가 돼줬고, 최근에는 먹거리 생산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고 기후 위기를 막는 대안으로까지 떠올랐다.
예컨대 미국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어필 사이언스’는 서양배에서 추출한 천연 왁스를 사과나 아보카도에 뿌려 저장 기간을 늘리는 기술을 개발, 유통 과정에서의 폐기를 줄였다. 기후 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술로 만들어 파는 푸드테크 스타트업도 나왔다.
글로벌 푸드테크 전문 투자사인 에이지펀더에 따르면 작년 약 62조원이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몰렸다. 전년 대비 85% 늘어난 것으로 세계 64곳 푸드테크 기업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에 올랐다.
김 교수는 “과거 푸드테크는 식품과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 정도에 머물러 왔지만,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음식이 먹는 것만으로 약이 되고, 음식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 자체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이미 진화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
-최근 가장 주목받는 푸드테크는 무엇인가.
“식품과 의료의 결합이 현재는 가장 ‘핫’한 분야다. 일상에서 먹는 음식으로 각 개인이 가진 영양 불균형을 해소하고, 병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음식을 연구하는 의사가 늘었고, 우리 푸드디자인랩만 해도 의대와의 공동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달라.
“스탠포드 의대에서 ‘스마트 변기’를 개발하고 있다. 대·소변에서 검출되는 건강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후 그 결과를 스마트 냉장고로 전송해 현재 각 개인이 필요한 식단 및 음식을 추천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목표다. 생활습관의학이자 미래 주방의 모습으로 연구하고 있다.”
-의학을 활용하는 푸드테크 기업이 있나.
“이미 많은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의료 차원에서의 음식 섭취 기술을 내놨다. 스스로를 생활습관의학테크라 소개하는 ‘레벨스 헬스’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연속혈당감시장치를 이용해 각 개인이 먹는 음식의 적합 정도를 판단하고 건강을 위해 어떤 식단을 짜야 하는지를 추천한다.
예를 들어 같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고 해도 혈당 수치 등 신진대사는 개인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연속혈당감시장치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간단하게는 스타벅스에서 어떤 음료를 어떻게 주문해야 좋은지, 나아가 어떤 음식을 언제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의학 외에는 또 무엇이 있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기술이 사실 푸드테크의 핵심이다. 의학이 핫한 분야라면, 지속 가능성은 푸드테크의 본류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비욘드미트’ 등 대체육 기업이 주목받은 이유도 육류용 동물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막대한 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 컸다.
최근에는 식물성 재료를 이용해 기존의 육류를 대체하는 방식의 탄소 배출량 절감을 넘어 항공우주 기술을 활용한 탈탄소 푸드테크로 진화하고 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술을 만드는 ‘에어컴퍼니’가 나왔고, 이산화탄소로 단백질을 만드는 ‘에어프로틴’까지 나왔다”
-푸드테크에 결합된 항공우주 기술은 무엇인가.
“나사는 우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기술 특허를 등록하고, 이후 20년이 지나면 이를 공개하고 있다. 전자기파를 이용해 음식을 데우는 전자레인지가 나사의 특허에서 출발했다. 불을 사용해 음식을 데울 수 없는 우주에서 활용하기 위한 기술이었다.
최근에는 나사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푸드테크가 조명 받으면서 발 빠르게 결합되고 있다. 예컨대 나사는 우주선 내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는 상황을 고려해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결합해 에탄올로 만드는 탄소 변환 기술을 냈는데, 이게 에어컴퍼니의 기술이 됐다.”
-에어컴퍼니는 어떤 회사인가.
“우주비행사의 날숨 내 이산화탄소를 물을 전기 분해한 수소와 결합해 에탄올을 만드는 기술을 활용해 보드카를 만든다. 보드카 이름은 ‘에어보드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되는 술’이라는 제품 콘셉트는 시장을 매료시켰고, 설립 2년 만에 유니콘이 됐다.”
-푸드테크로 미래의 음식은 완전히 달라질까.
“보다 세분화될 것으로 본다. 1973년 나온 영화 ‘소일렌트 그린’을 보면 과일이나 채소, 고기 같은 천연 식품이 사라진 2022년의 지구를 표현하며 알약(소일렌트)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 그려진다. 물론 간편하게 끼니를 때우는 제품도 나왔지만, 보다 세분화될 것으로 본다.
가령 알약은 절대 음식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음식이 지니는 가치는 맛, 대화 등 여러 가지로 나뉜다. 미국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을 위한 한끼 음료가 나왔지만, 일부의 수요만 충족시키고 있을 뿐이다. 보다 많은 취향을 반영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
-미래 레스토랑은 어떤 모습이 될 것으로 보나.
“배달 중개 플랫폼 ‘우버이츠’를 운영하는 우버와 관련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레스토랑은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자 취향을 반영하는 형태로 변해갈 것으로 전망한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이 한 곳에 고정된 채 손님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소비자 수요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우버는 데이터에 기반을 둔 레스토랑을 고민했다. 오전 시간 특정 지역에 팟타이가 잘 팔린다면 그 시간대 해당 지역에서 팟타이를 만들어 팔고, 저녁에는 또 수요에 대응하는 식이다. 더 맛있고 개인에 맞는 음식, 지속 가능한 음식이 주요 소재가 될 것으로 본다.”
= 배동주 기자

‘비건(식물성) 치즈’로 유명한 푸드테크 스타트업 아머드 프레시가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아머드 프레시는 미국 뉴욕시의 맨해튼, 브루클린, 소호 등 지역 대형마트 100여곳에 자체 개발한 ‘비건 큐브 치즈’ 3종(체다·플레인·플루베리) 제품이 입점됐다고 28일 밝혔다.
아머드 프레시의 비건 치즈는 아몬드 밀크를 발효해 만든 것으로 동물성 치즈와 맛은 물론 근사한 수치(100g당 최대 20%)의 단백질을 함유한 게 특징이다.
아마드 프레시 관계자는 “미국 법인을 통해 지난 26일부터 대형마트 입점을 시작했다”면서 “올해 말 뉴저지까지 지역을 확대해 300개 이상 매장에 입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정부가 푸드테크 산업 성장 지원을 위한 연구개발 방향 설정에 나섰다.
농업진흥청은 푸드테크 분야 국가 연구개발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푸드테크 연구개발(R&D) 학술 토론회’를 2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7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열린 ‘식품 연구개발 유관 기관 협의체 회의’의 연장으로 농식품 산업의 부가가치 확보를 위한 푸드테크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은 “푸드테크가 농식품 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이번 학술 토론회를 통해 푸드테크 연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풀무원(11,050원 ▼ 50 -0.45%)과 서울대, 한국식품연구원 등 산·학·연이 모두 참여했다. 푸드테크 산업 동향과 식품 산업의 과제, 푸드테크 연구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이 발표됐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는 “푸드테크는 돈이 되는지 보다 현재 식품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면서 “스타트업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상우 풀무원 기술연구소장(부사장)은 ‘식품기업의 푸드테크 기술 동향 및 제언’ 발표에서 “식품과 그 소비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지속 가능한 식품공급 기술의 개발과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초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2′에서 푸드테크가 주목해야 할 5대 기술 경향(트렌드)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던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푸드테크 관련 생산(대체 식품), 가공(3D 프린팅, 업사이클링), 유통(블록체인), 소비(식품 성분 데이터베이스, 맞춤형 식품) 연구개발 및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김진숙 국립농업과학원 기능성식품과장은 “푸드테크 기술 연구개발 대응을 위한 신규 태스크포스팀 구성하고 식품 관련 국가 종합정보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