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가상자산콘퍼런스 개최
김동섭 디지털화폐기획팀장 강연
김동섭 한국은행 디지털화폐기획팀 팀장은 “한국은행은 디지털화폐(CBDC) 활용성 테스트를 통해 기관용 CBDC와 예금 토큰 등을 아우르는 미래 통화 인프라를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김 팀장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가상자산콘퍼런스’에서 ‘중앙은행 CBDC와 미래 금융 인프라’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서 이렇게 말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분산원장 등의 기술을 활용해 전자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다. 현금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법정화폐이면서, 디지털 지급 수단으로의 기능도 갖고 있다.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가상 화폐와 디지털 화폐라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한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김 팀장은 “한은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CBDC 활용성 테스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외연울 넓히기 위해 기관용 CBDC로 금융 인프라를 확대하고, 예금 토큰을 통해 일반인이 물건을 사는 등 할 수 있는 실거래 테스트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예금 토큰은 예금과 유사하게 설계된 것으로, KB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농협·부산은행 등이 테스트에 참여하고 있다. 김 팀장은 “최대 10만명의 일반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디지털 바우처 기능이 적용된 예금 토큰을 실제로 이용해 볼 예정”이라고 했다.
예금 토큰 기능의 CBDC가 상용화되면 소비자들의 상거래 절차가 간편해지는 장점이 있다. 신용카드나 간편결제를 사용할 경우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추가적인 정산 과정이 필요하나, CBDC로 결제를 할 경우 구매자가 자신의 전자지갑에서 CBDC를 판매자에게 이전하면 된다.
김 팀장은 ‘아고라 프로젝트’도 소개했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5개 기축통화국(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스위스)과 한국, 멕시코 등 7개국 중앙은행이 참여하는 지급결제 개선 프로젝트다. 김 팀장은 “기축통화국이 모두 참여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아직은 초기지만, 국가간 지급결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이를 활성화할 수 있을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베스트셀러 ‘부의 대이동’ 저자인 오건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은 1970년대 미국의 ‘대 인플레 시대’를 이끈 것은 중동전쟁으로 인한 오일쇼크가 아니었다면서, “중앙은행의 실수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고 진단했다. 당시 시장 참여자들과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속단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재발했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중앙은행과 금융시장이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팀장은 12일 조선비즈 주최로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에서 ‘글로벌 금융 시장 이슈 점검-금리와 물가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이번 포럼은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 한국 투자자에게 필요한 디리스킹 전략을 찾아라’를 주제로 열렸다.
오 팀장은 먼저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그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전쟁 이슈가 부각됐지만, 국지적인 이슈가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불안한 국제 정세가 지속될수록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투자처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금융 투자자와 달리 자금 회수가 쉽지 않은 설비 투자자는 국제 정세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전쟁 불안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으면서도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처와 기업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장에 어마어마한 유동성을 공급한 만큼, 이 유동성을 투입할 디리스킹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달 초 촉발된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으로 일각에서는 1970년대 미국 인플레이션을 떠올린다. 당시 중동전쟁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자,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공급을 크게 줄이며 유가가 급등하는, ‘오일쇼크’가 발생한 것이다. 오일 쇼크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오 팀장은 “당시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것은 ‘중앙은행의 실수’라면서 중동 전쟁은 이를 거들어 준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글로벌 중앙은행이 물가와의 전쟁에서 섣불리 ‘승리 선언’을 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다시 부추겼다는 것이다.
그는 “1970년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수년간 등락을 반복한다”면서 “이를테면 1970년 6% 수준이었던 물가 상승률이 1972년 2%대로 내리자 미국 연준이 ‘승리 선언’을 했지만 같은 해 6월부터 1975년까지 물가 상승률은 다시 12% 가까이 올랐다”고 했다. 이어 “1973년 10월 발발한 4차 중동전쟁 이전부터 물가가 오르고 있었다는 것”이라면서 “1970년대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은 중동 전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이 시장참여자들의 기대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을 짚으면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한다고 나서는 순간부터 시장 참여자들은 ‘금리가 정점’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물가가 오르고, 이에 놀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서 지난 2년간 물가와 금리가 모두 오르는 현상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2021년 9.1%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타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2022년 3% 수준까지 내렸다가, 최근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오 팀장은 인플레이션이 반복되는 ‘인플레이션 고착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의 고착화가 이뤄지면, 정부가 양적완화 정책을 펴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과거 코로나 사태 때처럼 경기가 얼어붙는다고 해서 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고질병이 되면 정부가 돈을 쉽게 풀지 않을 것이라고 시장참여자들이 생각하게 되면서 투자를 줄인다”면서 “그럼 중앙은행은 정책 전환할 의지가 줄게 되고, 그로 인해 세계 경제는 큰 희생을 치르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경험적으로 미국의 목표 금리 상승률이 2% 수준이라고 예측하면서, 이 목표치의 달성 시점을 내년 초 이후로 내다봤다. 그는 “2022년 3월 이후 2% 목표치를 계속 상회하고 있고, 이는 이미 인플레이션이 고질병화(化)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금리인하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인플레이션 고착화 가능성을 고려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