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클라우드쇼 2023’ 패널토론
인공지능(AI) 발전이 사회에 부정적 부분도 분명 있지만, 발전을 늦추거나 멈추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역사적으로 모든 혁신적 기술은 리스크를 수용하면서 발전했습니다.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23′ 패널토론에서는 ‘AI 발전’이 인류와 사회에 줄 영향에 대한 의견들이 나왔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AI 석학 제리 카플란 박사, 마르코 파보네 스탠퍼드대 항공우주공학과 부교수 겸 엔비디아 특훈과학자, 에릭 앨리슨 조비에비에이션 제품 책임자(부사장)는 “AI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토론 좌장을 맡은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AI가 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지,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정반대 의견이 있다”면서 운을 띄었다.
카플란 박사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문제점과 걱정 때문에 발전을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 예로 자동차가 개발되고 많은 교통사고가 났지만 적절한 규제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발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의 경우 아직 어느 부분을 규제할건지 명확하지 않는데 앞으로 몇년 후면 제대로 된 규제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앨리슨 부사장도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혁신적 도구와 기술이 나올 때마다 나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항상 반복됐던 문제로 AI도 마찬가지”라며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도 기수가 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인류는 빠르게 적응했다”고 말했다.
이에 백 대표는 “특히 사람들은 AI의 일자리 대체를 우려하고 있다”고 물었다. 이에 파보네 교수는 “물론 사람의 일자리가 AI로 인해 어느 정도 대체되는데 특히 사무직 일자리가 위협받을 것”이라며 “하지만 새로운 강력한 기술이 나올 때마다 항상 다른 일자리는 생겨났고,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미래에는 운전기사, 통역사 등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는데 실직되는 사람들의 재교육을 위해 각 국 정부 차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앨리슨 부사장은 “AI로 인해 생산성이 증가하면 경제 파이가 커질 것이고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인류 사회는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빠르게 적응했고 급진적 변화도 견뎠다”고 말했다. 카플란 교수도 “자동화의 역사를 보면 마차를 끄는 마부가 사라졌고, 채찍 만드는 사람들도 없어졌지만, 그 뒤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고 크게 우려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백 대표는 생성형 AI가 잘못된 답변과 결과를 내놓는 환각현상(할루시네이션)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그는 “생성형 AI가 환각 현상을 해결하지 않고 신뢰성 있는 서비스로 자리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카플란 교수는 “개인적인 전망으로는 생성형 AI의 환각 현상은 앞으로 2~3년 안에 해결될 것”이라며 “그 전까지 여러 생성형 AI 서비스들은 확답이 아닌 다양한 뉘앙스의 답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파보네 교수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환각 문제도 빠른 시일 내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자율주행 분야에 LLM(초거대언어모델) 기반 AI를 적용했을 때 환각 현상이 발생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개선되고 있고, 많은 연구와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앨리슨 부사장은 UAM(도심항공교통)에 자율주행 AI가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앨리슨 부사장은 “항공기체는 안전이 가장 중요한데 언젠가 이뤄질 AI 자율주행 비행을 위해서는 항공 관련 규정들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청중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카플란 박사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로 학생들의 사고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해 “과거에도 학교에서 학생들이 계산기를 사용하면 사칙연산을 못하게 되고 지능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한 적이 있었다”면서 “고대, 중세에는 승마 기술이 중요했는데 현재는 아닌 것처럼 사회적으로 필요한 기술은 계속 바뀌는 것”이라고 답했다.
앨리슨 부사장은 ‘한국에서 조비에비에이션의 UAM 상용화 시점’에 대한 질문을 받고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범 운영 중이고 점점 확대하고 있다”며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어 2025년이면 주요 도시에서 조비에비에이션의 UAM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파보네 교수는 ‘여러 자동차 회사들이 각자 다른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사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각 회사의 알고리즘마다 경쟁이 이뤄질 것인데 사회적으로 이를 실험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은 ‘스위스 만능칼’처럼 많은 일을 할 수는 있지만 전지전능하지는 않다. 각 기업은 산업 특성에 맞는 AI를 활용해야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화영 LG AI연구원 상무는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23′에서 “2017년 알파고가 국내에 커다란 충격을 가져다 준 이후 많은 기업들이 AI 도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면서도 “그러나 기업들은 ‘AI를 통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지’를 고민할 뿐 ‘어떤 AI를 도입해야 할 지’는 크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AI는 활용도가 높지만 모든 작업을 다 수행할 수 없을 뿐더러 할루시네이션(허위 정보 생성) 등 분명한 한계점도 있다”면서 “AI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 특화된 모델을 개발해 작업의 정확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LG AI 연구원은 산업별로 특화된 AI 플랫폼을 개발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상무는 올해 AI 모델인 ‘엑사원 2.0′을 제시했다. 엑사원은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초거대 AI다. 최신 모델인 엑사원 2.0은 특허, 논문을 비롯한 약 4500만건의 전문 문헌과 3500만장의 사진을 학습해 2021년 모델에 비해 정확도가 대폭 늘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2.0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 마케팅용 문구 생성 등 한 분야에 특화된 AI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상무에 따르면 화학·바이오 분야 종사자들은 엑사원 2.0을 이용해 신소재·신약을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 상무는 “신약을 개발 중인 연구원이 핵심 물질을 찾기 위해서는 분자 구조를 설계하고 실험을 진행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며 “이 과정을 총 1만번 되풀이해야 핵심 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데, 3년 반에서 4년이 소요된다”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엑사원 2.0 플랫폼에 어떤 물질의 특성을 지속해서 학습시키면 신약 개발에 필요한 분자 구조를 스스로 생성해 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거의 4년이 걸리는 개발 기간을 4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 부품 계열사에도 엑사원 2.0 기반 플랫폼을 공급했다. 생산 공정에서 불량품을 쉽게 잡아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 상무는 “정상 제품의 데이터를 AI에 지속해서 학습시키면 나중에는 공정에서 불량품을 스스로 잡아낼 수 있게 된다”며 “반도체 불량을 일으키는 이물질 등 사람 눈으로 보기 힘든 결함 요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계열사의 고객 민원 응대에도 AI가 사용되고 있다. 이 상무는 “여러 민원을 학습한 AI를 통해 불편사항의 유형을 미리 파악하고 응대 가능한 상담원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대기 시간을 줄였다”며 “AI의 학습 규모를 키울수록 추가로 학습해야 할 데이터의 양도 점차 줄어드는 효과도 있어 활용도가 높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LG AI연구원은 미국 시장에 금융 특화 AI 플랫폼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상무는 “사람 대신 재무보고서를 파악하고 기업의 가치를 파악해 주가 동향까지 예측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라며 “내년 미국 시장에 ETF 상품 동향을 예측하는 AI 플랫폼을 도입할 방침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