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한국 의료 AI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정책적 대안

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2025)’ 오픈토크에서 의료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은 의료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병원 내 규제·데이터 공유 한계·안전성 검증 미비 등으로 임상 현장 적용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개선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HIF 2025는 조선미디어그룹의 프리미엄 경제매체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행사로, 올해로 13회째를 맞았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AI와 첨단 재생, 헬스케어의 경계를 넘다’다.
이날 포럼의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오픈토크는 ‘한국 의료 인공지능(AI)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주제로 김남국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부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패널로는 ▲한남식 영국 케임브리지대 밀러연구소 인공지능연구센터장 ▲유한주 네이버클라우드 어플라이드(Applied) AI 그룹장 ▲이상열 경희대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임찬양 노을(2,505원 ▼ 100 -3.84%) 대표 ▲고경철 고영(20,450원 ▲ 100 0.49%)테크놀러지 전무가 참여했다.
현장에서는 먼저 AI의 임상 활용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됐다. 이상열 경희대 교수는 “의료는 ‘Do no harm(해를 끼치지 말라)’이 기본 원칙”이라며 “AI가 정확한 기준 없이 사용된다면 1~2%의 오차도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AI 설계 기술이 더해지며 비만 치료제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특정 고위험군에 적정 용량을 투여해야 효과가 나기 때문에,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환자에게 적용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AI가 당분간 의료진을 전면 대체하기보다는 ‘세컨드 오피니언(second opinion)’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세컨드 오피니언은 환자가 현재 주치의의 진단이나 치료 방침에 대해 다른 의사의 의견을 추가로 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개원의 사이에서 AI가 활용되고 있지만, 이에 따른 평가·보상 체계는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원 내부의 거버넌스 역시 의료 AI 확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고경철 고영테크놀러지 전무는 “한국은 정부 규제보다 병원 내부 규제가 더 높은 편”이라며 “미국은 병원 간 데이터 공유 분위기가 형성돼 있고, 데이터 접근 규제도 완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병원 간 데이터 커뮤니티 구축과 국가 차원의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열 교수는 “병원은 자체 인프라가 탄탄하면 데이터를 외부에 공유할 유인이 적다”며 “귀찮고 보상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품질 높은 의료 AI를 위해선 병원에 대한 혜택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의료 AI의 해외 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는 규제 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찬양 노을 대표는 “해외 수십 개국의 규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인증이 없어 난감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은 의료진 수준이 높아 질 낮은 제품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여기서 인증을 먼저 확보할 수 있도록 과도한 허들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데이터 접근성과 개인정보 보호 이슈도 여전히 해결 과제로 꼽힌다. 유한주 네이버클라우드 그룹장은 “AI는 데이터를 쌓아야 고도화되지만 의료 데이터는 민감해 접근이 쉽지 않다”며 “현재는 데이터를 분절 학습해 나중에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특히 파운데이션 모델이 의료 서비스에 접목될 경우 규제 해석이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다양한 작업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AI 기본 모델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인재 부족과 연구 인프라 부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고경철 전무는 “학생들과 이야기해보면 한국 시장이 너무 좁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의료·바이오 분야는 성장성이 큰 만큼 연구자가 AI를 활용해 논문을 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한주 그룹장도 “미국 기업들은 인재 확보를 위해 거액을 제시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며 “국가 차원에서 연구자 역량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ㅜㄹ과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유한주 네이버클라우드 그룹장
“의사 행정 업무 줄여 환자 치료에 집중”

“인공지능(AI)이 의료진 업무 부담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의사를 단 3분밖에 못 보는 현실을 극복할 대안입니다.”
유한주 네이버클라우드 어플라이드(Applied) AI 그룹장은 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AI와 첨단 재생, 헬스케어의 경계를 넘다’를 주제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5) 기조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HIF는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한다.
네이버는 병원에서 의사, 간호사를 보조하고 환자의 민원을 담당하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유 그룹장은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시간은 3분에 불과하고 의사들은 행정 업무에 연간 평균 217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면서 “AI가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의사 대신 의무 기록을 자동 정리하는 클로바 차트, 과거 검진 결과를 분석해 적절한 검진을 추천하는 페이션트 서머리가 대표적이다. 유 그룹장은 “병원에서 레지던트(전공의)가 의무 기록을 작성하고 교수가 첨삭한다”며 “클로바 차트가 대신 정리하면 의사들이 문서 작업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그만큼 환자와 소통하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했다. 그는 “페이션트 서머리는 환자 건강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요약해서 제공하고, 의사처럼 소견문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AI는 간호사도 도울 수 있다. 보통 종합병원에서는 간호사 1명이 입원 환자 22명을 담당한다. 그만큼 민원도 많고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 네이버의 클로바 병동 에이전트는 이럴 때 도움이 된다. AI가 환자 요청에 대응하고 간호사 업무를 보조하는 것이다.
예컨대 환자가 ‘병원 면회 시간은 언제야?’ ‘병원 편의점은 어디에 있어?’라고 질문하면 AI가 매뉴얼에 따라 즉각 응답한다. 반대로 ‘환자 통증 호소’ 같은 긴급 상황은 간호사에게 전달해 바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미국, 일본, 유럽 등 각국은 의료 AI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애플이 잇따라 의료 AI 성과를 발표했다. 유 그룹장은 “성능 좋은 AI는 미국과 한국에서 의사 시험을 치렀을 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했다.
지난 8월 MS는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MEJM)’에 소개된 환자 사례 304건을 두고 미국과 영국에서 5~20년 경력을 가진 의사 21명과 자사 의료 AI MAI-DxO의 진단을 비교했다. AI의 진단 정확도는 85.5%를 보여 의사들의 20%를 압도했다. MS에 따르면 AI 의사는 평균 20% 낮은 비용을 들여 인간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렸다.
지난해 구글은 의료 AI 메드 제미나이가 흉부 엑스(X)선 사진을 보고 진단한 성과를 공개했다. 의사들에게 AI라는 것을 알리지 않고 보여줬더니 72%는 제미나이 진단이 의사와 비슷하거나 우수하다고 했다.
유 그룹장은 AI를 진단 영역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고 학습하고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물론 AI가 실수할 때는 있지만, AI가 틀린 문제는 계속 분석하고 있다”면서 “AI가 병원과 공중 보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이상열 경희대 의과대학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의료 인공지능(AI)이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 현장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이미 만성 질환 관리와 영상 판독, 예후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에 가까운 정확성을 보이며 의사의 의사 결정을 돕는 역할이 확대되는 추세다.
질병 위험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해 온 이상열 경희대 의과대학 내분비대사내과 교수(경희디지털센터장)는 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HIF 2025)’에서 “의료 AI의 발전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윤리, 책임, 형평성 같은 현실적 문제를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당뇨와 비만 등 내분비 질환 분야에 디지털 헬스를 접목하는 연구자이자, 내분비 대사 질환에 대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오디엔’의 대표를 맡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5년 내 만성 신장 질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국은 의정 갈등 장기화, 의료 시스템의 붕괴 가속화, 의료 인력 및 전공의 수급 문제에 이어 의료 수준의 저하와 환자 안전의 위기 등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러한 어려움을 AI로 보완하고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의료 AI는 지난 10여 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임상에 본격 도입되고 있다. 이 교수는 당뇨병성 망막병증과 폐 결절 진단부터 비만, 당뇨 같은 만성 질환 관리 사례를 예로 들며 “피부과 진단처럼 전문의 수준에 근접한 정확도를 보이는 분야도 이미 나온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망막병증 환자의 경우 눈 사진을 찍자고 하면 협조를 잘 안 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존 의료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면 진단 가능성과 향후 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며 “당뇨병 환자들에게 나타날 급성 질환을 미리 파악하면 치료는 물론 의료 시스템의 안전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우려해야 할 지점도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딥러닝(심층학습) AI는 이미지 인식에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섰지만, 그럴수록 AI의 활용에 따른 윤리적, 법적 문제를 더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료 데이터 프라이버시 및 보안, 의료 AI의 신뢰성과 정확성, 의사와 AI의 책임 소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며 “특히 AI를 활용한 진단이 오진으로 이어졌을 때 법적 책임을 어디에 물을지 명확하지 않아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AI가 학습한 데이터가 전체 환자군을 대표하는지도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앞으로 AI가 의사를 대체한다기 보다는, AI와 함께 일하는 의사가 더 나은 의료를 제공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의료진과 환자의 소통을 강화하고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술이 쓰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고경철 고영테크놀러지 전무
“AI(인공지능)와 로봇이 결합하면 시장이 커지고, 더 발전하면서 뇌 심부 자극, 전극 삽입술 같은 신경 수술 분야에서 활약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해외 수준의 연구 기반을 갖추고 기술력을 빠르게 따라 잡을 필요가 있다.”
고경철 고영(20,350원 ▲ 1,820 9.82%)테크놀러지 전무는 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HIF2025)’에서 ‘AI 의료로봇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강연에 나서 이같이 말했다.

고영테크놀러지는 2002년 설립된 장비 기업으로,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컴퓨터 비전은 컴퓨터가 영상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해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고영테크놀러지의 주력 제품은 컴퓨터 비전을 기반으로 한 검사 장비다.
고영테크놀로지는 최근 의료 로봇으로도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15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개발한 ‘카이메로(KYMERO)’가 그 결실이다. 지난 1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뇌 수술용 의료 로봇 인증(510k)을 받았다.
고 전무는 “뇌는 어떤 기관보다도 혈관과 신경이 많아 수술 로봇 개발에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다”며 “최근 발표한 임상시험 결과에서도 로봇 수술을 받았을 때 회복이 빨랐다는 데이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의료 로봇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활발한 연구에 나서고 있다. 특히 AI와 결합하면서 과거 단순히 기계공학을 기반으로 한 의료 로봇을 뛰어넘어 더욱 정밀하고, 빠른 수술을 돕는 ‘의료 보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 전무는 “수술 도구를 추적하고, 수술 계획을 세우는 등 의료 로봇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AI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며 “거대언어모델(LLM)에서 한 단계 발전한 영상언어모델(VLM)을 적용한 의료 로봇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VLM은 시각 정보와 언어 정보를 함께 처리하는 AI 모델을 의미한다.
실제로 AI가 학습할 수 있는 의료 데이터가 점점 증가하면서 의료 로봇의 발전 속도도 더 빨라질 전망이다. 고 전무는 “이미 해외에서는 수술 과정을 데이터화해 AI에 학습할 수 있는 연구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한국도 빠르게 데이터 세트를 구축하고 의료 로봇 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했다.
고 전무는 한국의 의료 주권을 지키려면 의료 로봇 기술 국산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의료 현장에서 해외 장비를 사용한 데이터는 국내 의료진이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 전무는 “의료 로봇은 단순한 의료 장비가 아니라 데이터 수집 장치로서의 역할도 한다”며 “앞으로 의료가 지능화되고 자율화되는 미래가 올 텐데, 해외와 빠르게 격차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임찬양 노을 대표이사

“혈액·암 진단 기술로 의료기관의 진단 인프라와 소비자의 조기진단·예방을 강화하고, 의료시스템의 비용 부담을 낮춰 전 세계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게 노을의 목표다."
임찬양 노을(2,605원 ▲ 405 18.41%) 대표이사는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5)’ 강연에서 “언제 어디서든 노을의 혈액·암 진단 솔루션 하나로 빠른 진단 속도와 높은 정확성을 제공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을은 2015년 설립된 인공지능(AI) 기반 혈액·암 진단 전문기업으로, 2022년 3월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설립 이후 10년간 AI 기반 혈액·암 진단기기 ‘마이랩(miLab)’ 원천 기술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주력해왔다.
마이랩은 현미경 이미지 분석과 AI 진단 알고리즘을 결합한 체외진단 장비로, 숙련된 검사 인력의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진단의 표준화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임 대표는 “실험실 인프라와 전문 인력 없이도 진단이 가능한 경제적·친환경 솔루션이 목표”라며 “바이오 카트리지, 초소형 로보틱스 디바이스, 의료 AI를 결합해 하나의 ‘실험실형 장비’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혈액 검사는 세포를 액체 염료로 염색하고 분석한다. 반면 마이랩은 고체 염색(NGSI) 기술을 쓴다. 소량의 염색 시약으로 혈액을 자동 염색하고 디지털 영상을 찍은 다음 AI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기존 방식보다 속도와 정확도가 높으며, 손끝 채혈(모세혈) 5㎕(마이크로리터, 1㎕는 100만분의 1L)만으로 검사할 수 있다. 임 대표는 “정맥 채혈이 어려운 신생아나 소아 진단에도 적합하다”며 “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과의 공동 연구에서 기존 장비보다 높은 정확도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마이랩은 혈액분석(BCM), 말라리아 진단(MAL), 자궁경부암 진단(CER) 등 세 가지 제품군이 있다. 복잡한 염색 과정을 명함 크기의 카트리지 하나로 단축했고, 고체염색 기술로 감염 질환부터 암까지 다양한 질환 진단이 가능하다. 사용자 숙련도에 관계없이 암세포·조직을 균일하게 염색할 수 있으며, 기존 방식보다 6배 빠르고 항체 사용량도 88% 적다.
현재 마이랩 BCM·MAL 장비와 카트리지는 유럽, 아세안, 중동 지역에서 인허가를 획득해 시장에 진출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 절차도 진행 중이다. 지난 1월에는 인허가 준비를 위한 1등급 의료기기 등록을 마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4년 자궁경부암 진단 장비 공식 권고 3종 중 하나로 노을 제품을 선정했다.
노을의 AI는 원격 진단까지 지원한다. 임 대표는 “영국 보건당국인 NHS(국민보건서비스)에도 다음 달부터 원격 진단용 AI 플랫폼을 납품할 예정”이라며 “AI가 단순히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직접 매출을 창출하는 의료 서비스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단을 넘어 재발·전이 등 질병의 예후를 예측하는 AI가 등장하고 있다”며 “저비용 데이터로 고비용 치료를 보완하는 기술이 의료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정규환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
“앞으로 5년은 이전 10년보다 더 빨리 발전할 것”

“특정 질환에 특화된 인공지능(AI)에서 모든 의료 데이터를 다루는 ‘범용 AI(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 시대로 진입했다.”
정규환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삼성서울병원 미래의학연구원 교수는 6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기조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의료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정 교수는 2014년 의료 AI 기업 뷰노(23,850원 ▼ 500 -2.05%)를 공동 창업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활동하다 2022년 학계로 이동했다.
정 교수는 “생성형 AI와 범용 모델의 등장이 의료 AI의 진화를 가속하고 있다”며 “AI는 더 이상 연구실 안의 기술이 아니라, 환자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실 단계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의료 AI라는 단어가 대중화된 지 이제 10년이 채 안 된다”며 “그 짧은 시간 동안 알고리즘, 데이터, 연산 자원이 함께 발전하면서 실제 의료 현장을 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10년 전 구글이 당뇨망막병증 진단 AI를 발표했던 시점을 의료 AI의 시작으로 꼽았다. 그는 “그때만 해도 ‘의사가 대체되나’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지금은 AI가 병원 속으로 들어와 의사의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제는 영상의학, 병리, 피부과를 넘어 내과, 종양학, 외과 등 거의 모든 임상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AI의 발전으로 의료기기 시장도 급변했다. 정 교수는 “과거엔 의료기기라고 하면 MRI(자기공명영상), CT(컴퓨터단층촬영)처럼 금속제 장비를 떠올렸지만, 지금은 소프트웨어가 의료기기로 분류된다”며 “말 그대로 ‘의료기기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Medical Device·SaMD)’ 시대”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국은 이 분야의 제도 정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평가했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세계 최초로 AI 의료기기 가이드라인을 냈고, 지금까지 약 400건의 AI 의료기기가 허가됐다. 그는 “미국 시장 규모가 20배 이상 큰 걸 고려하면 매우 빠른 속도”라고 했다.
하지만 국내 의료 AI 산업 성장의 벽이 남아 있다. 정 교수는 AI 의료기기의 임상 확산을 가로막는 장벽으로는 수가 문제를 지목했다. 의료 AI가 병원에 도입, 확산하려면 보험 수가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생성형 AI가 불러온 변화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예전엔 AI가 단일 질환에 특화돼 있었다면, 지금은 하나의 모델이 다양한 질환과 영상을 동시에 학습한다”며 “예를 들어 ‘간 영상을 분할해 줘’라고 말하면 CT든 MRI든 알아서 구분해 정확하게 수행한다”고 말했다. 의료영상 분야에도 챗GPT 같은 대화형 AI 시대가 열린 셈이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의료기기가 처음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며 “이제 연구·개발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말랬다. 정 교수는 “하나의 범용 모델을 만들고, 질환 별로 파인튜닝(fine-tuning·세부조정)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파인튜닝은 이미 학습된 AI 모델을 특정 작업이나 도메인에 맞게 추가적으로 학습시키는 과정이다.
대형 언어모델(LLM) 기반 의료 AI도 이미 병원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LLM은 챗GPT처럼 방대한 양의 문장 데이터를 학습해 언어를 이해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생성하는 AI 기술이다.
정 교수는 “미국 병원에서는 실제로 AI가 수술 동의서를 중학생 수준의 언어로 변환하고 있고, 법적 검토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퇴원 안내문이나 검사 결과 설명문 등에도 이런 AI가 쓰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환자의 이해인데, 이해하기 어려운 수술 동의서나 퇴원 요약지 등을 LLM 기반 의료 AI로 변환해 설명해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지금은 언어 모델과 영상 모델이 결합하는 시기”라며 “AI가 사진·영상·문장을 동시에 이해하는 멀티모달(multimodal·다중 방식) AI가 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의료는 가장 보수적인 분야지만, 지금은 기술이 가장 빠르게 실현되는 분야가 됐다”며 “앞으로 5년은 지금까지 10년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유원규 에이비엘바이오 부사장

“세계 항체-약물 접합체(ADC) 시장 규모는 2023년 116억5000만달러(한화 17조원)에서 2033년 286억1000만달러(41조원)까지 연평균 9% 성장할 전망입니다.”
유원규 에이비엘바이오(100,500원 ▼ 800 -0.79%) 부사장(연구개발본부장)은 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인공지능(AI)과 첨단 재생, 헬스케어의 경계를 넘다’를 주제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5)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HIF는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했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 정확히 암세포에 전달하는 치료 기술이다. 항체는 암세포 표면 항원(抗原)을 인식하고 결합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ADC는 항체 덕분에 일반 세포에 미치는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어 핵심 항암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유 부사장은 “ADC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핵심은 항체, 링커, 약물(페이로드)”이라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항체와 약물은 링커로 연결한다. 링커는 약물을 안정적으로 운반해 암세포 내부에서만 방출되도록 한다. 링커의 정밀성이 ADC 효과와 안전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서로 다른 항체 2개를 붙이는 이중 항체 기술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예가 위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ABL111′이다. 이 ADC는 암세포 표면 단백질인 클라우딘18.2(CLDN18.2)와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4-1BB를 동시에 표적한다. 말하자면 한 팔로 암세포를 붙잡은 채 다른 팔로 면역세포를 깨워 암세포를 공격시키는 방식이다. 유 부사장은 “이중 항체는 기존 단일 항체보다 효과와 안전성이 좋다”고 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ABL001′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퇴행성 뇌 질환을 치료하는 ‘ABL301′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최근 임상 1상 시험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임상 2상은 기술을 이전해 프랑스 사노피가 담당한다.
유 부사장은 “이중 항체 ADC 임상 개발을 전문으로 진행할 미국 자회사 네옥 바이오를 공식 출범했다”면서 “이중항체 ADC 후보물질인 ABL206과 ABL209 개발을 전담할 것”이라고 했다. ABL206는 비임상 연구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신청까지 에이비엘바이오가 진행하고 임상 1상부터 네옥 바이오가 담당한다.
유 부사장은 “올해 중요한 마일스톤(경상 기술료)을 대부분 달성했다”면서 “글로벌 ADC 기술을 리딩하는 회사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엄현석 국립암센터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 전주기 기술개발연구단장

“카티(CAR-T) 세포 치료제는 혈액암을 넘어 고형암, 자가면역 질환, 감염 질환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치료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제조 비용을 줄이고, 보다 빠르게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국산 카티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겠다.”
엄현석 국립암센터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 전주기 기술개발연구단장은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5)’ 강연에서 “국립암센터는 뇌암과 간암 등 고형암을 대상으로 국산 카티 치료제 연구를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카티 세포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를 가진 T세포란 뜻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여러 동물의 모습을 가진 동물 키메라처럼,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 표면의 항원과 결합하는 단백질도 가진 것이다. 전투병이 적군을 찾는 정보력을 갖춘 셈이다.
카티 세포 치료제는 정상 세포는 그대로 두고 암세포만 공략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한 번 투여하면 체내에서 증식하며 암세포를 계속 죽여, ‘원샷 치료제’, ‘암세포의 연쇄파괴자’로도 불린다.

현재 카티 세포 치료제는 2017년 스위스 노바티스의 ‘킴리아’를 시작으로,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예스카타’, 영국 오토러스 테라퓨틱스의 ‘오캣질’ 등 총 7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혈액암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킴리아와 예스카타 등이 도입됐으며, 이 중 킴리아만 건강 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액은 1회 투여 기준 3억6000만원에서 598만원으로 낮아졌다.
카티 세포 치료제는 림프종이나 다발성 골수종 같은 혈액암에서는 상용화됐지만, 전체 암의 90%를 차지하는 고형암 분야에서는 아직 성공 사례가 없어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엄 단장은 “고형암에서는 항원이 이질적이고 종양 주변의 미세환경이 복잡해 세포가 침투하기 어려워, 혈액암보다 개발이 훨씬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엄 단장이 이끄는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 전주기 기술개발사업’은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다부처가 참여하는 국가 연구 과제다. 5년간 500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돼 국내 연구자에게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 수준의 벡터(전달체)와 카티 세포를 공급한다. 이번 사업은 간암, 위암, 난소암, 두경부전이성 뇌암 등 재발성·불응성 고형암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추진하는 게 목표다.
엄 단장은 “국산 카티 치료제 개발은 단순히 치료제 하나를 만드는 것을 넘어, 세포 치료제의 전주기 기술을 확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국립암센터는 연구개발(R&D)부터 임상, 생산까지 통합된 플랫폼을 구축해 환자에게 신속히 투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는 서울대, 박셀바이오(9,690원 ▲ 20 0.21%)와 함께 지난 9월 고형암 대상 카티 세포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 국립암센터는 교모세포종과 간암을, 서울대병원은 암세포에서 주로 발견되는 특정 단백질 B7-H3를 표적으로 공격하는 간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박셀바이오는 전남대와 위암·난소암을 표적하는 이중 표적 카티 기술을 연구 중이다.
엄 단장은 “현재 혈액암 대상 카티 치료제는 모두 해외에서 제조돼 국내로 들여오는 데만 3~4주, 환자에게 투여되기까지는 5주 정도 걸린다”며 “국내에서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카티 치료제를 개발하면 제조 기간을 단축하고 환자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 차원의 인프라 구축과 기술 개발을 통해 면역세포 치료의 대중화 시대를 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김현수 파미셀 대표 “줄기세포로 역노화, 바이오AI 구현”
“멀티오믹스, 정밀 의료, 바이오AI를 통합하면 재생을 넘어 젊음으로 갈 수 있는 미래 의학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현수 파미셀(18,040원 ▲ 740 4.28%) 대표는 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HIF 2025)’에서 ‘줄기세포 치료제가 만드는 새로운 시대’를 주제로 강연에 나서 이같이 말했다.

파미셀은 줄기세포 치료제 분야에서 국내 1세대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 치료제와 함께 첨단 소재 사업에도 나서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 인텔리전스(BI) 사업부를 신설하고 멀티오믹스(Multi-Omics) 분석을 위한 AI 구현에 힘을 쏟고 있다. 멀티오믹스는 유전체, 단백체 등 다양한 집합체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질병의 원인을 탐색하는 분야다.
파미셀이 2011년 처음 국내에서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를 받은 이후 국내에서는 총 4종의 줄기세포 치료제가 허가됐다. 일본, 인도, 미국이 각각 1종을 허가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이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의미다. 향후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10월까지 중간엽줄기세포(MSC)를 이용한 임상시험은 1580건 이상이 등록돼 있으며 중국과 미국 등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MSC는 연골이나 뼈, 근육, 지방으로 자라는 성체 줄기세포이다.
김 대표는 줄기세포 치료제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순한 질병 치료제를 넘어서 ‘개인 맞춤형 의약품’ ‘역노화(Reverse age)’ ‘인공지능(AI)’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임상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AI를 활용한 개인의 유전자에 맞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과 함께 노화를 극복할 수단으로 줄기세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줄기세포 치료제는 환자에 따라 반응에 차이가 나타나는 데, 유전자 정보, 멀티오믹스,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데이터를 모두 모으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데이터만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포를 이용한 ‘생물학적 AI’ 개발까지도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미셀은 줄기세포 치료제가 노화를 되돌릴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지난 10년간 치료를 하면서 반복적으로 줄기세포를 투약한 환자에게서 노화와 관련한 유전자 발현이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줄기세포 투여가 노화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억제하고, 역노화가 가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했다.
파미셀에 따르면 줄기세포 치료제를 반복 사용한 환자에서 노화 유전자 바이오마커(생체지표) 8개가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줄기세포 치료제가 노화를 막을 수 있다는 증거다.
김 대표는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재생을 넘어 노화를 극복하는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김효수 서울대병원 교수 겸 킴셀엔진 대표
“유전자 치료는 환자에게 단 한 번의 투여로 근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대를 열 것입니다.”
김효수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교수(킴셀엔진 창업자 겸 대표이사)는 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2025)’ 강연에서 이같이 말하며 유전자 치료제 산업의 전망과 과제를 소개했다.
그는 지금처럼 평생 약을 먹거나 반복 치료를 받는 대신,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직접 고쳐 ‘한 번에 해결하는 치료’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20년 간 섬유화를 억제하는 TIF1 유전자를 발견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신규 유전자 치료제도 특허를 출원했다.

유전자 치료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잘 알려진 RNA(리보핵산) 기반 치료제는 DNA(디옥시리보핵산)를 직접 수정하지 않고, 세포 안에서 단백질 생성 과정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암·유전질환뿐 아니라 당뇨·지질이상증 같은 대사성 질환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또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는 기술도 확산하고 있다. 대표 기술인 나노입자는 금속 구슬처럼 작은 입자 안에 약물을 담아 세포로 전달한다. 바이러스 기반 치료보다 안전성 우려가 적고, 대량 생산에도 유리하다.
유전자를 직접 편집하는 기술도 고도화되고 있다.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가 핵심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실제 가위가 아니라 원하는 유전자를 자르는 효소 복합체이다. 가이드 RNA가 잘라야 하는 DNA 부분을 인식해 붙잡으면 캐스9 단백질이 DNA와 결합하면서 자른다.
1세대는 DNA의 두 가닥을 잘라내 원하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교정한다. 다만, 원치 않는 부위를 자르는 비표적 절단(off-target) 위험 문제가 제기됐다. 2세대는 DNA 자체를 자르지 않고 DNA를 구성하는 염기 하나만 바꾼다. 문서에서 글자만 바꾸는 식이다. 단일 염기 교정이 가능해 안전성이 높다. 3세대는 필요한 염기를 여러 개 정밀하게 삽입하거나 교체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가위에서 지우개, 나아가 정밀 프린터로 진화 중인 기술이다.
최근에는 세포 운명을 재설계하는 ‘이형(異形) 분화(transdifferentiation)’ 기반 치료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김 교수는 피부세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혈관내피세포로 전환할 수 있는 이형 분화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연구자다. 기존처럼 피부세포를 역분화해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로 되돌린 뒤 다시 혈관내피세포로 분화시키는 복잡한 과정을 생략해,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세포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산업화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높은 비용이다. 유전자 치료제는 제조 과정이 복잡해 억 단위 비용이 든다. 특히 ‘작은 공방에서 수작업 하듯’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수율(완성품 비율)도 낮아 비용이 더 오른다. 여기에 생산량이 제한적이어서 환자 접근성도 낮다. 규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투여 후 장기간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점도 산업 확장의 걸림돌로 꼽힌다.
김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조 공정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첫 번째 해법은 연속 제조(Continuous Manufacturing) 도입이다. 기존처럼 단계마다 멈춰 조립하는 방식이 아니라, 컨베이어 벨트처럼 공정을 연속화해 시간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자동화·모듈화된 폐쇄 시스템이다. 사람 손이 거의 닿지 않아 오염 위험이 줄고, 생산 라인을 ‘레고 블록’처럼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어 규모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세 번째는 AAV(아데노연관바이러스) 정제 기술 고도화다. AAV는 유전자를 운반하는 ‘배송 트럭’ 역할을 하지만, 실제로는 유전자가 없는 비어 있는 트럭(AAV 빈 캡시드)이 많아 낭비가 크다. 이를 선별하는 선택적 결정화 기술을 적용하면 생산 효율이 높아지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김 교수는 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건강보험·민간보험 분담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미국 FDA의 재생의료 혁신치료제(RMAT) 제도를 예로 들며, 국내에도 신속 심사·허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전자 치료제는 만들기 어렵고 비용도 높지만, 공정 혁신과 규제 정비가 이루어진다면 환자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며 “산·학·연·규제기관이 함께 움직여야 산업화·대중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