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태양광 기업들이 앞다퉈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해 세계 태양광 발전단지 건설 규모가 60기가와트(GW)에 근접하거나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원자력 발전소 건립 규모보다 3배 이상 많은 양이다.

2017년에 태양광의 그리드패리티(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와 기존 화석 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가 올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태양광에 대한 기업의 R&D 투자가 늘고 있다.

제주도에 설치돼 운영 중인 일반사업자의 태양광발전단지.

2017년은 그리드패리티 변곡점?...태양광 R&D 투자 늘리는 기업들

‘에너지혁명 2030’ 저자 토니세바는 지난 8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6 미래에너지포럼'에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태양광 시장은 매년 41%씩 성장했다”며 “기술의 발전으로 가격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얻고 있는 가운데, 2017년에는 태양광 에너지 생산 단가가 기존 에너지 생산 단가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현 OCI 사장도 지난 13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올해 태양광 설치 규모가 원자력 발전의 3배, 석탄발전의 1.5배 규모인 60GW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시장이 이만큼 커졌다는 것 자체가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지금 태양광 산업의 문제는 기존 전력망과 전력 계통이 (에너지 변동성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과 보급을 위한 에너지 산업 정책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글로벌 태양광업체들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빅데이터 등에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태양광 업체 R&D 규모.

중국의 메이저 태양전지 모듈 제조업체인 잉리그린 에너지(Yingli Green Energy)는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매출의 4%인 6380만달러를 썼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4830만달러를 사용해 세계 태양광 모듈 업체로는 두 번째로 많은 규모를 투자했다. 트리나솔라(3410만달러), JA솔라(2300만달러), 징코솔라(2220만달러) 등 중국업체의 투자도 뒤따랐다.

작년 초 독일 큐셀과 한화솔루원을 합병한 한화큐셀은 2014년(1380만달러)에 비해 R&D 투자 규모가 3배 넘게 늘었다. 현재 독일의 연구소에만 200여명의 연구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단일 연구소로는 최대 규모다.

차문환 한화큐셀코리아 대표는 “태양광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종합적인 솔루션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태양광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태양광과 배터리 융복합 기술 개발, 셀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 분석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 판과 연결된 수력 펌프가 오스트레일리아의 농업 현장에 설치돼 있는 모습.

◆석유 메이저 기업도 탈()석유 몸부림...에너지신사업 투자 행렬 가속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를 비롯해 엑손모빌, 셸, BP, 토탈 등 세계 석유 메이저 기업들도 탈석유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아람코를 이끄는 무함마드 빈 살만 부왕세자는 아람코 주식을 상장하고, 이 자금을 바탕으로 석유 없는 경제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장기 경제 개혁 정책을 지난 4월 발표했다. ‘비전 2030’이라고 명명된 이 전략은 저유가가 장기화 된 가운데, ‘석유 중독'을 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

유럽 최대 석유회사 셸은 지난해 영국 가스회사 BG그룹을 530억달러에 인수했다. 지난달엔 수소·바이오연료·풍력 사업을 전담하는 신에너지 사업부를 만들었다.

유럽 3위 석유회사인 토탈도 지난 5월 배터리 제조회사 샤프트를 11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토탈은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샤프트가 제조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모아놓았다가 공급하는 전력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 1위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위한 30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마련했다. BP는 '탈석유 전략'을 내세우고 대체에너지 사업부를 신설했다.

미국 GE는 지난달 사우디 정부와 항공·담수 사업에 10억달러, 에너지·해양 제조 시설에 4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사우디의 산업과 디지털 분야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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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와 기존 화석 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 최근 화석연료 고갈 문제와 대기오염 등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대량생산과 보급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이 생겨야하는데, 부품개발과 기술개발 등을 통해 생산원가가 낮아져 기존 화석에너지의 생산원가에 이르는 변곡점을 말한다. 국제유가가 상승할수록, 신재생에너지 관련 부품의 가격이 하락할수록 그리드패리티에 가깝게 도달할 수 있다.

“‘오너 3세’들 태양광 타고 날아 오를까?”’

국내 태양광 기업의 쌍두마차인 한화큐셀과 OCI가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오너 3세를 일선에 투입, 태양광 사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상무(좌)와 이수영 OCI회장의 장남 이우현 OCI 사장(우)

◆4년 만에 흑자 전환한 한화큐셀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 계열사인 한화큐셀은 그룹의 ‘골칫거리’였다. 2010년 8월 사업을 처음 시작한 이후 2014년까지 연속 적자였다. 신재생 에너지 붐을 타고 한 때 태양광이 이목을 끌었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태양광 사업에 너도나도 진출했던 대기업들은 하나 둘씩 사업을 정리했다. 한화그룹은 밀어붙였다. 2010년 그룹에 입사한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32)가 태양광 사업을 전담했다. 김승연 회장의 ‘뚝심’이 반영됐다.

김동관 상무는 한국화약그룹(현 한화그룹)의 창업자인 김종희 회장의 손자이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 중 장남이다.

김동관 한화큐셀 영업실장(상무)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미국 케이블TV 경제전문방송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김동관 상무는 세계적인 기업인들과 석학들이 모이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2013 영 글로벌 리더(Young Global Leader)’로도 선정된 그는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화는 태양광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태양광을 통해 인류의 미래에 이바지하겠다’는 김승연 회장의 철학에 따라 앞으로도 에너지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했다.

한줄기 빛은 4년 만에 찾아왔다.

11월 19일 한화큐셀은 “올 3분기에 매출액 4억2720만달러(4938억원), 당기순이익 5240만달러(606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태양광 사업을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의 실적이다.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낸 한화큐셀은 올 2월 한화솔라원과 합병한 후, 올해 2분기에 흑자전환을 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 매출액(1조8124억원)은 3분기에 작년 전체 매출(2조298억원)을 따라잡았다.

한화그룹은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 합병 후, 공장 이전과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말레이시아와 중국 생산 법인의 생산라인이 안정됐다. 고효율 셀(cell) 양산으로 제조 원가가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더 공격적으로 가고 있다. 12월 2일 태양광 신흥 시장으로 꼽히는 터키에 18.3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고 직접 운영까지 한다. 내년 3분기까지 터키 남서부 부르두르주에서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터키 태양광 발전소는 1,2단계로 나뉜다. 8.3MW의 발전소는 11월 30일 준공해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 나머지 10MW 규모의 2단계 태양광 발전소는 2016년 초 착공된다.

◆ OCI, 태양광 사업에 승부수

“지난 2~3년 동안 태양광과 열병합 발전 등 에너지솔루션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 내년부터 재무 상태가 개선될 것이다.”

이수영 회장의 장남 이우현 OCI 사장(47)은 지난 10월 28일 OCI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 사장은 이회림 동양제철화학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이수영 OCI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OCI는 ‘태양광 산업의 쌀’로 불리는 폴리실리콘 제조 분야의 세계 3대 기업이다. 현재 OCI의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3분기까지 OCI는 매출액 1조7771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806억원이었다. 글로벌 폴리실리콘 제품 가격 하락으로 원가 절감 노력에도 여전히 손실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OCI는 미래 에너지 사업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소재회사인 OCI머티리얼즈 지분(4816억원 규모)을 SK그룹에 팔았다. 태양광 사업을 더 확장하기 위한 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이다.

OCI 관계자는 “주력사업과 사업 연관성이 낮은 자산을 매각해 태양광산업, ESS(에너지저장장치)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노리겠다”고 말했다.

OCI는 해외 사업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2.5MW(메가와트)규모로 중국 자싱시 공업중심지에 분산형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설치, 중국 태양광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우현 OCI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중국 저장시 태양광발전소 준공식에 참석한 뒤 발전소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중국 한 나라의 에너지 수요가 OECD 국가 전체를 합친 수준이다. 중국과 인도의 에너지 수요 증가를 어떻게 감당할지 고민하고 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는 2040년 석탄과 가스, 원자력을 제치고 가장 큰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이우현 사장은 지난 6월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5 미래에너지포럼’에서 “태양광을 주축으로 한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투자할 때"라고 말했다.

OCI는 중국 전역에서 할 태양광 발전 사업을 총괄하는 현지 지주회사를 중국 자싱시에 설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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