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개최
이익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
연세의료원, 국내 최초 중입자 치료기 도입
“10년 걸려 도입....난치성 암 정복 돕는다”

이익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이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에서 강연하고 있다./조선비즈
이익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이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에서 강연하고 있다./조선비즈

“중입자 치료를 ‘꿈의 암 치료’라고 소개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입자 치료가 고형암과 난치성 종양 치료 판도는 바꿀 겁니다.”

이익재 연세의료원 연세암병원 중입자 치료센터장은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암 정복을 앞당기는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에서 이 같이 말했다. 현존하는 암 치료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외과적으로 암 부위를 도려내는 수술, 약물 치료, 방사선 치료다. 방사선 치료 가운데 X선이나 감마선이 아닌 무거운 탄소 이온 등의 입자를 이용한 것을 ‘중입자 치료’라고 부른다.

양성자보다 무거운 탄소 입자를 가속하면 일정 깊이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브래그 피크’ 특성을 이용해 원하는 신체 부위에 방사선량을 높여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샤프 슈터(sharp shooter)’라고 할 만큼 양성자보다 정밀하게 입자를 쏠 수 있어 부작용이 적다. 중입자를 사용하면 특정 DNA를 강하게 타격할 수 있어 방사선 치료보다 2~3배 높은 생물학적 효과(RBE)를 볼 수 있고, 또 방사선에 저항성이 있는 저산소성 또는 난치성 중증 종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탄소 이온과 같은 중입자를 가속하는 입자 가속기의 모습. 무거운 입자를 가속하려면 넓은 면적이 필요해 연세의료원은 5000평 규모의 시설을 꾸렸다./연세의료원
탄소 이온과 같은 중입자를 가속하는 입자 가속기의 모습. 무거운 입자를 가속하려면 넓은 면적이 필요해 연세의료원은 5000평 규모의 시설을 꾸렸다./연세의료원

연세의료원은 지난 2013년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첫 추진했고, 올해 4월 국내 최초로 5000평 규모의 탄소 기반 중입자 치료 시설을 꾸렸다. 한국은 전 세계 국가 가운데 7번째 중입자 치료기 보유국이 됐다. 연세의료원은 2개의 회전형 치료시설(Gantry) 시스템을 구비했고, 내년 상반기에 운행을 시작한다. 현재 연세의료원에 이어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에서도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 이온 중입자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급격히 늘면서 1994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 4만 명 이상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며 “치료 암종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입자 치료의 선두에 있는 일본에서는 전립선암은 물론 육종, 두경부암, 폐암, 췌장암, 간암 등에도 중입자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중입자 치료를 받은 국소 전립선암 환자는 광자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5년 동안 재발하지 않고 생존하는 비율(국소 제어율)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특히 소화기암이나 육종, 여성 암 등에서 국소제어율이 뛰어났다. 이 센터장은 “간암에서는 90% 이상의 국소 제어율을 보였고, 췌장암은 80% 이상, 재발이 잦은 직장암은 90%, 방사선 치료에 저항성이 있는 육종은 70~80% 수준의 국소 제어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효성은 물론 안전성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이 센터장은 “1994년부터 임상 연구를 진행해 기존 X선이나 양성자선을 사용하는 방사선 치료보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고, 최근에는 치료 횟수를 줄이는 쪽으로 연구하고 있다”며 “전립선과 직장 사이에 필러 같은 보호 물질을 넣어 직장 출혈 등의 부작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간암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하게 되면, 간경화가 일어난 부분이 피폭되는 경우가 있는데, 중입자 치료는 정상 간 조직의 피폭을 줄였다”고 덧붙였다.

선양낭성암에서는 중입자 치료를 단독 또는 X선 방사선 치료와 같이 사용하면 수술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이 센터장은 “중입자 치료 단독으로도 X선 방사선 치료와 수술을 병행한 것보다도 치료 독성이 적고 국소 제어율도 우수하다”며 “환자와 의사가 함께하는 의사 결정 모형을 개발해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연세의료원은 주요 중입자 치료센터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안전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 헬스포럼

=홍아름 기자

=염현아 기자

박재홍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캐터링암센터 세포진료서비스부문장
9일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기조강연

이달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3)’에서 박재홍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캐터링암센터 세포진료서비스부문장은 지난 15년간 학계에 발표된 카티 치료제 연구 성과와 암, 특히 혈액암에서 효능이 뛰어나다는 점, 앞으로 카티 치료제 관련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조선비즈
이달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3)’에서 박재홍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캐터링암센터 세포진료서비스부문장은 지난 15년간 학계에 발표된 카티 치료제 연구 성과와 암, 특히 혈액암에서 효능이 뛰어나다는 점, 앞으로 카티 치료제 관련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조선비즈

“이것은 항체의 일부를 떼어내 T세포에 붙인 형태다. 바로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카티) 치료제에 ‘키메라’가 붙는 이유다. 이것을 개발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T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하는 능력이 달라서다. 카티 치료제는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장기간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이달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3)’에서 박재홍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캐터링암센터 세포진료서비스부문장은 최근 15년간 학계에 발표된 카티 치료제 연구 성과와 암, 특히 혈액암에서 효능이 뛰어나다는 점, 앞으로 카티 치료제 관련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서 박 부문장은 ‘카티 세포 엔지니어링: 암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 암세포만 표적으로 죽이는 킬러

카티 치료제가 암세포를 치료하는 원리./박재홍
카티 치료제가 암세포를 치료하는 원리./박재홍

카티 세포제는 한 마디로 주변의 건강한 조직은 건드리지 않고 암 조직만 표적으로 공격하는 치료제다. 면역세포인 T세포가 특정 암세포만 인지해 세포 사멸로 유도하는 면역작용을 이용한 것이다. T세포 표면에 나 있는 수용체가 암세포 표면에 나 있는 항원(단백질 조각)을 인지할 수 있다. T세포마다 어떤 수용체가 나 있느냐에 따라 인식하는 암세포가 달라진다. 즉, T세포마다 인식해 공격할 수 있는 암세포가 다르다.

박재홍 부문장은 “이 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하면 특정 암세포만 공격하는 카티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를 인위적으로 암세포에만 달라붙도록 유전적으로 엔지니어링한 다음, 다시 환자 몸속에 넣는다. 그러면 카티가 그 특정 암세포를 강력하게 공격해 없앤다.

그는 “카티 치료제를 만들려면 일단 어떤 암세포의 항원을 타깃으로 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문장은 “최근 상용화된 카티 치료제들이 주로 사용하는 항원은 혈액암 B세포에 나 있는 특이 단백질 조각인 CD19″라며 “대부분의 혈액암 표면에 나 있기 때문에 표적으로 삼기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카티 치료제 중에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 BMS의 브레얀지 등이 CD19를 표적으로 한다. 이중 예스카타는 지난해 매출 10억 달러를 넘기며 블록버스터 의약품 반열에 올랐다.

카티 치료제는 특히 백혈병 등 혈액암에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 전문가들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카티 치료제를 투여하고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40~50% 정도가 암세포가 줄어들고 생존율이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반면 골수 이식하는 경우에는 환자 중 50%가 수년 후 재발했다.

림프종 재발 환자를 대상으로 카티 치료제를 투여하는 실험에서도 카티 치료제의 효능이 뛰어났다. 기존 화학치료로는 재발 환자들에게 반응률이 7~8% 정도로 극히 낮았다. 하지만 CD19를 표적으로 하는 카티 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역시 재발 환자의 40~50%가 완치했다. 박 부문장은 “CD19를 표적으로 하는 카티 치료제는 한 번만 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난다”며 “특히 림프종 같은 난치암의 경우에는 다른 항암 치료법에 비해 효과가 뛰어나 암 치료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난치성 다발성 골수종은 B세포 표면에 나 있는 항원인 BCMA(B세포 성숙 항원)를 표적으로 하는 카티 세포 치료제를 투여한다. 반응률이 70~90%이나 될 만큼 뛰어나다. 박 부문장은 “카티 치료제를 투여하면 한 번에 완치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존하는 다른 항암 치료법에 비해 훨씬 효능이 뛰어나다”며 “지속적으로 재발률이 떨어진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 차세대 카티 치료제는 생산기간 짧은 기성품, 고형암에도 잘 들을 것

노바티스에서 개발해 시판한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킴리아(왼쪽)'와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오른쪽)'. 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만든 원리다./Novartis, Gilead
노바티스에서 개발해 시판한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킴리아(왼쪽)'와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오른쪽)'. 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만든 원리다./Novartis, Gilead

하지만 카티 치료제에도 아직 한계가 있다.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이유다. 먼저 카티 치료제는 혈액암 치료에는 뛰어나지만 고형암에서는 신경 독성이나 사이토카인 폭풍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박 부문장은 “카티 치료제가 혈액암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드러났다”며 “현재 고형암에 대해서도 여러 치료제를 개발해 임상시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형암 치료용으로 새로운 표적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며 “여러 연구진 임상시험에서 고형암 치료용으로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카티 치료제를 받는 환자 대부분이 암이 어느 정도 진행돼 위급한 상황인데, 환자로부터 T세포를 채취해 유전적 엔지니어링을 거쳐 대량생산 하기까지 10~14일 가량 걸린다는 점도 한계다. 박 부문장은 “이 시간을 단축하는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며 “하나의 사례로 건강한 사람의 T세포를 이용해 유전적으로 엔지니어링한 기성품 카티 치료제”를 들었다.

그는 “기성품 카티 치료제는 단기간 대량생산이 가능해 가격이 저렴하고 환자들의 접근성도 높일 수 있다”며 “상용화하려면 몸속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 헬스포럼

=이정아 기자

=홍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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