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지역 한 대형마트에 아머드 프레시 비건 큐브 치즈가 진열돼 있다. /아머드 프레시 제공
미국 뉴욕 지역 한 대형마트에 아머드 프레시 비건 큐브 치즈가 진열돼 있다. /아머드 프레시 제공

‘비건(식물성) 치즈’로 유명한 푸드테크 스타트업 아머드 프레시가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아머드 프레시는 미국 뉴욕시의 맨해튼, 브루클린, 소호 등 지역 대형마트 100여곳에 자체 개발한 ‘비건 큐브 치즈’ 3종(체다·플레인·플루베리) 제품이 입점됐다고 28일 밝혔다.

아머드 프레시의 비건 치즈는 아몬드 밀크를 발효해 만든 것으로 동물성 치즈와 맛은 물론 근사한 수치(100g당 최대 20%)의 단백질을 함유한 게 특징이다.

아마드 프레시 관계자는 “미국 법인을 통해 지난 26일부터 대형마트 입점을 시작했다”면서 “올해 말 뉴저지까지 지역을 확대해 300개 이상 매장에 입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정부가 푸드테크 산업 성장 지원을 위한 연구개발 방향 설정에 나섰다.

농업진흥청은 푸드테크 분야 국가 연구개발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푸드테크 연구개발(R&D) 학술 토론회’를 2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었다고 밝혔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이 '푸드테크 연구개발(R&D) 학술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이 '푸드테크 연구개발(R&D) 학술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이번 토론회는 지난 7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열린 ‘식품 연구개발 유관 기관 협의체 회의’의 연장으로 농식품 산업의 부가가치 확보를 위한 푸드테크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은 “푸드테크가 농식품 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이번 학술 토론회를 통해 푸드테크 연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풀무원(11,050원 ▼ 50 -0.45%)과 서울대, 한국식품연구원 등 산·학·연이 모두 참여했다. 푸드테크 산업 동향과 식품 산업의 과제, 푸드테크 연구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이 발표됐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는 “푸드테크는 돈이 되는지 보다 현재 식품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면서 “스타트업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가 ‘푸드테크 연구개발(R&D) 학술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가 ‘푸드테크 연구개발(R&D) 학술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조상우 풀무원 기술연구소장(부사장)은 ‘식품기업의 푸드테크 기술 동향 및 제언’ 발표에서 “식품과 그 소비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지속 가능한 식품공급 기술의 개발과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초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2′에서 푸드테크가 주목해야 할 5대 기술 경향(트렌드)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던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푸드테크 관련 생산(대체 식품), 가공(3D 프린팅, 업사이클링), 유통(블록체인), 소비(식품 성분 데이터베이스, 맞춤형 식품) 연구개발 및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김진숙 국립농업과학원 기능성식품과장은 “푸드테크 기술 연구개발 대응을 위한 신규 태스크포스팀 구성하고 식품 관련 국가 종합정보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홈
지상민 농업과학원 연구사가 갈색거저리 유충(밀웜)을 살펴보고 있다./전주=이민아 기자
지상민 농업과학원 연구사가 갈색거저리 유충(밀웜)을 살펴보고 있다./전주=이민아 기자

길이는 검지 손가락 한마디를 조금 넘고, 두께는 휴대전화 충전선만한 튀김을 눈을 질끈 감고 씹었다. 자그마한 다리들이 마디마다 달려있는 이 간식은 밀웜(갈색거저리의 유충, 별칭 ‘고소애’)을 깨끗하게 소독해 볶은 것이다.

과자를 씹는 느낌이 났다. 새우깡, 장어뼈 튀김처럼 고소한 풍미가 느껴졌다. ‘곤충인줄 몰랐다면 더욱 기꺼이 먹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곤충사육동에서 키우는 밀웜 볶음의 맛이다. 밀웜은 단백질이 풍부해 미래 식량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일 익산역에서 차로 40분 정도 달려 전주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을 찾았다. 농업과학원 중에서도 밀웜을 비롯해 굼벵이(흰점박이꽃무지의 유충) 등 식용, 반려 곤충을 육종해 산업 현장에서 곤충이 널리 쓰일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는 곤충사육동을 방문했다.

이곳에는 약 17만마리의 곤충이 있다. 지난달 기준 흰점박이꽃무지는 2000마리가, 갈색거저리는 15만4500마리가 이곳에서 육종된다.

갈색거저리(밀웜) 볶음./농촌진흥청
갈색거저리(밀웜) 볶음./농촌진흥청

◇육종 실험실엔 꿈틀대는 애벌레들이 한가득

이곳에는 밀웜과 밀웜의 성체인 갈색거저리, 흰점박이꽃무지, 슈퍼밀웜, 슈퍼밀웜의 성체인 아메리카 왕거저리 등의 식용 곤충이 자라고 있다.

가로 40㎝, 세로 30㎝, 깊이 20㎝ 정도 되는 투명한 플라스틱 박스에 흙, 밀기울(밀에서 가루를 빼고 남은 찌꺼기) 등을 담아 만든 곤충의 보금자리 상자가 연구실 벽을 둘러싼 선반마다 놓여 있었다.

플라스틱 박스에는 곤충들이 태어난 일자가 붙어있었다. 언제 부화했는지를 파악해 성체가 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지상민 농과원 곤충양잠산업과 연구사는 두툼한 손으로 흙을 뒤적이며 태어난지 9~10주된 밀웜과 굼벵이를 찾아냈다.

그는 거리낌없이 오동통한 굼벵이와 가느다란 밀웜을 각각 손에 얹어 이들이 꿈틀대는 모습을 보여줬다. 농과원 연구사들은 이곳에서 식용 곤충의 표준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번데기가 되는 기간, 곤충의 무게 등을 곤충 사육 농가마다 비슷하게 길러낼 수 있도록 육종 실험을 하는 것이다.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인 굼벵이./전주=이민아 기자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인 굼벵이./전주=이민아 기자

곤충을 기르는 농가마다 곤충이 자라는 속도나 크기가 다른데, 이는 대기업의 식용 곤충 산업 진출에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도 곤충을 원료로 식의약품을 만들어보려 해도 아직 표준화가 덜 돼 제품 대량 생산을 추진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지 연구사는 “갈색거저리, 흰점박이꽃무지 등 식용 곤충들이 번데기가 되는 기간, 무게 등을 연구하고 있다”며 “어떻게 하면 빠르게 자라게 할지, 크기를 키울 수 있을지 등의 육종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풍부한 단백질, 암환자에게도 효과 봤다

고소한 맛이 나는 밀웜은 지난 2016년 일반식품 원료로 등록됐다. 영양성분은 단백질 51%, 지방30%, 탄수화물 14%로 단백질 함량이 높다. 지방 함량 중 75%가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뤄져 있으며, 철분, 인 등 무기질도 풍부하다.

밀웜은 암환자 대상 식이 요법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농진청은 최근 박준성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연구팀과 함께 항암 치료 중인 췌담도암 환자와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밀웜을 8주간 매일 섭취하도록 한 결과, 이를 복용한 암환자의 영양 지표가 개선된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하기도 했다.

갈색거저리 유충의 영양성분./농진청
갈색거저리 유충의 영양성분./농진청

농과원은 지난 2013년 이후 곤충의 식량화를 꾸준하게 연구하고 있다. 꾸준한 육종 연구를 이어온 끝에, 세계은행(WB)과 공동으로 지난 2020년부터 아프리카처럼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국가에서 곤충을 생산하고 식량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를 할 수 있을만큼 기술력이 올라왔다.

건강식이라는 인식에 힘입어 곤충 산업의 규모는 지속 성장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2021 곤충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곤충 판매액은 446억원으로 2020년 판매액인 414억원에 비해 7.7% 증가했다.

지 연구사는 “동의보감에도 실린 흰점박이꽃무지는 간질환에 탁월한 효능이 있고, 어혈을 풀어줘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며 “3~4일 똥을 빼고 말려서 먹으며, 농가에서는 이를 갈아서 환으로 만들어서 판매하고 똥은 퇴비로 쓴다”고 강조했다.

= 이민아 기자

농업 데이터 플랫폼 ‘팜모닝’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그린랩스는 이달 초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 이노베이터’에 뽑혔다.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WEF는 매년 기술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글로벌 이노베이터로 선정하는데, 그린랩스가 이름을 올렸다. 국내 최초다.

여기에는 벤처캐피털(VC) 마그나인베스트먼트의 도움이 컸다. ‘푸드테크 투자 명가’로 불리는 마그나인베스트먼트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이 운영하는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 출자를 받아 2017년 8월 200억원 규모 ‘마그나ABC펀드’를 조성, 이듬해 그린랩스를 발굴해 투자했다.

마그나인베스트먼트는 1차 10억원 투자를 시작으로 총 107억원을 그린랩스로 투자했다. 초기 ‘못난이 농산물’ 유통이 주요 사업이었지만, 마그나인베스트먼트가 데이터·스마트팜으로 사업 방향 전환을 지원했다. 그린랩스의 지난해 매출은 1027억원, 기업 가치는 8000억원이 됐다.

송진호 마그나인베스트먼트 미래기술투자본부장(부사장). 마그나FUTURE펀드 대표 펀드매니저. /배동주 기자
송진호 마그나인베스트먼트 미래기술투자본부장(부사장). 마그나FUTURE펀드 대표 펀드매니저. /배동주 기자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마그나인베스트먼트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송진호 미래기술투자본부장(부사장)은 “푸드테크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농식품 스타트업을 발빠르게 발굴·투자한 성과”라면서 “지난해 말 일부 투자 원금을 회수해 약 22배 수준의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송 본부장은 1991년 한국거래소 조사부에 입사해 은행, 증권, 자산운용사 등을 거친 헤지펀드·구조화 상품 투자 전문가로 꼽힌다. 퀀트와이즈투자자문 운용 부문 대표를 거쳐 2019년 VC인 마그나인베스트먼트로 이동했다. 핵심 심사역을 거쳐 미래기술투자본부장에 올랐다.

특히 그린바이오 부문에 투자하는 마그나GREEN펀드가 설립된 지난해 9월 대표 펀드매니저에 선임됐다. 그린바이오는 가공되지 않은 농수산식품에 바이오 기술을 적용하여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푸드테크의 한 분야로 꼽힌다.

그는 “마그나ABC펀드 외에도 마그나FRESH펀드, 마그나GREEN, 마그나VITA펀드 등 농식품 주목적 투자조합을 운용하고 있다”면서 “마그나인베스트먼트는 그린랩스 외에도 로보틱스, 디지털 유통, 대체식품 등 분야 푸드테크 기업에 432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마그나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농금원이 진행한 ‘2022년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 정기 출자사업’의 농림수산식품(일반) 부문에 나홀로 지원, 지난 4월 말 선정됐다. 선정 5개월여 만인 오는 27일에는 300억원 규모 ‘마그나FUTURE펀드’를 결성한다.

마그나FUTURE펀드에는 정부 출자금(150억원)과 마그나인베스트먼트가 직접 넣은 30억원 외에도 120억원 민간 투자가 몰렸다. 금리 인상 등에 따른 투자 시장 위축으로 VC들이 정부 출자를 받고도 민간 투자를 받지 못해 펀드를 결성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송 본부장은 “시중은행은 물론 식자재 유통사, 제약사, 손해보험사까지 마그나FUTURE펀드 민간 출자자로 나섰다”면서 “내부적으로는 푸드테크 투자 펀드가 5개로 늘었고, 전체 운용금액의 25%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2·제3의 그린랩스를 발굴해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음은 송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요즘 투자 유치가 어렵다고 들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 시장이 위축된 게 사실이다. 금리가 오르면 벤처 투자와 같은 위험한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증시 하락 등으로 기업공개(IPO)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투자 회수의 방안도 막막해진 상황이 돼 버렸다. 돈이 돌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민간 투자를 유치했나.

“투자 위축 시기에는 독특한 현상이 나타난다. 사업성이 탄탄한 이른바 되는 곳으로는 돈이 몰린다. 푸드테크가 그중 하나다. 기후 변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등으로 말미암은 식량 위기, 물가 상승은 푸드테크로의 관심을 이끌었고, 이곳으로 투자가 이뤄지도록 했다.

특히 해외의 경우 푸드테크 기업으로 엄청난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글로벌 애그(농업)·푸드테크 투자사인 애그펀드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애그·푸드테크 시장에 62조원이 몰렸다. 전년 대비 85% 증가한 것으로 이미 푸드테크는 주요 투자처가 된 셈이다.”

-제약사까지 마그나FUTURE펀드에 투자했다.

“푸드테크를 단순히 보면 음식과 기술의 결합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음식을 두고 생산, 제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에 기술이 들어간다. 예컨대 어떤 작물을 병충해 없이, 혹은 더 빨리 생산할 것인지부터,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도 모두 푸드테크에 든다.

이번에 민간 출자자로 투자한 제약사는 건강기능식품 시장 진출 등으로 푸드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우리 펀드로 투자를 하면 투자를 검토하는 주요 푸드테크 기업들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해당 제약사는 이번 투자를 통해 식품 시장으로 시야를 넓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송진호 마그나인베스트먼트 미래기술투자본부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송진호 마그나인베스트먼트 미래기술투자본부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투자 계획은 어떻게 되나.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가 주요 펀드출자자(앵커LP)인 만큼 농림축산식품 분야 사업을 영위하는 경영체에 총 결성금액의 60%를 우선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남은 40%도 푸드테크와 연관성이 높은 혁신 기술 기업과 조기 회수가 가능한 기업들을 선별해 투자할 계획이다.

우선 로보틱스, 인공지능,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돼 농업식품 부문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신품종 등을 개발하는 스마트 농업, 식물성 유지 등을 활용한 대체육 등 대체 식품 분야도 투자 대상에 올려뒀다.”

-눈여겨보는 스타트업 및 기술이 있나.

“아직 스타트업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농업과 축산 부분 로봇 기술과 탄소 배출 저감 기술을 눈여겨보고 있다. 예컨대 센서를 통해 색을 구분하고, 당도를 파악하는 센싱 기술을 보고 있다. 농작물 수확 효율화를 이룰 수 있는 농업용 협동로봇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축산 부문에선 사료 기술을 따져보고 있다. 사료에 미역 같은 해조류 보충제를 넣어 젖소 배설물 내 메탄가스를 줄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푸드테크로 낙농·축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것은 기후 변화 등으로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기술 중 하나다.”

-푸드테크 투자에서 가장 중시하는 부분이 있나.

“사람과 성장성을 본다. VC는 성장성이 보이는 스타트업에게 학생으로 치면 과외비를 지원해 주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현재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부분을 메꿔주는 게 결국 VC의 일인데, 지속적인 의견 교환과 성장 방향성에 대한 제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성장성의 기준은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각 국가의 규제에 맞춰야 하는 농약 같은 분야에 대한 투자는 지양한다. 정책 자금에 기반을 둔 펀드의 특성상 지원 성격의 투자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도 해외 시장에 적용 가능한 기술인지를 평가하고 있다.”

= 배동주 기자, 이신혜 기자

조선비즈 홈

식품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푸드테크가 ‘신(新) 벤처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500여년 만의 가뭄’, ‘105년 만에 폭우’ 등 기후위기가 식량 공급망을 흔들면서 푸드테크가 문제의 해결사로 급부상해서다. 벤처·스타트업 투자 시장 위축에도 푸드테크만큼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21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까지 비건 치즈를 생산하는 ‘아머드 프레시’, 로봇 푸드테크 스타트업 ‘로보아르테’, 식물성 대체육 스타트업 ‘이노하스’ 등 대체 식품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500억원 가까운 투자가 몰렸다.

아머드 프레시 '비건 치즈' 제품군. /아머드 프레시 제공
아머드 프레시 '비건 치즈' 제품군. /아머드 프레시 제공

특히 아머드 프레시는 2020년 12월 KDB산업은행가 주도해 진행한 62억원의 투자 유치 이후 약 1년 반 만에 27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아몬드 우유를 원료로 한 100% 식물성 치즈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노하스로도 7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가 몰렸다.

◇ 뜨는 산업 된 푸드테크… “투자 위험도 낮아”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이 같은 투자 유치는 신규 투자 유치 난항으로 신약 개발 중단까지 된 생명공학(바이오)·의료 기업들의 현주소와 대조된다.

지난 7월 항체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 파멥신은 재발성교모세포종 신약의 호주와 미국 임상 2상을 조기 종료했다. 회사 측은 “임상 중단은 유효성과는 별개로 자금 부담이 원인”이라고 했다. 일부 기업은 급여 삭감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 한 심사역은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벤처투자로 오는 자금이 말랐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바이오·의료 부문 벤처투자 규모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17% 넘게 감소했다.

플랫폼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때 1조원 매각이 거론됐던 티몬은 잇따라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기업가치가 2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분위기는 푸드테크가 이른바 ‘뜨는’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체육과 같은 대체 식품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 감축과 맞물리며 주목받고 있다. 낙농·축산업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대체육 등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성장성을 담보한다. 

2006년 유엔식량농업기구가 진행한 산업군별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에 따르면 축산업은 전체의 1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16%), 교통(14%), 에너지(13%)보다 많다. 북미산 소 한마리가 1년간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소형차 1대의 배출량과 비슷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체육은 대두나 완두에 섬유질과 오일 등을 배합하는 식물성 단백질 대체육, 동물 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뒤 세포를 분화·증식시켜 얻는 동물세포 추출 배양육 등이 대표적으로 소 등 대규모 사육하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뭄과 폭우 등 환경 문제 대두로 윤리적 소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환경오염 방지와 동물복지 등을 위해 ‘착한 먹거리’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관련 시장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투자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푸드테크 투자가 비교적 안정적이란 점도 투자 시장의 푸드테크 관심을 부추기고 있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는 “푸드테크는 바이오·의료 부문과 달리 실제가 분명하고, 먹거리라는 거대한 시장을 갖고 있다”면서 “투자 위험이 적은 게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 정부 푸드테크에 10조원 지원…유니콘 10개 육성 목표

업계는 푸드테크로의 투자가 앞으로 더욱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으로 식탁 물가가 위협받자 정부가 식량 안보 강화의 수단으로 푸드테크를 올리면서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국가 식량안보 전략 2051′을 세우고 푸드테크 투자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마트팜 자동화 시스템. /연합뉴스
스마트팜 자동화 시스템. /연합뉴스

식량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UAE는 2018년 식량안보지수(GFSI)를 2051년까지 전 세계 1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고 푸드테크 챌린지를 열었다.

당시 전 세계 400개 이상 스타트업이 식량난 해결 방법과 식품 생산 기술을 제안했고, UAE는 스마트팜 등 상용화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월 ‘외식산업 혁신 플러스 대책(제3차 외식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내고 2026년까지 외식산업 혁신을 위해 약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향후 5년 내 푸드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10개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이 운영하는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는 올해 100개 펀드 시대를 열기도 했다.

농림수산식품산업에 대한 투자 촉진을 위해 정부가 출자하고 농금원이 민간과 함께 조성하는 민관공동출자펀드로 지난 7월 100개 펀드, 총 1조6017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푸드테크가 식량 생산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방편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의 지속 성장 전망이 나오면서 식품회사 등은 아예 푸드테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그룹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롯데벤처스는 2026년까지 국내 스타트업으로 36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세우고 푸드테크를 투자 핵심에 올렸다.

롯데벤처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혁신 신사업을 찾겠다며 지난 2016년 설립했다. 신 회장이 약 20% 지분을 갖고 있다.

신성장 동력 발굴에 한창인 한화솔루션(49,350원 ▼ 1,250 -2.47%)도 배양육 등 ‘푸드테크’ 분야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배양육 스타트업 ‘다나그린’ 지분을 확보했고 참치 배양육으로 유명한 미국의 ‘핀레스푸드’에도 수백억원을 투입했다. ESG 경영 차원에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빌 게이츠도 푸드테크 투자…2020년 글로벌 투자 173억 달러

해외에선 이미 푸드테크가 벤처 투자의 중심에 올라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농구 구단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이자 미 ABC방송의 샤크탱크에 나오는 투자자로 유명한 마크 큐반은 푸드테크 스타트업 ‘뉴트럴푸즈’에 1200만 달러(약 167억원), 400만 달러(약 56억원)를 각각 투자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미국 포틀랜드에서 2019년 설립된 뉴트럴푸즈는 미국 최초 탄소 중립 식품 회사를 표방하는 스타트업이다.

낙농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탄소제로(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의 양이 0인 제품) 우유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로 축산업 탄소 배출 감소 실험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세계 최초의 배양육 회사인 ‘업사이드푸드’는 지난 4월 배양육 회사로는 역대 최대인 4억 달러(약 5600억원)의 시리즈C 투자를 받았다.

배양육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눈 여겨 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투자를 이끌었고, 세계 최대 식량 트레이더인 카길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푸드테크로 몰리는 자금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2011년 1억 달러(약 1400억원)에 머물렀던 글로벌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은 2020년 173억 달러(약 24조원)로 급증했다. 푸드테크 시장은 2027년 477조원 시장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 교수는 “식품 산업 주도권은 푸드테크 성과에 달렸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시장에 대한 투자는 계속해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배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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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주문하면 로봇이 조리하고, 테이블로 서빙한다. 사용된 재료는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고기다. 상상 속 장면 같지만,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온 풍경이다. 외식업계의 인력난과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위기까지 겹치며 음식의 변화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조선비즈는 음식과 결합한 기술, ‘푸드테크’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푸드테크를 활용한 현장을 취재하고, 푸드테크를 이끄는 전문가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서울시 성수동의 차(茶) 전문점 ‘슈퍼말차’. 이곳에선 예열한 다완(찻사발)에 가루차를 담아 올리면 ‘ㄷ’자 모양 로봇이 ‘격불’한다. 격불은 차선(칫솔)으로 거품을 내 차의 맛을 끌어올리는 행위다. 빠르되 부드러워야 해 ‘장인의 일’로도 불리는 격불을 로봇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슈퍼말차 성수점에 있는 격불 로봇. /힛더티 제공
슈퍼말차 성수점에 있는 격불 로봇. /힛더티 제공

‘푸드테크’라는 이름으로 음식에 깃든 기술이 이제 카페 등 일상 곳곳으로 완전히 스며들고 있다. 로봇을 통해 음식을 서빙 받는 일은 놀랍지 않은 일이 됐다.

최근 급격하게 상승한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대안으로 로봇이 떠오르면서다. 최근에는 콩 단백질 분리 기술을 쓴 대체육이 등장해 ‘맛있게’ 채식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 사람일 대신하는 로봇…하루 50마리 치킨 튀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로봇을 활용한 푸드테크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정했다. 지난 4월에는 음식을 나르는 서빙로봇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내고 서빙을 넘어 손님 맞이와 주문을 로봇에 넘겼다.

우아한형제들이 로봇을 내세운 이유는 외식업계에서 인력난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노동 강도가 높고 근무 환경이 열악해 외식업계에 대한 기피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는데, 최근 수년간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도 영향이다. 음식점주는 월 30만원 로봇 렌털료를 내면 음식을 나르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식음료 분야 기업들은 이미 로봇을 도입해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로보아르테는 지난 8월부터 ‘롸버트 치킨’ 브랜드로 가맹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시간당 50마리의 치킨을 로봇이 사람 대신 튀겨낸다. 슈퍼말차의 운영사 힛더티는 매장을 경기도 동탄점 등 6곳으로 확장했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금융 서비스에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핀테크(금융+기술)가 금융권 혁신을 일으켰다”면서 “음식과 결합한 기술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것을 넘어 식품 생산 방식 전반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푸드테크는 2014년 즈음부터 회자되기 시작했다. 미국 등 해외를 중심으로 푸드테크가 식품의 생산부터 유통, 배송, 소비 등 식품사슬 전반에 대한 혁신 기술로 받아들여지며 투자가 늘면서다. 동시에 연평균 7%씩 시장이 성장, 지난해 기준 2720억 달러(약 380조원) 시장이 됐다.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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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에서 단백질 추출…마트·편의점도 대체육 판매

국내 푸드테크는 인건비 감축을 중심으로 발전했지만, 최근 대체 식품으로까지 시장이 커지고 있다. 대체 식품은 식물이나 곤충에서 단백질을 추출(분리)해 가공하는 기술을 활용한 먹거리다. 식물 추출 단백질을 쓴 식물성 고기·계란·유제품까지 나오고 있다.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환경과 동물 보호 등을 이유로 식물성 대체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체 식품 산업은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국내 비건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서 2018년 150만명으로 10배 늘었다.

CJ제일제당(408,500원 ▲ 4,000 0.99%)이나 신세계푸드(56,400원 ▲ 300 0.53%) 등 식품 제조사는 이런 흐름를 반영해 대체 식품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기술 개발과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내고 떡갈비, 스테이크 등을 출시했다. 2025년까지 매출 2000억원을 낸다는 목표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7월 대체육 ‘베러미트’를 론칭한 이후 SK텔레콤(51,700원 ▼ 100 -0.19%), SK하이닉스(88,000원 ▲ 0 0%) 등 기업 구내식당과 스타벅스에 자체 개발한 돼지고기 대체육 슬라이스 햄을 납품하고 있다. 가공육 캔햄과 맛과 식감이 유사하고 상온으로 유통, 보관할 수 있는 런천 캔햄도 출시했다.

음식 제조사들이 푸드테크를 활용해 출시한 비건 식품은 일상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대형마트 정육 코너에서는 소고기, 돼지고기와 함께 대체육을 판매하는가 하면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말 채식 전문 브랜드 ‘그레인그레잇’을 선보였다. CU도 대체육 김밥 등을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대체육 '베러미트'로 만든 샌드위치. /신세계푸드 제공
신세계푸드가 대체육 '베러미트'로 만든 샌드위치. /신세계푸드 제공

◇ 20억원 국내 푸드테크 시장...200억원으로 성장 전망

국내 푸드테크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로봇과 대체 식품을 넘어 식음료 시장 전반으로 기술 활용 시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 급식 업체 아워홈은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날씨와 계절, 요일, 기업별 메뉴 선호도 등을 분석해 당일 특정 메뉴가 얼마나 나갈지 분석한다.

식음료업이 주된 사업 부문이 아닌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푸드 테크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그룹은 특히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대체 식품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에도 세포 배양 연어살 사진을 올리고 “단백질, 비타민과 칼슘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대체 우유를 활용한 ‘발효 단백질 바닐라 아이스크림’ 도입도 준비 중이다.

한화그룹 역시 김동관 부회장이 대체 식품을 신성장 동력에 올렸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대체육 스타트업 뉴에이지미츠에 투자했다.

올해는 미국 최초 세포배양 생산 공급업체인 핀레스푸드와 국내 배양육 스타트업 다나그린에 11억원을 투자해 지분 3.76%를 확보했다.

국내 푸드테크 산업이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성장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0월 ‘대한민국 식품대전’에서 “국내 푸드테크 시장은 현재 약 20조원 규모 수준이지만, 160조원인 국내 외식업 시장과 110조원에 달하는 식재료 유통 시장과 결합해 약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타트업 투자사인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는 “후라이드 치킨의 등장에는 일정한 온도로 기름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 콩에서 기름을 분리하는 기술 등이 작용했다”면서 “먹는 행위와 관련한 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의 성장이 기술에 기대며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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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남의 제품만 만들어 줬는데, 이제는 면사랑 깃발을 내걸고
시장에서 객관적으로 평가받겠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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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460,500원 ▼ 1,500 -0.32%)의 건면 납품 협력업체로 출발한 식품기업 면사랑이 홀로서기를 선언하고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면사랑은 식품업계에서 면 분야 ‘히든챔피언’으로 통한다. 건면부터 생면, 냉동면, 쫄면, 냉면 등 다양한 면과 소스·고명 등 300종 이상의 제품군을 보유해서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가 13일 서울 삼성동 면사랑 서울사무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면사랑 제공
정세장 면사랑 대표가 13일 서울 삼성동 면사랑 서울사무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면사랑 제공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 강소기업인 면사랑이 B2C 사업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다. 조선비즈는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면사랑 서울사무소에서 정세장(69) 대표를 만났다. 정 대표는 오뚜기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맏사위로, 함영준 현 오뚜기 회장의 매형이다.

삼성전자 해외사업부에서 근무하던 그는 1991년 장인의 제안을 받아 장학식품(면사랑의 전신)을 설립했다. 오뚜기의 건면 납품회사로 첫 발을 뗀 면사랑은 이후 면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소스와 떡, 튀김, 육가공품까지 한 공장에서 모두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춰, 다양한 유통기업으로부터 자체브랜드(PB)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정 대표가 B2C 사업에 뛰어든 것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면사랑은 지난해 매출 1038억원, 영업이익 약 1억원을 냈다. 전년보다 각각 7%, 96% 줄었다. 그동안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 외식·식자재 납품사업이 부진한 탓이다. 면사랑으로선 창립 후 처음 겪는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정 대표는 “지난해 3~6월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20~30%까지 빠졌다. 밀키트 위탁생산(ODM) 수주 등 신제품 출시로 실적 방어에 나섰지만 마이너스 성장까지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위기는 신사업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유명 제품을 위탁생산하며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면사랑 브랜드를 전면에 건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지난 달 자체 연구개발로 만든 ‘초간편식’ 냉동팩면 9종을 출시했고, 현재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인 냉동용기면을 개발 중이다. 냉동팩면 중 세 제품은 지난 2일 열린 ‘2021 대한민국 식품대상’ 간편식 부문에서 ‘베스트’와 ‘대상’을 수상하며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냉동팩면은 삶은 면과 소스, 고명을 영하 40°C에서 급속 냉동해 면발과 재료의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한 제품이다. 끓는 물에 1분만 조리하면 전문매장 수준의 면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 평가와 소비자 평가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 조용하다. 면사랑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낮은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정 대표는 “B2C 시장에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쉽지 않다”며 “제품을 알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유통채널의 언덕을 넘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중소업체로서 대형마트의 수수료 및 할인 행사 요구를 수용하는 게 쉽지 않았다. 

면사랑은 판매 활로를 온라인에서 찾았다. 오프라인 대비 낮은 수수료에 실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게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장점이었다. 여기에 리뷰와 별점을 통해 냉동팩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받고, 개선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정 대표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았다”면서 “최근에는 직접판매(D2C) 채널 등 시장 진출 장벽이 상당히 낮아졌다. D2C의 성장 가능성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충북 진천에 위치한 면사랑 공장. /윤희훈 기자
충북 진천에 위치한 면사랑 공장. /윤희훈 기자

정 대표는 회사 미래가 ‘면사랑’의 브랜딩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면사랑의 브랜드를 걸지 않고 타사의 제품을 만드는 OEM 사업은 ‘오뚜기 옛날국수’ 외에는 앞으로 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는 “오뚜기와 함께 냉장면 제품을 출시한 것도 오뚜기 로고와 함께 면사랑 로고를 제품 전면에 노출했기 때문에 수락한 것”이라며 “여태까지 남의 제품만 만들어 줬는데, 이제는 면사랑 깃발을 내걸고 시장에서 평가받겠다”고 했다.

다만 대형 유통매장이나 호텔 브랜드와 협업하는 ODM 사업은 지속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ODM은 함께 만들면서 많이 배운다. 유명 요리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노하우가 쌓인다”며 “이게 면사랑 브랜드의 제품군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오뚜기의 가족회사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도 과제다. 정 대표는 “장인의 제안으로 건면 사업을 시작하며 회사가 출발했지만, 지금은 (오뚜기와 면사랑이)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며 “지배구조도 얽혀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전체 매출의 10~20%는 오뚜기에서 나오지만, 추가로 납품할 계획은 없다”며 “오뚜기는 오뚜기대로, 우리는 우리 힘으로 갈 길이 따로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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