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가상자산 콘퍼런스, 400여명 모여 성황
‘가상자산 셀럽’ 김서준 해시드 대표, 기조강연 나서
“비트코인, 60% 추가 상승” 전망도
‘트럼프 2기, 가상자산 르네상스 열린다’를 주제로 한 조선비즈의 ‘2025 가상자산 콘퍼런스’가 뜨거운 열기를 남긴 채 막을 내렸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콘퍼런스인 이번 행사에는 정치권과 업계, 학계 등 각 분야에서 400여명의 참석자들이 모여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겪을 변화와 제도의 방향성, 새로운 투자 기회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가 기조연설자로 나서 청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김 대표는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을 대표하는 ‘셀럽(Celebrity·유명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정부는 물리적 세계를 통치하고, 블록체인은 디지털 세계를 지배한다’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AI)이 발전하고 디지털 세계가 확장될수록 서로 다른 이해 관계를 가진 정부, 기업, 기술의 거버넌스(governance·정책 체계)를 만드는 일은 필수적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다”며 “블록체인이 아니면 과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세계의 확장이 마냥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소수의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이 디지털 영토를 장악하고 있으며, AI 역시 특정 기업이나 자본의 필요에 의해 편향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디지털 세계에서 특정 자본의 독점을 막고,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블록체인이 활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록체인 업체 스크롤을 이끄는 라자 자이디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두 번째 기조연설을 맡았다. 그는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된 가상자산)은 탈중앙화 금융과 전통 금융 간의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규제가 완화되면 안정성과 활용성이 큰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진 오전 강연은 ‘가상자산 패권 경쟁과 정책’을 주제로 진행됐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일본 블록체인 업체 아발란체의 저스틴 김 아시아 총괄, 김동섭 한국은행 디지털화폐기획 팀장이 강연자로 나섰다.
‘트럼프 신(新)정부의 디지털 자산시장 정책과 시사점’에 대해 강연한 김갑래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가상자산의 규제가 보다 명확해지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무리하게 증권 개념을 확장해 해석하고 가상자산 기업에 행정처분을 내렸다면 이제는 규제 양상이 명확한 입법 시도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스틴 김 총괄은 ‘블록체인, 금융의 본질을 재정의하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사모펀드(PEF)나 일반 기업들이 가입하는 토큰화된 머니마켓펀드(MMF)가 SEC의 승인 하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제도와 규제가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아 블록체인 산업 발전이 더딘 편”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섭 팀장은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디지털화폐(CBDC)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한은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CBDC의 활용성 테스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외연을 넓히기 위해 기관용 CBDC로 금융 인프라를 확대하고, 예금 토큰을 통해 일반인이 물건을 사는 등 할 수 있는 실거래 테스트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후 강연은 ‘변화하는 가상자산 시장의 상황과 투자’를 주제로 진행됐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와 유튜브 채널 ‘알고란’의 고란 대표가 무대에 섰고, 리플의 아태지역 정책 총괄인 라흘 아드바니가 영상으로 강연을 했다.
주 대표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여전히 과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장에 유입된 돈을 근거로 ‘이 정도가 천장이다’라고 분석해 볼 수 있는데, 현재 자본의 총량으로 볼 때 비트코인의 천장 가격은 16만1000달러로 계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격이 10만달러 수준임을 감안할 때 60% 넘게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주 대표는 “결론적으로 지금은 상승장의 한 가운데 시점으로 보인다”며 “아직 거래소에 개인 투자자들이 생각보다 적게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전문가로 구독자 10만명을 보유한 ‘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고란 대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비트코인이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으로 동시에 분류되는 양면성이 있지만, 나중에는 진정한 ‘디지털 금(金)’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대표는 다만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변동성이 커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며 “특히 알트코인 대장주이자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를 주도하는 이더리움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디파이 시장도 부진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비즈, 가상자산콘퍼런스 개최
김동섭 디지털화폐기획팀장 강연
김동섭 한국은행 디지털화폐기획팀 팀장은 “한국은행은 디지털화폐(CBDC) 활용성 테스트를 통해 기관용 CBDC와 예금 토큰 등을 아우르는 미래 통화 인프라를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김 팀장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가상자산콘퍼런스’에서 ‘중앙은행 CBDC와 미래 금융 인프라’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서 이렇게 말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분산원장 등의 기술을 활용해 전자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다. 현금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법정화폐이면서, 디지털 지급 수단으로의 기능도 갖고 있다.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가상 화폐와 디지털 화폐라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한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김 팀장은 “한은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CBDC 활용성 테스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외연울 넓히기 위해 기관용 CBDC로 금융 인프라를 확대하고, 예금 토큰을 통해 일반인이 물건을 사는 등 할 수 있는 실거래 테스트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예금 토큰은 예금과 유사하게 설계된 것으로, KB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농협·부산은행 등이 테스트에 참여하고 있다. 김 팀장은 “최대 10만명의 일반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디지털 바우처 기능이 적용된 예금 토큰을 실제로 이용해 볼 예정”이라고 했다.
예금 토큰 기능의 CBDC가 상용화되면 소비자들의 상거래 절차가 간편해지는 장점이 있다. 신용카드나 간편결제를 사용할 경우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추가적인 정산 과정이 필요하나, CBDC로 결제를 할 경우 구매자가 자신의 전자지갑에서 CBDC를 판매자에게 이전하면 된다.
김 팀장은 ‘아고라 프로젝트’도 소개했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5개 기축통화국(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스위스)과 한국, 멕시코 등 7개국 중앙은행이 참여하는 지급결제 개선 프로젝트다. 김 팀장은 “기축통화국이 모두 참여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아직은 초기지만, 국가간 지급결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이를 활성화할 수 있을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가상자산 중 유일하게 안정적인 화폐, 금융 인프라 없는 나라에서 큰 역할”
“스테이블코인은 디파이와 전통금융 간의 연결고리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규제가 완화되면 그 안정성과 활용 가능성 덕분에 가장 성장할 것이라고 보는 분야기도 합니다”
라자 자이디 스크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5 가상자산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현재 스테이블 코인의 전체 시총은 2120억달러 정도고, 2023년 1월 이후 153% 성장할 정도로 성장세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자이디 CSO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스테이블 코인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스테이블 코인은 가상자산 중에서도 유일하게 안정적인 화폐로서 온체인 계약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화페 가치가 불안정한 나라들에서 활발히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이디 CSO는 “모국인 파키스탄에서는 법정 화폐인 루피의 변동성이 굉장히 크다. 그래서 돈이 생기면 달러로 환전을 환전하고 싶어하는데 전통 금융시장에서는 환전하는 데 최소 25%의 수수료를 떼어간다”며 “그런데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게 되면 수수료 절감은 물론 더 쉽고 편하게 환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블 코인은 인터넷의 속도로 움직이는 디지털 달러로서, 온체인에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수단”이라며 “현재 금융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아프리카 에서도 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대륙간 결제를 할 때 지금은 여러번의 전화를 돌려야 하고 암호 코드를 옮겨적는 등 시간과 과정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다면, 각자의 월렛으로 2~3분 내로 전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은행이건, 리테일 매장이건 개인간의 거래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자이디 CSO는 “이렇듯 스테이블 코인은 실물 화페, 자산과 동일한 가치를 갖고 온체인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은 블록체인에 두면 안된다”며 “그런 점에서 스크롤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선택했고 보안성에 관련해서는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영지식 증명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서 스케일 확장성과 상호 운영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형 투자자, 코인 매집 자제하는 분위기”
“블록체인이란 금융 거래 장부를 모두에게 공개하는 기술입니다. 전 세계 80억명 인구의 은행계좌 거래 내역을 다 볼 수 있는 셈이죠.”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가상자산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블록체인을 통해 15초마다 전 세계 금융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파악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 대표는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를 창업해 경영하고 있다. 주 대표는 지난 2022년 FTX 파산 사태를 사전에 예측하면서 전 세계적인 블록체인 인플루언서로 거듭났다.
이날 주 대표는 ‘블록체인이 가져올 금융 데이터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주 대표는 연단에 올라 투자자와 금융 당국의 관점에서 블록체인의 효용성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고래(대형 투자자)들의 손바뀜과 장외거래(OTC) 흐름을 파악해 투자 시장의 현황을 읽을 수 있다”며 “증권과 달리 핵심 내부자의 거래도 가상자산 거래 물량과 투자시점 등의 정보로 유추해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장에 대해 “지금은 고래들이 가상자산을 많이 매집하는 상황은 아니며 리스크를 덜고 있지만 당장 현금화를 노리는 상황도 아니다”고 분석했다.
주 대표는 블록체인 데이터를 활용한 기업 공시 분석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대표 블록체인 메인넷인 비트코인은 15분마다, 이더리움은 15초마다 거래가 기록된다. 이를 통해 크립토퀀트는 주요 기업들의 가상자산 보유량과 자산 규모를 실시간으로 집계한다. 주 대표는 “미국의 시총 1위 비트코인 채굴기업 마라톤의 자산 보유량을 99% 정확도로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주 대표는 금융 당국 역시 블록체인 데이터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현재 국내 금융 당국 입장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가상자산 입·유출을 파악하려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부적절한 가상자산 거래 모니터링과 시장 참여자들의 계약 준수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