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정윤하 한국뇌연구원 뇌연구정책센터장

정윤하 한국뇌연구원 뇌연구정책센터장은 21일 '2024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서 "미국과 중국의 뇌과학 연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한국은 산업화 역량을 키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선비즈
정윤하 한국뇌연구원 뇌연구정책센터장은 21일 '2024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서 "미국과 중국의 뇌과학 연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한국은 산업화 역량을 키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선비즈

중국은 2016년 차이나 브레인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2021년부터5년간 7억4600만달러(약 1조원)를 뇌과학 연구에 투자하는 내용이다. 미국 주도로 이뤄지던 뇌과학 연구에 중국도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미국도 2014년 시작한 브레인 이니셔티브의 수정 계획인 브레인 이니셔티브 2.0을 출범하며 미중간 뇌과학 패권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정윤하 한국뇌연구원 뇌연구정책센터장은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HIF 2024)’에 강연자로 나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뇌 연구에서도 심화되고 있다”며 “한국도 대응을 강화하고 산업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뇌과학은 뇌신경생물학과 인지과학을 바탕으로 뇌 작동 원리를 연구하는 분야다. 지금까지 불치병의 영역이었던 뇌질환 극복 방법을 찾고, 국방·공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어 과학기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 센터장은 “미국은 2014년 시작한 브레인이니셔티브의 수정 계획을 통해 기초연구 성과를 인간에게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며 “유럽도 이미 호라이즌 유럽 프로젝트를 통해 생애 주기 건강 전반을 다루는 헬스케어 시스템에 응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뇌과학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면서 국가별 대응 계획을 강화하고 기술 협력을 확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한국은 뇌과학에 미국의 10% 수준을 투자하고 있으나, 기술 수준은 80%에 달한다. 2020년 중국에게 기술력을 추월 당했다고 알려졌지만, 현재 기술 수준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센터장은 “한국의 뇌과학 기술력은 꽤 앞서가고 있지만, 산업화에 대한 역량은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2021년 수립한 뇌 연구개발 투자전략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정 센터장은 뇌과학이 앞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뇌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마이크로바이옴(체네 미생물군) 같은 기초기술이 신약 개발 속도를 더 빠르게 하고, 디지털 전환을 통한 신기술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뇌 연구를 통해 디지털 치료기기, 전자약,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같은 신사업을 창출하는 것이 투자전략의 목표”라며 “이후에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뇌인지 연구로도 확대한다는 계획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뇌과학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치료기기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전자약(뇌 자극술)은 다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 센터장은 “국내에서는 전자약, BCI가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며 “전주기적 관리로 기술 개발과 활용을 촉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연구와 함께 실제 임상 적용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높은 기술 수준에 비해 실제 뇌과학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의료기술의 처방 건수는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환자들이 디지털 치료 기술을 잘 받아들이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IF 2024

= 이병철, 홍아름 기자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강세일 에스바이오메딕스 대표

강세일 에스바이오메딕스 대표이사가 21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2회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에서 강연하고 있다./조선비즈
강세일 에스바이오메딕스 대표이사가 21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2회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에서 강연하고 있다./조선비즈

전설의 복싱 선수 무하마드 알리가 앓았던 파킨슨병은 몸동작에 관여하는 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해 근육이 경직되는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파킨슨병 환자는 1000만명에 달하며 2040년에는 약 1420만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파킨슨병 증상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치료법이 있을 뿐,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다.

강세일 에스바이오메딕스(22,700원 ▲ 2,400 11.82%) 대표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4)’에서 “현재 파킨슨병을 진단 받으면 약물 치료를 받지만, 증상을 완화하는 정도에 그친다”며 “줄기세포 기반 치료제가 더 나은 옵션이 될 것”이라 말했다. 올해 HIF 2024는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파킨슨병은 중뇌 복측 지역의 도파민 세포와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다. 중뇌 복측 지역의 도파민 세포가 사멸되면 도파민이 부족해지고, 결과적으로 파킨슨병이 나타난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중뇌 복측 도파민 세포를 뇌에 이식하면 파킨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이를 기반으로 수정란의 원시세포인 배아줄기세포를 중뇌 복측 특이적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로 분화시켜 뇌에 이식하는 치료법을 개발했다. 특히 기존 배아줄기세포 기반의 파킨슨병 치료법과 달리 단 4개의 저분자 화합물을 사용해 신경전구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다.

강 대표는 “개발한 도파민 신경전구세포 ‘TED-A9′은 순도가 높으면서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고, 주요 마커(생체지표)의 발현율은 99% 이상으로 지금까지 보고된 중뇌 복측 도파민 세포 중 가장 높다”며 “동물실험을 통해 이식한 전구세포가 뇌에 정착하고 도파민 흡수를 높이는 신경세포로 성숙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TED-A9의 효과는 소동물, 대동물에서 확인됐다. 강 대표는 “시궁쥐(rat)에 이식한 신경전구세포가 뇌에 생착해 도파민 활성 기능을 높였다”며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소형 원숭이 6마리에 TED-A9을 투여해 확인한 결과, 7~8주 차부터 급격히 증상이 개선되고 결론적으로는 정상 패턴으로 돌아왔다. 대형 원숭이도 3주부터 개선되기 시작해 6주째부터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부터는 아시아 최초로 국내 파킨슨병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임상 1·2a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총 임상시험 관찰 기간은 2년으로, 정기적으로 유효성 지표를 살펴보고 있다.

강 대표는 “1년이 지난 시점에 환자의 증상을 평가한 결과, 부작용이 없고 증상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저용량(세포 수 315만개)에 이어 고용량(630만개)으로 이식 수술한 환자도 운동 기능 개선 효과를 보였다. 고용량의 경우 환자 상태를 약 9년 되돌린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개발됐고 앞으로 나올 어떤 약도 파킨슨병 진행을 되돌린 사례는 없다”며 “불가능해 보였던 파킨슨병 완치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치료제가 없는 파킨슨병 환자에게 새로운 옵션, 근본적인 치료제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IF 2024

= 홍아름, 이병철 기자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빈준길 뉴로핏 대표, 알츠하이머병 AI 진단 소개

빈준길 뉴로핏 대표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에서 '알츠하이머 치료 격변 시대의 AI 뇌영상 기술'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조선비즈
빈준길 뉴로핏 대표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에서 '알츠하이머 치료 격변 시대의 AI 뇌영상 기술'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조선비즈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켐비와 키썬라가 나오면서 치매와의 전쟁에서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치료제가 제대로 쓰이기 위해서는 목표물인 아밀로이드 베타 덩어리가 뇌의 어디에 쌓여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아무리 성능 좋은 미사일을 개발해도 적군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는 관측 기술이 받쳐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것과 마찬가지다.

뉴로핏은 인공지능(AI)으로 뇌 질환 영상을 해독해 알츠하이머병의 병변을 찾아내고, 치료제의 부작용을 추적·분석하는 기업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나오면서 이런 AI 기술의 중요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빈준길 뉴로핏 대표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 격변 시대의 AI 뇌영상 기술’을 주제로 강연을 하며 “치매 진단과 치료에서 격변이 일어나면서 이제는 육안 판독으로는 영상 판독을 수행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뉴로핏은 뇌의 자기공명영상(MRI)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영상을 분석해 알츠하이머병의 진단부터 치료제 사용의 모든 과정을 추적한다. 빈 대표는 “알츠하이머병은 뇌 인지기능이 손상되기 10~15년 전부터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고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라며 “뇌의 해마에서 위축이 시작되기 전에 MRI 검사로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의 육안 판독으로는 MRI 영상에서 환자의 뇌에서 비정상적인 위축이 시작됐는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빈 대표는 AI 기술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기술을 활용해 주요 뇌 영역의 부피를 측정해 동일 연령, 성별과 비교해 정상인 지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며 “MRI 촬영 단계부터 비정상적인 위축이 시작됐다는 걸 발견하면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 확진 검사에 쓰이는 PET 영상도 AI를 활용해 판도 정확도와 시간을 줄였다. 빈 대표는 “PET 영상을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인 걸 판단하는데 기존의 정량 분석으로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이 과정을 AI로 초고속화, 자동화하면 8시간 걸리던 판독 시간을 10분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뉴로핏의 판독 기술은 양성 판독률이 94%, 음성 판독률이 97.7%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까지 받았다.

AI를 이용한 영상 분석 기술은 실제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치료제 투약 중에 뇌출혈과 뇌부종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 미 식품의약국(FDA)은 치료제 투약 시 1년 6개월 동안 5회에 걸쳐 뇌 영상분석을 하도록 하고 있다. 빈 대표는 “영상 분석은 이미 수요가 포화 상태여서 육안 판독으로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AI 기술로 뇌 부종이나 출혈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빈 대표는 “사람마다 뇌의 크기나 비율이 달라서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며 “뉴로핏은 어떤 식으로 환자를 자극해야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소프트웨어도 출시했다”고 말했다.

#HIF 2024

= 이종현, 이병철 기자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윤승용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교수

윤승용 아델 대표 겸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의 강연자로 나서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 ‘ADEL-T01’을 소개했다./조선비즈
윤승용 아델 대표 겸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의 강연자로 나서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 ‘ADEL-T01’을 소개했다./조선비즈

뇌에서 변이가 일어난 타우 단백질만 공격하는 항체 치료제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정복할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타우 중 크기가 더 큰 타우를 목표로 해 치료 확률을 높인 것이다. 항체 치료가 효과가 있는 타우 단백질의 부위도 밝혀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커졌다.

윤승용 아델 대표 겸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의 강연자로 나서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 ‘ADEL-T01′을 소개했다. 아델은 윤 교수가 2016년 창업한 바이오기업으로, 타우 단백질을 겨냥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를 개발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 쌓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단백질은 원래 신경세포를 보호하거나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원래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뇌에 쌓이면 신경세포에 손상을 주고 인지 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 현재 개발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와 키썬라(도나네맙)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뭉치지 않도록 하는 원리지만, 뇌출혈·뇌부종 같은 부작용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윤 교수는 두 단백질을 무력화하는 항체 치료제에 주목했다. 그는 “오랫동안 여러 연구자와 제약업계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를 주요 범인으로 지목하고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며 “특히 두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들이 개발됐지만, 안타깝게도 계속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항체 치료제가 먼저 공략한 것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다. 윤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는 그동안 많은 항체 실험이 실패했는데, 오른쪽 말단과 가운데 부분은 굉장히 뭉쳐있어 항체가 접근하기 어려웠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며 “반면 왼쪽 말단은 비교적 접근하기가 용이하다는 생물학적 유추가 가능한데, 가장 끝은 아미노산이 절편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았다”고 말했다.

아델이 아밀로이드 베타가 아닌 타우를 선택한 건 단백질 크키가 더 크기 때문이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은 아미노산 42개, 타우는 아미노산 441개로 구성됐다. 다만 타우는 아미노산 절편이 더 많아 구조가 복잡하다. 타우 단백질이 알츠하이머 치매에 어떤 병리적인 특징이 무엇인지 먼저 밝혀야 했다. 아델은 타우 단백질 관련 병증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아세틸화된 타우 단백질의 아미노산 ‘라이신 280′을 공략하기로 했다.

윤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치료하려 했던 레카네맙이나 도나네맙, 아두카누맙처럼 타우 단백질도 항체로 접근할 수 있다”며 “타우는 훨씬 큰 단백질인 만큼 아밀로이드 베타보다 넓은 부분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변형 부위를 표적으로 해 치료제가 높은 효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HIF 2024

= 송복규, 이정아 기자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 전자약 성과 소개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HIF 2024)’에 강연자로 나서 '우울증 치료에서 장애 극복까지'를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조선비즈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HIF 2024)’에 강연자로 나서 '우울증 치료에서 장애 극복까지'를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조선비즈

“전자약은 아직 치료 분야에서의 성공 사례는 적지만,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재택 치료가 가능한 우울증 치료 전자약이 상용화됐다. 전자약은 기존 의약품이 갖지 못하는 새로운 의료기기로서 기회가 분명히 있다.”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HIF 2024)’에 강연자로 나서 “9년간 인허가 과정을 거쳐 재택 치료가 가능한 우울증 치료 전자약인 마인드스팀이 세계 최초로 세상에 나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와이브레인은 이 대표를 비롯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의 젊은 공학자들이 2013년 창업한 전자약 개발 기업이다. 마인드스팀은 이 회사가 개발한 대표적인 전자약이다. 헤드셋을 통해 미세전류를 흘려보내면 뇌 전전두엽을 활성화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식의 우울증 치료 전자약이다. 지난해부터 의료 현장에서 비급여로 처방돼 지난 10월 기준 9만건이 넘는 누적 처방 수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두엽이 감정을 억제하는데, 우울증 환자는 이 기능이 비정상적”이라며 “해당 부위를 전자약을 통해 반복적으로 자극하면 난치성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우울제는 1차 치료 반응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85%가 치료 중단 또는 관리의 어려움을 겪는 한계가 있다. 와이브레인은 다기관 임상시험에서 중증 우울증 환자에 대한 항우울제와 전자약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안정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이미 환자의 재택 임상시험이 성공한 제품도 있다. 이마에 패치를 붙여 전기 자극으로 편두통을 치료하는 전자약인 두팡이다. 회사는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해주는 510k 승인을 받았다.

이 대표는 전자약이 약물을 비롯한 기존 치료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약물은 전신에 퍼져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데다, 1~3상의 임상시험 기간이 긴 반면 전자약은 부작용 우려가 낮고 개발 기간이 짧다”며 “아주 미세한 전류로 뇌 활동 빈도를 높이고, 다양한 뇌 영역 활동을 바꿔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브레인은 우울증과 편두통을 넘어 경도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치료를 위한 전자약도 개발 중이다. 경도 치매는 업계 최초로 확증 임상시험을 완료했고, 데이터 분석을 거쳐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경도인지장애 전자약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최근 확증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임상시험 실패와 인허가 과정 장기화로 여러 번 파산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종근당(95,000원 ▲ 1,000 1.06%), 환인제약(12,280원 ▲ 80 0.66%) 등 국내 주요 제약사와 협업하고 규제기관이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시장 진입에 성공해 위기를 극복했다고 했다.

그는 “사업화를 하고 보니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시장에 들어가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며 “특히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 치료는 인식 전환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여러 캠페인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와이브레인은 정신질환 환자들의 진료비를 지원하고 학회 행사에 참여하는 등 정신과 치료의 접근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HIF 2024

= 염현아, 송복규 기자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최형진 서울대 의대 교수 특별강연

최형진 서울대 의대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에서 뇌과학 기반 비만 및 대사질환 극복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가졌다./조선비즈
최형진 서울대 의대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에서 뇌과학 기반 비만 및 대사질환 극복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가졌다./조선비즈

최형진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전 세계에서 열풍을 일으킨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원리를 밝혀낸 과학자다. 원래 당뇨 치료제로 개발된 위고비는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식으로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하게 어떤 원리로 이런 효과가 나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 교수는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 연구진과 함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이 위고비의 비밀이라는 걸 밝혀냈다.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을 모방한 물질이다. 그는 GLP-1 유사체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신경세포를 조절해 음식을 보기만 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6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고,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최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에서 뇌과학 기반 비만 및 대사질환 극복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가졌다.

최 교수는 먹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기본적인 갈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인이 비만이 되는 이유 중에 유전자 돌연변이는 100만명 중 1명 꼴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어렸을 때의 환경과 식습관, 쾌락적 중독이 원인”이라며 “과식을 유발하는 중독 회로가 작동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쾌락적으로 과식하는데, 이른바 행복한 돼지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런 비만 상태를 1단계로 분류했다. 2단계 비만은 스트레스 같은 요인에 의해 강박적 과식을 하는 상태다. 최 교수는 “같은 유전자와 뇌를 갖고 있어도 구석기 시대에 태어났다면 살이 안 쪘겠지만, 현대 사회는 배달 음식을 비롯해 손 쉽게 음식을 손에 넣을 방법이 많고 스트레스도 많다 보니 홍수처럼 체중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GLP-1에 기반한 비만 치료제가 인류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 때 식욕을 조절하는 비만 치료제가 자살 같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제약업계의 외면을 받은 적이 있는데,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GLP-1 유사체가 사망률을 19% 감소시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GLP-1 유사체 주사를 맞으면 음식을 삼키기 전부터 인지적 배부름이 높아졌다”며 “GLP-1 외에도 GIP(위 억제 펩타이드)나 글루카곤 같은 다른 호르몬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3년 정도 대학병원 내분비과에서 당뇨 환자를 봤지만 치료에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그러다가 10년 전 음식 중독 연구에 매진해서 근본 원인을 찾는 게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의사과학자로 진로를 바꿨다.

최 교수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전자약과 디지털 치료제와 병용하면 치료 효과가 더 좋아진다고 밝혔다. 그는 “나쁜 생활 습관은 스마트폰의 디지털 치료제로 적절한 코칭을 받으면 개선할 수 있고, 전자약인 전두엽 자기적 치료법을 사용해도 음식 사진을 봐도 혈류량이 늘어나지 않는 것도 확인했다”며 “개인의 성향에 맞춰 세 가지 방법을 종합해 치료법을 제시하는 게 미래의 헬스케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IF 2024

= 이종현, 염현아 기자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황선관 SK바이오팜 최고기술책임자

황선관 SK바이오팜 신약 연구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서 '신경과학의 새로운 길을 열다-혁신적 뇌전증 치료제의 여정'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황선관 SK바이오팜 신약 연구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서 '신경과학의 새로운 길을 열다-혁신적 뇌전증 치료제의 여정'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SK바이오팜(95,400원 ▼ 2,200 -2.25%)은 자체 개발한 뇌전증 치료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 단계로 인공지능(AI), 디지털 치료제,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뇌파 측정기 등을 추가해 예방·진단·치료·관리를 아우르는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을 모색 중이어서 주목된다.

황선관 SK바이오팜 신약연구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네 번째 기조 강연을 통해 “뇌전증 대응은 치료 영역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SK바이오팜은 단순히 치료제만 파는 게 아니라 좀 더 나아가 보려고 한다”며 헬스케어 전주기를 아우르는 서비스 사업 확장 가능성을 밝혔다.

황 CTO는 “예방과 진단, 치료, 관리 등 환자의 여정에서 해법을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했다. 한 예로 당뇨 환자가 쓰는 연속혈당측정기 활용을 들었다. 과거처럼 환자가 피를 뽑아 혈당을 측정하지 않고 몸에 부착한 센서가 알아서 계속 혈당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그는 “연속혈당측정기가 나오면서 환자가 갑자기 고혈당, 저혈당을 보여 병원을 가는 일을 크게 줄였다”며 “ 예방, 진단을 돕는 웨어러블 뇌파 측정기가 뇌전증 치료약 엑스코프리와 결합하고, 여기에 AI가 들어가 좀 더 새로운 시장을 여는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AI 서밋(SUMMIT) 2024′에서 대화형 AI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그렉 브로크만 회장에게 실시간 뇌파 분석을 통해 뇌전증 발작을 감지하는 AI 플랫폼 디바이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회사가 개발 중인 뇌전증 환자 관리 플랫폼은 모바일 앱(app·응용프로그램), 스마트워치, AI 기반 발작 예측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황 CTO는 “앞으로는 환자가 움직이는 게 아닌, 의료 생태계가 환자를 찾아 움직여야 한다”며 “모바일을 기반으로 뇌전증 환자의 증상을 확인, 관리하고 온라인 약국인 아마존 파머시에서 약을 받는 것까지 이어지는 세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엑스코프리의 성공 비결도 청중의 관심을 모았다. 한국 기업 처음으로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판매 허가 신청(NDA)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지난 2020년 2분기 엑스코프리를 미국 시장에 처음 발매해 현지에서 직접 판매를 하고 있다. 엑스코프리의 2023년 미국 전체 매출은 2708억원으로, 전년 대비 60.1%, 금액으로는 1000억원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미국 매출액은 3094억원을 기록했다.

황 CTO는 “엑스코프리는 초격차 전략으로 말할 수 있다”며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고, 빅파마와 싸울 때 뾰족하게 가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그 결과가 뇌전증에 선택과 집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뇌전증 시장은 작지 않고,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대할 수 있다”면서 “엑스코프리가 연매출 10억달러를 넘는 블록버스터급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방사성 물질을 전달 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방사성 의약품(RPT, Radiopharmaceutical Therapy) 기술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황 CTO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고, 미국 바이오 연구소에 이어 홍콩 바이오 기업까지 인수했다”고 말했다. 올해 SK바이오팜은 홍콩 제약사 풀라이프테크놀로지와 5억7150만달러(약 7921억원) 규모로 방사성 의약품 후보물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HIF 2024

= 허지윤, 염현아 기자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허준렬 미 하버드대 의대 면역학과 교수

허준렬 미국 하버드대 의대 면역학과 교수가 21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2회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조선비즈
허준렬 미국 하버드대 의대 면역학과 교수가 21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2회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조선비즈

“학계에서는 면역학과 신경학이 따로 발전했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는 두 시스템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신경면역계는 앞으로 뇌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강력한 열쇠가 될 것이다.”

허준렬 미국 하버드대 의대 면역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2회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 행사는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허준렬 교수는 신경계와 면역계를 연결 짓는 신경면역학 분야의 세계적인 의사과학자다. 신경면역학은 건강할 때와 질병이 있을 때 신경계와 면역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쉽게 말해 면역계가 뇌에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뇌 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면역계는 우리 몸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침입하면 이를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 이때 열이 나거나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허준렬 교수에 따르면 면역계는 병원체를 물리치는 것뿐 아니라 뇌 기능을 조절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는 몸이 안 좋을 때 아무리 좋은 미팅이라도 나가기 싫어지고 사람들을 만나기 싫어지는 것을 예로 들었다.

면역계는 병원체의 정체를 알기 전부터 사이토카인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한다. 원래 병원체를 공격한다고 알려졌는데, 뇌에서 사회성을 전담하는 영역의 활성도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이러한 신경면역계 활동이 망가지면 우울증이나 치매 같은 현대인이 겪는 뇌 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학계는 면역세포가 어떻게 뇌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었다.

허 교수는 “처음에 (신경면역학을 연구하는) 연구실을 열고 면역계가 뇌 기능이나 발달에 중요하다고 설명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요즘은 신경면역학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핫한 분야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조강연을 통해 허 교수는 신경면역학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전체 인구의 약 3% 정도가 겪는데, 대개 언어 능력과 학습능력, 사회성이 떨어지고 반복행동을 보인다.

최근 허 교수팀과 글로리아 최 미국 매사추세츠대(MIT) 교수 공동연구팀이 2152명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들 중 17%가 아파서 열이 날 때 자폐 증상이 호전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열이 날 때마다 건강한 아이처럼 말을 하거나 반복행동이 줄어드는 것이다.

허 교수는 “자폐 증상이 나아지는 현상은 열 자체가 아니라 면역계가 활동한 결과 중 하나”라며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인터류킨17(IL17)이 바로 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게 만든 마우스모델을 이용해 이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다른 쥐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하고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자폐 쥐에게 IL17를 주입하자, 이러한 자폐 증상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면역세포가 굳이 뇌 안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이러한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도 밝혀냈다. 연구결과, 뇌와 뼈 사이 뇌척수막에는 IL17를 분비하는 면역세포가 풍부했다. IL17은 뇌 안으로 들어가 뉴런(뇌세포)의 수용체에 붙었다. 즉, 뇌 밖에서 면역세포가 분비한 IL17가 뇌 안으로 들어가 뇌 기능을 조절하는 셈이다.

허 교수는 “자폐 뿐 아니라 치매, 우울증, 파킨슨병,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루게릭병) 등 다른 뇌 질환에 대해서도 사이토카인의 역할이나 수용체를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이들 연구 결과를 통해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신경면역계는 뇌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강력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HIF 2024

= 이정아, 홍아름 기자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치매 연구 석학, 케이 조 영국 KCL 교수

케이 조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뇌과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의 기조연사로 나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조선비즈
케이 조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뇌과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의 기조연사로 나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조선비즈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게 고령화 사회입니다. 고령화 문제는 결국 치매와 알츠하이머, 퇴행성 질환과 연결되면서 사회적 비용 부담과 관련이 있습니다. 2000년까지는 성인 3.9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사회였는데, 2025년에는 2.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치매 연구 석학인 케이 조(Kei Cho)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KCL) 뇌과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의 첫 번째 기조연사로 나서서 알츠하이머와 관련한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케이 조 교수는 영국 브리스톨대, 킹스칼리지 런던 등에서 15년 동안 치매 분야를 연구한 세계적 석학이다. 2011년 영국왕립학회로부터 울프슨 연구 공로상(Wolfson Research Merit Award)을 동양인 최초로 수상했고, 2013년에는 한국-영국 신경과학 컨소시엄을 공동 설립해 현재 영국 치매연구소(DRI)에서 알츠하이머 병의 신경세포 간 연결(시냅스)의 약화에 대한 연구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영국, 일본의 제약사와 함께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도 진행 중이다.

케이 조 교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면서 알츠하이머 연구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일일이 논문을 검색하는 게 아니라 AI를 통해 휴먼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정보 수집 및 분석)을 진행했고, 병리적 현상의 시작은 신경세포 연결부인 시냅스의 기능 저하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에 대한 새로운 지식도 얻게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Aβ)와 타우 단백질이 신경세포에 쌓여 이상 현상이 발병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두 단백질이 엉겨 붙으면서 독성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케이 조 교수는 “실제로 타우를 관찰해보니 자극을 주면 ‘PHF 단백질’이 반응하고 자극을 주지 않으면 반응하지 않았다”며 “타우 단백질과 소통하는 시냅스가 병이 발생하는 원인이 될 것으로 보고 추가 연구를 했고, 시냅스가 약화되는 게 타우가 많이 붙게 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케이 조 교수는 타우 단백질이 시냅스에 붙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펩타이드(단백질 조각)의 존재를 발견하고, 지금은 저분자 등을 이용한 추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항체를 개발하고 있는데 저분자이고, 안전하다. 바이오마커(생체지표) 타깃도 돼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일본 제약사와 합작해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 조 교수는 “영국의 경우 치료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 미리 예방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며 “치매와 알츠하이머에 맞서기 위해 한국과 영국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HIF 2024
= 이종현, 염현아 기자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조선비즈·보건산업진흥원 공동 주최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 주제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를 조망하는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이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막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이번 포럼은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조선비즈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를 조망하는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이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막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이번 포럼은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조선비즈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를 조망하는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이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막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이번 포럼의 주제는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다. 현재 국내 치매 환자 수는 100만명에 육박했다. 고령화 추세로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치매, 파킨슨병뿐 아니라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우울증, 불면증, 비만, 섭식장애 등을 해결할 열쇠도 신경과학에 달려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는 강연과 오픈토크 등 프로그램을 통해 인공지능(AI),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 혁신적인 기술과 신경 면역, 신경 재활 분야의 주요 연구 성과를 조명하고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도전 과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안상훈 의원, 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장, 김어수 세브란스병원 연구부원장,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 이영신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부회장,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홍준호 지아이노베이션 대표, 한용해 HLB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 장평주 GC부사장, 김범성 셀트리온 상무, 조재민 한국릴리 부사장 상무, 김주현 한국로슈 전무이사, 한정현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사업개발 및 라이선싱(BD&L) 헤드, 박소라 재생의료진흥재단 원장, 윤영미 대한약사회 수석 등 국회와 정부, 산업계,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이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막했다. 김영수 조선비즈 대표이사가 이날 개회사를 하고 있다. /조선비즈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이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막했다. 김영수 조선비즈 대표이사가 이날 개회사를 하고 있다. /조선비즈

김영수 조선비즈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와 파킨슨병같이 노년층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는 신경질환이 늘고 있다”며 “이번 포럼은 신경과학으로 이런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부작용 없이 치료할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포럼이 ‘뇌’라는 블랙박스를 해독하고 한국 헬스케어 산업이 도약할 길을 찾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영상을 통해 “뇌와 신경은 들여다보기 쉽지 않은 만큼 관련 연구·기술개발 난도가 높아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정부는 2020년에 출범한 치매 극복 연구개발 사업단을 통해 9년간 1694억원을 투자해 치매 예방·진단·치료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작년부터 뇌졸중, 파킨슨병 등 주요 신경계 질환 극복을 위한 임상적 의료 기술 연구에 5년간 36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뇌수술을 비롯한 주요 질환에 대한 실습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진이 가상 환경에서 다양하게 수술을 연습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 의료가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증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이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조선비즈
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이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조선비즈

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우리 기업들도 신경과학의 혁신에 동참하고 있다”며 “뇌전증 혁신 신약 개발과 알츠하이머병 진단 인공지능 등에서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원장은 “보건산업진흥원도 신경과학 혁신의 글로벌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우리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오늘 포럼이 신경과학 기술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귀중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은 이번 포럼에 대해 “신경과학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고, 뇌 질환 극복의 도전과 기회를 탐색하며,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가져올 윤리적·규제적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장”이라고 호평했다. 왕 원장은 “한림원은 의학 발전과 국민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신경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연구의 발전을 지원하고,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기술 개발을 촉진하며, 연구자와 산업계, 그리고 정책 결정자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이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조선비즈
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이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조선비즈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고령화 문제를 재정만으로는 풀 수 없다”며 “결국은 과학기술,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서 여러 미래를 위한 해결책이 나와야지 세금을 아끼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 기업이 함께 큰 기술 혁신에 빨리 올라타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축전을 통해 “국민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애쓰는 많은 분의 아이디어가 모여 보다 나은 국민 건강, 국민 삶의 질 향상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포럼이 개최해 진심으로 감사하고 축하한다”고 말했다.

#2024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 허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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