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 2024′ 포럼 5일 개최
나라스페이스 “국내 기업 해외와 기술 격차 크지 않아”
텔레픽스 “다양한 소비자 대상으로 한 상품화 중요”
인공위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전 세계 모든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위성 영상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필수적인 데이터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위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우주 기업들은 기후변화와 금융, 인공지능(AI), 심지어 가상현실(VR) 같은 몰입형 기술까지 접목하는 신산업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조근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위성영상활용본부장과 원동식 텔레픽스 이사는 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스페이스K 2024′ 포럼에 참석해 지구관측을 기반으로 한 위성 기술과 미래상을 소개했다.
나라스페이스는 재난재해·도시·식량·환경 관련 위성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서비스인 ‘어스페이퍼’를 제공하고 있다. 텔레픽스는 전 세계 야적장을 관측해 원자재 공급망을 모니터링하는 위성 영상 분석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드웨어도 개발했다. 나라스페이스는 ‘나르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메탄가스 측정용 초소형위성을 개발하고 있으며, 텔레픽스는 우주에서 AI 컴퓨팅을 수행하는 온보드 프로세서 ‘테트라플렉스’를 개발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위성 기업들은 이날 지구관측의 사업 가능성이 계속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원동식 텔레픽스 이사는 “예전에 비해 데이터 접근이 쉬워져 상상도 못 했던 것들을 해석해서 받을 수 있다”며 “기후변화와 금융처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 있다”고 말했다. 조근후 나라스페이스 본부장도 “위성 영상 처리와 분석 관점에서 전 지구적인 시스템을 갖추면 그동안 분석하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라스페이스는 지난해 발사한 큐브위성 ‘옵저버 1A’를 시작으로 위성 대량 생산체계를 만들어 지구를 촘촘히 관측할 예정이다. 큐브위성은 기본 단위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인 초소형 위성으로 원래 교육용으로 개발됐지만 최근 전자공학이 발달하면서 과거 대형 위성이 하던 일까지 맡고 있다. 회사는 쌍둥이 위성 ‘옵저버 1B’를 연내에 발사한 뒤 군집으로 위성을 운용할 예정이다. 텔레픽스는 가시광선에서 적외선, 레이더파까지 다양한 파장의 빛을 분석하는 다분광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에 맞춘 정보를 생산한다.
국내 위성 기업들은 기술력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 본부장과 원 이사는 해외에 플래닛 랩스(Planet Labs)와 맥사 테크놀로지(Maxar Technologies) 같이 지구관측을 기반으로 한 대형 기업들이 있지만, 한국도 인적 자원과 기술 개발 경험이 뒤지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조 본부장은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을 비교했을 때 기술 격차가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어쩔 수 없이 시장 규모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품질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원 이사는 “기술력보다는 수요를 잘 고려하고 대중화해 다양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상품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기반으로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같은 몰입형 기술이 일상에서 쓰일 정도로 발전한 만큼, (이전과 전혀 다른) 특이점에 온 위성 영상 기술이 다른 분야에 도약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위성 기업들은 각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주항공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본부장은 “AI에게 위성 영상을 대량으로 학습시키려면 공공 위성 데이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 이사도 “한국은 국가 대형 연구개발(R&D)의 성과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중심으로 한 학계의 소형위성 연구 같은 경험이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준 STEPI 연구위원 5일 스페이스K 포럼 기조 강연
“타 분야 기술과 융합 눈에 띄어”
“우주 개발, 연구개발에서 사업화 중심으로”
우주경제 시장 규모가 지금보다 최소 두 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우주발사체나 인공위성 같은 전통적인 하드웨어뿐 아니라 금융·의학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로 사업이 확장되고 있어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진다는 분석이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스페이스K 2024′ 포럼에서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위기로 경제 안보와 공급망 이슈가 중요해지면서 내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우주산업이 주목받고 있다”며 “우주에 기반을 둔 다양한 사업 영역의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우주경제는 1조8000억달러(2500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앞서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예상한 1000조원보다 2배 가까운 전망치다.
안 연구위원은 “우주 분야에서는 개방형 혁신을 확대하기 위해 국가와 기술 간 경계를 허무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의 융합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주에 클라우드(가상서버)를 올리거나 사이버 보안과 관련된 이슈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우주산업이 다른 산업과 융합하면서 급격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의미다.
안 연구위원은 “최근 발사체와 위성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된 위성영상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업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며 “우주산업이 확장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업의 약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안 연구위원은 “올해 국내에서 우주사업을 하는 424개 기업 정보를 얻어서 분석한 결과, 보험과 연금 같은 금융업 분야에서 우주 기업이 새롭게 출현했다”며 “기업들은 전자금융 컴퓨터 기술과 관련해 우주 분야를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외 우주 전문가들은 이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탐색을 주제로 열린 토론에서 한국이 우주경제에서의 기회를 잡기 위해 새로 개청한 우주항공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채드 앤더슨 미국 스페이스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예산과 민간이 결합해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213,500원 ▲ 4,000 1.91%) 전무도 “우주 사업은 연구개발(R&D) 중심에서 사업화 중심으로 옮겨갔다”며 “우주항공청이 제도와 법을 면밀히 살피고 우주경제로 갈 수 있도록 조치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주 인프라가 늘면서 국내 우주기업들의 사업 기회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 제약사 보령과 미국 우주기업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의 합작법인 브랙스스페이스의 임동주 대표는 “인간 건강을 책임지는 헬스케어 회사로서 우주의학 기업들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휴먼인스페이스(Humans In Space) 챌린지를 열고 있다”며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의학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쓰레기 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우주로테크 이성문 대표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우주 물체 관리를 강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지 못했을 때 벌금까지 내야 한다”며 “위성을 폐기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개발해 벌금이나 보험 가입보다 저렴한 해결책을 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