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탈중국화를 시도한다 해도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중국은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중국은 고도의 기술·금융을 수출해 외수를 키우고 국산화를 통해 내수를 육성하는 ‘쌍순환 경제’로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중국 경제 전문가 안유화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금융학과 교수는 2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0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시노믹스,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가 미국의 시장 자본주의에 무너질까’를 주제로 강연했다. 안 교수는 중국 출생으로 옌볜 대학 교수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에서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 연구 및 경제개발 정책가로 활동 중이다.

안유화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금융학과 교수가 2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0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안유화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금융학과 교수가 2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0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안 교수는 최근 미국과 중국이 경제·군사·문화를 둘러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 대해 "새로운 패권국가가 등장할 시점이 되긴 했지만 미국이 앞으로 몇십년간은 계속 패권을 가져갈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중국의 부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 교수는 미국이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며 ‘탈중국화’ 또는 ‘탈동조화’를 시도하는 데 대해 "과거에는 미국이 고용주이고 중국과 주변국이 피고용인인 미국 중심의 글로벌 밸류체인이었지만 지금 중국은 큰 시장과 기술을 바탕으로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갖추면서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대체 불가능한 국가가 됐다"며 미국이 탈중국화로 기존의 패권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을 대체할 국가로 인도와 베트남이 제시되고 있는 데 대해 안 교수는 "인도는 중국에 버금갈 만큼 인구 규모를 갖추고 있지만 교통 등 인프라가 부족하고 종교나 민족 갈등이라는 리스크가 있다"며 "또 베트남은 인구가 1억이 채 되지 않아 임금 비용이 중국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 교수는 미래 4차 산업이 도래하면서 미국의 탈중국화 시도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술 개발이 더 어려워지고 투자 비용도 기존보다 10배는 더 들 것이기 때문에 이럴수록 각자도생보다는 분업이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교수는 "중국은 글로벌 4차 산업 밸류체인에서 지식재산권(IP)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특히 인공지능(AI)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가고 있다"고 했다. 또 중국은 큰 시장과 인력을 바탕으로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외수와 내수를 동시에 키우는 ‘쌍순환 경제’로 생존 전략을 실행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견제할 때 기술을 연마해 기술 수출국으로서 외수를 키우고 국가 단결과 국산화를 통해 내수 시장을 키워 쌍순환 경제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중국이 심천을 쌍순환 전략의 중심지로 키울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홍콩 옆에 있는 심천에 국제 도시로서의 홍콩의 기능을 옮겨와 세계적인 기술, 금융, 물류의 허브로 키우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중국이 글로벌 4차 산업 밸류체인에서 기술적인 요충지가 되면 한국에도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한국 등 주변 기술 국가들과 함께 아시아의 4차 산업 시장을 키우게 될 것"이라며 "주변국 인재 관리도 중요한 전략이기 때문에 한국 등에서 인재를 데려오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든 ‘재정 리플레이션(reflationary·경기 부양)’ 정책을 포기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미국의 산업정책과 대외경제 정책은 변화가 있을 전망입니다. 무역, 에너지·기후 등 일부 분야에서 두 후보 간 정책 차이가 뚜렷해서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략경제 전문위원으로 있는 유승민 삼성증권 (44,300원 ▼ 2,600 -5.54%)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2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0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서 미 대선 이후 미국의 주식시장과 한국 시장에 대해 전망했다. 그는 미 대선 후에도 위험자산 랠리가 이어지지만 대선 결과에 따라 산업의 성장 분야가 차이 날 것으로 내다봤다.

유 팀장은 이날 강연에서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확장적 재정 기조, 즉 리플레이션 정책은 계속될 것"이라며 인프라 부문은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유망할 것으로 봤다. 리플레이션은 불황기에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통화 재팽창을 뜻한다.

유승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이 2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0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이 2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0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리플레이션 정책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산업정책과 대외경제 정책에서는 다른 입장을 보인다고 유 팀장은 설명했다. 유 팀장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에너지·기후, 일반 무역 등을 중심으로 주요 정책이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바이든 후보는 파리 기후협약 재가입, 화석 연료 보조금 종료, 재생 에너지 사업 지원을 비롯해 동맹국과 우호적인 통상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상태"라며 "반면 대중무역과 헬스케어, 법인세 분야에서는 변화의 폭이 작을 것"이라고 했다.

유 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지금까지 유지해온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법인세 축소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보다 미 우선주의 기조가 강한 만큼 미국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다만 두 후보가 중국을 견제하는 입장은 동일하다고 봤다. 유 팀장은 "지역별 주식 배분 전략에서 중국은 비중 축소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이고, 코로나로 인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인식은 과거보다 악화했다"라며 "누가 당선되든 미국의 대중 인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또 유 팀장은 "어느 정권이든 경제 부문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는 더 노골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주요 동맹국들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한국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에서 한국에 반중(反中)동맹에 함께 참여하라고 압박한다면 과거 ‘사드(THAAD) 사태’ 못지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중국과 관련된 소비 섹터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한미 관계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입니다. 한국은 동맹관계를 회복시키는데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할 것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트럼프가 지난 4년간 제기했던 요구사항(방위비 분담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봐야합니다."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하는 '2020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제임스 김(James Kim·사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제임스 김(James Kim·사진)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2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0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했다. 선거분석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10월 4~17일 기간 중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국 단위로 평균 51.3%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대통령(42.4%)을 8.9%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웹 검색 단어를 빅데이터화해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웹 검색 단어만 분석해보면 바이든에 대한 관심이 트럼프 대통령이나 코로나 등 다른 이슈들에 비해 낮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더욱 놀라운 점은 ‘희망’(hope)이나 ‘변화’(change) 또는 ‘향상/전진’(progress)과 같은 개념을 많은 웹 이용자들이 트럼프와 연관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에서는 뒤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웹 검색을 통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는 진단이다.

미 대선 결과가 수개월 이상 확정되지 않아 국내·외 경제와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국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했을 경우나 바이든 후보가 패배했을 경우 양 후보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법정 공방으로 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 이런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주장이다.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개표 시간이 지연될 수 있고 양 후보 모두 불복할 가능성도 높다"며 "미 대선 결과가 확정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위험이 있다"고 했다.

미 대선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요인으로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율을 꼽았다. 2016년 대선 당시에도 투표 참여율이 61.4%로 2000년 대선 이후 가장 낮았는데 이번 대선에서 또 다시 투표율이 낮아지면 선거결과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는 진단이다.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바이든에 대한 비호감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자 또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가 지난 대선때처럼 투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미국의 리더십과 세계 시장에서의 역할 차이를 꼽았다. 바이든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유무역체제 아래서 다시 세계의 리더 역할을 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 국익을 최우선에 놓고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국에 대한 방위비분담이나 전작권 전환에 대한 압박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한·미관계는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은 국제 다자협력체제에 더욱 적극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억제력 강화와 전략적 인내심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집착이 더욱 깊어질 것이고 한미 동맹관계에서 지난 4년간 미뤄왔던 요구사항(방위비 분담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에 대한 압박 수위가 한단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미국 대선 이후의 세계경제 흐름을 진단하고 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2020 글로벌경제·투자포럼’이 20일 오전 9시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막을 올렸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이날 포럼은 조선비즈 유튜브 채널과 조선비즈 홈페이지 등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된다.

이날 포럼은 제임스 김(James Kim)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이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서 미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약이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망한다. 제임스 김 연구원은 미국 내부의 정치 현황과 정책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해왔다.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하는 ‘2020 글로벌경제·투자포럼’이 개막했다.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하는 ‘2020 글로벌경제·투자포럼’이 개막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석달, 넉달이 지연될 수도 있다"며 "이에 따라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이 적지 않은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 번째 기조연설자인 안유화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금융학과 교수는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인 ‘시노믹스(시진핑+이코노믹스·Xinomics)’가 미국의 시장 자본주의에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분석을 제시한다. 안 교수는 중국 출생으로 옌볜 대학 교수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에서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 연구 및 경제개발 정책가로 활동하고 있다.

세 번째 기조연설자인 홍춘욱 EAR 리서치 대표는 저금리 시대에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미래에 대한 분석을 제시할 예정이다. 홍 대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키움증권 (128,500원 ▼ 7,500 -5.51%)투자전략팀장(이사) 등을 거쳐 숭실대학교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각 기조연설 후에는 세션별로 강연이 진행된다. 첫 번째 기조연설 후 1세션에서 유승민 글로벌투자전략팀 팀장(이사)이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 증시와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망한다.

2세션에서는 가우정지 한화자산운용 China Equity 운용팀 팀장이 중국 증시 전망에 대해 진단하고 3세션에서는 베스트셀러 ‘부의 대이동’의 저자인 오건영 신한은행 IPS 기획부 부부장이 금과 달러 자산의 향방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이 중단된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3·4호기 예정지.

"원자력 발전으로 태양광·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원전으로 수소를 생산하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하재주 원자력학회장)

6일 한국원자력학회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략 포럼’에서 에너지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무(無)탄소 에너지원인 태양광·풍력과 원전, 수소를 모두 활용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재주 원자력학회장은 개회사에서 "기후위기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무탄소 에너지원인 신재생 에너지, 원전, 수소는 모두 단점을 보유한다"며 "원전의 위험성,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수소의 까다로운 생산·수송·저장이라는 단점을 극복하면서 각 에너지원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경제성도 갖춘 에너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재생에너지 발전의 효율성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호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한국에너지학회 수석부회장)는 "2050년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은 2018년과 비교해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시설을 강제로 닫지 않는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태양광 관련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난 10년간 비용이 80% 가까이 급격히 절감된 영향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재생에너지 생태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보급과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에 비해 기존 인프라 준비가 미흡하다"며 "재생에너지는 생산하는 곳에서 바로 소비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그런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100% 계통에 물리는 형태"라고 했다.

박 교수는 재생에너지 설비공급이 빠른 제주도는 이미 발전량 증가로 출력제약(curtailment)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런 출력제약은 낭비 요소가 많은데 이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기후대응에서 원전의 역할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려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원자력 증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며 "원전을 2030년까지 지금의 약 2배, 2050년이면 약 6배까지 늘려야 기후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중립이라는 기후대응 목표를 달성하려면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의 도움 없이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태양광·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해야 하는데, 원전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지금은 하루 4시간 돌아가는 태양광을 대체하려면 나머지 20시간을 가스에 의존해야 한다"며 "그러나 가스를 보조발전원으로 자주 사용하게 되면 출력변동으로 인해 효율이 석탄발전보다 못한 수준으로 떨어질 뿐 아니라 메탄가스도 배출된다"고 했다. 보조발전으로서 가스는 환경성은 물론 경제성도 나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안정적이면서도 유연한 운전이 가능한 무탄소 발전원인 원전을 국가 에너지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원전은 가스복합발전과 비교해 출력 조절이 쉽고 운전 중 탄소배출량도 제로(0)"라며 "대한민국의 무탄소 미래를 위해 원전을 보조발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 방법으로 자율운전이 가능한 미래형 원자로와 분산전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소형모듈원전(SMR)을 제시했다.

또 원전이 제 역할을 하려면 안정성이 확인된 원전의 계속운전을 허용하고,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해 20년간 계속운전하면 발전량은 15조7000억kWh(킬로와트시)로 늘고 한국전력 (23,650원 ▼ 300 -1.25%)의 매출은 같은 기간 600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의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면 발전량은 10조kWh에 머물고 한전은 600조원을 LNG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남는 게 없다"고 했다.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중 하나인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이 이틀간의 여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폐막했다. 삼성전자, 노키아, 아마존웹서비스(AWS), 오라클, 퀄컴,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이 총출동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 ICT 흐름을 진단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24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주제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 둘째날 행사는 토미 우이토 노키아 모바일네트워크그룹 총괄 사장과 이영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고문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5G,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될 신기술을 다뤘다.

24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주제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 둘째날 행사 모습.
24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주제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 둘째날 행사 모습.

콘퍼런스는 전날에 이어 전체 누적 시청건수 약 5000회를 돌파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시청자들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미래 ICT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데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얻었다", "글로벌 테크 리더들이 제시하는 청사진에서 '위기가 기회'라는 말의 의미가 강하게 와닿는다", "코로나19라는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 오히려 새로운 기술 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장 시의적절한 콘퍼런스였다" 등 호평이 잇따랐다.

◇클라우드 기반 新기술로 '향기'까지 느끼는 시대 온다

우선 기조연설에서 토미 우이토 노키아 총괄사장은 코로나19로 촉발된 디지털 대전환이 네트워크, 데이터 트래픽 폭증으로 인한 과부하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최근 대세로 떠오른 ‘엣지 클라우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이토 사장은 "락다운(Lock-Down·이동제한 등 전면통제) 기간 줌이나, 웹엑스(시스코), 팀즈(MS) 등 화상회의 앱에 상당히 의존해 왔다"면서 "이 앱들의 데이터를 엣지 클라우드로 바로 근처에서 처리할 수 있다면, 네트워크 부하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영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고문은 5G에서 한 발 더 나아간 6G 시대의 비전을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무선 네트워크 가상화·최적화가 다가올 6G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6G 도입과 함께 AR(증강현실)·VR(가상현실)보다 몰입도가 높은 ‘XR(혼합현실)’ 시대가 올 것"이라며 "사람과 기기를 홀로그램을 띄워 눈 앞에 있는듯 소통할 수 있는 영화 같은 일이 가능해진다"고 예측했다.

이영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고문이 24일 진행된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영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고문이 24일 진행된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어진 클라우드 세션에서는 국내외를 대표하는 클라우드 기업들이 대거 연사로 나서 AI, XR 등 혁신 서비스의 근간이 될 클라우드 기술 동향을 소개했다. 첫 연사로 나선 슬라빅 디미트로비치 AWS 솔루션즈 아키텍처 총괄은 무작정 클라우드를 도입하기보다는 소비자 수요와 기술의 과학적 검증을 강조했다.

디미트로비치 총괄은 "지난 8년간 수십 곳의 고객사와 협력하며 클라우드 도입에 실패하는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서류만 보고 실제 검증과 소비자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단순히 제안서만 보고 무작정 클라우드를 도입할 것이 아니라 직접 실사를 통해 실험하고 개념 증명을 하는 과학적 방법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클라우드 중에서도 사스(SaaS·소프트웨어 클라우드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 대표는 "향기·분위기·사람의 몸짓 등 대면 소통으로만 느낄 수 있던 요소들을 앞으로 클라우드, 그중 사스(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재현해낼 것"이라며 "이들에 의해 재택근무가 기본이고 사무실 출근은 부수적인 일이 되는 ‘재택 퍼스트’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해광 삼성SDS 클라우드 기술 담당 상무는 난무하는 클라우드 기술 속에 '선택장애'에 빠진 기업들에게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제안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퍼블릭 클라우드와 사내 시스템에 대한 정보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는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결합한 형태다. 그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에서는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 등 개발환경을 구축하는 데만 2주가량이 소요되지만, 애플리케이션을 마치 하나의 컨테이너처럼 독립적으로 나눠 설계한다면 이 시간을 단 하루로 단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AI는 인류의 조력자이자 동반자

비대면 산업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AI 세션에서는 세계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큰 AI 스타트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안면인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센스타임의 제프 스(Jeff Shi) 아태사업부 사장이 첫 연사로 나섰다. 스 사장은 팬데믹 상황에서 AI 기술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로봇, 신약 개발 가속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스 사장은 "센스타임의 AI 기술이 의료에도 적용되고 있다"면서 "기술 적용 전에는 하루에 의사 1명당 140장의 CT 이미지를 분석했으나, 기술 적용 후에는 1시간에 최대 150명의 환자를 진단할 수 있게 돼 병원 업무를 효율적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또 대중교통에 적용된 비대면 AI 솔루션 기술, 주요 은행에 도입된 비대면, 맞춤형 고객 서비스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제프 스(Jeff Shi) 센스타임 아태사업부 사장이 24일 진행된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에서 온라인으로 강연하고 있다.
제프 스(Jeff Shi) 센스타임 아태사업부 사장이 24일 진행된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에서 온라인으로 강연하고 있다.

AI는 단순히 사람의 물리적 위험성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인지노동(정보처리나 의사결정을 하는 일)을 경감시키는 데에도 큰 효용성을 발휘할 전망이다. 이철배 LG전자 선행디자인연구소장 전무는 "연구에 따르면 오는 2029년 (AI 기술 진화에 따라) 초고도화된 생산성의 시대가 오면, 밤새 1차 서류를 검토하는 초짜 변호사 직업이 사라지는 등 일자리가 없어지고 잉여시간이 보편화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AI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가이 커크우드 유아이패스 수석 에반젤리스트는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는 오히려 사람들이 하고 싶지 않은 일들,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을 자동화해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게 만든다. 즉 RPA는 직업을 없애는 게 아니라 직무를 개선해 줄 것"이라고 했다.

커크우드에 따르면 유아이패스의 RPA를 쓰는 미국의 한 연방기관이 800명에 가까운 인력이 투입되는 특정 업무의 효율성을 70% 높였다고 한다. 기존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커크우드는 "직원들은 보다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면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며 "자동화 때문에 고용률이 줄어든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특별강연자로 나선 에드워드 조우 화웨이 글로벌 대외협력부문 부사장은 코로나19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각국의 경제 회복을 위해 5G, AI 같은 신 인프라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대대적 정부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산업과 생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며 "경제 회복과 장기적 성장을 위해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며 정부의 대대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산업과 생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경제 회복과 장기적 성장을 위해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24일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 두번째 날 특별강연에 나선 에드워드 조우(Edward Zhou) 화웨이 글로벌 대외협력부문 부사장은 "5세대 이동통신(5G)·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동력 삼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가적 경제 성장과 구조 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에 참석한 에드워드 조우 화웨이 글로벌 대외협력부문 부사장.
24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에 참석한 에드워드 조우 화웨이 글로벌 대외협력부문 부사장.

이날 조우 부사장의 강연 주제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극복에서 경제 회복까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ICT’였다. 그는 "코로나19는 여전히 확산 단계로, 선진국 경제는 2022년에야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은 물론 유럽·중국 등 세계 각국이 디지털·친환경·의료 분야의 대대적 투자로 경기 회복을 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은 그린·디지털 뉴딜을 선언했고, 유럽연합(EU)은 총 1조8500억유로(약 2528조 2285억원)를 투입해 경제를 부양할 계획이다. 독일 정부도 친환경 모빌리티 기술을 중심으로 1300억유로(약 177조 6500억원) 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바 있다.

중국도 코로나19 타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보·융합 분야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혔다. 조우 부사장은 "중국에서는 디지털 솔루션이 탄력성과 경기 회복을 돕고 있다"며 "디지털 솔루션은 취업·금융·대외무역·외자유치·투자·예측안정화 등 ‘6원(六稳)’과 이를 이루기 위한 ‘6보(六保)’전략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6원은 중국 정부의 6가지 경제 부양 방향, 6보는 경제 부양을 위한 6가지 보장 방안을 뜻한다.

중국 정부가 정의한 신(新) 인프라에는 인터넷·빅데이터·AI·5G·과학 기술 등이 포함된다. 조우 부사장은 "중국 정부는 신 인프라에 2020년 한해만 총 1조2000억위안(약 206조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그 중 5G는 신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며 "5G는 소비자에게 전례 없는 몰입감을 선사할 것이며, 자율주행 및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선 5G에 수십억달러가 투자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미 산업 분야 곳곳에 5G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닝보 베이룬항과 허베이 탕산항에서는 원격 크레인 제어와 자율 컨테이너 트럭 운전이 사용되고 있고, 푸젠 장인항은 영상 감시에 5G를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조우 부사장은 "항구가 많은 한국에서도 5G 기술을 활용해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끝으로 조우 부사장은 디지털이 경제 회복의 핵심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디지털 및 ICT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힘을 보태며, 글로벌 파트너십과 협업을 장려해야 한다"며 "ICT 분야 선두 국가 중 하나인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시가 주최하고 조선비즈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행사다. 23·24일 이틀간 조선비즈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한다.

"AI(인공지능) 기술의 가장 큰 가치는 시니어와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AI는 언제 어디서나 함께하는 동반자로 발전 중입니다."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유닛장은 24일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에서 ‘일상으로 들어온 인공지능’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유닛장은 24일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에서 ‘일상으로 들어온 인공지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유닛장은 24일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에서 ‘일상으로 들어온 인공지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1930년에 처음 개념화 된 AI는 발전이 오랫동안 주춤하다 알파고에서 활용된 ‘머신러닝 기술’이 등장하며 최근 본격적인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먼저 박 유닛장은 영화를 예시로 AI 발전사를 설명했다. 그는 "영화에서 AI를 다룬 것은 50년이 지났는데 대표적으로 크게 ‘2001 오딧세이’, ‘터미네이터’, ‘HER(그녀)’, ‘채피’로 4가지 유형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AI 발전도 그래프.
AI 발전도 그래프.

▲인간보다 방대한 지식을 보유한 논리적 컴퓨터 2001 오딧세이 ▲인간보다 힘이 강하면서 공격자인 동시에 정의로운 터미네이터 ▲다정다감하고 감성적인 HER ▲사람처럼 성장해가는 로봇 AI 채피로 구분된다는 것.

박 유닛장은 "영화속에서 상상 속으로 그려진 AI는 구글 알파고 이후로 대중들이 현실적인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우리가 일상으로 접하는 AI는 영화와 다르고 발전 형태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쉽게 접할 수 있는 AI의 형태로는 스마트 스피커, 서빙 로봇 등인데 이 기술들은 AI의 주요 기능인 감각 이해 기억 추론 행동 중 ‘감각’과 ‘이해’에 관련된 기능들을 중심으로 발전 중"이라고 부연했다.

이를 기반으로 사람과 기계의 ‘인터랙션(상호작용)’을 돕는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되며 AI가 의인화돼 단순히 기계가 아닌 생활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들이 발전 중이다.

SK텔레콤 AI 스피커 ‘누구 네모’에서 ‘에브리싱’ 서비스를 즐기고 있는 모습.
SK텔레콤 AI 스피커 ‘누구 네모’에서 ‘에브리싱’ 서비스를 즐기고 있는 모습.

이를 바탕으로 한 기술이 영상인식’과 ‘음성합성’이란 게 박 유닛장의 설명이다. 현재 영상인식은 사람의 99.7% 수준으로 사물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또 음성합성을 통해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기계나 로봇과 소통하는 게 가능해졌다. 박 유닛장은 "한 예로 지난해 SK텔레콤은 AI 스피커 ‘누구’에 인기 아이돌 레드벨벳의 아이린 목소리를 적용했다"며 "사용자는 아이린의 목소리로 희망하는 다양한 알람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사실 10대나 20대 등 IT 기술에 익숙한 세대보다 글씨가 잘 안보이거나 기계를 다루기 어려운 장애인이나 시니어 계층의 인터랙션을 도우며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이 서비스하는 AI 스피커 ‘누구’의 사용자는 2016년만 하더라도 7가지의 서비스만을 이용할 수 있었고, 사용자수도 5000명~1만명 수준에 불과했다. 이달 기준으로는 130가지 서비스에 사용자도 277만명으로 2308배나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매월 700만 사용자가 생활에서 AI를 사용 중이다.

박 유닛장은 "AI는 거창한게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편리함을 주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앞으로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AI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 커크우드 유아이패스 수석에반젤리스트.
가이 커크우드 유아이패스 수석에반젤리스트.

"1970년대 빌 게이츠가 모든 집과 책상에 컴퓨터가 있을 것이라고 했을 때 모두가 비웃었죠. 다음은 무엇일까요. 미래는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로봇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이 커크우드 유아이패스 수석에반젤리스트는 24일 열린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 둘째날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유아이패스는 글로벌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 전문 기업이다. RPA는 반복적인 대량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소프트웨어다. 포춘 500대 기업 중 50% 이상이 유아이패스 제품을 쓰고 있다.

커크우드는 "여기서 로봇이란 소프트웨어 로봇을 말한다"며 "다시는 하고싶지 않은 일들, 지루하고 반복적인 것들을 자동화 해준다. 여러분은 하고 싶은 일에 더 집중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RPA는 직업을 없애는 게 아니라 직무를 개선해 줄 것"이라고 했다. 커크우드에 따르면 유아이패스의 RPA를 쓰는 미국의 한 연방기관이 800명에 가까운 인력이 투입되는 특정 업무에 대해 효율성을 70% 높였다고 한다. 기존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커크우드는 "직원들은 보다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면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며 "자동화 때문에 고용률이 줄어든 게 아니다"라고 했다.

커크우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많은 의료기관들이 RPA의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이 열심히 싸우는 동안 또 다른 전선이 생겼다"며 "환자 응대와 온갖 문서 업무가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장벽을 세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때 한 병원은 RPA를 도입해 6개월 가까이 쌓인 특정 업무를 하루만에 처리했다. 환자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도 기존 5일에서 4시간으로 줄였다"고 했다.

커크우드는 또 "지금은 풀타임(정규직)과 긱노동(시간제 등 비정규직)의 비율이 7대 3이라면 20년 후에는 그 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뒤처지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며 "그만큼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고 RPA를 사용하는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커크우드는 "RPA는 의료뿐만 아니라 경제, 생활 전반의 큰 고충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힘들고 단조로운 반복작업을 제거함으로써 모두가 소중하고 위대한 일들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1인 1로봇 시대가 우리 미래의 모습"이라며 "유아이패스는 사람들이 일하는 즐거움을 되찾아주고 싶다. RPA를 통해 따분하거나 지루한 작업을 줄이면서 사람들이 보다 양질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가사노동 효율화를 위한 기기가 보급되면서 투입되는 시간이 1900년대 8.3시간에서 2.2시간대(2015년 기준)로 떨어졌지만, 인지노동(cognitive labor·정보 처리나 의사결정을 하는 일)은 늘고 있습니다. 인지노동을 경감시켜주는 인공지능(AI)을 제품·서비스에 구현해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이철배 LG전자 전무는 24일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에서 AI가 인간의 인지노동을 경감시켜줄 수 있다고 했다.
이철배 LG전자 전무는 24일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에서 AI가 인간의 인지노동을 경감시켜줄 수 있다고 했다.

이철배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선행디자인연구소장(전무)은 24일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 AI 세션에 참석해 "청소기·세탁기가 인간의 물리적 노동을 줄였듯, AI가 사람들의 인지노동을 감소시켜줄 것이란 게 우리의 연구결과"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연구에 따르면 2029년 생산성이 재점화될 수 있고, 이처럼 초고도화된 생산성의 시대가 오면, 밤새 1차 서류를 검토하는 변호사 직업이 사라지는 등 일자리가 없어지고 잉여시간이 보편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인지노동을 감소시켜줄 수 있는 제품으로 ‘스마트옷장’을 예시로 들었다. 이 전무는 "AI가 적용된 스마트옷장은 내가 좋아하는 명품 가방 등을 디스플레이할 수 있고, 옷·신발을 언제나 깨끗한 상태로 살균해주며 어떤 조합으로 입을 수 있는지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LG전자 (146,500원 ▼ 2,500 -1.68%)가 미국 오스틴에서 전시했던 로봇 영상을 공유하면서 AI의 필요조건 중 하나로 감성인식을 들었다. 이 전무는 "여기에 있는 로봇은 생산을 도와주는 로봇이 아니고, 눈을 맞추고 감정을 나누는 로봇, 수화하는 로봇, 춤추는 로봇, 상호작용하며 변화하는 시계, 강아지처럼 돌아다니며 집안 감시도 해주는 로봇"이라면서 "사람들이 현명하게 생각하고 자유를 얻을 수 있는 AI, 좀 더 감성적인 AI로 삶을 윤택하게 해줄 수 있는 제품·서비스를 내놓고 시장을 선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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