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환매 중단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만 봐도, 금융사가 복잡다단하게 개발한 금융상품을 권유하는대로 가입했다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과거엔 금융사 중심의 서비스가 메인이었다면, 앞으로는 사용자가 자신의 권리를 앞세워 원하는 바를 주장하게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사용자 자신이 모르는 니즈(수요·욕구)까지 기업이 파악해 서비스해주길 원하는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생활금융플랫폼 카카오페이의 신원근 전략총괄 부사장은 13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0 미래금융포럼’ 강연에서 "미래엔 사용자 니즈가 중심이 되는 금융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가진 서비스 내에서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부사장은 사용자 중심으로 금융 혁신이 일어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4C’를 꼽았다. 먼저 ‘컴바인(Combine·결합)’이다.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사용자 금융 정보를 한 곳에 모으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각 금융기관을 개별적으로 방문할 필요가 없어진다. 보험과 차량 정보 조회는 물론, 지출 내역까지 세부적으로 분석해주는 카카오페이의 자산관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같은 정보의 결합은 각 신용평가기관마다 다르게 산출되는 신용등급까지도 통일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신 부사장은 자신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신용정보회사 신용 등급은 평균 이하인 반면, 주거래 은행에 가면 우량 고객이라는 것이다. 신 부사장은 "골프장에서 현금이 필요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았다가 신용등급이 깎인 것"이라며 "누가 보기엔 평균 이하인 사람이지만, 누가 보기엔 우수한 고객으로 보이는 이 현상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용자 금융 정보를 한 곳에 모았다면 이에 맞는 적절한 솔루션을 ‘커넥트(Connect·연결)’ 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 솔루션을 온전히 사용자의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캡처(Capture·포획)'하는 것이 혁신 금융의 관건이다. 신 부사장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robot+advisor)’에 가상상담시스템인 ‘AI 상담봇’의 결합을 ‘캡처’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인공지능이 운영하는 로보어드바이저라 해도 모든 것을 맡기기엔 불안할 수 있지만, 언제 어디서든 상담받을 수 있는 상담봇을 통해 캡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컴포트(Comfort·편안함)'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혁신 금융은 사용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 정보가 축적될수록 이를 기업이 악용할 수 있다는 사용자의 불안감은 높아지는데, 리스크 관리를 통해 이같은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신 부사장은 "불안함을 제거해줘야 사용자가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선 인증·보안, 이상거래 감지 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테크핀(정보기술 중심의 금융서비스)과 전통 금융지주간 미래 금융혁신 주자 다툼이다. 신 부사장은 "누가 승기를 잡을지 속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단순히 자신이 갖고 있는 상품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타사의 상품까지 가져와 고객에게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 접점 역할을 하는 플랫폼 회사와, 상품 서비스를 공급하는 회사로 분화될 것"이라며 "이 둘을 결합하는 형태의 플레이어와 (그룹사를 통해) 독자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금융그룹과의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사용자 이해를 바탕으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이같은 전쟁은 사용자 입장에선 더욱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빈 기자
태국의 핀테크 업체인 키드렛 코인(KIDLetCoin)은 분산원장기술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혁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의 기술력보다 사람들을 더 놀라게 한 건 이 회사의 창립자가 9살이었다는 점이다. 2년 전에 설립된 이 회사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카에데 다케나카(Kaede Takenaka)는 이제 열한살이 됐다.
10대가 주목할 만한 금융 서비스를 내놓고 혁신을 주도하는 건 이제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비탈릭 부테린이 이더리움이라고 불리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처음 만든 건 19살 때의 일이다. 미국의 전자결제 스타트업인 스트라이프를 만든 패트릭과 존 콜리슨 형제도 나이가 21살과 19살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은 실리콘밸리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세계 정상급 핀테크 전문가이자 '금융혁명 2030'의 저자인 크리스 스키너 더파이낸서 대표는 13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0 미래금융포럼' 기조강연에서 "미래의 금융 서비스는 나 같은 흰머리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10대가 만드는 플랫폼에서 나온다"고 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API나 앱을 만드는 간단한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핀테크 회사를 만들고 억만장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또 은행과 같은 기존 금융회사가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조와 업무 방식을 바꿔야 하는데, 이때 조직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10~20년차 중간 관리자인 이른바 ‘얼어붙은 중간층’의 두려움을 해결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스키너 대표는 미국의 핀테크 업체 ‘스트라이프’의 사례를 들어 금융산업의 기본 틀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설립된 스트라이프는 7줄의 자바 코드만으로 웹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가능하게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웹페이지에 유튜브 동영상을 삽입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전자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다. 전자결제의 혁신으로 불리며 단숨에 세계적인 기업들과 제휴를 맺었다. 스키너 대표는 "스트라이프는 과거에는 은행에 가서 며칠을 씨름했을 일을 단 7줄의 코드만으로 해결했다"며 "단순할 뿐 아니라 아름답기까지 하다"고 극찬했다.
스트라이프는 설립 5년 만에 90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는데, 그로부터 2년 뒤에는 가치가 200억달러로 뛰었고, 다시 1년 뒤에는 35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한화로 약 42조8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신한지주시가총액(14조원)의 3배다.
스키너 대표는 "스트라이프의 기업가치를 전통적인 금융기관과 비교하면 커머스뱅크의 7배에 달하고 도이치은행보다는 가치가 2.5배 높다. BBVA은행보다도 가치가 높고 ING는 스트라이프보다 약간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뿐"이라며 "200년 된 전통적인 금융기관은 산업혁명과 지폐의 시대에 태어나 지역별 네트워크에 의존한다면 10년 된 스트라이프는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업가치의 차이가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핀테크 기업의 빠른 성장은 전통적인 금융기관들이 디지털 전환을 더는 머뭇거리지 못하는 이유다. 스키너 대표는 "대부분의 은행이 디지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은행 업무의 연장선상에 불과하다"며 "기존의 업무방식을 고수하면서 디지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방식의 은행업에 도전하면서 디지털을 은행의 핵심 사업으로 삼는 디지털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기존 금융기관이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그런 자원이 오히려 금융기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스키너 대표는 스트라이프가 전체 개발자의 43%를 오래된 코드를 고치는 데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밖에 안 된 혁신적인 핀테크 업체도 인력의 절반 가까이를 오래된 코드를 고치는 데 투입한다면, 전통적인 금융기관은 디지털 인력의 거의 전부를 오래된 코드를 고치는 데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아무리 많은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어도 핀테크 업체를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다.
스키너 대표는 전통 금융기관 중에 성공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나선 사례로 JP모간체이스를 꼽았다. JP모간은 전 임직원 25만6000명 가운데 5만명을 디지털 인력인 엔지니어로 뽑았다. 전체 직원의 20% 정도가 개발자인 셈이다. 덕분에 JP모간은 더디지만 확실하게 기술 주도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스키너 대표는 JP모간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핀테크 업체인 앤트파이낸셜은 전체 직원의 65%가 개발자나 엔지니어"라며 "JP모간과 앤트파이낸셜의 사례는 디지털화라는 급격한 변화가 금융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은행을 비롯한 전통 금융업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스키너 대표는 기술의 발전이 은행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는 예측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은행이 디지털화돼도 가치를 저장하고 다루는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은행의 역할은 디지털화 덕분에 더 강화되고 보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은행이 적극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투자하고, 조직 구조와 업무 방식을 디지털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10~20년차의 중간 관리자들의 반발을 뚫고 조직을 수평화하고 업무 속도를 빠르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키너 대표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ANZ은행은 디지털 전환을 하면서 ‘얼어붙은 중간층’이라는 현상을 겪었다. 얼어붙은 중간층은 조직이 겪게 될 변화를 가장 두려워하는 중간관리자를 의미한다. 그들은 직장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고10~20년간 쌓아온 커리어를 잃을 것을 두려워하고 심지어 부서가 사라질 것을 염려한다. 결국 이 두려움이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수평적인 조직에서는 의사소통이 핵심이며 누구와도 빠르게 의사소통 할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면 감사팀이나 재무팀 직원, 또는 대출담당자들이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기술부서가 독립 부서로 분리되지 않고 현업 부서와 함께 있으면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진다고 했다.
스키너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이 금융산업의 디지털화를 더 촉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유럽의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논의한 것보다 더 많은 의사결정을 지난 몇 주 동안 하고 있다"며 "팬데믹으로 모든 사람이 디지털 전환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앞으로 급진적이고 과격한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정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3일 "빅테크(Big tech·거대 정보기술 기업)와 금융산업이 서로 주고받는 양방향 상호작용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깨울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0 미래금융포럼’의 축사를 통해 "빅테크기업이 플랫폼을 매개로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고 있으며, 무한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며 금융소비자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발전을 거듭했던 비대면 채널은 언택트(untact) 중심의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금융거래방식으로 확고히 자리잡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조선비즈는 ‘빅테크가 바꿀 금융’을 주제로 2020년 미래금융포럼을 개최했다. 세계 정상급 핀테크 전문가이자 ‘금융혁명 2030’의 저자인 크리스 스키너 더파이낸서 대표가 ‘빅테크와 기술 발전이 이끄는 금융 산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한다. 이날 포럼은 조선비즈 유튜브 채널과 조선비즈 홈페이지 등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된다.
은 위원장은 코로나19로 금융산업에도 새로운 변곡점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심리학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에 없던 행동양식을 습관으로 만드는데
평균 두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지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우리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화상회의’, ‘온라인세미나’, ‘무관중 프로야구’ 등 불과 얼마 전까지 어색하고 상상 밖이었던 것들이 자연스런 일상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이번 ‘미래금융포럼’ 역시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현실과 가상세계의 중첩이 강화되는 변화된 일상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이런 변화의 흐름에 맞춰 정부도 지난 수년간 금융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를 이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활용해 금융회사와 테크 기업의 혁신적인 시도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동태적 규제개혁을 통해 제도화시키고 있다"며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 데이터 경제 활성화 등으로 금융과 데이터가 결합돼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탄생시킬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은 위원장은 "정부는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로의 전환을 강조한 ‘한국판 뉴딜’도 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은 ‘디지털 인프라(Digital Infra)’의 대표적인 산업이며, 한국 경제의 회복과 성장 복원을 이끌 ‘데이터 경제(Data Economy)’의 중심에 서있다"고 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미래 선점 투자’를 골자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5G 인프라 조기 구축과 데이터를 수집, 축적, 활용하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은 위원장은 "금번 포럼에서 공유된 다양한 의견과 경험들이 빅테크와 금융의 미래를 보여줄 청사진이 되리라 생각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Post-Corona Era)에 대비한 정책 수립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기영 기자
전통 금융회사들이 주도하던 금융산업의 장벽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은행이 아닌 구글에 접속해 계좌를 개설하고, 페이스북 앱으로 결제한다고 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 메신저인줄만 알았던 카카오톡은 이제 송금부터 투자까지 국민 금융생활에 깊숙히 자리잡았고, 핀크 앱 하나면 모든 은행 계좌 거래가 가능합니다.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는 기존 금융사의 협업 상대를 넘어 이들을 밀어낼 수 있는 위협 세력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조선비즈 '2020 미래금융포럼'은 빅테크가 바꾸는 금융산업의 미래를 전망해보고, 전통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 모두의 생존과 성장 전략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와 연사 및 참가자의 안전을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이번 포럼에는 세계 정상급 핀테크 전문가이자 '금융혁명 2030'의 저자인 크리스 스키너 더파이낸서 대표가 '빅테크와 기술 발전이 이끄는 금융 산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섭니다. 은행은 사라지고 은행의 기능만 남게 될 미래, 기존 은행의 새 역할을 제시하고 빅테크와의 협업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어 신원근 카카오페이 부사장과 권영탁 핀크 대표, 신한금융그룹의 금융 네트워크 솔루션을 담당하는 신한 DS의 조영서 부사장이 각각 준비한 새 시대 전략과 비전을 소개합니다. 또 조 부사장의 진행으로 신 부사장과 권 대표가 향후 금융산업의 미래를 진단하고 다음 금융산업을 이끌어 나갈 주자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금융산업의 미래에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일시 : 2020년 5월 13일(수) 오전 9시~ 12시
▲링크: 조선비즈 유튜브 채널 (URL 주소는 사전등록자에 한해 행사 당일 오전에 공지합니다.)
▲참가비 : 무료
▲접수 문의: (02)724-6157, event@chosunbiz.com
▲홈페이지: http://finance.chosunbiz.com
=이윤정 기자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는 2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통산업 생존전략’를 주제로 ‘제8회 유통산업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참가자의 안전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사전 등록자만 500명에 달할 만큼 이목을 끌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축사에서 "코로나19에도 우리 유통산업은 다양한 유통 채널과 촘촘한 배달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상품 공급해 유통 선진국의 저력을 보여줬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통산업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국경을 초월한 경쟁으로 시장이 급격히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통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제 구조 변화뿐만 아니라 소비자 삶의 방식을 정하는 사회·문화적 변화도 제때 포착해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콕'에 뜬 가정간편식... 친환경·고급화가 성패 가를 것
이날 강연에 나선 전문가들은 고급화와 개인화 서비스를 통해 불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대면 서비스는 고급화되고 그 외의 것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산업 구조로 바뀔 것"이라며 △친환경, △나를 위한 소비, △멀티 스트리밍 채널, △가정간편식(HMR), △간편대체식품(CMR) 등 5가지 신(新) 트렌드를 제안했다.
노 대표는 코로나로 '격리 경제'가 부상한 가운데에도 명품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위기 상황에도 나를 위한 가치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수요가 급증한 배달음식과 HMR에 관해서는 "수많은 간편식이 시장에 나와 있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과거엔 가격으로 경쟁을 했다면, 앞으로는 가격이 더 비싸도 품질과 공정을 따지는 간편식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오프라인 외식업장에서는 인구 밀집도가 낮은 개방형 식당이나 소규모 그룹에게 장소를 대여해 주는 대관사업과 소규모 그룹파티와 집에서 여는 홈파티 등의 니즈를 고려한 케이터링 사업 등을 유망사업으로 꼽았다.
'유통업계 빅데이터 활용전략'을 주제로 강연한 조성준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생각과 행동은 다르다"며 "소비자의 생각보다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는 기업들이 빅데이터 분석이 신사업 개발, 품질 예측, 고객 유치, 인사 관리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며 다양한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GE는 항공엔진운항 데이터를 분석해 각 부품의 고장 가능 확률을 계산하고 최적 보전 서비스를 시행한 결과, 항공 엔진 최적 보전 서비스의 매출이 기존 엔진 판매 매출을 뛰어넘었고, 아마존은 전체 매출의 40%를 이전 구매 내역을 통해 고객이 관심가질 상품을 먼저 제안하는 우선 노출을 통해 얻는다. 아마존은 한 발 더 나아가 고객이 어떤 상품에 관심 있는지를 파악해 고객이 주문하기도 전에 배송하는 '선배송' 시스템도 개발했다.
무엇보다 조 교수는 "기업이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최고 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고 경영자는 빅데이터를 회사 전체의 의제로 만들고 부서 간 의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경영의 성패는 최고 경영자의 비전과 리더십이 결정한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전환 가속도... 유통 규제 재검토 필요
'코로나 이후 유통 산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는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의 진행으로 업계 관계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유통업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정동섭 딜로이트 전무는 "코로나 사태는 지금까지 해 온 비즈니스 모델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고객의 가치와 서비스에 대한 반응, 상품에 대한 인식 등이 바뀌고 있다. 이제 업체들은 달라진 고객의 니즈에 대응해 똑같은 상품을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장은 "지금까지 대형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비슷한 치킨게임 양상이었다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특정 업체의 시장 점유 속도가 빨라지면서 유통산업의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위생과 안전 가치, 공급망 관리, 위기관리 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며 "코로나가 재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세 가지 가치는 하반기에도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라 예상했다.
조기영 롯데 미래전략연구소 상무는 "앞으로 유통사들은 기존의 경쟁력을 온라인과 어떻게 결합해 변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기존의 오프라인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온라인에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오프라인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식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정부의 유통업 규제에 대해 진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유통산업에 적용하고 있는 정부 규제는 크게 출점 규제와 의무휴업 두 가지다. 규제 대상이 기존의 대형마트에서 복합쇼핑몰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유통산업 규제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 전무는 "복합쇼핑몰 규제는 국민의 권리를 앗아가는 정책이다. 규제 일변도로 가기 보다는 많은 데이터를 공개해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고, 이 소장은 "규제의 출발은 실효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상무는 "지금까지 규제를 논의할 때 소상공인, 전통시장, 대형마트, 정부 입장은 여러 각도로 다뤄졌지만, ‘소비자 후생’ 측면은 검토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시장 모두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지원을 하는 게 상호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를 계기로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게 가속화할 것이다. 전통 유통업체들은 앞으로의 포지셔닝을 고민하면서 동시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야 한다."(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장)
"기존 물류센터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고, 온라인과 결합할 수 있는 외부 자산을 활용해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조기영 롯데 미래전략연구소 상무)
"복합쇼핑몰 규제는 국민의 권리를 앗아가는 정책이다. 규제 일변도로 가기 보다는 많은 데이터를 공개해서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정동섭 딜로이트 전무)
조선비즈가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0 유통산업포럼’의 대담 ‘코로나 이후 유통 산업 활성화 방안’에서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 사태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유통업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날 세션에는 정동섭 딜로이트 전무, 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장, 조기영 롯데 미래전략연구소 상무가 패널로 참석했다.
정동섭 전무는 "코로나 사태는 지금까지 유지해 온 비즈니스 모델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고객의 가치와 서비스에 대한 반응, 상품에 대한 인식 등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무는 이어 "이제 업체들은 달라진 고객의 니즈에 대응해 똑같은 상품을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일례로 비대면(언택트) 소비가 확산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들이 직원 동선을 바꾸거나 매장 구성을 바꾸지 않으면 내방객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이경희 소장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위생과 안전 가치, 공급망 관리, 위기관리 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며 "코로나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세 가지 가치는 하반기에도 중요하게 여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소장은 "이번 사태로 유통업에서 온라인으로 전환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대형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비슷한 치킨게임 양상이었다면, 코로나를 계기로 몇몇 업체의 시장 점유 속도가 빨라지면서 구조 재편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이에 따라 시장 구조가 소수의 지배적 플레이어와 다수의 니치(틈새) 플레이어로 양분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앞으로 포지셔닝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면서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영 상무도 "코로나 이후 유통업체들은 상품과 서비스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받을 것"이라며 "온라인 시장의 성장 속도가 과거에 비해 빨라질 것이기에 이에 대한 전략적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전통 유통업체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유통망을 유지하면서 온라인 기술력을 결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경희 소장은 "코로나로 인해 경기와 소비심리가 악화하면서 소비자의 가격 민감성, 가성비 민감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유통업체들은 이에 대한 프로모션 강화 등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유통업은 규모의 경제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어려워진 시대"라며 "연관 산업을 함께 생각해 시야를 넓히면서 이익의 시너지를 올리려는 플랫폼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순수 온라인 유통사에 비해 오프라인 유통사가 갖는 강점은 오프라인 매장과 함께 옴니 채널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1시간 내 배송 등 수요가 늘고 있는데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전통 유통업체들은 이를 거점으로 더 신속하게 배송을 할 수 있다"며 "이런 차별화된 역량과 자산을 잘 활용한다면 앞으로 경쟁에서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조기영 상무도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과거에 비해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유통사들은 자신들만의 차별적인 기존 경쟁력을 온라인과 어떻게 결합해 변화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대한 통합적 관점이 필요하다"며 "기존 오프라인 업체는 이미 확보한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으로 연계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패널들은 정부의 유통업 규제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현재 유통산업에 적용하고 있는 정부 규제는 크게 출점 규제와 의무휴업 두 가지다. 규제 대상이 기존의 대형마트에서 복합쇼핑몰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유통산업 규제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동섭 전무는 "정부 규제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에서 이해하고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방식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정 전무는 "고기를 먹여주는 것보다 고기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소상공인을 위한 명확하고 현명한 지원이라고 생각한다"며 "규제 일변도보다는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훨씬 더 좋은 정책 방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경희 소장은 "규제의 출발은 실효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를 시행하기 이전 규제의 실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야 한다"며 "각 기관과 학계, 전문가가 다양하게 참여해 공통의 데이터를 갖고 방법론적 합의를 통해 결과를 도출한다면 논의의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기영 상무는 "지금까지 규제를 논의할 때 소상공인, 전통시장, 대형마트, 정부 입장은 여러 각도로 다뤄졌지만, ‘소비자 후생’ 측면은 검토되지 않았다"며 "이를 감안한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오프라인 유통시장 자체가 계속 축소되는 상황에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양분화하는 정책이 국내 소비 산업에 긍정적인가 고민해야 한다"며 "오히려 소상공인 대형마트가 협업해서 소매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시장 모두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지원을 하는 게 상호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의 생각과 행동은 다르다. 경영 의사 결정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의견을 묻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소비자의 생각보다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
빅데이터 연구 권위자인 조성준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유통산업포럼에서 '유통업계 빅데이터 활용전략'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OK큐피드'가 분석한 빅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OK큐피드 분석 결과, 남성과 여성 고객 모두 데이트 상대 희망 연령으로 '0살 연상~0살 연하'까지 입력을 했지만 실제 채팅으로 대화를 신청한 상대는 남녀(30대 이상) 모두 연하로 생각과 실제 행동은 달랐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어 "지금은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많다"며 "소셜 네트워크에 데이터로 다 있다"고 했다. 그는 "소비자에게 이런 제품을 살 것이냐, 사지 않을 것이냐고 묻는다고 해서 정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소비자가 거짓말을 한다는 게 아니라 생각과 행동이 유리돼 나온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으로 아마존과 넷플릭스를 꼽았다. 조 교수는 특히 아마존에 대해 "고객에 대해 고객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기업"이라고 했다. 그는 "아마존은 고객의 관심사와 이전 구매 내역을 통해 고객이 관심을 가질만한 상품을 가장 먼저 노출시킨다"며 "이런 우선 노출을 통해 얻은 매출이 전체 매출의 40%에 이른다"고 했다.
이어 "아마존은 우선 노출에서 한발 더 나가 '선배송' 시스템까지 개발했다"며 "고객이 어떤 상품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고객이 주문과 결제를 하기도 전에 드론으로 제품을 배송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에겐 배송된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하라고 한다"며 "반품 신청을 하지 않으면 등록된 계좌에서 자동 결제되는 방식으로 판매가 이뤄진다"고 했다.
조 교수는 이날 연설에서 기업들이 빅데이터 분석을 △신사업 개발 △품질 예측 △고객 유치 △인사 관리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빅데이터를 신사업 개발에 활용한 사례로 GE를 들었다. GE는 항공엔진운항 데이터를 분석해 각 부품의 고장 가능 확률을 계산하고 최적 보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GE는 현재 항공 엔진 최적 보전 서비스의 매출이 기존 항공 엔진 판매 매출보다 더 많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품질 예측 활용 사례로는 보르도 와인을 들었다. 양질의 와인이 만들어진 해와 기후를 분석해 와인 품질 예측 공식을 만들었고, 이제는 해당년도의 기후 분석을 토대로 와인 품질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단 것이다. 고객 유치 부분에선 카드사를 사례로 제시했다. 조 교수는 "빅데이터를 가장 많이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카드사"라며 "카드 내역을 통해 고객의 위치 정보뿐만 아니라 관심사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고객의 특성을 파악해 새로운 프로모션 등의 마케팅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 관리 활용 방법에 대해선 오피스 사무 기기 회사인 제록스의 경험을 소개했다. 제록스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조기 퇴사자의 유형을 분석했다. 제록스 분석 결과, 회사에서 집이 멀고 확실한 교통수단이 없는 직원, 친구가 없거나 너무 많은 소셜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직원, 공감을 너무 잘하거나 창의력이 부족한 직원 등이 조기 퇴직한다는 인사이트가 나왔다. 제록스는 이같은 인사이트를 신규 채용에 반영해 조기퇴사자를 20% 줄였다고 조 교수는 말했다.
조 교수는 빅데이터에 대해 "그동안 전문지식과 경험, 감에 의해 만들어진 경영 인사이트에 새로운 재료가 나온 것"이라며 "기존의 인사이트 원천에 비해 늦게 활용되기 시작했지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기존의 경험과 감에 의해 형성된 인사이트는 '의견'에 불과하다"면서 "의견을 기반으로 한 해법은 운이 좋아 맞아 떨어질 수도 있지만 정확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의견을 기반으로 한 인사이트는 해당 의견자의 직급에 따라 계급장이 붙는다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출한 인사이트엔 계급장이 붙지 않는다. 계급장을 떼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또 빅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결론을 정해놓고 이에 맞는 데이터를 찾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데이터를 계속 고문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러한 경향을 '데이터 고문'이라고 한다"고 했다.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찾아야지, 인사이트를 증명하기 위해 데이터를 찾는 것은 올바른 순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와 함께 "기업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선 현업에 있는 실무자들이 빅데이터와 빅데이터 분석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려면 수년간 공부를 해야 하지만, 현업에 필요한 수준은 2~4주 가량의 기초 이해 교육만으로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요리를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에 있는 전문 셰프 스쿨을 가는 방법도 있지만, 백화점이나 마트의 문화센터에서 주말 쿠킹 강좌로도 배울 수 있다"면서 "현업 실무자에게 필요한 빅데이터 지식 수준은 후자의 방식으로 배우면 된다"고 했다.
조 교수는 "기업이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최고 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실무자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고 경영자가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을 지지해야 한다"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나온 인사이트가 경영진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고 경영자는 빅데이터를 회사 전체의 의제로 만들고 부서 간 의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경영의 성패는 최고 경영자의 비전과 리더십이 결정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식음료 산업은 비대면 서비스화되고, 원테이블 고급 레스토랑과 같은 하이엔드 시장으로 갈 것입니다."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는 조선비즈가 28일 서울시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0 유통산업포럼’ 기조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노 대표는 국내 최고 식음료 브랜딩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오리온 부사장, CJ그룹 브랜드 전략 고문, YG푸즈 대표 등을 지내며 레스토랑은 물론 다양한 식음료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기획하고 출시했다. 그가 식음료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이유다.
노 대표는 이날 ‘음식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국내 식음료 시장 트렌드를 친환경, 나를 위한 소비, 멀티 스트리밍 채널, 가정간편식(HMR), 간편대체식품(CMR) 등 5가지로 꼽았다.
노 대표는 "코로나 사태로 소비자들이 친환경 상품과 위생 문제 등에 극도로 예민해졌다"며 "코로나 이후 이런 트렌드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이어 "환경오염 유발 물질을 줄이는 노력은 물론 비건 푸드 등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나를 위한 소비’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해외 명품 브랜드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노 대표는 "과거 명품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구경만 하고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매장 방문 고객의 상품 구매율이 높아졌다"며 "소비자 가치,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멀티 스트리밍 채널을 활용한 마케팅도 중요하다고 했다. 기업들이 마케팅을 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이 어떤 채널에, 누구에게 광고를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노 대표는 "지금은 브랜드 자체보다 소비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경험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수많은 소비자들에게 경험과 상품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표는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간편식과 관련해선 "수많은 간편식이 시장에 나와 있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했다.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노 대표는 "엄마가 만든 것과 같이 건강한 상품에 초점을 맞추는 등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하다"며 "과거 가격 경쟁을 했다면 이제는 가격이 조금 더 비싸도 질이 높은 간편식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편식 생산 공정과 관련 소비자들이 굉장히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대기업이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그 식품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고 어떤 공정을 거쳤는지 등을 꼼꼼히 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구조 변화는 물론 소비자 삶의 방식을 정하는 사회·문화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28일 서울시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0 유통산업포럼’개막 축사 영상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유통산업포럼은 조선비즈가 2013년부터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 8번째를 맞는다. 올해 포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통산업 생존전략’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조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전례없는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며 "우리 유통산업은 다양한 유통 채널과 촘촘한 배달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안정적인 상품 공급을 가능케 하면서 유통 선진국의 저력을 보여줬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유통산업은 커다란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이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국경을 초월한 경쟁으로 시장이 급격히 변화할 것"이라며 "유통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제 구조 변화뿐만 아니라 소비자 삶의 방식을 정하는 사회·문화적 변화도 제때 포착해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제조업과의 상생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제조업체가 질 좋은 상품을 개발할 여력이 있어야 장기적인 유통산업 발전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토양을 확보할 수 있다"며 "최근 몇 군데를 방문해보니 유통 현장에서도 상생을 위해 대금을 조기에 지급하거나 경영 자금을 대출해 주는 식의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유통업계의 노력에 발 맞춰 공정거래위원회도 현재 위기 상황을 조기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주최 헬스케어포럼 참석 피터 호크스 "혁신 생태계 위해 정부에 기술 이해 인재 둬야"
"한국은 중국, 일본 못지 않게 의료기기·바이오 분야 등 부문에서 혁신 생태계 환경을 갖춘 국가다. 정부도 혁신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피터 호크스(Peter Hawkes) 존슨앤드존슨 아태지역 신사업개발 총괄은 지난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3년새 한국은 놀라울 정도로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분야에서 기술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기조강연차 방한한 그는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혁신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흘러가야 한다"면서 "한국이 시행하는 규제 샌드박스 같은 정책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호크스 총괄은 "혁신 기술 제품에 맞는 규제를 갖추고, 관련 당국에도 기술을 이해하는 핵심 인재가 영입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좋은 인재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 수 있도록 산업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호크스 총괄은 "한국에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 등 분야에서 놀라울 정도로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이 탄생하고 있다"면서 "유니크(Unique, 독특한)한 기술을 보유하고, 사회적으로 충족되지 않은 수요가 큰 분야에 도전하는 벤처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혁신 생태계 구축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스타트업, 기업가, 과학자, 연구원 등을 발굴해 투자하는 JJDC를 포함해 JJ이노베이션, J랩스 등과 같은 투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스마트 헬스케어 서울 이노베이션 퀵파이어 챌린지(Seoul Innovation QuickFire Challenge in Smart Healthcare)’가 있다.
이미 유망 헬스케어 벤처들이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존슨앤드존슨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게 호크스 총괄의 설명이다. 일례로 웨어러블 심전도 장치를 개발한 휴이노는 존슨앤드존슨 도움을 받아 기술을 상용화하는 시점에 미국과 유럽 등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폐암 결절 진단과 관리 알고리즘을 보유한 메디픽셀은 서울 이노베이션 퀵파이어 챌린지에서 우승한 덕에 존슨앤드존슨으로부터 연구 및 상업화 관련 자문을 받고 있다.
호크스 총괄은 "현재 상하이에 설립된 존슨앤드존슨 인큐베이션 센터(J랩스)를 아시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존슨앤드존슨은 우리에게는 상비약인 진통제 타이레놀, 영유아 화장품 존슨즈베이비 로션, 콘택트렌즈 아큐브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시총이 3551억달러로 제약⋅바이오업계 세계 1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