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티켓몬스터는 자체 ‘모바일 커머스(상거래)’ 플랫폼인 '티비온(TVON)' 생방송을 통해 '정형돈 도니도니 돈까스'를 판매했다. 방송인 정형돈이 직접 출연해 진행자와 농담을 주고 받는 식으로 진행된 방송은 네티즌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돈까스는 판매 당일 전량 매진됐고, 방송 영상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며 게시 닷새만에 조회수 200만을 넘겼다.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유통산업포럼' 첫번째 세션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유통산업포럼' 첫번째 세션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22일 '2019 유통산업포럼'의 첫 세션 '콘텐츠와 플랫폼이 주도하는 디지털커머스의 미래'에서 발제를 맡은 김현수 29CM 부사장은 정형돈의 돈까스를 '미디어 커머스'의 성공 사례로 꼽았다. 미디어 커머스는 콘텐츠를 판매 채널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부사장은 "마케팅과 판매가 모바일로 대동단결하며 디지털 커머스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며 "미디어 커머스에서는 콘텐츠를 보는 곳이 상품을 사는 곳이 되고, 또 마케팅 공간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션에 참가한 패널들은 TVON과 같은 미디어 커머스가 TV홈쇼핑을 뛰어넘는 주요 판매채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부사장은 "모바일 플랫폼은 홈쇼핑 채널처럼 수수료를 내거나, 대단한 인프라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TV 이상의 미디어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김세종 아셈중소기업친환경혁신센터 사무총장은 "디지털 커머스는 아이디어와 기술, 스토리만 있으면 소비자들에게 접근이 가능하다"며 "소상공인을 비롯한 중소 유통기업에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과 동일한 기회가 열린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손현호 페이스북코리아 상무(오른쪽)가 세션1에서 발제를 발표하고 있다.
손현호 페이스북코리아 상무(오른쪽)가 세션1에서 발제를 발표하고 있다.

김도한 CJENM 디지털커머스 상무는 "미디어 커머스가 케이블 채널 광고시장의 둔화를 상쇄하고 있다"고 봤다. 김 상무는 "CJ 내 다다스튜디오라는 커머스 채널에서 인기를 끌었던 뷰티 동영상이 조회수 4000만을 기록했는데, 트래픽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나왔다"며 "TV를 뛰어넘는 규모의 경제를 글로벌 차원에서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 커머스에서는 인플루언서(대중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인플루언서 개개인이 확보한 구독자들이 잠재 고객이기 때문이다. 김현수 부사장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맥락'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부사장은 "인플루언서를 기용하려면 어떤 플랫폼에서 독자층을 형성했는지와 같은 맥락을 봐야한다"며 "예컨대 인스타그램에서 팬층을 형성한 인플루언서의 경우 티몬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한다"고 했다.

디지털 커머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플랫폼 사업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손현호 페이스북코리아 상무는 "제품 구매 과정에서 고객들이 단계별로 느끼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마찰(friction)'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심중"이라며 "상품이 어울릴지 안어울릴지를 고민하는 감정적 '마찰'을 해소하기 위해 AR(증강현실) 기술을 도입하거나, 구매 경로를 단축시키는 등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커머스에 규제 완화, 상생 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추동우 롯데e커머스 BT본부장(상무)은 "한국의 경우 모바일이나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개인정보, 위치 확인 동의를 매번 받도록 규제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은 고객의 활용성 개선을 위해 풀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김세종 사무총장은 "소규모 기업들이 디지털 커머스 생태계에 더욱 많이 편입될 수 있도록 광고후불제와 같은 상생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가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상현실(VR)과 디지털커머스가 바꿀 유통의 미래’라는 주제로 ‘제7회 유통산업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약 600여명의 유통업계 관계자가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조선비즈가 22일 개최한 ‘2019 유통산업포럼’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유통업계 경영진이 참석했다. 사진 첫째줄 왼쪽부터 서민석 이베이코리아 부사장, 박근희 CJ그룹 부회장, 신효섭 조선비즈 대표이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 문영표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롯데마트 대표),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 김일규 이랜드그룹 부회장, 정철욱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부사장. 둘째줄 왼쪽부터 김윤태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부회장,김영태 쿠팡 부사장, 박광혁 한국백화점협회 부회장,  염규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부회장, 서덕호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 성열기 신세계푸드 대표, 이용호 신세계조선호텔 대표, 허영재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부회장
조선비즈가 22일 개최한 ‘2019 유통산업포럼’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유통업계 경영진이 참석했다. 사진 첫째줄 왼쪽부터 서민석 이베이코리아 부사장, 박근희 CJ그룹 부회장, 신효섭 조선비즈 대표이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 문영표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롯데마트 대표),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 김일규 이랜드그룹 부회장, 정철욱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부사장. 둘째줄 왼쪽부터 김윤태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부회장,김영태 쿠팡 부사장, 박광혁 한국백화점협회 부회장, 염규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부회장, 서덕호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 성열기 신세계푸드 대표, 이용호 신세계조선호텔 대표, 허영재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부회장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해외 전문가들은 ‘아마존드(아마존에 의해 파괴된다는 신조어)’ 현상이 강화되는 가운데,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유통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 ‘공정’이 혁신의 기초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온·오프라인 간 경계가 사라지고 가상현실을 이용해 어떤 채널에서든 오프라인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 전례없는 치열한 상황으로 접어들었다"며 "디지털 시대에 맞춰 발 빠르게 혁신하는 기업만 생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국내 유통사의 기술 투자가 미흡한 점을 지적했다. 미국 아마존은 4991건, 월마트가 600여건에 이르는 기술특허를 갖고 있는데 반해 국내 유통 플랫폼 기술 특허는 117건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2019 유통산업포럼’ 행사장 모습
’2019 유통산업포럼’ 행사장 모습

이날 오후에는 기조 강연과 함께 ▲콘텐츠와 플랫폼이 주도하는 디지털커머스의 미래 ▲일본 유통업계 불황 극복 전략 ▲위기의 골목상권, 어떻게 살릴 것인가 등 3개 주제로 세션토론이 열렸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발달된 시대지만, 경험·편안함·진열 등으로 오프라인 점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토미나가 토모노부 세븐앤아이홀딩스 이토요카토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9 유통산업포럼’에서 오프라인 점포의 미래전략을 3가지로 꼽았다. 그는 이날 기조연설을 맡아 ‘옴니채널 시대, 오프라인 점포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토미나가 토모노부 세븐앤아이홀딩스 오토요카토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불룸에서 ‘옴니채널 시대, 오프라인 점포의 역할’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토미나가 토모노부 세븐앤아이홀딩스 오토요카토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불룸에서 ‘옴니채널 시대, 오프라인 점포의 역할’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토미나가 CMO는 25년간 코카콜라, 코닥, 월마트 등의 글로벌 대기업에서 마케팅 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솔레어 호텔 리조트, 월마트 재팬, 그리고 도미노 피자 재팬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로 일하기도 했다.

토미나가 CMO는 "사람들은 실제 점포에서 돈을 주고 물건을 사면서 쇼핑의 매력에 빠져든다"며 "태어났을 때부터 이커머스를 접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오프라인 점포에서 쇼핑을 하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프라인 점포는 편리함(convenience)보다는 편안함(comfortable)을 줄 수 있다"며 "오프라인 점포에서는 자신이 쇼핑을 선택·조절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율주행차보다 속도와 어떤 길을 갈지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은 것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온라인 서점에서는 어떤 물품이 있는지 모두 확인할 수 없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다양한 책을 파악하고 쇼핑을 조절할 수 있다.

토미나가 CMO는 "소비자들은 오프라인매장에서는 상품들을 실제로 보면서 구매욕구를 느낄 수 있다"며 "유통업체도 진열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상품들을 가지런히 진열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고 싶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생각할 수 있다"며 "하나의 상품부터 전체 상품까지 신경써서 진열하면 가게 전체가 하나의 예술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토미나가 CMO가 예시로 든 잘못된 진열의 예. 왼쪽 사진의 경우, 상품보다 광고에 눈길이 쏠려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높이지 못하고, 오른쪽은 상품설명이 많아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준다.
토미나가 CMO가 예시로 든 잘못된 진열의 예. 왼쪽 사진의 경우, 상품보다 광고에 눈길이 쏠려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높이지 못하고, 오른쪽은 상품설명이 많아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준다.

토미나가 CMO는 "반면 이커머스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쇼핑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소비자들에게 호소력이 약하다"며 "최근 VR, AR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공상과학(SF)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했다.

그는 "오프라인 점포는 온라인 쇼핑에 밀리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지만, 선진적인 온라인 업체들은 오프라인과 실제 점포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아마존은 2016년 식료품 체인인 홀푸드를 인수해 뉴욕시에 13개 매장을 확보했다.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 북스’와 온라인샵에서 별 4개 이상 받은 제품만 판매하는 ‘아마존 포스타’ 등 오프라인 매장도 선보이고 있다. 아마존은 또 2021년까지 총 3000개의 무인매장 ‘아마존 고(Amazon GO)’를 열 예정이다.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계속 용도와 공간을 바꾸는 쇼핑몰이 성공할 것입니다."

피터 샤프 터브만 아시아 대표
피터 샤프 터브만 아시아 대표

피터 샤프 터브만 아시아 대표는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유통산업포럼’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래에는 다양한 용도를 지닌 맞춤형 쇼핑몰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터브만은 신세계 스타필드하남을 설계한 글로벌 부동산개발 회사로, 전 세계 72개 쇼핑몰을 보유하고 있다. 샤프 대표는 터브만에 입사하기 전 20년간 월마트에서 근무했으며, 월마트 아시아지역 대표도 지냈다.

샤프 대표는 "쇼핑이 이커머스(전자상거래)로 옮겨가고 있다고 단정 짓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디지털 시대에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쇼핑몰, 백화점을 방문해 다양한 경험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밀레니얼(1980년 이후 출생) 세대를 중심으로 쇼핑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쇼핑몰도 이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샤프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는 쇼핑 전에 조사를 많이 하고, 조사를 토대로 어디서 무엇을 쇼핑할지 정한 뒤 쇼핑 경험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한다"면서 "쇼핑이 더 이상 간단한 의사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검색을 하는 순간부터 매장에서 제품을 결제하기까지 전 과정에서 경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전자상거래와 소셜미디어가 소비자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쇼핑몰도 첨단 기술과 온라인 플랫폼을 적용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샤프 대표는 중국의 위챗을 예로 들면서 "중국에서는 식당에서 메뉴판을 볼 필요도 없이 위챗으로 주문과 결제를 마칠 수 있어 주문받는 직원과 대화할 필요조차 없어졌다"면서 "쇼핑몰도 이런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피터 샤프 터브만 아시아 대표
피터 샤프 터브만 아시아 대표

그는 "최고의 쇼핑몰은 입주사들이 가능한 많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입주사들에게 기술을 활용하지 않으면 고객을 잃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 없이도 자동 결제가 가능한 아마존의 무인 점포, 옷을 가상으로 미리 입어볼 수 있는 거울을 갖춘 의류매장 등을 쇼핑몰 입주사가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어 디지털 시대의 쇼핑몰은 온라인에서 경험할 수 없는 차별화된 즐길거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샤프 대표는 "쇼핑몰의 미래 성공전략은 엔터테인먼트에 달려있다"면서 "하남 스타필드를 설계할 때 아쿠아필드, 가상현실(VR) 게임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서비스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시설만 갖춘다고 끝이 아니다"라면서 "서비스는 손님이 엔터테인먼트에 시간을 쓰게끔 유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미래에는 단독 쇼핑몰보다는 인근 호텔, 컨벤션센터, 주요 지하철역 등과 연결된 쇼핑 공간이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샤프 대표는 "앞으로 쇼핑몰은 지역 사회와 연결되면서 더 찾고 싶은 매력적인 장소로 탈바꿈할 것"이라면서 "소비자의 취향이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에 유통사들은 더 많은 투자와 계획을 거쳐 공간을 끊임없이 개조해야 한다"고 했다.

"유통 산업의 VR(가상현실) 혁신은 5G(5세대 통신)의 등장과 함께 가속할 것입니다."

피터 샤프(Peter Sharp) 터브만 아시아 대표는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유통산업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조연설 후 이어진 첫 번째 대담인 '가상현실이 바꾸는 오프라인 매장'에 참석해 "유통산업이 VR과 AR(증강현실) 기술이 결합하면서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실시간 반응·현실감 등 제약을 해결하려면 통신 속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유통산업포럼' 대담에서 사회자 정동섭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파트너(왼쪽)와 피터 샤프 터브만 아시아 대표(가운데), 이해섭 베이더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토론하고 있다.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유통산업포럼' 대담에서 사회자 정동섭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파트너(왼쪽)와 피터 샤프 터브만 아시아 대표(가운데), 이해섭 베이더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토론하고 있다.

샤프 대표는 "드레스를 구입하려는 고객이 VR로 착용감이나 핏을 확인하기는 아직 어렵다"면서 "실감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선 5G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담 사회를 맡은 정동섭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파트너는 "VR 기기들의 경량화, 가격대도 개선해야할 부분으로 보인다"며 "가정에서 이용하기에는 공간적 제약도 존재한다"고 했다.

패널들은 VR 등 신기술 도입이 글로벌 유통업체의 생존에 필수 전략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샤프 대표는 "최근 월마트와 루이비통, 아마존 등이 VR 관련 IT업체를 인수하거나 투자하고 있다"며 "기존 리테일 환경의 한계를 느끼고 이를 뛰어넘는 시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패널로 함께 참석한 아시아 최대 VR플랫폼 개발사 베이더엔터테인먼트의 이해섭 대표는 "VR 기술은 화두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며 "고객의 오감을 만족할 기술로 유통 산업에서 각광받을 것"이라고 했다.

샤프 대표는 VR 혁신이 가장 빨리 찾아올 국가로 한국과 일본을 꼽았다. 그는 "삼성전자가 최근 주주총회에서 다양한 산업에 5G 기술 적용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일본도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 VR혁신은 한국과 일본에서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담에서는 VR이 기존의 쇼핑 공식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사례도 제시됐다. 이 대표는 "디지털 쇼핑 도우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며 "리테일 매장에 오는 고객들에게 재고와 가격비교를 VR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제품을 실제 쓸 때의 모습도 예측할 수 있다. 가구 매장의 경우, 집에 배치했을 때의 어울리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프 대표는 AR이 VR보다 먼저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스마트폰 앱을 실행한 뒤 옷을 고르고 크기를 선택하면 해당 제품을 입은 3차원(3D) 가상 마네킹에 다양한 의상을 입혀보고 360도 각도에서 옷 맵시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유통업체들이 당장 VR 기술 도입에 나서야 할지에 대해서는 패널간 의견이 갈렸다. 샤프 대표는 "고객들이 수용할 준비가 됐는지를 따져봐야할 것"이라며 "앞으로 2~3년간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는지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기술이 상용화된 후에 진입하려고 시도하다간 늦을 수도 있다"며 "시행착오를 미리 겪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평평한 운동장이야말로 혁신의 기초입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9 유통산업포럼’에 참석해 "우리 경제도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 ‘공정’이 혁신의 기초가 되도록 하겠다"며 축사를 전했다.

유통산업포럼은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가 주최하는 행사다. 올해 7회째를 맞은 행사는 '가상현실(VR)과 디지털 커머스가 바꿀 유통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유통산업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유통산업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유통은 소비자라는 경제적 차원을 넘어 국민이 살아가는 생활공간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며 "경제 생활의 생태계와 삶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유통 플랫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유통 플랫폼이 수많은 납품 업체와 함께 어우러지는 상생(相生)의 생태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납품 업체가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아야 혁신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데 유통 기업이 이익을 독식하면 납품 업체가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며 "이 둘은 더 이상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며, 고도화된 소비자 요구에 함께 대응하는 운명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납품 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 성장의 그늘이 길어지면서 납품업체에 부담 떠넘기기, 불공정 거래, 판매 대금 지급 지연이나 상품의 부당 판매 등의 행위 등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오프라인에 비해 온라인 유통 분야에서 불공정 유통 비율이 더 높은걸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술 발전에 따른 유통업계의 노력도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경계가 사라지고 가상현실을 이용해 어떤 채널에서든 오프라인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 전례 없는 치열한 상황으로 접어들었다"면서 "디지털 시대에 맞춰 발 빠르게 혁신하는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통 플랫폼 투자와 연구개발(R&D)도 필요한데 국내 유통 플랫폼과 관련된 기술 특허는 117건에 불과하다"며 "미국 아마존은 4991건, 월마트도 600여건에 이른다. 우리 유통 업계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유통 벤처 스타트업 투자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유통 산업 발전을 위해 벤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확대도 필요하다"며 "스타트업 비계열 주식에 대한 취득제한 규정 등을 완화하고, 인수합병(M&A)에서도 패스트 트랙 심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끝으로 "유통 물류 혁신을 위해 납품 업체와 유통 기업 간 상생에도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도록 도와달라"며 "유통 산업 발전을 위해 업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데이터는 의료 제공 방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병원들이 여전히 데이터에 대한 소유의식을 갖고 있고, 데이터 활용이 가져올 장점과 이득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혁신 속도가 더딥니다."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8’에 기조 연사로 참석한 에릭 세닌 황(Erich Senin Huang·사진) 미국 듀크대학교 의과대학(Duk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교수(MD·PhD)는 기자와 만나 빅데이터 시대를 맞은 병원의 현재와 미래를 얘기했다.

이날 황 교수는 전자의무기록(EHR), 유전자데이터 등 보건의료 분야의 방대한 데이터를 ‘초식 공룡’에 비유했다. 크지만 뇌는 작고 똑똑하지 않은 진화 전 단계라는 것이다.

황 교수는 "병원들이 3차 산업혁명에 한발을 두고, 4차산업혁명에 한발을 내딛고 있는 진화 초기 단계에 있다"며 "방대한 데이터를 환자 치료에 어떻게 활용할지 어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추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병원의 행정가들이 근시안적으로 비용 발생 등 리스크 감수를 꺼려 새로운 기술 활용에 무관심한 태도가 병원의 혁신은 물론, 환자 생명 연장의 속도를 더디게 한다"고 지적했다.

◇ 머신러닝으로 환자 재입원·합병증 발생 예측

듀크대는 보건의료 데이터 과학에 중점을 두고, 크로스캠퍼스센터를 새롭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보건데이터과학의 힘을 실현해내기 위한 핵심기지인 ‘듀크 포지(Duke Forge)’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에릭 세닌 황 교수는 미국식품의약국(FDA) 위원 출신인 로버트 칼리프(Robert Califf) 박사와 함께 ‘듀크 포지’를 이끌고 있다. 로버트 박사는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자회사 베릴리 생명과학(Verily Life Sciences) 고위 경영진이기도 하다.

황 교수는 "듀크대병원은 빅데이터, AI 등 다양한 기술·도구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고 있고 또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듀크대는 오바마 정부 당시 ‘ACO’라는 개념이 등장했을 때 머신러닝을 이용해 의료현장에서의 의료 서비스 질을 평가하고 재입원·합병증 위험 등 리스크를 예측·관리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ACO는 미국 오바마 정부가 의료개혁을 하면서 들고 나온 지불방식 및 의료공급자 기구이다. 특정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의료의 질과 경제적 성과를 공동으로 책임지는 것으로, ACO가 목표로 정한 비용보다 실제 지출비용이 적을 경우 절감액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받는 것이 핵심이다. 많이 절감할수록 더 많은 성과급을 가져갈 수 있다.

즉, 의료의 질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수록 병원 경영에도 득이 되는 것이다.

듀크대는 ACO를 도입하면서 머신러닝 기반 모델을 개발하고 정부 보험 적용 대상 환자들의 과거 데이터를 학습·훈련시켜 미래를 예측·선제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듀크커넥트케어라는 이름으로 현재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 모델 신경망 기반 타임머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환자의 과거 보험 청구, 의무 기록, 약물진단 기록 등 다양한 데이터를 보면서 6개월 뒤 재입원·수술 후 중환자 합병증 발생 등 위험을 예측·식별·정량화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머신러닝을 통해 32개 범주로 구분돼있는 환자들의 자료를 가지고 환자 160만명에 대해 매달 예측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정적인 알고리즘이 아니라 동적으로 계속 진화하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이를 통해 환자에 대한 의료의 질을 제고하고 보다 가치있는 헬스케어를 제공할 수 있게될 뿐 아니라 병원으로선 보상(인센티브)을 받게 된다"며 "우리는 이 시스템을 특정 환자군이 아닌 병원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데이터사이언스(데이터 과학)는 앞으로 의료계(병원)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은 의사-간호사-환자 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한 곳인데다, 정부도 의료 지출과 의료 질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기 때문에 데이터를 분석·활용해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이터과학’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IT기업이 병원보다 데이터 유동성 더 앞서 협업 필요

듀크대는 머신러닝·인공지능 개발은 듀크대 자체 기술력으로 해결하는 한편, 데이터 활용을 위한 과제인 ‘데이터 유동성(데이터 보관·처리 등)’에 관한 문제는 병원보다 강한 IT기업과 협업해 해결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황 교수는 "듀크대 머신러닝연구소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과 함께 세계 10위권에 든다"며 "AI 개발을 위한 자체 역량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실제 이를 활용해 의료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듀크대 내에서 심장질환 환자들의 영상 자료를 딥러닝한 AI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있으며, 1년 내 임상현장에 적용해 혈관이 어느정도 막혀있는지 진단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 밖 기업들과도 협업한다. 황 교수는 "데이터 보관, 처리, 관리 등 ‘데이터 유동성’에 관한 기술은 기업이 병원보다 더 혁신적이라고 판단된다"며 "구글과 데이터 유동성 촉진에 관한 협력 가능성에 대해 앞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블록체인이 데이터 보관·처리 등 유동성 문제를 모두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이 현재 AI 기반이 아닌 데이터 유동성을 촉진시키는 흥미로운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듀크포지의 목표는 가치중심 의료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으로, 듀크대병원이 ‘규모 기반 의료’에서 ‘가치 기반 의료’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한국의 의대생들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의료계에서는 시대를 막론하고 새로운 기술이 생겨날때마다 위기론이 있었죠. 하지만 의사의 임무는 결코 바뀌지 않습니다. 의사는 환자를 책임져야 합니다. 환자를 더 잘 치료하기 위해 가장 좋은 도구를 잘 활용하면 되는 것이죠."

"게다가 현재 AI는 전지전능하지 않습니다. 한가지 업무를 잘하는 데 특화돼있죠. 우리 의사들은 폐 질환 환자를 볼 때도 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 뼈-조직-폐를 순차적으로, 모두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배웠죠. AI는 우리의 수많은 업무 중 하나를 보조·지원해주는 수준의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일 뿐입니다. 앞으로 의사로서 질병을 더 잘 치료하기 위해 새로운 도구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하면 됩니다."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급종합병원에 산재된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 정보를 공익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려면 정부가 적극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고 공급·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팀 모리스(Tim Morris·사진) 엘스비어(Elsevier) 프로덕트&파트너십 디렉터는 1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8(HIF 2018)' 참가 직후 조선비즈와 만나 "보건복지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병원 등 의료 공급자의 데이터를 모으고 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엘스비어는 세계 최대 의학·과학 출판사에서 시작해 최근 연구·개발(R&D), 의료 진단 지원 분야에서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이다. 팀 모리스는 이 회사의 유럽, 중동,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지역 임상 진단 결정을 지원하고 병원 업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국내는 각 의료기관이 병원 전자의무기록(EMR)과 임상시험 정보를 관리하고 빅데이터·AI를 적용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병원과 병원간 정보의 단위가 달라 정보의 통합이 어렵다. 더 큰 규모의 경향성을 찾기에는 정보가 산재돼 있고 표준이 없다는 것이 실정이다.

팀 모리스 디렉터는 "앞으로 AI나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보건복지부라던지 의료 공급자라던지 데이터를 중앙화된 형태로 통합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보안문제는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료정보시스템의 개발 단계는 데이터 수집과 정보 접근성, 데이터 분석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국내는 데이터 수집에 있어 종합병원 쏠림 현상과 건강보험 관리체계에 따라 데이터 수집 단계가 다른 국가에 비해 우수한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보 접근성 단계에 해당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개인 식별이 불가능한 의료 빅데이터 정보 일부를 공익을 위한 연구목적에 한정해 개방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환자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병원간 기술 공유가 활성화 되도록 촉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정보를 중앙 관리통제 시스템에 저장하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데이터의 혜택에 대한 이해를 의료 공급자에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팀 모리스 디렉터는 "이제 의료정보 빅데이터는 조건 내에서 확인된 결과보다 실제 환자들에게 나타난 실증적 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기반"이라며 "이 정보를 활용하면 기본 연구에서 임상 현장까지 적용하려면 걸리는 17년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가 가져올 혜택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 의료 공급자 사이에서도 암호화된 의료정보를 이용하고 공유가 활성화될 것 같다"면서 "정부는 연구자가 보안이 보장된 정보를 오픈 소스로 받고 플랫폼을 활용해 분석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의 의료 관련 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입니다. 세계 각국은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의료의 질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개인정보 보호 문제입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혁신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캐서린 쿠즈메스카스(사진) 심플리바이탈헬스 CEO는 조선비즈와 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한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8'에 특별강연 연사로 나선 뒤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블록체인이 헬스케어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의료 개인정보 관련 대표적인 제도가 유럽연합(EU)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의료 개인정보는 개인이 의료기관이나 임상 기관에 정보 데이터를 넘길 때 개인의 동의가 명백히 있어야 한다. 쿠즈메스카스 CEO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이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 활용에 대해 동의했는지 여부를 영구적인 기록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이 규정을 효율적으로 준수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에 대해 "앞으로는 결국 환자 개인이 본인의 (의료 관련) 데이터를 소유하고 누가 본인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누가, 왜, 얼마나 오래 데이터에 접근했는지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데 블록체인으로 기록하면 수정할 수가 없어 신뢰할 만한 기록을 남겨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쿠즈메스카즈 CEO와의 일문일답.

―환자 개인이 누가 본인의 의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앞으로 개인 의료 빅데이터가 축적되면 개인이 자신의 질병 정보 데이터를 가진 후 해외에 있는 유명한 의사에게 진료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게 되면 개인정보에 누가 접근했는지 기록을 남겨야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데 이 때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 의료진과의 협력 진료 등을 말하는 것인가.

"반드시 개인의 진료뿐 아니라 임상이나 의학 연구 등을 글로벌 수준으로 할 때도 환자 개인 정보 데이터가 필요한데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할 때 정보보호 이슈가 불거진다. 이 때 파일 형태로 데이터를 주고받고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을 활용한 특정 코드로 주고받을 수 있다. 호텔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호텔 방의 키를 주인만 쓰는 게 아니라 키를 다른 사람에게 복사해서 주면 그 사람도 방을 일시적으로 쓸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다."

―블록체인이 의료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 가능한가.

"의료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기 어려워서 발생하는 데이터 접근에 관한 문제가 크다. 데이터를 편하게 공유할 수 있으면 임상을 설계를 더 쉽게 할 수 있고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문제점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다. 심지어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이나 질병의 진화 등도 추적할 수 있다. 모두 의료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인데, 데이터 공유가 쉽지 않으니 블록체인을 이용한 데이터 공유가 이뤄지면 비용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다른 문제는 위조 의약품이다. 의약품 제조 회사들이 위조 의약품 때문에 연간 약 20억달러의 손실을 입는데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공급망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어 위조 의약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김민수 기자

권예경 메디데이터 데이터 사이언스 스페셜리스트는 빅데이터 기반의 임상실험을 통해 신약 개발의 속도와 성공률을 높이는 한편 제약·바이오 기술이 좀 더 개인화된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8'에서 권예경 스페셜리스트는 "넷플릭스가 등장한 이후 DVD 대여 시장이 무너진 것처럼 제약 시장에서도 '블록버스터'의 시대가 끝나고 개인 맞춤형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권예경 메디데이터 데이터 사이언스 스페셜리스트가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8'에서 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권 스페셜리스트는 "최근에는 시급한 분야의 약품들이 이미 대부분 출시돼 있는 상태인 만큼 더이상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신 정밀의학 프리시젼메디신 등 개인 맞춤형 의약품 트렌드로 변화 중"이라고 진단했다.

메디데이터는 이같은 추세에 맞춰 오믹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상실험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믹스는 유전체, 단백질체 등 생물학적 정보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데이터 분석의 정확성을 높이고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대조 분석하는 것이 메디데이터의 강점이다.

권 스페셜리스트는 "통상 임상실험은 성공확률 낮을 뿐 아니라 시행하는 기관이 길게는 10년 이상 최소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으며 비용도 천문학적"이라며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임상 실험결과를 하나의 틀에서 분석할 수 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 최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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