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2016’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빅데이터의 활용 정밀의료와 병원 보건산업(신약 개발)의 미래’를 주제로 오픈토크를 진행했다.
선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이 좌장을 맡았고 데이비드 리(David Lee) 메디데이터 최고데이터책임자(CDO)와 이상헌 고대안암병원 부원장, 박래웅 아주대병원 교수, 이상준 셀트리온 부사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상헌 부원장은 “고려대 융복합 연구센터연구원(KU-MAGIC)은 SK㈜C&C와 ‘에이브릴’ 감염병 서비스 개발 협약(MOU)을 맺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감염병 플랫폼을 구축해 세계 최초로 AI 기반 감염병 예방과 조기 진단 및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브릴은 SK㈜C&C가 IBM에서 도입한 인공지능(AI) 서비스로 IBM의 AI인 ‘왓슨’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부원장은 이어 “우리 병원이 추구하는 ‘미래 융합병원’에서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환자의 대소변 상태부터 얼굴 표정에서 드러나는 기분 상태까지 파악해 환자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AI를 통해 분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래웅 교수는 “아주대의료원을 비롯한 국내외 56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오디세이 컨소시엄(OHDSI·Observational Health Data Science and Informatics)’은 다국적 의료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우울증 등 일반적인 만성질환자의 치료방법을 분석해 세계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며 “앞으로 각국의 다양한 환자군 데이터를 이용한 빅데이터 의료 연구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경우 의료 데이터의 개방성이 아직까지는 낮은 수준”이라며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헬스케어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개방성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준 부사장은 “현재까지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지만, 앞으로는 바이오기술(BT)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 경제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들은 기술과 임상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 보유하고 있고 바이오 벤처들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약이 임상 1상시험에서 판매 허가까지 받을 확률은 10% 미만이지만 바이오마커 등 빅데이터를 임상에 활용할 경우 이 확률이 26%에 달할 만큼 차이가 난다”면서 “과거에는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상을 진행한 후 이를 분석했다면, 이제는 빅데이터와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픈토크 일문일답.

선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이하 선경)= 먼저 데이비드 리 CDO에게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메디데이터라는 회사가 흥미롭습니다. 메디데이터의 미션과 비전이 무엇인지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데이비드 리(David Lee) 메디데이터 최고데이터책임자(이하 리 CDO)= 우리 회사는 기술 회사이기 때문에 임상시험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고객들인 제약회사들의 데이터를 통해 임상시험의 정확도를 높이는 게 우리의 비전입니다. 회사의 수익모델이라고 한다면 구독 서비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게 아니라 특정 기간 동안 수수료나 비용을 내고 서비스를 '구독'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용자의 99%가 이러한 방식의 구독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선경= 박래웅 교수가 발표한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오디세이)이 상용화됐을 때 메디데이터 솔루션과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리 CDO= 우리도 비슷한 원칙을 적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비슷하지만 구분이 되는 데이터를 적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임상시험 내에서 적용한 것입니다. 다양한 환자와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임상시험에 등록을 했던 환자군입니다.
전 분야의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시도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프로그램과 목적, 접근방식 등에서 비슷합니다. 이런 것들을 집계해서 알게 된다면 의사결정에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경= 박 교수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겠습니다. 비영리를 강조했지만 의사들은 여전히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만약 지금 사업으로 돈을 번다고 한다면 메디데이터 비즈니스와는 무엇이 다릅니까.

박래웅 아주대병원 교수(이하 박래웅)= 메디데이터 데이터와는 완전 차별화된 것입니다. 메디데이터는 아주 잘 정리된 기준에 맞는 환자 데이터로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리얼) 데이터입니다.
또 하나는 오픈 플랫폼입니다. 많은 파트너들이 있고 데이터가 공개돼 있어서 누구든지 참여해 놀라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에 올려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또 데이터 파트너들은 거기 있는 지식을 제공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제약사들은 알고 싶은 지식을 순식간에 얻을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창업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경= 이번엔 이상준 부사장에게 묻겠습니다. 셀트리온이 직접 관여하는 바이오시밀러 영역, 어떤 부분에서 도전이고 기회이고 위험입니까.
이상준 셀트리온 부사장(이하 이상준)= 기업 측면에서 봤을 때 전체적으로 어려웠던 측면은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가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바이오시밀러는 제네릭에 비해 복잡한 구조로 이뤄졌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개발이라는 도전에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실제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세계 최초로 승인 받을 때 유럽에 허가 신청을 했을 당시 미국에는 가이드라인조차 없어서 허가 신청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전했고 허가를 받았고 판매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쁨과 즐거움도 있었지만 제품 개발 측면에서 노하우도 쌓고 R&D 능력도 향상됐습니다. 또 신약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국가별로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서 진행되는지에 대한 많은 노하우를 축적했습니다.

선경= 마지막으로 이상헌 부원장에게 질문드리겠습니다. 이 부원장은 연구중심병원 사업의 대표 주자인데요. 혁신이라고 하면 기술만의 혁신은 아닐 것입니다. 과정도 혁신에 있어서 중요한데 지능정보 기술 안에서 병원에서의 의사결정 모델이나 플랫폼도 가능할까요?
이상헌 고대안암병원 부원장(이하 이상헌)= 어려운 질문입니다. 실제로 인공지능을 가지고 병원에서 어떤 것을 먼저 개발할 지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충분히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판단은 사람이 하게 됩니다. 인공지능이 충분히 좋은 정보를 주지만 최종 결정 권한은 의사에게 있습니다.
선경= 오늘 포럼에 참석해주신 플로어에 계신 이동욱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한테 묻겠습니다. 지능정보 기술을 이용한 헬스케어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이동욱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보건산업정책국은 올해도 큰 일들을 많이 했는데 '바이오헬스 7대 강국 도약'이라는 목표 아래서 주도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지난 8월에는 국가전략회의에서 '정밀의료'를 9대 국가전략으로 발표했습니다.
오늘 포럼 주제가 헬스케어인데 의료계 쪽에선 연구, 임상 쪽에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활발하게 이미 논의되고 있고 진전이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에 일조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의해나가고 있으며 열심히 노력해서 산업 생태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경= 리 CDO에게 질문드리겠습니다. 빅데이터 만큼 중요한 게 'Better 데이터'라고 했는데요. 'Garbage(쓰레기) In, Garbage Out' 즉, 좋은 데이터가 들어가야 인공지능을 통해 빅데이터가 정확한 정보 준다고 했습니다. 혹시 비즈니스 모델 중 인공지능 쪽으로 관련된 게 있습니까?
리 CDO= 'Garbage In, Garbage Out(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이라는 명제를 정말 강조하고 싶습니다. 예측성과 정확성은 결국 투입 데이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학계에서는 데이터 퀄리티(질)에 대해 절대 타협해선 안됩니다. 하지만 데이터 퀄리티 개선 논의는 그만큼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메디데이터에서는 머신러닝(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해 올바르지 않은 데이터가 임상시험에 존재하는 경우를 추출하고 있습니다. 올바르지 않은 데이터를 찾아서 빼내는 것이 예측 모델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합니다.
선경= 리 CDO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더 드리겠습니다. 어느 한 회사가 환자 데이터를 독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 CDO= 메디데이터는 사실 우리가 데이터를 독점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고객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수집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여러 형태의 데이터를 작업해 표준화하고, 여러 임상시험간, 회원사간 데이터가 동일한 포맷으로 유지될 수 있게 합니다. 메디데이터가 데이터를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수집한 여러 데이터를 산업계에 돌려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경=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주제가 4차 산업혁명이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용어들이 있습니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나노, 3D 프린팅, 제노믹스 등입니다. 오늘 포럼은 그 중에서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다뤘습니다.
과거에는 제조업 혁신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헬스케어가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입니다. 또 이러한 혁신의 개념은 계속 확장 중에 있습니다. 내년 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헬스케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조망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이오헬스 산업의 성공은 분명 만들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용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한편 이날 패널 토론 전후로 진행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발전이 의사, 간호사, 한의사의 역할에 영향을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역할이 다소 축소될 것’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이 글로벌 신약 개발을 앞당기는 데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신약 임상 시험은 계획과 설계, 수행 관리, 결과 분석 등의 절차로 이뤄진다. 글로벌 신약을 출시하려면 신약을 출시하려는 국가에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거의 모든 임상시험 데이터는 종이 문서로 기록됐다. 이 과정에서 전세계 데이터를 취합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더디게 진행됐던 임상시험은 전자자료수집(EDC) 기술이 적용되면서 실시간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고 데이터 오류를 줄이는 전환점이 됐다.

EDC 기술에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임상시험 기간은 눈에 띠게 줄어들고 있다. 임상시험 기간이 단축되면 신약 출시 시점을 앞당길 수 있어 시장 전략을 세우는 데 유리하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신약 시장에서 임상시험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은 수년 전부터 클라우드 시스템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임상 시험 설계 기업으로는 메디데이터가 대표적이다. 메디데이터는 글로벌 상위 50개 제약사 중 48개의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2014년에 판매된 글로벌 의약품의 80%가 메디데이터의 플랫폼을 활용해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다.
메디데이터는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임상 연구 준비 시간을 최대 41% 줄이고 연구 종결 시점까지 시간을 최대 65% 줄일 수 있다”며 “메디데이터는 1만 여건의 임상 연구와 300만 명 이상의 임상시험 대상자한테 얻은 80억 건의 데이터에 기반한 빅데이터를 통해 글로벌 임상 데이터의 표준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빅데이터로 임상 시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 AI로는 질병과 약물 관계 데이터의 숨겨진 패턴을 발견, 신약 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출신 3인방이 설립한 국내 AI 신약 개발 벤처 스탠다임은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스탠다임을 공동창업한 김진한 대표와 송상옥 이사, 윤소정 이사는 모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출신이다.
스탠다임은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암세포 사멸을 위한 약물 조합 시너지 효과 예측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영국의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최한 ‘드림 챌린지’에서 전세계 71개 팀 중 최종 3위에 선정됐다.
스탠다임은 현재 AI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기존의 생물학적인 해석에 기반한 약물 개발과는 달리 질병 때문에 생긴 분자, 세포 수준의 변화를 학습해 약물 후보물질 데이터 속에 잠재된 약물의 치료 패턴을 추출하는 게 핵심이다.
김진한 대표는 “AI를 활용하면 특정 질환을 타깃으로 삼지 않은 상황에서도 잠재적 치료 후보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며 “후보물질을 발굴해 내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한국의 도시는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다른 도시의 모델을 베끼려고 하지 말고, 한국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조직원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들어보세요.”
아마존, 텐센트, 삼성전자, 네이버,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혁신기업의 사옥 설계를 도맡아 온 세계적인 건축설계회사 NBBJ의 로버트 맨킨(Robert Mankin) 공동대표는 한국 기업에 이렇게 조언했다.
NBBJ는 미국 경제 월간지 패스트컴퍼니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할 만큼 과감한 시도로도 유명한 건축설계회사다. 패스트컴퍼니는 혁신 기업을 소개하는 권위지다.
21~22일 조선비즈가 개최한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 연사로 한국을 찾은 맨킨 공동 대표는 삼성전자, 텐센트, 알리바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등 글로벌 대기업의 사무공간 설계를 두루 맡으며 명성을 쌓아왔다. 다음은 맨킨 대표와의 일문일답.

―근무환경이 조직 혁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근무환경은 직원들의 행동을 바꿉니다. 건물이 바뀌면 사람들의 협력과 상호소통 양상이 달라지니까요. 노르웨이의 통신회사 텔레노르(Telenor)는 원래 건물이 20~30개로 나뉘어 있어 회의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옥을 하나로 통합했는데, 그 뒤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습니다.
사옥을 지을 때 직원들이 한 자리에 앉아 일하도록 한 게 아니라 자리를 특정하지 않았거든요. 전 세계에서 가장 자유공간이 많은 건물로 지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기 시작했고, 실적도 좋아졌습니다. 사실 사옥 리모델링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계량화해서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지요. 그러나 근무환경 공간의 변화로 통해 기업의 회의 문화, 협업 문화가 완전히 바뀌는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유명 대기업의 사옥 설계를 도맡아 진행했습니다.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있나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도시와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도시 외곽, 변두리 넓은 부지에 공간을 갖고자 했다면 요즘은 도심 한복판에도 자리잡습니다. 수직적인 건물을 지으면서도 개방적인 공간을 만드는 추세지요. 직원들도 도시의 일부가 되어 다양한 시설물을 이용하도록 하고, 기업 자체도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거지요.
좋은 예로는 최근 진행한 중국 텐센트의 사옥 건축을 예로 들겠습니다. 중국 선전에 사무실을 건축하고 있는데, 수직과 수평의 조화를 추구합니다. 수직적으로는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공간을 만들면서, 보안에 무리가 없는 선에서 도시와의 조화를 위해 일반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넓게 만드는 겁니다.
아마존도 재미있지요. 기술기업으로는 보기 드물게 대중에게 개방적인 건물입니다. 도시를 오가는 시민이 누구든 로비 안팎을 오갈 수 있습니다. 저마다 개성을 드러내는 독특한 외관을 추구하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도시와의 조화를 추구하는 게 눈에 띕니다.”

― 삼성전자과 현대차그룹 등 한국 대기업의 사옥 설계도 맡고 있는데요, 글로벌 기업들과 요구사항에 차이가 있나요.
“사실 삼성전자와의 프로젝트가 대단히 재미있습니다. 한국 수원캠퍼스, 그리고 실리콘밸리 사옥 건설을 진행했는데요, 같은 회사인데도 완전히 다른 요구사항을 반영했습니다. 수원캠퍼스는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지었습니다. 업무 공간에 더 집중한 형태지요.
실리콘밸리 사옥은 다릅니다. 숨 쉬고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확보했습니다. 중앙이 개방돼 여러 사무공간이 서로를 바라보는 형태로 지었죠. 아무래도 채용하는 직원의 성향에 맞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실리콘밸리의 다른 기업 사옥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참신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구축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현대차그룹의 경우, 삼성전자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좀 더 구조화된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 기업은 대체로 업무와 생산성에 집중하는 환경을 중시하는 편입니다. 아마존, 텐센트 등 글로벌 기술기업은 카페테리아나 운동시설, 로비처럼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공간을 늘려가는 추세지요. 반면 한국 기업들이 요구하는 공유 공간 비중은 훨씬 작습니다.”
―그런 차이가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에도 영향을 줄까요.
“사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한국 기업은 사옥에 대해 ‘일터’라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강한 편입니다. 그런데 사실 책상에 앉아 있는 행위와 생산성에는 큰 연관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요. 오히려 더 움직이고, 다양한 사람과 마주치면서 새로운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이 혁신을 만듭니다. 더 많은 기업들이 카페나 체육관 등 서로 다른 업무를 하는 직원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거지요.”

―NBBJ는 뇌과학, 행동 데이터 등을 설계에 반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실제로 어떤 식으로 건물에 반영하나요.
“사무공간 디자인은 사람의 행동 양상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광은 사람의 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동선은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공간을 배치해보고, 사람들이 어떻게 마주칠 수 있는지 사전에 계산하지요.
아마존, 삼성전자 실리콘밸리 사옥 등 최근에 지은 건물에는 모두 이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적용됐습니다. 다만 모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스트레스가 많을 때 이를 줄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지를 연구했는데, 아마존 사옥에는 좀 더 자연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삼성전자 실리콘밸리 사옥에는 사람이 더 많이 움직일수록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이동하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기업 사옥 건축에서 가장 중시하는 요소가 있다면요.
"저는 이동성(mobility)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텐센트를 예로 들면, 사옥의 전체 공간 가운데 40%를 직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기업 사옥에서는 로비나 공유 공간이 아랫층에 있고 업무 공간이 윗층에 쏠려 있지요. 그러나 텐센트에서는 건물의 상층부, 중층부, 하층부에 고르게 공유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건물 곳곳을 돌아다니며 일하고 최대한 다양한 사람과 만날 기회를 만드는 겁니다.
또 중시하는 요소는 건물 자체가 그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드러내도록 하는 겁니다.
텐센트의 경우 중국에서 세계로 부상하는 글로벌 혁신 기업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사옥을 세우기 위해 미래적인 요소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면은 외적으로 브랜드를 강화하는 요소가 되겠죠. 최대한 에너지 효율이 좋고 자연광이 잘 드는 친환경적인 건물로 만들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사고방식을 함께 반영했습니다. 이처럼 건물 자체에 반영된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정신은 조직원들의 애사심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한정된 공간과 비용 때문에 고민하는 한국 기업이 어떻게 하면 혁신적인 근무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요.
“아마 한정된 공간과 자금이라는 문제는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나 비슷한 고민일 겁니다.(웃음) 저는 15년 동안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한국에서 많은 작업을 해오면서 한국의 도시를 대단히 좋아하게 됐습니다. 건물이 매우 밀집돼 있는데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연결성이 좋아요. 단점처럼 보이지만, 짧은 이동만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대단히 훌륭한 이점입니다.
한국 기업에 할 수 있는 조언은 다른 나라, 혹은 도시의 모델을 베끼려고 하지 말라는 겁니다. 지금 있는 도시의 특성을 살펴보고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에서는 연결성을 조금만 강화하면 경제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은 직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줄 수 있는 공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도 한국 기업의 활약은 대단하지만, 더 많은 한국 기업이 공간 혁신을 통해 진화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카쉐어링(차량공유서비스)으로 운전자의 자동차 소유 비용이 ‘제로(0)’가 되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이재용 쏘카 대표는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시범서비스로 선보인 쏘카의 ’제로카 셰어링' 서비스의 한달 비용을 정산해보니 서비스 참여자 150명 중 50여명은 사실상 무료로 차를 빌려 쓰는 셈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카 셰어링은 이용자가 월 대여료 19만8000원으로 1년간 아반떼AD 신차를 빌려 타면서 차를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차량을 공유 상품으로 내놓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참여자의 33%는 차량 공유로 월 대여료 이상의 수익을 벌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차량 공유업체 쏘카가 선보인 제로카 셰어링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면서 “ 100대의 차량을 모집하는데 총 1만488명이 몰렸다. 경쟁률로 치면 104대 1 수준이다.”이라고 덧붙였다.
쏘카는 제로카 셰어링의 성공을 바탕으로 두번째 시범서비스 참여자를 모집 중이다. 제로카 셰어링 시즌 2에서는 쌍용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 모델인 티볼리 디젤 2016년형이 투입됐다. 월 29만 8000원(VAT 별도)에 1년 간 사용하는 서비스다.
그는 “제로카셰어링 시즌1의 뜨거운 반응을 통해 공유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제로카 파트너들과 함께 진정한 공유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차종을 다양화하고 헤택도 늘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내에는 약 2200만대 차량이 있고 이중 25%만 공유해도 500만대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차량 공유 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지고 차량 공유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차량 공유 서비스가 최근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노령화 사회의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나이드신 분들이 차량을 적극적으로 공유시킬 경우 월 40~50만원의 수익을 가져갈 있다"며 ”차양 공유 서비스는 은퇴자나 노령인구 들이 새로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쏘카는 10분 단위로 차를 빌려타는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다. 쏘카의 운행 차량은 지난해 12월 기준 약 3300대, 올 4월 말 기준 4400대, 8월 초기준 6000대를 돌파했다. 쏘카 가입자는 200만명, 일일 카셰어링 이용건수는 1만건에 달한다. 쏘카는 국내 차량 공유를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확보한 1위 사업자다.
=박성우 기자
“이 시대 조직에서 최악의 리더는 ‘내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면서 직원을 어린애 취급(infantilize)하는 사람입니다. 아무것도 배울 수 없고, 조직원의 역량을 리더의 기대치 수준에 머무르게 묶어두지요. 지금 필요한 태도는 조직원이 최대한 새로운 지식을 배워나갈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겁니다. 직원이 앞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며 발전해 나갈 가능성을 믿어주는 리더가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바꿉니다.”

닐로퍼 머천트(Nilofer Merchant) 루비콘컨설팅 창업자는 이 시대에 맞는 리더의 역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머천트는 애플과 오토데스크 등에서 경영전략, 시장진입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한 뒤 컨설턴트로 변신한 조직 경영 전문가다. 애플·어도비·로지텍·휼렛팩커드·노키아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의 경영전략 자문에 응한 그는 여러 공기업과 사기업 이사회에서 활약하며 ‘혁신계의 제인 본드(Jane Bond of Innovation)’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경영학계 오스카상이라는 ‘싱커스 50(Thinkers 50)’에 2013~2015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머천트는 21~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 연사로 한국을 찾았다. 그와 만나 이 시대에 맞는 조직 경영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다음은 머천트와의 일문일답.
― 혁신적인 조직 경영 방식을 이야기할 때 '실리콘밸리 스타일'을 말하곤 합니다. 무엇이 다른가요.
“한 가지 스타일로 특정해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산업에는 묵은 생각과 참신한 생각이 공존합니다. 굳이 정의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회사 내부 어느 곳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든, 누가 내놓는 아이디어든, 심지어 회사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까지 열린 마음으로 수용할 수 있는 조직이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실리콘밸리식 경영입니다.”
― 예로 들만한 기업을 꼽는다면요.
"구글은 '재능(talent)'의 범위를 대단히 넓게 바라봅니다.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어떤 학위를 받았는지만 보는 게 아니라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 그리고 그 사람이 지닌 선천적인 자질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어떻게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하지요.
그러므로 협력과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조직을 꾸려가는 모델을 이야기할 때 구글이야말로 그 모범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구글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요. 구글은 원래 MIT, 하버드 등 명문대 출신에 학점 좋은 사람들만 뽑기로 유명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어떤 직원이 최고의 성과를 내는지 파악하고서는 그 방침을 전환했습니다. 왜 좀 더 넓게 생각할 수 없는가를 깨달은 거지요. 어떻게 하면 '누구든지' 이 조직에 들어와서 흥미와 뛰어난 분야를 고려하고, 어떻게 하면 다양하게 발생하는 문제 해결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가 파악하고 배치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 그런 인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도구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이제 케케묵은 단어가 되고 말았지만 구글은 ‘인터넷’, ‘인트라넷’을 제대로 활용하는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 차원의 전략, 부서 전략, 상품 전략 등 모든 내용을 조직원이 함께 공유합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이를 열람하며 공부합니다. 누구든지 추가하고 싶은 내용을 추가하고, 궁금한 점을 실시간으로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지요. 이 조직 안에서는 끊임없이 Q&A세션이 진행됩니다. 이 점이야말로 구글같은 혁신 조직과 전통적인 수직적 조직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 수직적인 조직과 수평적인 조직은 어떻게 다른가요.
“수직적인 조직에서는 모든 정보와 시스템을 리더가 쥐고 있어야 하죠. ‘내가 이번 프로젝트는 이렇게 진행해보려고 구상하고 있는데 좀 더 발전시켜서 가져와 보세요’ 하는 식이죠. 구글같은 조직에서는 리더가 ‘우리 회사의 전략에 맞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먼저 생각을 이야기해주면 나도 내 생각을 이야기해볼게요’ 하는 식으로 의사소통이 이뤄집니다. 자연스럽게 팀원 모두가 프로젝트에 대해 갖는 책임감이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든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나누게 되지요.”
― 리더의 역할이 전과 달라진 셈이네요.
"그렇습니다. 전통적인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은 '이 배는 이쪽에 대고 저 배는 저쪽에 대'라는 식으로 항구 관리자(harbour master)같은 역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역할이 '신뢰 구축자(trust builder)'로 바뀐 겁니다. 누구에게든 모르는 것을 묻고 배우려는 문화를 심고, 리스크를 짊어져도 괜찮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게 이 시대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조직에서는
'네가 이 문제에 대해 당연히 알고 있을테니 네게 돈을 주고 고용한 것이다. 그러니 이 문제를 네게 물어보면 바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죠. 그렇지만 이런 조직에서는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문제가 생길 때 해법을 찾지 못합니다. 직원의
'가능성'에 더 큰 가중치를 두는 조직은 다릅니다. 어떤 종류의 문제와 만나든 직원이 새롭게 지식을 습득하고 해법을 찾아나갈 것으로 믿어주면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에게 '당연히 모든 걸 알고 있을 필요는 없다, 새로운 지식을 배워서 활용해나갈 수 있는 역량을 믿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겁니다. 이런 태도가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바꿉니다."
― 상벌체계에도 그런 사고방식이 반영돼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조직에서 ‘상'은 ‘배움'에 대한 상이 돼야 합니다. 결과물이 좋지 않더라도, 그 실수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면 성공을 거둔 것 못지않게 칭찬하고 상을 주는 조직이 돼야 합니다. 물론 일을 진행할 때 책임감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사실을 습득하고 다음 번에는 어떤 식으로 접근해볼 계획이다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시도는 격려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직원들이 두려움 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배우는 게 없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문제 삼아야죠. 이런 조직에서는 다른 사람의 시도를 지켜보는 직원들도 어떻게 하면 그 일을 도와줄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하고 지식을 공유하며 협력합니다. 자연스럽게 여기저기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창출되는 조직으로 성장해 나가는 겁니다.”
― 이 시대에 맞는 조직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조직원이 무언가 ‘배울 수 있게’ 장려해나갈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이 뭔가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게 동기를 끊임없이 부여할 수 있어야죠. 캐롤 드웩 스탠퍼드대 교수가 쓴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고정된 마음가짐(fixed mindset)’과 ‘성장하는 마음가짐(growth mindset)’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어요. ‘고정된 마음가짐’이란 이미 모든 문제의 답을 알고 있으며 어떤 실패도 경험하지 않겠다고 여기는 자세입니다. 반대로 무엇이든 배워나갈 수 있다는 자세가 ‘성장하는 마음가짐’이죠. 최악의 리더는 고정된 마음가짐을 가진 리더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우리는 앞으로 계속해서 한 번도 직면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들을 풀어가야 할테니까요. 최악의 리더는 이런 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정보를 혼자 쥐고 있으려 하고,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생각으로 직원을 어린애 취급(infantilize)하는 사람이지요. 이런 태도는 조직원의 역량을 리더의 기대치 수준으로 묶어두게 됩니다. 나 역시 조직을 이끄는 리더이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매번 느끼는 일입니다만, 아이도 직원도 내가 기대하는 만큼 행동하고 성장합니다. 처음부터 신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 딱 그 정도의 기대치에 맞게 행동합니다.”
― 리더의 자리에서 정확하게 조직의 상황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징후를 보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조직원이 얼마나 변화를 이끌 때 적극적인지를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건강하지 못한 조직에서는 누구도 먼저 대답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먼저 행동해서 리스크를 대신 져주기를 기다리니까요. 그러나 진짜로 정직하게 돌아가는 조직이라면 '내가 먼저 변화를 주도할게'라고 하죠. 또 한 가지 위험 징후는 아무도 구체적인 지적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무런 문제가 드러나지 않죠. 누구나 뭔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걸 입밖으로 내지 않는 거예요. 방 안의 코끼리(누구나 볼 수 있는데도 모른 척하는 문제들)를 방치하지 않고 이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창업하지 않는 이상 새로운 문화를 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권위적인 조직이 단계적으로 창의적인 조직 혹은 소통이 잘 되는 조직으로 변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좋은 질문을 하세요. 저는 매일 종이 한켠에 내가 오늘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몇 가지로 정리해서 적어둡니다. 적어도 다섯 개 정도는 적어두죠. 그리고 회의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내가 이걸 배우려면 무엇을 물어봐야 할까'를 생각하고, 그와 관련한 질문을 합니다. 재미있게도 내가 뭔가를 배우겠다는 목적을 갖고 질문하면 더 좋은 질문이 나오더군요.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질문거리를 생각하고,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에 대해서도 더 목적을 명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멍청한 질문이 나오더라도 질문이 계속해서 나오는 팀의 실적이 30%는 좋아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멍청한 질문이든 아닌 질문이든, 단답형 대답을 유도하지 않고 생각을 끌어내는 질문은 계속해서 서로가 대화하게 만들고 의문점을 만들고 개선 방향을 찾게 합니다.”
― 회사 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걷기의 중요성도 강조해오신 걸로 압니다.
“미국에서 언행일치를 말할 때 흔히 쓰는 관용구로 ‘walk the talk’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따라 대화와 걷기를 함께해 보는 것이 경영에도 대단히 큰 도움이 되더군요. 실리콘밸리 기업에서는 ‘걷기 미팅’이 널리 퍼진 문화가 됐어요. 출발은 몇 년 전 내 습관을 바꾼 데서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씩 오후 4시부터 젊은 사업가들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는 정기 미팅이 있었는데, 매번 커피숍에 앉아서 하거나 회의실에 앉아서 했죠. 그런데 늘 그런 식으로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아까웠어요. 아이 엄마이자 CEO이자 멘토로 늘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해결하고 싶은 생각이 강했거든요. 특히 운동을 하거나 할 때는 내가 더 생산적인 일에 투자해야 할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힘들었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걸으면서 하는 미팅입니다. 그날 경험은 놀라웠어요. 같은 사람들인데 함께 바깥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훨씬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좋은 날씨를 함께 즐기면서 추억을 쌓았죠.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딱딱한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걷는 것 자체가 ’같은 문제를 직면한 동지'라는 느낌을 준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습니다. 저는 몇 년 동안 이런 '걷기'가 나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관찰해왔는데요, 걸으며 대화하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된 것은 물론 직원들과의 상호소통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기업을 이끄는 리더가 갖춰야 할 거의 모든 미덕을 다 가르쳐주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직원의 말을 경청하는 것, 우리가 '같은 팀'이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죠. 여러 리더들이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기에 어려움을 느끼곤 합니다. 그런데 함께 걸으며 대화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죠.”
― 소규모 그룹이 아닌 대기업에서도 실천이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대기업을 이끄는 사람들은 보통 조직의 규모 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습니다. 그런데 사고방식을 바꿔보세요. 대규모 조직이란 결국 소그룹이 모이고 또 모여 만들어진 겁니다. 한 번은 600여명이 참석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는데, 청중에게 이런 말을 해봤어요. 아무나 한 사람만 붙들고 각자가 오늘 이 콘퍼런스에서 배워가는 점 한 가지를 설명해보라고요. 그리고 30분을 줬죠. 그러자 첫 15분 정도는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면서 한 사람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의견이 맞는 사람끼리 연결점을 찾아 소규모 그룹을 형성했어요. 그 그룹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진짜 교류가 이뤄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겁니다. 이런 문화야말로 연결성이 중요한 소셜시대에 맞는 조직 문화라고 할 수 있겠죠.”
=윤예나 기자
‘기계 vs. 인간 : 테크 빅뱅과 자율 경영'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가 22일 성황리에 폐막했다.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1일부터 이틀 동안 열린 이번 행사에는 기조연설자 10명, 총 40여명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참가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증강현실, 전기자동차, 자율주행, 블록체인, 공유경제, 드론과 로봇 등에 대한 최신 동향과 전망을 나눴다.
‘제4차 산업혁명’을 기회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청중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이틀 행사 기간 동안 총 1000여명의 참관객들이 몰렸다.

◆ 4차 산업 혁명의 본질은 ‘플랫폼, 공유, 자율경영’
이번 기조 강연자 대부분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이 빚어내는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기조 강연자들은 ‘플랫폼’ ‘공유’ ‘자율경영’ 등을 4차 산업혁명에서 기회를 찾고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키워드로 꼽았다.
플랫폼을 강조한 발표자는 둘째날 기조 강연자로 나선 상지트 폴 초우더리(Sangeet Paul Choudary)였다. ‘플랫폼 혁명’의 저자이자 ‘싱커스 50 레이더’에 꼽힌 초우더리는 “4차 산업혁명은 파이프라인(가스 수송관처럼 선형적인 형태의 공급망) 형태의 비즈니스가 대부분이었던 1,2,3차 혁명과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주인공은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활용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키아는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였지만 전형적인 파이프라인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사했고, 애플은 개발자들을 참가시키는 ‘앱스토어’라는 생태계를 만들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면서 “결국 노키아는 망했고 애플은 승승장구했다”고 강조했다.
초우더리는 “사물에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센서를 붙이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 아니다”라며 “이를 토대로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GE와 보쉬 등 전통적인 제조기업들이 애플의 앱스토어 같은 플랫폼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서 강연에 나선 인사들은 ‘데이터 공유’도 강조했다. 교통 등의 공공 정보를 빅데이터화해 이를 공개하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마크 셰퍼드 GE디지털 아태 지역 최고커머셜책임자(CCO)는 통합 빅데이터의 효과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값싼 센싱 기술, 애널리틱스(분석) 기술, 컴퓨팅 파워의 향상으로 통합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이 더욱 쉬워졌다”면서 “통합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는 제조업체와 납품업체, 고객사, 유관 기간과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뉴질랜드 퀸즈타운 공항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공항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 공항은 험한 지형과 안개가 자주 끼는 날씨 탓에 비행기가 착륙하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퀸즈타운 공항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날씨와 비행기의 과거 착륙 데이터를 융합해 착륙 경로를 단순화시켜 1시간에 5대의 비행기밖에 착륙할 수 있었던 것을 12대가 착륙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며 “72만㎞를 운항할 수 있는 연료를 절약했으며, 연착도 20% 줄어들면서 공항 운영의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 역시 공공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도시의 교통문제를 개선했다. 2011년부터 교통 정보 데이터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공개하고 ‘오픈 혁신 플랫폼’을 만들었다. 젊은 창업자들이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이용해 교통 정보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성화시켰고 주요 산업이 됐다. 무인주행차로 나아갈 수 있는 정책적 방향의 단초가 된 셈이다.
로시나 호에테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 최고혁신책임자 겸 최고데이터책임자는 “싱가포르 정부가 교통정보 데이터를 공개한 결과 대중교통 이용과 차량 공유가 편리해졌다”며 “궁극적으로 싱가포르를 보행자 중심의 도시, 차가 지배하지 않는 도시로 만들어 많은 도시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혁신의 단초를 만드는 자율경영도 기조 강연자들이 꼽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비법 중 하나였다.
미국 실리콘밸리 혁신의 ‘제인 본드(Jane Bond·007 영화의 특수 요원 제임스 본드의 여성형)’로 불리는 닐로퍼 머천트 루비콘컨설팅 창업자는 소셜(Social) 시대에 성공하는 기업의 조건으로 ‘인재, 목적의식, 문화’를 꼽았다.
그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경우 기업은 사람보다는 효율성에 중심을 맞췄지만, 소셜 시대에 접어든 지금은 구성원들, 소규모 조직들이 서로 연결돼 (긍정적인) 상호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조직의 가능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여기에 구성원들 각자의 유일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곁들여지면 혁신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자율주행은 꿈이 아닌 현실…블록체인 금융 빅뱅도 가까워져
싱가포르 정부 역시 자율주행 택시와 화물차량을 도입해 ‘차량이 도로를 지배하지 않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싱가폴 정부는 자율주행 화물 차량이 주행하는 ‘지하 터널’을 만들고 버스와 택시, 개인차량 역시 무인화 할 계획이다.
로시나 호에테오는 “싱가포르는 자동차 제조기술이 발전한 나라가 아닌 데다가 자동차 제조기업도 없어 기득권의 영향이 적고 자유로운 편이어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어도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며 “앞으로 중요한 계획은 자율주행버스 이니셔티브이며, 기차에서 버스로 택시에서 개인자동차 순으로 ‘단계적 접근’을 취해 보행자들이 주인이 되는 도로로 바꿔 많은 도시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스테판 마빈 르노 연구개발(R&D) 연구소 혁신 담당임원은 “자율주행차량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운전할 때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운전에 사용하는 시간을 여가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며 “사람이 운전에서 눈을 떼게 만들기 위해 차량의 센서가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때 법적 책임은 제조사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르노는 ‘안전 점검’을 철저히 실행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르노가 최종 목표로 하고있는 자율 주행 차량은 결국 로봇 택시다. 스마트폰으로 다이얼을 누르면 원하는 곳을 데려다 주는 차량이다. 르노는 자율주행 차량이 개발되면서 점차 차량의 내부도 거실의 쇼파 형태처럼 편안함을 추구하는 형태로 바뀔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르노는 긴박한 상황에서 재빠르게 운전자가 직접 운전할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기술적 로드맵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마빈 임원은 “결국 기술과 관련해서 로봇 데이터 융합 기술이 필요하다”며 “로봇이 자동차 운전을 위한 완벽한 시야를 갖기 위해 명확한 데이터 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현철 카이스트(KAIST)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2030년쯤이면 지능화된 무인 이동체들이 일상 생활에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 교수는 “내가 2009년 자율주행 연구를 시작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상용화는 먼 훗날의 이야기였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미국,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에서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무인항공기, 무인차뿐 아니라 자동으로 움직이는 배나 잠수함 기술의 발전 속도가 놀라울 정도”라며 “처음에는 상용화 시점을 2045년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대로라면 10년 이상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그는 “매우 훌륭한 조종사도 단 한 번의 판단 실수로 승객을 죽일 수 있다”면서 “인간의 판단력에 인공지능, 딥러닝 등의 기술이 접목되면 완벽에 가까운 자율주행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에서는 국내외 금융기관과 기업이 주목하는 블록체인도 심도있게 다뤘다. 팀 스완손(Tim Swanson) R3CEV 컨소시엄 최고 리서치 책임자는 ‘블록체인과 금융빅뱅’이라는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블록체인 상용화 해법을 제시했다.
팀 스완손 R3CEV 최고 리서치 책임자는 “공공 블록체인은 일반적으로 계약 관계, 조건, 소비자 보호 등을 보호할 체계가 거의 없기 때문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거나 문제가 있을 때 결과적으로 책임을 물을 사람이 없고 시스템도 폐쇄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공공 블록체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프라이빗(Private)’ 블록체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사용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계약 당사자를 알 수 있고, 법적 계약도 할 수 있다"면서 “특정 기관과 연계돼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정에 소송도 제기할 수 있어 많은 기업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 1000여명 몰린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미래창조과학부와 서울특별시, 국회 제4차산업혁명포럼이 주최하고 조선비즈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IT업계 종사자 뿐만 아니라, 보험, 금융, 유통, 미디어, 교육 등 다양한 업계 종사자들이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라이브 이벤트 애플리케이션인 ‘콩콩(congkong)’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담자에게 질문하거나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행사장에 마련된 전시 부스에도 관람객들로 붐볐다. 이날 전시부스엔 7개의 IT⋅클라우드 기업이 자리했다. 엔쓰리엔, 와탭랩스, 한다시스템, 크로센트, NHN엔터테인먼트는 의료, 금융, 교육 분야와의 융복합 서비스·솔루션을 전시해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기조 강연을 한 시에관홍의 회사 원모어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보기 위해 전시 부스를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
22일 조선호텔 2층 오키드룸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미래의료, 클라우드에서 답을 찾다!’라는 주제로 제9회 클라우드 데이가 열렸다. 미래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가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의료 관련 기관(병·의원, 솔루션·장비 기업, 유헬스 기업 등)과 클라우드 전문 기업, 벤처캐피탈(VC)등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송희경 새누리당 국회의원(국회 제4차산업혁명포럼 공동 대표)은 “왓슨이다, 알파고다 해서 인공지능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비즈가 훌륭한 행사를 만들어 대한민국이 4차 산업 혁명의 기회를 찾는 데 큰 도움을 줬다"면서 “인간과 기계는 공존해야하며 인간은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는 도구로 기계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콘퍼런스에 참가한 공정배씨는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정말 오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었다”면서 “앞으로 조선 비즈에서 하는 이 행사는 필수로 참여할 것 같다. 한마디로 주옥같다”고 말했다.
=류현정 기자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창업해 1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어떻게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겠습니까.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실패한 사례도 많이 봤습니다. 결국 해답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성장 비밀에 있었습니다. 혁신은 1%의 작은 개선에서 시작합니다.”
마크 셰퍼드(Mark Sheppard) GE디지털 아태 지역 최고커머설책임자(CCO)는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에서 “GE는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스타트업 성공 비결을 다룬 책 ‘린스타트업’을 기반으로 패스트웍스(Fastworks)라는 새 규범을 만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패스트웍스는 거대한 기업인 GE가 마치 스타트업처럼 운영될 수 있도록 수년 간 진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작업 및 운영 체계를 의미한다. GE는 전 세계 30만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거대한 제조기업이지만, 스타트업처럼 회사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작게 시작하는 1% 개선을 무시하면 안된다”면서 “GE가 제조하는 가스 터빈의 ‘업타임(up time·기계, 장치 등이 정상 상태를 유지하면서 사용을 계속할 수 있는 시간)’을 1%만 높이면 50억~70억 달러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또 “GE의 엔진으로 움직이는 화물열차의 경우 속도가 18마일 정도로 느리지만 이를 1마일만 늘릴 수 있다면 2억 달러의 매출 상승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셰퍼드 CCO는 통합 빅데이터의 효과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뉴질랜드 퀸즈타운 공항 사례를 들면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공항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공항은 험한 지형과 안개가 자주 끼는 날씨 탓에 비행기가 착륙하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날씨와 비행기의 과거 착륙 데이터를 융합해 착륙 경로를 단순화시켜 1시간에 5대의 비행기밖에 착륙할 수 있었던 것을 12대가 착륙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행기 역시 착륙이 쉬워짐에 따라 72만㎞를 운항할 수 있는 연료를 절약했으며, 연착도 20% 줄어들면서 공항 운영의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값싼 센싱 기술, 애널리틱스(분석) 기술, 컴퓨팅 파워의 향상으로 통합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이 더욱 쉬워졌다”면서 “통합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는 제조업체와 납품업체, 고객사, 유관 기간과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셰퍼드 CCO는 GE가 산업용 인터넷을 통해 인간과 기계를 연결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병원에서도 큰 효율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 병원에서는 간호사가 하루에 30분 정도를 의료기기와 장비를 찾는데 시간을 허비한다”면서 “병원 내 근무하는 직원과 해당 기기를 연결해줌으로써 의료장비를 제때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물 내 트래킹(추적) 기술을 도입해 사람을 찾거나 의료 장비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셰퍼드 CCO는 또 GE가 ‘프레딕스(Predix)’라는 자체 산업 인터넷 플랫폼을 애플이나 구글처럼 오픈 소스로 개방해 산업용 경제 애플리케이션을 누구나가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GE는 비전통적인 업체들로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스타트업처럼 사고할 수 있도록 변모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GE는 인간과 기계의 협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기술 개발뿐 아니라 업무 방식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인효 기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21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막한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에 참석해 “제4차 산업혁명은 이제 현실이 돼가고 있다”며 “클라우드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은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GE,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이 첨단 ICT를 활용해 혁신을 이끌어낸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융합을 넘어 인간과 기계가 협업해 기존 산업과 서비스를 혁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그간 한국은 따라가는 데 능한 사람은 많았지만, 아이디어를 갖고 선두로 치고 나가는 사람은 부족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며 “소프트웨어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한국이 주도하도록 만들기 위해 지난해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디지털콘텐츠 등 10대 전략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K-ICT 전략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또 올해에는 인공지능, 가상현실·증강현실, 자율주행차 등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선정해 범정부 차원에서 육성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정부는 향후 10년 간 1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국가전략 프로젝트가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며 “철저한 준비와 노력으로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
안녕하십니까.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최양희입니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는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의 개막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우선 바쁘신 가운데에도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 행사에 참석해주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님, 송희경 의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오늘 이 행사를 준비해주신 송의달 조선비즈 대표님과 강연과 발표를 위해 먼 길을 와주신 해외 참석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스마트클라우드쇼는 클라우드컴퓨팅 산업을 비롯해 급변하는 ICT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올해 행사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기업의 혁신전략, 가상현실·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시티 전략 등을 포함해 ICT 생태계 전반을 폭넓게 논의한다고 하니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이종 기술 및 산업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우리 사회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제4차 산업혁명은 이제 현실이 돼가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이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특히 클라우드컴퓨팅,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새로운 ICT 기술은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글로벌 제조사인 GE는 클라우드와 IoT 등을 활용해 생산 공정 과정의 혁신을 이끌고 있고, IBM이 만든 닥터 왓슨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암을 진단하고 이미지분석 기술을 통해 암 조직 검사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이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융합을 넘어서 인간과 기계가 협업해 기존 산업과 서비스를 혁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정부는 한국형 4차 산업혁명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한국에는 그간 따라가는 사람은 많았지만, 아이디어를 갖고 선두로 치고 나가는 사람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어려서부터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토론하는 한편 소프트웨어를 교육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실력이 풍부해졌을 때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정책 제도가 필요합니다. 국회도 여야를 막론하고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여러 가지 포럼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함께 논의해 정책과 전략으로 만들겠습니다.
정책에서 저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잘 반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규제와 틀에 갇히는 게 아니라 자유로운 사고, 그러면서 튼튼해지는 혁신이 필요합니다. 또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임팩트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토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초 다보스 포럼에서도 언급됐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고 가진 자만 더 잘 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걸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렇지 않은 방법으로 국가를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등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합니다.
정부는 우선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혁신을 진행할 것입니다. 2018년도부터 이것을 초·중교에서 차례대로 하려고 합니다. 또 공학교육 혁신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능정보사회 종합 대책도 곧 발표하고 실행할 예정입니다.
미래부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작년에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디지털콘텐츠 등 10대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K-ICT 전략을 수립해 추진 중이며, 금년에는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 자율주행차 등 미래 국가발전 및 경쟁력 제고와 직결되고 경제‧사회적 파급력이 높은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선정해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향후 10년 간 1조6000억원의 투자와 함께 신기술 적용을 제한하는 규제 혁파, 민간과의 협업 등을 통해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준비하는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우리 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정부는 K-ICT 전략 및 국가전략 프로젝트의 차질없는 시행과 지능정보사회 종합대책 마련 등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선도해 나가겠습니다.
오늘 개막하는 국내 최대 테크 컨퍼런스인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 행사가 우리에게 제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영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해주신 관계자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이 행사가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더불어 참석하신 여러분 모두에게 행운과 건강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전준범 기자
글로벌 태양광 기업들이 앞다퉈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해 세계 태양광 발전단지 건설 규모가 60기가와트(GW)에 근접하거나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원자력 발전소 건립 규모보다 3배 이상 많은 양이다.
2017년에 태양광의 그리드패리티(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와 기존 화석 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가 올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태양광에 대한 기업의 R&D 투자가 늘고 있다.

◆2017년은 그리드패리티 변곡점?...태양광 R&D 투자 늘리는 기업들
‘에너지혁명 2030’ 저자 토니세바는 지난 8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6 미래에너지포럼'에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태양광 시장은 매년 41%씩 성장했다”며 “기술의 발전으로 가격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얻고 있는 가운데, 2017년에는 태양광 에너지 생산 단가가 기존 에너지 생산 단가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현 OCI 사장도 지난 13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올해 태양광 설치 규모가 원자력 발전의 3배, 석탄발전의 1.5배 규모인 60GW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시장이 이만큼 커졌다는 것 자체가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지금 태양광 산업의 문제는 기존 전력망과 전력 계통이 (에너지 변동성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과 보급을 위한 에너지 산업 정책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글로벌 태양광업체들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빅데이터 등에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메이저 태양전지 모듈 제조업체인 잉리그린 에너지(Yingli Green Energy)는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매출의 4%인 6380만달러를 썼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4830만달러를 사용해 세계 태양광 모듈 업체로는 두 번째로 많은 규모를 투자했다. 트리나솔라(3410만달러), JA솔라(2300만달러), 징코솔라(2220만달러) 등 중국업체의 투자도 뒤따랐다.
작년 초 독일 큐셀과 한화솔루원을 합병한 한화큐셀은 2014년(1380만달러)에 비해 R&D 투자 규모가 3배 넘게 늘었다. 현재 독일의 연구소에만 200여명의 연구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단일 연구소로는 최대 규모다.
차문환 한화큐셀코리아 대표는 “태양광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종합적인 솔루션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태양광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태양광과 배터리 융복합 기술 개발, 셀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 분석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 메이저 기업도 탈(脫)석유 몸부림...에너지신사업 투자 행렬 가속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를 비롯해 엑손모빌, 셸, BP, 토탈 등 세계 석유 메이저 기업들도 탈석유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아람코를 이끄는 무함마드 빈 살만 부왕세자는 아람코 주식을 상장하고, 이 자금을 바탕으로 석유 없는 경제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장기 경제 개혁 정책을 지난 4월 발표했다. ‘비전 2030’이라고 명명된 이 전략은 저유가가 장기화 된 가운데, ‘석유 중독'을 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
유럽 최대 석유회사 셸은 지난해 영국 가스회사 BG그룹을 530억달러에 인수했다. 지난달엔 수소·바이오연료·풍력 사업을 전담하는 신에너지 사업부를 만들었다.
유럽 3위 석유회사인 토탈도 지난 5월 배터리 제조회사 샤프트를 11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토탈은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샤프트가 제조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모아놓았다가 공급하는 전력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 1위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위한 30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마련했다. BP는 '탈석유 전략'을 내세우고 대체에너지 사업부를 신설했다.
미국 GE는 지난달 사우디 정부와 항공·담수 사업에 10억달러, 에너지·해양 제조 시설에 4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사우디의 산업과 디지털 분야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키워드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와 기존 화석 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 최근 화석연료 고갈 문제와 대기오염 등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대량생산과 보급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이 생겨야하는데, 부품개발과 기술개발 등을 통해 생산원가가 낮아져 기존 화석에너지의 생산원가에 이르는 변곡점을 말한다. 국제유가가 상승할수록, 신재생에너지 관련 부품의 가격이 하락할수록 그리드패리티에 가깝게 도달할 수 있다.
“1900년에 찍은 뉴욕 5번가 사진을 보면 거리에 마차가 가득 차 있습니다. 자동차는 딱 한 대 뿐이죠. 만약 당시 누군가가 ‘자동차만 남고 마차는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면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입니다.”
“1913년 사진엔 같은 거리가 자동차로 뒤덮였습니다. 반대로 마차가 한 대 뿐이죠. 이렇게 변하는데 13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자동차는 마차를 완전히 사라지게 만든 파괴적인 기술이었습니다. 지금도 이런 파괴는 일어나고 있습니다.”

‘에너지혁명 2030’의 저자 토니 세바(Seba)는 6월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6 미래에너지포럼‘에 참석, “에너지 인터넷(internet of energy)이 기존 에너지·교통 산업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를, 내연기관 자동차가 마차를 대체한 것처럼 에너지 기술이 현재 에너지·교통 산업을 완전히 바꿀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수년 내 에너지 산업 전반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세바는 “2017년부터 태양광 발전이 기존 발전 방식을 압도하고, 2030년엔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변화를 이끌 6가지 기술로 센서, 에너지 저장, 전기자동차, 태양광,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을 제시했다.

◆ 모든 사물에 센서 탑재… 에너지 저장 기술 주목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센서 숫자는 1000만개에서 100억개로 1000배 늘었습니다. 반면 센서 비용은 1000배 싸졌죠. 이 추세가 계속되면 1년에 10조개의 센서가 추가됩니다. 모든 제품이 센서를 갖게 될 겁니다.”
세바는 센서 기술이 에너지·교통 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센서 기술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자율주행차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세바는 “구글이 2012년 자율주행차에 탑재한 센서(LIDAR)를 발표했을 때 가격이 7만달러였는데, 1년 후 2세대 제품은 1만달러로 싸졌다. 2014년엔 1000달러로 떨어졌다. 곧 25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센서 기술의 발전으로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가능해졌고 모든 사물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에너지 저장 기술도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 낼 것으로 봤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비용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배터리가 급격히 늘어나고 궁극적으론 발전 시설과 송전 시설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2010년 이후 매년 16%씩 배터리 제조 비용이 떨어지고 있다.
그는 “BYD, 폭스콘, 삼성SDI, LG화학 등 많은 기업이 대규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2020년엔 커피 한 잔 가격에 하루 동안 사용할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모든 사물에 배터리가 장착되고 연결된다면 배터리 인터넷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 전기차發 파괴 대비해야… 빅데이터·인공지능도 한몫
세바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를 예로 들며 전기차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테슬라 모델S는 2013년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됐습니다. 올해의 전기자동차가 아닙니다. 고객 평가 점수는 100점을 넘어 103점을 받았습니다. 2030년이 되면 새로 출시되는 자동차는 모두 전기자동차가 될 것입니다.”

2017년엔 4만달러 가격의 전기자동차가 나오고, 2020년엔 3만3000달러로 전기차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내연기관 자동차와 가격 차이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가격 차이가 없어지는 순간 효율, 성능이 내연기관보다 앞서는 전기차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연료 효율이 20% 수준이지만 전기차는 90~95%라고 설명했다. 움직이는 부품 개수도 내연기관 자동차(2000여개)에 비해 전기차(100개)가 훨씬 적다.
그는 “포르셰 성능의 자동차를 뷰익 가격에 살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사진기를 대체한 것처럼 폭발적인 와해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세바는 태양광 에너지 기술도 언급했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41%씩 태양광 시장이 성장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곧 전세계 에너지 생산량의 100%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게 세바의 주장이다.

세바는 “태양광 에너지 생산 단가가 기존 에너지 생산 단가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가 2017년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도 에너지 혁명을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바는 “우린 역사상 가장 큰 파괴의 문 앞에 있다. 에너지·교통 부문에서 엄청난 파괴가 있을 것이고 2030년이면 그 과정이 끝난다. 파괴에 동참하거나 파괴의 대상이 되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만 남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