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캐터링암센터 세포진료서비스부문장
9일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기조강연

이달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3)’에서 박재홍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캐터링암센터 세포진료서비스부문장은 지난 15년간 학계에 발표된 카티 치료제 연구 성과와 암, 특히 혈액암에서 효능이 뛰어나다는 점, 앞으로 카티 치료제 관련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조선비즈
이달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3)’에서 박재홍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캐터링암센터 세포진료서비스부문장은 지난 15년간 학계에 발표된 카티 치료제 연구 성과와 암, 특히 혈액암에서 효능이 뛰어나다는 점, 앞으로 카티 치료제 관련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조선비즈

“이것은 항체의 일부를 떼어내 T세포에 붙인 형태다. 바로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카티) 치료제에 ‘키메라’가 붙는 이유다. 이것을 개발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T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하는 능력이 달라서다. 카티 치료제는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장기간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이달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3)’에서 박재홍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캐터링암센터 세포진료서비스부문장은 최근 15년간 학계에 발표된 카티 치료제 연구 성과와 암, 특히 혈액암에서 효능이 뛰어나다는 점, 앞으로 카티 치료제 관련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서 박 부문장은 ‘카티 세포 엔지니어링: 암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 암세포만 표적으로 죽이는 킬러

카티 치료제가 암세포를 치료하는 원리./박재홍
카티 치료제가 암세포를 치료하는 원리./박재홍

카티 세포제는 한 마디로 주변의 건강한 조직은 건드리지 않고 암 조직만 표적으로 공격하는 치료제다. 면역세포인 T세포가 특정 암세포만 인지해 세포 사멸로 유도하는 면역작용을 이용한 것이다. T세포 표면에 나 있는 수용체가 암세포 표면에 나 있는 항원(단백질 조각)을 인지할 수 있다. T세포마다 어떤 수용체가 나 있느냐에 따라 인식하는 암세포가 달라진다. 즉, T세포마다 인식해 공격할 수 있는 암세포가 다르다.

박재홍 부문장은 “이 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하면 특정 암세포만 공격하는 카티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를 인위적으로 암세포에만 달라붙도록 유전적으로 엔지니어링한 다음, 다시 환자 몸속에 넣는다. 그러면 카티가 그 특정 암세포를 강력하게 공격해 없앤다.

그는 “카티 치료제를 만들려면 일단 어떤 암세포의 항원을 타깃으로 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문장은 “최근 상용화된 카티 치료제들이 주로 사용하는 항원은 혈액암 B세포에 나 있는 특이 단백질 조각인 CD19″라며 “대부분의 혈액암 표면에 나 있기 때문에 표적으로 삼기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카티 치료제 중에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 BMS의 브레얀지 등이 CD19를 표적으로 한다. 이중 예스카타는 지난해 매출 10억 달러를 넘기며 블록버스터 의약품 반열에 올랐다.

카티 치료제는 특히 백혈병 등 혈액암에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 전문가들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카티 치료제를 투여하고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40~50% 정도가 암세포가 줄어들고 생존율이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반면 골수 이식하는 경우에는 환자 중 50%가 수년 후 재발했다.

림프종 재발 환자를 대상으로 카티 치료제를 투여하는 실험에서도 카티 치료제의 효능이 뛰어났다. 기존 화학치료로는 재발 환자들에게 반응률이 7~8% 정도로 극히 낮았다. 하지만 CD19를 표적으로 하는 카티 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역시 재발 환자의 40~50%가 완치했다. 박 부문장은 “CD19를 표적으로 하는 카티 치료제는 한 번만 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난다”며 “특히 림프종 같은 난치암의 경우에는 다른 항암 치료법에 비해 효과가 뛰어나 암 치료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난치성 다발성 골수종은 B세포 표면에 나 있는 항원인 BCMA(B세포 성숙 항원)를 표적으로 하는 카티 세포 치료제를 투여한다. 반응률이 70~90%이나 될 만큼 뛰어나다. 박 부문장은 “카티 치료제를 투여하면 한 번에 완치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존하는 다른 항암 치료법에 비해 훨씬 효능이 뛰어나다”며 “지속적으로 재발률이 떨어진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 차세대 카티 치료제는 생산기간 짧은 기성품, 고형암에도 잘 들을 것

노바티스에서 개발해 시판한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킴리아(왼쪽)'와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오른쪽)'. 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만든 원리다./Novartis, Gilead
노바티스에서 개발해 시판한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킴리아(왼쪽)'와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오른쪽)'. 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만든 원리다./Novartis, Gilead

하지만 카티 치료제에도 아직 한계가 있다.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이유다. 먼저 카티 치료제는 혈액암 치료에는 뛰어나지만 고형암에서는 신경 독성이나 사이토카인 폭풍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박 부문장은 “카티 치료제가 혈액암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드러났다”며 “현재 고형암에 대해서도 여러 치료제를 개발해 임상시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형암 치료용으로 새로운 표적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며 “여러 연구진 임상시험에서 고형암 치료용으로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카티 치료제를 받는 환자 대부분이 암이 어느 정도 진행돼 위급한 상황인데, 환자로부터 T세포를 채취해 유전적 엔지니어링을 거쳐 대량생산 하기까지 10~14일 가량 걸린다는 점도 한계다. 박 부문장은 “이 시간을 단축하는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며 “하나의 사례로 건강한 사람의 T세포를 이용해 유전적으로 엔지니어링한 기성품 카티 치료제”를 들었다.

그는 “기성품 카티 치료제는 단기간 대량생산이 가능해 가격이 저렴하고 환자들의 접근성도 높일 수 있다”며 “상용화하려면 몸속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 헬스포럼

=이정아 기자

=홍아름 기자

MD앤더슨 암센터 출신 전문가 린다 친 애프리시티 창업자 기조연설
9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린다 친 아프리시티 헬스 창업자가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3)'에서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조선비즈
린다 친 아프리시티 헬스 창업자가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3)'에서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조선비즈

미국 암 전문가 린다 친 애프리시티 헬스(Apricity Health)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9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료 혁신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디지털 허브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친 CEO는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HIF)’에서 ‘정밀 암 치료와 신약 발굴’을 주제로 기조 강연했다.

친 CEO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의학과 접목해 활용한 주요 선도자 중 한 명이다. 미국 앨버트 아인슈타인의대를 졸업, 미국 다나 파버 암 연구소,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연구를 진행한 암 유전체 학자다. AI와 정밀의학을 결합한 회사인 애프리시티 헬스를 설립했다.

친 CEO는 “AI 자체보다 데이터가 중요하다”면서 “특히 데이터 생성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잘 분석하고 어디에,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 “AI를 활용한 유전체 분석, 신약 개발이 암 치료법을 발전시키면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인 정밀의료 시대를 열었으나 아직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AI와 유전체·생활·환경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항암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지만 치료제에 대한 내성과 저항성 문제로 암 정복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 CEO는 “이런 한계를 극복할 열쇠가 빅데이터와 기술의 활용, 전문가의 연구 개발에 달려있다”고 했다.

친 CEO는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아무리 차를 많이 생산해도 고속도로나 전기충전기, 충전소 등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냐”며 “무엇보다 AI와 데이터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을 활용한 정밀 의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의 ‘가상 암 센터’를 만들어 의료 현장에 활용한 경험도 공유했다. 친 CEO는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등 디지털 허브 인프라를 구축하면, 의료 현장에서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더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처방·대응할 수 있고 암 환자의 치료 반응과 증상을 제대로 추적·분석할 수 있으며, 적합한 치료제 발굴·적용하는 등 정밀 의료 전략을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제대로 해석·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 전문가의 역할도 중요하다. 친 CEO는 “AI의 활용과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으나, 결코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 “미래 의료는 사람과 기술이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화된 기술로 환자를 진단하고, 검사할 수 있으나, 결국 인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3 헬스포럼

=허지윤 기자

=염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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