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조선비즈 포럼,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 한국 투자자에게 필요한 디리스킹 전략을 찾아라’
행동주의 투자자인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12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 문제를 꼽았다. 대주주 1명이 지분 30%만으로도 회사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한국 특유의 기업 지배구조가 비합리적이란 것이다. 이 대표는 일반 주주가 주주제안 등의 행동주의 활동을 통해 주식 저평가 문제를 단계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 대표는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124,500원 ▼ 1,700 -1.35%))를 상대로 주주 행동주의 활동을 펼쳐 창업자 이수만 없는 멀티 프로듀싱 체제 ‘SM 3.0’을 주도한 인물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021년 SM 지분 약 1%를 확보한 후 회사 수익이 주주에게 분배되지 않고 자회사(라이크기획)를 통해 이수만에게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SM이 얼라인 측 요구 사항을 수용하면서 총괄 프로듀서였던 이수만이 물러났다. SM이 자신을 몰아내고 카카오(43,150원 ▼ 500 -1.15%)와 손을 잡자, 이수만은 이에 반발해 BTS 소속사 하이브(244,000원 ▼ 2,000 -0.81%)에 자신의 SM 지분을 매각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지형을 바꾼 일대 사건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조선비즈가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2023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국내 주식 투자자 1400만명 시대가 열림에 따라 주주 행동주의 활동은 더 왕성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생긴 배경을 북한이라고 많이 이야기했지만, 사실 지배구조 문제가 크다”며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투자를 결정할 때 주주 행동주의와 거버넌스가 중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내 대형 상장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을 밑도는 상황을 비정상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22일 기준 코스피 200 기업의 PBR은 0.9배에 그쳤다. 그는 “PBR이 1보다 낮으면 청산 가치보다 회사 주식 가치가 낮다는 의미”라며 “사실상 상장할 이유가 없는 수준으로, 정상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한국과 주식시장이 유사하면서 중국과 긴장 관계에 놓인 대만의 PBR도 2배 가까이 된다. 이 대표는 “일본 증권거래소는 PBR 1배 이하 회사들에 ‘정신 차려라’라는 메시지를 낼 정도”라고 했다.
이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어나는 근본적 원인으로 상장사 이사와 대주주가 소액주주를 위해 노력할 유인이 없는 점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지분 30%인 대주주 1명이 이사 100%를 임명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사들은 임명권자인 대주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지주회사 아래 핵심 계열사 지분은 2~3%에 불과한 상황에서 대주주가 (핵심 계열사에) 배당이나 자사주를 매입하게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주 행동주의 활동이 왕성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주식 투자자가 1400만명까지 늘면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커졌고, 유권자를 의식해 국회에서 법 개선 논의도 이뤄지고 있어서다. 2022년 한 해 한국에선 47개 기업을 대상으로 행동주의 캠페인이 진행됐다.
이 대표는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의 행동주의 활동은 미국, 일본에 이어 3위까지 올라왔다”며 “주주가 주주제안 등을 통한 행동주의에 나서면 주식이 저평가되는 문제를 단계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주주가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투자자의 인식이 높아진 만큼, 갈수록 행동주의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행동주의 활동 후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결코 실패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주총회에서 이겨야만 행동주의가 의미 있다고 보는 것은 본질을 오해하는 것”이라며 “주총에서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경영진과 주주 간) 표 대결 과정에서 경영진은 더 나은 경영 성과를 약속하고 소액주주를 더 신경쓰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행동주의가 예상되는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 불확실성이 큰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 기준으로 ▲대주주 지분이 높지 않은(지분율 50% 미만) 기업 ▲주주 중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비중이 큰 기업 ▲기업 가치 대비 주식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 등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가치주 가운데 자산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서, 거버넌스가 개선될 여지가 있는 상장사를 찾아 투자하면 효과적인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다만 행동주의 관련 투자가 ‘장기전’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부 주주가 행동주의에 나섰다고 해서 회사가 바로 확 바뀌진 않는다”며 “장기 투자로 접근할 때 효과가 있다”고 했다.
고금리 상황에서 현금 충분치 않은 기업, 메자닌 만기 버거울 수 있어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띠는 상품)은 주가가 오르면 발행사가 갚지 않아도 돼 문제없는데, 현재는 고(高)금리에다가 많은 기업의 주가가 빠진 상태입니다. 요즘 같은 시기엔 회사 재무제표를 확인해 메자닌 만기를 확인하는 게 투자 팁이 될 겁니다.”
정규봉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1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2023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이번 포럼은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 한국 투자자에게 필요한 디리스킹 전략을 찾아라’를 주제로 열렸다.
정 대표는 신영증권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주로 스몰캡(중·소형주) 종목을 분석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술사업화 협의체 전문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날 정 대표는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메자닌이 훌륭한 투자 방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메자닌 상품인 전환사채(CB)는 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소유자가 원하면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사채다. 그는 “일반 주식은 하락하면 투자자가 손해를 입지만 CB는 채권”이라며 “가격이 빠져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채권으로 갖고 있으면 돼 원금 손실을 보지 않는다”고 했다.
CB를 발행한 회사도 저렴한 가격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가 주식으로 전환하고, 채권에 대한 상환 의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가격이 내리면 투자자는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되지만, 발행사는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 고금리에 자본시장이 부진해진 요즘 같은 때는 메자닌 투자 매력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 대표는 “금리가 오르면 자금 조달 금리도 올라 투자가 위축되고, 시장 참여자들은 냉정해진다”고 했다.
정 대표는 과거 발행된 메자닌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한 물량이 상당하다는 점을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통상 메자닌의 만기는 3년 또는 5년이다. 그는 “현재 상당수 매물의 주가가 빠진 상태라 발행사가 상환 의무를 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평소 현금 흐름이 좋은 회사라면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지만, 수익성이 부실한 테크 기업 등은 현금 보유량이 적어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정 대표는 “회사 재무제표를 확인해 메자닌 만기를 확인하는 게 투자의 팁이 될 수 있다”며 “곧 메자닌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 중 주주가 폭탄을 떠안을 우려가 있는 회사 투자는 지양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고금리 흐름에 어려운 건 메자닌뿐 아니라 인수·합병(M&A) 시장도 마찬가지라고 정 대표는 전했다. 그는 “조달 금리가 올라 연기금 등이 예전처럼 돈을 풀지 않는다”며 “현재 M&A 시장은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SI)가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로 수익을 목적으로 하고 기업 자체에 대한 관심은 적은 FI와 달리 SI는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해 장기적 이득을 추구하는 투자자다.
정 대표는 “과거에는 휴식을 원하는 창업주나 회사를 물려받고 싶지 않은 2·3세가 M&A 시장에 기업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며 “반면 최근에는 경기가 어렵다 보니 기업을 살리기 위한 M&A가 늘어나는 추세고, 회사 운영을 잘할 회사가 인수에 나서고 있어 FI보다는 SI가 주도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라고 했다.
12일 조선비즈 포럼,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 한국 투자자에게 필요한 디리스킹 전략을 찾아라’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 겸 유튜브 ‘채부심’ 대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시대에 부동산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기 어렵고, 현재 부동산 가격도 높은 수준이어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12일 진단했다. DSR은 연소득에서 모든 신용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2022년 1월부터 DSR 40%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채 대표는 이날 조선비즈가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2023 글로벌경제·투자포럼’ 강연 중 “과거 사례를 볼 때 부동산 시장에서 공급 대책보다 수요가 중요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연간 부동산 공급 평균은 30만호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20만호만 공급됐을 당시 공급 부족으로 주택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공급 대책이 영향을 미치는) 3년 뒤인 2011년 부동산 시장은 강세장이 아니었다. 2015년과 2016년 부동산 공급이 50만호에 달했을 땐 ‘공급 폭탄’으로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2018년 부동산 시장은 약세를 보이지 않았다.
채 대표는 2011년부터 10년간 LIG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현 하나증권) 건설·부동산 담당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유튜브 채널 ‘채부심-채상욱의 부동산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며 건설시장과 금융시장을 아우르는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채 대표는 수요, 즉 돈이 있을 때를 봐야 한다고 했다. 특히 비탄력적인 소득보다 탄력적인 대출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00년 초반 연간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10조원 수준에서 2002년 60조원까지 올라간 뒤에 부동산 시장에 초강세가 왔었고, 2015년 ‘빚내서 집 사라’로 대표되는 대출 규제 완화와 코로나19 시기 유동성 팽창과 함께 다시 주택 가격이 초강세를 보였다”고 했다.
채 대표는 서울 주택 가격이 현재 전고점 대비 평균 82% 수준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채 대표에 따르면 DSR 40% 시대에 주택 가격을 1로 두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 40년 상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를 4%로 가정하면 PIR(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 13배가 최대다. 가구의 1년 소득을 기준으로 집을 사기까지 평균 13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40년 상환 모기지 금리 5%일 때는 PIR이 11배, 30년 상환 모기지 금리 5%일 때는 PIR이 10배다.
하지만 현재 서울에서 소득 상위 20% 가구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 상위 20%의 PIR은 16배로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채 대표는 “DSR 40% 환경에서 현재의 주택 가격이 유지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2024년 시장금리와 상품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채 대표는 다만 정부의 부동산 지원 프로그램 규모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올해 1월 말 도입해 9월까지 운영한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이 대표적이다.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과 관계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정책 모기지 상품이었다.
채 대표는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이 나오자마자 일주일 만에 10조원 규모의 신청이 몰렸다”며 “한 달 가계 대출 규모가 10조원만 빌려도 부동산 시장이 초강세장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시적으로 강세장이 올 것으로 봤고, 실제로 지난 4월부터 주택 가격이 반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을 종료했지만, 다른 이름의 프로그램을 꺼내 들 수 있다”며 “부동산 프로그램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요즘 현금성 자산 30억원 이상을 보유한 한국 자산가는 자녀에게로의 부(富)의 이전을 위해 상속보다는 증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업 승계와 주식 양도 등 다양한 형태로 증여가 이뤄지고 있다.
김정혜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GOLD&WISE the FIRST) 부센터장은 12일 조선비즈 주최로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한국 부자들의 최근 투자 동향과 리스크 관리 방법을 설명하며 이렇게 전했다. 이번 포럼은 올해로 8번째를 맞았다. 올해 주제는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 한국 투자자에게 필요한 디리스킹 전략을 찾아라’로,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서 여러 투자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다양한 투자처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부센터장이 소속된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는 현금성 자산을 최소 30억원 보유한 VVIP 자산가를 대상으로 자산 관리를 해주는 KB국민은행 프라이빗뱅크(PB)센터다. PB, 회계사, 변호사, 보험전문가, 투자 포트폴리오 전문가 등 10명이 상주하며 초고액 자산가에게 자산 관리를 위한 통합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자산, 부동산, 기업금융 등 모든 자산을 아우른다.
김 부센터장은 부의 이전을 위해서는 미리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고액 자산가 사이에 상속보다는 증여에 대한 문의가 더 많은 편이라고 한다. 그는 “상속은 번거롭고 먼 훗날의 일인 것 같아 미루는 심리가 있다”며 “상속 상담보다는 증여 상담을 하려는 고객이 훨씬 많다”고 했다.
증여의 경우, 가업 승계와 주식 양도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추세라는 게 김 부센터장의 설명이다. 증여세는 10년 동안 증여한 가액을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따라서 증여세를 아끼려면 증여 공제를 활용해 10년 동안 나눠서 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한국 부자들의 자산 형성 과정은 다양화됐다. 여러 자산 형성 방법별로 자산 관리 방법에도 차이를 둬야 한다는 게 김 부센터장의 조언이다.
현재 한국 부자의 자산 형성 방법은 크게 상속형·자수성가형·투자형 세 가지로 나뉜다. 자산 형성 방법에 따라 모두 다른 투자 성향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상속형 자산가의 경우엔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이들은 고금리 경제 환경에서 채권 투자에 집중한다. 김 부센터장은 “이 유형의 고객은 연 5% 수익률만 내도 5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는데, 이는 5%만 하락해도 5억원의 손실을 보는 것과 같은 것”이라면서 “따라서 이들은 기대수익을 낮추더라도 손실 리스크(위험)를 최소화하려는 성향을 보인다”고 했다. 이 경우 장기 채권 투자가 많은데,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채권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점까지 고려해 이자율이 낮지만 더 안전한 저쿠폰 채권 수요도 늘고 있다고 했다. 채권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고소득 전문직이나 사업가 등 자수성가형 자산가는 많은 투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투자를 활발하게 하는 편이다. 본인이 모르는 부분은 공부하며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바꿔나가는 합리적 자산 관리를 선호한다고 한다. 주로 선진 시장에 투자하고, 자산 가격 변동에 따른 분할 매매를 적극적으로 한다. 그는 “자수성가형 자산가는 최근에는 경기 침체 우려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투자형 자산가는 암호화폐(코인) 등 가상자산이나 주식으로 부를 이룬 경우다. 이들은 투자에 따른 수익이나 손실에 비교적 둔감하다. 김 부센터장이 코인 투자 등으로 큰 부를 이룬 20대 고객에게 연 10% 안팎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을 추천했더니, 고객이 ‘수익률이 너무 낮다’고 했다고 한다. 그보단 지금 30억원 가량을 투자해 40세부터 죽을 때까지 매년 140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추천했더니 만족해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2일 조선비즈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 한국 투자자에게 필요한 디리스킹 전략을 찾아라’ 포럼 개최
“생성형 인공지능(AI)은 과거 인터넷 혁명처럼 산업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기반 기술입니다. 당시 아마존과 구글이 탄생한 것처럼 넥스트 아마존과 구글을 찾는 작업이 앞으로 2~3년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넥스트플랫폼분석팀장은 1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2023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미래 산업으로 생성형 AI를 꼽았다. 생성형 AI란 콘텐츠의 패턴을 학습해 추론 결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지난해 AI 챗봇 챗GPT가 등장하면서 화제가 됐다.
박 팀장은 2005년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 입사해 애널리스트로서 IT 소재와 부품, 화학, 배터리, 자동차 산업 등을 분석했다. 현재는 신성장산업을 담당하고 있다.
박 팀장 설명에 따르면, 초기 챗GPT는 답변만 그럴듯하게 할 뿐 그 답변의 내용을 신뢰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초기 챗GPT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데이터로만 훈련이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장 이번 분기 내지는 다음 분기 테슬라의 실적 상황과 정확한 정보를 챗GPT로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출시한 지 1년도 안 돼 상황이 반전됐다는 게 박 팀장의 평가다. 그는 “여러 업그레이드가 진행되면서 챗GPT의 정확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대표적인 업그레이드 중 하나가 플러그인 기능이다. 플러그인은 챗GPT에 외부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한 것으로, 이 기능을 이용하면 사용자가 식당 예약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고도 챗GPT만을 통해서도 식당을 예약할 수 있다.
박 팀장은 “최근 들어선 누구든지 챗GPT와 같은 AI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가 오픈소스(공개형)로 대규모 언어 모델 라마(LLaMA)를 공개한 덕분이다. 박 팀장은 “라마로 비즈니스도 할 수 있다”며 “주요 글로벌 업체들이 AI 대화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 내년에 관련 서비스가 봇물 터지듯 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기능을 접목해 매출을 늘린 기업도 등장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가 포토샵 소프트웨어에 생성형 AI를 적용한 게 대표적 예다. 포토샵 사용자가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박 팀장은 “어도비는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사용자에게 팔아 수익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도비는 저작권 위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자체 보유 이미지를 AI 학습에 활용했다. 박 팀장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생성형 AI가 데이터를 학습할 때 누구 데이터인지를 알 수 없어 저작권을 위반할 위험이 컸다”며 “어도비는 자체 보유 이미지를 학습에 이용해 이런 위험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어도비 AI 이미지는 라이선스 문제에서 자유롭다. 저작권 위반 문제가 생기면 어도비가 배상해 준다. 생성형 AI 시대가 활짝 열리며 어도비 매출 증가 기대감에 주가도 오르고 있다.
박 팀장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도 AI 시대 핵심 수혜주로 꼽았다. 그는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을 되짚어 보면 산업이 막 태동하고 2~3년이 지난 후 살아남은 업체가 10년간 돈을 벌었다”며 “AI 시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엔비디아는 AI 학습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독점 생산하고 있다. 그는 “AI가 사용자의 질문에 답을 할 때 사용되는 건 추론 반도체”라며 현재 추론 반도체를 가장 잘 만드는 회사가 엔비디아라고 설명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각국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 시도가 한창인 가운데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가늠하고 바람직한 투자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선비즈는 1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2023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을 개최하고 국내외 경제 전문가의 혜안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은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조선비즈의 경제 전문 포럼이다. 매년 국내외 석학을 초청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알아보고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 있다.
김영수 조선비즈 대표이사의 개회사로 문을 연 이날 행사에는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기업 관계자와 대학생·대학원생으로 구성된 청중 300여명은 연사로 나선 전문가들의 투자 조언에 열띤 호응을 보냈다.
◇ 석유·가스 의존도 줄이려는 중동…노동인구 계속 늘어나는 인도
기조 강연의 포문을 연 마크 나심(Marc Nassim) 아와드캐피털(Awad Capital) 파트너는 중동 국가들이 석유·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경제 구조를 구축하려는 지금이 가장 좋은 중동 투자 기회라고 했다. 나심 파트너는 “현재 중동의 가장 중요한 경제 과제는 다변화”라며 “석유 가격이 치솟는 오일 붐(boom)이 있으면, 그다음엔 가격이 꺼지는 오일 쇼크(shock)가 나타나기 마련이라는 역사적 교훈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심 파트너는 딜로이트 중동 금융자문서비스 고객과 시장 부문 책임자, AR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파트너, 달 알 말(Dar Al Mal) 기업 개발 책임자 등을 거쳐 2015년 아와드캐피털에 파트너 겸 매니징 디렉터로 합류한 중동 지역 투자 전문가다. 그는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오만 등이 관광 산업을 촉진 중이고, 특히 사우디는 인프라 투자와 함께 재생에너지 산업도 육성하고 있다”며 “헬스케어·교육·인공지능(AI) 등에 대한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커진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중동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나심 파트너는 “중동의 경제 허브는 이라크·시리아·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아닌 정치적 안정성이 확보된 사우디·UAE 등 걸프 지역”이라며 “일부 분쟁이 발생했다고 해서 중동 전체에 대한 투자를 주저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두 번째 기조 강연자인 김응기 BTN 인디아(India) 대표는 인도가 미국·중국과 더불어 G3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한 국가라고 소개했다. 인도연구원 이사, 중소기업중앙회 위촉 인도 민간대사 등을 역임 중인 김 대표는 인도가 2010년 글로벌 투자 대상국 21위에서 지난해 9위로 뛰어오르며 성장성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데 인도는 2047년까지 노동 인구가 지속해서 늘어난다”며 “구매력이 강해지는 만큼 한국 기업이 소비재를 생산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인도 인구의 절반이 아직도 칫솔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이걸 ‘기회’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걸 미개한 나라 정도로 보고 끝내면 안 되고,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시장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이미 일본은 한국보다 10배 이상 많은 기업을 인도 시장에 진출시켰다”고 했다.
◇ 인플레 고착화 위기에도 첨단 산업서 찾아보는 기회
특별 강연자로 나선 오건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은 인플레이션이 반복되는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베스트셀러 ‘부의 대이동’ 저자이기도 한 오 팀장은 “인플레이션이 고질병이 되면 정부는 돈을 쉽게 풀지 않고, 시장 참여자는 투자를 줄인다”며 “그러면 중앙은행의 정책 전환 의지도 약해지고, 결국 세계 경제는 큰 희생을 치르게 된다”고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물가 안정 목표치는 2%로 여겨진다. 오 팀장은 “2022년 3월 이후 여태까지 2%를 계속 웃돌고 있고, 이는 이미 인플레이션이 고질병을 향해 가고 있다는 의미”라며 “지금은 금리 인하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인플레이션 고착화 가능성을 고려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플레이션이 하방 압력을 가하는 녹록지 않은 거시 환경 속에서도 투자자들은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선다. 이날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넥스트플랫폼분석팀장은 어수선한 경제 상황에도 투자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을 소개했다. 박 팀장은 “주요 글로벌 업체들이 AI 대화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며 “내년에 관련 서비스가 봇물 터지듯이 출시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 팀장은 AI 시대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엔비디아를 꼽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을 되짚어 보면 산업이 태동하고 2~3년 지난 후 살아남은 업체가 10년간 돈을 벌었다”며 “엔비디아는 AI가 학습하는 데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독점적으로 생산한다”고 했다.
◇ “주주제안으로 저평가 극복…메자닌 만기 기업 주의보”
올해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투자 전문가들이 무대에 올라 행사의 깊이를 더했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대주주 1명이 지분 30%만으로도 회사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한국 특유의 기업 지배구조 문화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주주제안 등을 통한 행동주의에 나서면 저평가 문제를 단계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 겸 유튜브 ‘채부심’ 대표는 국내 부동산 가격 수준을 진단했다. 서울 주택 가격이 현재 전고점 대비 평균 82% 수준이지만, 여전히 높다는 게 채 대표의 시각이다. 그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환경에서 현 주택 가격이 유지되긴 어렵다”며 “2024년 시장금리와 상품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규봉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경기 하강과 고금리로 요약되는 요즘 같은 시장 환경에서는 투자하려는 회사의 재무제표를 꼼꼼히 살펴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띠는 금융 상품) 만기를 확인하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는 “곧 메자닌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 중 현금 흐름이 부실해 주주 피해가 우려되는 회사는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GOLD&WISE the FIRST) 부센터장은 국내 자산가들의 ‘부(富)의 이전’ 방법을 소개했다. 김 부센터장은 “초고액 자산가는 상속보다 증여에 대한 문의를 더 많이 하는 편”이라며 “가업 승계와 주식 양도 등 다양한 형태로 증여가 이뤄지는 추세”라고 했다. 증여세는 10년 동안 증여한 가액을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증여세를 아끼려면 증여 공제를 활용해 10년 동안 나눠서 해야 한다는 게 김 부센터장의 조언이다.
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은 12일 “인도, 중동, 베트남 등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양질의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개최한 ‘2023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 참석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현상’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발 위기,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우리 자본시장이 미증유의 불확실 상황에 처해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회장은 “글로벌IB 육성을 위해 도입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가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하는 등 그간 자본 규모 확대와 글로벌 진출 등에서 많은 도약을 이루었다”면서도 “글로벌 투자 다변화 및 투자역량 제고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증권사 14곳이 해외로 진출했다. 이들은 총 72개의 해외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대(對)중국 해외투자펀드 비중이 2%대로 급감했다.
서 회장은 “전체 해외투자펀드 중 대중국 비중은 2009년 말 36.4%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계속 감소해 올해 9월에는 약 2.1%로 축소됐다”면서 “1위는 미국으로 약 52%를 기록하고 있다. 분산·다각화 측면에서 글로벌 투자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그러면서 미증유의 자본시장 위기 상황 속에서도 국회와 정부를 중심으로 국민과 기업을 위한 자본시장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글로벌 투자 다변화 및 투자역량 제고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하이일드펀드 과세특례, 공모펀드 활성화 및 사적연금 제도개선, 또 최근 발표한 국채장기투자 장려책 등을 발표하며 국회와 정부를 중심으로 국민과 기업을 위한 자본시장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또 “초기 단계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비상장 투자를 보다 안전하게 제시하기 위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에 대해서도 여러 보완책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확대를 위한 노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글로벌경제·투자포럼은 조선비즈가 국내외 기업과 투자자에게 필요한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하는 포럼으로,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이번 포럼은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 한국 투자자에게 필요한 디리스킹 전략을 찾아라’라는 주제로 열렸다.
KB GOLD&WISE the FIRST 부센터장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유튜브 ‘채부심’ 대표
2023 글로벌경제투자포럼 강연 3 - 부동산 시장, 프로그램의 시대를 대비하라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