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서 첨단산업 차지 비중 57%”
19개 부처 참여 표준개발 로드맵 구축 중
지난해 첨단산업 표준화 전략 수립 이후 우리나라가 제안한 첨단산업 국제 표준이 연평균 40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대비 2배 수준이다. 2030년까지 달성하려던 국제표준화기구 한국인 임원 300명 수임 목표도 조기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문동민 한국표준협회장은 12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한양종합기술연구원(HIT)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5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첨단산업 표준 개발 현황’을 발표했다.

정부는 작년 5월 열린 ‘2024 첨단산업 표준리더십 포럼’에서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을 발표했다. 첨단산업 초격차 확보를 목표로 하는 이 전략에는 2030년까지 국제표준 250여건을 개발하고, 국제표준기구 임원을 2023년 263명에서 2030년까지 300명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표준협회에 따르면 표준화 전략 발표 이후 우리나라의 국제 표준 제안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2023년까지 연간 20건 수준이던 우리나라의 국제 표준 제안 건수는 작년부터 연간 40건으로 늘었다. 전체 제안 건수에서 첨단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도 2023년 28%에서 지난해 57%로 높아졌다.
한국의 리더십도 강화됐다. 국제표준화기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의장·간사·컨비너(작업반장) 수는 2023년 263명에서 2024년 280명으로 늘었다. 지난달에는 293명까지 확대되면서 당초 목표였던 임원 300명 수임을 조기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제안한 국제 표준은 반도체와 미래선박,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극자외선(EUV) 펠리클(반도체 미세화 공정에서 마스크가 오염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얇은 막) 투과도의 평가방법을 표준화한 ‘반도체 공정부품 및 시험검사장비의 성능 평가’ 관련 국제 표준이 개발됐다. 이 표준은 기업별 상이한 측정 방식을 통일해 측정의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래선박 분야에서는 ‘선박-육상 간 스마트십 데이터 플랫폼’ 관련 표준이 제안됐다. 이 표준은 국내 조선 3사가 협력해 개발했으며, 표준화된 프로토콜로 선박·육상 간 정보 교환의 신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AI 분야에서는 시스템의 품질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첫 국제표준인 ‘AI 시스템 품질 평가 측정 및 가이던스’가 개발됐다.
문동민 회장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산학연 전문가 여러분들의 헌신으로 추진된 첨단 산업 표준 개발 현황을 말씀드렸다”면서 “앞으로도 정부와 민간이 함께 첨단 산업 국가 표준화 전략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국가기술표준원 박종섭 표준정책과장이 정부의 표준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현재 AI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15개 분야별 국내 대응 포럼을 운영하며 표준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정부도 19개 부처가 참여하는 ‘제6차 국가표준기본계획(2026~2030년)’ 수립을 추진하며 표준 개발 로드맵을 구축하고 있다.
기업들의 역량 제고를 위한 정책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표준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한편, 석박사급 전문가 및 대졸 실무자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또 표준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을 신설해 기업 경영진의 표준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방침이다. 반도체와 첨단 제조, 디스플레이 등 분야에서는 국제 협력 채널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과장은 “향후 국제 표준 활동을 지원하고 기업 중심으로 표준이 개발되도록 할 예정”이라면서 “지속 가능한 표준 기반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는 초격차 기술 경쟁력 확보 과정에서 ‘표준’의 역할과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행사다. 작년에 이어 올해 2회를 맞았다. 올해 행사는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주최하고, 한국표준협회·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가 주관, 조선비즈가 후원한다.
“아마존, 지난 7월 100만번째 로봇 도입”
“AI 로봇, 인간처럼 사고하며 더 오래 근무”
“로봇 도입으로 직원 1명당 업무 처리 능력 20배 향상”

데이비드 그린(David Green) AWS(Amazon Web Service) 아시아·일본 기술 총괄은 “인공지능(AI) 로봇의 수는 2030년까지 200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로 인한 효율성 확대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인프라 투자, 지속적인 데이터 학습, 안정적인 시설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린 총괄은 12일 서울 한양대 한양종합기술연구원에서 열린 ‘2025 첨단산업표준리더십포럼’에서 ‘피지컬 AI 글로벌 산업·기술 동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린 총괄은 “전 산업에서 생산성 향상, 비즈니스 연속성 확보를 위해 자동화의 역할을 인식하면서 로봇 사용이 빨라지고 있다”며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은 작년 50억달러에서 2032년까지 2000억달러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린 총괄은 AI 로봇 도입이 산업계에 미칠 효율성 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AI 로봇은 할당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아낸다”며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더 장시간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린 총괄은 아마존이 로봇을 도입해 이룬 성과를 소개했다. 그는 “2012년부터 아마존은 전 세계 네트워크에 75만대 이상의 로봇을 배치했으며, 2025년 7월에는 100만번째 로봇 배치를 완료하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고 했다.
이어 “매일 50만대 이상의 로봇이 주문 처리 센터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며 전 세계 주문의 약 75%를 지원하고 있다”며 “머신러닝으로 경로와 인간 작업자와의 협력을 최적화한 결과, 직원 1인당 배송 패키지 수가 2015년 175개에서 작년 3870개로 20배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그린 총괄은 이러한 효율성 확대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선 인프라를 잘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인프라 구축에 수년을 소비하지 않고 (AI 로봇 도입) 첫날부터 완성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원격·오프라인과 사이 연결이 끊길 수 있는 ‘엣지 위치’에 있는 시설들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로봇 OS 개발하는 생명공학 전공 CEO
“로봇의 물결로, 표준화 새로운 장 열려”

얀 리프하르트 오픈마인드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2일 “로봇은 단순히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전혀 새롭고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프하르트 CEO는 이날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한양종합기술연구원(HIT)에서 열린 ‘2025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이하 표준포럼)에서 ‘인공지능(AI) 시대, 기계 자율성의 점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리프하르트 CEO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 출신으로 생물공학을 전공했다.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부교수로 근무하던 그는 2024년 로봇 운영체제(OS)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오픈마인드를 창업했다. 리프하르트 CEO는 “우리가 하는 일은 기계를 똑똑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회사를 소개했다.
리프하르트 CEO는 로봇 개발 과정에서 표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로봇 공학에서) 진정한 새로운 발전은 기계들이 주변 세계에 대한 정보를 통합할 수 있는 명확한 경로가 마련됐다는 점”이라면서 “로봇의 물결이 다가오면서 표준화에 대한 거대한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드론, 자동차, 사족보행 로봇이 연동해 움직이는 사회가 도래하면서 서로 다른 기기를 연결하기 위한 표준화 과정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갖춘 기계들이 서로 소통하는 데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라면서 “이러한 것은 물론 충전, 결제 등 다양한 정보 교환 방식에서의 표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리프하르트 CEO는 오픈마인드의 소프트웨어 구동 방식을 간략히 소개했다. 그는 “(오픈마인드가) 소프트웨어를 구축한 방식은 여러 센서를 사용한 것”이라면서 “비전, 사운드, 위치, 기타 종류의 센서들은 각각 어떤 형태의 모델에 연결돼 있다”고 했다.
이어 “각각의 모델이 언어 형태로 신호를 보내고, 이렇게 모인 문장 여러 개를 하나의 단락으로 취합된다”면서 “문장이 모인 문단이 LLM에 입력되고, LLM의 토론 과정을 거쳐 로봇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는 초격차 기술 경쟁력 확보 과정에서 ‘표준’의 역할과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행사로 올해 2회를 맞았다. 올해 행사는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주최하고, 한국표준협회·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가 주관, 조선비즈가 후원한다.
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한국 의료 AI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정책적 대안

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2025)’ 오픈토크에서 의료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은 의료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병원 내 규제·데이터 공유 한계·안전성 검증 미비 등으로 임상 현장 적용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개선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HIF 2025는 조선미디어그룹의 프리미엄 경제매체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행사로, 올해로 13회째를 맞았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AI와 첨단 재생, 헬스케어의 경계를 넘다’다.
이날 포럼의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오픈토크는 ‘한국 의료 인공지능(AI)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주제로 김남국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부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패널로는 ▲한남식 영국 케임브리지대 밀러연구소 인공지능연구센터장 ▲유한주 네이버클라우드 어플라이드(Applied) AI 그룹장 ▲이상열 경희대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임찬양 노을(2,505원 ▼ 100 -3.84%) 대표 ▲고경철 고영(20,450원 ▲ 100 0.49%)테크놀러지 전무가 참여했다.
현장에서는 먼저 AI의 임상 활용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됐다. 이상열 경희대 교수는 “의료는 ‘Do no harm(해를 끼치지 말라)’이 기본 원칙”이라며 “AI가 정확한 기준 없이 사용된다면 1~2%의 오차도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AI 설계 기술이 더해지며 비만 치료제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특정 고위험군에 적정 용량을 투여해야 효과가 나기 때문에,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환자에게 적용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AI가 당분간 의료진을 전면 대체하기보다는 ‘세컨드 오피니언(second opinion)’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세컨드 오피니언은 환자가 현재 주치의의 진단이나 치료 방침에 대해 다른 의사의 의견을 추가로 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개원의 사이에서 AI가 활용되고 있지만, 이에 따른 평가·보상 체계는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원 내부의 거버넌스 역시 의료 AI 확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고경철 고영테크놀러지 전무는 “한국은 정부 규제보다 병원 내부 규제가 더 높은 편”이라며 “미국은 병원 간 데이터 공유 분위기가 형성돼 있고, 데이터 접근 규제도 완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병원 간 데이터 커뮤니티 구축과 국가 차원의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열 교수는 “병원은 자체 인프라가 탄탄하면 데이터를 외부에 공유할 유인이 적다”며 “귀찮고 보상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품질 높은 의료 AI를 위해선 병원에 대한 혜택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의료 AI의 해외 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는 규제 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찬양 노을 대표는 “해외 수십 개국의 규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인증이 없어 난감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은 의료진 수준이 높아 질 낮은 제품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여기서 인증을 먼저 확보할 수 있도록 과도한 허들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데이터 접근성과 개인정보 보호 이슈도 여전히 해결 과제로 꼽힌다. 유한주 네이버클라우드 그룹장은 “AI는 데이터를 쌓아야 고도화되지만 의료 데이터는 민감해 접근이 쉽지 않다”며 “현재는 데이터를 분절 학습해 나중에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특히 파운데이션 모델이 의료 서비스에 접목될 경우 규제 해석이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다양한 작업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AI 기본 모델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인재 부족과 연구 인프라 부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고경철 전무는 “학생들과 이야기해보면 한국 시장이 너무 좁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의료·바이오 분야는 성장성이 큰 만큼 연구자가 AI를 활용해 논문을 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한주 그룹장도 “미국 기업들은 인재 확보를 위해 거액을 제시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며 “국가 차원에서 연구자 역량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ㅜㄹ과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유한주 네이버클라우드 그룹장
“의사 행정 업무 줄여 환자 치료에 집중”

“인공지능(AI)이 의료진 업무 부담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의사를 단 3분밖에 못 보는 현실을 극복할 대안입니다.”
유한주 네이버클라우드 어플라이드(Applied) AI 그룹장은 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AI와 첨단 재생, 헬스케어의 경계를 넘다’를 주제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5) 기조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HIF는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한다.
네이버는 병원에서 의사, 간호사를 보조하고 환자의 민원을 담당하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유 그룹장은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시간은 3분에 불과하고 의사들은 행정 업무에 연간 평균 217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면서 “AI가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의사 대신 의무 기록을 자동 정리하는 클로바 차트, 과거 검진 결과를 분석해 적절한 검진을 추천하는 페이션트 서머리가 대표적이다. 유 그룹장은 “병원에서 레지던트(전공의)가 의무 기록을 작성하고 교수가 첨삭한다”며 “클로바 차트가 대신 정리하면 의사들이 문서 작업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그만큼 환자와 소통하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했다. 그는 “페이션트 서머리는 환자 건강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요약해서 제공하고, 의사처럼 소견문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AI는 간호사도 도울 수 있다. 보통 종합병원에서는 간호사 1명이 입원 환자 22명을 담당한다. 그만큼 민원도 많고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 네이버의 클로바 병동 에이전트는 이럴 때 도움이 된다. AI가 환자 요청에 대응하고 간호사 업무를 보조하는 것이다.
예컨대 환자가 ‘병원 면회 시간은 언제야?’ ‘병원 편의점은 어디에 있어?’라고 질문하면 AI가 매뉴얼에 따라 즉각 응답한다. 반대로 ‘환자 통증 호소’ 같은 긴급 상황은 간호사에게 전달해 바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미국, 일본, 유럽 등 각국은 의료 AI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애플이 잇따라 의료 AI 성과를 발표했다. 유 그룹장은 “성능 좋은 AI는 미국과 한국에서 의사 시험을 치렀을 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했다.
지난 8월 MS는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MEJM)’에 소개된 환자 사례 304건을 두고 미국과 영국에서 5~20년 경력을 가진 의사 21명과 자사 의료 AI MAI-DxO의 진단을 비교했다. AI의 진단 정확도는 85.5%를 보여 의사들의 20%를 압도했다. MS에 따르면 AI 의사는 평균 20% 낮은 비용을 들여 인간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렸다.
지난해 구글은 의료 AI 메드 제미나이가 흉부 엑스(X)선 사진을 보고 진단한 성과를 공개했다. 의사들에게 AI라는 것을 알리지 않고 보여줬더니 72%는 제미나이 진단이 의사와 비슷하거나 우수하다고 했다.
유 그룹장은 AI를 진단 영역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고 학습하고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물론 AI가 실수할 때는 있지만, AI가 틀린 문제는 계속 분석하고 있다”면서 “AI가 병원과 공중 보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임찬양 노을 대표이사

“혈액·암 진단 기술로 의료기관의 진단 인프라와 소비자의 조기진단·예방을 강화하고, 의료시스템의 비용 부담을 낮춰 전 세계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게 노을의 목표다."
임찬양 노을(2,605원 ▲ 405 18.41%) 대표이사는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5)’ 강연에서 “언제 어디서든 노을의 혈액·암 진단 솔루션 하나로 빠른 진단 속도와 높은 정확성을 제공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을은 2015년 설립된 인공지능(AI) 기반 혈액·암 진단 전문기업으로, 2022년 3월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설립 이후 10년간 AI 기반 혈액·암 진단기기 ‘마이랩(miLab)’ 원천 기술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주력해왔다.
마이랩은 현미경 이미지 분석과 AI 진단 알고리즘을 결합한 체외진단 장비로, 숙련된 검사 인력의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진단의 표준화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임 대표는 “실험실 인프라와 전문 인력 없이도 진단이 가능한 경제적·친환경 솔루션이 목표”라며 “바이오 카트리지, 초소형 로보틱스 디바이스, 의료 AI를 결합해 하나의 ‘실험실형 장비’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혈액 검사는 세포를 액체 염료로 염색하고 분석한다. 반면 마이랩은 고체 염색(NGSI) 기술을 쓴다. 소량의 염색 시약으로 혈액을 자동 염색하고 디지털 영상을 찍은 다음 AI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기존 방식보다 속도와 정확도가 높으며, 손끝 채혈(모세혈) 5㎕(마이크로리터, 1㎕는 100만분의 1L)만으로 검사할 수 있다. 임 대표는 “정맥 채혈이 어려운 신생아나 소아 진단에도 적합하다”며 “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과의 공동 연구에서 기존 장비보다 높은 정확도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마이랩은 혈액분석(BCM), 말라리아 진단(MAL), 자궁경부암 진단(CER) 등 세 가지 제품군이 있다. 복잡한 염색 과정을 명함 크기의 카트리지 하나로 단축했고, 고체염색 기술로 감염 질환부터 암까지 다양한 질환 진단이 가능하다. 사용자 숙련도에 관계없이 암세포·조직을 균일하게 염색할 수 있으며, 기존 방식보다 6배 빠르고 항체 사용량도 88% 적다.
현재 마이랩 BCM·MAL 장비와 카트리지는 유럽, 아세안, 중동 지역에서 인허가를 획득해 시장에 진출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 절차도 진행 중이다. 지난 1월에는 인허가 준비를 위한 1등급 의료기기 등록을 마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4년 자궁경부암 진단 장비 공식 권고 3종 중 하나로 노을 제품을 선정했다.
노을의 AI는 원격 진단까지 지원한다. 임 대표는 “영국 보건당국인 NHS(국민보건서비스)에도 다음 달부터 원격 진단용 AI 플랫폼을 납품할 예정”이라며 “AI가 단순히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직접 매출을 창출하는 의료 서비스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단을 넘어 재발·전이 등 질병의 예후를 예측하는 AI가 등장하고 있다”며 “저비용 데이터로 고비용 치료를 보완하는 기술이 의료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정규환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
“앞으로 5년은 이전 10년보다 더 빨리 발전할 것”

“특정 질환에 특화된 인공지능(AI)에서 모든 의료 데이터를 다루는 ‘범용 AI(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 시대로 진입했다.”
정규환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삼성서울병원 미래의학연구원 교수는 6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기조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의료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정 교수는 2014년 의료 AI 기업 뷰노(23,850원 ▼ 500 -2.05%)를 공동 창업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활동하다 2022년 학계로 이동했다.
정 교수는 “생성형 AI와 범용 모델의 등장이 의료 AI의 진화를 가속하고 있다”며 “AI는 더 이상 연구실 안의 기술이 아니라, 환자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실 단계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의료 AI라는 단어가 대중화된 지 이제 10년이 채 안 된다”며 “그 짧은 시간 동안 알고리즘, 데이터, 연산 자원이 함께 발전하면서 실제 의료 현장을 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10년 전 구글이 당뇨망막병증 진단 AI를 발표했던 시점을 의료 AI의 시작으로 꼽았다. 그는 “그때만 해도 ‘의사가 대체되나’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지금은 AI가 병원 속으로 들어와 의사의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제는 영상의학, 병리, 피부과를 넘어 내과, 종양학, 외과 등 거의 모든 임상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AI의 발전으로 의료기기 시장도 급변했다. 정 교수는 “과거엔 의료기기라고 하면 MRI(자기공명영상), CT(컴퓨터단층촬영)처럼 금속제 장비를 떠올렸지만, 지금은 소프트웨어가 의료기기로 분류된다”며 “말 그대로 ‘의료기기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Medical Device·SaMD)’ 시대”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국은 이 분야의 제도 정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평가했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세계 최초로 AI 의료기기 가이드라인을 냈고, 지금까지 약 400건의 AI 의료기기가 허가됐다. 그는 “미국 시장 규모가 20배 이상 큰 걸 고려하면 매우 빠른 속도”라고 했다.
하지만 국내 의료 AI 산업 성장의 벽이 남아 있다. 정 교수는 AI 의료기기의 임상 확산을 가로막는 장벽으로는 수가 문제를 지목했다. 의료 AI가 병원에 도입, 확산하려면 보험 수가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생성형 AI가 불러온 변화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예전엔 AI가 단일 질환에 특화돼 있었다면, 지금은 하나의 모델이 다양한 질환과 영상을 동시에 학습한다”며 “예를 들어 ‘간 영상을 분할해 줘’라고 말하면 CT든 MRI든 알아서 구분해 정확하게 수행한다”고 말했다. 의료영상 분야에도 챗GPT 같은 대화형 AI 시대가 열린 셈이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의료기기가 처음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며 “이제 연구·개발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말랬다. 정 교수는 “하나의 범용 모델을 만들고, 질환 별로 파인튜닝(fine-tuning·세부조정)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파인튜닝은 이미 학습된 AI 모델을 특정 작업이나 도메인에 맞게 추가적으로 학습시키는 과정이다.
대형 언어모델(LLM) 기반 의료 AI도 이미 병원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LLM은 챗GPT처럼 방대한 양의 문장 데이터를 학습해 언어를 이해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생성하는 AI 기술이다.
정 교수는 “미국 병원에서는 실제로 AI가 수술 동의서를 중학생 수준의 언어로 변환하고 있고, 법적 검토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퇴원 안내문이나 검사 결과 설명문 등에도 이런 AI가 쓰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환자의 이해인데, 이해하기 어려운 수술 동의서나 퇴원 요약지 등을 LLM 기반 의료 AI로 변환해 설명해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지금은 언어 모델과 영상 모델이 결합하는 시기”라며 “AI가 사진·영상·문장을 동시에 이해하는 멀티모달(multimodal·다중 방식) AI가 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의료는 가장 보수적인 분야지만, 지금은 기술이 가장 빠르게 실현되는 분야가 됐다”며 “앞으로 5년은 지금까지 10년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유원규 에이비엘바이오 부사장

“세계 항체-약물 접합체(ADC) 시장 규모는 2023년 116억5000만달러(한화 17조원)에서 2033년 286억1000만달러(41조원)까지 연평균 9% 성장할 전망입니다.”
유원규 에이비엘바이오(100,500원 ▼ 800 -0.79%) 부사장(연구개발본부장)은 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인공지능(AI)과 첨단 재생, 헬스케어의 경계를 넘다’를 주제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5)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HIF는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했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 정확히 암세포에 전달하는 치료 기술이다. 항체는 암세포 표면 항원(抗原)을 인식하고 결합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ADC는 항체 덕분에 일반 세포에 미치는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어 핵심 항암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유 부사장은 “ADC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핵심은 항체, 링커, 약물(페이로드)”이라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항체와 약물은 링커로 연결한다. 링커는 약물을 안정적으로 운반해 암세포 내부에서만 방출되도록 한다. 링커의 정밀성이 ADC 효과와 안전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서로 다른 항체 2개를 붙이는 이중 항체 기술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예가 위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ABL111′이다. 이 ADC는 암세포 표면 단백질인 클라우딘18.2(CLDN18.2)와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4-1BB를 동시에 표적한다. 말하자면 한 팔로 암세포를 붙잡은 채 다른 팔로 면역세포를 깨워 암세포를 공격시키는 방식이다. 유 부사장은 “이중 항체는 기존 단일 항체보다 효과와 안전성이 좋다”고 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ABL001′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퇴행성 뇌 질환을 치료하는 ‘ABL301′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최근 임상 1상 시험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임상 2상은 기술을 이전해 프랑스 사노피가 담당한다.
유 부사장은 “이중 항체 ADC 임상 개발을 전문으로 진행할 미국 자회사 네옥 바이오를 공식 출범했다”면서 “이중항체 ADC 후보물질인 ABL206과 ABL209 개발을 전담할 것”이라고 했다. ABL206는 비임상 연구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신청까지 에이비엘바이오가 진행하고 임상 1상부터 네옥 바이오가 담당한다.
유 부사장은 “올해 중요한 마일스톤(경상 기술료)을 대부분 달성했다”면서 “글로벌 ADC 기술을 리딩하는 회사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한남식 연세대 겸 英 케임브리지대 교수
“로켓보다 힘든 신약 개발, AI·양자가 해결”

“로켓을 달이나 화성에 보내는 것보다 신약 하나 개발하는 게 비용이 네 배 듭니다. 이러한 신약 개발의 난관을 인공지능(AI)과 양자 컴퓨팅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AI와 양자컴퓨터를 접목해 신약 개발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한남식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HIF 2025)’의 두 번째 기조연사로 나서 신약 개발의 새 시대를 여는 전략을 소개했다.
한 교수는 케임브리지대 밀너연구소에서 인공지능연구센터장을 맡아 양자-AI 약물 발견을 연구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최근 연세대 융합과학기술원 양자정보학과 교수를 겸직하면서 연구 거점을 한국까지 확장했고, 한국과 영국을 잇는 공동 연구 생태계 조성에도 앞서고 있다. 현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개발자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한 교수는 이날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수조 원이 들고, 일반적으로 10년 이상 걸리지만, 성공률은 10%도 안 된다”며 “약효나 안전성 문제뿐 아니라 애초에 질환 타깃을 잘못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처럼 과학적 이유로 실패한다는 건, 곧 과학적으로 개선할 여지가 크다는 뜻”이라며 “AI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2017년을 기점으로 AI가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AI가 발굴했거나 개발 과정에 참여한 신약 후보 중 25개가 임상 단계에 있으며, 구글, 아마존, IBM 같은 글로벌 테크 기업들도 AI 활용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AI는 화학 구조를 예측하고 새로운 분자를 설계하는 단계에서 이미 큰 임팩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약물 타깃 발굴과 질병 메커니즘 규명에서 사람의 직관을 넘어서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알파고가 인간이 ‘실수’라 여겼던 수로 판세를 바꾼 것처럼, AI는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경로에서 혁신적 신약 후보를 찾아낼 수 있다”고 비유했다.
한 교수 연구진은 최근 멀티 오믹스(Multi-Omics) 데이터를 이용해 폐암과 같은 주요 질환의 유전자, 단백질 네트워크를 분석하고 있다. 멀티 오믹스는 유전체, 단백체 등 다양한 집합체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질병의 원인을 탐색하는 분야다.
그는 “환자만이 가진 특이 유전자를 찾아내고, 그 안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핵심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게 목표”라며 “이를 통해 고품질의 생명 정보 데이터를 구축하고, AI로 타깃과 질환 간의 관계를 예측해 약물 타깃을 발굴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AI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한계를 ‘양자컴퓨터’로 보완할 수 있다. 한 교수는 “약물 타깃을 발굴하는 데 핵심인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PPI) 네트워크는 복잡도가 매우 높다”며 “AI는 한 번에 하나의 경로만 탐색하지만, 양자 알고리즘은 ‘손오공의 분신술’처럼 여러 경로를 동시에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컴퓨터는 전자가 없거나 있는 것을 0과 1의 이진수 비트(bit)로 데이터를 처리한다면, 양자 컴퓨터는 0과 1이 중첩된 큐비트(qubit)를 이용해 동시에 방대한 연산을 수행한다. 양자 컴퓨터 기반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분자 구조나 단백질 상호작용 같은 복잡한 문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다.
한 교수는 “이 접근법을 활용하면 기존 방법으로는 찾아내기 어려운 타깃까지 탐색할 수 있다”며 “AI와 양자의 결합이 신약 개발의 탐색 효율과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차광렬 차병원·차바이오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
“美日 줄기세포보다 K세포가 우위”

“세포 주권을 넘어 세포 패권의 시대가 온다. 우리 세포로 우리 환자를 치료하고, 전 세계로 기술을 수출하는 한국형 세포 치료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차광렬 차병원·차바이오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은 6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기조 강연에서 “세포를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 환자를 치료할 수 없고, 외국에 막대한 로열티(특허사용료)를 내야 하는 ‘세포 의존국’이 된다”며 “지금이 바로 세포 주권을 확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차바이오그룹 설립자인 차광렬 연구소장은 난임, 줄기세포, 재생의학 분야에서 세계적 인정을 받은 권위자다. 1998년 세계 최초로 난자를 급속 냉동하는 방식(유리화 난자 동결법)을 개발해 난임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당시 그가 처음으로 설립한 난자 은행은 현재는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세포·유전자 치료(CGT)는 살아있는 자가·동종 세포를 사용해 세포와 조직 기능을 복원하고, 비정상적인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유전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특히 세포치료제는 항체의약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분야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현재 20조원 규모인 세포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32년에는 11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차 소장은 “이제 의약품만으로는 질병을 고칠 수 없는 시대”라며 “세포가 치료제가 되고, 생명공학과 인공지능(AI)이 결합해 사람의 생명을 복원하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그는 세포를 ‘살아있는 인공지능(AI)’이라고 비유했다. 차 소장은 “세포는 생명 정보가 축적되고, 스스로 분화하며, 환경에 반응한다”며 “세포를 AGI(범용인공지능)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세포를 이해하는 순간, 인간의 생명과학은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소장은 “한국이 세포치료 분야에서 뒤처질 이유가 없다”며 주요 연구·개발 성과와 성장 잠재력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1998년에 세계 최초로 난자 동결에 성공했고, 그 기술이 줄기세포 연구의 기반이 됐다”며 “난자에서 유래한 세포는 면역 거부가 없고 윤리적 문제에서도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바로 ‘K-세포’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2014년 차병원 연구진은 성인 체세포 기반으로는 세계 최초로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를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체세포에서 채취한 핵을 이식해 복제 배아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과거 황우석 박사가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던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를 차병원 연구진이 실현했다.
차병원 연구진은 이어 난자만으로 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확보했다. 정자 없이 난자에 인공적인 자극을 주어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이다. 일본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가 다 자란 세포를 원시세포인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렸다면, 차병원은 난자에서 바로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셈이어서 안전성과 유전자 안정성이 높은 게 장점이다.
차 소장은 “일본의 iPS세포는 시험관에서 만든 세포로 유전자 변이·종양 발생 가능성이 보고됐지만, 우리는 생체 유래 세포이기 때문에 안정적”이라며 “미국의 배아줄기세포는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수정란에서 얻어 윤리 논란이 있지만 난자 유래 만능줄기세포는 그런 문제도 없다”고 설명했다.

차 소장은 이날 한국이 ‘세포 패권’을 잡기 위한 3가지 전략도 제시했다.
차 소장은 “첫째, 국내 환자가 외국으로 나가지 않아도 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 외국 환자가 한국으로 들어와 치료받는 의료관광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하고, 셋째, AI 기반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해 세포의 특성과 치료 효과를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소장은 “현재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위탁생산 중심 사업으로는 한국이 세계 50대 제약사에 들기 어렵다”며 “신약 개발과 기술 수출(라이선싱 아웃)이 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차바이오그룹이 추진 중인 세포치료 사업 현황도 공개했다. 차 소장은 “판교에 세계 최대 규모의 세포치료 공장을 짓고 있고,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 26개 임상센터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며 “난자 유래 줄기세포로 만든 ‘맞춤형 만능줄기세포’는 이미 특허를 확보했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임상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규제 환경을 개선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차 소장은 “미국은 몬태나주 등에서 식품의약국(FDA) 승인 없이도 환자가 세포치료를 받을 수 있게 문을 열고, 일본은 세포치료를 의사의 치료 행위로 인정해 이미 수만 건이 진행됐다”며 “우리는 여전히 규제에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성은 관리하되, 환자가 치료받을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세포 생태계’ 구축이 필수라고 했다. 차 소장은 “세포를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 산업이 없다”며 “세포는 단순한 연구 대상이 아니라 생명과 산업의 근간이고, 기업, 병원, 연구소뿐만 아니라 공장(생산시설)과 정부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진정한 K-바이오, K-세포 시대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