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Ripple) 글로벌 사업본부 부사장
에릭 판 밀텐버그(Eric van Miltenburg) 리플 글로벌 사업본부 부사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지급결제 시장의 불편함을 해소하겠다"고 18일 말했다.
밀텐버그 부사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9 미래금융포럼’에서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도 글로벌 지급결제는 속도, 비용, 신뢰도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송금한 지 3~5일이 지나야 결제 정산이 끝나 지급이 이뤄지고, 글로벌 금융사들이 지급결제를 위해 각국의 은행에 예치한 자금 규모만 총 10조달러"라며 "일어나지 않은 지급결제에 대비해 10조달러가 묶여있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밀텐버그 부사장은 글로벌 지급결제의 정확성,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전체 글로벌 지급결제의 6%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는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라며 "구글에서 검색을 할 때 원하는 결과가 100번 중 6번은 나오지 않고 이메일을 100통 보냈을 때 6통은 발송에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리플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지급결제 분야의 불편함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리플은 이를 위해 지급결제를 실시간으로 진행할 수 있는 ‘엑스커런트(xCurrent)’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엑스래피드(xRapid)’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밀텐버그 부사장은 "엑스커런트는 쉽게 말해 실시간 문자 시스템으로, 글로벌 지급결제를 실시간으로 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디지털화폐, 가상화폐가 아닌 실물 화폐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엑스래피드는 엑스커런트가 해결할 수 없는 유동성 문제를 풀기 위해 개발됐다. 가상화폐 ‘리플’을 글로벌 지급결제 송금에 활용해 글로벌 금융사들이 다른 은행에 자금을 예치하지 않아도 되도록 플랫폼을 마련한 것이다.
밀텐버그 부사장은 "엑스래피드를 활용해 미국 달러를 멕시코에 송금한다고 가정하면, 미국 은행이 달러를 리플로 환전해서 멕시코 은행으로 보내고 멕시코 은행은 리플을 페소로 환전하면 끝이다"며 "중계은행을 통할 필요도 없고 시간도 5초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은 케이블로 연결하든 와이파이로 연결하든 위성을 사용하든 여러 다른 네트워킹 기술을 사용해도 서로 연결이 되는 시스템”이라며 “블록체인 기술도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칠만큼 주류가 되려면 인터넷과 같은 상호운용성이 있어야 한다.”
스테판 토마스(Stefan Thomas) 리플(Ripple) 최고기술경영자(CTO)는 18일 조선비즈가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18 미래금융포럼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스테판 토마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리플의 CTO다. 비트코인 전문가인 그는 ‘비트코인은 무엇인가?(What is Bitcoin?)’라는 비디오를 제작해 수백만명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데 일조한 바 있다.
토마스는 ‘인터레저’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블록체인의 효율성이나 유용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간 연관성이 있는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블록체인 간 상호운용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인터레저 사업은 XRP(리플의 화폐단위)를 브리지 통화(bridge currency)로 사용해 다른 원장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는 “리플이 XRP를 처음 개발했을 때는 모든 사람들이 이 시스템에 참여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고객마다 원하는 것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블록체인만으로 고객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기존의 블록체인을 대체하는 것만으로는 상호운용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전세계 블록체인 상황은 사일로(silo·담을 쌓아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현상) 형태로 서로 다른 블록체인들이 있고 이런 블록체인들이 모두 분리돼있다”며 “실질적으로 블록체인 간 상호운용성 높이기 위해서 블록체인과 블록체인, 또는 블록체인과 블록체인 아닌 다른 시스템이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토콜(통신규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레저는 새로운 원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서로 다른 원장이 연결될 수 있는 프로토콜을 만드는 것”이라며 “자산이 한 레저에서 다른 레저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터레저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다양한 은행, 중앙은행, 컨설팅회사 등 지급결제 회사업체들을 포함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은행 주도가 아니라는 것이 특징이며 여러 분야가 한데 모이는 최초의 시도라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비트코인·이더리움과 같은 분산 원장(distributed ledger)뿐 아니라 페이팔처럼 중앙화된(centralized) 원장까지 다 묶을 수 있는 ‘인터레저 프로토콜(Interledger Protocol, 이하 인터레저)’이 금융의 미래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테판 토마스(Stefan Thomas) 리플(Ripple) 최고기술경영자(CTO)는 “10년 후 현재를 돌아보면 지금의 블록체인 기술은 단지 촉매제(catalyst)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8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8 미래금융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등장한 토마스 CTO는 행사 후 인터뷰에서 금융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인터넷 프로토콜(Internet Protocol, IP)’이 현재 인터넷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인터레저가 금융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생활에서 결제·송금과 같은 금융 활동을 하려면 자산을 옮기는 다양한 수단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 때 인터레저가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지금은 주차한 후 주차비를 계산할 때 비자 카드나 페이팔 중 선택해서 결제하지만, 앞으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XRP(리플 코인) 등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다. 이를 위해선 은행, 카드사 등 기존 금융 시스템과 블록체인 금융 시스템을 연결하는 표준이 필요하다.
토마스 CTO는 “금융 표준이 되려면 블록체인뿐 아니라 기존 결제 수단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간편(simple)해야 한다”며 “인터넷 표준을 보더라도 더 우수한 설계를 가지고 있던 OSI(Open Source Interconnect)가 더 간편한 IP에 밀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인터레저에선 가장 간단한 개념인 ‘자산의 이동’을 공통분모로 보고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XRP가 연결 통화(bridge currency)로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다른 암호화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XRP는 가장 빠른 처리 속도를 가졌고 실제 금융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더 우월하다는 것이다.
토마스 CTO는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XRP 가격이 연동해서 움직이는데 XRP는 다른 암호화폐와 엄연히 다르다”며 “다른 암호화폐와 XRP의 기술을 비교하는 건 장난감 자동차와 벤츠를 비교하는 격”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XRP를 디지털 자산이라고 설명하는데, 자산 가치가 잘 오르지 않는 것 같다.
“암호화폐를 투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투자자들로 인해 가격이 단기적으론 흔들릴 수 있지만, 길게 보면 다르다. XRP는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명확한 사용 사례(use case)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리플(Ripple Inc.)사가 XRP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XRP 가격이 오르면 우리도 좋다.”
-규제 리스크는 어떻게 극복하나.
“우리는 규제 당국과 함께 일하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보다 피해가 적다. 고객(은행)도 계속 늘고 있어 회사 설립 후 올해 1분기에 마진율이 가장 높았다.”
-비트코인은 기축통화, 이더리움은 ICO(암호화폐공개) 플랫폼이란 지위를 가지고 있다. XRP는 개인 투자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나.
“우리 고객인 머니그램(MoneyGram)을 예로 들고 싶다. 머니그램은 미국 최대 송금 서비스 업체인데, XRP를 브리지 통화로 사용해 비용을 줄이고 수익이 개선됐다. 금융 업체 간 경쟁 촉진으로 이들이 더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결과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소비하는 개인의 비용도 줄어든다.”
-더 직접적인 효용은 없나.
“우리도 처음엔 암호화폐 지갑 앱 같은 것을 개발했다. 개인이 직접 유동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려던 건데, 이런 작업은 기업이 해야 하고 개인이 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인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고 매 상황 선택을 해야 하는데, 전문가가 처리하는 것보다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더라. 결국, 기업을 거쳐 개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로 선회했다.”
-한국 금융 기관과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한국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부정적 관점을 가지고 있어서 빠르게 진입하진 못하고 있다. 우리의 새로운 기술을 한국 시장에 어떻게 전달할지(education) 고민하면서 동시에 전통적인 금융 기관과 협력하는 노선을 취하고 있다. 물론 국가나 규제 당국이 새로운 기술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
시가 총액 세계 3위 암호화폐인 XRP를 개발한 리플엔 구글(GV),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제리 양이 설립한 벤처 펀드(AME Cloud Ventures) 등이 투자했다. 본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으며 스탠다드차타드, UBS, 뱅크오브아메리카, SBI홀딩스 등 100여개 글로벌 금융사가 고객이다.
스테판 토마스는 초기 비트코인 진영에서 활동하다가 2012년 CTO로 리플에 합류했다. 최근엔 월스트리트저널 ‘D.라이브(D.LIVE)’ 등 블록체인 관련 행사 주요 연사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