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헬스케어이노베이션(보건 혁신)을 앞당기고 있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라는 유례없는 위기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한 ‘2020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 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한국이 정보기술 역량을 활용해 세계 보건 혁신을 이끄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첫 기조강연에 나선 셀트리온 그룹 서정진 회장은 "한국만큼이라도 ‘마스크'를 안써도 되는 코로나 청정 지역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코로나 항체 치료제를 빨리 개발하기 위해 파견 직원들이 루마니아 등에서 코로나 환장들과 임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와 고령화로 헬스케어 혁신은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으며 한정적인 의사수와 병상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의료 혁신의 방향이 ‘AI(인공지능)의 원격진료’로 가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셀트리온에서 은퇴하고 피 검사 스타트업을 만들고 싶다"고도 말했다.
카렌 데살보 구글 최고헬스담당임원(CHO)은 이날 두 번째 기조강연에서 "구글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가장 중요시하는 일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제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지역사회와 공중보건을 지켜내는 것"이라며 "흥미로운 건 (이 과정에서) 우리가 이전부터 하고자 했던 의료 데이터 구축이 가속화됐다는 것이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구글의 초대 CHO로 부임한 그는 코로나19로 시작된 코로나19에 대한 양질의 정보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사용자들의 의료 데이터를 얻는 일도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롭 월튼 GE헬스케어 AKA(아세안·한국·호주·뉴질랜드) 총괄사장도 이날 기조강연에서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후 우리의 일상생활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며 "낭비를 최소화하는 디지털 솔루션은 이제 중장기적인 병원 운영의 필수품이 됐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고려대 의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부교수도 강연에서 "201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유행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실상 감염병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코로나19 경증 자가격리자의 경우 앱이나 전화통화 등 비대면 방식으로 증상 등을 관리한 경험이 대표적인 비대면 진료 사례"라고 설명했다.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2020’과 함께 열린 ‘라이트펀드 인베스트먼트 포럼 2020’에서 에이조이 챠크라바티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 글로벌헬스 프로그램 포트폴리오&플랫폼 리더는 ‘3~5년 후 가장 시급해질 보건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코로나19 이후 찾아올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백신 개발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며 "더는 팬데믹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19는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계기도 됐다. 감염병에 맞서기 위해 세계 각국과 기업, 비영리단체 등 국가와 분야를 불문하고 협업이 이어졌다. 트레버 먼델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 글로벌헬스 사장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오늘 우리를 한데 모이게 한 것까지 바꾸지는 못했다"면서 "코로나19로 아무리 큰 장애물도 함께라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2020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은 ‘뉴노밀 시대의 헬스케어 혁신’을 주제로 진행됐다. 포럼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프라인 참석자 수를 지난해(약 400명)의 절반 아래인 150명으로 제한하고 조선비즈 유튜브로 모든 강연을 생중계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포럼 유튜브 조회 수는 약 2500회로 집계됐다.
=김양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