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로봇 최초로 '촉각' 기능을 탑재한 로봇 불칸(Vulcan)./아마존 제공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지난 5월 ‘촉각’ 기능을 갖춘 최신 로봇 모델 불칸(Vulcan)을 선보였다. 그동안 산업현장에 배치된 로봇은 집고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느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촉각 센서를 탑재한 불칸은 사물의 모서리와 윤곽을 감지할 수 있어 보다 다양한 상품을 알아보고 집어 올려 선반에 옮겨 넣거나 정리할 수 있다. 아마존은 하루 평균 약 160만개, 시간당 약 6만6000개의 상품을 배송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존은 전 세계 185여개 물류시설에서 상품을 입고부터 보관·주문·포장·배송·반품 처리하는데, 이 과정을 자동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첨단 로봇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마존은 물류시설 내 재고가 소진되면 빈 선반을 다시 채워 넣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재고 리필(보충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기 위해 불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팔이 2개다. 하나는 재고 정리를 위한 긴 막대 모양의 팔과, 카메라에 흡입 컵이 달려 물품을 집을 수 있는 팔을 장착하고 있다. 아마존 관계자는 “첨단 로보틱스와 피지컬 AI 기술을 동원해 개발한 불칸은 시각 기능으로 세상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아마존 로봇 최초로 집는 상품을 ‘느낄’ 수 있어 이전 로봇들이 할 수 없었던 작업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불칸은 아마존 물류시설 내 75%의 상품을 집어 옮기고 정리할 수 있으며, 작업 속도는 인간 직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AI 기술 경쟁의 다음 무대가 로봇을 포함한 물리적인 영역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생성형 AI 다음은 피지컬 AI”라며 “로봇 산업에도 챗GPT와 같은 전환점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챗GPT가 지난 2022년 혜성처럼 등장한 이후 AI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처럼, AI를 로봇 등 물리적 시스템과 결합한 ‘피지컬 AI’가 로봇 산업의 도약을 이끌 것이란 설명이다.

켄 골드버그 UC버클리 산업공학과 교수 겸 AI 연구소 위원장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분야 석학인 켄 골드버그(Ken Goldberg) UC버클리 산업공학과 교수 겸 AI 연구소 위원장은 13일 조선비즈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피지컬 AI 기반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최근 몇 년 간 작업 특화형 로봇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산업에서 눈에 띄는 진전이 있었다”며 “아마존과 1X 같은 기업들은 걷고, 물건을 집고, 정해진 환경에서 복잡한 피킹·적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교수는 이달 2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5′에 기조연설자로 참여한다. ‘AI와 로봇이 이끄는 생산성 혁명’이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미 펜실베니아대에서 전자공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하고 카네기멜론대에서 컴퓨터공학 석·박사를 받은 골드버그 교수는 로보틱스(로봇공학)를 주제로 300편 이상의 논문을 썼고, 미국 특허 9건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3월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에 연사로 참여했으며, 엔비디아와 함께 제조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공동 창업한 AI 로봇 스타트업 암비 로보틱스와 자코비 로보틱스에서 최고과학책임자(Chief Scientist)를 맡고 있다.

그는 로봇이 이미 제조·물류업에서 직원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등 성과를 내고 있으며, 앞으로 의료와 농업 분야에서도 폭넓게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마존의 경우 전 세계 물류시설에서 운영 중인 로봇 수가 지난달 기준 100만대를 넘어섰고, 이들 로봇은 직원들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아마존 직원 한 명이 하루에 처리하는 소포 수는 2015년 약 175개에서 지난해 약 3870개로 20배 이상 급증했다.

그는 “피지컬 AI는 우리가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며 “제조,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의 분야에서 자동화와 업무 보조 기능을 제공하면서 생산성·안전성·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산업계와 정치권에서도 한국이 제조업 등에 강점을 지닌 만큼 피지컬 AI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골드버그 교수는 “핵심 AI 연구는 미국과 중국이 앞서고 있고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는 일본이 화낙과 도요타를 중심으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한국은 현장 적용과 스케일업에 주력하면 피지컬 AI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역시 우수한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산·학·연 협력 체계를 효과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피지컬 AI의 발전으로 로봇이 산업과 일상에 스며드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골드버그 교수는 아직 로봇이 인간 수준의 적응력과 촉각 등 감각 기능을 갖추진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등장하는 로봇 비서가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이유는 아직 로봇이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버그 교수는 “로봇이 가정과 산업, 사회 전반에 폭넓게 도입되기 전에 확보해야 하는 것은 강건성(robustness)”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강건성은 돌발 변수가 나타나는 복잡한 환경에서도 로봇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적응하며 임무를 완수하는 능력을 뜻한다. 그는 “로봇 훈련에 필요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거대언어모델(LLM)과 로봇 AI 모델간 10만배의 ‘데이터 격차’가 존재한다”고 했다.

데이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선 아마존처럼 로봇을 현장에 대규모로 투입해 다양한 경험 데이터를 대량으로 수집한 뒤 이 데이터를 여러 연구소와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유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다량의 로봇(플릿·fleet)이 각자 수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공유해 함께 학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로봇 분야는 아직 챗GPT의 등장과 같은 전환점을 맞이하지 않았지만, 아마존과 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그 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며 “로봇의 혜택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교육과 재훈련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스마트클라우드쇼2025

=이재은 기자

조지아공과대학교 교수


프로필

  • 2023 ~ 현재
    • 조지아공과대학교 교수

  • 2018 ~ 현재
    • 엔비디아 수석 연구원

  • 2019 ~ 2023
    • 토론토대학교 조교수

  • 2016 ~ 2018
    • 스탠포드대학교 박사후연구원

  • 2011 ~ 2016
    • UC 버클리대학교 연구박사

과거 참여 이력

  • 스마트클라우드쇼 2024 기조강연
    생성형 AI로 일반화된 로봇 공학
  • 스마트클라우드쇼 2024 패널토의

스마트클라우드쇼 2024 - 생성형 AI로 일반화된 로봇 공학

르네 야오 엔비디아 글로벌 헬스케어 부문 리드 기조 강연
“방대한 데이터 시각화해 암 진단·치료 정확도↑”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3)’에서 엔비디아의 글로벌 헬스케어 AI스타트업 개발자협력부문 리드인 르네 야오가 연설하고 있다/조선비즈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3)’에서 엔비디아의 글로벌 헬스케어 AI스타트업 개발자협력부문 리드인 르네 야오가 연설하고 있다/조선비즈

‘암 정복을 앞당기는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에 엔비디아의 글로벌 헬스케어 AI스타트업 개발자협력부문 리드를 맡고 있는 르네 야오(Renee Yao)가 기조강연자로 나섰다.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업체인 엔비디아가 암 정복을 주제로 한 포럼에는 왜 참석한 걸까. 야오 리드의 설명을 들어보면 반도체에 기반한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이 암 정복의 중요한 키워드라는 걸 알 수 있다.

야오 리드는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 기조강연자로 나섰다. 야오 리드는 여러 차례 스타트업 창업을 한 뒤 2019년부터 엔비디아의 글로벌 헬스케어 AI스타트업 개발자협력부문을 이끌고 있다.

그는 반도체 제조업체로 알려진 엔비디아가 암 정복 같은 헬스케어 사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야오 리드는 “우리는 단순한 칩 회사나 하드웨어 회사가 아니라 AI기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며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바이오네모 같은 단백질 생성 AI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IT 기업들은 너나할 것 없이 신약 개발을 위한 AI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단백질 생성 범용 프레임워크인 에보디프(EvoDiff)를 공개했고, 구글도 단백질 구조 예측과 게놈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AI를 출시했다. 엔비디아 역시 올해 초 바이오네모를 구축해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야오 리드는 생성형 AI 기술이 헬스케어에 접목되면서 신약 개발뿐 아니라 암의 진단과 치료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리학자의 어려움 중 하나는 수백만 개의 세포 사이에서 암세포를 진단해야 하는 것”이라며 “기존 방법으로는 쉽지 않지만, 엔비디아의 GPU칩을 활용해 AI를 학습(learning)시킨 결과 오류율을 85%까지 줄이고 진단의 정확도는 향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엔비디아의 AI를 이용해 2차원(D) 이미지를 3D나 4D, 5D로도 볼 수 있고, 혈류나 암 조직을 정확하게 관리해 의사별 숙련도의 차이에서 생기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기술을 실제 암 진단과 치료에 활용하는 한국 기업도 있다.

야오 리드는 “엔비디아는 한국 업체 뷰노에 다양한 이미징 솔루션을 제공해 망막 이상을 90%, 위암을 100% 진단하는 놀라운 정확도를 보여줬다”며 “암 검사 프로그램 업체 ‘노을’도 (엔비디아의 솔루션을 활용해) 극소량의 혈액만으로 백혈병 등 혈액 질병을 진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I는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도 한다. 야오 리드는 “카메라에 AI칩을 통합시켜 환자를 모니터링해 의사와 간호사의 번아웃(burn out) 문제를 해소하기도 한다”며 “이를 도입한 미국 병원의 경우 환자의 낙상 사고가 70% 감소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업무 부담을 줄여준 덕분에 의료진이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가 늘어나 환자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2023 헬스포럼

=유병훈 기자

=염현아 기자

엔비디아 글로벌 헬스케어 AI스타트업 개발자협력부문 리드


프로필

  • 2019 ~ 2023
    • 엔비디아 글로벌 헬스케어 AI스타트업 개발자협력부문 리드

  • 2023 ~ 현재
    • 엔비디아 헬스케어 생명과학 부문 생태계 비즈니스 개발부 소속

  • 2019 ~ 2020
    • Dancewaze CEO·공동창립자

  • 2017 ~ 2018
    • Cuddle Budds 공동창립자

  • 2016 ~ 2017
    • 엔비디아 AI시스템&분석 부문 제품 선임매니저·제품 마케팅 매니저

  • 2013 ~ 2016
    • 씨스코 제품·파트너·솔루션 마케팅 매니저

과거 참여 이력

  • 2023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기조강연
    픽셀과 세포를 연결하다: 암 치료의 새로운 출발

스탠퍼드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부교수⋅엔비디아 특훈과학자


프로필

  • 2021 ~ 현재
    • 엔비디아 특훈과학자
    • 엔비디아 자율주행연구소장

  • 2019 ~ 현재
    • 스탠퍼드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부교수
    • 스탠퍼드대학교 컴퓨터공학부, 전기전자공학부, 계산과학공학부 겸임교수

  • 2012 ~ 2019
    • 스탠퍼드 대학교 보조교수

  • 2010 ~ 2012
    • NASA 연구기술자

과거 참여 이력

  • 스마트클라우드쇼2023 기조강연
    생성형 AI가 이끄는 자율주행차량 개발 혁신

  • 스마트클라우드쇼2023 패널토의

스마트클라우드쇼2023 기조강연2 - 생성형 AI가 이끄는 자율주행차량 개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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