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선정, 세상을 바꾼 표준 1위는 ‘이동통신’
나사부터 용지, 컨테이너, PC, WWW 등 문명 발전사 보여줘
백열전구, 김치냉장고 등 한국인의 삶을 바꾼 표준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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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더 편리하고, 더 안전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Making lives easier, safer and better)
국제표준화기구 (ISO) 슬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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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정하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공통의 언어다. 표준의 역사는 인류 문명 기술의 발전과 함께한다.
‘유아가 사용하는 장난감은 날카롭게 만들지 말자’는 아주 쉬운 약속부터, 지갑 속의 신용카드, 통신 시스템, 무게와 길이를 측정하는 도량형까지 우리 생활 곳곳에 표준이 있다.
세상을 바꾼 대표적인 표준으론 어떤 게 있을까. 또 한국인의 삶과 경제를 바꾼 표준은 무엇일까.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은 국민에게 표준을 더 쉽게 알리자는 취지에서 국내 산업계·학계·연구원·언론계 전문가 104명의 의견을 모아 ‘글로벌 부문’과 ‘한국 부문’으로 각각 10대 표준을 선정했다.

◇ ‘이동통신’... 세상을 바꾼 표준 1위 선정
전문가가 꼽은 ‘세상을 바꾼 표준’ 1위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동통신’을 선정했다.
이동통신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빠르게 발전했고, 우리의 일상을 바꿨다. 2세대 무선통신을 통해 ‘개인 전화기’의 시대를 열었고, 3세대(3G)에서는 모바일 웹과 영상통화가 가능해졌다. 진정한 모바일 세대의 출발점이었다.
2010년대 등장한 LTE(4G)는 속도를 수십 배 끌어올리며 HD 영상 스트리밍과 고사양 모바일 게임의 시대를 열었다. 지금은 5G 시대. 최대 20Gbps(초당 기가비트)의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대중화하면서 데스크톱과 랩톱을 넘어서는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의 시대가 됐다.

이 외에도 ▲바코드와 QR코드 ▲WWW(월드와이드웹) ▲와이파이&블루투스 ▲PC(개인용 컴퓨터) ▲USB ▲나사(볼트&너트) ▲컨테이너 규격 ▲디지털 이미지·영상 압축 기술 ▲용지 규격(A0·B0) 등(순위 무관)이 선정됐다.
바코드와 QR코드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시각적 데이터 코드’이다. 바코드는 1차원, QR코드는 2차원 구조로 돼 있다. 바코드는 굵기와 간격이 다른 세로줄로 정보를 표현하는 코드로, 레이저 스캐너로 읽어 상품 정보 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QR코드는 가로와 세로로 확장한 격자 형태의 2차원 코드다. QR은 ‘Quick Response)의 줄임말이다. 숫자와 문자, URL 등 다양한 데이터를 QR코드에 담을 수 있다.
WWW 표준은 연구자와 전문가만 사용하던 웹을 전 세계가 연결되는 디지털 생태계로 진화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HTML과 HTTP, URL이라는 세 가지 약속을 통해 홈페이지 언어와 접속 규칙, 주소 체계를 완성했고, 이 규칙에 따라 모두가 웹페이지를 만들고, 어디서든 열어볼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가 공개됐고, 정보 민주화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나사, 컨테이너, A4까지… 일상을 바꾼 표준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는 무선 연결 표준으로, 케이블 없이도 기기 간 통신과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했다. 덕분에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연결된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
PC는 정보화 시대의 출발점이자, 디지털 업무와 창작의 기반이 되었으며, 컴퓨팅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PC는 초기 개발사인 IBM이 중앙처리장치(CPU)를 비롯해 메모리와 부품 슬롯 등 핵심 규칙을 모두 공개하면서 빠르게 대중화할 수 있었다. 이런 표준으로 호환성이 보장됐고, 부품 가격이 내려가 구매 부담도 줄었다.
USB는 범용 데이터 전송 및 전원 공급 표준으로, 다양한 기기 간 연결을 단순화하고, 플러그 앤 플레이 시대를 열었다. 제품 제조사가 달라도 같은 케이블을 쓰면서 호환성이 넓어졌다. 특히 최근의 USB-C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모니터, 충전기를 하나의 포트로 통합했다.
나사(볼트와 너트)는 기계 조립의 기본 단위로, 산업화와 제조 혁신의 기초를 이룬 표준이다.
컨테이너 규격은 국제 물류의 효율성과 통일성을 확보해, 글로벌 무역과 공급망 혁신을 가능하게 했다.
디지털 이미지·영상 압축 기술은 JPEG, MPEG 등으로 대표되며,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저장과 전송을 혁신해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용지 규격(A0·B0 등)은 문서의 표준화와 인쇄 효율성을 높여, 전 세계에서 통일된 문서 관리와 행정 시스템을 가능하게 했다.

◇ ‘백열전구’부터 ‘교통카드’… 눈길 끄는 한국의 표준
한국인의 삶과 경제를 바꾼 10대 표준도 눈길을 끈다.
첫 한국표준(KS) 1호 인증인 백열전구를 시작으로, 인터넷 강국 한국의 기반이 된 ‘한글 자판’, 한국의 선진국 진입 촉매제인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와 메모리 반도체, 컬러TV가 있다.
코로나 시기 모든 국민이 필요로 했던 마스크 관련 표준은 일상을 바꿨고, 한국을 대표하는 가전 ‘김치 냉장고’ 표준은 주방의 광경을 바꿨다.
토큰과 승차권 문화를 바꾼 교통카드, 그리고 우리만의 면적 표기였던 평을 국제적 도량형 기준인 ㎡로 전환한 것도 한국인의 일상을 바꿨다.
한국인의 신체 치수를 표준화해 가구와 의류 규격을 정한 ‘사이즈 코리아’도 한국인의 삶과 경제를 바꾼 표준으로 선정됐다.
조선비즈는 세상을 바꾼 10대 표준과 한국인의 삶과 경제를 바꾼 10대 표준의 자세한 이야기를 매주 특집 기사로 게재할 예정이다.
오픈마인드 창립자 겸 CEO

AWS 아시아 태평양 및 일본 지역 에이전틱 AI GTM 리더

솔루션링크 대표이사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


조선비즈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한국표준협회가 오는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을 논의하는 ‘2024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를 개최합니다.
“국제 표준을 선점하는 자가 미래 시장을 지배한다”는 말은 산업계의 격언입니다. 미국의 어거스트 드보락 박사가 제안한 ‘드보락’ 자판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모음과 자음을 자판 중앙열에 배치해 타자 속도와 정확성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쿼티(qwerty)’ 자판을 대체하지 못했습니다. 표준 선점이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올해 처음 열리는 포럼 총회에서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이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표준’의 역할을 논의합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백악관 주도로 ‘국가표준화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중국 역시 지난해 8월 ‘신산업 표준화 방안’을 발표하고 신기술 패권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글로벌 디지털 전환과 기후위기 등 환경 변화 대응과 글로벌 표준 경쟁이 심화하는 시기, 한국의 표준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학계와 산업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국표원은 정부의 산업정책과 국내외 표준화 동향을 고려해 우리 기업의 기술 혁신과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을 마련하고, 이번 포럼에서 전략 추진 방안을 발표합니다.
포럼 기조연설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지낸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이 ‘지식과 산업의 교차로, 표준’을 주제로 할 예정입니다. 1947년 설립된 ISO는 세계 통상과 무역, 일반 산업의 보편 규범을 개발하는 역할을 합니다. 국제 표준 기구 중에서도 규모와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조성환 회장은 첫 한인 ISO 회장으로, 국제 표준 활동에서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첨단산업 분야별 중점 표준화 계획을 다루는 2부 세션에서는 함상범 마이크로소프트(MS) 전무가 ‘인공지능 안정성과 표준’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입니다. 김덕기 세종대 교수는 한국 수출의 20%를 책임지는 반도체 산업의 중점 표준화 계획을 주제로 강연합니다. 최종찬 국가기술표준원 자율차 국가표준코디네이터는 ‘자율주행 중점 표준화 계획’을 소개합니다.
치열해진 표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의 협업이 중요합니다. 정부는 연구개발 단계부터 표준 제정까지 체계적인 지원을 담보하고, 기업은 신기술 표준의 성능 검증을 통해 기술 혁신과 시장 확대를 노려야 합니다.
앞으로 조선비즈와 국표원은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을 통해 국가표준화 전략 추진 실적을 점검하고, 지속적으로 전략을 수정·보완할 예정입니다. 글로벌 표준 동향을 깊이 알고 싶은 독자와 표준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려는 기업 관계자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美·中·日·EU, 비슷한 시기 일제히 표준 전략 발표
첨단산업 기술 패권 잡기 위한 표준 선점 경쟁 치열
韓정부도 ‘첨단산업 국가표준 전략’ 곧 발표
“미래 기술 주도권 잡기 위해선 표준 적극 활용해야”
[편집자주]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으로 대표되는 녹색 전환, 경제 안보를 내세운 공급망 재구축 등 세계 경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선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들 전장의 최전선에 ‘표준’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호환성을 목표로 만들어진 ‘표준’이 경쟁상대의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첨단산업 표준 경쟁에서 도태된다는 것은 기술 우위를 빼앗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술 대한민국의 첨단산업 표준전략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조선비즈는 국가기술표준원, 한국표준협회와 함께 한국의 표준 현황을 점검하고, 신전략을 모색한다.

지난해 5월 미국 정부는 기술 표준 주도권 확보가 필요한 통신, 반도체, AI 등 주요 8대 분야에 대한 ‘핵심 신기술 국가표준 전략(US Government National Standards Strategy for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ies)’을 발표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도해 발표한 미국의 국가표준 전략에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가 대거 반영됐다. 백악관은 국가표준 전략에서 “중국이 자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이용하여 중국의 표준에 대한 타국의 지지를 유도 또는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은 동맹국 및 파트너와 함께 기술적 장점과 공정한 절차를 기반으로 국제표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미국의 표준정책 발표 3개월 후인 8월, 중국은 신산업 표준화 방안(China Standards 2035)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8대 신흥산업과 9대 미래산업 분야의 표준을 마련해 발표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일본은 같은 해 6월 범부처 과학기술 및 혁신 정책을 구체화한 통합혁신전략 추진 방안을 수립했다. 양자기술, 통신, 반도체 등 첨단 분야 R&D 과정에서 국제표준화 방안을 제시하도록 해 표준을 통한 기술의 상용화를 촉진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일본의 표준 전략은 그동안 ‘표준 수용 국가(rule taker)’의 위치에서 ‘표준 개발국가(rule maker)’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EU는 이보다 앞선 2022년 3월 ‘EU 표준화 전략’을 수립하고, 첨단기술 분야의 전략적 표준화 우선순위를 선정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주요 국가들이 하나같이 비슷한 시기에 표준 전략을 발표한 까닭은 무엇일까.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 원장은 14일 “R&D를 통해 확보한 자국의 기술 경쟁력을 국제 표준으로 삼아 기술 우위를 계속 유지하려는 것”이라며 “표준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반도체 패권 경쟁, AI 국제 표준 경쟁으로 이어져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세상의 변화도 빨라지고 있다. 2017년 디지털 기술 및 서비스 시장의 규모는 1조달러 수준에 그쳤으나, 2026년에는 3조4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AI 산업에 대한 표준 수립이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가 가입자 100만명을 모으는 데 150일이 걸렸다. 인스타그램은 75일이 걸렸다. 하지만 챗GPT는 고작 5일이 걸렸다”라며 “이러한 급성장은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과 함께 AI 개발을 위한 표준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3대 국제표준화기구도 ‘표준이 책임감 있고 안전하며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을 위한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이라며 AI에 대한 표준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AI는 향후 가전, 모바일, 자동차 등 다양한 제품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최근 들어선 제품에 내장돼 클라우드 없이 작동하는 ‘온 디바이스 AI’가 주목받고 있다. 이를 위한 AI 반도체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I 반도체가 AI 국제표준이 없는 채로 개발될 경우, 수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조성환 ISO 회장은 “반도체 선진국인 한국이 반도체 패권을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유지하려면 AI 국제 표준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녹색 전환·경제 안보 분야에서도 뜨거운 감자 된 ‘표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녹색 전환 역시 표준 논의가 시급한 분야로 거론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파리협정에 복귀했다.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정책도 빨라지고 있다.
제품별 탄소배출량 산정, 청정에너지 사용 확대, 제조‧운송 등 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탄소 저감 등 탄소 중립 달성에도 다양한 국제표준이 필요하다. 현재 93개국이 참여 중인 ISO 순환경제기술위원회를 중심으로 녹색 전환과 관련한 국제표준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들어선 경제 안보 이슈 안에서 표준이 논의되고 있다. 자국보호주의 무역 기조가 강해지면서, 주요국이 표준 협력을 동맹국이나 우방국의 지지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연이어 국가 표준 전략을 발표한 것 역시 기술 패권을 상대국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국제 표준 경쟁이 치열해지는 지금 한국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한국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2000년부터 국제표준화 활동을 강화해 왔다. 2001년부터는 국가표준기본법에 따라 매 5년 단위로 국가표준 기본계획을 수립해 발표하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은 매년 국제표준을 80여건 제안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인 최초로 조성환 회장이 ISO 회장으로 선출되는 등 국제무대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부턴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정보기술 등 12개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국가 표준 전략’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국가기술표준원과 한국표준협회는 오는 21일 열리는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을 발표한다. 이번에 발표되는 표준화 전략에는 ▲표준화 추진 기술 ▲국제 표준 협력 ▲표준 전문 인력 양성 방안 등이 담길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의 기술혁신과 기술의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산업정책은 표준화 전략과 연동돼야 한다”면서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은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로서 표준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4 표준포럼
표준 분야 전문가 좌담회
표준 선도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 제언
“표준으로 기술 선점한 기업, 시장 지배력 인정해야”

빠르게 발전하는 첨단산업 분야의 표준 패권을 두고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과거 기술 영역으로 다뤄졌던 표준은 이제 기술패권 경쟁의 수단이 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기후 위기 등 산업 구조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국도 전략적인 표준화 추진이 시급한 상황이다.
표준 패권의 시대, 한국의 표준 전략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조선비즈는 정부와 기업, 학계 등 전문가 6인을 초청해 한국의 첨단산업 표준 전략의 미래를 논의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지난 9일 서울 역삼동 조선 팰리스 강남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 진종욱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 손승우 두산에너빌리티 부사장, 이정준 LS일렉트릭 고문, 이해성 전주대 교수가 참여했다. 좌담회 진행은 산업부 관료 출신으로 지식경제부 차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임채민 법무법인 광장 고문이 맡았다.

참석자들은 표준 경쟁이 치열해진 지금 “중장기적으로 끌고 나갈 표준 전략이 필요하다”(진종욱 원장)며 “기술 강국 대한민국이 향후 첨단산업에서 초격차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선 국제 표준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이해성 교수)고 강조했다.
표준 분야에 대한 기업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인센티브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이정준 고문은 “기술을 개발해 표준까지 제안한 기업에 대해선 해당 분야에서 일정 기간 선점할 권리를 인정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좌담회 전문.
임채민 고문(이하 좌장) : 지금 세계는 바야흐로 ‘변화의 시대’이다. 변화가 빠르다는 수준을 넘어 변덕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표준의 역할과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기업도 생존을 위해서는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표준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표준에 대한 새로운 룰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진종욱 원장 :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나아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혁명을 통한 산업 대전환을 앞둔 상황에서 기술 경쟁의 주요 수단인 표준 부분으로까지 국가 간 경쟁이 확대됐다. 지난해 미국이 백악관에서 국가표준화 전략을 발표했으며, 중국도 표준전략을 새롭게 내놨다.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표준 분야까지 확산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단기적인 대응책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끌고 나갈 표준 전략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현재 정부는 기술혁신과 세계시장 선점을 지원하기 위해 12개 첨단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국가표준화전략을 마련했다. 이번 표준화 전략의 차별화 요소는 민간 주도의 표준화 추진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정부 정책은 공공에 방점을 두면서 실행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또한 한번 수립한 전략을 줄기차게 밀고 나가기보다는, 기술 변화에 대응해 전략을 현행화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차별화 포인트다.
좌장 : 민간 참여를 유도하고 상시로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는 표준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우리는 이렇게 준비하고 있는데, 외국은 어떻게 대비를 하고 있나.

조성환 회장 : 과거 표준의 목표가 공익에 중점을 뒀다면, 지금 트렌드는 미래 사회를 주도하고, 기술 발전을 대비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우리가 강대국이라고 부르는 선진국들이 표준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국제 표준 논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북미권, 유럽권,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권역까지 총 3개의 권역이 숨 막히는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ISO 회장으로서 국제표준화 기구를 이끌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좌장 : 한국의 표준 경쟁 참여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오늘이 가장 빠른 날’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학계에서는 표준 논의를 어떻게 보고 있나.
이해성 교수 : 우리나라는 학계에서도 표준의 중요성을 인식한 게 얼마 되지 않는다. 과학 분야에서는 나노 소재의 기준이 논란이 되면서 표준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이 커졌다. 당시 국제 콘퍼런스에서 나노 표준 범위가 100나노미터(㎚) 이하이므로 100.1㎚는 나노 영역이 아니라고 결론이 난 것이다.

이러한 논의 과정을 보면서 표준이 특정 산업의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시장 접근의 제한으로 작용한다고 인식하게 됐다. 따라서 최근 학계에서는 표준 영역에서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과거 우리 기업들은 미국이나 일본의 기술을 벤치마킹해 빨리 따라잡는 ‘세컨드 무버’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 일류 기술 보유국이 됐다. 표준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쥐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좌장 : 기업 입장에선 표준 정책과 관련해 정부의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손승우 부사장 : 기업은 기본적으로 ’표준’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타사와 차별화를 하려고 한다. 표준 분야가 공정한 경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든 기업이 독점 시장을 꿈꾼다. 기업은 ’하지 말라’고 해도 돈을 벌기 위해 자기 기술로 차별화하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표준을 앞세워 기존 시장의 진입을 막고, 시장을 규제하는 데 활용하려고 한다. 대부분의 선도국은 표준이라는 이름으로 소재를 제한하거나 규정을 신설해 자국산 소재나 제품만 쓸 수 있게 한다. 우리도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정준 고문 : 국내 기업 중에선 우리 회사가 표준 분야에서 체계적인 접근을 하는 편이다. 표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업이지만, 여전히 전략적으로 어떻게 시장을 주도할지에 대해선 부족한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시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품개발과 시장출시에 드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이러한 적시성(time to market)을 위한 표준의 역할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LS일렉트릭은 확보한 기술을 적시에 표준 구축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패스트 센터’를 운영 중이다. 모든 과정을 신속하게 해야만 시장이 원하는 속도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도 글로벌 표준 동향을 기업에 전달하는 역할을 늘렸으면 한다.
좌장 : 이러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우려면, 우리의 기술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또 세계 각국이 표준이라는 이름으로 실시하는 규제에 대해서도 정확히 파악하고, 제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조성환 : 표준 영역과 기술 영역을 잘 구분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표준화 전략을 수립하고, 첨단 산업군에서 산업정책, R&D 및 표준전략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 역할의 핵심이 돼야 한다.
좌장 : 국가 R&D 과제를 수행하면서 바로 표준 수립으로 이어지도록 프로토콜을 갖춰야 하는 것 아닌가.
조성환 : 정책 수립 과정에서부터 기업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을 핵심 사안으로 고려해야 한다. 삼성과 SK, 현대, LG 등 국내 대기업은 매년 수십조원을 R&D에 투자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협업을 하니 참 편하다’는 반응이 기업에서 나와야 한다. 그런데 특정 사례를 보면 세제 혜택을 얼마 해주겠다면서 수백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한다. 그런 절차나 후속 조치가 까다로워서 ‘안 받으면 그만’이라는 기업도 많다.

이정준 : 기본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표준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 표준화 전략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우리 회사조차 회사 내 표준 관련 부서가 없다. 기업들의 관심을 끌어올리려면, 기업이 표준을 만들어 개발한 시장에 대해선 일정 기간 시장 지배력을 인정하고, 기업들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성환 : 맞는 말이지만 참 쉽지 않은 이야기다. 선제적인 R&D로 기술을 확보했더니, 중소기업과 상생하라며 기술을 공유하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과감한 투자로 기술을 개발했는데, 시장에서 규제하면 기업만 손해를 입게 된다.
이해성 : 미국의 경우, 기술을 개발하고 표준을 수립한 기업에 대해선 몇 년간 해당 시장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상업적 이익을 보장함으로써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것이다. 미국의 사례를 연구해 국내 적용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좌장 : 의미 있는 이야기이다. 우선 정부는 지속적인 표준정책 홍보를 통해 표준에 대한 우리 기업의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 제언처럼 표준화 수단으로 배타적인 성공을 이루는 기업의 사례를 전파하는 것도 충격요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국표원을 중심으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첨단산업 분야의 국가표준화 전략을 수립해서 발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산업계 전반으로 표준화 인프라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2024 표준포럼
함상범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표준임원·전무가 “인공지능(AI)의 안전성 관리 체계에도 ‘표준’이 적용되고 있다”며 “기업들은 이런 표준이 갖고 있는 의미를 통해 책임 있는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함 전무는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인공지능 안전성과 표준’이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함 전무는 알파고와 챗GPT 등의 출현을 상징적 사건으로 들면서 “생성형 AI가 최근 2년 내 보여준 성과를 통해 인류에 앞으로 더 많은 기회와 동력을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생성형 AI가 전세계 공공 분야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힌디어·영어 외에도 100여가지 언어를 사용 중인 인도에서는 언어 소통의 어려움이 심각한 문제로 존재하는데, 인도 정부는 번역기 역할을 하는 챗봇을 개발해 공공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며 “아마존 열대 우림을 끼고 있는 콜롬비아·브라질에선 불법 수렵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감지하기 위한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사실이 아닌 사실을 믿게 만들거나, 특정 인종·종교에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생성형 AI에 대한 여러 우려사항과 문제점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며 “문제점이 확인되긴 했지만, AI가 여전히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한다면 ‘안전한 방향’으로 이를 사용하도록 하는 가드레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기술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것에 ‘표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인공지능법이나 영국의 AI 안전 서밋(AI Safety Summit) 등 각국의 이행 상황을 예로 들었다.
함 전무는 “특정 잘못된 학습 내용을 소거시키거나, 지식재산권·개인정보 문제가 생겨 다시 학습을 훈련시킬 때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이를 위해 나라간 협력을 통해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서비스를 제공·사용하는 기업들도 충분히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통신기술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이에 대처할 유연하고 기민한 정책·전략이 요구되며 여기엔 표준이 필요하다”며 “공적표준화 기구 이외에도 사실표준화(De Facto Standard) 기구, 그리고 표준화 기구는 아니지만 오픈소스 커뮤니티 또한 이런 전체적인 책임감 있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처음 열린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는 미래 첨단산업의 국제 표준 전략을 공론화하기 위해 조선비즈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공동 주최한 행사다.
최종찬 국가기술표준원 자율차 국가표준코디네이터가 “미래차 같은 완전히 새로운 시장의 경우, 백지에 산업을 새로 그리는 격”이라며 “해당 세계의 표준이 있어야만 관련 인프라 등이 구축될 수 있다”고 했다.
최 코디네이터는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미래차 중점 표준화 계획’이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구글이 처음 자율주행차 콘셉트를 발표하고 테슬라가 새로운 콘셉트의 차를 양산하기 시작했을 때 어떤 기업은 기존 자동차의 연장선상으로 봤을 것이고, 어떤 기업은 완전히 새로운 시장으로 바라봤을 것”이라며 “완전히 새로운 시장으로 이를 바라본다면 표준이 할 일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CV(Connected Vehicle·커넥티드카)를 예로 들면 이에 대한 VTX(근거리통신망)란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통신·보안·데이터 등과 관련한 이 세계의 표준이 없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인프라 구축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 코디네이터는 “표준 정책 전략을 만들려면 국가 정책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발표한 ‘주력산업 고도화’, ‘신성장 4.0 전략’, ‘자동차 산업 글로벌 3강 전략’ 등 미래차와 관련한 국가 전략 곳곳에 표준화에 대한 이슈가 녹아들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ISO(국제표준화기구), UNECE(유엔 유럽경제위원회) 등 단체와 일본·독일 등 여타 국가의 국제 표준화 활동도 다면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국표원은 현재 미래차 표준화와 관련해 4대 전략, 11대 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산업역량 강화를 위한 국가표준 제정 30건, 국제표준 선도를 위한 국제표준 제안 41건을 목표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장을 구축해 갈 때 어떻게 스케치를 하고, 색감을 입힐지 그 가이드를 표준이 제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안정적이고 경쟁적인 글로벌 산업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이어 “논문은 실험실에서 나올 수 있지만, 표준은 그럴 수 없다”며 “공론화의 장에서 토론을 거쳐야 표준은 비로소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다. 오늘 포럼 같은 논의의 장이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 처음 열린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는 미래 첨단산업의 국제 표준 전략을 공론화하기 위해 조선비즈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공동 주최한 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