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발전으로 수명이 길어지고, 장기이식 수요도 급증하고 있지만 이식 건수는 늘지 않고 있습니다. 이종(異種) 장기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해 국가적 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대안입니다."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가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9’에서 이종장기 이식 현황과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는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9’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인공 장기보다 동물을 이용한 이종 장기 이식이 먼저 실현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넨바이오는 바이오 장기 개발 기업이다.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해 국내 대학병원 출신 전문의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을 역임했다. 그는 "현재 장기이식을 원하는 환자 10명 중 1명 정도만 이식을 받을 수 있고, 하루 5명 이상이 이식을 기다리다 가족 품에서 명을 달리한다"며 "대안은 인공·이종 장기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종 장기는 무균 돼지나 영장류의 조직을 재료로 한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형질전환 무균 돼지 장기가 인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조직을 넘어 췌도·각막·간·신장·심장·폐 등을 이식하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인체조직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70% 이상은 수입 중"이라며 "사람이 아닌 동물 조직을 사용할 수 있다면 국가 발전에도 도움되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영장류·돼지간 이식 실험은 수일을 버티지 못했지만, 최근 기술 발달로 장기를 이식 받은 동물들이 1년 이상 생존하고 있다"며 "이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형 면역억제제 개발, 형질전환 기술 발전 등에 따라 안전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어 "미국·일본·중국·독일 등이 빠르게 관련 법을 완비하고 연구를 가속하고 있다"며 "미국은 5년 내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 실험을 준비하고, 첫 대상자를 논의하고 있는 단계"고 소개했다.

제넨바이오는 이종장기 개발부터 이식 전문 병원 운영까지 맡는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경기도 평택에 1만3000평 규모 R&D센터를 건설하고 형질전환 돼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과 협업해 내년 5월까지 동물 각막, 췌도 이식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종장기 이식이 가능하겠냐는 의심도 많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민혁 기자

"헬스케어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바이오헬스를 중점 육성하고 있다."

노홍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막한 ‘2019 헬스케어 이노베이션’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막한 ‘2019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노홍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 장관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이 다양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헬스케어는 핵심 분야"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의료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진단, 개인맞춤형 치료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다"며 "헬스케어의 변화는 어느 영역보다도 강력하고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박 장관은 "우리 정부는 이런 흐름에 적극 대응하고자 올 5월 혁신전략을 발표했고 바이오헬스를 중점 육성하고 있다"며 "100만명 규모의 바이오 빅데이터를 통해 치료기술 개발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했다. 그는 또 "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 등에 투자를 선제적으로 늘리고 재생의료와 정밀진단 등 새로운 치료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박 장관은 "이번 포럼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10년 동안 두 차례 수술에 실패한 혈관 기형 환자가 있었는데, 의료 영상 분석 기술과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수술에 성공했습니다.

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는 14일 "메디컬아이피가 가진 3D 영상처리부터 3D 프린팅까지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는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9’에서 발표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9’ 연사로 나서 ‘헬스케어에서의 프린팅 기술’을 주제로 발표했다.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은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국내 최대 헬스케어 콘퍼런스다.

메디컬아이피는 서울대학교병원 1호 스타트업으로 지난 2015년 9월 설립됐다. AI(인공지능) 기반 의료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3D 프린팅 서비스를 제공하며 4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환자의 장기나 신체 부위를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로 촬영한 뒤 이를 AI를 통해 3D 영상으로 구현하고, 3D 프린팅을 거쳐 모형으로 출력하는 식이다.

박 대표는 "의료용 3D 프린팅 기술로 1대1 비율의 장기 모형을 출력해 스탠트(stent) 시술 해보는 과정을 거쳐 실제 수술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메디컬아이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3D 모델링과 3D 프린팅을 쉽게 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3D 프린팅 산업은 재료와 장비가 주류이지만, 사실 소프트웨어 기술도 중요하다"며 "메디컬아이피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해 조명을 받았고, AI 의료영상 분석 솔루션 ‘MEDIP(메딥)’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효능과 안전성도 입증받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3D 프린팅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5~10년 후엔 3D 프린팅을 통한 장기 이식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박원익 기자

제니퍼 브록던 노바티스 중앙연구소 총괄...14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9’ 기조강연

"최근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와 면역 항암제 분야에서는 괄목할만한 발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치료제의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고, 여러 난치성 질환을 단순히 관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치 가능성까지 넘볼 수 있는 변곡점을 창출했습니다"

제니퍼 브록던 노바티스 중앙연구소(NIBR) 총괄이 12일 조선비즈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최근 암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동향에 대해 설명했다. 브록던 총괄은 노바티스에서 면역항암제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로 세계 최초의 CAR-T 항암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킴리아' 개발의 주역이기도 하다.

제니퍼 브록던 노바티스 중앙연구소(NIBR) 총괄.

'기적의 항암제'라고도 불리는 킴리아는 대표적인 CAR-T 치료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몸 속에 있는 T세포가 암세포만을 공격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바꿔주는 맞춤형 치료제다. 환자로부터 추출된 T세포가 특정 암세포 혹은 특정 항원을 표출하는 세포만을 인식해 공격하도록 체외에서 재프로그래밍되는 원리다.

브록던 총괄은 "킴리아는 단 한 번의 투여로 치료가 끝나는 획기적인 치료제로서 환자 자신의 T 세포가 암과 싸울 수 있게 해준다"며 "현재까지 4-1BB 공동자극 도메인(Costimulatory domain)을 사용하는 CAR-T치료제로 허가 받은 것은 킴리아가 유일하며 이 도메인은 치료제의 완전 활성화와 재프로그래밍된 T세포의 확장과 암세포 공격 능력을 오래 지속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킴리아는 개인맞춤화된 세포 치료제로서 한 환자 당 새로운 제품 하나를 생산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저분자의약품이나 생물학적제제(Biologics)와는 완전히 다르다. 브록던 총괄은 "고도의 복잡성을 띠는 이 치료제의 생산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은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맞닥뜨린 어려움 중 하나였다"며 "각 제품마다 엄격한 추적 관리를 하면서 학문에 기반한 생산 프로세스를 탄탄한 GMP 프로세스에 접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브록던 총괄이 소속된 노바티스 NIBR은 현재 킴리아 성과를 다른 암종에 적용해 더 많은 환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개발 중이다. 또 킴리아의 생산 과정을 단순화하고 지리적 한계를 넘어 전 세계 환자들이 킴리아를 보다 쉽게 안전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차세대 생산 기술도 개발 중이다.

브록던 총괄은 "킴리아를 포함한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들은 단순히 증상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서, 발병 원인을 차단하거나 질병 진행을 중단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며 "이 치료제들은 보통 한 번의 치료로 치료가 끝나며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어떤 특정 증상에 대해서는 완치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브록던 총괄은 오는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는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9' 행사에서 기조 강연을 한다. 그는 이번 포럼에서 특정 B 세포 암들의 완치 가능성을 확인하며 미래의 암 치료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고 있는 CAR-T 세포 치료제와 이 치료제와 관련한 과학기술 및 개발과정에 대해 중점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브록던 총괄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을 R&D에 투자하며 전 세계에서 혁신 경제(Innovative Economy)를 가장 잘 이끌고 있는 나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 포럼의 참석을 통해 미래 경제 혁신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한국 헬스케어 산업의 현주소와 발전상을 보고 느낄 수 있는만큼 뜻깊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민규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재앙(disaster)과 같았습니다. 환경은 물론이고, 한국의 국가안보와 경제를 위태롭게 한 결정이었습니다."

마이클 셸런버거 '환경 진보(Environmental Progress)' 창립자 겸 대표는 지난 20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원전 비중을 줄이는 대신 석탄·가스를 전력원으로 쓰면서 대기오염이 심화하고 비용만 증가했다"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원전 같은 에너지원이 없으면 노예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셸렌버거 대표는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2017년에 방한했다. 미국 원자력·기후학 과학자 13인과 공동 서명한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이었다. 미국 석학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셸런버거 대표는 원전 폐쇄 반대 운동을 편 환경운동가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14년 판권을 사 국내에 배급한 다큐멘터리 '판도라의 약속'에 출연해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미국 뉴욕주와 일리노이주의 원전 폐쇄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08년에는 시사 주간지 타임으로부터 '환경 영웅'으로 뽑혔다.

한국을 다시 찾은 셸런버거 대표는 국내 원자력 업계에 무기력감이 팽배하다고 했다. 탈원전 정책이 이미 진행 중이니 어쩔 수 없다는 태도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그는 "원자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정부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며 "대중의 무의식에 자리잡은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원전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탈원전으로 한국의 에너지 안보가 위험하다고 했다. 이 점에 대해 특히 힘주어 말한 듯한 느낌인데.

"탈원전은 한국의 에너지 자립에 최악의 결정이었다. 호르무즈해협 유조선 피격 사건만 봐도 세계적인 분쟁이 증가한다면 석탄과 천연가스 수입에 차질이 빚어진다. 원전 만이 에너지 자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 현 정부가 에너지안보를 희생한 대가는 전력 비용 상승과 대기오염 뿐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어떤 악영향이 있었나.

"한국전력의 올해 1분기 손실액은 천문학적이었고, 한국수력원자력은 수조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UAE 원전 유지보수 사업 독점권을 놓쳤다. 그릇된 공포 때문에 값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다. 한국은 부유해지면서 원전이 경제에 기여한 점을 잊었다. 탈원전으로 한국이 부담해야할 추가적인 비용은 2000억~4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34만명에게 각각 2만9000달러의 월급을 줄 수 있는 수준의 돈이다."

―한국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을 10km 단위의 블록으로 쪼개면, 1000개 구역 중 8개 구역만 대규모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다. 300만 가구를 위한 발전량을 얻기 위해 원전은 축구장 크기의 부지만을 필요로 하는데, 태양광과 풍력은 각각 이보다 478배, 625배의 땅을 필요로 한다. 이런 한계 때문에 지난 2년 사이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 비중은 각각 0.7%포인트,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에너지 정책은 투자에 따른 환원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 풍력이나 태양광은 우리가 투자한 만큼 돌려주지 않는다."

"환경적인 악영향은 말할 것도 없다. 태양광 발전소 폐기물의 독극물은 원자로보다 350배나 많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에 필요한 광물을 캐려면 부산물도 그만큼 나온다. 핵 폐기물은 에너지 부산물 가운데 가장 효율적이다. 스위스 원자로에서 나온 45년치 폐기물은 축구장 크기 창고에 모두 보관이 가능하다."

―한국 원전 산업은 탈원전으로 존폐기로에 섰다. 세계 원전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세계 원자력 시장을 놓고 봤을 때, 한국은 프랑스와 더불어 '서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이한 원전 건설국이다. 한국이 빠지게 되면 러시아와 중국의 지배적인 위치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잃어버리는 것이 안타깝다. 원전 산업에서는 경험 축적이 기술 발전으로 직결된다. 해외 원전 업계는 동일한 원자로를 지으면서 비용과 공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원전 산업 경쟁력을 쌓은 한국을 배우려고 한다. 한수원의 원자로인 'APR1400'의 경우다. "

―한국 원전 산업이 탈원전이라는 산을 넘으려면 어찌해야할까.

"우선 원전 산업은 사고가 없을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약속부터 거둬야 한다. 이는 엔지니어들의 과도한 자신감일 뿐, 우린 이미 두 차례나 최악의 사고를 겪었다. 사고는 분명 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앞서 파악한 '사실'에 대해서만 정확하게 알리면 된다. 원전 사고로 사망한 이들 대부분의 사인은 방사능 피폭 등 직접적인 요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고에 뒤이은 '패닉'과 공포심으로 숨졌다."

―패닉으로 사망했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

"후쿠시마 사고를 예로 들겠다. 원자로 냉각을 위해 냉각수를 충분히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일본 총리와 도쿄전력이 이와 관련한 지시를 뒤집었다. 이 과정에서 방사능 환기도 지연했다. 지역 주민들 대피가 이유였다. 그러나 환기가 늦어지면서 폭발로 이어졌다.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했을 시기에 대규모 대피를 우선한 것이 패착이었다고 본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노인들을 대피하는 과정에서 생긴 혼란으로 2000명이 숨졌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한국 원전 업계의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탈원전 정책의 유일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안주하기만 했던 원전 업계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이다. 그들은 최근에서야 대중들이 원전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후쿠시마 사고, 경주 지진을 거치면서 생긴 막연한 공포가 반핵을 지지하는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다. 원전 업계에는 스스로가 특별하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반대하는 의견을 감정적인 것으로 몰아세우며 기술적인 해명으로만 일관했다. 충분한 소통을 하지 않고 대중의 우려를 방치했다."

―원전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원전 산업이 차가운 기계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야한다. 사람들이 병원 엑스레이나 기기들에 몸을 맡기는 것은 의사들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대중은 원전에서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로 단속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한수원의 경영진부터 말단 직원들까지 합세해서 국민들과 관계를 맺는 데 나서야 한다."

"이미지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인터넷에 원전을 검색하면 죽음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이미지가 가득하다.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아름다운 사진들 일색이다. 원전산업은 사실이나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의 무의식에 자리잡은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해 서울에서만 300명이 교통사고로 죽었고, 전 세계적으로는 대기오염 때문에 1년에 700만명이 세상을 뜬다. 유독 원전에 대해서만 공포를 조장하는 세력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한국 원전 업계에 고무적인 부분도 있었나.

"원자력 전공 대학생들이 연합해 탈원전에 맞서고 있다. 대만이 원전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젊은이들의 활동이 있었던 덕분이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국 원전 업계에서 느끼는 감정은 무기력감이다.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선배들의 실패를 학생들이 만회하기 위해 나선 셈이다. 이들에 감명 받아 즉석에서 1000달러 기부를 결정했다.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우리의 양심적 의무다. 원자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정부로부터 원전을 지켜내야 한다."

"소비자가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생산·판매하는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갈 것이다."

최종웅 인코어드테크놀로지 대표는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미래에너지 포럼’ 네 번째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대표는 LS산전 사장을 역임한 에너지 전문가다. 그는 "에너지 분야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돼 실시간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가정에서 스스로 전력 사용 패턴을 분석해 보다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관리하고 사용하는 시대가 왔다"고 했다.

최 대표는 또 "과거 전력거래소와 소비자 간 일방적으로 전력이 거래됐다면 앞으로는 소비자와 소비자 간의 거래가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에너지 관리가 중앙집중식 통제가 아닌 분산형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의 네 번째 세션 주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에너지 공급 전략’으로, 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최종웅 대표를 비롯해 김숙철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장, 장길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김숙철 원장은 "에너지 분야에서 4차 산업 혁명은 디지털화"라며 "관리자가 없이 시스템이 돌아가고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고객에게 공급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10년 등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가는 것은 확실하다"며 "앞으로 한국전력이 전기를 파는 회사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길수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의 적절한 조합에 대해 설명했다. 장 교수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방향은 맞지만 무조건적인 것은 옳지 않다. 석탄, 가스 등 각각의 에너지원이 가진 장점이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풍력발전소는 바람이, 태양광발전소는 햇빛이 약한 곳에 들어설 수 없다"며 "한 지역에 몰아 지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에너지를 다른 지역에 보내는 망을 구축하는데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2020 미래에너지포럼

"지금 세계는 ‘탈(脫)탄소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전환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원자력 발전입니다."

아그네타 리징(Agneta Rising) 세계원자력협회 사무총장은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최 ‘2019 미래에너지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리징 사무총장은 원전이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깨끗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와 스웨덴, 스위스 캐나다 온타리오주(州) 등이 원자력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이유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다"라며 "원전은 전력 생산 비용을 낮은 상태로 유지하면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리징 사무총장은 "프랑스를 보면 전력 수요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원전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원전 비중을 75~80%로 늘리는 한편 주변 국가에 원자력 기기와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징 사무총장은 독일이 원전 비중을 줄이면서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은 오랜기간에 걸쳐 3000억유로를 투자해 청정 에너지 전환에 나섰지만 의미있는 감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독일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못하고 있다는 것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전력 수요 증가분을 충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리징 사무총장은 세계적으로 원전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2015년 파리 기후 협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0기의 새로운 원전이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량의 15%를 충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징 사무총장은 "세계 원전 산업은 2050년까지 신규 원전 용량을 1000GW 추가해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고 했다.

리징 사무총장은 한국이 이런 계획에서 중요한 축을 맡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자체적인 원전 발전 인프라를 구축한 역사를 갖고 있다"며 "글로벌 수출 시장에 원자력 기술을 내놓을 정도의 입지를 구축한 한국이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전 세계가 혜택을 볼 것이다"고 말했다.

조선비즈가 주최한 30일 '2019년 회계감사 콘퍼런스' 패널 토론 참석자들은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 표준감사 시간제 등의 내용을 담은 신외부감사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선할 점에 대해 지적했다.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란 6년간 기업이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추후 3년간은 금융당국이 직권으로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표준감사시간제는 기업마다 적정한 감사투입시간(표준감사시간)을 정해놓고 해당 시간만큼 감사에 투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2019년 회계감사콘퍼런스 패널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2019년 회계감사콘퍼런스 패널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김웅 TS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표준감사시간제는 회계법인과 기업이 경험과 특수성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업종과 업황, 자산구성, 구성 비율, 재무적 안정성에 따라 기업마다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기적 지정제에 대해서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사실 직권 지정제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되지, 모든 상장사에 획일적으로 지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기천 조선비즈 논설주간은 "기업들은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다는 데 불만이 있다"면서 "결국 회계사들이 다치지 않으려고 보수적으로 하자는 것인데, 올바른 절차를 거쳐 판단했다면 처벌 과정에서도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공정가치평가(밸류에이션)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현 국제회계기준(IFRS1109)에서는 특별한 예외사유가 없는 이상 모든 지분상품을 공정가치(시가)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비상장기업은 적정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김웅 대표는 "공정가치와 관련해 회계법인이나 신용평가사 등의 외부평가기준이 불확실하고 편차가 심하며, 다른 신평사와 회계법인이 서로 간의 분석을 인정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다"면서 "이 때문에 스타트업 투자가 많은 우리 같은 벤처캐피탈은 감사인에 따라 재무제표가 왜곡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밖에도 지정감사인 제도와 관련한 감사인 점수제, 표준감사시간 가중치 수정 필요를 요구하는 의견이 나왔다. 손영채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이에 대해 "지정감사인 제도를 운영하려면 감사인 점수를 산정할 수밖에 없고, 표준감사시간 가중치 또한 수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바꾸기 어렵다"고 했다.

회계는 정확한 숫자를 드러내는 과정일 뿐 처벌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평가다. 이동근 한영회계법인 위험관리본부장 겸 품질관리 실장은 "경영진이 감사인과의 유착으로 경영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면서 "경영진은 경영활동에 전념해야 하며,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매출 1000억원당 1명이 내부회계관리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가장 많은 곳이 15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 실장은 또 "기업이 스스로 내부회계 이슈를 밝히면 징계를 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영채 과장은 "금융위가 감독지침을 남발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운영하면서 염두에 둘 것"이라며 "표준감사시간제는 안 지켰을 때 제재하자는 의견이 있긴 하지만 강제하는 것은 법 취지에 맞지 않다. 앞으로도 이해관계인 의견을 잘 수렴할 것"이라고 했다.

=이윤정 기자

"표준감사시간 도입은 감사품질에 대한 불신을 없애고 비(非)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시도입니다."

정영기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3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19 회계감사 콘퍼런스’에 참석해 "표준감사시간 제도는 감사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부실감사를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옛 금융감독위원회 감리위원과 금융감독원 회계자문교수, 한국회계기준원 자문위원 등을 두루 거친 기업 감사 전문가다.

정영기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가 2019년 회계감사 콘퍼런스에 참석해 표준감사시간 도입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정영기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가 2019년 회계감사 콘퍼런스에 참석해 표준감사시간 도입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새 외부감사법의 큰 줄기인 표준감사시간은 적정 감사시간을 보장하는 제도다. 감사품질을 확보하고 회계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마련됐으나 감사보수 상승이 불가피해 기업들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정 교수는 표준감사시간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최근 한 아파트 단지에 붙은 공고문을 화면에 띄웠다. 공고문에는 ‘공동주택관리법 제26조에 의거해 공인회계감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최저가 업체인 OO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선정한다’고 적혀있었다.

정 교수는 "이 회계법인이 제시한 연간 감사보수료는 102만원이고, 아파트 단지는 738세대"라며 "12개월로 나누면 감사인이 받는 월 감사보수료는 100원"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양질의 감사품질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다만 중·소형 회계법인은 표준감사시간 충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표준감사시간은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가 구분한 11개 외부감사 대상 회사 그룹별 산식에 감사팀의 숙련도 조정계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도출한다.

정 교수는 "중·소형 회계법인은 대형 업체에 비해 수습회계사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숙련도 조정계수가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표준감사시간 증가라는 비현실적인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고 했다.

=전준범 기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되면 감사인이 지위를 이용해 기업에 부당한 자료와 비용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감사 보수에 대한 결정 기준과 각 자료가 감사 증거로서 충분한지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이를 검토하는 위원회를 별도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김이배 덕성여대 회계학과 교수는 3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9 회계감사 콘퍼런스’에 참석해 "감사인이 기업에 부당한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등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면 감사인으로 지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법 조항이 있지만, 여전히 감사인들이 보수를 과도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이배 덕성여대 회계학과 교수가 3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9 회계감사 콘퍼런스’에 참석해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해 발제했다.
김이배 덕성여대 회계학과 교수가 3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9 회계감사 콘퍼런스’에 참석해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해 발제했다.

2020 회계연도부터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자율적으로 6년동안 선임하면, 그 다음 3년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된다. 기업이 회계법인을 장기간 자율 선임하면 기업과 회계법인 간 ‘갑을관계’가 형성돼 부실감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도입됐다.

김 교수는 감사인의 과도한 감사보수 요구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이드라인과 위원회 별도 구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과도한 보수의 결정 기준을 설정하고, 기업과 감사인 간 의견차이가 발생했을 때 조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나 검토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사후 징계가 아닌 사전적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소회계법인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감사인지정 점수를 산출할 때 인력 등에 대한 ‘투입 기준’ 변수만 고려하고 있다"며 "감사인 지정 점수를 계산할 때 ‘품질관리가중치’를 반영해 품질이 우수한 감사인이 더 많이 지정받도록 하는 모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회계법인이 감사인 지정을 받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그 효과를 보는데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연간 약 220개 회사가 지정되는데, 중소회계법인은 가~나군에 속하지 않다보니 최소 2021년 이후가 돼야 감사를 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들여 등록하는데, 실제 혜택은 2~3년 뒤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군 이하 감사인의 경우, 등록요건을 만족하는 것이 가능한지, 만족하려면 어느정도 일정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며 "등록 요건 중 일부 항목에 대해선 감사인이 2~3년 이내 달성 가능한 계획 일정표를 제출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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