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사태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고, 이 때문에 거시적으로는 자산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왔다.

2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최 ‘2018 미래투자포럼’에서 앤디 시에(Andy Xie·謝國忠) 전(前)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신 냉전시대로 볼 수 있을 만큼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70년간 진행됐던 세계화의 흐름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 = 김용근 객원기자
사진 = 김용근 객원기자

또 그는 "세계화란 흐름이 끊어지게 된다면 상당한 장기침체(스태그네이션)를 예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화 흐름이 끊어짐에 따라 생산단가가 오르게 되면 물가 또한 오를 수밖에 없고, 미국은 경기가 부진해지더라도 기준금리를 4~5%까지 올려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중산층 불만 해결해야 하는 美 vs 수출 장려해야 하는 中 갈등이 무역전쟁

앤디 시에는 미국과 중국 경제의 성장방식이 충돌한 것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중산층이 더 이상 이전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무역전쟁이 발생했다고 봤다. 역사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서구 사회는 일찌감치 식민지 개척을 통한 자원 확보로 일정 수준 이상의 부를 누릴 수 있었지만, 세계화가 70년간 진행되면서 더 이상 기존의 우위를 누릴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앤디 시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출된 배경이 바로 이 같은 중산층의 불만이었다"며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중국을 겨냥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자국의 과잉설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출을 장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국가가 나서 인프라 구축을 하고 있고, 중국 정부는 지역간 불균형이 없어야 한다는 일종의 정치적 창에 갇혀있다"며 "이 때문에 과잉설비 투자 문제가 발생했고 수출 등으로 이 문제를 타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위안화 평가 절하와 같은 수출 장려정책을 펼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단기적인 해결방법은 없다고 단언했다. 앤디 시에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고, 미국과 중국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어떤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며 "이를 둘러싼 잡음이 꾸준히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앤디 시에는 미국과 중국의 국가 입장은 배치되지만 민간 경제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CEO는 스톡옵션 행사를 위해 회사 주가를 부양해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비용을 줄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인건비가 싼 중국시장에서 선뜻 생산설비를 뺄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세계화 끊어지면 장기침체…주식시장 큰 폭락 가능"

앤디 시에는 "거시적인 전망은 비관론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자산시장에 낀 거품(버블)이 빠지는 시기가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주식시장이 폭락한다면 더 큰 폭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이 아주 위축될 것이고 어렵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자금을 푸는 방식으로 경제위기를 해결해왔고, 이 때문에 앞으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4~5% 수준으로 오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며 "이렇게 되면 지난 10년간 자산시장에 벌어졌던 일들과는 정 반대의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앤디 시에는 "거시적으로는 비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밖에 없더라도 미시적으로는 투자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며 "투자에 나설 때는 10년을 내다보고 움직이는 기업인지를 살펴보고 투자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10년을 내다보고 움직이는 기업이란, 단기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이곳 저곳을 두루 살피는 기업보다는 한 곳에 올곧이 집중하는 기업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걸맞는 기업으로 화웨이를 꼽을 수 있다"며 "화웨이가 최근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자산업이라는 본업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화학산업도 좋은 투자기회일 수 있다고 봤다. 투자를 할 때 중요한 것은 경쟁우위인데, 중국은 그 규모나 속도면에서 미국보다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고, 그 중 중국의 화학산업은 그 경쟁우위가 발현되기 좋은 산업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통신산업도 추천했다. 앤디 시에는 "통신산업은 중국 국내 시장에서 이루지는 사업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며 " 차이나모바일의 주가는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지연 기자

"택시가 있는데 버젓이 영업하는 승객-차량 연결서비스 앱 ‘우버(Uber)’, 세금 안내고 숙박업을 하는 숙박 공유플랫폼 스타트업 ‘에어비앤비(Airbnb)’, 링크드인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긁어모은 스타트업 ‘하이큐(HiQ)’ 등등."

"이 기업들은 미국 워싱턴D.C랑 먼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사실 다 기존의 법을 어겼지요. 법을 어긴 곳에서 혁신이 일어난 거예요."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내 최대 테크 컨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18’ 둘째날 강연자로 나선 조성문 차트매트릭 대표, 김창원 타파스미디어 대표, 이승준 어메이즈 VR대표가 좌장을 맡은 이재연 위워크랩스(WeWork labs) 매니저와 함께 ‘실리콘밸리와 글로벌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20일 ‘스마트클라우드쇼2018’에서 좌장을 맡은 이재연 위워크랩스 매니저가 이날 강연을 맡은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 김창원 타파스미디어 대표, 이승준 어메이즈VR대표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20일 ‘스마트클라우드쇼2018’에서 좌장을 맡은 이재연 위워크랩스 매니저가 이날 강연을 맡은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 김창원 타파스미디어 대표, 이승준 어메이즈VR대표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을 둘러싼 샌프란시스코반도 초입에 위치하는 샌타클래라 일대의 첨단기술 연구단지 ‘실리콘밸리’는 왜 전세계적인 기술혁신의 상징이 된 것일까.

오라클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음악 빅데이터 스타트업을 창업한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는 "법의 테두리는 참 애매하다"며 "창업자가 무엇이 도덕적인지, 궁극적으로 인류의 선과 혁신에 기여하는 일이라면 ‘불법’을 각오하고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실리콘밸리라는 동네 같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정부 지원 없이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선순환한지 오래다.

카카오 출신으로 실리콘밸리 VR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는 이승준 어메이즈VR대표는 "한국은 정부 지원을 바라는 스타트업이 많은 것 같다는 점에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을 하는 지인들은 한국 정부의 지원 자금에 맞는 과제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에서는 투자 생태계가 이미 잘 조성돼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1950년대에 이미 지금 한국과 같은 정부의 1:1매칭 지원이 이뤄졌고, 이후 민간 투자가 활발해졌다"고 덧붙였다.

구글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웹툰 플랫폼 스타트업을 설립한 김창원 타파스미디어 대표 역시 "미국에는 현재 정부 지원이 많지 않다"며 "미국에 있다보니 한국에서 정부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이 견학을 오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 있는 스타트업들이 정말 실리콘밸리를 보려면 견학이 아니라 VC들한테 전화해서 발표(PT)를 직접 해보는 게 더 나은 경험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 명의 강연자는 모두 "실리콘밸리는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일, 미래가치에 집중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창원 대표는 "구글에서도 일했고 한국 대기업에서도 일해봤는데 문제 해결방식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협력사 대표에게 전화를 해 압력을 주고, 그 다음날 문제가 풀려있다"며 "반면 구글에서는 엔지니어들이 주관 회의를 하면 나와서 시연을 하는데 마치, 록 콘서트장 같다. 엔지니어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성공하면 휘파람을 부르고 환호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실리콘밸리에는 기술에 대한 믿음, 엔지니어 중심 문화가 느껴질 정도로 형성돼 있다"며 "이곳에는 인류의 문제를 기술의 힘으로 풀어보자는 공학자로서의 순수한 믿음이 크게 깔려있다"고 말했다.

조성문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 역시 한국 강남 만큼 집 값은 상상초월할 정도로 비싸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에서는 회사 만들어서 돈을 번 사람이 땅으로 돈 번 사람보다 많다"며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고 연구해 그 일이 잘 돼 강남 집 10채를 사는 것보다 더 많이 벌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이재연 위워크랩스 매니저는 "새로운 기술에 자본이 투입되고 이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기업이 더 성장하는 식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며 "실리콘밸리에는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이디어와 기술, 이를 실현하려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스타트업들이 지금 당장에는 수익이 없어도 일을 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허지윤 기자

"2000년대 실리콘밸리에서는 서비스 기반 회사들이 많이 나왔다면 최근에는 딥러닝이나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가 중심이다. 앞으로 벤처 투자 시장 규모가 미국에서만 100조원이 될 전망이다.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바이오와 제약 등 분야에 한국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길 바란다." - 이호찬 KTB네트워크 실리콘밸리법인 대표

"한국 외에도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에 회사를 만들고 펀드 매니저를 채용할 정도로 해외에도 많은 투자유치 기회가 있다. 한국 스타트업은 이런 기회를 잡고 발전해야 한다. 해외 벤처캐피털(VC)서 투자를 받아 컨설팅도 함께 제공받는 것도 기회다."- 고재우 스파크랩 벤처스 공동창업자

20일 ‘스마트클라우드쇼 2018’ 2일차 행사가 열린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이호찬 KTB네트워크 실리콘밸리법인 대표와 고재우 스파크랩 벤처스 공동창업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 트렌드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했다.

왼쪽부터 고재우 스파크랩 벤처스 공동창업자, 이호찬 KTB네트워크 실리콘밸리법인 대표, 노정석 리얼리티리플렉션 공동창업자.
왼쪽부터 고재우 스파크랩 벤처스 공동창업자, 이호찬 KTB네트워크 실리콘밸리법인 대표, 노정석 리얼리티리플렉션 공동창업자.

두 사람은 각각 투자 사업의 유형 흐름과 주요 벤처 투자 성공 사례 등을 이야기하고 좌장을 맡은 노정석 리얼리티리플렉션 공동창업자와 함께 좌담을 나눴다.

이호찬 대표는 "올 상반기 미국에서의 벤처 투자 규모는 65조원으로 이같은 추세라면 닷컴 버블 당시 수준인 100조원을 달성하는 것까지 가능하다"며 "B2B(기업간 거래) 사업을 하는 벤처에서 가장 많은 유니콘 기업이 나오고, 소비재, 핀테크, 헬스케어, 운송, 미디어, 하드웨어, 유통, 부동산 순서"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는 올 상반기 벤처 투자액이 1조4000억원에 그쳤고, 유니콘 기업(매출 1조원 달성 벤처)이 미국이 124개인데 반해 한국은 쿠팡 등 3곳 정도에 그친다"며 "우버와 같은 사업이 막힐 정도로 국내 규제도 해결돼야 하지만, 해외에서도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고재우 공동창업자는 "한국의 마켓컬리,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등이 해외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은 성공적인 사례"라며 "벤처 업체가 사업에 있어 추구하는 시장의 크기, 사용자 인구를 고려하면 성공적 해외 진출은 스타트업 가치 상승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재우 창업자는 "미미박스와 같은 회사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와이 콤비네이터에 소개돼 실리콘밸리 VC 투자를 받고 성공했고 이후 실리콘밸리 지역 기업과 시장 교류를 통해 네트워크와 신뢰를 쌓아갔다"며 "또 정부 외자 유치 펀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투자 유치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스타트업계가 잘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실적을 내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며 "실리콘밸리 유명 투자자는 아직 한국 시장 이해가 낮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노정석 리얼리티리플렉션 공동창업자가 좌장을 맡은 좌담을 통해서는 실리콘밸리의 최신 성공 사례, 투자 형태 등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가 오고갔다.

왼쪽부터 노정석 리얼리티리플렉션 공동창업자 고재우 스파크랩 벤처스 공동창업자, 이호찬 KTB네트워크 실리콘밸리법인 대표가 20일 스마트클라우드쇼 2018에서 좌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노정석 리얼리티리플렉션 공동창업자 고재우 스파크랩 벤처스 공동창업자, 이호찬 KTB네트워크 실리콘밸리법인 대표가 20일 스마트클라우드쇼 2018에서 좌담을 나누고 있다.

이호찬 대표는 최근 주목받는 자율주행 트럭 회사들의 등장과 성장, 라인바이크와 같은 공유 이륜차(바이크)에 대한 사례를 들었다. 라인바이크는 우버로부터 투자를 받아 우버 앱 안에서 라인바이크로의 환승도 가능해졌다. 고재우 창업자는 커피 믹스 베이커리라는 데이팅 앱의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투자 유형에 대해서는 실리콘밸리와 한국에서 모두 초기 단계 투자를 많이 한다는 설명도 나왔다. 고재우 창업자는 "교육 하는데 있어 초기 창업자들에 대한 멘토링을 실행하고 데모데이를 통해 투자자를 소개시켜준다는 점에서 좋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자는 다소 폐쇄적인 면은 명확했다. 고재우 공동창업자와 이호찬 대표 모두 인정하는 지점이었다. 이호찬 대표는 "투자와 산업은 그들만의 리그가 생기는 특징이 있는데 미국 투자시장의 투자금 자체가 가치를 분산해서 받기 때문에 벤처에게는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우 창업자는 "굉장히 유명한 VC 그룹에 들어가지 않으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쟁이 어렵고 치열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들도 결국 좋은 창업자나 스타트업에게는 을(乙)의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관련 기술 발전과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내 최대 테크 컨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18’ 둘째날 채훈 후오비(Huobi) 코리아 이사, 법무법인 알레이니코프 앤 파트너스(Aleinikov & Partners)의 데니스 알레이니코프 대표변호사, 이준행 고팍스 대표, 김경돈 테라 프로젝트 사업 기획 총괄이 블록체인 업계와 정부 규제 등을 주제로 현업과 관련한 상황을 청중과 공유했다.

이들은 아직 관련 산업이 발전 초기 단계라 각 국가 정부마다 규제가 아직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 발전은 결국 막을 수 없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데 동감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채훈 후오비 코리아 이사, 데니스 알레이니코프 대표변호사, 김경돈 테라 프로젝트 사업 기획 총괄, 이준행 고팍스 대표.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채훈 후오비 코리아 이사, 데니스 알레이니코프 대표변호사, 김경돈 테라 프로젝트 사업 기획 총괄, 이준행 고팍스 대표.

채훈 이사는 "중국에서 후오비가 시작했지만 중국 규제에 막혀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 지사를 세웠다"면서 "해외에 진출했을 때 같이 여러 분야에서 함께 일해보자고 손을 내밀었지만 우리는 주저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예측할 수 없는 정책 변화와 관련한 두려움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후오비는 중국 기반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다. 채훈 이사는 "거래소는 블록체인과 관련한 하나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데 이는 산업 발전 초반에 가장 필요한 시스템"이라며 "실용화 방안 성공 사례가 나오기 시작하면 산업 전반에 대한 관심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기득권이 반대해도 이 흐름은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준행 대표도 블록체인 산업은 암호화폐 시장의 거품이 꺼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 속으로 녹아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 초 암호화폐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과열됐다가 이제는 그 거품이 상당히 사라졌지만 블록체인 관련 산업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PC와 인터넷이 그랬듯 블록체인도 세상과 제도에 자연스럽게 편입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과 관련해 암호화폐를 국가 차원에서 적극 권장하고 합법화를 선언한 나라도 있다. 바로 벨라루스다. 지난해 벨라루스 정부는 비트코인을 합법적 통화로 공식 인정했으며 알렉산더 루카첸코 대통령령으로 가상화폐공개(ICO), 스마트계약 및 블록체인 개발을 합법화했다. 알레이니코프 변호사는 벨라루스 디지털경제개발위원회 위원으로 블록체인, 가상화폐 관련 법안을 대통령 승인에 이르게 한 주요 인사 중 한명이다.

알레이니코프 변호사는 "벨라루스는 정부 차원에서 블록체인 경제를 위한 기본적인 개념을 정의하면서 법적 명확성을 더했다고 평가한다"라며 "블록체인에서 파생된 스마트계약도 정부가 인정하면서 스마트계약을 통한 거래량이 2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이현일 아이콘 글로벌 사업부 팀장, 데니스 알레이니코프 변호사, 이준행 고팍스 대표, 김경돈 김경돈 테라 프로젝트 사업 기획 총괄, 알레 칸트란텐카 LWO 대표.
₩왼쪽부터 이현일 아이콘 글로벌 사업부 팀장, 데니스 알레이니코프 변호사, 이준행 고팍스 대표, 김경돈 김경돈 테라 프로젝트 사업 기획 총괄, 알레 칸트란텐카 LWO 대표.

강연 이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시장의 현재 상황에 대해 현업에서 일하며 얻은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들은 정부 당국이 대화를 통해 새로운 산업 육성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돈 총괄은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 초기단계지만 자본 투입도나 인재 유입률을 본다면 성숙 단계에 있는 다른 업계와 다르지 않다"면서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규제 당국 차원에서 암호화폐, 블록체인 업계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행 대표도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피해를 확인했기 때문에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정부는 블록체인 산업과 관련해 명확한 규제를 만들기 위해서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당사자들을 포함해 대중과 소통해 절충점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소비자 보호도 도모하는 방향으로 토론을 통해 그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정민 기자, 김우영 기자, 박소정 기자

글로벌 암호화폐 업계의 거물들이 최근 각국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에 대해 협력 기반의 사용 사례를 늘려 나가야 한다는 해결책을 내놨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데다 세계 각국 금융당국의 제제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안 그릭(Ian Grigg) 블록원 고문과 사가 사바이(Sagar Sarbhai) 리플 아태지역 규제 총책임자, 김서준 해시드 CEO는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2018’에 참가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의 사업 기회에 대해 논의했다.

좌장을 맡은 김서준 해시드 CEO는 "투자자로서 바라보면 블록체인 업계는 무허가 혁신이 일어나는 상황"이라면서 "중국은 암호화폐 금지 조치를 취했고, 미국은 규제로 인해 불확실성이 큰 시장이 됐다"고 입을 뗐다.

정부 규제가 암호화폐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안 그릭 블록원 고문은 부정적 입장이다. 블록원은 시가총액 5위 암호화폐인 ‘이오스(EOS)’의 개발사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이오스는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이은 3세대 블록체인으로 평가받는다.

이안 그릭(Ian Grigg) 블록원 고문과 사가 사바이(Sagar Sarbhai ) 리플 아태지역 규제 총책임자, 김서준 해시드 CEO는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2018’에 참가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안 그릭(Ian Grigg) 블록원 고문과 사가 사바이(Sagar Sarbhai ) 리플 아태지역 규제 총책임자, 김서준 해시드 CEO는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2018’에 참가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안 그릭 고문은 "규제당국은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암호화폐에 허가를 도입하면 굉장히 복잡해지고 비싸진다"며 "블록체인은 누구나 허가없이 참여 가능해 혁신이 가능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가 사바이 리플 아태지역 규제 총책임자는 암호화폐가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과 활용을 통해 정부 규제와 조화를 이뤄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리플은 시가총액 3위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가장 제도권과 가까운 블록체인으로 평가받는 회사다.

사가 사바이 책임은 "국민들이 힘들게 번 돈과 연금을 암호화폐에 부어 넣는 걸 보고 정부에서 금지조치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암호화폐가 금융 포용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는 점을 부각해 혁신을 도모하고 투자 위험성은 줄이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금융당국과 은행권, 업계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허가와 제제를 통해 시장을 통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반면, 암호화폐 업계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을 원하고 있다.

이안 그릭 고문은 "규제기관이나 은행은 역할 자체가 혁신이나 기술과는 친화적이지 않다"라며 "1990년대 디지털 화폐의 실패를 돌이켜 보면 은행은 현금 거래 수수료 저하를 우려하며 주도하지도 지지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사가 사바이 책임은 정부와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사바이 책임은 "현재 리플에서는 세계 40여개 중앙은행과 글로벌 금융기관을 교육 시키고 있다"며 "우리 제품의 혁신을 어떻게 이해시키고 설득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생성하는 것이 암호화폐 시장의 규제 대응방안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록체인 신규 사업자를 늘리고, 새로운 사업을 확대해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바꿀 수 있다는 시각이다.

그릭 고문은 "오늘날의 블록체인은 가치를 생성하고 있지 못하다"며 "지금 암호화폐 시장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갖는 두려움 대신 혁신으로 안정을 보장해야 더 많은 사업과 사용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가 사바이 책임은 "한국에서 리플 거래량의 30~50%가 나온다"며 "한국은 기술 혁신이나 도입에서 선두주자로 앞으로도 위험을 줄이면서도 규제가 가능한 큰 틀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태환 기자, 권오은 기자, 홍다영 기자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블록체인과 함께 대두되고 있는 디지털 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두 나씽(Do Nothing)' 규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블록체인, 암호화폐 분야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자본 시장으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8' 행사에서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블록체인의 미래: 블록체인 기술·산업 전망'을 주제로 한 기조 강연에서 "한국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끌고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암호화 시장이 캐피탈 마켓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8'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8'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터넷의 등장과 진화, 그리고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조명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프랑스의 사실주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사진을 화면에 띄우고 "(이작 줍는 여인들은) 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를 독식하는 일이 용인됐던 당시 시대상을 담은 그림이며 지금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회사의 주주는 (과거 프랑스 지주들처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서 나오는 이익을 독점하지만, 블록체인은 주식회사가 아니라 일한만큼 수익을 가져가는 협동조합의 모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도 구조적으로 이같은 협동조합과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조합원만 참여할 수 있는 협동조합과 달리 장벽 없이 누구나 프로토콜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블록체인 기술이 실제 자본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최근 1~2년 사이 가상화폐 투기 열풍이 정부를 비롯한 규제 기관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김서준 대표는 "블록체인과 관련해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선택한 입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ICO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실상 어떠한 (관련) 실효법도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 기업들은 결국 불안에 떨며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몰타, 싱가포르 등에 가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정부가 주최하고 있는 간담회에 가보면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하고 있는 규제를 발맞추고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며 "한국이 발맞춰 따라가는 수준으로는 한국만이 제공할 수 있는 매력적인 환경이 될 수 없다. 미국, 중국과 똑같다면 누가 한국 와서 일하고, 회사를 만들며 프로젝트 만들겠나"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의 인적 자원 측면에서도 정부 규제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 자체가 캐피탈 마켓이 되지 못하는 이상 더 이상 최고 수준의 인재를 잡아둘 수 없다는 점"이라며 "특히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더 그럴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민규 기자, 박소정 기자

"2008년 금융위기로 은행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던 시기에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 암호화폐를 지칭) 규제가 혁신되어야 합니다."

사가 사바이(Sagar Sarbhai) 리플 아태 지역 규제 총책임자는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8’ 기조 연설에서 "외부가 아니라 시스템 내부에서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가 사바이 리플 아태 지역 규제 총책임자가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8’ 기조 연설하고 있다.
사가 사바이 리플 아태 지역 규제 총책임자가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8’ 기조 연설하고 있다.

해외 송금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선 블록체인·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지금의 시스템을 완전히 무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스템 내부에서 블록체인·암호화폐를 활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리플은 시가총액 3위 암호화폐이자 가장 제도권과 가까운 블록체인으로 평가받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구글(GV),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제리 양이 설립한 벤처 펀드(AME Cloud Ventures)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스탠다드차타드, UBS, 뱅크오브아메리카, SBI홀딩스 등 100여개 글로벌 금융사가 리플이 개발한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다.

사바이 총책임자는 "우리는 회사 설립 후 5년간 40여개 중앙은행, 규제당국과 대화해 왔다"며 "디지털 자산을 활발하게 활용하기 위해선 규제 프레임 워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한 가지 접근 방식은 없다"며 "디지털 자산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허용하면서 위험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바이 총책임자는 "잘 조율된 프레임 워크를 통해 위험 일부는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며 "G20 차원이나 국가간 협력에 기반한 조화로운 프레임 워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규제 당국이 은행에 가이드를 제공하고 은행은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회계 처리할 것인지 가이드 라인을 주어야 한다"며 "디지털 자산 관점에선 올해와 내년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박원익 기자, 김우영 기자

"할아버지나 할머니처럼 나이 든 사람들을 포함해 일반 사람들은 블록체인에 대해 관심도 없고 정보기술(IT)도 잘 모릅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단지 그들의 돈이 안전한 곳에 머무는 것입니다."

이안 그릭(Ian Grigg) 블록원(Block One) 어드바이저(고문)는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8’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하며 블록체인이 지향해야 할 미래를 언급했다. 블록원은 시가총액 5위 암호화폐 ‘EOS(이오스)’의 개발사다. EOS는 비트코인·이더리움에 이어 3세대 블록체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8’에서 기조연설하는 이안 그릭 블록원 어드바이저.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8’에서 기조연설하는 이안 그릭 블록원 어드바이저.

그릭 어드바이저는 법적 계약을 디지털화하는 ‘리카디언 컨트랙트’ 기술의 고안자이자 은행간 블록체인 ‘컨소시엄 R3’에서 활동한 블록체인 전문가다.

그릭 어드바이저는 블록체인 기술이 혁신적이지만 중앙적이지 않고 소유자가 없어 범죄 잠재력이 높은 것이 큰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릭 어드바이저는 "블록체인은 혁신적이지만 위험하다"며 "통제자가 없고 언제든지 범죄 행위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기업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쉽사리 블록체인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블록체인의 위험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한 소규모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릭 어드바이저는 "한국에는 ‘계’라는 것이 있다고 들었다"며 "아프리카의 ‘차마’도 이와 비슷한 시스템이다.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규모 커뮤니티가 서로에게 대출도 해주고 돈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신뢰성을 바탕으로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공유 헌법, 중재 시스템, 보상의 세 가지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커뮤니티를 만들어 중재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다. 중재를 하기 위해선 고정적인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이다. 그릭 어드바이저은 "현재 이것들을 모은 게 통치형 블록체인이다"며 "하지만 아직 많은 것들이 필요하고 암호키나 그런 것들을 내놓고 있지만 역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방법은 소규모 커뮤니티 자체에서 언급한 세 가지 원칙이 연결돼 모든 사람들의 안전과 보상을 보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OS 커뮤니티의 장점을 언급했다. 동일한 규칙과 동일한 소프트웨어, 동일한 중재절차를 통해 서로간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릭 어드바이저는 "우리는 소규모 커뮤니티 같은 마이크로(작은) 블록체인들을 모아 ‘마스터 블록체인’이 되게끔 연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암호키를 잃어버려도 커뮤니티에서 제공하는 규칙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암호키를 바로 받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릭 어드바이저는 "수백만개의 소규모 커뮤니티를 모으고 프라이빗한 블록체인을 구성해 플랫폼 역할을 하게끔 하는 게 EOS 커뮤니티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박소정 기자, 김우영 기자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은 동북아 수퍼그리드 사업 추진에 기회의 창을 열어줬다."(손병권 중앙대 교수)

"남한, 북한, 러시아로 이어지는 'J자형 전력 협력 모델'로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 있다."(양준호 인천대 교수)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가 21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2018 미래에너지포럼'의 첫번째 세션 '동북아 에너지 협력과 수퍼그리드'에 참여한 토론자들은 동북아 수퍼그리드 사업이 한국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데 공감하며 이같이 말했다.

동북아 수퍼그리드는 한국‧일본과 중국의 전력망을 연결해 중국‧몽골‧러시아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다른 나라에 공급함으로써 안정적인 전력수급체계를 구축하려는 사업이다. 토론은 김상협 우리들의 미래 이사장의 진행으로 로버트 존스턴 유라시아그룹 CEO, 장길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양준호 인천대 동북아경제통상대 교수,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가 함께했다.

22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조선미디어그룹 조서비즈의 ‘2018 미래에너지포럼’ 첫번째 세션은 ‘동북아 에너지 협력과 수퍼 그리드’를 주제로 진행됐다. 사진은 토론에 참여한 (왼쪽부터)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양준호 인천대 동북아경제통상대 교수, 장길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로버트 존스턴 유라시아그룹 CEO, 김상협 우리들의 미래 이사장

손병권 교수는 "신북방정책을 만들어갈 기회의 창이 열렸을 때 동아시아 지역주의에 대한 미국의 반감, 북한의 잠재적 위협 등 지정학적 문제를 잘 조정해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동북아 수퍼그리드 사업을 주도해나가지 않도록 여러 회원국이 들어가야 하는데 특히 일본이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은 또 동북아 수퍼그리드를 추진해나갈 때 북한과 다른 국가 간의 중개국 역할을 잘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동북아 수퍼그리드는 안보와 각국 간의 상대적 이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국가마다 대통령이 바뀌는 해가 다르고 그때마다 정책이 바뀌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업 추진 초보적인 단계에서라도 협정과 협약을 만들어야 많은 국가가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길수 교수는 "한국은 전력 수요가 수도권으로 집중됐는데, 전력망 수요를 366㎞ 거리의 한국과 중국, 460㎞ 거리의 한일 연계로 대응할 수 있다"며 "동북아 수퍼그리드가 완성되면 중국에서 2GW 규모의 전기를 끌어 수도권에 보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파수가 다르고 해저로 전력을 연결해야 하는 특수사항 속에서도 기술적인 문제도 거리상의 문제도 없지만, 운영방식에 있어 각국 공동으로 주도권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현재 40개의 동북아 수퍼그리드의 핵심 기술 HVDC(고압직류송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두 개의 HVDC 프로젝트만 운영 중이고 예정된 것도 4개 뿐이라 경험이 충분하지 않고 기술적으로 뒤처졌다"며 "기술적 차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운영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양준호 교수는 동북아 수퍼그리드가 국내 전력시장의 안정과 동북아 경제 통합 차원이 아니라 '남북경협' 차원에서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생산된 전기가 북한 동해안을 거쳐 남한 경기북부로 들어와 다시 북한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남·북·러 J자형' 전력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남·북·러 J자형 모델은 선로길이가 약 1200㎞이며, 가공 직류송전은 약 3GW 규모다. 손 교수는 송전선로 이용률이 75% 정도이면 8년 후에 약 3조5000억원 가량의 투자비가 회수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양 교수는 "미국, 일본과 같은 동맹국을 자극하지 않고 북한에 시급한 전력을 지원해주는 것이 키워드"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러 J자형 모델을 통해 극동 러시아 에너지 자원을 공동으로 개발, 활용해 북한의 협력을 유도하고 또 북한에 대한 전력지원을 약속하는 것을 우리 정부가 먼저 제안하고 구축하면 동북아 수퍼그리드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더욱 개선될 것은 물론 지정학적으로 봐도 전력협력을 통해 북한을 껴안아 동북아 지역의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대의명분 차원에서 봐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북아 수퍼그리드 프로젝트에서 언급되고 있는 가스관 연계사업은 제약이 있을 것으로 봤다. 양 교수는 "동북아 지역 내 가스관 연계 사업은 LNG 수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미국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는데 남북러 J자형 전력 협력은 러시아의 참여를 유인하는데도 적절하다"며 "동북아 수퍼그리드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와 자민당도 한일 전력계통 연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북한은 석탄으로 대체할 수 있는 가스에 비해 전력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김상협 교수는 "에너지 안보에 기회, 도전, 위협이 있는데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며 "동북아 수퍼그리드는 4차 산업혁명 기술, 신성장동력과 연결돼 우리의 노력도 필요한데 한국이 어떻게 정치적 위험을 이해하고 극복해나갈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존스턴 유라시아그룹 CEO는 "동북아 수퍼그리드 프로젝트에 대해 아직 미국 전문가들은 잘 모르고 관심이 없다"며 "동북아 수퍼그리드는 지정학적‧상업적 잠재력이 있는 흥미로운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워싱턴에서 알게 된다면 분명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입장을 잘 알고 미 기업과 은행에 어떤 기회를 줄지에 초점을 맞춰 접근하면 미국에서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시티와 에너지’ 4세션

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21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8 미래에너지포럼’의 네 번째 세션 ‘스마트시티와 에너지’에서 “북한 전력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스마트에너지시티로 북한에 에너지 거점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네 번째 세션은 김갑성 연세대 교수(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 위원장)가 좌장을 맡고, 문 교수, 송경열 맥킨지앤컴퍼니 맥킨지에너지센터장, 김영명 KT 스마트에너지사업단장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왼쪽부터 김갑성 연세대 교수, 송경열 맥킨지앤컴퍼니 맥킨지에너지센터장, 김영명 KT 스마트에너지사업단장, 문승일 서울대 교수가 21일 ‘2018 미래에너지포럼’ 4세션에서 스마트시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스마트시티(지능형 도시)는 각종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인프라를 확충하는 대신 기존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 & Sullivan)에 따르면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는 2016년 1조달러에서 2020년 1조5000억달러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교수는 “북한은 본의 아니게 주어진 조건 때문에 전기‧에너지 등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수 있고, 효과도 빠르게 볼 수 있다”며 “북한에서 전력 거점 도시를 만드는데 스마트시티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문 교수는 동북아 수퍼그리드도 북한에서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태양광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부터 시작해서 스마트시티 조성, 송‧배전 등 국가 전력망 구축 이후 최종적으로 수퍼그리드 형태로 가야 한다”며 “지금부터 시작해서 단계를 거쳐야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스마트시티 조성은 5년, 국가 전력망 구축은 10년가량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 내 스마트시티 조성 지역으로는 원산을 추천했다. 원산은 남북 교류 사업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군사시설 등 위험요소가 없기 때문에 스마트에너지시티 후보지로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나진, 청진 등 접경 지역도 러시아 가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스마트시티를 도입하면 서로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원산 등 동해안이 적절하다”며 “원산 등 적절한 도시에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면 투자비용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마트시티 조성에 기술보다는 정책‧예산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문 교수는 “전기 저장 기술이나 운영 기술 등이 완벽하지 않지만, 한국이 뒤쳐진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술보다는 예산 확보가 중요하고, 계속 추진할 수 있는 정책 연속성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계속 간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스마트시티에 대한 숙제이자 관건”이라고 했다.

스마트시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도 “스마트시티는 기술보다 예산이 어려운데 제일 중요한 것이 정부의 일관성”이라며 “스마트시티가 다음 정부까지 진행되려면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뿐 아니라 정부 예산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송 센터장은 스마트시티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해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민 다수를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를 사례로 들며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설명했다.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를 줄이면 보상한다’, ‘과다 사용하면 벌금을 부과한다’, ‘다른 사람이 쓰는 전기량을 자신과 비교하게 한다’ 등 3가지 방법을 제시했을 때 마지막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빅데이터 등을 이용한 세 번째 방법이 스마트시티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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