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강연
전장 유전체 분석이나 액체생검으로 암 조기 진단과 치료를 실현하려면 병원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은 이달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3)’에서 “정밀 의료 기술이 발전하며 점차 유전체 전체를 분석해 암 발생 위험을 찾고, 조직검사대신 액체생검으로 암을 초기에 발견해 치료 방법까지 결정하는 등 암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 내 유전정보 전부 다 분석하는 ‘전장 유전체 분석’이 대세
과거에는 암이 발생할 위험을 따지거나 치료 방향을 정하기 위해 원하는 유전자 부위만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타깃(치료용 표적) 유전자 패널 시퀀싱(염기서열 분석)’을 주로 했다. 인간이 가진 전체 유전체의 약 0.03%만 분석하는 셈이다. 분석 정확도가 높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일부 변이만을 검출하는 한계가 있다. 최근 들어 환자의 유전체 전체를 분석하는 ‘전장 유전체 시퀀싱’도 늘고 있다. 이 방식은 분석 정확도가 비교적 떨어지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은 있지만 DNA가 가진 모든 데이터를 얻는다는 장점이 있다.
김 원장은 “기존 NGS만 해서는 암이 발생할 위험을 찾는 것이 어렵고 특히 희귀 난치질환인 육종은 훨씬 어렵다”며 “병원에서는 암 진단이 이보다 훨씬 정확해져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전장 유전체 분석을 통해 새로운 타깃을 찾으면 그만큼 치료 기회가 늘어난다”며 “육종의 경우 전장 유전체 분성글 하면 진단이 달라진다는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전장 유전체 분석을 진료에 도입하고 보험으로도 적용한다. 국내에서도 유전체 분석 방식이 점차 전장 유전체 분석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 암 조기 발견, 치료 방법까지 결정하는 ‘액체생검’
김 원장은 “과거에는 암을 진단하기 위해 주로 조직검사를 했지만 점차 액체생검이 늘어날 것”이라고 꼽았다. 액체생검은 혈액이나 땀, 소변 등 미량 체액에 든 DNA 조각을 보고 암 같은 병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김 원장은 “액체생검은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비침습성으로 언제든지 검사할 수 있고, 암이 있을 경우 암조직이 어떻게 진화하는지까지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액체생검 기술이 발전하는 이유는 비단 비침습적인 방법이라는 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암을 완치하려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데, 조직검사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액체생검으로는 암을 비교적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김 원장은 “현 액체생검 기술로는 초기 암을 진단하는 것이 아직은 어렵다”며 “바이오인포매틱스를 통해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된) 4기 암에 대해서는 액체생검을 통해 표적 항암제를 어떻게 써야할 것인지 결정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유전체뿐 아니라 단백질 정보까지 분석해 액체생검을 진행하는 기업과 기관들도 많아졌다. 김 원장은 “유전체에 단백질 데이터까지 활용할 수 있다면 병원에서는 수술 후 암이 남아 있는지, 재발 위험이 있는지 까지도 알 수 있다”며 “아직까지 이런 장점을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앞으로 기술적으로 정확도가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영상을 시작으로 병원 전 영역을 디지털 전환해야
김 원장은 또 “정밀의료를 병원에 도입하려면 흩어져 있는 데이터들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혈당 수치나 약물명, 진단코드처럼 숫자가 알파벳으로 기록할 수 있는 ‘정형화된 데이터’가 있는 반면, 의무기록이나 영상 데이터, 병리보고서처럼 ‘비정형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여기에 유전체 데이터와 병리 데이터, 생체신호 데이터처럼 새로운 데이터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데이터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데이터를 정량화, 통합해 객관적이로 재현 가능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또 “정밀의료를 구현하려면 병원부터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원을 경영하는 영역뿐 아니라 진료 영역, 연구 영역도 디지털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원장은 디지털 전환이 가장 빠른 분야로 ‘영상’을 꼽았다. 예를 들면 병리 슬라이드를 디지털 영상화하면 업무를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빅데이터로 구축해 인공지능(AI)을 개발할 수 있고, 이를 활용한 병리 분석 시스템도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원장은 끝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디지털 전환을 넘어 이 데이터를 AI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 데이터를 구조화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런 것들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