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였다면, 비행기 타고 한국에 가서 택시 타고, 호텔에 도착하고. 여러분과 직접 만났었겠죠. 그런데 지금 이렇게 시차가 있음에도 화상으로 여러분과 만나게 됐습니다. 이 강연이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꾼 한 예입니다. 수없이 많은 온라인 콘퍼런스가 열리고, 대학·기업이 원격 교육·업무에 나서며 클라우드 컴퓨팅, AI(인공지능) 분야 발전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구글 비밀연구소 ‘구글X’를 설립해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고, 세계 최초 무크(MOOC, 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 ‘유다시티’ 설립, 이끌고 있는 세바스천 스룬은 23일 미국 현지에서 온라인으로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 기조연설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주제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 첫째날 행사는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열린 만큼 화상회의 솔루션 ‘줌’과 ‘알서포트’를 활용해 13시간의 시차를 뚫고 미국 현지와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를 연결하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스룬은 "(급속하게 발전하는)AI가 택시 운전이나 파일럿은 물론 회계사, 변호사, 언론인, 심지어 최고경영자(CEO)까지 어떤 임무라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데이터·컴퓨터·클라우드 등 핵심 역량이 앞으로 국가 경쟁력을 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기술 변화가 촉발된 만큼 사람도 평생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뒤이어 미국 현지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빅데이터 전문가’ 토머스 데이븐포트 미국 뱁슨대 석좌교수는 "한국 정부가 ‘디지털 뉴딜’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데이터 경제를 육성하고자 한다"면서 "엄청난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제품 중심으로 수출에 집중해 왔던 한국 대기업이 서비스 중심 데이터를 수익모델화하는 것이 큰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용산 드래곤시티호텔 무대에 오른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이 스룬, 데이븐포트 교수와 실시간으로 대담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코로나19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는 민 총장의 질문에 답하려던 스룬 목소리가 순간 안 들리기도 했다. 다른 발표자 강연 동안 화상회의 솔루션 마이크를 꺼놔서 발생한 헤프닝이었는데, 민 총장의 매끄러운 진행으로 데이븐포트 교수와의 질의 응답이 먼저 이어졌다.
정부부처 차관 출신인 민 총장은 "가령 디지털 뉴딜처럼 정부가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는 것은 어떤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데이븐포트 교수는 "미국은 상대적으로 산업정책보다는 생태계에서 승자가 결정되는 구조"라며 "AI, 데이터 관련 산업은 앞으로 중요한 만큼 정부가 집중하는 것 자체는 괜찮지만, 규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첫째날 콘퍼런스는 누적 시청건수 2200회(23일 오후 5시 기준)를 돌파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시청자들은 "랜선을 통해 유익한 소식을 접해서 너무 좋다" "코로나 덕에 기술 진화가 엑셀밟는 느낌" "회사라 들었다, 안 들었다 하고 있는데 추후 다시 강연을 차분히 볼 수 있다니 좋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이날 국내 시청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건 특별강연 첫 주자로 나선 줌의 에이브 스미스 인터내셔널 총괄이었다. 한국 미디어 행사에 처음 얼굴을 드러낸 스미스 총괄은 "영국 의회는 7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줌’을 통해 의사를 진행했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각료 회의를 줌으로 진행했다"면서 "모든 사람들이 줌으로 원격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줌으로 피아노 수업을 받고 결혼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올해 초만 해도 하루 1000만명이 쓰던 줌은 4월 기준 사용자 수가 3억명으로 폭발 성장했다. 코로나 시대 스타 솔루션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어진 강연에서는 휴고 스와트 퀄컴 부사장 겸 XR(확장현실)사업 본부장이 나서 "지난 5년동안 증강현실(AR)을 비롯해 VR(가상현실) 등의 분야에서 장족의 발전이 있었고 향후 5년동안 더욱 발전할 것"이라며 "여기에 AI,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더해지면서 물리 세계를 실시간으로 디지털 세계로 재구성하는 XR 기술이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XR 기술이 적용된 기기로 자동차 시트 색상을 바꾸는 회의를 진행하는 영상이 나오기도 했다. 홀로그램을 활용해 진행되는 회의에서 다수 사람이 아바타로 등장, 홀로그램 제품을 실시간으로 디자인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택시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인 중국 스타트업 ‘오토엑스(AutoX)’의 창업자 샤오젠슝이 특별강연에 등장하기도 했다. 2016년 중국 선전에서 설립된 오토엑스는 지난 7월 미국 캘리포니아 교통국으로부터 별도의 안전요원 없이 승객 혼자 탑승해 주행할 수 있는 ‘완전자율주행 라이선스(면허)’를 획득했다. 이 라이선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차 안전성 인증, 업계 선두주자를 가리는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현재까지 이 라이선스를 받은 기업은 구글 웨이모와 캘리포니아 스타트업 누로(Nuro), 오토엑스까지 전 세계에서 단 3곳뿐이다.
샤오젠슝은 "평생 한 번 있을까 한 수조 달러 규모의 시장이 이미 중국에 있다"며 "아시아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상당 부분 따라잡았고 자율주행차 업계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시가 주최하고 조선비즈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은 24일에도 조선비즈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둘째날 기조연설은 핀란드에서 시작한다. 핀란드 최대 기업이자 글로벌 톱3 통신장비 회사인 노키아의 토미 우이토 모바일네트워크그룹 총괄 사장이 5G가 가져올 무궁무진한 기회에 대해 소개한다. 최근 매출 기준 글로벌 이동통신업계 1위인 미국 버라이즌에 8조원 규모의 5G 장비·솔루션을 수출하며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을 흔들고 있는 추격자 삼성전자 (80,000원 ▼ 1,200 -1.48%)를 대표해 이영 네트워크사업부 고문도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슬라빅 디미트로비치 아키텍트 총괄, 전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높은 AI 스타트업인 중국 센스타임 제프 스 아태사업부 총재 등 쟁쟁한 연사들이 클라우드·AI 세션을 이끌어간다. 마지막 무대는 화웨이를 대표해 에드워드 조우 글로벌 대외협력부문 부사장이 깜짝 특별강연에 나선다.
조선비즈 유튜브에서 미리 알림설정을 해놓으면, 놓치지 않고 역대급 연사를 만날 수 있다. 오프닝은 오전 9시 10분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