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챈 에코백스 CEO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25' 기조연설을 마치고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조선비즈

“최고의 아이디어는 회의실이 아닌 고객의 집에서 나옵니다. 보고서와 고객의 사용경험 중 무엇이 진짜일까요. 결국 모든 회사는 고객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겁니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합니다. 고객에게 직접 물어봐야 합니다.”

데이비드 챈 에코백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25’ 기조연설 이후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70여개국에 진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로봇청소기 회사를 이끄는 그는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외부에 알리지 않고 따로 고객 집을 방문한다. 그는 “한국 출장 중에도 우리 제품을 아파트에서 쓰고 있는 고객의 집을 방문할 계획”이라며 “직접 제품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고객의 피드백을 들으면 앞으로의 개선 방향이 명확해진다”고 말했다.

그가 고객 집을 방문하는 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두바이 고객의 집에서는 사막 모래 때문에 강력한 흡입력이 왜 중요한지 깨닫고, 흙 묻은 신발 그대로 집에서 생활하는 유럽 주거 문화에서는 로봇청소기가 얼마나 극한의 환경에 놓이는지 목격했다. 그는 “처음엔 엔지니어들에게 이런 경우를 언급하면 제품에 너무 가혹한 환경이라고 하지만, 고객이 청소를 원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환경 때문”이라며 “로봇청소기를 만드는 엔지니어들에게도 실제로 도움이 되는 건 이런 ‘진짜 피드백’”이라고 말했다.

현장 중심 철학은 1998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하청업체로 시작한 에코백스를 자체 기술력을 갖춘 로봇 기업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다. 핵심 부품을 직접 개발·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기술 자립도를 높였고, 이는 자연스럽게 연구·개발(R&D) 중심의 조직 문화를 만들었다. 전체 직원의 18%가 R&D 인력이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하드웨어 엔지니어보다 많다.

전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은 전통 가전 강호들이 아닌 로봇에 특화된 중국 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양대 산맥에 묻혀 ‘외산 가전의 무덤’이라 불리는 국내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중국 로봇청소기 기업들은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챈 CEO는 로봇청소기 분야에서 기존 대기업들이 혁신에 뒤처지는 이유를 ‘무시 전략’에서 찾았다. “처음엔 ‘너무 작은 시장이라 신경 안 써(I don’t care)’로 시작합니다. 그 다음엔 ‘왜 저렇게 빨리 크는지 이해가 안 되네(I don’t understand)’가 되고, 마지막엔 ‘따라잡고 싶은데 이젠 너무 늦었어’가 되는 거죠.”

그는 혁신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소로 ‘부서 이기주의’를 꼽았다. “너무 많은 회사가 사일로(Silo·부서 이기주의)에 갇혀 사업 관리자는 제품 기술을 모르고, 엔지니어는 사업을 모른다“며 “이런 것들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결국 혁신의 발목을 잡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함정을 피하고자 우리는 엔지니어로 입사한 젊은 인재들이 사업 부문도 경험하게 해, 두 영역의 지식을 모두 갖추도록 경력 경로를 설계한다”며 “제품과 사업이 한짝의 장갑처럼 딱 맞아 떨어지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자의 뒤를 이은 30대 CEO인 그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12년 에코백스 그룹에 합류해 전자상거래, 해외 사업 부문 총괄 등 핵심 직책을 두루 거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이달 4일(현지시각)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25’에서 공개된 에코백스의 신형 로봇청소기 디봇 X11 모델. 벽에 닿으면 본체에서 롤러 물걸레가 밖으로 튀어나와 사각지대 없이 물걸레질을 한다./최지희 기자

―에코백스 중국 쑤저우 본사는 대학 캠퍼스처럼 엔지니어들이 안뜰 곳곳에서 로봇을 조종하고 있다고 들었다.

“일견 보기에 정신이 없기도 해서 대학 캠퍼스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하하). 좀 어지러워 보일 수는 있지만, 그건 우리 팀이 항상 새로운 해답을 찾고 있다는 증거다. 정원 잔디밭에는 개발 중인 잔디깎이 로봇들이 놓여있고, 최신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하느라 빠르게 움직인다. 회사에는 젊은 엔지니어들이 많은데,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젊은 인재들을 많이 유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젊은 인재들을 유치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젊은 사람들은 창의적인 만큼 실수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실수를 용납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또 이들이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우리는 엔지니어들이 기술 지식뿐 아니라 사업적 감각까지 갖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력 개발 경로를 지원한다. 물론 보상도 중요하다. 상장사로서 스톡옵션 등을 통해 모든 직원이 회사의 성공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하나의 팀’이라는 인식을 공유한다.”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어떻게 진행되나.

“모든 것은 고객의 피드백에서 시작된다. 물걸레 청소 후 바닥에 물기가 너무 많이 남는다는 아시아 지역 고객의 불만은 물걸레가 물기를 다시 흡수하는 ‘오즈모 롤러’ 기술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청소 중 배터리가 떨어져 충전하는 데 3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지적은 로봇이 스테이션에 머무는 몇 분 만에 급속 충전하는 ‘파워부스트’ 기술을 낳았다. 우리 제품의 발전 방향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생활 패턴을 이해하는 ‘집사(Steward)’가 되고, 나아가 사람과 교감하는 ‘동반자’로 진화하는 것이다. 내년 봄에는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의 가정용 로봇을 선보일 계획이다.”

―로봇청소기의 AI 학습 기능은 해가 갈수록 개선되고 있는데, AI가 향후 에코백스의 사업 모델을 어떻게 바꿀 것이라 예상하는가.

“솔직히 AI가 우리의 사업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나는 기술 트렌드에 대해 긍정적이면서도 현실주의자다. AI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지만, 우리의 일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AI를 활용해 고객이 가진 매우 구체적인 문제, 예를 들어 바닥 청소나 잔디깎이 같은 문제를 더 잘 해결하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다. 자체 개발한 LLM(대규모언어모델) 역시 사용 설명서를 찾을 필요 없이 AI에게 자연스럽게 질문하고 답을 얻게 하는 등, 고객의 필요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향후 2~3년 안에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체감할 로봇청소기의 변화는 무엇인가.

“여전히 개선할 부분이 많다. 소음 수준을 더 낮추고, 집안 환경에 대한 의미론적 이해(semantic perception)를 높여야 한다. 로봇이 계단을 오르내릴 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다. 더 많은 컴퓨팅 파워와 모터를 추가할수록 배터리 소모는 극심해진다. 미래에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려면 에너지 문제를 반드시 먼저 풀어야 한다.”

―로봇청소기 해킹으로 보안 문제가 여러 번 쟁점이 됐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팔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우리는 전 세계 로봇 표준 위원회에 가장 먼저 참가한 중국 기업 중 하나다. 다만 산업이 발전하면서 고객과 정부의 보안에 대한 기대 수준이 계속 변하고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당연하고 올바른 변화다. 때로는 우리가 그 변화에 충분히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그런 일이 생기면,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며 성장해야 한다. 업계와 규제 당국이 협의해 올바른 표준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보안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그 기준에 즉각 맞춰 개선할 것이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5

=최지희 기자

데이비드 챈 에코백스 최고경영자(CEO)./에코백스

전 세계 가정을 구석구석 누비는 로봇청소기 5대 중 1대는 중국 기업 ‘에코백스’가 만들고 있다. 1998년 가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제조사로 출발한 에코백스는 로봇청소기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아 중국 시장 1위를 넘어 전 세계 판매량 선두에 올랐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창업 초기 에코백스는 기술력을 가진 브랜드가 아닌 단순 하청업체로 이름을 알렸다.

회사의 운명을 바꾼 건 2000년, 창업자 첸둥치 회장이 본 ‘로봇 축구’ 신문 기사였다. 그는 작은 로봇이 혼자 경기장을 누비며 공을 골대로 몰고 가는 모습에서, 스스로 집 안을 돌아다니며 먼지를 제거하는 로봇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생소했던 로봇청소기 개발에 뛰어들었고, 2001년 중국 최초로 진공청소기와 로봇을 결합한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에코백스가 OEM 그늘을 벗어나 자체 로봇청소기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핵심 부품 내재화’다. 모터, 배터리, 감속기, 관절 등 주요 부품을 직접 개발·생산하면서, 외부 공급망 리스크에서 벗어나 개발 속도와 품질 주도권을 확보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자연스럽게 회사의 체질을 연구·개발(R&D) 중심으로 바꿔놨다. 부품 기술력은 가정용 로봇청소기를 넘어 수중 청소 로봇, 잔디깎이 로봇 등 다양한 서비스 로봇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기반이 됐다. 현재 170개국 시장에 진출한 에코백스는 지난해 매출(약 3조2000억원)의 5.3%인 1700억원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그간 확보한 특허는 2400건이 넘는다.

창업자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현재는 30대 데이비드 챈 최고경영자(CEO)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13년 전 에코백스 그룹에 합류한 그는 전자상거래, 해외 사업 부문 총괄 등 핵심 직책을 거쳤다. 챈 CEO는 오는 2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5’에서 가정용 로봇의 혁신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강연을 앞두고 조선비즈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가정용 로봇은 단순히 청소하는 기계를 넘어 인간과 감정을 주고받는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며 “에코백스가 27년간 축적한 실제 사용 데이터와 3D 인식 기술(AIVI 3D), 대화형 AI와 같은 핵심 기술의 발전 방향을 콘퍼런스에서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2월 에코백스가 신제품 발표회에서 공개한 로봇청소기 ‘디봇 X8 프로 옴니’(오른쪽)./최지희 기자

—가정용 로봇 혁명은 어디서 비롯된다고 보는가.

“단기간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닌, 각 가정의 다양한 ‘시나리오’에 최적화된 로봇에서 혁명이 시작될 것이다. 진짜 혁신은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도구’에서 ‘파트너’로 재정의하는 데 있다. 로봇이 명령만 수행하는 도구를 넘어, 사람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며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그 순간이 혁신의 전환점이다.”

—그 전환점을 넘기 위한 기술적 조건은 무엇인가.

“로봇 개별 기능의 단편적인 고도화를 넘어선 ‘유기적 자율 판단’이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감지, 의사결정, 상호작용, 모션 제어, 시스템 통합이라는 다섯 가지 기술 축에서 동시에 돌파가 필요하다고 본다. 에코백스는 이 기술들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통합된 단일 플랫폼 위에서 구현하고 있다. 우리는 음성 비서를 넘어, 딥러닝 AI 모델이나 여러 로봇을 제어하는 협업 시스템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해 왔다. 최근에는 자체 LLM(대규모언어모델)을 통해 사용자의 모호하고 복합적인 자연어 명령까지 정밀하게 이해하고 실행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역량을 통합 연결하는 것이 로봇을 진정한 파트너로 만드는 핵심이다.”

—로봇 제품 개발 단계에서 무엇을 중시하나.

“의도적으로 스펙 경쟁에서 벗어나 있다. 청소, 내비게이션, AI 같은 기술이 유기적으로 융합돼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유연하게 적응하며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다. 스펙 경쟁에 매몰되기보다는 ‘실제 생활에서 편의성과 효율을 실질적으로 높이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모두를 위한 로봇(Robotics for All)’이라는 비전을 내 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리 대단한 스펙이라도 사용자가 일상에서 그 가치를 체감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본다.

우리는 모터, 사출, 회로, 배터리, 관절 등 로봇의 핵심 부품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공급망 생태계를 갖췄다. 이는 단순히 안정적인 부품 수급을 넘어, 미래에 우리가 구상하는 다양한 시나리오의 로봇을 빠르고 유연하게 상용화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다.”

—로봇이 똑똑해질수록 사용자의 데이터 보안 우려는 커지고 있다. 로봇청소기 해킹 사건도 여러 번 문제가 됐다.

“신뢰 기반의 기술 경쟁력을 구축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로봇은 가장 사적인 공간에서 작동하기에, 사용자의 신뢰 없이는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 이에 에코백스는 글로벌 보안 인증 최고 등급(UL 솔루션즈 다이아몬드)을 획득했는데, 악성코드 탐지, 불법 접근 차단, 데이터 익명화 같은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등급이다. 앞으로도 편의성뿐 아니라 신뢰와 안전 원칙을 지키면서 제품을 개발할 것이다.”

—한국 시장은 어떤 의미가 있나.

“한국 소비자들은 강한 기술 지향적 소비문화를 지니고, 신기술이 적용된 고급 가전에 대한 관심이 높다. 빠르게 변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스마트홈 기술에 대한 높은 수용도 역시 우리의 기술 혁신 역량을 구현하고 검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우리에게 단순한 시장을 넘어, 글로벌 성공을 가늠하는 ‘전략적 테스트베드’와 같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전국 단위의 A/S망을 확대하고 전체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마트클라우드쇼2025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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