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 한국 투자자에게 필요한 디리스킹 전략을 찾아라’
우리나라가 중국에 반도체·화학제품 등 중간재를 대거 수출해 큰돈을 벌던 시절은 끝났다. 중국 정부가 수입에 의존했던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바꾸는 내재화 작업을 계속 추진해온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경제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부진한 흐름을 지속 중이다.
발 빠른 투자자는 이미 넥스트 차이나 시대에 중국을 대체할 투자처를 찾고 있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중동은 투자 유망 지역으로서 매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인구 14억명의 인도 경제는 중국이 떠난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을 탐색하고 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2023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이 1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됐다.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축사에서 “넥스트 차이나로 부상하는 국가들이 지닌 기회뿐 아니라 위협 요소를 함께 진단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라며 “중국을 대체할 투자처와 기업 활동의 근거지를 모색하는 오늘 포럼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제5차 중동 전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넥스트 차이나 찾기는 해답을 찾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됐다”며 “이번 포럼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를 타개할 해법이 제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글로벌 정치·경제 변동에 따른 영향이 너무 다양하고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전 세계가 투자 전략을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져 있다”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우리 자본시장도 미증유의 불확실 상황에 부닥쳐있다”며 “오늘 포럼이 글로벌 투자의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매우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포럼은 2개의 기조 강연과 1개의 특별 강연, 5개의 일반 강연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기조 강연자로 나서는 마크 나심 Awad Capital 파트너는 우리에게 익숙한 듯 낯선 중동의 가치에 대해 강연한다. 그는 중동이 지닌 경제적 잠재력과 투자 동향, 이 지역에 내재한 위험 요소 등을 상세히 소개한다.
특히 마크 파트너는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졌음에도 우리가 중동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예정이다. 마크 파트너는 딜로이트 중동 금융자문서비스 고객과 시장 부문 책임자, AR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파트너, 달 알 말(Dar Al Mal) 기업 개발 책임자 등을 거쳐 2015년 Awad Capital에 합류했다.
두 번째 기조 강연자로 나서는 김응기 BTN India 대표는 인도연구원 이사, 중소기업중앙회 위촉 인도 민간대사 등을 역임 중인 인도 전문가다. 한쪽에선 인도를 미·중과 더불어 G3로 부상할 국가로 보고, 다른 한쪽에선 성장의 한계를 지적한다. 김 대표는 인도를 기회의 땅으로 삼으려는 국내 기업과 투자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진짜’ 인도 경제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별 강연자로는 오건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이 나선다. 베스트셀러 ‘부의 대이동’ 저자이기도 한 오 팀장은 금리와 물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당면 이슈를 점검한다. 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언제쯤 안정화할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은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게 맞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이어지는 강연에서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가 마이크를 잡는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국내에서 행동주의 활동을 가장 왕성하게 펴는 회사다. 이 대표는 국내 주식시장이 우수한 경제적 기반에도 기업 거버넌스의 구조적 문제와 이를 야기한 제도·사회적 기반의 미비로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행동주의 관점에서 한국 주식시장 투자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투자 분야 전문가들이 올해 글로벌경제·투자포럼 연사로 등장한다. 정규봉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성격이 섞인 상품)과 기업 인수합병(M&A) 시장 관점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 겸 유튜브 ‘채부심’ 대표는 프로그램의 시대를 대비하는 부동산 투자자의 자세에 대해 강연한다.
또 김정혜 KB GOLD&WISE the FIRST 부센터장을 통해서는 우리나라 부자들의 최근 투자 동향과 리스크 관리 방법을 듣는다. KB GOLD&WISE the FIRST 센터는 현금 자산을 최소 30억원 이상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가 이용하는 프라이빗 뱅킹 자산관리 센터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넥스트플랫폼분석팀장은 개화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글로벌 기업을 소개한다.
‘세계의 공장’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각국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 시도가 한창인 가운데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가늠하고 바람직한 투자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선비즈는 1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2023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을 개최하고 국내외 경제 전문가의 혜안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은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조선비즈의 경제 전문 포럼이다. 매년 국내외 석학을 초청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알아보고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 있다.
김영수 조선비즈 대표이사의 개회사로 문을 연 이날 행사에는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기업 관계자와 대학생·대학원생으로 구성된 청중 300여명은 연사로 나선 전문가들의 투자 조언에 열띤 호응을 보냈다.
◇ 석유·가스 의존도 줄이려는 중동…노동인구 계속 늘어나는 인도
기조 강연의 포문을 연 마크 나심(Marc Nassim) 아와드캐피털(Awad Capital) 파트너는 중동 국가들이 석유·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경제 구조를 구축하려는 지금이 가장 좋은 중동 투자 기회라고 했다. 나심 파트너는 “현재 중동의 가장 중요한 경제 과제는 다변화”라며 “석유 가격이 치솟는 오일 붐(boom)이 있으면, 그다음엔 가격이 꺼지는 오일 쇼크(shock)가 나타나기 마련이라는 역사적 교훈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심 파트너는 딜로이트 중동 금융자문서비스 고객과 시장 부문 책임자, AR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파트너, 달 알 말(Dar Al Mal) 기업 개발 책임자 등을 거쳐 2015년 아와드캐피털에 파트너 겸 매니징 디렉터로 합류한 중동 지역 투자 전문가다. 그는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오만 등이 관광 산업을 촉진 중이고, 특히 사우디는 인프라 투자와 함께 재생에너지 산업도 육성하고 있다”며 “헬스케어·교육·인공지능(AI) 등에 대한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커진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중동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나심 파트너는 “중동의 경제 허브는 이라크·시리아·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아닌 정치적 안정성이 확보된 사우디·UAE 등 걸프 지역”이라며 “일부 분쟁이 발생했다고 해서 중동 전체에 대한 투자를 주저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두 번째 기조 강연자인 김응기 BTN 인디아(India) 대표는 인도가 미국·중국과 더불어 G3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한 국가라고 소개했다. 인도연구원 이사, 중소기업중앙회 위촉 인도 민간대사 등을 역임 중인 김 대표는 인도가 2010년 글로벌 투자 대상국 21위에서 지난해 9위로 뛰어오르며 성장성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데 인도는 2047년까지 노동 인구가 지속해서 늘어난다”며 “구매력이 강해지는 만큼 한국 기업이 소비재를 생산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인도 인구의 절반이 아직도 칫솔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이걸 ‘기회’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걸 미개한 나라 정도로 보고 끝내면 안 되고,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시장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이미 일본은 한국보다 10배 이상 많은 기업을 인도 시장에 진출시켰다”고 했다.
◇ 인플레 고착화 위기에도 첨단 산업서 찾아보는 기회
특별 강연자로 나선 오건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은 인플레이션이 반복되는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베스트셀러 ‘부의 대이동’ 저자이기도 한 오 팀장은 “인플레이션이 고질병이 되면 정부는 돈을 쉽게 풀지 않고, 시장 참여자는 투자를 줄인다”며 “그러면 중앙은행의 정책 전환 의지도 약해지고, 결국 세계 경제는 큰 희생을 치르게 된다”고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물가 안정 목표치는 2%로 여겨진다. 오 팀장은 “2022년 3월 이후 여태까지 2%를 계속 웃돌고 있고, 이는 이미 인플레이션이 고질병을 향해 가고 있다는 의미”라며 “지금은 금리 인하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인플레이션 고착화 가능성을 고려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플레이션이 하방 압력을 가하는 녹록지 않은 거시 환경 속에서도 투자자들은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선다. 이날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넥스트플랫폼분석팀장은 어수선한 경제 상황에도 투자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을 소개했다. 박 팀장은 “주요 글로벌 업체들이 AI 대화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며 “내년에 관련 서비스가 봇물 터지듯이 출시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 팀장은 AI 시대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엔비디아를 꼽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을 되짚어 보면 산업이 태동하고 2~3년 지난 후 살아남은 업체가 10년간 돈을 벌었다”며 “엔비디아는 AI가 학습하는 데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독점적으로 생산한다”고 했다.
◇ “주주제안으로 저평가 극복…메자닌 만기 기업 주의보”
올해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투자 전문가들이 무대에 올라 행사의 깊이를 더했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대주주 1명이 지분 30%만으로도 회사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한국 특유의 기업 지배구조 문화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주주제안 등을 통한 행동주의에 나서면 저평가 문제를 단계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 겸 유튜브 ‘채부심’ 대표는 국내 부동산 가격 수준을 진단했다. 서울 주택 가격이 현재 전고점 대비 평균 82% 수준이지만, 여전히 높다는 게 채 대표의 시각이다. 그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환경에서 현 주택 가격이 유지되긴 어렵다”며 “2024년 시장금리와 상품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규봉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경기 하강과 고금리로 요약되는 요즘 같은 시장 환경에서는 투자하려는 회사의 재무제표를 꼼꼼히 살펴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띠는 금융 상품) 만기를 확인하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는 “곧 메자닌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 중 현금 흐름이 부실해 주주 피해가 우려되는 회사는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GOLD&WISE the FIRST) 부센터장은 국내 자산가들의 ‘부(富)의 이전’ 방법을 소개했다. 김 부센터장은 “초고액 자산가는 상속보다 증여에 대한 문의를 더 많이 하는 편”이라며 “가업 승계와 주식 양도 등 다양한 형태로 증여가 이뤄지는 추세”라고 했다. 증여세는 10년 동안 증여한 가액을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증여세를 아끼려면 증여 공제를 활용해 10년 동안 나눠서 해야 한다는 게 김 부센터장의 조언이다.
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은 12일 “인도, 중동, 베트남 등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양질의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개최한 ‘2023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 참석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현상’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발 위기,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우리 자본시장이 미증유의 불확실 상황에 처해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회장은 “글로벌IB 육성을 위해 도입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가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하는 등 그간 자본 규모 확대와 글로벌 진출 등에서 많은 도약을 이루었다”면서도 “글로벌 투자 다변화 및 투자역량 제고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증권사 14곳이 해외로 진출했다. 이들은 총 72개의 해외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대(對)중국 해외투자펀드 비중이 2%대로 급감했다.
서 회장은 “전체 해외투자펀드 중 대중국 비중은 2009년 말 36.4%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계속 감소해 올해 9월에는 약 2.1%로 축소됐다”면서 “1위는 미국으로 약 52%를 기록하고 있다. 분산·다각화 측면에서 글로벌 투자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그러면서 미증유의 자본시장 위기 상황 속에서도 국회와 정부를 중심으로 국민과 기업을 위한 자본시장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글로벌 투자 다변화 및 투자역량 제고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하이일드펀드 과세특례, 공모펀드 활성화 및 사적연금 제도개선, 또 최근 발표한 국채장기투자 장려책 등을 발표하며 국회와 정부를 중심으로 국민과 기업을 위한 자본시장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또 “초기 단계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비상장 투자를 보다 안전하게 제시하기 위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에 대해서도 여러 보완책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확대를 위한 노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글로벌경제·투자포럼은 조선비즈가 국내외 기업과 투자자에게 필요한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하는 포럼으로,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이번 포럼은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 한국 투자자에게 필요한 디리스킹 전략을 찾아라’라는 주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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