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그룹 부회장 강연
PAUF 항체신약 ‘PBP1510′로 5조원 시장 정조준
PAUF 바이오마커로 췌장암 조기 진단
췌장암 환자들은 암 판정을 받으면 대부분 절망에 빠진다. 전 세계에서 한 해에 50만명이 새로 췌장암 진단을 받지만 생존율은 11.5%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어렵다. 이미 병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뒤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이 가능한 환자도 20%에 머물고 종양을 잘라내도 평균 생존기간이 20개월밖에 안 된다. ‘조용한 암살자’라는 무서운 별명이 췌장암에 붙은 이유다.
반대로 췌장암 진단과 치료 시장은 바이오 산업에서 전인미답의 영역이다. 마땅한 진단법도, 치료법도 없다보니 췌장암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바이오 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국내 바이오기업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940원 ▼ 30 -0.3%)는 췌장암의 진행과 전이에 관여하는 단백질 ‘PAUF(파우프)’를 찾아내 췌장암 정복에 도전하고 있다.
김진우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그룹 부회장은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에서 췌장암 신약 개발의 비전을 제시했다.
김 부회장은 ‘암 정복 생태계의 전환, PAUF 신규 타겟을 통한 췌정암 정복’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PAUF는 췌관선암 과발현 인자를 말한다. 쉽게 말해 췌장암의 진행과 전이를 일으키는 단백질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PAUF를 목표로 한 항체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항체신약인 ‘PBP1510′을 개발하고 있다. PBP1510은 PAUF로 교란된 면역체계를 회복하고 암세포 증식과 전이를 차단한다. 최근에는 난소암으로도 적응증을 확대했다.
한국과 미국, 유럽은 신속 개발 필요성을 인정해 PBP1510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올해 초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패스트트랙 대상 품목으로 지정됐다. 현재는 다국적 임상 1상과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췌장암은 진단 후 수술 가능한 환자가 20%에 불과하고, 수술하더라도 남아있는 종양으로 40%의 환자가 고통을 받고 있다”며 “PAUF는 종양 주변에서 암세포 수용체에 결합해 전이를 일으키고, 골수성 억제 세포에 결합해 항종양 T세포를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PAUF 단백질을 기반으로 하는 항체로 마우스 효능 실험을 한 결과 항종양 효능과 생존율 향상을 확인했다”며 “기존 약 단독 투여보다 항체신약 ‘PBP1510′을 병행 투여하면 효과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PAUF를 검출해 췌장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바이오마커도 개발하고 있다. 췌장암 환자 94명을 분석한 결과 80% 이상에서 PAUF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지금은 췌장암 진단에 암항원인 ‘CA19-9′을 이용하지만 췌장암 말기 환자에게서만 나타나 조기 진단이 어렵게 하고 있다. 반면 PAUF는 췌장암에 걸리면 초기부터 지나치게 발현해 혈액 속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검출하기 쉽다.
김 부회장은 “췌장암 정복의 핵심은 조기 진단을 통한 빠른 치료고, 조기 발견은 환자의 생존율을 6배 이상 높인다”며 “췌장암의 가장 큰 문제는 말기에 발견돼 치료가 불가능한 시점에 진단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단과 치료를 아우르는 PAUF의 혁신성은 미국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문샷’에 주목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암 바이오마커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PAUF를 이용한 바이오마커도 예외는 아니다. 김 부회장은 “미국 영상진단기업 이매지온 바이오시스템즈(Imagion Biosystems)와 협력해 진단키트와 영상 진단 ‘투트랙’으로 췌장암 진단·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행사다. 올해 행사는 ‘암 정복을 앞당기는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