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 2024′ 포럼 라운드 테이블 토론
6G 시대 다가오면서 위성 IT 서비스 주목해야
AI 결합한 위성, 양자 암호 기술로 보안 강화해야
우주 IT(정보기술) 서비스는 위성을 이용한 통신, 클라우드(가상서버), 인터넷 같은 서비스를 말한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영국의 원웹이 저궤도 통신위성들로 우주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구상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체 우주 산업에서 우주 IT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경일 KT샛 전무는 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스페이스K 2024′ 포럼에서 “우주 IT 서비스는 우리가 이미 누리고 있는 서비스들과 관계가 깊다”며 “우주라는 말을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일상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최 전무는 “이미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도 위성 서비스가 없다면 작동이 불가능하다”며 “위성에서 찍은 사진으로 일기 예보를 하거나 지구에서는 쉽게 닿지 못하는 곳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상에서 우주로 인터넷을 공급하는 것은 어렵지만, 반대로 우주 IT 서비스를 이용해 지상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아직 기술 개발이 끝나지 않아 한국에도 기회가 큰 산업 분야”라고 했다.
이날 토론에는 최 전무를 비롯해 이호진 인텔리안테크 부사장, 김영진 드림시큐리티 상무, 오일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이 함께 참여했다.
최근 저궤도 통신위성 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한국형 스타링크’ 사업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사업은 저궤도 위성통신의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고 2030년까지 6G(차세대 이동통신) 표준 기반의 저궤도 통신위성을 발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저궤도 위성은 지상과 삐른 속도로 통신할 수 있고 데이터 손실도 적어 우주 IT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기반 시설)로 꼽힌다.
이호진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국내 기업은 그동안 뛰어난 위성 부품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주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헤리티지(heritage·검증 이력)’를 쌓지 못해 해외에 진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위성 단말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없어 시험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는 세계 시장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우주 IT서비스의 보급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보안이다. 김 상무는 “먼 오지까지 IT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위성이 필수적이지만 무선 방식은 보안이 취약하다”며 “도감청을 당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8년 해커가 독일 위성의 자세 제어 권한을 탈취해 태양 쪽으로 카메라 방향을 돌려 고장이 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이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위성을 해킹해 통신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
김 상무는 “이제는 위성의 자세 제어 시스템을 해킹해 마비시키거나 떨어뜨리는 것도 가능해졌다”며 “우주 IT 서비스 시대에 대비해 보안 관련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우주 IT 서비스에 대한 해킹 사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뉴스페이스 시대에 민간 기업의 참여가 늘면서 해킹 시도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인공지능(AI), 양자 암호를 적용한 차세대 기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부사장은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앞으로는 AI를 탑재한 위성으로 우주에서 직접 이미지를 처리해 전송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우주에 기지국을 설치하는 형태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자 암호도 최근 위성 IT 서비스 보안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양자 암호는 양자 상태를 이용해 암호키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해킹이 불가능한 시스템으로 보안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은 양자 암호통신위성 ‘무쯔’를 이용해 7600㎞ 거리에서 파일을 비밀리에 주고 받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위성에서 전송한 양자키 신호는 구름, 공기 흐름에 영향을 받는 만큼 균일한 데이터 전송 방식이 가능해야 한다.
김 상무는 “위성은 지구 한바퀴 도는 데 90분에 불과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며 “위성을 쫓아가면서 신호를 받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기술 수준이 5~7년 뒤쳐져 있다”며 “상용 서비스와 안보 모두에서 보안이 중요한 만큼 선제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경일 전무는 “우주항공청 출범을 계기로 정부의 투자가 큰 과실을 맺을 수 있게 힘 써주길 기대한다”며 “정부가 공공구매를 진행해 위성 기업이 성장하고 수출을 활성화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페이스K 2024′ 포럼 5일 개최
나라스페이스 “국내 기업 해외와 기술 격차 크지 않아”
텔레픽스 “다양한 소비자 대상으로 한 상품화 중요”
인공위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전 세계 모든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위성 영상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필수적인 데이터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위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우주 기업들은 기후변화와 금융, 인공지능(AI), 심지어 가상현실(VR) 같은 몰입형 기술까지 접목하는 신산업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조근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위성영상활용본부장과 원동식 텔레픽스 이사는 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스페이스K 2024′ 포럼에 참석해 지구관측을 기반으로 한 위성 기술과 미래상을 소개했다.
나라스페이스는 재난재해·도시·식량·환경 관련 위성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서비스인 ‘어스페이퍼’를 제공하고 있다. 텔레픽스는 전 세계 야적장을 관측해 원자재 공급망을 모니터링하는 위성 영상 분석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드웨어도 개발했다. 나라스페이스는 ‘나르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메탄가스 측정용 초소형위성을 개발하고 있으며, 텔레픽스는 우주에서 AI 컴퓨팅을 수행하는 온보드 프로세서 ‘테트라플렉스’를 개발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위성 기업들은 이날 지구관측의 사업 가능성이 계속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원동식 텔레픽스 이사는 “예전에 비해 데이터 접근이 쉬워져 상상도 못 했던 것들을 해석해서 받을 수 있다”며 “기후변화와 금융처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 있다”고 말했다. 조근후 나라스페이스 본부장도 “위성 영상 처리와 분석 관점에서 전 지구적인 시스템을 갖추면 그동안 분석하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라스페이스는 지난해 발사한 큐브위성 ‘옵저버 1A’를 시작으로 위성 대량 생산체계를 만들어 지구를 촘촘히 관측할 예정이다. 큐브위성은 기본 단위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인 초소형 위성으로 원래 교육용으로 개발됐지만 최근 전자공학이 발달하면서 과거 대형 위성이 하던 일까지 맡고 있다. 회사는 쌍둥이 위성 ‘옵저버 1B’를 연내에 발사한 뒤 군집으로 위성을 운용할 예정이다. 텔레픽스는 가시광선에서 적외선, 레이더파까지 다양한 파장의 빛을 분석하는 다분광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에 맞춘 정보를 생산한다.
국내 위성 기업들은 기술력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 본부장과 원 이사는 해외에 플래닛 랩스(Planet Labs)와 맥사 테크놀로지(Maxar Technologies) 같이 지구관측을 기반으로 한 대형 기업들이 있지만, 한국도 인적 자원과 기술 개발 경험이 뒤지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조 본부장은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을 비교했을 때 기술 격차가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어쩔 수 없이 시장 규모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품질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원 이사는 “기술력보다는 수요를 잘 고려하고 대중화해 다양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상품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기반으로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같은 몰입형 기술이 일상에서 쓰일 정도로 발전한 만큼, (이전과 전혀 다른) 특이점에 온 위성 영상 기술이 다른 분야에 도약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위성 기업들은 각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주항공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본부장은 “AI에게 위성 영상을 대량으로 학습시키려면 공공 위성 데이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 이사도 “한국은 국가 대형 연구개발(R&D)의 성과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중심으로 한 학계의 소형위성 연구 같은 경험이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