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식 英케임브리지대 겸 연세대 교수
“수년씩 걸리던 신약 개발, 몇 주로 단축
연대 첫 도입 IBM 양자컴퓨터로 검증 중”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의 결합이 신약개발의 속도와 정확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수년씩 걸리던 약물 탐색과 검증 과정이 단 몇 주로 단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신약 개발 전략 자체가 재편되는 분위기다.
기존 컴퓨터는 전자가 없거나 있는 것을 0과 1의 이진수 비트(bit)로 데이터를 처리한다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중첩된 큐비트(qubit)를 이용해 동시에 방대한 연산을 수행한다. 큐비트 수가 늘수록 계산 효율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분자 구조나 단백질 상호작용 같은 복잡한 문제를 정밀하게 다룰 수 있다.
특히 양자컴퓨터에 AI가 학습한 생명정보학 데이터가 결합하면 후보 물질 도출부터 분자 수준의 검증까지 한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의 긴 신약 개발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관련 AI와 양자컴퓨터를 결합한 신약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스위스 로슈는 2021년부터 영국 케임브리지 퀀텀컴퓨팅(CQC)과 손잡고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을 공동 개발 중이며,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아마존웹서비스(AWS)·엔비디아·아이온큐(IonQ) 등과 함께 양자컴퓨터로 화학반응을 분석하는 실험을 진행해 계산 정확도와 속도 향상 가능성을 검증했다.
국내에서도 연세대와 삼진제약(19,700원 ▼ 90 -0.45%)이 ‘Q-DrugX’라는 양자-AI 융합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각각 수주해 착수했다. 이 플랫폼은 양자역학 기반 결합 시뮬레이션(모의실험)과 AI 생성 모델을 결합해 탐색 속도와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키는 방식이다. 정부의 ‘한국형 ARPA-H(보건의료고등연구계획국) 프로젝트’로 선정돼 최대 128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한남식 영국 케임브리지대 겸 연세대 교수는 세계적인 신약 개발의 대전환을 주도하는 연구자이다.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밀너연구소에서 AI·계산생물학 연구그룹을 이끌며 AI와 양자컴퓨터를 접목한 신약개발 분야를 개척했다. 최근 연세대 융합과학기술원 및 양자정보학과 교수를 겸직하면서 연구 거점을 한국까지 확장했고, 영국과 한국을 잇는 공동 연구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 교수의 대표 연구 성과로는 양자 알고리즘과 AI를 결합한 ‘양자-AI 약물 발견’ 플랫폼이 꼽힌다. 이 시스템은 다중 오믹스(omics) 데이터를 기반으로 복잡한 생체 네트워크를 학습·해석하고, 질병 경로를 예측해 타깃 단백질과 약물 후보를 좁혀준다.
오믹스는 모든 생체 거대분자를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으로, 유전체학(genomics), 단백질체학(proteomics), 대사체학(metabolomics)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결합한 것이 다중 오믹스이다.
한 교수는 2021년에 AI 기반 약물 재창출 연구로 이미 승인받은 약물 1900여 종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후보 200종을 도출했다. 이어 안전성·효능을 기준으로 5개 약물을 최종 선정했다. 감염병 대응에서 AI가 실질적 의사결정 도구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현재 한 교수는 케임브리지대와 연세대 간 협약을 주도해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생체 네트워크 분석과 난치암 치료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연세대는 국내 최초로 도입한 IBM 양자컴퓨터를 기반으로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복잡한 약물 조합 탐색의 속도와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한 교수는 AI 기반 신약 개발기업인 스톰 테라퓨틱스(Storm Therapeutics)의 창립 멤버이자, 심혈관 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인 카디아텍 바이오사이언시스(CardiaTec Biosciences)와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큐어에이아이 테라퓨틱스(KURE.ai Therapeutics)도 공동 창업했다. 대학의 연구와 제약·바이오 산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한남식 교수는 다음 달 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리는 2025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5)에 기조 강연자로 나선다. HIF는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행사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AI와 첨단 재생, 헬스케어의 경계를 넘다’이다. 한 교수는 ‘AI와 양자 융합을 통한 의료 미충족 질환 분야의 신약 발굴’을 주제로 최신 연구 동향과 비전을 소개할 예정이다.
행사 개요
△행사명: 2025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일시: 2025년 11월 6일(목) 09:00~16:20
△장소: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
△주제: AI와 첨단재생, 헬스케어의 경계를 넘다
△주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선비즈
△후원: 보건복지부
△등록·참가비: https://e.chosunbiz.com
△접수·문의: 02-724-6157, event@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