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개최
이민섭 이원다이애그노믹스 게놈센터(EDGC) 대표이사
“암 정복에 조기 진단이 가장 우선돼야”
“후성유전학 기반 진단, 정확도 90%까지 개선
미국은 25년 내 암 환자 사망률을 50% 이상 줄이는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 문샷’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실현하려면 새 항암 치료제와 조기 진단 기술이 지금보다 더 진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암 관련 단백질을 검출하는 현재의 조기 검진 방식은 정확도와 정밀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이민섭 이원다이애그노믹스게놈센터(EDGC) 대표는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3′에서 “후성유전체 분석이 새로운 암 조기진단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후성유전학은 이름 그대로 태어날 때 물려받은 유전 정보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후 성장하면서 구조적 변화로 유전자 기능을 바꾸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연구하는 분야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는 지난 2013년 이원의료재단과 미국 진단기술 기업 다이애그노믹스가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유전자 분석을 통한 질병 예측 서비스와 유전자 검사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정밀의학, 맞춤의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암을 정복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라며 “다만 현재 사용되는 조기 진단 기술은 일부 암에만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암 진단은 암 세포에서 나타나는 단백질을 찾고 그 양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비교적 간편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오진의 가능성도 있다. X선 촬영으로도 암을 찾을 수 있으나 방사선 노출을 고려해 검사 횟수의 제한이 있다. 내시경은 대장암, 위암 같은 일부 암에서만 효과를 발휘한다.
이 대표는 “기존 진단 기술의 한계를 해결할 대안으로 후성유전체 기반 액체생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이 선천적인 유전자의 영향을 주로 받는다고 알고 있으나 사실은 최근 연구를 보면 환경적인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환경과 노화가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은 후성유전학적 변화로 나타난다”고 했다. 암의 원인이 되는 환경적 요인과 노화에 따른 유전자의 후천적 변화를 통해 암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유전물질인 디옥시리보핵산(DNA)에 메틸이 결합하는 ‘메틸레이션’을 이용한 암 진단·분류 기술을 소개했다. 건강한 사람과 여러 종류의 암 환자의 샘플을 분석해 메틸레이션 패턴을 AI에 학습했다. 한 사람에서 메틸레이션은 평균 6만5000개가 발견되는 만큼 한 종류의 단백질로 분석하는 기존 기술에 비해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이 대표는 “암을 조기 진단하려면 암 종류를 아는 것이 가장 우선적”이라며 “현재까지 후성유전학 기반 진단 기술로 네 종류의 암을 분류했을 때 90%가량의 정확도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조기 진단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발암 위험성에 대한 예측을 할 수도 있다”며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 중 다종암을 분류하고 예측하는 유일한 검사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후성유전학 기반 조기진단 기술이 암을 뛰어넘어 다양한 질환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여러 질병에 적용할 수 있도록 협력을 통해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며 “기술적 혁신을 통해 극초기 암 진단과 암 정복까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은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한다. 올해는 ‘암 정복을 앞당기는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최신 항암 치료, 진단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를 폭넓게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