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유원지에서 하던 사격장 게임을 상상해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금 총을 쏴서 인형을 맞추는 중이다. 처음에는 100발이 주어졌지만 80발은 이미 다 써버리고 20발만 남았다. 이전보다 신중하게 총을 쏘거나, 총을 더 잘 쏠 수 있는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는 상태다."
오건영 신한은행 IPS본부 부부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미 연준의 정책 기조가 소극적인 통화 지원 수준으로 축소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의 정책으로 인한 주가 상승 등 경기 부양은 이전보다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부부장은 2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0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에 참석해 "코로나 충격을 받은 금융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한 지난 6월 이후부터 연준 스탠스에 미세한 변화가 나타났다"며 "무제한적인 통화 지원에 초점을 맞췄던 3월과 같은 정책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연준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쳐왔다. 오 팀장은 "무제한 양적완화(QE)를 비롯해 회사채 매입, 통화스와프 등이 실시됐다"며 "코로나 충격이 금융 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최대한 막으면서 재정정책을 비롯한 국제 공조의 지원을 기다리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준의 부양책은 시장 과열을 야기했다. 오 팀장은 코로나 이후 유행하는 단어 네 가지를 그 예시로 들었다.▲BTD(Buy the Dip·주가 하락시 매수) ▲TINA(There is no Alternative·주식 외 대안 없음) ▲FOMO(Fear of Missing Out·증시 랠리에서 소외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 ▲K-Recovery(불균형적 회복세) 등이다.
오 부부장은 지금 연준이 처한 상황을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질 수밖에 없는 ‘루스루스(lose lose situation)에 빗댔다. 그는 "연준이 더 많은 자금을 뿌리는 추가 부양책을 쓰지 않으면 경기와 주식시장 괴리가 더 커지고, 그렇다고 부양책을 쓰지 않으면 시장이 무너져 버리는 딜레마에 봉착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 부부장은 이어 "그간 무제한으로 진행하던 QE 속도를 완화하는 등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모습"이라며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부작용을 이유로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국채 금리 안정 수단인 수익률 곡선 통제(YCC) 등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연준은 일정 수준의 부채 증가를 용인하면서 효율적 성장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오 부부장은 "과도한 부채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채를 줄이거나 성장을 강화해야 한다"며 "부채의 급격한 축소는 성장의 축소를 야기하기 때문에 중국처럼 재정과 결합을 통한 효율적인 통화 완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인민은행의 경우 줄곧 유동성은 합리적으로 충분한 상황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홍수와 같은 돈 풀기, 즉 '대수만관(大水漫灌)'은 하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대신 통화정책 수단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필요한 곳에 맞춤형으로 물 뿌리듯 돈을 공급하는 '점적관수(點滴灌水)'를 강조했다. 오 부부장은 "연준도 이제 남은 스무발은 아빠(정부)가 오기 전까지는 쏘지 않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