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현 에임드바이오 의장·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9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강연
의사과학자 출신 기업가인 남도현 에임드바이오 의장(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9일 “지금까지는 암세포까지 어떻게 약물을 전달하느냐가 관건이었지만, 이제는 약물을 중간에 떨어뜨리지 않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술이 대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 의장은 이달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3)’에서 진행한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미래 암정밀의료 구현’을 주제의 강연에서 이렇게 밝혔다.
ADC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암세포에 달라붙어 싸우는 ‘항체’와 암을 치료하는 ‘항암제’를 붙여 만든 치료제다. 유도미사일이 계획된 장소까지 날아가 공격하는 것처럼, ADC는 원하는 목적지 즉 암조직까지 도달해 항암제를 전달해 없애버린다. ADC는 최근 2~3년새 가장 주목 받는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손꼽힌다. 올해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와 국제의약품전시회(CPHI) 2023에서도 종양학자들과 제약사들이 가장 주목한 신약 기술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승인된 ADC는 13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일본 다이이찌 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출시한 ‘엔허투’가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허투는 유방암 유전자로 알려진 HER2를 표적으로 하는 유방암 치료제다. 기존보다 항체와 약물 결합이 안정적인 3세대 ADC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매출 10억 달러를 넘기며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등극했다. 길리어드와 화이자, 로슈 등도 ADC 개발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에임드바이오와 레고켐바이오, 피노바이오, 알테오젠 등이 ADC를 개발 중이다.
특히 2019년 이후로 ADC에 대한 임상시험이 급증했다. 남 의장은 “2015~2020년 면역항암제 회사의 매출과 연동되고, 면역항암제를 개발해온 회사들이 ADC 기술을 사기 시작했다”며 “ADC가 면역항암제를 시장에서 유지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라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관심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 1~3세대 특장점을 두루 갖춘 4세대 항암제, ADC
항암제는 1~4세대로 나뉘는데 ADC는 이 중 4세대 항암제로 불린다. 1세대로 꼽히는 화학치료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에도 작용해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구토를 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 2세대에 해당하는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만 적용해 1세대 치료제보다는 부작용이 적다. 하지만 암세포가 약물에 대해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또 다른 한계가 나타났다. 3세대인 면역항암제는 T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해 세포를 스스로 죽게 하는 원리다. 하지만 일부 암세포가 T세포의 공격을 회피하는 문제가 있어 치료 효율이 낮다.
반면 4세대 치료제인 ADC는 기존 항암제(1세대)와 암세포를 찾아가는 2세대, 여기에 면역세포를 이용한 3세대를 합친 형태다. 암세포를 정확하게 겨냥하는 항체의 능력과 이 암 세포를 공격하는 성분인 항암제의 능력을 접목한 것이다.
ADC는 기존 항암제처럼 건강한 조직을 손상시킬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남 의장은 “최근 임상 연구들을 보면 확실히 ADC를 이용하면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며 “독성이 약한 항암제를 붙여 써도 항암 효과가 훌륭해 환자의 생존 기간이 많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 의장은 “여전히 신경증상이나 피부 증상이 심한 경우가 있다”며 “앞으로 ADC를 여러 항암제와 함께 사용하려면 조금 더 안전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남 의장은 “특히 ADC가 암 조직까지 가는 중간에 약물이 끊어지면 독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견고하게 붙이는 방법이 대세 기술”이라며 “또 여러 개의 표적을 공격하는 두 개 이상의 약물을 붙여 암세포까지 보내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의장은 “지금까지는 잘 알려진 표적까지 항암제를 보내는 데 ADC 기술이 발전해왔지만, 이제는 개인에 맞는 치료를 위한 새로운 표적 치료제를 찾는 것이 요즘 제약업계에서의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MD앤더슨 암센터 출신 전문가 린다 친 애프리시티 창업자 기조연설
9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미국 암 전문가 린다 친 애프리시티 헬스(Apricity Health)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9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료 혁신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디지털 허브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친 CEO는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HIF)’에서 ‘정밀 암 치료와 신약 발굴’을 주제로 기조 강연했다.
친 CEO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의학과 접목해 활용한 주요 선도자 중 한 명이다. 미국 앨버트 아인슈타인의대를 졸업, 미국 다나 파버 암 연구소,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연구를 진행한 암 유전체 학자다. AI와 정밀의학을 결합한 회사인 애프리시티 헬스를 설립했다.
친 CEO는 “AI 자체보다 데이터가 중요하다”면서 “특히 데이터 생성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잘 분석하고 어디에,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 “AI를 활용한 유전체 분석, 신약 개발이 암 치료법을 발전시키면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인 정밀의료 시대를 열었으나 아직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AI와 유전체·생활·환경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항암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지만 치료제에 대한 내성과 저항성 문제로 암 정복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 CEO는 “이런 한계를 극복할 열쇠가 빅데이터와 기술의 활용, 전문가의 연구 개발에 달려있다”고 했다.
친 CEO는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아무리 차를 많이 생산해도 고속도로나 전기충전기, 충전소 등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냐”며 “무엇보다 AI와 데이터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을 활용한 정밀 의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의 ‘가상 암 센터’를 만들어 의료 현장에 활용한 경험도 공유했다. 친 CEO는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등 디지털 허브 인프라를 구축하면, 의료 현장에서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더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처방·대응할 수 있고 암 환자의 치료 반응과 증상을 제대로 추적·분석할 수 있으며, 적합한 치료제 발굴·적용하는 등 정밀 의료 전략을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제대로 해석·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 전문가의 역할도 중요하다. 친 CEO는 “AI의 활용과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으나, 결코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 “미래 의료는 사람과 기술이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화된 기술로 환자를 진단하고, 검사할 수 있으나, 결국 인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9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서 개막
“암 정복 앞당기는 새로운 도전” 주제
코로나19 방역 완화 전면 현장으로 돌아와
조규홍 장관 “정부도 암 정복 포함 첨단보건산업 육성에 본격 나서”
박현영 원장 “기술 발전은 의료 격차 해소에 도움”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를 조망하는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이 이달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막했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이 포럼은 ‘암 정복을 앞당기는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열렸다. 암은 우리 국민의 사망원인 1위로, 개인의 고통뿐 아니라 막대한 사회적 고통을 수반한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도 암 정복 프로그램을 재개했다.
올해 행사는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된 이후 4년 만에 전면 현장 행사로 개최됐다. 이날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과 백승욱 루닛 의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장병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이병건 지아이노베이션 회장,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등 산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헬스케어 미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영수 조선비즈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올해 행사는 한미 동맹 70주년과 미국의 암 극복 정책인 캔서문샷 재개에 맞춰 인류가 극복해야 할 질환인 암을 집중 조명했다”라며 “정밀 의료의 미래와 암 극복에 있어 한미 협력 방향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영상을 통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디지털 기술 혁신과 함께 정밀 의료가 확산하는 등 기술혁신이 바이오헬스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라며 “우리 정부도 암 정복을 포함해 첨단보건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내년부터 보건 의료분야 난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와 한미 공동연구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의 긴 터널을 현명하게 극복한 보건 산업이 미래세대를 위해 준비해야 할 과제가 암 정복이다”라며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본격적인 암 정복에 나선 가운데, 우리도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혁신적인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산업계를 지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우리 정부는 정밀 의료를 앞당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암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 질환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최근 필수 의료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의료 격차도 문제다”라며 “의료 기술 발전이 의료 격차 해소에 도움이 돼 많은 사람이 함께 건강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축전을 보내 “미래 먹거리 산업인 보건의료 연구개발의 ‘혁신’과 ‘세계화’를 위해 뜻깊은 지식 교류의 장을 마련한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지속적인 연구와 혁신으로 ‘암’이라는 무서운 병을 극복하는 데 앞장서 주시며 고통받는 암 환자들에게 희망과 기적을 선물해 주시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