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개최
이익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
연세의료원, 국내 최초 중입자 치료기 도입
“10년 걸려 도입....난치성 암 정복 돕는다”
“중입자 치료를 ‘꿈의 암 치료’라고 소개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입자 치료가 고형암과 난치성 종양 치료 판도는 바꿀 겁니다.”
이익재 연세의료원 연세암병원 중입자 치료센터장은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암 정복을 앞당기는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에서 이 같이 말했다. 현존하는 암 치료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외과적으로 암 부위를 도려내는 수술, 약물 치료, 방사선 치료다. 방사선 치료 가운데 X선이나 감마선이 아닌 무거운 탄소 이온 등의 입자를 이용한 것을 ‘중입자 치료’라고 부른다.
양성자보다 무거운 탄소 입자를 가속하면 일정 깊이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브래그 피크’ 특성을 이용해 원하는 신체 부위에 방사선량을 높여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샤프 슈터(sharp shooter)’라고 할 만큼 양성자보다 정밀하게 입자를 쏠 수 있어 부작용이 적다. 중입자를 사용하면 특정 DNA를 강하게 타격할 수 있어 방사선 치료보다 2~3배 높은 생물학적 효과(RBE)를 볼 수 있고, 또 방사선에 저항성이 있는 저산소성 또는 난치성 중증 종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2013년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첫 추진했고, 올해 4월 국내 최초로 5000평 규모의 탄소 기반 중입자 치료 시설을 꾸렸다. 한국은 전 세계 국가 가운데 7번째 중입자 치료기 보유국이 됐다. 연세의료원은 2개의 회전형 치료시설(Gantry) 시스템을 구비했고, 내년 상반기에 운행을 시작한다. 현재 연세의료원에 이어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에서도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 이온 중입자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급격히 늘면서 1994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 4만 명 이상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며 “치료 암종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입자 치료의 선두에 있는 일본에서는 전립선암은 물론 육종, 두경부암, 폐암, 췌장암, 간암 등에도 중입자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중입자 치료를 받은 국소 전립선암 환자는 광자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5년 동안 재발하지 않고 생존하는 비율(국소 제어율)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특히 소화기암이나 육종, 여성 암 등에서 국소제어율이 뛰어났다. 이 센터장은 “간암에서는 90% 이상의 국소 제어율을 보였고, 췌장암은 80% 이상, 재발이 잦은 직장암은 90%, 방사선 치료에 저항성이 있는 육종은 70~80% 수준의 국소 제어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효성은 물론 안전성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이 센터장은 “1994년부터 임상 연구를 진행해 기존 X선이나 양성자선을 사용하는 방사선 치료보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고, 최근에는 치료 횟수를 줄이는 쪽으로 연구하고 있다”며 “전립선과 직장 사이에 필러 같은 보호 물질을 넣어 직장 출혈 등의 부작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간암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하게 되면, 간경화가 일어난 부분이 피폭되는 경우가 있는데, 중입자 치료는 정상 간 조직의 피폭을 줄였다”고 덧붙였다.
선양낭성암에서는 중입자 치료를 단독 또는 X선 방사선 치료와 같이 사용하면 수술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이 센터장은 “중입자 치료 단독으로도 X선 방사선 치료와 수술을 병행한 것보다도 치료 독성이 적고 국소 제어율도 우수하다”며 “환자와 의사가 함께하는 의사 결정 모형을 개발해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연세의료원은 주요 중입자 치료센터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안전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