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스위스 만능칼’처럼 많은 일을 할 수는 있지만 전지전능하지는 않다. 각 기업은 산업 특성에 맞는 AI를 활용해야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화영 LG AI연구원 상무는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23′에서 “2017년 알파고가 국내에 커다란 충격을 가져다 준 이후 많은 기업들이 AI 도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면서도 “그러나 기업들은 ‘AI를 통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지’를 고민할 뿐 ‘어떤 AI를 도입해야 할 지’는 크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AI는 활용도가 높지만 모든 작업을 다 수행할 수 없을 뿐더러 할루시네이션(허위 정보 생성) 등 분명한 한계점도 있다”면서 “AI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 특화된 모델을 개발해 작업의 정확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LG AI 연구원은 산업별로 특화된 AI 플랫폼을 개발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상무는 올해 AI 모델인 ‘엑사원 2.0′을 제시했다. 엑사원은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초거대 AI다. 최신 모델인 엑사원 2.0은 특허, 논문을 비롯한 약 4500만건의 전문 문헌과 3500만장의 사진을 학습해 2021년 모델에 비해 정확도가 대폭 늘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2.0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 마케팅용 문구 생성 등 한 분야에 특화된 AI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상무에 따르면 화학·바이오 분야 종사자들은 엑사원 2.0을 이용해 신소재·신약을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 상무는 “신약을 개발 중인 연구원이 핵심 물질을 찾기 위해서는 분자 구조를 설계하고 실험을 진행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며 “이 과정을 총 1만번 되풀이해야 핵심 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데, 3년 반에서 4년이 소요된다”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엑사원 2.0 플랫폼에 어떤 물질의 특성을 지속해서 학습시키면 신약 개발에 필요한 분자 구조를 스스로 생성해 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거의 4년이 걸리는 개발 기간을 4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 부품 계열사에도 엑사원 2.0 기반 플랫폼을 공급했다. 생산 공정에서 불량품을 쉽게 잡아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 상무는 “정상 제품의 데이터를 AI에 지속해서 학습시키면 나중에는 공정에서 불량품을 스스로 잡아낼 수 있게 된다”며 “반도체 불량을 일으키는 이물질 등 사람 눈으로 보기 힘든 결함 요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계열사의 고객 민원 응대에도 AI가 사용되고 있다. 이 상무는 “여러 민원을 학습한 AI를 통해 불편사항의 유형을 미리 파악하고 응대 가능한 상담원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대기 시간을 줄였다”며 “AI의 학습 규모를 키울수록 추가로 학습해야 할 데이터의 양도 점차 줄어드는 효과도 있어 활용도가 높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LG AI연구원은 미국 시장에 금융 특화 AI 플랫폼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상무는 “사람 대신 재무보고서를 파악하고 기업의 가치를 파악해 주가 동향까지 예측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라며 “내년 미국 시장에 ETF 상품 동향을 예측하는 AI 플랫폼을 도입할 방침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